인간학적 사유를 여는 중도·중복장애 교육학
현재 국내 특수교육 현장에 입급되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가 급증하고 있다 . 특수학교 및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이나 통합학급에서 교육을 받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뿐만 아니라 , 제도권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순회교육 대상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 학생 수의 증가는 무엇보다 지금까지 가정 및 시설에 머물며 취학유예를 이유로 교육권 혜택을 받지 못했던 아동들이 통합교육 등 특수교육 패러다임에 힘입어 제도권 교육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은 현장의 특수교육 교사들에게도 새롭고 낯선 교육의 동반자이다. 그들을 칭하는 ‘중도 · 중복장애’라는 용어가 함축하듯 중도 · 중복장애가 매우 다양한 현상을 포괄하고 있기에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개념 정의에 대해 국외 및 국내를 막론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런 연유로 그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적 접근이 더욱 힘들어 보일지 모를 일이지만, 그들을 교육하기 위해 지침이 될 만한 교육과정 차원의 문서도 국내에서는 아직 개발 중이고, 교육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만한 자료집이나 국내 사정에 맞는 교수법적 연구도 요원한 듯하다.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의사소통 지원 및 교육적 중재 방안과 관련된 국내 기존 연구물의 범위는 대개 문제행동에 대한 지도법 , 보완대체의사소통 지도의 논의가 대부분이다 . 비록 몇 편이지만 이러한 글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이들 연구자들의 학문적 배경이 주로 영미언어권이라는 것과 , 이러한 논의가 학술적으로 실증주의 · 경험주의적으로 정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 객관적인 수량에 의거하여 누구나 수긍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경험적 자료를 바탕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소위 문제행동 수정 가능성, 의사소통 가능성, 학습 가능성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그러나 중도 · 중복장애아동과 함께하는 교육현실은 교사나 연구자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여 주지 않는다.
바로 이 점에서 특수교육종사자의 역발상이 요구된다. 기존의 학문세계가, 즉 장애인의 교육을 다루는 ‘특수교육’이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것과 수량적으로 포착 가능한 것에만 매달린 결과 , 중도 · 중복장애인의 행동 및 학습을 (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잠재적인 ) 긍정적이고 가능한 것보다는 (눈에 잘 띄는 문제 행동적인) 부정적이고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일이다. 우리가 특수교육 관련 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중도 · 중복장애인은 ‘-할 수 없다’, ‘-관심이 없다’, ‘-부족하다’ 등의 부정적인 서술이 연구자의 이러한 실증주의적 · 경험주의적 세계관과 인간관을 대변하는 것이다. 교육학에서의 실증주의적 · 경험주의적 시각은 ① ‘연구자 자신의 시각’도 아니고 ② ‘당사자인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시각’도 아닌 ‘제 3 의 객관적 시각’을 통해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교육 사태를 바라보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 즉 자신의 눈도 못 믿고 상대방의 눈도 못 믿기에 제3의 눈을 빌려 교육 참여자인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바라보고 설명하려는 의도는 특수교육학의 접근방식으로서 비판의 여지가 충분하다. 왜냐하면 교육, 특히 특수교육에서 강조하는 ‘당사자주의’의 핵심은 바로 ‘당사자 입장에서 그들의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인간학적 시각’인데, 연구 가설 검증이라는 연역적 접근 속에서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세계가 지나치게 이론화 · 추상화되고, 나아가 소위 ‘객관적 이론’이라는 미명하에 연구자 자신의 이론적 편의에 맞게 아동의 세계를 축소 설명하고, 그 결과 연구자 입장에서 ‘자기화’한다면 이는 특수교육 본래의 사명을 저버리는 일이다.
그러므로 특수교육, 특히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에서 중요한 사안은 그들의 없는 능력을 있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 지금까지 실증주의적 시각에 가려서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그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새로이 발견하고 나아가 인본주의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우는 일이다 . 즉 지금까지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을 대신할 새로운 시각의 개발이며, 새로운 인간관 · 세계관 ·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는 연구자나 어른의 입장이 아닌,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다시금 ‘그들의 입장에서 보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또 이는 그들이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 좀더 풍부하게 포착하려는 노력이기에 인간학적 사유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사안과 관련하여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의 문제점으로 들 수 있는 또 하나는 지금의 교육 현장이 지나치게 치료나 기능 훈련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교 일과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운동치료 성격의 ‘치료’나 신변처리 기술을 익히는 ‘기능 훈련’이 주요 활동이다.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임에도 전인교육을 목표로 하는 진정한 ‘교육적’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의 시간표에는 왜 국어나 수학, 음악 혹은 체육 시간이 없는 것일까? 그들은 전인교육을 위한 교과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일까? 이유야 많겠지만 본인은 그 이유 중 하나를 일선 교사들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습특성에 대한 포괄적 인식이 부족하고, 나아가 이로 인해 교수법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고 싶다.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구성하는지, 그들의 배움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눈이 아직 없기에, 교사들은 학교 수업에서 힘들어 하고 있다. 그래서 그 결과 교과교육보다는 치료를, 수업보다는 기능훈련을 선호하는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위에서 거론한 국내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의 현황 및 문제의 원인을 교육과정이나 교육지침의 부재로 돌리고 있다. 즉 현장 교육에 이정표가 되는 교육과정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학교교육이 부실해지고 치료적 행위가 난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비한 교육과정 탓만 하기보다 우선 교수 적합화 , 교육과정 수정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 교육과정 수정은 개별화 교육은 물론 통합교육의 전제조건이다 . 국내 특수교육이 그렇게도 염원하는 통합교육이 실패하는 원인은 교사의 부족이나 재정 부족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교육과정 수정의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교육과정 수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교육내용을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는 곳에서 통합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근대 이후 일반학교 교육이 지향하는 ‘이성적 인간’, ‘자율적인 인간’ 양성이라는 계몽주의적 교육목표, 나아가 인성 등 전인교육 대신 경쟁과 수월성 교육을 앞세워 교육의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일반교육의 정책을 특수교육계가 비판적 사유 없이 장애아동 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이상적 인간상과 이에 상응하는 교육목표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나아가 어떤 윤리적 폐단을 가져올지 생각해 보았는가? 이에 대해 독일 특수교육학자 게오르그 포이저(Georg Feuser)는 특수교육의 목표를 ‘가장 아래’로부터 낮게 잡을 것을 제안한다. 소위 ‘가장 보잘것없는’ 능력과 가능성을 가진 중도 · 중복장애아동도 달성할 수 있도록 교육목표를 잡아야 중도 · 중복장애 학생도 ‘교육 가능하고, 학습 가능한 존재’(homo educandus et educabile )로 인식될 것이고 , 그래야만 그들에게도 교육권 · 학습권, 나아가 생명권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유가 확대된다면 중도 · 중복장애아동은 더 이상 교육 불가능, 학습 불가능한, 단지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과의 학교생활이나 교실 수업이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즐거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교육성패는 아동 능력 자체에 달린 것이라기보다는 아동의 능력을 바라보는 교사의 시각, 적절한 교육목표 설정, 나아가 교사의 교육과정 수정 노력 여하에 달린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의 문제는 단순히 응급처방전식의 교수-방법적 전략이나 기술 (skill) 차원에서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교육계의 시각이 대대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우리의 교육적 마인드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 없이는 어떠한 훌륭한 처방전도 효과가 없을 것이다. 특히 ‘손이 많이 가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활동에 소진현상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의 소진현상을 막는 길은 철저한 ‘교육적 마인드’ 정립이다. 이를 위해 미래 교사가 될 예비 특수교사들은 학창시절 중도 · 중복장애와 관련하여 인간학적 사유를 하고 반성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기나긴 인내로 물심양면 지원해 주신 아산재단 복지사업팀 김광식 선생님께 심심한 감사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교정과 편집 작업을 기꺼이 도와준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중도 · 중복장애교육전공 대학원생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대화의 시간을 나누어 주고, 지지를 아끼지 않은 독일 쾰른대학교 특수교육과 중도 · 중복장애 교육 전공 바바라 포르네펠트 (Barbara Fornefeld) 교수님께도 큰 스승으로서 경외를 표하는 바이다. 무엇보다도 저자에게 항상 교육적 희망을 불어넣어 준 많은 중도 · 중복장애 아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11 년 봄
단국대학교 죽전 센트로 캠퍼스에서
――• 차례 •――
1절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일 고찰
2. 교육에 대한 미시적 접근 :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중심으로
2절 중도 · 중복장애 교육학의 역사적 발전 : 독일을 중심으로
2.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한 역사적 인식 및 처우의 변화
제 2 장 생명윤리 논쟁과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권
4. 피터 싱어의 생명 논리에 대한 생명윤리적 반박
1. 생명윤리 논쟁을 바라보는 특수교육의 시각 : 문제의 복합성과 반복성
1절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과정 운영 : 기능적 교육과정
1.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 운영 기본 원칙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실제
5.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의 과제 : 최선의 교육을 위한 원론으로의 복귀
2. 중도·중복장애 학생 교육현황에 대한 연구 사례
5.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현실에 대한 논의
제 4 장 독일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
4. 2001 년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에 대하여
2절 독일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 분석 : 목표 및 내용
1. 수준별 교육과정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 목표 설정
2. 수준별 교육과정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 내용 범위
3. 종합적 논의 : 국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에 대한 시사
1. ‘의식의 지향성’ , 나아가 세계로의 지향성
1. 중도 · 중복장애인의 ‘손상된 의사소통’ (Bodenheimer)
2. 신체현상학에서 본 중도 · 중복장애인의 의사소통 능력
1절 ‘기초적 자극’ 교육이론 (A. Fröhlich)
2절 ‘기초적 의사소통’ 이론 및 수업사례 (W. Mall)
3절 ‘기초적 관계’ 이론 및 수업사례 (B. Fornefeld)
3. ‘기초적 관계’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구성 단계
4. ‘기초적 관계’ 이론에 의거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사례 분석
5. ‘기초적 관계’에 의거한 수업형태에 대한 논의
제 7 장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에서의 상호 주관성-볼노프의 ‘교육적 분위기’ 개념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적 관계 구성
1.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에 대한 인간학적 논의
2. 볼노프의 ‘교육적 분위기’ 개념의 특수교육적 함의
3. ‘교육적 분위기’ 개념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적 관계 구성
4.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적 관계에 대한 논의
제 1 장 중도 · 중복장애인을 위한 교육의 시작
국내 관련기관이 발표하는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중도 · 중복장애인의 출현율이 매년 늘어가고 있으며1 ), 또 특수교육현장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애인들이 직면한 삶의 현실에서 중도 · 중복장애는 말 그대로 그들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 지금까지 특수교사 양성을 위한 대학차원의 교육에서는 장애현상을 기존의 장애범주에 따라 시각장애 , 청각장애 등으로 단순-고립적으로 다루었기에 , 장애가 있는 한 개인에게서 나타나는 2 개 이상의 장애현상에 대해 현장에서 접근할 수 있는 교육이론적 기반이나 이에 대한 교사의 수행 능력 역시 부족하다 . 의학적으로 볼 때 1 차적 장애가 대부분 2 차 장애로 발전하는 통례에 비추어 , 현재 특수교육에서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며 , 이는 결국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현실을 좀 더 적절히 이해하고 , 이에 적합한 교육을 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
지금까지 중도 · 중복장애인은 전반적인 발달이나 자신을 돌보는 신변자립 활동 , 나아가 생각이나 감정의 표현 , 환경 자극에 대한 반응 , 또래들과의 상호작용 등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에서 현저한 ‘기능적 불일치’를 나타내는 사람으로 간주되었다 (Kennedy & Horn, 2004). 즉 이들은 감각 및 운동적 능력 , 인지적 학습 능력 , 사회적 능력 등 전반적 발달영역에서 적응 및 활동 차원에서 장애를 보이며 , 그 장애 정도로 인해 일상적인 독립생활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 전 생애동안 타인에게 의존함으로써 강도 높은 지원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 따라서 중도 · 중복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자립적 생활과 사회참여 확장을 위해서는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교육적 · 의학적 · 심리적 지원이 더욱 심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더불어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확장적이고 ,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
다 맞는 얘기고 지당한 논리이다 . 그러나 특수교육을 하는 우리가 당면하게 되는 문제는 지금부터 얘기하는 것이다 . 개인들이 보이는 , 눈에 띄는 병리적 특성으로 유형화하여 장애의 특징으로 서술하기는 어찌 보면 쉬운 일인지 모른다 . 그러나 교육은 아동의 능력과 가능성에 기반을 두어 시작되기에 위와 같이 ‘병리적 현상’이나 ‘할 수 없음’에 대한 이야기는 별 도움이 안 된다 .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모든’ 발달영역에서 ‘심각한’ 장애를 보이는 중도 · 중복장애인들을─그런 장애에도 불구하고─‘ 교육’해야 하는 우리는 무엇에 기반을 두어 시작해야 하는가 ? 할 수 있는 것도 , 나아지는 것도 별로 없어 보이는 학생을 데리고 어떠한 교육적 당위성과 논리로 , 어떠한 교육적 이론으로 무장하고 교실에 서야 하는가 ?
우선 교육적 지원이 시급하므로 , 어떤 이는 인간의 발달 영역을 중심으로 중도 · 중복장애인에게 부족한 부분이나 필요한 부분에 대해 기존 특수교육계에 축적된 이론을 바탕으로 교육적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예를 들어 중도 · 중복장애인이 보이는 소위 ‘ 자해행동’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여러 이론을 근거로 중재방안을 모색하고 , ─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에 근거하여─무척 제한되어 보이는 그들의 인지에 대해서는 감각운동이나 감각통합을 지원하며 , 나아가 전환교육에서는 경도장애인의 전환교육 지원방안을 일부 첨삭 , 수정하여 교육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그러나 중도 · 중복장애 현상도 당사자의 총체적인 존재방식이다 . 이에 대해 발달영역별로 분리하여 기존의 이론을 ‘단순히 갖다 붙이는’ (additive) 식의 접근으로는 그들의 교육적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으며 , 전인적 교육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 . 앞서 언급했듯이 중도 · 중복장애 현상은 한 가지 장애에 다른 장애가 단순히 더해지는 2 차방정식 차원이 아니라 장애의 양적 변화와 맞물려 당사자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3 차원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 중도 · 중복장애 현상의 이러한 ‘총체적 다름’은 제 3 자인 우리가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을 그만큼 어렵게 만든다 . 중도 · 중복장애인을 지원할 때에도─기존의 이론에 의거하여 알게 모르게─이를 발달영역 별로 분리하여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우선 당사자의 중도 · 중복장애 현상에 대한 인간학적 고찰과 윤리적 반성을 철저히 할 때 비로소 이들에 적합한 교육적 지원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
이러한 교육학적 사유는 교육적 당위론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 바로 중도 · 중복장애인들의 교육을 논의해야 하는 특수교육학의 정체성 문제이며 , 좁게는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다루는 ‘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학’의 학문적 정체성과도 연관된다 . 특수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 문제에 대해 특수교육계가 여전히 기존의 인식론에 의거하여 기존 이론을 짜깁기하는 수준에 머무는 한 교육적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
그러므로 바로 이 지점에서 특수교육은 ‘ 중도 · 중복장애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 기존의 ( 인지심리학적 · 발달적 ) 이론에 의거한 설명으로는─다른 장애인에 비해 장애가 더 심한─그들의 다름 , 비정상성 , 나아가 단점 , 무능력만이 부각될 뿐이다 . 교육은 개개인의 장점 , 강점 , 관심 , 흥미를 자양분으로 싹을 틔운다 . 그러므로 중도 · 중복장애인들은 누구인가 ? 그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하는가 ? 하는 질문도 중요하고 , 나아가 특수교육자 스스로 우리의 세계관 , 인간관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 남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타인을 변화시키려 노력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 그러므로 특수교육을 하는 나의 인간관 , 교육관은 인간학적으로 한계가 없으며 윤리적으로도 정당한가 ? 어떠한 시각으로 중도 · 중복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교육적으로 적합한가 ? 이러한 교육자 자신의 인식 지평에 대한 반성과 확장을 기초로 하여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한 교육적 지원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축적될 때 , 이것이 바로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학의 밑거름이 된다 .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교육학적 사유를 여는 준비단계로 독자들을 교육에 대한 근본적 물음으로 인도하고자 한다 . 교육에 대한 이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 교육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아우르는 공통분모 , 즉 교육의 본질을 재정립함으로써 교육행위의 기반을 다지며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에 대한 이해를 정립하는 데 기초가 되리라 기대한다 .
1절 교육이란 무엇인가 ?: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일 고찰
교육 및 교육활동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인간관 및 교육관에 따라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다 . 나아가 교육활동의 주체인 학생들의 발달 태에 따라 교육의 목표 및 내용 등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과연 인간의 장애 유무 , 정도에 따라 당사자에 대한 교육의 정의가 달라져야 하는 것일까 ? 이런 질문을 출발점으로 이 장에서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고자 한다 .
1) 기계론적 (mechanic) 교육관 대 유기적 (organic) 교육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행해지고 있는 교육행위를 크게 ‘기계론적 교육관’과 ‘유기적 교육관’으로 이분한다 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 흔히 교사를 조각가에 비유하거나 , 꽃을 돌보는 정원사에 비유하며 이를 설명하곤 하는데 , 조각가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대상을 염두에 두고 , 이를 돌이나 나무를 깎고 부수고 파내어 가며 실현하는 것처럼 , 기계론적 교육관이란 교사가 ( 여기서는 교사가 교육행위의 주체로 간주된다 ) 자신의 교육목표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인간상을 염두에 두고 교육의 ‘대상 (object) ’인 학생들에게 ( 심지어 비인간적일 수 있는 )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이에 반해 정원사는 무궁무진한 생명력을 잉태하고 있는 씨앗에 물을 주며 싹을 틔워 꽃이 피도록 돌보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 유기적 교육관에서는 교사의 교육적 목표 및 의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생명력을 지닌 유기체로서 학생들에게 내재된 발전가능성과 잠재력이며 , 이것이 교육과정에서 자아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을 교사의 역할로 간주한다 .
2) 교육의 연속적 형태 대 단속적 형태 (unstetige Form)
위의 기계론적 교육관과 유기적 교육관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역할에 대한 이해는 비록 다를지언정 , 교육을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과 연속적 사태로 이해하고 있다 . 즉 교육이란 아동의 발달을 동반하는 과정이며 , 지속적 과정 속에서 비로소 교육의 효과가 드러난다는 이해가 내재해 있다 . 이에 반해 볼노프와 같은 학자는 교육의 주체인 학생에게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사태는 교육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연속적 과정에서보다 오히려 학생 및 교사 간의 위기 , 각성 , 만남 등의 단속적 형태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 학생과 교사에게 갑자기 닥치는 여러 교육적 위기나 만남 , 각성 등의 ‘단속적 형태’야말로 당사자인 학생 개개인에게 교육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이를 일선 학교 현장에 대입해 보면 학교의 교육활동 역시 다차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일반학교의 교육활동 범주를 교과활동 및 창의적 재량활동으로 이분하고 있다 . 이는 교육과정상의 시간편제 및 운영을 위해 교육활동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표면적인 범주라 하겠다 . 그러나 일선 학교현장을 관찰하면 위와 같은 두 가지 표면적인 활동 외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활동 ( ‘잠재적 교육과정’ ) 이 진행됨을 알 수 있다 . 조례 , 종례 , 조회와 같은 일과들 , 연속적이고 표면적인 교육활동 속에서 학생들이 겪게 되는 갈등 , 위기 , 모험 , 만남 , 상담 , 대화 , 각성 등과 같은 ‘ 단속적’이고 비형식적인 활동들 , 또한 심지어 교과활동 시간에도 교사와 학생 간에 ( 교과내용과는 무관한 ) 대화가 이루어지고 의미가 전달되는데 , 이러한 ‘단속적 형태’ ( unstetige Form) 의 교육활동은 교육과정상에 규정된 형식적인 교육범주에 속하는 활동이라기보다는 비형식적 내지 잠재적인 교육활동이라 할 수 있다 ( Bollnow ).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학교생활에서 이러한 잠재적 교육활동이 차지하는 시간과 비중은 위의 두 가지 가시적 활동에 비해 결코 적지 않으며 , 그 교육적 의미 또한 간과할 수 없다 .
우리의 관습적인 인식은 교육을 지식의 전수 및 학습 , 즉 교과활동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 교육에 대한 이러한 협의적 인식은 입시위주의 교육을 낳았으며 , 매 시기 인간의 삶 전체와 관여하는 전반적 교육 사태를 ‘ 교과교육’에 가려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게 한다 . 교육의 기저를 이루며 , 다른 교육활동을 비로소 ‘ 교육답게 ’ 해줄 수 있는 근본이 되는 , 잠재적 교육활동이나 단속적 교육형태의 가치를 재인식해야 한다 . 교육의 본질적 속성은 이러한 잠재적 교육활동에 대한 비판적 사유가 가능할 때 비로소 도출될 수 있기에 필자는 다음과 같이 교육의 본질을 두 가지 차원 , 즉 거시적인 차원과 미시적 차원으로 나누어 , 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윤리적 · 규범적 측면과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측면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
1) 윤리적 동등성에 기초한 교육
학교는 생물적 · 인간학적 측면에서 아직은 미성숙한 아동을 성숙하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교육하여 자아실현을 이루도록 한다 . 물론 학생이 생물적이나 지식적 측면에서 아직은 교사보다 미성숙하다고 해도 , 학생이 교사와 동등한 차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윤리적 지위일 것이다 . 즉 학생의 교육에서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치 판단하는 윤리적 차원에서는 교사의 판단만큼이나 학생의 판단과 주장도 중요하고 가치 있다 . 그러므로 이를 상호 존중하고 상황에 맞게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교육적 행위의 윤리적 측면이다 . 교육적 행위의 이러한 윤리적 판단은 궁극적으로 학생에 대한 타율 및 자율과 연결된다 .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교육을 학생에게 자율성과 타율성이라는 추를 부여하는 저울질로 상정하고 이를 저울이라는 상징에 비유해 보자 . 한쪽 저울에는 자율성이라는 추가 , 다른 한쪽에는 타율성이라는 추가 오른다 . 아동의 제반 능력이 덜 성숙될수록 교육에서 아동에게 부여되는 타율적 행위가 더 많아지므로 타율 쪽 추의 무게가 더 나가지만 , 교육이란 아동으로 하여금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과 관련하여 자율 결정 능력을 신장하는 것이라 볼 때 , 서서히 자율성의 추 쪽이 무거워지는 것이 교육과정이라 하겠다 .
이처럼 교육의 전반적 과정을 타율성과 자율성 간의 저울질로 비유할 수도 있지만 , 가깝게는 교사의 일상적 교육행위도 이와 같은 저울질로 대변될 수 있을 것 같다 . 교사라는 직무의 정당성은 , 아직은 미성숙한 학생들을 대신하여 그들의 교육 사안에 대해 교육적 결정을 내려주고 옹호하는 변호론자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 예를 들어 많은 학생을 담당하는 담임교사는 하루에도 수십 번 학생들의 여러 가지 교육적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하고 , 이때도 역시 자율과 타율을 저울질한다 . 특히 학생의 의견과 교사의 의견이 상충되는 사안일 경우 , 교사는 학생이 바람직하게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 자율과 타율 간에 어떠한 비중으로 무게를 실을지 고민한다 . 어떠한 판단이 학생의 교육을 위해 궁극적으로 옳은 결정인가 ? 학생에게 자율권을 허용하는 것이 옳은지 , 아니면 교사 자신의 판단이 더 합당한지 , 그래서 타율로 밀고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 그러나 고민 과정을 거쳐 나름대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할지라도 교사는 자신의 결정과 판단에 100% 확신할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 성인도 종종 자신의 일과 관련된 판단에서는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 즉 무엇이 옳은 판단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가 많은데 , 하물며 자신의 일도 아닌 학생의 사안에 대한 판단과 결정에서는 불안하기 마련이다 .
지식전달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교과활동이 아닌 대부분의 교육활동은 교사에게 이처럼 매사에 교육적 판단과 결정을 요구한다 .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 국내의 경우처럼 담임 혼자서 수십 명의 학생과 생활할 경우 더더욱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다 . 학생들을 위해 변호인의 입장에서 대신 판단하고 결정 내려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 이처럼 교사 입장에서 볼 때 교육행위는 타율성과 자율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가치판단’ 행위이며 , 이는 다시 말해 무엇이 교육적으로 옳고 그른지를 결정하는 ‘윤리적’ 행위이다 . 그러기에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민과 불안이야말로 결국 교육행위의 근본적 속성으로 규정할 수 있다 . 인간이란 되도록이면 사는 동안 고민과 불안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교육행위는 본질적으로 이러한 고민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고 , 오히려 이러한 교육적 고민과 불안이야말로 교사의 교육적 행위가 매너리즘에 쉽게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소금 역할을 하며 , 학생중심의 교육 ,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인간화 교육의 바탕이 된다 . 교사가 더 이상 학생들의 일로 고민하지 않는 교실에서 학생들의 욕구는 억압되고 좌절되기 마련이고 , 학생의 필요와 요구 수준에 교사 자신의 판단을 조율하기 위해 고민하고 불안해하지 않는 교육은 더 이상 살아 있는 교육이 아니다 .
2) 교육의 기능 : 선별과 통합의 조화
일반적으로 볼 때 다양한 교과교육을 통해 전인적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 학교의 주요 기능에 속하지만 ,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학교는 역사적으로 학생에 대한 선별화 , 차별화 기능을 성실히 수행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 특히 현대의 무한경쟁시대에서 학교의 학생 선별화 , 분리 기능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과 비중이 주어지고 있다 . 성적평가 , 자격증 및 졸업증과 같은 형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학생 선별화 현상은 우수인력을 선별 , 지원 , 양성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 예를 들어 학령별 평균학력을 성취하지 못하는 학생에 대한 적절한 교육적 대안 없이 이들에게 교육적 분리와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국내 일반 학교 내에 설치되어 있는 특수학급 제도 및 특수학교 제도 역시 위와 같은 맥락에서 다시 한 번 비판적으로 사유되어야 할 사안이다 .
이처럼 학교의 주요 기능에서 학생 ‘분리’ (Exclusion) 기능을 빼놓을 수 없듯이 학교가 갖는 학생 ‘통합’ (Inclusion) 기능 역시 제대로 실현되어야 한다 . ‘선별 / 분리’와 ‘ 통합’은 서로 반대개념이 아닌 , 없어서는 안 될 , 학교가 갖는 상호보완적 과제일 뿐이다 . 현대 교육의 특징인 개별화 교육 , 통합 교육 추세가 특히 국내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이유도 바로 국내의 각급 학교들이 학생을 선별화하기 위해 학생 통합 기능을 경시했기 때문이다 . 또 특수교육적 차원에서 통합교육을 주장할 때도 학교가 갖는 선별적 기능을 무시하고 막연한 통합만을 요구해서는 안 되며 현재 각급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장애인식 개선 교육 등을 통해 ‘심리적 통합’의 기반이 꾸준히 조성되어야 한다 . 이러한 미래의 교육을 위해 일선 교사들에게는 장애아동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이제부터 몇 가지 기본자세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
위와 같은 논의에서 볼 때 지금까지의 교육 , 즉 주로 아동의 인지적 능력과 규범적 특성에 따라 분리하여 교육하는 현 교육체제는 두 개의 교육적 현상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양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 하나는 규범적인 이성적 능력을 지향하는 일반교육의 경향과 이러한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보호 공간’ ( Schonraum ) 을 제공해 온 특수교육이라는 양극적 현상이다 . 이러한 교육 형태들은 제각기 장점도 있지만 , 극단적인 경우 다음과 같은 한계를 보인다 . 즉 일반교육의 규범지향과 능력지상주의는 학생들에게 심한 ‘심리적 위축’ ( psychische Verkr ü ppelung )( Feuser , 1996, 94) 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 이와는 달리 과도하게 보호되고 분리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특수교육은 소위 ‘장애’ 아동을 사회적 현실과 규범으로부터 단절시켜 , 그들의 의사소통 능력이나 전인적 인성발달에 제한을 가져오고 , 결국에는 ‘사회적 고립 '( soziale Isolation) 을 유발할 수 있다 .
타인의 ‘다름’ ( Andersheit ) 에 대한 인식을 우리들의 의식적 차원으로 날카롭게 부각한 현대의 철학자를 꼽으라면 레비나스 (Emmanuel Levinas) 를 들 수 있다 . 그는 다르고 낯선 것에 대한 인간의 심리적 경향을 설명하길 ,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마주하게 될 때 가능하면 빨리 낯섬을 제거하려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즉 내가 갖고 있거나 알고 있는 인지적 도식을 총동원하여 낯선 정보를 내게 맞도록 변형 , 적응시키려 하고 , 이를 위해 온갖 강제적 기제 ( 자기합리화 , 타자비하 , 타인에 대한 속단 , 성격에 대한 유형화 등 ) 를 총동원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 즉 자아화한다는 것이며 , 이런 과정에서 타인의 존재 및 고유성은 사라지고 , 존재론적으로도 비하되는 것이다 . 이런 폭군적이며 유아독존적 이성 작용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까지 타인을 있는 그대로 고유하게 인정할 수 없었다 . 레비나스는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은 결코 타자를 타인 전체로서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있으며 , 이해한다는 것은 고작 타인이 남기고 간 그림자의 흔적을 뒤쫓는 형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
장애아동 이해와 관련해서 얘기하자면 , 결국 우리는 장애아동을 우리가 이해하기 편한 대로 , 임의대로 금방 유형화해 버리고 , 속단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 그래서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 , 잠재력 , 또 다른 측면을 보기도 전에 금방 라벨링 (labeling), 즉 낙인화해 버리고 만다 . 우리들도 다른 사람이 우리 자신을 속단하기 원치 않는 것처럼 , 다른 사람들이 내가 가진 여러 가지 측면을 다 보고 인정하길 얼마나 원하는가 ? 또 다른 사람이 나를 제 3 자와 똑같은 유형으로 묶어 버리면 기분 나빠한다 .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 나만의 개성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 사람이라면 이런 욕구는 다 똑같다 . 장애아동들도 그렇게 도매금으로 취급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 통합이란 단어도 단지 이질적인 것을 뒤섞어 놓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시너지 효과를 봐야 한다 . 즉 서로 다르고 구분되는 집단 간의 만남을 통해 다름 속에서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고 이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관계를 형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 부부나 애인관계가 바로 그런 것 아니겠는가 ? 이것이 성격이 똑같은 사람끼리 살면 시너지 효과가 없는 이유이다 . 장애아동 통합도 일방적으로 주고받는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 만남과 어우러짐을 통해 기존의 이해와 가치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관이 만들어지면서 아동들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발전이 시작되고 , 이러한 변화는 후일 새로운 문화 , 새로운 사회 창출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2. 교육에 대한 미시적 접근 :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중심으로
1)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전제되어야 교육이다
유명강사의 학원 강습과 학교의 교과 수업의 궁극적인 차이점이 무엇인가 ? 학원강사는 교과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 예를 들어 과장되게 ) 칠판만 쳐다보고 그날의 진도를 달성해도 된다 . 즉 반드시 청강생과 상호작용 (Interaction) 을 전제할 필요는 없다 . 평균학업수준의 학생그룹을 가정하고 이를 위해 교과적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 이러한 교과지식과 교수-방법적 기술만 있어도 그는 명강사로 유명해질 수 있다 .
그러나 학교수업은 다르고 또한 달라야 한다 . 학교 교사는 교과 지식과 교수-방법적 기술 외에도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하기 위한 준비와 이에 대한 열의가 있어야 한다 . 학교 수업에서의 상호작용은 크게 두 차원으로 분류되는데 , 하나는 교과와 관련된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 이는 교사가 교과적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다양한 학생들의 학습수준과 관련하여 눈높이를 고려하며 전달내용과 방법을 조율하는 것을 말한다 . 즉 현재 수업내용과 전달방식이 학생들 개개인에게 유의미한가 ? 너무 어렵지는 않은가 ? 흥미를 느끼는가 등과 관련하여 학생들의 반응을 읽어내고 , 이에 맞게 적절히 자신의 교수방법적인 접근을 조율하는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 수업에서 또 다른 상호작용 현상은 학생들의 일반적 흥미 , 관심 , 희망사항 , 요구를 읽어내고 이에 적절히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 예를 들어 교사는 사전 계획하에 수업을 진행하지만 , 수업에서의 주안점은 수업목표 달성 외에도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기에 , 교사의 목표달성과 학생의 욕구충족이 상충할 경우 후자에 우선권이 주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 이는 특히 자신의 욕구를 주장하고 관철시키는 데 언어적 표현이 부족한 장애아동에게 더욱 그러하다 . 학습이란 배우려는 동기가 우선되어야 진정한 학습활동이 일어나고 , 이러한 내재적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정서적 만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수업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호작용의 여러 측면을 인식하고 , 이에 맞추어 아동과 적절히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교사의 전문적인 교육력이다 .
2) 학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절대적 수용이 교육이다
특수교육적 맥락에서 우리는 ‘절대적 수용’ (Acceptance) 이란 말을 자주 쓴다 . 특히 장애아동과 같이 객관적 능력이 평균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 , 우리는 입버릇처럼 장애아동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 그러나 이처럼 하나의 관용구가 되어버린 ‘절대적 수용’이란 말이 교육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번쯤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
한국적 맥락에서 볼 때 성인들은 ( 물론 과거 세대에 국한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 자기비판에 매우 익숙한 경향이 있다 . 자신의 능력 , 장점 , 특기보다는 주로 단점 , 못하는 것 , 부족한 것에 대해 더 익숙한 듯하다 . 남 앞에서 겸손하고 자기를 낮추어 말하는 , 즉 겸양지심을 강조하는 유교적 교육의 한 폐단인 자기비판 내지 자기비하적인 태도는 자신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교육적 활동에도 직간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 즉 자신이 아닌 남을 볼 때도 , 특히 여러 면에서 미성숙한 존재인 아동을 볼 때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우선 보는 경향이 있다 . 특히 장애가 있는 아동인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지는데 , 성인의 이와 같은 심리적 기제는 의식적으로 항상 반성할 필요가 있다 .
우리는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 이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찾아보고 , 또 가능한 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자신의 장점에 대해 많이 ‘알며’ , 그래서 성격의 긍정적인 면 , 장점의 특성에 대한 레퍼토리를 확장하면 할수록 , 우리는 남을 볼 때도 이런 레퍼토리를 근거로 더 많은 장점을 볼 수 있게 된다 . 동전의 이면처럼 , 모든 현상에는 이면이 있다 . 같은 현상도 보는 시각에 따라 부정적 혹은 긍정적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 예를 들어 ‘나는 매사를 쉽게 포기한다’는 성격도 ‘나는 매사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안 되는 것에는 미련을 갖지 않는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 이처럼 인간의 모든 현상은 보는 사람의 태도에 달렸다 .
성인들의 이러한 자기 사랑 , 삶에 대한 자기 긍정을 바탕으로 해서 지금까지 소위 별것 아닌 특징으로 보아 왔던 것도 장점으로 볼 수 있는 긍정적인 눈이 생기게 되며 , 특히 지금까지 부족하게만 보아 왔던 장애아동의 특성도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 . 바로 이런 시각이 교육에서 아동에 대한 ‘절대적 수용’을 의미한다 . 즉 ‘절대적 수용’이란 성인의 ‘ 자기애’를 바탕으로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에 교육을 하는 성인부터 자기 자신에 대한 , 나아가 인간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
나아가 아동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논리가 적용된다 . 자기를 항상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이 사람에게 별로 다가가고 싶지도 않고 , ─ 학습된 무기력의 결과로─나의 능력을 굳이 증명해 보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 나아가 나를 향한 그 사람의 행동과 말에 별로 영향이나 감흥을 받지 않는다 . 별로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 아동들도 마찬가지이다 . 오히려 나는 부족하지만 , 그런 나를 긍정적으로 봐주는 사람 , 나를 만나면 항상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사람에게 더 끌리고 , 그 사람에게만큼은 잘 보이고 싶어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 그러므로 아동을 있는 그대로 , 절대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 ‘솔직한 (authentic) ’ 긍정적인 인간상이 전제가 되며 , 이때 비로소 아동의 마음도 열리어 교사와 학생 간의 진정한 의미의 만남과 상호관계가 형성된다 .
3) 학생을 강화인인 칭찬 대신 있는 그대로 ‘ 되비추어 주는’ (Mirroring) 활동이 교육이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 어른의 칭찬 중에는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칭찬도 있는 반면 , 경우에 따라서 아이들을 어른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하는 칭찬도 있다 . 후자의 칭찬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아이들을 어느 정도 조정 (manipulation) 하기 위해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 그런데 교육현장에서 나타나는 칭찬의 경우 적지 않은 부분이 바로 후자의 경우처럼 아동에 대한 교사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인 조정 방편으로 쓰임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이런 칭찬의 기제에는 단순한 언어적 칭찬 외에도 , 음식물과 같은 강화제도 있고 , ‘참 잘했어요’와 같은 종이 스티커 배부도 해당되며 , 광범위하게는 성적표 , 각종 자격증 , 졸업증에도 ‘ 조정’이라는 칭찬의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해방주의적 교육론자들은 비판한다 . 특히 특수교육 현장에서 자주 보이는 소위 ‘ 문제행동’의 경우 , 이를 수정 및 소거하기 위해 칭찬이나 상 , 벌 등이 강화제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
여기서 우리는 교육적으로 유용하다는 ‘ 칭찬’의 의미에 대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 칭찬이 대상이나 상황과 무관하게 정말 긍정적 역할만 하는 것일까 ?
몇 해 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 이에 대해 어느 교육학 교수님이 “칭찬은 고래만 춤추게 하고 , 사람은 오히려 망친다”라고 한 말씀이 떠오른다 . 틀린 말이 아니다 . 칭찬이 앞의 후자의 경우처럼 아동을 세뇌하기 위한 기제로 쓰일 경우 칭찬은 사람을 망칠 수도 있는데 , 이를 교육의 본질과 관련지어 설명해 보자 . 한 아이의 행동 및 수행에 대해 교사가 거의 자동적으로 ‘참 잘했어요 ! ’ 라고 칭찬한다고 가정하자 . 이때 칭찬받은 아이는 매우 자랑스러운 나머지 앞으로의 행동에서도 교사의 기대에 항상 부응하여 칭찬받고자 할 것이다 . 즉 성인인 교사의 주관적 가치판단 ( 타율 ) 을 아동 자신의 행동 기준으로 삼게 된다 . 타율적 규범을 아동 자신의 자율적 결정 기준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윤리적으로 미성숙한 아동을 자율성을 신장해 자율적 · 독립적인 인간으로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보편적인 목표라고 할 때 다른 사람의 가치기준을 따르고 , 그 기준에 부합하고자 행동하는 아동은 절대로 자율적인 인간이 될 수 없다 . 진정한 인성발달이란 , 시도와 오류의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무엇이 올바른 행동인지 아동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 이때 교사의 지나친 칭찬이나 강화제로서 칭찬 기제를 사용하는 것은 결국 아동의 자율적 결정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며 , 타율적 인간을 만들어 낼 위험을 내포하게 된다 .
그러면 다음 제기될 질문으로는 교사의 주관적 판단에 의거한 칭찬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면 , 예를 들어 칭찬을 꼭 해야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가 ? 경우에 따라 교사 뒤를 쫓아다니며 칭찬을 받기 원하는 아이도 있다 . 이런 경우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 애너 프로이트 (Anna Freud) 나 액셀라인 (Axeline) 같은 아동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반추하라고 권한다 . 칭찬을 갈망하는 아이에게는 “네가 지금 선생님에게서 칭찬받길 원하는구나 ! ”라는 식의 되비추기로 충분하다는 것인데 , 반추해 주는 이러한 짧은 멘트에는 교사의 주관적 가치판단이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나아가 더 잘했다 , 아주 못했다 등 다른 아동의 수행 능력과 비교하는 칭찬 대신 예를 들어 “철수는 어제 사다리를 두 계단 올라갔는데 , 오늘은 네 계단이나 올라갔구나 ! ”라는 식으로 교사의 주관적 가치관을 배제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 자체로 아동의 수행 능력을 기술하고 반추해 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유의미하다 .
이때 유능한 존재인 아동은 교사가 항상 자신을 주시하고 있으며 , 자신의 발전된 모습을 인정하고 , 자신의 행동을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있다고 느낌으로써 서서히 아동 자신의 가치판단과 이에 따른 자율적 행동이 교사에게 수용되고 있으며 나아가 스스로도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다 .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동의 자존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 특히 특수교육 요구 아동의 경우 , 행동의 기준에서 남의 시선에 연연하기보다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여 자신감 있게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삶에서 소위 ‘겉으로’ 보이는 객관적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감이라고 할 때 , 장애로 인해 자신감이 위축되기 쉬운 특수교육 요구 아동에게 자신감을 신장 · 강화시키는 것이 특수교육의 주요 목표에 해당한다 .
이처럼 아동이 장애의 유무 , 장애 정도와 무관하게 자신감을 키워가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어른들로부터 완전히 수용되는 경험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 즉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의해 조정되거나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 아동 스스로가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고 , 자신의 희망과 욕구를 인식하고 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성인이라는 거울이 이를 되비추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
4) 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칭찬보다는 격려 , 즉 지지하기 (Holding) 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교사의 교육적 행위에서 아동에 대한 섣부른 개입이나 중재 혹은 지나친 칭찬보다는 아동으로 하여금 교사가 항상 옆에서 격려해 주고 있다는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도움이나 지지가 더 필요한 특수교육 요구 아동의 경우 이들의 능력에 대한 신뢰가 없는 성인들이 섣불리 도움을 제공하거나 심지어 도움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아동을 진정으로 위한다는 것은 아동이 필요로 할 때 언제나 스스로 교사에게 와서 도움을 요청하는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 이때 중요한 것은 지지하는 교사의 행위가 임의적 반응이 아니라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며 , 영유아기 모자관계에서와 같이 아동은 이러한 원초적 신뢰감을 바탕으로 바깥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된다 .
2절 중도 · 중복장애 교육학의 역사적 발전 : 독일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대변한다 . ’
-리차드 폰 바이체커 (Richard von Weizsäcker)2)
중도 · 중복장애 교육학은 특수교육학의 분과 학문 중 가장 최근의 것으로 , 그 이론 및 실천적 특징에서는 지적장애 교육학 , 지체장애 교육학 및 감각장애 교육학 (청각 및 시각 장애 등) 사이에서 교차적 위치를 차지하지만 , 역사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중도 · 중복장애 교육학의 ‘교육학적 근거’는 앞의 두 가지 , 즉 지적장애 교육학 및 지체장애 교육학에 기초한다고 하겠다 .
그러나 중도 · 중복장애 교육학의 학문적 위상 내지 학문적 정체성과 관련하여 , 중도 · 중복장애 교육학은 그 발달선상에서 영향을 받은 위 세 가지 분야의 장애인 교육학을 뛰어넘는 이론적 · 실천적 도약이 요청된다 . 장애인 교육학의 다른 분야에서 잘나가는 교수전략이나 새로운 전략을 얻어다가 이를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해 볼 요량만으로는 학문적 도약이 힘들다 . 아이들만 중도 · 중복장애이고 , 그들을 위한 교육이론은 남의 것을 얻어다 쓰는 식으론 중도 · 중복장애 교육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세울 수 없다 . 학문적 대상인 ‘중도 · 중복장애’가 갖는 인간학적 · 사회학적 · 심리학적 · 교육학적 · 정치적 특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에 기초한 지원 컨셉트를 세워 나가야 한다 .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 중도 · 중복장애가 있는 사람은 기존의 지적장애 및 지체장애 교육학에서 통용되는 장애규정이나 교수내용 , 교수방법으로는 이해하기도 , 교육하기도 어렵단다 . 특수교육계에 몇 십 년씩 종사하는 베테랑 교사들도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막상 가르치려면 고민이 많다고 한다 . 막연하단다 . 왜 그럴까 ? 그들이 특수교육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행동수정전략이나 교수학습방법을 몰라서는 아닐 것이다 . 그렇다면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특히 효과적인 , 색다르고 획기적인 교수법이란 게 있을까 ? 이들은 다른 학생들과 달라도 너무 달라 정말 또 다른 교수법이 필요한 걸까 ?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건 아니다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과 교육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의 장애관 , 교육관뿐 아니라 특수교육의 이론적 틀을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
<그림 1> 중도 · 중복장애 교육학과 특수교육학 분과학문의 관계도
통합교육이나 사회복지 체계 등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지원망이 빠르게 늘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중도 · 중복장애인이 여전히 변방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0년 국내의 전체 특수교육요구 학생 중 약 70% 가 일반학교에 입급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학생 통계에서도 제외된 채 (취학유예는 물론) 여전히 순회교육 대상으로 제도권 교육 밖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일까 ?
천부적 인권을 가진 복지사회구성원으로서 이들도 질적인 수업권과 교육권을 보장받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시 한 번 ‘패러다임 전환’을 하는 것이다 . 교수방법이나 공학적 지식이 난무하는 시대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우선 과제는 기능적 차원의 세세한 단기 목표 설정이나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고민이 아니다 . 왜 지금까지의 장애인관으로는 , 지금까지의 (특수)교육적 이상만으로는 중도 · 중복장애인을 제대로 , 평등하게 교육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장애인 교육이 지향하는 목적 , 교육받은 사람에 대한 인간상을 검토해야 한다 .
교과지식의 교수학습 , 지식의 전수도 교육활동에서 중요하지만 , 교육에서 주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교사와 학생의 관계이다 . 앞의 ‘교육이란 무엇인가’에서 언급했듯이 , 교사와 학생 간의 진정한 만남과 관계형성 없이는 올바른 교육도 있을 수 없다 . 그래서 교육은 관계적 (relational) 이다 .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관계를 잘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자기 행동에 대한 판단 , 즉 가치판단이 중요하다 .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매 순간 교사는 어떻게 행동해야 옳고 그른지에 대해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 그래서 관계는 윤리적인 (ethical) 것이다 . 교육이 관계적이고 , 관계가 윤리적이라면 교육 역시 윤리적이고 가치판단적이다 . 교육은 절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 즉 학생의 생생한 요구는 배제된 채 메마른 지식만 오고 가는 교실에서 , 학생의 진정한 교육적 성장을 위해 가치판단을 고민하지 않는 교사가 행하는 교육은 가치중립적이기에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아니다 .
그러므로 여전히 제도권 교육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 사회복지체계에서 다시금 이중으로 차별받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소외적 · 차별적 교육현실과 마주한 특수교육의 시급한 과제는 지식의 전수나 교수학습 방법이 아니라 , 아직은 관계적이고 윤리적이며 가치판단적인 것이어야 한다 . 우리의 인간상 , 교육상 , 장애관을 관계적 · 윤리적 측면에서 비판하고 , 선진화 시대의 산물인 통합교육 , 특수교육에 내포된 한계를 중도 · 중복장애와 관련하여 다시금 관계적 · 윤리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 그러기에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학의 학문적 정체성은 ‘아직’ 윤리적일 수밖에 없다 .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다음에서는 역사적 차원에서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교육 변화를 점검한다 . 유감스럽게도 국내에는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한 개념규정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 이에 대한 역사적 고찰 역시 기대하기 어렵기에 독일을 중심으로 시대 정치적 변화에 따른 교육적 발전을 고찰한다 .
2.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한 역사적 인식 및 처우의 변화3)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시대 문화적 배경을 근거로 고찰하고 , 나아가 이들에 대한 교육적 접근을 통시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집어보기 위해서 우선 이에 대한 세분화된 문헌이 필요하나 , 국내에 문헌이 부족하다 보니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문헌에 근거하여 기술하고 , 나아가 이들에 대한 교육적 접근 역시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비교적 일찍 시작된 독일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
중증의 지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에 대한 과거의 인식은 고대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 이들에 대한 처우는―그것이 단순한 양육 및 보호든 , 아니면 말살이든 간에―근대시대에 들어 시작되었으며 , 당시의 인본주의적 내지 비인간적인 시대정신에 따라 변해 왔다 . 이 밖에도 그들에 대한 처우를 규정지었던 것은 그 당시의 사회경제적 여건 , 사회정치적 분위기 , 국가의 권력구조 , 나아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는데 , 여기에는 당시의 종교적 윤리도 직간접적으로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
<그림 2> 중세시대에 정신질환자를 감금한 모습
유럽의 경우 고대시대에는 장애인이 절대적 신과 같은 특이한 존재로 인식되어 오히려 숭앙을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 신비주의적인 중세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들은 마귀사냥식의 몰살 대상으로 몰리기도 했다 . 그러나 과도기적 근세시기에 들어서 이들은 기독교 신자들의 ( 사이비- ) 박애주의적인 자선의 대상으로 , 또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에 힘입어 체계적인 보호를 받기도 했다 ( 이에 기초하여 19 세기부터 보호시설이 생겨났다 )(Schr ö der, 1982; v. Pawel, 1984).
<그림 3> 17 세기경 장애인을 묘사한 그림
<그림 4> 장애인에게 드는 비용에 대한 나치정권의 선전물 (Propaganda)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도 중증-지적장애인들은 여전히 ‘무가치한 존재’ , ‘인간형태만 갖춘 무생물체’ , ‘식물인간’ 등 극단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는데 (Pinel, 1801; M ü hl, 1991, 27 에서 재인용 ), 이처럼 그 당시 사람들은 그들의 인간적 속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 또한 이들의 교육 가능성은 아예 무시되기 일쑤였다 . 중증-뇌성마비 지체장애인들은 자기표현 능력이 부족하기에 지적 능력마저 무시되어 소위 ‘ 백치’로 인식되었고 , 그들의 ‘ 백치성’에 ‘ 추함’과 ‘ 기괴함’이 더해져 계몽주의 시대에는 당시의 이상적 인간상인 이성적 · 자율적 인간에 상반되는 모습으로 전락했다 . 이때까지만 해도 교육의 기회란 ‘정신적’ 능력이 기대되는 사람 , 자율적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에게만 부여되는 것으로 간주되었기에 이런 교육관에 의거해 중증장애인은 ‘교육 불가능한’ 존재로 인식되었음이 자명하다 . 이러한 인식을 대변하는 것으로 19 세기 데르마노프 ( Dermanow , 1798 - 1866) 의 진술을 들 수 있다 . 그는 당시 중증장애인들의 발달에 대해 ‘강박적이고 특이한 성격을 띠어서 외부에서 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며 , 그러기에 교육 행위는 그들의 천성에 반하는 것이므로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정 지었다 (M ü hl, 1991, 127).
유럽 내지 독일의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 ‘정신적으로 죽은’ 것으로 간주되던 백치들의 삶은 동물의 존재와 거의 동일시되었으며 , “특히 사회적 다윈주의 ( Sozial-Darwinismus ) 이데올로기에 의거한 인종차별주의에 따라 중도 · 중복장애인의 인간적 · 사회적 삶의 가치가 의문시되었고 , 당시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중도 · 중복장애인은 심각한 부담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Merkens, 1988, 55). 중증장애인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결국 곧이어 독일 나치정권의 제 3 제국을 통해 ‘살 가치가 없는 삶’을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 유대인 및 장애인 말살정책에서 특히 지적장애인과 지체장애인들이 우선 대상으로 지명되었다 . 그러나 이러한 ‘우생학적’ (eugenic) 사고방식은 이후에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유럽의 특수교육 실천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 중증장애인을 ( 교육 가능한 ) 다른 장애인들과 또다시 차별하며 교육 가능성을 직간접적으로 박탈했던 특수교육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
<그림 5> 시각장애인을 고용한 솔 공장
이처럼 인간의 학습 가능성에 대해 특수교육 내에서도 장애유형에 따른 위계질서가 존재했음을 역사적 사실이 증명해 주고 있다 . 감각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 ,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들은 , 비록 그들도 사회적으로 완전히 통합되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 ‘ 장애보상적인 ’ 다른 능력들로 인해 , 그리고 이미 18 세기 농맹교육에서 증명된 그들의 (기능적 · 경제적 ) 유용함 덕분에 이들은 ‘백치’(중증 지적장애인)나 지체장애인에 비해 ‘인간적 가치’라든가 ‘교육 가능성’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더 인정을 받았다 .
<그림 6> 1930 년대 시각장애인을 고용한 직조공장
장애인 중에서도 특히 중증장애인에 대한 위와 같은 병리적 시각 , 나아가 그들의 교육 가능성에 대한 절망적 시각은 어디에서 연원하는 것일까 ? 필자의 견해로는 특수교육이 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수-방법(이론과 실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한 , 나아가 특수교육이 (일반 교육에서처럼 ) ‘지나치게 높은 교육적 이상과 인간상’을 추구하는 한 , 경제적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한 중증장애인에 대한 온갖 수난과 박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
근대에 들어 독일의 경우 구겐뷜(Guggenbühl , 1816 - 1863), 게오르겐스(Georgens, 1823 - 1886), 다인하르트(Deinhardt, 1821 - 1886)등이 중증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건립하고 개별적으로 교육을 시도했지만 , 위와 같이 교수-방법의 부재 , 그리고 당시의 지배적인 인간상에 의해 이들의 교육적 시도는 결실을 보지 못하였고 , 이들 기관 역시 중증장애인을 단순히 보호하고 양육하는 기능만을 수행했다 . 위의 학자들이 중증-지적장애인에게 적용 · 시도했던 방안 역시 교육적이라기보다는 세강식의 ‘생리학적 방법’인데 , 이러한 접근의 잔재는 오늘날의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방법 중 진 에리스 (Jean Ayres) 의 감각통합적 접근이나 프뢸리히 (Fröhlich) 의 ‘ Basale Stimulation ’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M ü hl, 1991, 128). ‘생리학적 방법’이 목표로 했던 것은 중증장애인들의 현 상태를 개선하고 ,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생명권과 교육권을 인정받기 위함이었지만 , 감각-물리적인 실증적 접근을 통해 중증장애인의 총체적 발달 가능성을 증명하고 , 근거 짓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이 자명하다 .
중증-지체장애인의 교육과 관련하여 처음 생겨난 기관으로 ‘정형외과 병원’ ( orthop ä dische Kliniken ) 이나 ‘산업학교’ ( Industrieschule ) 를 들 수 있는데 , 이 기관들이 현재 지체장애아 학교 및 지체장애아 교육학의 원조라 할 수 있다 . 그러나 이러한 교육 기관 역시 설립 당시부터 해당 장애아동들에 대한 교육 효과를 외부에 입증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렸기에 초창기에는 중증의 지체장애아동들을 받지 않았다 . 중증-지체장애아들은 나아질 기미도 없으며 , 교육적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지배적이었기에 그들은 학교 대신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
특수교육관련 기관의 이러한 이중 차별 현상은 단순히 학교뿐 아니라 20 세기 초 설립된 ‘지체장애인 총연합회’인 ‘ 오토-페를-분트 ’ (Otto-Perl-Bund) 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해당 장애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민간단체이지만 , 당시 잔재해 있던 우생학적 이데올로기와 공리주의적 사고의 압박하에 사회적 거부감을 염려하여 협회는 자체적으로 중증-지체장애인을 배제하기도 했다 . 개괄하자면 중증 및 경도 지적장애아를 모두 입학시켜 통합교육을 실시하던 당시의 지적장애아 학교에 비해 지체장애아 학교에서는 중증-지체장애아에 대한 인식이 더 차별적이었고 , 이들에 대한 통합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
다른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과 마찬가지로 , 독일 중도 · 중복장애아를 위한 교육 역시 해당 부모들의 자조활동에 힘입어 시작되었다 . 이들의 활동 덕분에 당시 ‘지적장애 교육계’와 ‘지체장애 교육계’가 중도 · 중복장애아동과 청소년의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 1970 년대 중반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계획할 수 있었다 . 물론 이미 1950 년대 말부터 해당 부모들은 ‘지적장애인부모연합회’ ( Lebenshilfe f ü r Geistigbehinderte e.V. ) 를 통해 자녀들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거주와 요육’을 요구해 왔다 . 즉 중증장애인을 보호시설로 보내는 대신 가족 곁에서 돌보기 위한 제반 사항을 정책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M ü hl, 1991, 131). 이와 비슷한 시기에 독일 전역에 다양한 교육적 노력이 활발해졌는데 , 한 예로 쿠널트 (Kunert) 는 쾰른시의 지체장애아 초등학교에 중증-뇌성마비지체장애아동을 통합하는 등 많은 교사와 부모들의 노력에 힘입어 기존의 여러 특수학교에 중증장애아동이 입학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
<그림 7> 삶의 기쁨
그러나 제 2 차 세계대전 이후의 혼란기에 중증장애아동들의 교육권을 보호하는 교육 법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 제 2 차 세계대전 이후 1970 년대까지도 특수교육계는 특수학교 수를 늘리고 교원 수를 확충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 나아가 나치정권 때 장애인 학살문제를 교육적으로 소화해 내고 , 특수학교 존립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법적 문제 등으로 부심하고 있었다 . 이러한 부산함 속에서 특수교육계는 우선 경도장애 학생에게 적합한 수업을 고안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 그 결과 독일의 지적장애아 교육은 영미언어권 및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특수교육이론을 수용하였다 . 이에 반해 독일의 지체장애아 교육은 일반교육학의 교수학습이론을 나름의 교수이론으로 발전시켰다 .
현재 독일 지체장애아학교 구성원도 국내처럼 초기의 모습과 달리 점점 더 많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로 이루어져 가고 있다 . 이에 따라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도 초기의 일반학교 교육과정 노선에서 벗어나 학습장애학교 및 지적장애학교를 위한 교육과정을 병용하고 있으며 , 1985 년 이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다 .
앞서 언급한 대로 제 2 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교육 가능성이 인정되고 법적으로 쉽게 보장받은 것은 아니었다 . 부모자조 협회의 노력과 뜻있는 교사들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일선 특수교육 현장은 그들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 독일의 정치적 · 법적 여건이 변했음에도 학교현장은 1970 년대까지도 여전히 1938 년 나치정권의 ‘제 3 제국 의무교육법’ ( Reichsschulpflichtgesetz ) 에 준하여 중도 · 중복장애아동들에게서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었다 . 1948 년 UN 이 세계인권선언에서 모든 인간의 평등성 ( 제 1 조 , 제 2 조 ) 과 모든 인간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함을 ( 제 26 조 1 항과 2 항 ) 천명하고 , 1949 년 입법된 독일 헌법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국가권력이 이를 위해 책임져야 함을 규정했으나 , 전후 독일의 현실은 중도 · 중복장애인의 사회복지 및 교육정책 사안에까지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
위에서 언급한 ‘제국의무교육법’ (1938) 에는 “기초학업수행 기술 ( 읽기 , 쓰기 , 연산 등 ) 을 습득할 수 없는 자는 교육 불가능하고 , 그러므로 의무교육에서 제외된다” (Begemann, 1978, 14) 라고 명시되어 있다 . 이 법안에서 말하는 ‘교육 가능성’은 곧 학교에서의 ‘학업수행 가능성’과 동일시되는데 ,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 학교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곧 학업수행 능력이며 , 교육 능력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
이에 대해 베게만 (Begemann) 은 비판적으로 ‘ 학교교육’만이 ‘ 교육’의 전부가 아니므로 교육을 제도권 교육인 학교교육만으로 축소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으며 , 교육이란 모든 형태의 학습과정을 다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그런 의미에서 교육계에서부터 먼저 ‘모든 인간은 다 학습 가능하고 , 그러므로 교육 가능한 존재’로 보는 , 인간존재에 대한 인간학적 입장을 공고히 해야 하며 , 이러한 교육적 사유 속에서는 ‘교육 불가능’이란 개념은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15). 중도 · 중복장애아처럼 단지 ‘학교 학업수행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도 그들의 교육권을 보장받고 ‘교육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이 지향하는 목표나 요구조건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고 , 학교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
1960 년대 말부터 1970 년대 들어서 독일의 교육계는 영유아를 위한 조기교육 기회를 다각도로 확장하기 시작했고 , 이에 편승하여 제도권 교육 시스템으로 유입되는 중도 · 중복장애유아의 수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 기존의 교육적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이들이 학교 교육권에 들어오면서 특수교육계는 난처해지기 시작했다 . 즉 당시 시대는 여전히 기존의 교육규범 및 교육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에게만 학교 교육권과 학습권을 허용하는 분위기였고 , 나아가 당시 학교 교육의 이론 역시 학생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학교교육 능력’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었다 .
당시 중증-지적장애아 부모 자조연합 ( Lebenshilfe ) 이 1976 년 개최한 전 독일협의회에서 천명한 다음과 같은 지극히 일반적인 결정요구사안 등으론 이들의 교육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 “원론적으로 ‘ 교육가능성’으로부터 출발하여 ( … ) 중증장애아동들이 지적장애아 학교 등에서 교육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 이때 이들의 특별한 교육적 요구를 고려한다 . ” (1976, 133). 즉 학교현장의 인적 · 물적 자원 측면뿐 아니라 교수 방법적으로도 이들의 입학을 반길 수 있는 준비된 분위기가 아니었으며 , 이들의 ‘특별한 교육적 요구’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 이에 덧붙여 당시의 지체장애아 교육계가 천명한 공식적 요구사안은 더욱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 “지체장애아 교육학은 단지 제도권 교육 및 지체장애아 학교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입학시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지금까지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 ” (v. Pawel, 1977, 75).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 각 주에 학령기 아동 중 중도 · 중복장애아동이 차지하는 비율과 그들의 장애 유형이 통계 수치로 드러나자 이들을 위한 교육이론의 구안에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하면서 , 1970 년대 말부터 이들의 교육 및 학습 능력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 중도 · 중복장애인들의 삶의 세계를 포착하기 위한 인간학적인 연구가 시도되었다 . 또 중도 · 중복장애아동이 산발적으로 입급된 특수학교에서는 나름대로 교육안을 구안하여 실천력을 실험하기도 하였다 (Fröhlich, 1972).
이러한 노력과 병행하여 중도 · 중복장애인들의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또한 기존의 특수학교 입학 규정 개정이 필요했다 ( 물론 주마다 교육정책이 상이하고 , 구동독과 구서독 간의 교육정책 차이로 인해 공통적인 개정 경향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이와 관련하여 1970 년대부터 구서독의 각 주들은 특수학교 존립을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지체장애학교 및 지적장애학교의 입학규정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 여기에는 ‘최소한의 수준’이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는 학령기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입학이 거부될 수도 있는 결과를 초래했다 . 이러한 특수학교 입학규정은 1978 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처럼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인정하면서 수정되어 갔으나 , 주마다 , 학교마다 이를 달리 적용하고 있었기에 ‘ 입학권 완전 보장’이 요원했다고 할 수 있다 .
이와 같이 그 당시 주마다 다소간 달리 적용되던 학교법령은 결국 중도 · 중복장애아동이 의무교육권에서 제외되고 , 학교 입학도 유예할 수 있게 되어 이들 제도권 교육의 기회가 박탈될 수 있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었고 , 심지어 자를란트주의 의무교육법령에는 이러한 교육기회 박탈이 공식화되어 있었다 . “ ( … ) 의무교육법령에서 말하는 교육 불가능한 자란 , 언어를 통해 관계를 맺지 못하는 모든 아동 및 청소년을 지칭한다 . 이들은 학교뿐 아니라 특수교육적 지원을 통해서도 유의미한 활동이나 사회적 적응을 실현하기가 불가능하다고 간주된다” ( 자를란트주 의무교육법령 제 13 조 , 1985 년 5 월 22 일 통과 , 라흐비츠 ( Lachwitz ) 에서 재인용 1991, 320). 이 법령이 제시하고 있는 ,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교육 능력으로서의 ‘최소수행 기준’이란 윤리적 · 인간학적 측면에서 심각하게 문제시될 수 있다 . 소위 ‘언어를 통해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이 오직 중도 · 중복장애아동들뿐일까 ? 비장애인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언어를 통한 관계 맺기에 능숙하지 못한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 또 소위 ‘유의미한 활동을 실현한다는 것’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
위와 같은 법령에 내포되어 있는 기준들은 사실 상위법인 ‘ 주교육부장관상임회의 ( Kultusministerkonferrenz , KMK) 의 제안서’ 내용과 상충된다 . “지적장애인은 누구든지 장애의 정도 및 종류와는 무관하게 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한다” (1979 년 2 월 9 일 통과 ). 그럼에도 구서독의 모든 주에서는 당시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취학의무를 거부하거나 , 취학유예를 통보할 수 있었고 , 그 결과 중도 · 중복장애아동 및 청소년은 아무런 교육적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중증장애인보호소나 정신병원으로 보내졌다 . 북부독일 주연방의 대부분은 현재까지도 , 윤리적 이유가 아닌 경제적 원리에 입각하여 특수학교 입학규정을 수정하지 않고 있는데 , 예를 들어 니더작센주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아동이 입학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기에 그 대안으로 타게스빌둥스 슈테테 (Tagesbildungsstätte, 영어 번역 : daycare center) 에서 요육차원으로 보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
중도 · 중복장애인들의 교육이론 구안을 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교육적 요구가 무엇인지 규정해야 하며 , 이를 인간학적으로 논의한 학자로 우선 베게만을 들 수 있다 . 그는 인간 존재의 신체성 ( Leiblichkeit ) 내지 신체와 정신의 통일성에서 출발하여 ,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 필요성과 교육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나아가 교육이란 개념을 좀 더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인간학적 · 교육적 기본 조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교육이란 개념은 다음과 같이 설명 내지 해석되어야 한다 . 즉 교육이란 단지 개개인의 생물학적 가능성 안에서 일어나는 성취 및 실패의 과정에만 천착하지도 않고 , 나아가 인간의 정신적 행동양식만을 강조하는 것이 되어서도 안 된다 . 교육은 인간의 사회 · 심리 · 신체적 통일성을 전제로 하며 그 목표 설정에도 매우 개방적이어서 인간의 행동을 특정한 교육수준으로 얽어매지 않는데 , 즉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성취할 수 있는 것으로 교육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Begemann, 1977, 89). 그에 따르면 교육의 개념에는 인간의 근본적인 (basal) 신체성 및 사회-문화적 삶의 맥락이 포함되어야 한다 . “교육을 위한 기본 전제란 결국 다름 아닌 다음 두 가지이다 . 즉 인간으로 태어난 자는 누구나 그가 속한 인간사회로부터 어떠한 조건도 없이 평등한 존재로 간주되어야 하며 , 나아가 이러한 삶의 공동체에서 동등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도움과 지원을 받아야 한다 . ” 베게만이 주장하는 , 매우 높은 윤리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론 학교교육에 대한 관계 법령도 중요하지만 ,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교사들이 이러한 교육적 마인드를 내면화하는 것이리라 . 하지만 중도 · 중복장애인과 함께하는 실제 교육현장에서 평등성에 대한 이러한 기본 조항을 항상 염두에 두기란 힘들지도 모른다 . ‘중도 · 중복장애인들이 갖는 사회적 의존성’ (Hahn, 1981) 의 막대한 비중으로 인해 베게만이 주장하는 균형감이나 평등성에 대한 의식이 결국은 중도 · 중복장애인들을 위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독일에서는 1960 년대 이래 지적장애아 교육계에서 학습지진 학생들을 위해 수업이론을 구안해 왔지만 중도 · 중복장애아동까지 포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즉 중도 · 중복장애아동들에게 적합한 수업이론 및 교수학습 이론으로 내세울 것이 없었기에 학령기 중도 · 중복장애아동들을 입급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M ü hl, 1991, 132).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적합한 지원방법이나 이론을 개발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존의 방법들 , 즉 학습관련이론 , 행동치료 및 물리치료 이론을 이들에게 적용하여 그 효과성을 검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 이러한 과정에서 중도 · 중복장애인들의 ‘할 수 없음’이나 ‘ 무능력’이 그들의 학습 가능성보다 더 크게 부각되는 결과가 초래되었고 , 이 시기에 기술된 그들의 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블랙리스트’ (Ruoff, 1979) 는 오늘날 중도 · 중복장애인들 교육에서 증명되는 많은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듯하다 .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블랙리스트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던 중도 · 중복장애아동에 대한 교육적 시도를 ( 교육 가능성의 ) 끝까지 가보는 한계선 체험으로 여겼으나 , 사실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에 대한 문제는 본질적으로 특정 교수이론에 의거한 ( 가르칠 수 있느냐 없느냐 등 ) 효과성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은 일차적으로 매우 인간적인 사안 , 즉 ‘ 인본적인 받아들임 ( 수용 ) ’의 문제 , 나아가 이를 통한 ‘관계 ( Beziehung ) 의 실현’ ( 대화 ) 에 대한 문제이며 , ‘교육 ( Erziehung ) 의 실현 여부’는 그다음 사안이 된다 .
1970 년대 독일 특수교육의 역사 속에서 중도 · 중복장애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처음 시도한 학자로 안드레아스 프뢸리히 (Andreas Fröhlich) 를 꼽을 수 있다 . 그는 1978 년 중증-지체장애인들의 상황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발표하며 그들의 학교교육 필요성을 제시하여 주목을 받았는데 , 이후 베게만이 연구 책임을 맡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란트슈툴 / 팔츠 지방에서 첫 시범학교 연구를 수행하였고 , 이 연구를 통해 그는 중도 · 중복장애아동에 대한 최초의 학교관련 지원 컨셉트인 ‘기초적 자극 (Basale Stimulation) ’을 탄생시켰다 ( 이에 대해서는 제 5 장을 참조할 것 ). 즉 시범학교 연구 직후 그는 생리학적 · 심리학적 · 교육학적 이론의 다양한 차원을 조합하는 식으로 통합적인 발달 및 지원 컨셉트 하나를 이론적으로 구성하였는데 , 이 컨셉트는 실천현장을 지향한다는 점과 프뢸리히 자신의 열성적인 강연과 저술을 통해 지체장애아 교육 및 지적장애아 교육에서 많은 호응을 받았다 . 물론 프뢸리히의 기초적 자극 컨셉트를 구성하는 이론들이 학문적으로 철저히 논의 ,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 어쨌든 그는 실천가로서 당시 중도 · 중복장애인들은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한 중요한 증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 프뢸리히의 ‘기초적 자극’ 컨셉트는 특히 중도 · 중복장애인을 위해 구안된 것으로 , 지체장애아 교육계에서 당시 약물치료 외에 기능적 훈련 및 물리치료법 ( Bobath , Vojta) 다음에 등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당시 지적장애아 교육계에서는 행동주의적 학습이론과 행동치료적 접근을 기초로 하여 행동수정 컨셉트 ( 예를 들어 ‘실용적 훈련’ ) 가 주를 이루었다 (Adam, 1978; Kane & Kane, 1976; Richter, 1980).
1976 년 포이저 ( Feuser ) 는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에 대한 ‘ Basisp ä - dagogik ’ ( 기본교육학 ) 이라는 명칭으로 이론적 틀을 잘 갖춘 컨셉트를 발표한다 . 그의 컨셉트는 이론적으로 유물론적 장애인 교육학 (Jantzen) 과 발달심리학 ( Leontjew , Piaget, Spitz) 을 박진감 있게 연결하며 , 최근에는 시스템이론 (Jantzen, Maturana & Varela) 을 추가하여 ‘통합적 교육학’으로 확장시켰다 . 포이저의 이론은 후일 지체장애아 교육계에 종사하던 제자 프라샥 (Praschak) 이 계승하여 ‘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감각운동적 협음 ( Sensomotorische Kooperation ) ’ 컨셉트 (1989) 의 이론적 바탕으로 삼았으며 , 나아가 프라샥은 피아제의 발생론적 구조주의와 생물학적 시스템 이론을 연결하여 자신의 이론을 확장하고 있다 .
1980 년대 초 지적장애아 교육계에서는 브라이팅거 (Breitinger) 와 피셔 (Fischer) 가 인간학적 컨셉트인 ‘기초적 활성화’ ( basale Aktivierung ) 을 구안하였는데 , 여기에서는 교육이 ‘삶을 학습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 프뢸리히가 수행한 란트슈툴 지방의 프로젝트 연구에 뒤를 이어 지적장애아 교육계에서도 여러 프로젝트가 실시되었는데 , 쾰른에서는 드레어 (Dreher) 의 주도로 (1986), 뷰르츠부르크 (W ü rzburg) 에서는 페퍼 (Pfeffer) 가 책임자로 (1988), 뮌헨에서는 슈펙 (Speck) 과 슈트라스마이어 ( Strassmeier ) 가 공동책임자로 (1990), 그리고 자를란트에서는 클라인 (Klein, 1990) 이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 지체장애아 교육계에서는 쾰른 대학교와 공동으로 ‘ 지체장애아’라는 연구모임이 결성되었다 (1988). 이러한 프로젝트에서는 장애 당사자들의 상황 분석 외에도 교육이론을 구안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 프로젝트에 따라 문제설정 이유가 각기 달랐지만 , 공동 관심 사안은 ‘ 의사소통’이라 할 수 있다 . 당시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이 바로 학생과 교사 간의 의사소통 어려움으로 점철되어 있었기 때문이며 , 의사소통 장애로 인해 교사들은 금방 소진현상을 겪게 되고 , 결국 장애인들이 소외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 Strassmeier , 1990). 지난 10 여 년간 이루어진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 및 지원 컨셉트 개발이 바로 이러한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는데 , 초창기의 지원 이론인 ‘ Basale Stimulation ’ (Fröhlich), ‘ Basisp ä dagogik ’ ( Feuser ), ‘ Basale Aktivierung ’ (Breitinger & Fischer) 등이 인간의 ‘ 신체’를 주로 생리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며 지각 및 발달현상에 중점을 둔 반면 , 후발 주자인 최근 10 년 동안의 이론들은 대화적 특징을 지닌 컨셉트라 하겠다 . 특히 당시 중도 · 중복장애인이 주로 거주하던 시설을 위해 치료적 · 교육적 이론들이 구안되었는데 , 이들은 주로 게슈탈트심리학의 영향을 받아 신체-영혼-정신의 통일성 및 신체성 차원을 강조하고 있다 ( Besem & Van Vugt , 1988, 1991; Fikar, 1987; Fikar & Fikar, 1991; Kern & Klostermann, 1988, 1990). 여기에서 인간의 신체는 ‘접촉의 창구이자 세계로 향하는―혹은 세계로부터 회피하는―출구’ (Dreher, 1991, 63) 로 해석되는데 , 특히 중도 · 중복장애인과 보육자 간의 ( 의사 ) 소통 불능을 일깨우기 위한 이러한 지원 컨셉트는 실천적 방법으로서도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 또 Basale Stimulation, Basisp ä dagogik 및 신체성을 강조하는 치료 컨셉트에 내재된 이론적 시각은 후일 독일 지적장애아 교육계의 신체현상학적 이론 ( Fornefeld , 1989; Pfeffer, 1988; Stinkes , 1991) 을 통해 보완 ·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신체현상학적 교육자들도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상황을 관계의 단절로 규정하며 장애당사자들의 삶의 맥락을 철저히 고려하며 교육적 사유를 전개하고자 한다 .
움직임과 관련된 치료 컨셉트로는 보바스 ( Bobath ) 나 보이타 (Vojta) 식의 전통적인 물리치료 외에 ‘심리운동적 지원’ (Kuntz, 1991) 및 ‘작업치료 기능훈련’ (Hoffmann, 1991) 을 들 수 있다 . 이와 더불어 1990 년대 지체장애아 교육계에서 회자되던 컨셉트로는 헝가리 및 영미언어권에서 유행하던 피토 ( Petoe ) 의 ‘ Konduktive P ä dagogik ’을 들 수 있는데 , 이는 헝가리 의사인 안드레아스 푀토 (Andreas Petoe, 1893 - 1967) 가 뇌성마비 지체장애아동을 위해 구안한 치료법이지만 , 의학적 · 생리적 치료법이기보다는 오히려 지체장애아동들에게 자립성과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총체적 교육이론으로 간주되었다 . 그러나 이 컨셉트를 구성하는 이론의 정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점이 비판을 받으며 , 특히 중도 · 중복장애유아를 위한 적용 가능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
구 동독지역에서는 이미 1977 년 트로기쉬 ( Trogisch ) 부부가 ‘요육지원’ 컨셉트를 구안하였는데 , 이는 오늘날 주거시설이나 보호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중도 · 중복장애인 지원과 관련된 다른 기관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 특히 프뢸리히의 ‘통합적 발달지원’이라는 교육 컨셉트에도 수용되어 있다 .
포겔 (Vogel) 은 태아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중도 · 중복장애인을 위한 음악치료 이론을 구안하였는데 , 공격성을 감소시키거나 안정시킬 때 , 나아가 휴식이완을 위한 자극제로 음악을 적용한다 (Vogel, 1991, 200). 특히 포겔이 구안한 ‘태아기 공간’에서 음악치료가 이루어지는데 , 중도 · 중복장애인은 물침대와 푹신한 방석으로 채워진 공간에 누워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마치 출생 전 시기로 되돌아간 듯 태아기의 아늑한 체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Theunissen, 1991, 300).
리히텐베르그 (Lichtenberg) 가 구안한 미술치료 (1979) 는 예술적 · 미학적 수단으로 중도 · 중복장애인 , 특히 집단시설에 사는 중도 · 중복장애인의 감수성을 일깨우려 한다 . 이와 비슷한 것으로 중도 · 중복장애인에게 특별한 체험 세계를 제공하는 , 여가적 컨셉트인 네덜란드의 스노젤렌을 들 수 있다 . 국내와 마찬가지로 스노젤렌은 독일에서도 신생 치료법으로 치료시장에 선을 뵈고 있어 유감이다 ( 이숙정 , 2005b). 스노젤렌이란 말 자체는 ‘졸다 , 맛보다 , 냄새 맡다’의 뜻을 나타내지만 , 실제 현장 실천에서는 “인공적인 환상세계를 통해 우선 다양한 감각적 체험을 일깨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그러나 이때 제공되는 세계가 과연 스노젤렌의 구안자인 애드 페어호일 (Ad Verheul) 이 주장하는 것처럼 , 진짜 중도 · 중복장애인의 세계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인 듯하다” (Theunissen, 1991, 301).
토이니센 (Theunissen) 은 중도 · 중복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의 대거 등장과 호응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며 , “ 중도 · 중복장애인을 그저 신체적 방법으로 지원하거나 , 그저 몇 시간 안락한 시간을 제공하며 그냥 느끼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그들의 일상세계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300) 라고 한다 . 중도 · 중복장애인들도 자아발전과 자아실현을 해야 하며 , 이를 위해 단순히 그들을 인정하거나 감각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 그들도 바로 교육이 필요하다 . 교육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인식하는 가운데 자기 삶을 완성하는 것을 전신으로 배워야 한다 .
독일에서 지난 10 여 년간 구안된 중도 · 중복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치료 및 지원 컨셉트는 우선 그들의 여러 삶의 맥락 ( 원 가정 , 조기지원센터 , 학교 , 거주시설 , 직업훈련소 , 정신병원 등 ) 과 관련지어 생겨났다 . 나아가 이러한 컨셉트는 이론적 완성도나 현장 실천력 면에서 매우 차이가 나기에 이들을 상호 비교하기도 어렵고 , 또 한 예로 신체성을 강조하는 컨셉트가 목표로 내세운 것은 서로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
지금까지 소개된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 컨셉트의 발달사는 결국 긴 탐색 과정을 의미하며 ,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물론 지금까지는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에 대한 메타 이론적 차원보다는 방법적 차원에서의 탐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 .
앞서 언급했듯이 독일의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논의 및 컨셉트는 주로 지적장애아 교육계와 지체장애아 교육계에서 구안되었으며 , 이를 양쪽으로 나누다 보면 , 특히 인식론 차원에서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 지적장애아 교육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에 대해 주로 인간학적 규정이나 게슈탈트 심리학적 이론을 내세우며 , 신체현상학적 컨셉트를 탄생시킨 반면 , 지체장애아 교육에서는 운동성 및 감각성 관련 치료-지원 컨셉트가 주를 이룬다 . 이는 물론 양대 교육계의 원론적인 특징이라기보다는 단지 지금까지의 경향만을 나타낼 뿐이다 . 그 반대 현상으로 예를 들자면 , 현재 지체장애아 교육계 학자인 탈하머 (Thalhammer), 슈마이헬 (Schmeichel) 은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을 인간학적으로 논의하며 , 역으로 지적장애아 교육계에서는 포이저나 그의 제자 프라샥이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을 감각지각 이론 및 발달적응 이론으로 구안하고 있다 . 결국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에 대한 이론구성은 각 학자들의 학계 소속보다는 그들의 학문적 · 인식론적 배경에 따라 달라짐을 알 수 있다 . 하지만 어쨌든 양 교육계가 드러내는 이러한 경향성의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 중도 · 중복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일까?
마지막으로 포르네펠트의 논지를 빌려 독일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의 현 실태를 인간학적 · 비판적 관점에서 고찰해 보자. 교육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한 단순 감각적 · 말초적인 태도, 즉 기계적인 태도(rezeptiver Umgang)이다 . 예를 들어 교사가 일과 시간표에 ‘의사소통’ 과목이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몸을 억지로 붙잡아 놓고 , 그의 뜻과는 무관하게 ‘기초적 의사소통 (Basale Kommunikation ) ’ (Mall) 을 시도한다면 ? 혹은 게슈탈트 심리학 컨셉트에 따라 , 학생의 뜻과는 무관하게 학생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자신의 언어 , 자신의 몸에 직면하도록 강요한다면 ? 이것은 교육이기보다는 기계적인 태도에 불과하다 . 또 ‘ Basale Stimulation ’ 수업을 한다는 명목하에 몇 개월 동안 계속 같은 방법으로 중도 · 중복장애학생에게 감각적 자극만 제공하는 교사 역시 기계적이며 , 이러한 태도로는 결코 기초적 감각 자극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아동과의 ‘ somatic dialog ’ (Fröhlich) 에 들어설 수 없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특수교사들이 중도 · 중복장애학생에 대한 섭식과 신변처리를 보조원에게 떠넘기는 경향이 있는데 , 이는 식사지원과 신변처리 활동 등 매우 밀접하고 원천적인 활동 중 포착될 수 있는 인간적 접근기회를 놓쳐버리는 셈이다 .
이러한 교사들의 태도는 결국 중도 · 중복장애학생에 대한 홀대이자 심적인 거부감의 표현이며 , 나아가 교수적 창의성 등 전문성 결핍에 중도 · 중복장애학생들에게서 보이는 낯섦 , 타자성에 대한 불안함과 무기력함을 의미한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을 대하는 이러한 말초적 · 기계적 태도는 결국 특수교육계의 총체적 문제의 이면을 보여줄 뿐이다 . 기계적 태도는 단순히 교사 개개인이나 학생들의 중도 · 중복장애 등 외부적 원인 때문이기보다는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각 교실에서 쓰이는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지원 컨셉트가 이론적 · 메타 이론적으로 충분히 반성되지 않은 채 처방전 식으로만 쓰이기 때문이다 . 이러한 의미에서 디넬트 ( Dienelt ) 는 ‘교육학 이론이 급조 , 날조되고 있는 현재 교육학의 경향’을 비판하는데 (1989, 1), 바로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에서도 교육지원 컨셉트의 핵심이 의학적 · 심리학적인 치료적 접근으로 전도되는 경향이 있다 . 물론 치료와 신변처리에 대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지원 요구가 높기는 하지만 , 학교 교육에서는 정작 그들의 ‘교육적 요구’에 주목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또 앞서 언급했듯이 초창기 교육 컨셉트뿐 아니라 이후의 컨셉트도 이론적 완성도에서 매우 미약하고 , 학문 고유의 이해를 무시한 채 여러 이론을 단순 조합해 놓은 경우가 있다 . 그 결과 이러한 컨셉트에 내재한 요소들을 인식론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 인간학적으로 반성하는 절차가 생략되어 있어 , 이러한 컨셉트는 애매한 인간상 내지 문제시되는 인간상을 수반할 위험이 있다 . 쇤베르거 ( Sch ö nberger ) 는 이와 관련하여 “컨셉트를 구안한 이론가 중 대부분이 자신의 인간상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 자신의 이론에서와 마찬가지로 단지 함축적으로 암시만 할 뿐이다 . 결국 독자가 이를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추론해 볼 수밖에 없다” (1991, 11). 즉 컨셉트에서 말하는 개념이나 , 실제 적용과정 내지는 재료 등을 통해 내재된 인간상을 추론할 수 있을 뿐이지만 , 대부분의 컨셉트에서 도출되는 인간상 역시 매우 문제시된다 . 교육적 컨셉트가 자신의 인간상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 바로 그 인간상이 실천가들인 교사의 교육행위와 태도를 직접 결정짓기 때문이다 . 즉 교사의 교육적 판단 , 비판적 반성 , 자기반성 , 나아가 학생에 대한 태도 , 결국 교육적 사고와 행위 , 그의 ‘ 교육’을 결정짓는 것이 바로 인간상이다 .
드레어 (Dreher) 는 이미 1979 년 특수교사들의 교육관과 관련하여 , 사실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 “특히 중증 · 지적장애인과 대면하게 되는 교사들은 이들의 교육에 대해 타당하고 적합한 교육개념을 찾아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 본다 .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대면은 교사로 하여금 근본부터가 매우 다른 두 가지 학문 , 즉 의학과 교육학 사이에서 이원론적 사고와 행위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 교사는 한편으로는 소아의학의 신경생리적 이론과 대면하게 되고 ,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학의 범위에서 인문학적 · 사회학적 · 행동과학적 이론을 따르기 때문이다” (1979, 198).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교육에 대한 적합한 개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위의 두 가지 학문 외에 한 가지가 추가되어야 하는데 , 즉 심리학 ( 발달심리학 , 사회심리학 , 인본주의 심리학 ) 의 영향이다 . 이처럼 오늘날 특수교육은 다양한 학문적 영향을 받고 있으며 , ( 특수 ) 교육적 컨셉트 역시 다양한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구성되기에 , 한 가지 컨셉트에는 다양한 학문적 특성 및 규정이 내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 바로 이러한 이유로 현장 교사들은 컨셉트들 속에서 교육적 마인드 정립에 혼란을 겪게 되고 ,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계에는 무수히 많은 치료법과 지원법이 난립하고 있다 .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에서 , 위에서 드레어 (Dreher) 가 말한 대로 컨셉트의 난립 속에서 ‘적합한 교육개념’을 정립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에 , 학자들도 오히려 이론에 지친 듯 이론과 작별하고 , 그 대신 구체적 지원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 그 결과 쇤베르거가 ‘교육 및 치료방법의 전시장에서 올바른 선택을 위한 조언’이라는 글에서 언급하듯 (1991, 5), 오늘날 사람들은 ‘컨셉트 대신 방법을 , 이론 대신 적용’을 선호하며, 특수교육계에서는 복잡한 이론이나 교육적 사고가 점점 더 괄시받고 있다.
중도 · 중복장애인을 교육하는 교사 역시 시장에 나와 있는 지원법이나 지원 컨셉트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 그에 내재된 교육적 · 인간학적 한계나 교육적 가치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 오직 처방전식의 레시피 , 즉 가져가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것―그래서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에만 관심을 보이는데 , 이는 결국 특수교사의 교육행위가 치료로 변질되는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이러한 경향은 실제로 , 지적장애학교 및 지체장애학교에 근무하는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한 비공식적 설문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 즉 특수교사들도 ( 소위 고차원적인 ) 교육이론 ( Feuser , Breitinger & Fischer, Praschak, Pfeffer) 보다는 손쉬운 지원방안이나 치료이론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식처럼 명확하게 제공되는 지원방안이나 행동지침을 손에 쥐게 되면 특수교사들은 더 이상 힘들게 교수방법적인 분석이나 비판적 고민을 할 필요도 , 나아가 교육적 판단을 내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 그만큼 에너지를 절약하게 된다 . 하지만 이러한 식으로 접근할 경우 , 당사자인 중도 · 중복장애아동은 교사의 행위에 대한 ‘대상 (Object) ’ 으로 전락하고 만다 . 교육에서조차 치료적이고 기계적으로 접근할 경우 , 아동은 교육과정에 적극 수용되고 인정되어야 하는 주체, 나아가 자기실현을 위해 교육과정에 적극 동참하는 주체로 인정되지 못할 위험이 크다.
현재 독일 중도 · 중복장애 교육현장을 종합하면 중도 · 중복장애아동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자극하기 (stimulation), 다루기 (handling), 조정하기 (manipulation): 이러한 접근은 감각자극을 통한 지원 및 치료 컨셉트 , 행동치료 및 물리치료적 컨셉트에서 주로 보인다.
2) 아동에 대한 감성적 · 감정이입적 접근 : 이러한 태도는 게슈탈트 심리학적 지원 및 치료방안 (Baby-Talk, Body-Work, Basale Kommunikation ), 태아기 치료 ( Pr ä nataltherapie ) 에서 주로 보인다.
두 가지 접근 방식과 관련하여 우선 도발적인 질문을 해보자 . 위의 1)과 관련하여 , 위의 컨셉트에서처럼 우리는 과연 중도 · 중복장애아동들을 마치 ‘하나의 육신 덩어리’ 내지 ( 아메바 같은 ) ‘ 자극-반응-존재’로 다룰 권리가 있는가 ? 예를 들어 스노젤렌이 치료로 잘못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 스노젤렌 치료라는 명목 아래 스스로 피할 길 없는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인공적 감각자극으로 가득 찬 공간에 맡겨두어도 괜찮은가?
2)와 관련하여 , 우리는 과연 태아기 치료라는 명목 아래 직접 물어보지도 않고 중도 · 중복장애아동들을 소위 탄생 전 태아기 체험을 하게 할 권리가 있는가? 태아기 치료 후 보통은 그러한 체험과 경험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소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 중도 · 중복장애아동들에게 이러한 것이 가능한가 ? 또 한 예로 교사가 무턱대고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가슴에 올려놓고, 모자 간 애착 접촉을 통해 호흡대화를 시도할 경우 , 그 아동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위의 이러한 시도들은 자세히 보면 모두 교사나 치료사의 권력하에 일어나며 , 아동을 대상으로 삼아 아동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단지 이론적 지침을 따를 뿐이라는 명목 아래 이런 행위가 허용되고 정당화되고 있는데 , 물론 여기서 이론적 지침이란 것도 교육 이론이 아닌 , 생리적 · 심리적 이론에 기초하고 있을 뿐이다 . 이러한 식의 지원이나 치료에서는 교사에게 맡겨진 타자로서의 아동에 대한 경외심이란 찾아볼 수 없으며 , 타자 간에 지켜져야 할 윤리적 · 인간학적 경계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중도 · 중복장애아동과의 대면에서 교사나 치료사가 모두 다 이런 식으로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으로 행동한다거나 , 현존하는 모든 방안 및 컨셉트가 그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도 아니다 .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 포착을 통해 현재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계의 문제점이 도출되었다고 보는데 , 그것은 바로 ‘탈교육화 경향’이다. 지금까지 소개된 중도 · 중복장애인을 위한 매우 다양한 지원방안은 모두 정상화 및 통합을 목표로 하지만 , 당사자들이 지닌 개별적 능력 및 기술을 ‘ 적응’시키거나 , ‘ 보완’하고 나아가 ‘ 활성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둘 뿐 당사자의 교육이나 도야 등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 그러나 이런 지원방안들은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이라는 힘든 과제를 맡은 교사나 교육적 기대치를 전혀 만족시킬 수 없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희망을 선사할지는 모르지만 ,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경우 이는 교육이라기보다는 눈 뜬 장님의 소행일 뿐이다 . 그럼에도 교육계에서 이런 지원방안에 쉽게 현혹되는 이유는 바로 이 사회에 지배적인 ‘치료 만능주의’와 ‘치료 우월감’ 때문이다 . 교육을 하는 교사가 진단하고 , 병명을 갖다 붙이고 , 감각을 자극하고 , 지원하고 , 치료하고 , 운동시키고 , 호흡시키는 가운데 그의 교육환경은 치료적 · 임상적 상황으로 변질되어 가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대상으로 수단화된 학생이 그렇다고 더 똑똑해지고 , 개방적으로 되거나 , ‘장애가 더 줄어든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학생은 지원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 교사의 행위에 의존적이 되며 , 자아실현의 주체와는 멀어지게 된다.
학생은 그렇다 치고 , 교사에게는 어떤 일이 생기는 걸까 ? 특수교육이 치료화되고 심리학 이론으로 둔갑하고 , 나아가 교사의 교육상황이나 수업이 치료화되면 , 우선 교사는 자신의 교육적 과제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 즉 교사가 치료사나 준-치료사의 역할을 하게 되면 , 교육자로서의 자기정체성이 상실됨은 자명하다 . 오늘날 특히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계에 회자되고 있는 교사들의 ‘소진현상 (Burn-Out) ’ , 즉 교사들의 소진현상은 바로 위와 같은 교육계의 섣부른 행동에 기인하고 , 이는 정체성의 위기와 의미상실로 이어진다 . 나아가―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지만―교사의 이러한 개인적 갈등에 대한 모든 책임이 중도 · 중복장애아동에게 전이되면서 ( Fornefeld , 1990), 아동은 계속 핸들링의 대상으로 전락할 뿐 교육의 동등한 주체로 인식되지 못한다 .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특수교육의 교육적 가치와 규범은 점점 의문시될 것이다 .
그렇다고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의 이러한 유감스러운 현황을 무관심이나 종말론적 기분으로 바라보거나 , 지나친 비판을 가할 필요는 없다 . 현실이 이렇다고 해서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학 및 특수교육학이 전혀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 오히려 이런 계기를 통해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학은 개혁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 즉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 우리가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과 관련하여 ‘교육학적’ 혹은 ‘교육’ , ‘ 도야’라는 말을 할 때 , 이는 케케묵은 구시대적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 교육적 근본 가치가 살아 있는 교육을 의미하고 , 이러한 교육 이해가 다시 살아나야 함을 의미한다 .
‘철수는 16 세이고 비록 눈이 전혀 안 보일지라도 누군가 손을 잡아 주면 짧은 거리는 걸을 수 있다 . 간질장애로 종종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 또한 이로 인해 잠을 많이 자는 편이다 . 기분이 안 좋을 때 내는 소리를 제외하곤 말이나 소리를 내는 일이 거의 없다 . 현재 지적장애 학교 중등부에 다니고 있지만 급우들과 접촉하는 일이 드물며 , 수업시간엔 수업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기에 주로 촉각판이나 인형 , 플라스틱 고리 등을 가지고 탐색하고 , 의자에 앉아 손등을 물거나 상동적으로 몸을 흔든다 . ’
‘영철이 역시 16 세로 출생 시의 수두증 (Hydrocephalus) 과 양마비 (Diplegia) 로 인해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 개방적 성격 덕분에 , 비록 말은 못하지만 급우들과의 관계가 좋은 편이며 , 현재 지체장애 학교 내에 설치된 지적장애 학급에서 공부한다 . 그는 음식에 관심이 많아 , 먹을 때는 거의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 특히 요리수업시간만큼은 잘 참여하는 듯하다 . 다른 시간의 내용에는 전혀 관심 갖지 않고 손등을 물거나 , 커다란 플라스틱 장난감 박스를 가지고 상동적인 탐색을 보인다 . ’
중도 · 중복장애란 무엇인가 ? 라는 질문에 대해 위의 철수나 영철이 같은 학생의 장애를 떠올릴 수 있다 . 이들은 다양한 학습 조건을 가지고 , 다양한 ( 특수 ) 학교에 배치되어 있지만 , 장애나 행동상의 문제가 무척 심각하여 학교에서 기대하는 학습이나 교육을 만족시킬 수 없는 듯 보인다 . 위에 열거한 학생들의 특성 및 존재 양식을 보면 , 그들의 장애 특성뿐 아니라 삶의 맥락이 매우 이질적이기에 , 한마디로 중도장애를 지닌 단일 그룹은 존재하지 않으며 , 그러한 유형화 역시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 이처럼 위의 학생들 모두 각기 다른 삶과 교육의 현실에 처해 있지만 , 세상 사람들은 그들에게 중도장애라는 속성을 부여한다 .
1) 중도 · 중복장애 현상의 다양성
언필칭 중도 · 중복장애란 장애정도에서 심한 중증 ( 重症 ) 및 중도 ( 重度 , severe) 이며 동시에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장애가 중복해서 (multiple) 나타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 나아가 이를 수학적 개념으로 나타나면 , A 집합 ( 중도장애 ) 과 B 집합 ( 중복장애 ) 간의 교집합 (A ∩ B) 이며 , 이를 합집합 (A ∪ B) 으로 이해하지 않길 바란다 . 장애의 특성상 처음에는 단일 장애로 시작되었으나 발달과정에서 여러 가지 기능적 제한이 동반되어 한 가지 이상의 장애로 확장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한 개인에게 두 가지 이상의 장애가 동시에 나타나는 ‘ 중복장애’는 장애에 대한 수량적 차원의 개념이다 . 문제는 단일장애이든 중복장애이든 그 장애로 인해 일상적 기능이 어느 정도로 제한받는지를 가늠하는 것이며 , 제한의 정도가 매우 심할 경우 이를 ‘ 중도장애’라 칭하는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앞서 말한 ‘ 교집합’의 뜻이 설명되었으리라 본다.4) 우선 이를 순서대로 설명해 보면 , 중도장애란 일반적으로 지적 · 신체적 · 사회적 기능상의 중도 및 최중도 장애를 의미한다 . 미국 중도장애인연합회 (The Association for Persons with Severe Handicaps, TASH, 2000) 에 따른 중도장애 정의는 ‘장애가 거의 없는 사람이나 비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에 참여하여 삶의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가기 위해 한 가지 이상의 주요한 일상 활동에서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모든 연령의 사람으로 이동 , 의사소통 , 자조 , 학습과 독립적인 삶 , 고용 , 자기만족과 같은 일상 활동을 위해 지원이 요구될 수도 있다’고 한다 . 이 정의는 중도장애인에게는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요청되며 , 이를 통해 그들도 나름대로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
그러므로 용어상 ‘ 중복장애’와 ‘ 중도장애’는 별개처럼 보이지만 , 위의 설명처럼 대부분의 중도장애는 중복장애를 동반하며 , 또한 중복장애에 비해 중도장애의 범위 및 정도가 더 포괄적이기에 중도 · 중복장애를 두 가지 현상이 겹치는 교집합의 범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어쨌든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위와 같은 장애 현상을 포괄적으로 명명할 때 국내 특수교육계에서는 ‘ 중도 · 중복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반면 , 장애에 대한 의료계와 사회복지계의 관련 법령인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등급 1 급에서 3 급까지의 장애를 ‘ 중증장애’로 규정한다 ( 위 법령에서는 장애의 정도를 경도 6 급부터 중도 1 급까지로 분류한다 ). 즉 특수교육계의 중도 · 중복장애와 장애인복지법의 중증장애인이라는 개념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며 , 특수교육계의 명칭은 당사자들의 교육적 요구 ( 특히 의사소통 상의 어려움 ) 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 장애인복지법상의 명칭은 행정적 차원에서 규정된 것이라 보면 될 것이다 . 그러므로 교육계에서는 ‘ 중도 · 중복장애’라는 용어가 더 합당하며 본론에서도 이것으로 통일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
이처럼 중도 · 중복장애의 정의에 대해 통일된 규정을 합의하기가 쉽지 않은데 ,
첫째 , 중도 · 중복장애가 여러 가지 원인에 기인하고 ,
둘째 , 여타 장애와 구별되는 배타적인 행동특성을 범주화하는 데 곤란하며 ,
셋째 , 대부분 주 장애 외에 2 차적 장애가 중복해서 나타나므로 정의에 필요한 단일 기준 설정 및 정의 방법에서의 혼선 ( 우주형 , 2004) 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과거처럼 장애적 특성을 열거하며 특정 사람들을 장애인 그룹으로 명명할 때 , 과연 이러한 개념이 해당 장애인이 처한 여러 삶의 맥락과 관련하여 합당한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 그러므로 개념적 사유는 장애인과 관련된 업무를 다루는 행정적 차원뿐만 아니라 다학제간 차원 , 나아가 윤리적 · 인간학적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누군가에 대해 기술할 때 , 그 사람의 삶의 현상을 모두 포괄하여 한마디로 명명하고 규정짓기에는 우리의 언어 , 말이라는 것이 너무 부족하고 불완전하다 . 무비판적이고 섣부른 규정은 자칫 당사자에게 해를 가할 수 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 과거 중증장애인에 따라붙던 ‘교육 불가능’ , ‘ 보호급’이란 규정이 역으로 그들로부터 생명유지 외에 다른 ( 교육적 ) 지원을 박탈해 버렸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현재 교육계에 통용되고 있는 ‘ 중도 · 중복장애 ’ , ‘ 최중도 장애’ 등의 명칭 및 이해가 앞으로도 그들의 인권과 교육권을 지켜낼 수 있는 개념인지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 필요하다 .
2) 국내 중도 · 중복장애의 개념
국내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가 법정 장애가 아니다 . 즉 현재 법령상 , 그리고 행정적 차원에서 중도 · 중복장애란 존재하지 않는다 . 그러나 중도 · 중복장애를 지닌 사람 , 즉 장애 중에서도 그 정도가 매우 심한 장애 , 또 여러 가지 장애를 동시에 지닌 사람은 항상 존재해 왔다 . 또 중도 · 중복장애를 지닌 사람의 특수교육적 요구 및 교육적 지원은 단일 장애를 지닌 사람들과는 차별되기에 이들에 대한 개념적 규정에 대한 교육적 논의는 필수적이다 .
우선 중도 · 중복장애와 관련된 국내 문헌을 살펴보면 이에 대한 용어 및 명칭이 통일되지 않고 ‘중증장애’ , ‘중도장애’ , ‘중도 지체장애’ , ‘중복 지체장애’ , ‘중증 지적장애’ 등으로 혼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특히 특수교육의 각 분과영역 ( 예를 들어 지체장애아 교육계 및 지적장애아 교육계 ) 에 따라 ,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점에 따라 개념이 달라지기도 하고 , 혹은 당사자의 장애 중 더 중한 장애 , 즉 1 차적 장애에 의거해 명칭이 규정되기도 한다 .
물론 경우에 따라 달리 칭해져야 하기 때문에 명칭 자체의 통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 그러나 교육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을 무엇이라 명명하든 간에 그들의 교육적 권리 및 교육 필요성을 인식하고 , 교육적으로 적합하게 실현하는 것이다 . 특히 일선의 특정 학교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교육적 요구를 실현할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취학을 간접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 장애유형에 따른 배치에도 이들의 1 차적 장애 규정이 애매한 경우 , ( 특수 ) 학교 간에 서로 취학을 미루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앞서 언급한 대로 국내에서 중도 · 중복장애가 명료히 규정된 법령은 없지만 , 역으로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성장과 교육과 관련하여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법령으로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들 수 있다 . 시대의 흐름 및 요구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의 범위를 확대 혹은 감축하는 등 교육수혜자의 이익 중심으로 대상자 범위를 조절해 나가는 것은 특수교육 정책의 일환이며 , 그 기준으로 해당 장애 출현율 및 학령기 대상 인원을 들 수 있다 . 국내 특수교육대상자 범위를 규정짓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 교육과학기술부 , 2008. 5. 26) 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의 범주를 시각장애 · 청각장애 · 지적장애 , 지체장애 , 정서행동장애 , 자폐성장애 , 의사소통장애 , 학습장애 , 건강장애 , 발달지체 ,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로 하여 총 11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 즉 중도 · 중복장애는 특수교육요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 , 그 이유로는 우선 해당 장애 출현율 및 학령기 대상 인원 수가 미미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과 관련해서 현장에서는 여러 장애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중도 · 중복장애의 경우 , 주 장애 현상에 의거하여 특수교육대상자로 선별·배치하는 실정이다 . 그러나 이때 장애의 정도 , 즉 경도 내지 중도 여부는 선정 및 배치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에 따른 추가적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 역시 존재하지 않으며 , 이로 인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 보면 단지 해당 장애 출현율이 미미하고 대상 학생이 적기에 이들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는 것일까 ? 중복장애 학생의 경우 주 장애에 따라 교육에 배치되므로 굳이 중도 · 중복장애를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 중도 · 중복장애는 단순 장애 2 - 3 개가 동시에 나타나는 식의 단순한 2 차원적 현실이 아니며 , 중증의 장애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해당자의 체험차원은 우리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으며 , 그래서 교육적 접근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 그럼에도 ( 특수 ) 교육계가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단순히 일차적 장애에 의거해 선별 · 배치한다는 것은 그들의 고유한 체험방식과 인식세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지 반문해 볼 일이다 .
중도 · 중복장애인 현황에 대한 인구사회학적 통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 해당 장애 개념에 대한 통일된 ( 특수교육적 ) 규정 역시 문헌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 교육인적자원부 2009, 2010 참조 ). 하지만 관련 교육법 및 문헌이 중도 · 중복장애를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이 현장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오히려 매년 증가하는 중도 · 중복장애학생 입급으로 현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교육적 지원 방안을 학계로부터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 필자는 중도 · 중복장애를 법적 장애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 오히려 해당 학생들이 법적 장애로 규정되어 입급될 경우 , 특수교육현장이 이들에 대한 교육적 지원에 대해 준비되어 있는지 불안할 정도이다 . 그러나 소위 ‘ 중증’의 장애가 있는 사람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특수교육은 중도 · 중복장애인을 지능수준에 따라 교육가능급 , 훈련가능급도 아닌 보호급으로 강등시키고 , 그들에게서 교육권 , 수업권을 박탈하던 과거의 특수교육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
중도 · 중복장애는 특수교육 현장에서 ‘ 최중도 ’ , ‘ 최중증 ’ , ‘중증’ 등 형용사 최상급으로도 불리고 있다 . 그러나 이러한 명칭으로 인해 당사자들은 장애인 그룹 내에서도 다시 가장 소외된 그룹으로 전락될 위험이 있다 . 모든 장애 개념이 그렇듯 ‘ 중도 · 중복장애’라는 개념 역시 해당 현상에 대한 ‘ 형식적 · 수량적인 유형화’ (formal-quantitative classification) 일 뿐이다 . 당사자가 직면한 장애라는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 그들이 체험하는 장애에 대한 질적인 측면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Dreher, 1985; Fornefeld , 1995; Hahn, 1981 등 참조 ) 이러한 용어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
3)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른 정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2007. 5. 25) 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의 범주를 시각장애 · 청각장애 · 지적장애 , 지체장애 , 정서행동장애 , 자폐성장애 , 의사소통장애 , 학습장애 , 건강장애 , 발달지체 ,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로 하여 총 11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과 관련해서는 우선 해당 장애 당사자의 주된 장애에 대해 장애 진단 및 판별을 받은 후 이에 의거하여 현장적 사안들을 법령을 기준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
과거 2001 년 국립특수교육원은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특수교육요구 아동 출현율 ’ 조사연구를 수행하면서 ‘ 특수교육진흥법’의 장애범주에 ‘자폐성 발달장애’ , ‘ 건강장애’와 더불어 ‘ 중복장애’를 추가하여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 정동일 , 2002). 이 조사에서는 ‘ 중도’장애로 시각장애 중 전맹 , 청각장애 중 전농의 감각장애와 지적장애 중 지능지수 50 이하에 해당하는 지적장애 및 대부분의 적응 기술 영역에 중대한 제한으로 인해 ‘전반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장애를 거론하고 있다 . 나아가 ‘ 중복’장애에 대한 정의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장애가 결합되어 학습활동이나 일상생활에서 특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자’를 중복장애아동으로 정의하고 농-맹 , 농-지체장애 , 맹-지체장애 , 맹-농-지체장애 등을 그 하위범주로 구분하고 있다 .
2004 년 개정된 미국 장애인교육법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 IDEA) 에서도 중도 · 중복장애라는 명칭은 없고 , 중복장애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IDEA, 2004). 미국의 전장애아 교육법 (P. L. 94-142) 및 장애인 교육법 (P. L. 101-476) 은 초기부터 특수교육대상자에 ‘ 중복장애’를 포함시켰으며 , 나아가 ‘중복장애’ 범위를 세 가지로 규정하는데 , ① 농맹 ( ≑ 시청각장애 ), ② 기타 중복장애 , ③ 외상성 뇌손상을 지칭한다 . 즉 농맹을 기타 중복장애와는 별개의 중복장애 범주로 분리하여 특수교육적 요구를 인정하고 있는데 , 농맹 (Deaf-Blindness) 이란 “청각장애와 시각장애가 동시에 수반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 단지 농아나 맹아를 위한 특별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심각한 의사소통과 발달 및 교육상의 문제가 결합된 장애를 일컫는다 . ” 이에 반해 ‘기타 중복장애’란 “여러 가지 장애가 중복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 정신지체-맹 , 정신지체-지체장애 등 ) 한 가지 장애가 있는 아동을 위한 특수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려운 심각한 교육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 기타 중복장애에는 농-맹이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
4) 국내 중도 · 중복장애 이해에 대한 비판적 논의
장애에 대한 개념규정이나 명칭은 장애 및 장애당사자를 보는 시각이 좌우하게 된다 .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 및 미국의 관련 법령에서 현재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개념 규정을 찾아볼 수 없는데 , 이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위의 인용구에서처럼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특성을 보면 대부분 장애에 대한 심리학적 · 의학적 요소를 중심으로 기술된 것을 알 수 있다 . 이는 총체적 존재로서의 장애인을 심리학적 · 의학적 · 병리적 구성 요소로 분리 · 분해하여 그 특징만 기술한 것으로 이해된다 .
특히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과 관련된 문헌에 등장하는 장애당사자의 학습적 특징으로 ‘ 학습동기결여 ’ , ‘느린 학습속도 및 전이곤란’ , ‘지적장애로 인한 학습기술 유지 및 일반화의 어려움’ , ‘의사소통 곤란’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Brimer 등 , 1990).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한 국내 교육적 문헌에서도 장애 현상에 대한 인간학적 사유는 생략한 채 주로 당사자들의 인지적 · 학습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개념규정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 즉 기초적인 인지 능력 , 예를 들어 지각 , 기억력 , 일반화 가능성 등에 대해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는데 , 이는 국내의 중도 · 중복장애 관련 교육이 주로 학령기에 중점을 두고 있기에 학습 면에 초점을 맞추어 개념 정의를 내리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일이다 .
또 이러한 중도 · 중복장애 개념에 대한 인지심리학적 접근은 개념 정의의 주체가 기존의 장애에 대한 구태의연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일이다 . 즉 경도 및 중경도의 장애아동을 접하던 사람들이 새로 등장한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해 정의하려 할 때 무비판적으로 쉽게 범하게 되는 오류로 말이다 . 이런 점에서 볼 때 중도 · 중복장애 개념정의에 대한 관련 전공자들의 비판적인 시도가 요청된다 .
이처럼 기존의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산발적 개념 정의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들에게서 쉽게 포착되는 감각장애 및 지체장애 혹은 인지적 장애를 주요 특징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 교육현장에서의 실재적 지원 및 중재를 위해서는 장애학생들과의 의사소통 가능성이나 , 소위 ‘ 문제’행동 여부 및 신변자립 능력 , 나아가 건강상의 의료적 지원 문제에 주안점이 맞추어져 기술되어야 할 것이다 . 그러므로 장애에 대한 개념적 유형화는 교육적 중재 및 지원과 직결해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개념이 주로 인지심리학적 · 의학적 입장에서 규정되는 것이라면 이들의 능력은 주로 병리학적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정의될 것이고 , 대부분의 발달 및 생활과제 영역에서 무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 그렇다면 굳이 무엇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 개념 및 진단이 필요한지 교육적으로 비판할 필요가 있다 .
최근에는 교육적 진단 및 사정의 추세가 발달진단으로서 진단이 진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단결과가 곧 교육적 지원으로 이어질 때 유의미한 것으로 인식되는 추세이다 . 즉 진단이나 진단의 결과로서 규정되는 개념이 교육적 지원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 그러므로 개념이나 진단의 결과가 중도 · 중복장애인의 생동감 (Vitality), 장점 , 능력 , 욕구 , 필요 , 희망 등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개념 및 진단이라 할 수 있다 .
특수교육의 목적은 장애인의 개인적 한계뿐 아니라 개인적 발전 가능성 안에서 포착하여 , 그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 안에서 그가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이를 위해서 우리는 장애인을 부분적 · 선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총체적 · 전인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물론 장애인을 좀 더 구체적 ·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그의 전반적 특성에 대한 개별적 · 분석적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다 할지라도 , 궁극적으로는 그에 대한 총체적 파악으로 결말지어야 하는 것이 교육적 개념이 되어야 한다 . 왜냐하면 교육적 관점에서 장애란 고정된 상태가 아닌 , 가소적인 ‘삶의 긴 과정’에 걸친 것이기에 학령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 삶의 전 영역에 걸친 과제이며 , 삶의 모든 분야에 걸친 문제이다 . 그러므로 중도 · 중복장애인을 규정하는 개념에서는 그의 부족함 , 단점을 강조하기보다는 ‘또 다른 존재 양식’ , 즉 다름 , 상이성을 부각하는 관점이 더 합당하리라 본다 . 비장애인과는 상이하지만 , 윤리적으로는 동등한 , 가치 있는 삶을 사는 ‘또 다른 존재 양식’으로 그들을 파악하는 비판적 사고가 요구된다 . 이런 사고에 바탕을 둔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평생에 걸친 전반적 의존성이 결코 부정적이 아닌 , ‘ 다름’에 기인한 당연한 실존적 욕구로 비장애인에게 수용될 수 있을 것이다 .
개념 내지 정의는 , 그것이 최소한 교육적 개념이라면 구체적인 교육적 행위를 이끌어 가는 마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 나아가 그 개념이 특히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개념이라면 이러한 교육적 개념은 곧 이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의 문제와 이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그만큼 개념 정의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
우선 중도 · 중복장애 개념을 논의하기에 앞서 중도장애와 중복장애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중도장애란 장애 정도 ( 度 ) 가 ‘중 ( 重 ) 하다 , 무겁다 , 심하다’ (severe, profound) 의 의미이고 , 중복장애란 앞에서 언급했듯이 두 가지 이상의 장애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multiple) 를 의미한다 . 물론 이에 앞서 ‘ 장애’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나 이해도 학문적 입장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기에 ‘ 장애’란 개념에 대해 하나의 이해를 전제로 하고 그 수식어인 중도 , 중복을 논한다는 것이 모순일 수 있다 . 그러나 중도 · 중복장애 개념 정립의 시급함이 더 크기에 기본적 논의는 다른 기회로 미루기로 하자 . 또 중도 · 중복장애라는 말에 내포된 현상적인 특징은 대부분의 중도장애는 중복장애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 즉 현실적으로 볼 때 장애가 중하거나 심할 경우 , 1 차적 장애 외에도 2 차적 , 3 차적 장애가 수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 그러므로 중도장애는 동시에 중복장애일 수 있다 . 하지만 중복장애는 반드시 중도장애로 이어지지 않는다 . 물론 장애가 중복으로 나타나 그 총체적 장애 정도가 심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에 중복장애란 , 개념적으로는 우선 두 가지 이상의 장애가 동시에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자 . 이런 논리에 따라 이 장의 개념 논의에서는 우선 중복장애를 논외로 하며 , 독자에게 의미 전달이 용이하도록 경우에 따라 ‘ 중도’를 ‘ 중증’으로도 기술하여 결국 중도장애와 중증장애를 같은 의미로 사용함을 알리는 바이다 .
중도장애 현상 및 그 특성에 대해 포괄적이고 보편타당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다른 장애 현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일이다 . 이처럼 중도장애를 이론적 개념이나 정의 하나로 규정짓는 것이 윤리적으로나 교육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많은 주장이 있어 왔지만 , 그럼에도 1970 년대 이래 특수교육계를 비롯한 인접 학문 ( 의학 , 심리학 , 사회학 , 법학 , 윤리학 등 ) 에서는 다양한 이론적 관점에서 정의해 왔으며 , 그 결과 많은 개념 및 정의가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이숙정 , 2007; Fornefeld , 1993).
인간에 대한 다른 개념 정의에서와 마찬가지로 , 중도 · 중복장애와 그 당사자를 하나의 개념으로 포착할 경우 인격적 주체로서의 당사자는 물상화되고 , 기존사회의 ‘ 가치규범’이라는 틀과 자로 절단되는데 , 통용되는 규범 속에서 특히 중도 · 중복장애는 인간 존재 양식 중 ‘가장 하급의 변형’ ( Minusvariante ) 으로 비치게 된다 .
그러나 누구보다도 특수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장애 정도 및 유형에 따라 집단화하고 특징짓는 데 전문가인 듯하다 . 물론 그 이유로 장애 특징적인 특수교육 요구 및 욕구에 맞게 그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하지만 , 인간 존재에 대한 그러한 개념 규정에 내포된 인간학적 한계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러한 집단화가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 혹자는 겨우 교육용어 혹은 명칭 하나에 일일이 내포된 인간학적 전제를 논하는 것이 과장되었다고 하겠지만 , 앞서 언급했듯이 장애용어에는 그 개념을 규정짓는 학자마다 가지고 있는 인간상이 반영되기 마련이고 , 결국 이러한 인간상에 따라 장애인 교육의 목적이나 방법이 달리 결정지어지게 된다 .
중도 · 중복장애가 무엇인지 , 중도 · 중복장애인의 특성은 무엇인지 등을 규정할 때 기존의 소위 ‘객관적’ 기준에 따라 당사자를 유형화하고 특징짓는다고 하지만 , 이러한 규정이 대부분 단지 규정만을 위한 규정인 경우가 허다하고 , 학자들의 학문적 자기만족과 합리화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 즉 장애의 개념이나 장애인 특성이 어떤 식으로 규정되더라도 장애인-당사자 집단은 이러한 개념 안에서는 항상 부족한 존재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 플레스너 (Plessner) 가 인간존재란 ‘답할 수 없는 질문’ ( offene Frage) 이라고 말한 것은 , 결국 인간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아무도 만족할 만한 답을 줄 수 없다는 것 , 즉 인간은 완벽한 규명을 거부하는 존재로 남게 되고 , 또 그렇게 간주되어야 함을 말한 것인데 , 이는 ‘장애가 있는 인간존재’에 대한 정의에서도 마찬가지다 .
하지만 인간존재에 대한 객관주의적 포착은 방법론적인 , 그리고 학문적인 의사소통 차원에서만큼은 허용되어야 한다 . 즉 한 예로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 현상이 나타내는 다양성과 총체성을 이론적 차원에서 상호교환하기 위해서라도 장애인들의 개별적 사안이 어느 정도는 개념화 · 추상화되어야 한다 . 즉 개념이나 용어는 상호이해와 의사소통의 도구이며 , 이러한 공통 언어를 바탕으로 학제 간 논의나 개혁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 그러므로 중도 · 중복장애와 당사자 개개인의 다양한 맥락성과 개별적 사안을 하나의 용어나 개념으로 축약한다 할지라도 그러한 개념의 제한성 및 한계를 항상 인식하고 있다면 이러한 규정은 인간학적으로 허용된다고 본다 . 이처럼 비판적 반성하에 규정된 개념 속에서 비로소 장애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다시 그 총체적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 결국 중도 · 중복장애 및 당사자를 학문적으로 특징짓고 , 개념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이들에 대해 ‘ 객관적-설명적’뿐 아니라 ‘ 이해-해석적’인 접근도 병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
다음에서는 중도장애의 특성 및 개념 규정을 세분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국내 특수교육계에 회자되고 있는 중도장애를 칭하는 여러 용어들에 대해 논의한다 .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에는 중도장애란 개념이 공식적으로 부재하므로 이러한 논의를 위해 독일의 관련 법령 , 교육과정 및 문헌에 나온 관련 사안을 기초 자료로 삼는다 .
1) 중도 · 중복장애 유형
교육현장에서 마주하는 소위 ‘심한’ 장애를 보이는 현상은 대체로 아래와 같이 네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우선 말해두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 중 세 가지 유형만을 ‘ 중도 · 중복장애’라 칭할 수 있는데 , 말미에 그 이유를 설명한다 .
① 중도 지체장애 : 외상성 뇌손상으로 인해 운동성 및 의사소통 능력에는 극단적 제한이 따르나 , 인지 능력은 보유한 경우 여기에 해당하는 장애인은 학습활동 , 직업활동 및 의사소통을 위해 재활공학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 가능성 범위 내에서 일상생활을 구성해 나갈 수 있다 .
이 장애 유형에 해당하는 아동으로 14 세 승우를 들 수 있다 . 운동성 전반에 걸쳐 유아반사가 남아 있는 중증 삼지마비로 승우는 휠체어에 앉아서도 혼자 움직일 수 없다 . 글씨 쓰기는 물론이거니와 말하기도 안 되고 , 신변처리 등 일상생활에서 남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 TED- 프로그램이라는 , 지체장애인을 위한 쓰기 및 의사소통 보조 프로그램을 통해 의사 표현하는 방법을 막 배우고 있다 . 휠체어에 부착되어 있는 전자감응센서를 간단히 조작하며 컴퓨터를 이용하여 공부하고 있다 . 집에서 승우는 책을 많이 읽고 , 음악 감상도 하고 , ― 또래와는 거의 접촉 기회가 없이―아버지와 같이 전자오락도 즐긴다고 한다 .
② 중도 심신장애 : 운동 능력 및 인지 능력 , 나아가 발달의 모든 주요 측면에서 극단적인 제한을 갖는 중도 · 중복장애인
장애인 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11 세 된 은석이는 출생 시 산소부족 으로 뇌성마비증상을 갖고 있으며 , 이는 경련성 삼지마비 (Triplegia) 와 중증 지적장애를 가져왔다 . 은석이는 거의 실명에 가까우며 , 바깥에서 볼 때는 은석이가 하루 종일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 사실 은석이의 귀는 매우 발달하여 , 청각을 통해 주변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알아차리고 있다 . 그의 청각이야말로 세계가 그의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
③ 중도 지적장애 : 인지 능력에서 극단적인 제한을 받고 있으며 , 운동 능력에서는 심각한 장애를 갖지 않으나 당사자가 인적 · 물적 세계에 적응할 때 포괄적 어려움을 갖는 중도 · 중복 장애인
주희는 21 번 염색체 이상과 중증뇌성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 18 세가 된 오늘날까지도 주희는 식사 , 대소변처리 , 목욕 등 거의 모든 일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 주희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꺽꺽 내고 침을 흘리며 이리저리 방 안을 달리는 것이나 , 교실 한구석에 다리를 넓게 벌리고 편히 앉아 자기 침을 가지고 노는 일이다 . 선생님이 말을 걸 경우 , 자기의 욕구 충족에 직접 관련된 것 ( 먹기 , 마시기 , 대소변 ) 에만 반응한다 . 정오경 어머니가 데리러 오면 무척 기뻐하지만 , 급우나 장난감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
④ 시청각 중복장애 : 중복의 감각장애 (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 를 주 장애로 하며 , 동시에 수반장애 ( 병허약 , 희귀병 , 언어장애 , 정신지체 ) 를 가지고 있는 경우 , 장애 정도의 중증으로 인해 주변세계에 대한 적응에 포괄적인 어려움을 갖는 장애인
레오파드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동희는 출생 초기부터 시력과 청력에 어려움을 보였다 . 여러 번의 안과수술에도 불구하고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였고 , 청력 회복을 위해 인공와우이식 수술을 고려했지만 , 얼굴 및 머리주변의 자극 ( 머리핀 , 고무줄 ) 을 참지 못해 떼어내는 동희의 행동과 수술 후에도 청력 재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검사 결과로 인해 수술을 시도하지 않고 동희는 어느덧 12 살이 되었다 . ( … ) 손이나 입술 등의 촉감을 통해 세계를 감지하고 무서움을 타지 않고 어디든 잘 다니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동희는 시각장애 학교에 다니며 선생님이 구체물을 통해 전해주는 정보를 촉각 , 후각 , 운동감각 등을 동원하여 배우고 있다 .
2) 중도 · 중복장애 현상의 본질
위의 네 가지 유형을 기존 장애 영역별로 종합해 보면 중도장애는 다양한 형태의 장애―이는 대부분 지적장애와 지체장애 그리고 감각장애인데 ( 물론 대부분의 경우 병허약이 동반된다 ) ―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중복장애의 ‘중증’ 정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 <그림 8>은 이러한 각기 영역의 ‘극단적 중증장애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 중도 · 중복장애의 규정요소를 재개념화한 것인데 , 그림이 제시하는 것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중도 · 중복장애의 공통적 현상은 바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며 , 이는 역으로 당사자들이 무엇보다 ‘의사소통 관계’에 대한 교육 요구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림 8> 중도 · 중복장애의 핵심적 특징
이 장에서 언급하는 중도 · 중복장애인이란 바로 위의 유형 중 2), 3), 4) 번에 해당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 위의 1) 에 해당하는 장애인은 중증의 지체장애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보유하기에 주로 보완대체의사소통 ( Augmentativ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 등을 통한 교육적 지원 여부에 따라 주변세계와의 관계 형성이 비교적 원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유형은 중도 · 중복장애라기보다는 ‘중도 지체장애’라 칭하는 것이 논리적이라 본다 . 나아가 위의 2), 3), 4) 번에 해당하는 중도 · 중복장애인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장애현상은 <그림 8>의 교집합에 위치하는 것처럼 의사소통 장애라고 할 수 있는데 , 발달적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인지 능력 , 운동 능력 , 감각적 기능 모두에 극심한 제한이 따를 경우 장애 당사자의 의사소통 역시 극심한 정도로 손상되거나 단절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 나아가 의사소통 능력의 제한이란 장애 당사자에게도 기인하겠지만 , 무엇보다 그들과 소통하는 주변 세계의 의사소통 능력과 준비도가 당사자의 의사소통 능력을 결정짓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 이숙정 , 2006).5)
중도 · 중복장애로 인한 해당 장애인의 의사소통은 주로 ‘비관습적’ (idiosyncratic), ‘ 전상징적 ’ (pre-symbolic) 단계에 해당하므로 , 이들의 장애현상의 본질적 특징은 ‘의사소통 어려움’으로 규정될 수 있다 . 그러므로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은 추상적 언어 및 상징을 통한 의사소통 전략 대신 전 관습적 · 전 상징적 의사소통으로 중재되어야 한다 ( 이숙정 , 2004).
필자가 중도 · 중복장애아동이라 부르는 이들은 운동 능력뿐 아니라 정신적 · 인지 능력에서 가장 극심한 정도로 장애를 가졌으며 ,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된다 . 즉 식사 , 의복착용 , 신변처리 , 자세이동에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 그들의 부모나 교사 , 보호자들의 도움은 생애전반에 걸쳐 지속되기에 이들은 사회적 의존성 속에 삶을 영위하게 된다 . (···) ( 중도-중복 장애아동은 ) 타인의 접촉 시도나 학습 시도에 일반적인 기대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 그들은 또한 적극적인 언어가 아닌 소리나 신체적 현상 ( 침이나 눈물분비 , 체취 등 ) 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 이들은 자신의 욕구나 희망을 실현할 때 다른 사람들의 이해력에 많이 의존하는 존재이다 ( Fornefeld , 1995, 48).
3) 행정적 규정 : 중도-지적장애 대 중도-지체장애
1978 년 7 월 12 일 공시된 독일 교육부장관상임위원회 (KMK) 의 교육법령 및 시행령에는 중도장애아동의 특수학교 입학 및 배치에 대한 조항이 들어 있다 . 앞서 언급한 바대로 , 대부분 중복장애로서의 중도장애에서는 시각장애 , 행동장애 , 청각장애 , 지적장애 , 지체장애 및 건강장애 중 두 가지나 그 이상의 장애가 같이 나타나며 , 특히 그 증상에서는 지적장애와 지체장애 , 또는 행동상의 문제가 매우 현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 시행령에는 중도-지적장애와 중도-지체장애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1978).
① 중도-지적장애는 지적장애아 학교 입학 조건에 해당되는데 , “그 장애나 정도가 주로 한 영역에서의 발달지체이고 , 나아가 곧 회복될 가능성이 보이는 발달지체 때문이 아닌 경우에만 해당된다 . 일반적으로 이들은
- 정신적 · 인지적 발달 면에서 대상 간 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하며 , 물건을 다룰 때도 우연적 · 충동적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 즉 사물에 대한 유의미한 조작이 관찰되지 않으며 적합한 행위에서도 몇 분을 집중하지 못한다 .
-단순한 구어적 , 제스처 의사전달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하며
-사회적 행동양식을 학습할 수 없고
-건강상태도 일반적 수업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과도하게 여겨질 것이다 .
이 학생들은 질병이나 그 후유증 등으로 인해 전반적 상태에서도 다양한 제한이 따르며 , 이외에 지체장애가 있을 수 있다 . 이들은 개별화 교육을 통한 전반적 지원이 필요하며 , 포괄적 범위에서 신변처리지원 및 보호를 요한다” (1978).
② 중도-지체장애 아동은 “스스로는 물론 보조도구를 이용해서도 보행이 불가능하다 . 이들은 또한
-학업수행을 위해 팔을 전혀 사용할 수 없으며
-언어장애가 매우 중하여 타인이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며
-질병이나 그 후유증으로 전반적 상태가 현저히 제한되어 있다” (1978).
위에서 언급한 중도-지체장애 규정에는 중증지체장애 ( 일반적으로 중증-뇌성마비 ) 이며 , 동시에 중증-지적장애를 보이는 아동은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법률 등 공적 문서에서 등장하는 규정에 따라 특수학교 배치 및 입학이 정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 이러한 행정적 개념은 보편성을 지녀야 하고 , 따라서 필연적으로 현실의 구체적 사안에 대해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 지나친 일반적 개념으로 인해 , 앞서 언급한 철수처럼 인지 , 운동 , 정서 , 사회성 발달 모두에서 장애를 보이는 아동들은 개별 장애에 대한 비중에 따라 중도-지적장애와 중도-지체장애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데 , 즉 어떤 장애를 일차적 장애로 보느냐에 따라 소속 그룹이 정해진다 .
이처럼 중도장애 학생이 보이는 중복장애에 대한 해석이 자유자재이기에 , 경우에 따라 특수학교 배치가 임의적으로 행해질 수 있다 . 이와 관련하여 독일에서는 1980 년대 초부터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위해 어떤 학교가 더 적합한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지적장애학계와 지체장애학계 간에 일어나기도 했다 . 물론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교육권 및 학습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두 학계 모두 찬성하지만 , 오히려 경제적 · 학교운영적 입장에서 이러한 교육 논쟁이 벌어졌다 . 당시 학령기 인구의 감소와 통합교육의 물결 속에서 좀 더 우수한 ( 지적장애 및 지체장애 ) 학생은 일반학교로 배치되어 특수학교 학생 수가 감소되자 ,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으로 각 특수교육계는 자신들의 특수학교가 어떤 점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더 적합한지 논쟁을 벌였던 것이다 .
어쨌든 이러한 보편적인 행정적 규정만으로는 교육현장의 사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독일의 특수학교 간 논쟁에서 증명되고 있으며 , 또한 위의 교육법이 중도장애의 범주로 규정하고 있는 두 그룹의 중도 · 중복장애아동들 사이에는 사실 공통적 특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
그러나 특수교육현장에서는 발달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를 보이는 철수 외에도 , ― 특히 지적장애학교의 경우―지적장애 외에는 다른 지체장애나 감각장애가 없는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 그중 한 예로 (88 쪽에 제시된 ) 18 세 주희를 들 수 있는데 , 주희와 같은 중도-지적장애아동은 보통 지체장애아 학교에서 만나지 못할 것이다 .
현재 독일 지적장애교육계에서 통용되는 ‘중도장애’ 및 ‘중도장애인’ 개념에는 두 가지 장애 유형이 해당되는데 , ① 우선 주희처럼 , 다른 지체장애나 감각장애 없이 중도-지적장애만 있는 경우 ② 중도-지적장애 외에도 중도-지체장애 및 중도-감각장애를 부가적으로 동반한 경우이다 .
이와 달리 독일 지체장애교육계에서 칭하는 ‘중도장애’ 개념을 알아보면 , 우선 중도장애 외에도 ‘ 중도-지체장애 ’ 및 ‘ 중도-뇌기능 운동장애’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 특히 ‘ 중도-뇌기능 운동장애’란 의학적 관점에서 산전 , 산중 , 산후에 일어난 복합적이고 중대한 중앙신경체계 손상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의 결과를 의미한다 (Begemann, 1978, 9). 하우프트 (Haupt) 와 프뢸리히는 ‘ 중도-뇌기능 운동장애’란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며 이에 해당되는 중증 운동장애유형을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
① 중도-뇌기능운동장애 또는 운동성 마비로 인해 언어사용이 불가능한 아동 : 언어적 전달이 거의 불가능하며 , 중증의 운동장애로 인하여 비언어적 의사소통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 정서발달 및 사회성 발달에서도 타인이나 낯선 상황에 대한 불안감으로 제한이 많이 따르고 , 이는 다시금 극단적인 운동성 장애 및 의사소통 장애로 귀결된다 . 하지만 이들의 인지발달은 운동장애 등 기타 장애 정도에 상응하지 않는다 . 이 유형의 아동들은 보통 지적장애학교에 입급하지 않는다 .(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 87 쪽에 언급된 승우의 경우를 들 수 있다 .)
② 발달의 전반적 영역에 걸쳐 ( 운동성 , 정서 , 의사소통 , 사회성 , 인지 ) 극단적인 발달지체를 보이는 아동으로 ,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 87 쪽에 제시된 은석이의 경우를 들 수 있다 .
위에 제시된 하우프트와 프뢸리히의 개념 분류 및 그에 따른 사례 제시에서 알 수 있듯이 우선 두 그룹 모두에서 중증의 운동성 장애는 공통적인 특징이나 , 인지발달에서는 두 그룹 모두 각각 이질적으로 정도 차이가 매우 클 수 있다는 점이다 . 뇌기능 운동장애와 관련하여 불페스 - 쿠널트 ( Wulfes -Kunert, 1988) 는 대뇌손상 위치에 따라 장애현상이 달라짐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 “대뇌손상이 주로 국소적 부위에 해당되어 운동성을 관장하는 전달체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 반면 ( 예를 들어 승우의 경우 ), 뇌기능 운동장애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손상이 대뇌의 전반적 부위에 걸치게 되어 , 감각계 영역뿐 아니라 운동성 전달체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 이러한 경우 우선 지각 능력에 가장 심각한 장애가 일어나며 , 이는 곧 사고력과 지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Hederich , 1990, 7 재인용 ).
종합하자면 , 현재 특수학교 ( 지체장애 및 지적장애 ) 에는 위의 중증지체장애 유형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아동들이 주로 입급되어 있다 . 물론 이들이 보이는 장애현상 및 정도도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기에 중증지체장애아동들의 장애특성 자체를 세분화하는 것 역시 무리일 수 있다 . 하지만 교육현장의 교수방법적 측면에서 보자면 하우프트와 프뢸리히의 구분 중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아이들 , 즉 인지발달에서는 심각한 지체가 없는 , 중증 뇌기능운동장애 아이들은 협의의 ‘중도장애’ 규정에서는 제외되어야 한다고 본다 . 이러한 중증 뇌기능운동장애아동들은 ( 특히 그들의 조음장애 문제도 ) 오늘날 고도의 컴퓨터과학 기술을 통해 학교교육을 수혜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 새로운 학습 가능성 속에서 자아실현의 길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 특히 보완대체의사소통 체계의 도움을 받아 개별화된 의사소통 프로그램으로 주변세계와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길이 개척되고 있다 .
이러한 의사소통 매체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주희와 같은 중도-지적장애아동들에게서는 문제가 다르다 . 이들의 운동성이나 움직임은 거의 정상에 가까울지 몰라도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데서나 , 익숙한 형태의 학습이나 교육을 따라가는 것에 큰 어려움을 보인다 . 그러므로 이들 역시 중도장애 유형에 해당되어야 할 것이다 .
4) 생태학적 규정
중도장애 현상에 대한 기존 개념 및 용어가 문제시되는 이유는 , 용어라는 것이 주로 해당 장애인들의 ‘외모적’ ( gnostisch ) 특징에 의존하며 , 정의내리는 외부인의 ‘이성적’ (rational) 판단에만 의거한다는 점이다 . 또 중도장애 개념은 장애 당사자들의 현실적 삶의 세계를 파편적으로 그려내고 있을 뿐 , 당사자들 자신이 장애에 대해 갖는 개인적 · 주관적 시각은 다소 간과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나아가 장애 특징 및 개념에서는 중도장애라는 것이 ‘무엇인지’ (what) 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데 , 즉 당사자들을 ‘객관적 존재’ 측면에서만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는 점이 윤리적으로 문제시된다 . 다시 말해 기존 특징 및 개념이 갖는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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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의 지배적인 사회적 규범과 가치관에 의거해 장애현상을 단순 유형화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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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이론에 따른 단일 규범에 근거하여 장애를 설명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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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장애현상에 대한 극도의 병리적 특징만 기술하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
장애 현상을 소위 ‘ 객관적’으로 설명하려는 특징 및 개념은 장애 당사자들의 주관적 시각을 등한시하게 되며 , 당사자들이 자신의 장애를 어떻게 체험하는지 , 장애 당사자의 존재방식과 삶의 방식에 대한 특별한 경험적 차원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다 . 이에 대해 베게만은 다음과 같이 비판적 논의를 전개한다 .
‘이론적 학문에 경도된 특수교육은 장애 당사자들을 마치 하나의 대상이나 물건처럼 취급하고 규정지으려 한다 . 개별 인성적 주체로서의 당사자들은 이론적 근거나 이론적 상대성에 대한 충분한 인식 및 비판적 설명이 채 이루어지지 않은 특정 이론적 틀에 의거해서 , 나아가 인공적으로 구성된 규범적 특징에 의거해서 관찰되고 , 진단되고 , 규정되고 , 지원을 받게 된다 . 장애 당사자들의 주관적 체험 , 생각 , 욕구 , 목표 , 구체적인 삶의 조건 , 사회적 관념 , 자아의식 등은 거의 고려되지 않으며 , 당사자들 자신이 마주한 현 상황에 대한 ( 공동 ) 결정권자로서의 그들의 주체성 역시 간과되기 일쑤이다’ (Begemann, Fornefeld , 1993, 53 에서 재인용 ).
즉 기존의 장애 개념에는 , 장애 당사자들이 자기의 장애 현상을 ‘어떻게’ (how) 체험하고 인식하는지는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 . 나아가 장애 당사자들이 ‘ 외부사회’와 자신들의 ‘ 내면세계’의 갈등 내지 합의점은 어떻게 경험하는가 ? 자신의 장애를 ‘심리적 내지 육체적 결함’으로 보는가 , ‘사회화 과정의 산물’로 보는가 , 아니면 ‘사회적 규범에 대한 일탈’로 경험하는가 등 장애 당사자의 주관적 체험차원은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 특수교육이 주장하는 당사자주의라는 것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특징 및 개념 규정에서도 당사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그런 의미에서 아래의 정의처럼 , 중도 · 중복장애 현상을 있는 그대로 , 가치중립적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기술하는 것 역시 바람직한데 , 이러한 기술은 대부분 현장에서 장애 당사자와 마주하는 교사들의 교육적 반성에 의거하며 , 실천적 경험 및 삶의 세계 경험에 연유하기 때문이다 . 즉 아래의 정의에는 중도 · 중복장애라는 존재 양상을 당사자의 차원에서 , 즉 당사자의 삶의 맥락에서 파악하고 기술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개념과 관련하여 장애 당사자의 주관적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생태학적 시각을 들 수 있다 . 생태학적 시각이란 특정 사안에 대한 특징 및 개념을 규정할 때 상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충분히 반영하려는 입장이다 . 물론 생태학적 접근 역시 방법론적으로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에 쉽지 않지만 , 장애 당사자에 대한 객관적 인식 ( 그들의 장애는 ‘무엇인가’ ) 과 주관적 체험 차원 ( 그들은 자신의 장애를 ‘어떻게’ 체험하는가 ) 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접근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 즉 중도 · 중복장애인을 그들의 제반 활동과 역할 및 사회적 관계망과 연결 지어 규정함으로서 당사자 개개인의 심리적 조직 내에서 그들의 현실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포착할 수 있다 . 이러한 다차원적 접근에 의거하여 중도 · 중복장애 현상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규정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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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중증장애 : 중도 · 중복장애란 전인 ( 全人 ) 으로서의 장애 당사자가 정서적 · 인지적 · 운동적 · 감각적 · 사회적 · 의사소통적 능력에서 매우 심한 정도로 제한되는 , 장애현상의 복합체이다 (Fröhlich,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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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손상 : 중도 · 중복장애란 장애 당사자와 그의 인적 · 물적 세계와의 손상된 관계를 의미한다 . 그 결과 양자의 의사소통은 단절되거나 의사소통이 시도되더라도 양자 모두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쌍방의 답변이 전달된다 ( Fornefeld ,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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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의존성 : 중도 · 중복장애란 장애 당사자가 지니게 되는 , 질적이고 양적인 측면에서의 ‘좀 더 많은’ 사회적 의존성을 의미한다 . 나아가 이는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과 자율적 행동에 대한 재량권이 극도로 축소됨을 의미한다 (Hahn, 1981,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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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소외 환경 : 중도 · 중복장애란 장애 당사자가 직면한 사회적 주변세계 상황과 자신의 유기체적 조건하에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 표현이며 결과물이다 ( Feus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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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해된 통합성 : 중도 · 중복장애란 지적 · 신체적 그리고 감각장애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중복장애의 중증형태로 , 모든 차원에 걸쳐 발달 및 활동을 저해하여 사회적 참여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 이로 인해 중도 · 중복장애인의 ‘ 통합성’은 신체적 차원뿐 아니라 인성적 , 나아가 지역 사회적 차원에까지 손상을 입는다 (Lamers, 2000).
위에 열거한 중도 · 중복장애 현상을 대표하는 특징들―‘ ( 신체 구조적 ) 장애의 중증’ , ‘관계손상’ , ‘사회적 속성 부여’―은 모두 장애 현상 및 당사자 현실의 단면만을 나타내기에 , 장애 당사자의 주관적 장애 체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 물론 하나의 특수교육적 개념 속에 이와 같이 다양한 이론적 시각이 상보적으로 통합되기 위해서는 먼저 특수교육학 자체가 생태학적인 학문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 특수교육의 전반적인 학문적 분위기가 이처럼 생태학적일 때 비로소 장애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시각’ , 즉 중도 · 중복장애인을 설명 , 기술하는 이론적 시도도 독단적인 흑백논리가 아닌 다양한 입장을 허용하고 공유하는 공존의 원리를 지향할 수 있을 것이다 . 특성이나 개념이란 것이 결국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없는 것이라면 , 중도장애 현상에 대한 개별적 개념 역시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며 , 이를 통해 부적절한 설명 및 관점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림 9>는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시각 및 특징들 사이의 상보적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
<그림 9>가 나타내는 것은 중도 · 중복장애를 규정짓는 개별 특징들을 확정짓는 것이 아니라 , 어디까지나 임시적 성격을 띤 구조이며 , 경우에 따라 장애에 대해 새롭게 부각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에 대해 항상 열려 있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 나아가 위의 개별 요소들 간의 경계는 명확하기보다 유동적이고 불분명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 그런 의미에서 중도 · 중복장애의 개념은 매우 포괄적 · 탄력적이라 할 수 있는데 , 다른 장애유형 및 장애정도 ( 자폐증 , 중도행동장애 등 ) 와의 경계선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전형적인 장애개념 , 예를 들어 지체장애 , 지적장애 , 감각장애처럼 주요 특성에 따라 개념을 규정하는 것은 중도 · 중복장애 규정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데 , 해당 장애 특성의 복합성 , 나아가 장애 당사자의 총체적 인성을 고려해 볼 때 단일 현상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것이 중도 · 중복장애 개념이다 (Fröhlich, 1991). 종합해 보면 중도 · 중복 장애는 ‘전체 인성발달에서의 지속적이고 , 심각한 정도의 장애’를 의미하며 , ‘특히 정신적 발달을 포함하는 차원의 중복장애’ (Fröhlich, 1992, 157) 를 나타낸다 .
<그림 9> 중도 · 중복장애 현상 규정 및 요소 간의 관계
5) 중도 · 중복장애 개념에 대한 반성 : 장애의 최상급-최중증 장애?
모든 개념이 그렇듯 중도 · 중복장애 개념 역시 현상에 대한 ‘형식적이며 , 수량적인’ (formal-quantitative) 유형화에 불과하며 , 더구나 장애의 내용 면이나 질적인 측면에 대한 진술은 거의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 중도 · 중복장애 개념은 특수교육 현장에서 그 외에도 ‘ 최중도 ’ , ‘ 최중증 ’ 등 형용사 최상급으로 불리고 있다 . 그러나 이러한 명칭으로 인해 당사자들이 장애인 그룹 내에서도 다시 가장 소외그룹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
형용사 비교급처럼 특수교육 내에서도 무비판적으로 장애현상을 경도-중도-최중도 식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 가장 극단에 위치하게 되는 최중도 장애를 하르트만 (Hartmann) 과 파씨온 (Passion) 은 이중적 속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1983, 9). 즉 그들은 학습과 사회적 통합에서 최중도 장애일 뿐 아니라 , 결국 일반적 방식으로 가르치거나 교육할 수 없는 , 그러기에 가르치기에 아주 힘든 , 나아가 교육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이 고안되어야 하는 최중도 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 그들이 강조하는 ‘교육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은 결국 특수교육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뜻할 텐데 , 하르트만과 파씨온의 위와 같은 규정에서 1970 년대 독일에서 장애를 바라보던 시각과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 1976 년 바흐 (Bach) 는 장애에 대한 교육학적 규정에서 말하길 , “장애란 다름 아닌 학습 능력에 대한 제한을 의미하게 되는데 , 이는 개인적이면서도 ,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 근본적으로 매우 복합적이며 , 상대적이고 , 나아가 유동적이며 , 다양한 조건에 의거한 학습 능력상의 제한이다 . 결국 이러한 장애는 포괄적이고 심각하며 지속적일 수밖에 없다 .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했을 때 비정상적 학습 능력으로 인한 장애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므로 일반적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교육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1976; Zielke, 1992, 320 에서 재인용 ).
바흐의 장애 개념 규정에서 잣대 역할을 하는 기준은 위의 하르트만 등에서처럼 , 바로 당시의 지배적인 교육-학습 규범이었다 . 바흐 등은 이러한 기성적 교육 규범을 중도 · 중복장애인과 관련지어 의문시하기는커녕 , 오히려 이러한 잣대를 들이대며 ‘ 장애’라는 낙인은 물론이거니와 당사자들을 학습-발달에서도 최소한의 가능성 밖에 갖지 못한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 가능성 자체를 이렇게 축소하는 편협한 시각은 그러나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 결국 당사자 인간존재에 대한 폄하와 연결되기에 이러한 교육적 규정이 윤리적으로 더욱 문제시된다 .
중도장애를 기존 규범과 비교해 규정하기 좋아하는 특수교육계가 역시 기준으로 자주 애용하는 규범 중 하나는 바로 ‘발달 논리’이다 . “ ( 중도장애 ) 아동들은 대부분 발달의 가장 처음 단계에 멈추어 있다고 할 수 있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생활연령이 4 - 5 년에 해당한다 해도 , 비장애아동의 발달수준과 비교할 경우 이들의 발달연령은 최대 1 세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다” (Fröhlich, 1987, 6). 이 인용문에서 프뢸리히는 중도장애아동의 발달을 비장애아동과 단순 비교하며 이에 대한 합리화로 장애아동의 생활연령이나 생활경험 등을 거론하는데 , 바로 그 생활경험이란 것이 중도장애아동의 삶의 세계가 (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 이러한 단순 비교가 얼마나 불합리한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
인간발달이 전반적으로 개체발생 법칙에 따른다 할지라도 발달이란 항상 당사자 개개인의 고유한 무엇인가와 연관되며 , 이 개별성은 다시 말해 ( 장애자 ) 개개인과 세계와의 관련성 , 즉 인간의 신체현상적 존재성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 우리는 발달현상을 존재론적 (ontological) 관점에서도 고찰할 필요가 있다 . 존재론적으로 보자면 , 인간의 발달은 단지 생물적 성장만이 아닌 , 또한 구조주의적 발달심리학이 제시하는 것처럼 , 이성이 지배하는 어른세계로 성장해 나아가는 것만이 아닌 , 그 이상을 의미할 것이다 . 생물적 성장도 , 이성적 성숙도 모두 발달 주체인 개개인이 나름대로 삶을 살며 다양하게 경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즉 신체적 존재에 의거한 세계와의 관련성 없이 나의 발달은 기대할 수 없다 . 익히 알고 있는 발달논리나 규범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 곳 , 특히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발달 현상에 직면하여 , 우리는 인간발달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확장할 필요가 있으며 , 장애아동의 발달을 그 존재론적 뿌리와 원형으로부터 포착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교육하는 교사의 인식지평이 이렇게 확장될 때 , 그는 발달모델 , 발달단계 , 발달수준 등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게 되고 , 아동의 발달상에 나타나는 장애나 비연속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지도 않을 것이며 , 수업 등의 교육에서 좀 더 개방적인 자세와 활동으로 발달장애아동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발달논리와 관련된 ( 중도 ) 장애아동의 특성은 사실 어디서나 볼 수 있다 . 흔히 볼 수 있는 규정으로 “ ( … )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 사람을 중도장애라 칭할 수 있다 . 즉 앞으로의 발달상태가 생후 6 - 9 개월 정도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로 , 구체적으로 중도장애아동들은 유목적인 단순한 움직임 , 즉 앉거나 기어가는 것조차 수행하기 힘들며 , 또한 머리나 목 가누기도 도움 없이는 안 되는 경우가 많다 . 먹기 , 대소변 등 신변처리 활동 역시 불가능하고 ,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언어도 고려의 대상이 안 된다 . 비언어적 의사소통도 운동성 장애가 심하기에 잘 발달하지 않는다 . 인지발달 영역과 관련해서는 그림의 물건을 다시 알아보는 등 아주 간단한 추상 능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Fröhlich, 1975; Fröhlich & Haupt, 1982).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중도장애아동은 ‘세심한 지원’을 통해 발달이 가능한 존재로 간주되어야 한다 . 주요 발달영역 ( 운동성 , 지각 , 인지적 의사소통 , 정서 및 사회성 ) 에서 발달의 양적 · 질적 차이는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 Pfrüger ; Dupuis & Kerkhoff, 1992, 568- 569 에서 재인용 ).
위에 기술된 중도장애 규정에서 장애 특성은 매우 고정인 현상으로 비치며 , 이 또한 비장애아동의 발달을 기준으로 규정되어 있기에 , 중도장애아동들은 생활연령에 맞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 행동도 못하고 , 느끼지도 생각도 못하는 극단적으로 무능력한 존재로 그려진다 . 인간의 존재양상을 능력 본위로 판단할 때 , ‘ 한다-못한다’의 이분법적 사고가 작동하며 , 인간 존재에서 몸과 머리가 별개인 것으로 양분할 때 인지적 · 이성적인 것에 우위를 두는 이원론적 사고가 지배한다 . 바로 중도장애에 대한 위와 같은 부정적 규정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이중적 · 이원론적 인간관과 세계관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데 , 그 결과 중도장애 현상은 인과론적으로 설명되어 장애 당사자의 무능력에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 장애를 만들어 내는 외부세계의 요소는 철저히 배제되고 만다 .
1)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일상에 대한 반성
해당 학생의 교수 및 학습활동에서 현장교사는 자신의 교육적 활동에 대한 확실한 성취기준 미비로 교육적 전문성에 대해 갈등과 회의를 면치 못하고 있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이 특정 수업시간 내에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미리 확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윤리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모순된 일이므로 이것 역시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에게 자신의 과제에 대한 혼돈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나아가 당사자인 학생들과의 제한된 의사소통은 그들이 무엇을 배웠고 , 어떻게 배우는지 등의 학습결과에 대해서도 명확히 전달할 수 없고 , 이에 대해 교사나 부모와도 의사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를 갖게 된다 . 이러한 악순환의 결과 결국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교 교육 내지 수업에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교육적 활동 대신 단순명료한 신변처리적 · 치료적 서비스가 선위를 독점하게 된다 (<표 1> 참조 ). 즉 해당 학생들의 육체적 욕구 , 운동기능적 문제에 대해 시각적 효과가 있는 치료적 중재가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적 활동보다 선호되는 것이다 . 해당 부모들도 자녀들이 학교에서 잘 지내고 ,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를 더 많이 받는 것을 선호해 왔다 .
<표 1> 독일 어느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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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간 |
월요일 |
화요일 |
수요일 |
목요일 |
금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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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9:30 |
개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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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지도 |
개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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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10:30 |
아침식사, 휴식 |
아침식사, 휴식 |
아침식사, 휴식 |
아침식사, 휴식 |
아침식사, 휴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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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12:00 |
개인지도 |
수영 |
섭식치료 |
스노젤렌 |
사회관계/종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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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13:15 |
점심식사, 휴식 |
점심식사, 휴식 |
점심식사, 휴식 |
점심식사, 휴식 |
점심식사, 휴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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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14:45 |
개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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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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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5-15:00 |
휴식, 귀가버스인도 |
휴식, 귀가버스인도 |
휴식, 귀가버스인도 |
휴식, 귀가버스인도 |
휴식, 귀가버스인도 |
중도 · 중복장애인들의 교육이론 구안을 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교육적 요구가 무엇인지 규정되어야 하는데 , 앞서 중도·중복장애의 특성을 기술하며 귀결지은 것처럼 ,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이 지닌 가장 큰 교육적 요구는 바로 의사소통적 관계의 형성이다 . 구체적으로는 부모 및 교사 등과의 손상된 의사소통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며 , 나아가 물질적 상호작용을 확장해 학습을 이루어나가는 것이다 . 중도 · 중복장애 현상에 대한 위와 같은 기본적 인식을 기초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을 결정할 수 있다 . 즉 손상된 의사소통 관계에 놓여 있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에서 무엇이 주된 교육목표와 교육내용이 되어야 하는지 , 나아가 교육방법 및 평가에 대한 결정도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게 된다 .
독일의 베게만은 인간 존재의 신체성 ( Leiblichkeit : 신체와 정신의 통일적 개념 ) 에서 출발하여 ,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 필요성과 교육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나아가 교육의 개념을 좀 더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기본 조건을 다음과 같이 인간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 “교육이란 개념은 다음과 같이 설명 내지 해석되어야 한다 . 즉 교육이란 단지 개개인의 생물학적 가능성 안에서 일어나는 성취 및 실패의 과정에만 천착하지 않고 , 나아가 인간의 정신적 행동양식만을 강조하는 것이 되어서도 안 된다 . 교육은 인간의 사회-심리-신체적 통일성을 전제로 하며 그 목표 설정에서도 매우 개방적이어서 인간의 행동을 특정한 교육수준으로 얽어매지 않는데 , 즉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성취할 수 있는 것으로 교육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Begemann, 1977, 89).
그에 따르면 교육의 개념에는 인간의 근본적인 (basal) 신체성 및 사회-문화적 삶의 맥락이 포함되어야 한다 . “교육을 위한 기본 전제란 결국 다름 아닌 다음 두 가지이다 . 즉 인간으로 태어난 자는 누구나 다 그가 속한 인간사회로부터 어떠한 조건도 없이 평등한 존재로 간주되어야 하며 , 나아가 이러한 삶의 공동체에서 동등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도움과 지원을 받아야 한다 . ” 베게만이 주장하는 , 매우 높은 윤리적 요구를 교육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론 학교교육에 대한 관계 법령도 중요하지만 ,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교사들이 이러한 교육적 마인드를 내면화하는 것이다 .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적 요구
사람들은 보통 아래와 같은 , 인간 존재에 대한 보편적인 정체성을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 .
-인간이란 언어적 존재로서 , 이를 통해 다른 생명체와 차별화된다 .
-인간은 스스로에 대해 의식하는 존재로서 , 바로 자아의식 발달이 주요 생애과업이다 .
-인간은 자신의 손이 이루어내는 수공예적 기능을 통해 자신을 포괄적으로 표출한다 .
-인간은 자신이 처한 ‘ 지금-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이다 .
위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 특성들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아래와 같은 제한적인 삶의 모습과 충돌하게 된다 . 즉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은
-기존의 의사소통 수단 ( 언어 , 상징 등 ) 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보인다 .
-인지수행 능력 ( 이해력 , 문제해결력 , 인지학습 ) 을 찾아보기 힘들다 .
-양손이 놀이나 탐색 등의 수단으로 쓰이지 않는다 .
-똑바로 서 있기 등 직립보행이 힘들다 .
-‘ 지금-여기’에서의 학생의 삶이 그의 미래와 연관되지 않는 것 같다 .
전자에서처럼 주로 ‘ 인지’와 ‘기능’ 측면에서의 수행 능력을 기준으로 인간의 본질을 규정하다 보면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은 무능력하게 보일 수밖에 없으며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인간에 내재한 존재론적 · ‘근원적인 (basal) ’ 능력 및 특징이 간과될 위험이 있다 . 나아가 전자에서처럼 높은 인지적 능력에 기초한 인간상에 견주어 인간 교육을 논하게 될 경우 , ‘교육’ 자체에 대해 거는 목표 기대치도 상승하게 되어 , 중도 · 중복장애인은 일상적인 교육 사태에서 제외되고 소외되는 불행한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 이런 의미에서 프뢸리히는 중도 · 중복장애인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욕구 외에도 아래와 같은 각별한 요구를 지닌 존재임을 서술하면서 , 교육이 좀 더 포괄적인 인간이해에 기초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표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특징 및 교육적 요구(Fröhlich,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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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장애 |
지원 요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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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자립 및 신변처리가 힘들다. |
신변처리 및 신변자립에서 광범위한 의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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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세계에 적응하는 오리엔테이션 능력이 부족함. |
매 순간 관찰 및 보호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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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적응에도 어려움을 갖는다. |
일과 및 활동 영역에서 타인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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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상징이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한다. |
특히 신체적 기능 관련 타인의존도 높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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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 및 보행이 어렵다. |
특정인에 대한 절대적 의존성(섭식, 대소변, 이동, 자극경험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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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명/장애명 |
행동상의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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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장애(간질적 발작, 지체부자유) |
극단의 행동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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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P |
공격성 및 자해 성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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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마비 |
주의력 결핍 및 주의산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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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성 뇌질환 |
정서상의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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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간질성 및 마비성) |
반사회적 성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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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
강박적 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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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도구 및 보조공학적 요구 |
긍정적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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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보조도구 필요(기립지지대, 이동판 등) |
개방적이고 낙천적인 성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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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식사 |
만족을 잘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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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
자기 상태에 대해 숨김없이 나타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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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 지원요구 |
능력 및 장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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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및 집단과의 의사소통에 대한 지원요구 |
관계형성을 위한 특별한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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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강도의 지원요구 및 치료요구 |
많은 자극과 자세이동 등에 세심하게 반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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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을 웃도는 강도높은 개별화 지원 및 보호요구 |
기초적 의사소통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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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에서도 특별한 접근 요구됨 |
상황맥락에 따른 언어이해 능력 |
일상적으로 눈에 보이거나 경험에서부터 거론되는 중도 · 중복장애인의 특징을 수합하여 프뢸리히는 다음과 같이 유형화하여 제시하였다 . 그가 이처럼 기나긴 목록으로 당사자의 특징을 제시한 이유는 중도 · 중복장애인은 능력과 가능성상의 많은 제한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특징과 다양한 능력 및 장점도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
앞 장에서 논의된 중도 · 중복장애 현상에 대한 개념 규정에 근거하여 비록 부분적이긴 하지만 장애 당사자들의 교육적 요구를 자이퍼트 (Seifert, 1997) 는 가치중립적 입장에서 <표 3>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
<표 3>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적 요구(Seifert,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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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적 요구 |
구체적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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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 지원 요구 |
일상생활의 많은 영역에서 평생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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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화 교육 요구 |
지각능력의 발달을 위해 특별한 자극들과 개별적인 관심을 필요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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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관계 요구 |
자신들의 느낌과 욕구를 언어 대신 타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행동양식(자해행동, 공격적 행동, 과다행동, 상동행동, 관계거부, 소극적 행동, 자폐적 증상) 등을 통해 표현한다. 이처럼 의사소통 및 이를 통한 관계형성에 자주 어려움을 겪기에 의사소통 관계의 형성에 대한 도움을 필요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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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지원 요구 |
지적장애와 함께 그들의 발달은 심한 지체장애, 감각장애, 질병(예를 들어 간질, 신체적 · 심리적 질환 등)에 의해 저해될 수 있다. 잦은 격리, 시설수용 등으로 인한 후유증이 자주 관찰된다 |
나아가 이들의 ‘극심한 중증장애’는 다음과 같은 물리적 · 기능적 장애를 동반하는데 , 이들에 대한 성공적인 교육적 지원을 위해 이러한 기능적 장애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하며 , 이에 따른 적절한 교육적 배려가 병행되어야 한다 . 물론 중도 · 중복장애에 수반되는 이러한 생리적 · 기능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장애당사자들에게 내재된 능력 및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적절히 개발 , 지원하는 것이 교육의 일차적 목표가 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
<표 4>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적 지원 영역 및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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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적 지원 영역 |
구체적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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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발육 |
신장, 체중, 흉위, 두위 등의 신체발육이 정상적 발달에 비해 크게 뒤지고 체중의 증가는 2-3세부터 거의 크게 변하지 않으며 복합적 이유로 신체 허약이 두드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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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기능 |
운동능력의 제한으로 뒤집기, 기기, 앉기, 서기, 걷기 등 신체이동이 크게 제한되며, 근육발달의 불균형에 의한 자세이상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하여 또한 손 운동기능 발달이 현저히 제한되는데, 나아가 이러한 제한성은 당사자의 인지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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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섭취 기능 |
근육발달의 불균형은 호흡근육, 안면근육, 씹기 · 삼키기 근육 활동과도 연관되어 궁극적으로 섭식곤란을 유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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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기능 |
특히 시각기능 발달과 관련하여 사시, 비대칭성 편시, 폭주장애 (‘폭주 · 퇴축 안구 진탕증’(convergence-retraction nystagmus: 눈 모음, 시신경 후반부 당김성, 눈 떨림 현상으로 ‘파리나우드’ 증후군과 관련)) 등의 기능성 장애를 동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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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조절 기능 |
호흡기능과 관련하여 호흡근육 간의 상호 협응 운동이 원활치 못하여 호흡수가 과다하거나(과호흡) 불규칙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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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조절 기능 |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의 발달이 미숙하며 이로 인한 발열 및 수면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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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기능 |
위의 다양한 물리적 · 기능적 장애는 인지능력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인지적 탐색, 조작능력, 언어능력 등의 발달에 장애를 동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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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간질발작, 구토, 자상행동, 상동행동 |
출처: Petry & Maes, 2007; Petry, Maes, & Vlaskamp, 2005에서 재구성.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의 출발점은 그들의 교육적 요구에 대한 파악에서 비롯되는데 , 이들의 교육적 요구는 당사자들의 세계 인식 특성상 , 혹은 당사자들의 실존적 특성상 우선 이들의 ‘기본적’ (basal) 욕구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 즉 중도 · 중복장애인들의 실존적 욕구는 타인에 대한 의존성을 통해 비로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에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교육의 일차적 과제가 되며 , 나아가 교육 목표와 내용 역시 이들의 기본적 욕구를 공통분모로 설정해야 한다 . 이와 관련하여 프뢸리히 (1994, 68) 는 교육적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중도 · 중복장애인의 기본적 욕구를 <표 5>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 .
<표 5> 중도 · 중복장애인의 기본적 욕구(Fröhlich,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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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뢸리히는 중도 · 중복장애인들이 위와 같은 인간 공통의 기본적 욕구 외에도 다음의 영역에서 각별한 욕구를 지니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Fröhlich, 1991, 160), 바로 이것이 당사자들에 대한 교육의 주요 내용이 된다 .
이상과 같이 중도 · 중복장애인이 갖고 있는 기본적 욕구를 바탕으로 교육활동에서 ‘ 신체적 · 정서적 친근감’ , ‘신뢰감 있는 의사소통 관계형성’ , ‘신변처리 및 신변자립 도움’ , ‘자신의 신체와 주변세계에 대한 집중적 경험’ 등이 교육목표 및 내용 , 나아가 교과교육의 활동 내용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
<표 6>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적 지원 영역 및 내용(Fröhlich,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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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영역 |
교육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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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영역 |
중도 · 중복장애인들은 의사소통에서 상대방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장애인들이 나타내는―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희박한―의사소통적 의도의 표현을 인식하고, 이를 해석, 이해할 수 있으며, 나아가 비장애인 자신의 의사도 신체적 차원으로 표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대화 상대자에게 요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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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이동 및 움직임 영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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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와 주변세계에 대한 인식 |
특히 중도 · 중복장애인이 정보를 습득하고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양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극을 제공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주요 관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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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화된 정보 습득 |
복잡한 상황 자체가 장애인에게 그대로 지각될 수 없기에 주변인의 도움을 통해 재구조화된 단순한 정보가 주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비로소 그들의 인식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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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신변자립 및 신변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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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활동을 위한 환경 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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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여기’에 충실하게 삶을 계획하고 구성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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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중도 · 중복장애 교육학은 인접학문 중 특히 의학과 심리학 발달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 특히 현대 의학에서 산전 태아의 건강을 다루는 ‘산전의학’ ( Pr ä natalmedizin ) 과 중증환자를 다루는 ‘중환자 의학’ ( Intensivmedizin ) 분야가 획기적으로 발달함에 따라 산전 및 산후 심각한 장애를 지닌 영유아 , 그리고 의식불명 단계를 거쳐 생존한 코마환자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 이에 따라 중도 · 중복장애인의 수도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 혹자는 최근 중도 · 중복장애인이 급격히 증가한 원인을 요즘 들어 과거에 잊혔던 중도 · 중복장애인들에게 쏠리는 많은 관심에서 찾고 있지만 ,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해당 장애인 수의 증가는 현대의학기술의 발달과 밀접히 연관된다 . 나아가 오스캄프 ( Oskamp , 1986, 169) 는 중도-지체장애인과 관련하여 , 위와 같은 의학발달 덕분에 최근 몇 년 사이 뇌성마비 중증장애가 있는 아이들 수가 급격히 늘어났으며 , 독일의 경우 지체장애아 학교에 재학 중인 중도-지체장애아의 비율이 20 - 60% 에 달한다는 것이다 . 이러한 증가 추세는 현재의 생태계 오염과 세계 국지전에서의 전쟁용 화학물질 남용 등을 고려해 볼 때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 희귀질환 , 기형아 등 이로 인한 질환이나 장애 유형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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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도 · 중복장애 출현율
중도 · 중복장애는 보통 ‘ 저출현 장애’ (low incidence disabilities) 라고 불리듯 , 출현율이 다른 장애에 비해 낮은데 , 현재처럼 국내외의 특수교육현장에 이에 대한 보편적 정의 및 범위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출현율을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 문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6 년 현재 전체 인구의 약 0.1 - 1% 의 범위에서 출현율이 정해지며 (Kim & Arnold, 2006), 브라운 (Brown, 1990) 에 따르면 , 중도장애아동의 출현율은 학령기 아동에서 가장 낮은 지적 기능을 나타내는 1% 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 김진호 , 2006, 재인용 ).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중도 · 중복장애아동은 지적장애 , 지체장애 , 감각장애 , 자폐성장애 , 건강장애 등의 범주에 포함되어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 그중 비교적 외현적 장애 현상이 관찰 가능하여 통계적으로 포착이 용이한 농맹중복장애에 대한 출현율을 살펴보면 , 국내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의거해 중복장애인을 추계할 때 농맹중복장애인에 대한 추계는 하지 않고 있어 농맹중복장애인의 수는 알 수 없으나 , 당사자들은 국내 농맹인 수를 대략 5,000 - 6,000 명 정도로 보고 있다 . 또 교육인적자원부 및 시도교육청의 자료에 근거한 인권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 2007 년 현재 유치부 및 초 · 중 · 고등부에 재학 중인 농맹중복장애아동 수는 31 명6) 으로 나타났다 .
2) 중도 · 중복장애의 원인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용어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사자의 출현율과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 기존 문헌을 바탕으로 원인을 추정해 보면 <표 7>과 같다 . 또 중도 · 중복장애의 원인을 유형화하는 방식은 발생 시기별 , 부위별 등 다양하지만 , 본론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주로 관찰되는 임상적 증상을 중심으로 영유아기에 발병하는 선천성 질환 및 중도 · 중복장애를 유발하는 희귀성 질환을 중심으로 <표 7>처럼 간략하게 종합해 보았다.7)
<표 7> 중도 · 중복장애 관련 추정 원인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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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 중복 장애 원인 |
원인의 유형 |
주된 현상 |
해당 증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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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신경계의 기형, 외상, 종양, 감염증 (대부분 심각한 중증장애 유발) |
선천성 기형 |
무뇌증 및 유사기형 (anencephaly1) and similar malformations) |
공뇌증(porencephaly), 전전뇌증(holoprosencephaly), 뇌량 무형성증(agenesis of corpus callosum) |
출생 전의 뇌 형성부전은 대부분의 경우 중도의 인지적 장애를 나타나는 데 비해, 출생 시와 출생 후의 뇌손상은 경도장애를 나타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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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류(뇌탈출증, encephaloce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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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두증(microcepha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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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수두증(congenital hydrocephalus) |
댄디-워커-증후군(Dandy-Walker-Syndr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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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척추증(spina bifi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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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 및 신경계의기타 선천성 기형 |
신경병증, 운동실조, 색소성망막염(Neuropathy, Ataxia, Retinitis Pigmentosa: NARP) 영아기 중증 근간대성 간질(Severe Myoclonic Epilepsy of Infancy, SEMI) 라스무센 뇌염(Encephalitis, Rasmussens, ER) 영아신경축삭퇴행위축(infantile neuroaxonal dystrophy) 마리네스코-쇄그렌 증후군(Marinesco-Sjogren syndrome) 멜라스 증후군(Mitochodrial myophthy, Encephalopathy, Lactic acsidosis, and Stroke-like episodes, MELAS) 아급성 괴사성 뇌병증(subacute necrotizing encephalopathy) 헌팅턴 병(Huntington’s Disea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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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증 |
선천성 풍진 선천성 매독 아급성 경화성 범뇌염(Subacute Sclerosing Panencephalitis) 뇌수막염(Meningit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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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 영양 및 선천성 대사 질환 |
헌터 증후군 니만-피크 병(Niemann-Pick Disease) 점액다당질증 또는 점액다당류증 또는 뮤코다당증(Mucopolysaccharidoses, MPS) 레쉬-니한 증후군(Lesch-Nyhan-Syndr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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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및 눈 부속기의 질환 |
어셔 증후군 |
시청각장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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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및 꼭지돌기의 질환 |
각막염-어린선-난청 증후군(KID 증후군) |
시청각장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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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 기형, 변형 및 염색체 이상 |
에드워드 증후군 CHARGE 증후군 레오파드 증후군 알포트 증후군(Alport Syndrome) 스터지-베버 증후군(Sturge-Weber syndrome) 크리-두-샤 증후군(Cri-du-chat syndrome) 부신백질 이영양증(Adrenoleukodystrophy: ALD, 일명 로렌조 오일 병) |
시청각장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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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전후기에 기원한 특정 형태 |
미숙아2) 쌍둥이 등의 복합출산 |
신생아의 호흡 곤란(Respiratory distress of newbor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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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및 행동장애 |
레트 증후군(Rett’s syndro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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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무뇌증(anencephaly)은 두개골이나 중뇌(telencephalon)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두개골이 관찰되지 않으며 뇌간(brain stem)이나 후뇌(hindbrain)의 일부가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경우를 관찰할 수도 있다. 산전에 처음으로 진단된 기형으로 두개골 형성이 완성되는 임신 10주 이후에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돌출된 안구 때문에 마치 개구리의 눈처럼 보이는 개구리눈 증상(frog eye appearance) 혹은 임신 일삼분기에는 Mickey mouse appearance를 취하며, 태아의 시상면의 안구 위에서 두개골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면 된다.
2)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이 만삭아로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선천성기형을 앓을 위험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3월 21일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 CDC 연구팀이 1995-2003년 사이 미국에서 출생한 약 70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숙아로 출생하는 것과 선천성 기형 간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정상 임신은 임신 기간이 40주이다. 37주 전 출생한 미숙아들의 경우 선천성기형을 포함한 많은 건강상 장애를 앓을 위험이 매우 크다. 연구 결과 정상 만삭 출산한 아이들의 선천성기형 발생률은 3%가량인 데 비해 미숙아에 있어서의 이 같은 기형아 출산율은 8%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 24-31주 사이에 출생한 아이들이 이 같은 선천성기형 발병률이 높아 만삭 아동에 비해 발병률이 5배나 높았다. 연구결과 이같이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에서 가장 흔한 선천성기형은 척추이분증 등의 중추신경계 기형과 심장 등 심혈관계 기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본론에서는 진단 (assessment) 을 선별검사 , 장애진단 , 교육진단 및 각종 평가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로 논의한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위한 진단은 다른 장애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육적 결정과 이를 통한 교육적 책무성을 문서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 이들의 장애 특성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발달지표에 관련된 표준화된 진단이나 한두 가지 진단도구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지원이 요구되는 광범위한 영역의 기능적 기술을 측정 , 진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경우처럼 장애가 분명할 경우 공식적인 교육 선별검사 없이 장애판별 (diagnostic) 진단으로 시작한다 . 미국 장애인교육법 (IDEA) 이 요구하듯 , 특히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위한 특수교육 지원 여부와 지원 대상의 적법한 선정에 앞서 다학문적이고 , 다면적인 평가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Turnbull & Turnbull, 2000).
중도 · 중복장애의 유형을 의학적으로 판별하고 진단하는 일은 출생 시부터 아프가 채점체제 (Apgar Scoring System)(Apgar & Beck, 1973) 와 브라젤톤 신생아 행동 사정척도 (Brazelton Neonatal Behavior Assessment Scale, BNBAS)(Brazelton & Nugent, 1995) 를 통해 가능하다 . 아프가 검사는 신생아의 심장박동 , 호흡기 , 반사 능력 , 근 긴장도 , 외견상의 이상 ( 피부색깔 ) 이라는 다섯 가지 영역에서 신생아 기능수준을 생후 1 분 , 5 분 , 10 분에 걸쳐 신속하게 평가하는 검사이고 , BNBAS 는 신생아를 27 개 행동적 측정과 관련하여 각성 수준 , 활동수준 , 자기-진정 (self-quieting) 활동 , 미소 , 수면 스타일 , 각종 환경자극에 대한 반응 등을 검사한다 .
영아 및 유아에 대한 선별검사 도구는 좀 더 확장된 범위의 기능적 수준을 측정하는데 , 덴버발달검사 (Denver Developmental Screening Test Ⅱ , Developmental Profile Ⅱ ) 는 개인적 · 사회적 측면의 발달 , 대 / 소근육 운동성 발달 , 언어와 자조기술발달 등의 다양한 영역을 다루며 , 베일리 발달검사 (Bayley Ⅱ Developmetal Inventory- 2nd Edt . & Bayley Ⅱ Developmental Assessment), 바텔 발달검사 (Battelle Developmental Assessment) 도 종합적인 행동 영역을 측정한다 .
앞서 언급했듯이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주 장애는 중복장애를 수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 이와 관련하여 1995 년 독일 뷔르츠부르크시에서 195 명의 중도 · 중복장애인 ( 만 2 세에서 25 세 ) 을 대상으로 실시된 의학적 진단에 따르면 이 중 52% 가 간질 증상을 보였다 . 또 대부분이 중증의 운동성 장애 및 지체를 보이는데 , 전체 표집인 중 23% 가 뇌성마비성 운동성 장애 ( 삼지마비 , 편마비 및 단마비 등 ) 를 나타내었고 , 이를 다시 운동 유형으로 분류하면 38% 가 경련경직형 마비 (spasticity), 12% 는 불수의운동형 마비 (athetosis), 6% 는 운동실조형 마비 (ataxia) 를 보였다 . 나아가 이들의 보편적 움직임 특징을 살펴보면 14% 는 고개 가누기 못함 , 11% 는 수의적 운동성 장애 , 26% 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음 , 8% 는 도움 받아 움직이기 가능 , 12% 는 자율적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 언어발달에서도 42% 가 능동적 언어 사용이 가능했으나 , 이 또한 직접적인 일상생활 맥락의 체험과 연결되어 몇 단어로만 의사소통하는 것을 의미하며 , 대부분의 경우는 이러한 개념들조차 직접적인 행동 요구를 통해 실현되고 있었다 . 나아가 10% 만이 5 - 6 세 정도의 언어발달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한 진단 중 의학적 진단이 행해지는 대학병원이나 기타 의료시설에서도 이들에 대한 진단 결과를 정확히 판독하고 해석해낼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결과 및 기타 영상 의학적 검사결과가 잘못 해석되거나 과장 해석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 이러한 의료적 검사들은 기존 장애적 증상에 대한 일반적인 진술 , 예를 들어 특정 증상이 보인다는 소견만을 낼 뿐 , 그 증상이나 그로 인한 장애가 어느 정도로 심한지 등에 대해선 판별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 나아가 증상이나 장애에 대한 잘못된 예후는 당사자에게 적정시기에 필요한 교육적 · 치료적 지원을 방해할 수도 있다 ( 홍강의 · 이창복 · 정보인 , 2000).
<표 8>은 장애진단의 한 예로 당사자의 행동 범위 및 문제행동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진단하는데 , 중도 · 중복장애에서 진단의 범주 , 즉 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 행동상의 구조적 · 기능적 범주가 워낙 광범위하기에 한 가지 진단방법으로 이를 모두 포괄하기 어려운 것이 진단 시의 유의점이라 할 수 있다 .
<표 8> 중도 · 중복장애아 판정을 위한 검사항목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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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맹 나. 농 다. 지적장애 라. 지체장애 마. 병약 |
질병의 상황 |
① 장애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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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상황 체크의 구체적 행동 예-다음 행동이 가능한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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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변자립 |
가 . 식사 나 . 배설 다 . 의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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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운동기능 |
라 . 큰 동작 마 . 작은 동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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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회생활 |
바 . 언어 사 . 반응 아 . 대인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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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발달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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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상황 체크의 구체적 행동 예-다음 문제행동이 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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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 파괴적 행동 나 . 다동 경향 다 . 이상한 습관 라 . 자상행위 마 . 자폐성 바 . 반항적 행동 사 . 기타 |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 파괴적 경향이 있다 . 잠시도 조용히 있지 못하고 달리거나 날뛰는 등의 다동 경향이 있다 . 이물을 먹거나 분뇨를 가지고 노는 등 이상습관이 있다 . 자신을 상처내거나 입은 옷을 찢는 등의 자상행위가 있다 . 자폐적이어서 의사소통이 성립되지 않는다 . 지시를 거부하거나 지도자에게 적의를 나타내는 등 반항적 행동이 있다 . 기타 특별한 문제행동이 있다 . |
③ 행동상황
앞서 언급했듯이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특성상 기존의 진단 척도로 잔존 능력 및 학습 가능성을 포괄적으로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 그러므로 이들의 교육적 지원을 위한 진단에서는 단순한 선별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의 계량적 진단에 의존하기보다 당사자 아동을 여러 상황 및 생활 맥락에서 교사가 직접 관찰하고 이로부터 진단 및 지원방향을 모색하는 ‘발달적 진단’ ( Entwicklungsdiagnostik ) 내지 ‘지원적 진단’ ( F ö rderdiagnostik ) 이 더 유의한 진단방법이라 할 수 있다 .
이러한 교육평가를 위한 지침은 다음과 같다 (Siegel & Alinder , 2005).
① 중도 · 중복장애아의 발달은 일반 아동의 경우와 질적으로 동일하지만 그 발달이 극히 미세하고 지체되어 있어 변화를 파악하기 힘들다 .
② 중도 · 중복장애아의 발달 수준의 복잡성과 상호 의사전달 능력의 곤란함 그리고 장애의 상태 및 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교육평가가 곤란하다 . 미세한 변화와 지체되어 있는 발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③ 중도 · 중복장애아에게 표준화된 발달검사법 실시에 의한 평가는 매우 곤란하다 . 따라서 일상의 교육 상황에서 아동의 행동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아동의 발달과정을 가능한 한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여 파악하도록 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지도계획에 활용할 수 있다 .
④ 이를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자료로는 생육사 , 정신발달 정도 , 신체장애 상황 , 정서장애 상황 , 손가락 사용 능력 , 보행이동 능력 , 의사소통 능력 , 신변자립 정도 , 집단생활 참가 능력 , 작업 능력 , 운동 능력 , 욕구 · 흥미 , 학습 능력 , 가정 상황 , 관련된 학교 상황 등이다 .
⑤ 교육진단에서 교사는 물론 의사 , 특수교육 보조원 , 심리학자 등의 협력을 얻어 다면적인 종합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
⑥ 평가는 차후 교육지도를 위한 평가가 되도록 한다 .
다음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의 실존 현상에 대한 반성에 기초하여 다면적 평가를 시도한 진단의 한 예로 중도 · 중복장애아동 중 시각-중복장애아동의 시력을 관찰하고 시각적 능력을 판정하는 진단프로그램을 소개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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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1 진단사례 : 시각-중복장애아동의 시력 진단 본론에서 지칭하는 시각-중복장애아동이란 시각장애 외에 부가적으로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아동을 의미한다 . 정보투입에 필요한 두 가지 주된 감각계 중에서 하나가 손상을 입을 때 특수교육 지원은 손상받지 않은 감각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농아동의 경우 시각 통로가 주요 의사소통 매개로 이용되는데 , 이러한 의사소통 체계는 수화 , 지문자 , 그림 의사소통체제 , 말 읽기 등을 기초로 한다 . 시각장애아동의 경우 시각 통로의 문제를 보상하기 위해 청각의 도움에 의존한다 . 그러나 두 가지 감각통로 모두 손상되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아동에게 어떻게 말과 언어를 가르칠까 ? 농-맹인이라 하면 우리는 쉽게 헬렌 켈러를 생각하게 된다 . 헬렌 켈러는 극심한 장애를 가지고도 인생역전을 이뤄낸 인물의 상징이 되었다 . 그렇지만 그 뒤에는 설리번 선생님이라는 훌륭한 분이 있었다 .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이자 변함없는 벗이며 예민한 정신을 지닌 설리번 (Anne Sullivan) 의 도움으로 헬렌 켈러는 말하기를 배우고 , 수화를 사용하고 , 대학 교육도 받았다. 과거 미국의 경우 , 부모가 교육 및 재활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농-맹아동은 대부분 사립 기숙제 학교에서 교육받았다 . 이후 이 문제를 국가적으로 다루기 위해 연방정부는 농맹아동 지원 센터 설립에 대한 법을 1968 년 통과시켰다 . 1969 년에 개원된 센터들은 가족 상담 서비스 , 의학적 · 교육적 진단 , 순회 가정 서비스를 제공했고 , 그 밖에 교사훈련과 전일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 이후 1978 년에는 인구밀집지역에 거주하는 당사자를 위해 중복주립 센터 (multistate center) 와 단일 센터를 설립하고 1,600 만 달러를 지원했다 . 1983 년에는 법 개정을 통해 농-맹아동과 성인을 위한 해당 단체의 자체 프로그램 개발기금을 주 교육당국이 지급하였다 . 농-맹청년 (22 세 이상 ) 의 ‘교육에서 취업으로의’ 전환교육도 정부지원을 받게 되었다 (U. S. Development of Education, 1985a, pp. 2-3). 이 프로그램에서는 종합 진단시설과 전환지원 교육을 강화하고 , 수정된 의사소통 장비와 다른 감각양식을 통한 의사소통 및 이동 기능에 초점을 맞추었다. 1. 시각적 능력체로서의 인간 : 진단에 기초한 인간상에 대한 사유 진단자가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 즉 장애가 있는 사람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느냐―단순히 진단의 대상 ? 아니면 행동하는 총체적 존재로서의 주체―의 문제는 당사자에 대한 관찰 , 진찰 , 지원 등 이후의 제반 과정과도 연결되는 기본적 문제인 동시에 당사자의 인권에 대한 윤리적 사안이기에 다음에서는 진단에 내재한 바람직한 인간상을 인간의 ( 시지각 ) 발달과 관련하여 논의한다. 1) 총체적 존재로서 인간과 시지각 발달 유아의 나이가 만 4 세 정도가 되면 시지각 활동이 대부분 세분화되는데 , 시지각 발달은 누구의 도움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기체 내부의 원동력에 의한 자발적 발달이다. 인간의 체험 영역 중 지각행위―특히 시지각 ―와 연결된 인지 능력처럼 복합적이며 총체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 이미 태내에서부터 태동하기 시작하여 영유아 시기에 특히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시지각 발달은 모든 시각적인 것에 대한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는데 , 시각적 욕구 또한 각 발달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 피아제의 이론에 따르면 영유아는 자신의 시각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자극을 찾아 충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 그러나 바로 이런 점에 시각-중복장애아동의 어려움이 있다. 전맹-중복아동의 경우 자신이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지도 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동의 경우 탄생 직후부터 직면한 몇 년간 수술이나 입원, 기타 다른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그들의 잔존 시력 및 시각적 인상에 대한 발달과 지원은 간과되기 일쑤였다.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지원에서 중요한 원리는 ‘발달을 보이는 능력이라면 모두 지원 가능하다’는 점이다 . 시지각 발달과 관련하여 시지각 기능이란 보통 출생 이후 학령기 이전까지만 발달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 다른 발달 영역과 마찬가지로 시지각 행위도 원칙적으로 더 오랫동안 발달하며 , 추후 연습이나 재활을 통해 발달이 가능하다 . 인간의 발달은 다음 세 가지 요소가 결정적이다. 즉 유기체의 생물학적 조건 , 주변 양육환경 ,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기체의 자발적 행위이다. 특히 마지막 요소는 신체의 기능적 결함이나 발달지체의 경우 유기체의 발달에 미치는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2) 능동적 행위자로서 인간과 시지각 발달 헬트 (Held, 1987) 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스스로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 특정 시지각 능력이 발달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만약 우리가 프리즘원리를 이용한 돋보기안경을 착용할 경우 빛의 파장을 감지하는 데 커다란 변화가 생기는데, 직선도 굽은 선으로 보이게 되고 , 곧은길을 갈 때도 지그재그 혹은 타원형으로 걸으며, 손으로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할 수 없게 된다 . 그러나 이런 안경을 쓴 채 위와 같은 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경우 이전 시각 시스템은 이에 적응하여 돋보기를 통한 ‘굽은’ 시각적 정보에 몸과 지각을 적응하여 이를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 단 이러한 적응은 돋보기를 쓴 피실험자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움직일 경우에만 그렇다는 것이다. 즉 피실험자가 휠체어에 앉은 채 움직여지거나 , 그의 손이 자발적이 아닌 남에 의해 목표물로 옮겨질 경우 이런 시지각 적응현상은 일어나지 않으며, 또한 피실험자가 비록 스스로 움직이며 돋보기안경을 통해 위와 동일한 ( 굽은 ) 새로운 시각 정보를 얻는다 할지라도 자신의 손이 계속 수동적으로 목표물로 옮겨질 경우에는 이러한 적응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실험은 우리가 시각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감각이나 인지가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적응하는 현상을 대변하며, 또한 역으로 ‘자발적 행동 없이는 발달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3) 평형감을 추구하는 인간과 시지각 발달 평형감은 심부감각 , 체성감각으로서 인간의 기립 및 직립보행의 필수적 감각이다 . 잠깐 동안 평형감을 상실할 경우 우리는 ‘몸의 중심을 잃었다’고 얘기할 만큼 평형감과 균형감은 인간 실존을 위한 핵심 감각이다 . 이와 같이 평형감 유지를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시지각이며 , 시지각은 균형감각 외에도 인간의 정서와 안녕감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 이와 관련하여 짧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 “북유럽 국가의 경우 가을이 오고 밤이 길어지면 기분의 기복이 심해지고 심지어 우울증을 느끼는데 ,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 학자들은 미국 연방 중 특히 뉴햄프셔 지방에 주목하였다 . 겨울이 오면 이곳 도시 주민들은 소위 ‘겨울우울증’ ( Winterblues ) 이란 증상에 시달리는데 ,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햇살이 많이 비치는 산속에 오래 머물거나 , 햇빛이 많은 남쪽 도시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 이러한 현상에 착안하여 학자들은 치료방법을 고안해 냈는데 , 이 방법은 이미 덴마크 출신의 의사가 시도했던 것이기도 했다 . 이 의사는 어린 시절 성적이 그리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 고양이를 사랑하는 영리한 소년이었다 . 어느 날 피부결핵을 앓던 고양이가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볕을 쫓아 항상 자리를 옮기고 있음을 발견한 소년은 후일 이에 착안하여 연구한 결과 피부결핵에 대한 태양광선 치료법을 개발하였고 , 1903 년 이 연구를 통해 노벨의학상을 받게 되었다 (Weber, 1992). 미국 의학자들은 같은 치료법을 이번에는 소위 ‘ SAD ’ (Seasonal Affected Disorder)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하여 매일 몇 시간씩 ‘태양광선 박스’에 들어가 있게 하였는데 , 이들의 증상이 며칠 후 감쪽같게 사라졌다는 것이다 . 즉 SAD 증상은 몇 회기 치료로도 완전 치유가 가능하며 , 오늘날 태양광선 치료는 의료보험 수가가 적용될 정도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Posner & Raichle, 1996). 인간 눈의 망막에는 약 1 억 2,500 만 개의 감각수용 세포가 분포되어 있으며 , 청신경 세포가 약 3 만 개인 데 비해 시신경 세포는 약 10 억 2,500 만 개에 달한다 . 인간이 받아들이는 정보 중 약 80 - 90% 가 시지각 통로를 통해서 들어온다고 한다 . 그만큼 시지각 능력 발달 및 이에 대한 지원은 특히 장애아동의 건강과 안녕뿐 아니라 그들의 인성발달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앞에서 논의한 대로 시각-중복장애인에게는 시지각 활동이 세분화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전문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또 시지각 발달 영역에 대한 시각-중복장애인의 능력과 가능성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적합한 특별한 방법, 도구 및 진단 환경이 필수적이다 . 즉 역으로 얘기하자면, 시각-중복장애인을 ‘일반적’ 방법 및 ‘평범한’ 도구로 진단하거나, 소위 ‘정상적으로’ 발달한 진단자가 쉽게 측정하고 판단하기 쉬운 조건하에서 진단한다면 그 진단결과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2. 시지각 능력 대 시지각 활동 : 개념 구분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지각 능력’과 ‘시지각 활동’ 개념의 구성요소를 명확히 구분해 보자. ‘시지각 능력’이란 예를 들어 ‘( 명암 )대비에 대한 감응성( constrastsensitivity )’, 혹은 ‘시각적 명료성( Visus )’을 의미하며 , 나아가 안구 근육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 기능상의 능력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시지각 활동’이란 예를 들어 낯선 물체를 인식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더듬는 활동을 의미하는데, 즉 시지각의 일련 과정을 직접 구성하는 지각행위방식 내지 활동을 의미한다. 시지각 능력 중 한두 가지에 제한 및 장애가 있을 경우, 이는 개별적 시지각 활동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시지각 능력 중 명암대비 감응성이 제한될 경우, 이는 시지각 활동 중 대낮 조명 아래서의 ‘전경-배경-지각’(Figure-Ground-Perception) 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데, 복잡한 배경 앞에 위치한 불명확한 전경을 시각적으로 제대로 포착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해 볼 때, 아동의 시지각 발달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시지각 능력과 시지각 활동에 대한 전반적 개관뿐 아니라 이 두 요소의 상호 관련성을 이해해야 한다. 3. ‘시지각 발달진단 및 지원진단’ 프로그램 ‘시지각 발달진단 및 지원진단’은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진단 프로그램으로서, 만 4 세 수준까지의 시지각 발달을 각 단계에 따라 세부적으로 측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 진단 프로그램은 101 개의 테스트 항목과 하위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예를 들어 대비 감응성 테스트는 서로 다른 모양을 인식하도록 4 개의 시리즈로 구성되며, 또한 각각의 시리즈는 대비를 10 단계로 분류 · 측정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측정방법은 모두 행동관찰이며, 피험자가 능동적 발화를 할 경우에만 예외이다. 즉 피험자의 능동적 언어 없이도 전체 진단과정이 순조로이 진행된다.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영유아 시지각 발달 진단을 위해 ‘습성’(Habituation) 혹은 ‘선호주시’(preferential looking) 와 같은 행동관찰 방법을 개발했는데(Banks & Salapatek , 1983), 이에 근거한 기본적 전제는 다음과 같다. 즉 탄생 직후부터 약 만 2 세까지의 영유아는 어떤 의미로 보면 중도 · 중복장애인과 비슷한 발달 특성을 보이는데, 능동적 발화가 어렵고, 과제에 대한 인식이 힘들며, 잡기 행동의 미숙함 등이 그것이다. 또 예를 들어 만 4 개월 영유아의 경우 이들은 시지각적으로 동그란 과녁형태의 무늬보다는 줄무늬를 선호하며, 나이가 들수록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만 6 개월이 된 영아에게는 소위 ‘의무적 주시’라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즉 시각적으로 사물이 뚜렷해질 때까지 뚫어지게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Posner & Raichle, 1996). <표 9> ‘시지각 발달진단 및 지원진단’에서의 시지각 능력 및 시지각 활동 진단범위
슬라이드 필름을 이용한 진단에서 주로 사용되는 판정방법은 ‘집중선택적 선호주시’ (forced choice preferential looking) 라는 특정 행동관찰법이다 . 4. 시지각 능력 및 시지각 활동의 특성 1) 시선 고정 (Fixation) 본다는 것은 수많은 점 형태로 된 빛의 파장이 동공 가운데 위치한 각막에 비춰지는 것이다 . 시선 고정이란 특정 자극에 대한 그림이 망막에 맺힐 때까지 , 즉 가장 명료하게 볼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눈이 하나의 자극을 지향하여 고정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 신생아의 경우 이러한 시선 고정이 힘든데 (Rauh, 1982, 137), 시지각적으로 집중하고 분산하는 움직임을 아직은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tkinson & Braddick, 1982, 198). 시선 고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선처리와 연관된 운동성 발달 (sight-motor), 만 4 개월부터 5 개월 사이에 이루어지는 fovea( 안구 황반 중 움푹 패인 곳 ) 신경의 세분화 , 나아가 뇌간 발달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 관찰을 통해 시선 고정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전체적인 시지각 발달 지원을 위한 기본 바탕이 되며 , 다음과 같은 관찰척도에 의거하여 시행된다 .
2) 시지각적 탐색 시지각적 탐색 능력의 발달은 매우 유형적 특성을 띤다. 즉 발달 초창기에는 거의 반사 운동적 단계를 거치며 차차 ,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사물이 지닌 몇 가지 특징적 포인트를 찾으려 한다. 시지각적 탐색은 가장 기초적인 시지각 활동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구 소비에트 학자인 야버스 ( Yarbus : Lurija, 1970) 는 아기 눈이 나타내는 최초의 탐색적 움직임으로서 얼굴 그림을 쳐다보는 행동을 관찰했는데, 아기는 대상의 눈, 입 , 머리카락 부위를 우선적으로 응시한다는 것이다. 태어난 지 9 일이 지난 아기도―물론 정확하진 않지만―이미 이러한 시지각적 탐색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한다. 탄생 후 약 4 주 지난 아기는 형체의 외곽선만을 탐색할 수 있으나(Banks & Salapatek, 1983; Dannemiller & Stephens, 1994), 8 주 정도 된 아기는―비록 미완성이긴 하나―형체가 지닌 내부적 모양을 인식하고 탐색할 수 있으며, 12 주 정도 지난 아기는 형체의 단절 등 세부적인 부분도 인식하게 된다. 3) 시지각 비교 시지각 비교란 시각적 주의력이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이는 즉 ‘시선 교환’(sight-change) 을 통해 이루어진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행위 역시 고도의 세분화된 수행 능력을 요구한다. ① 시각적 선택 능력, ② 두 대상에 대한 지각을 동시 처리하기, ③ 시선교환을 위해 시각운동 예견하기, 나아가 ④ 시지각 통제를 통해 목표물 주시하기이다. 영아는 탄생 후 첫 주부터 이러한―비록 아주 정밀하진 않지만― 시지각 비교가 가능한데, 물론 이때 두 가지 비교 대상이 거의 같은 방식으로 제공될 경우에 그러하다. 또 이때 비교라는 것도 성인들이 생각하는 비교가 아니라 어찌 보면 주의력을 교환하는 정도라 생각할 수 있다. 신생아들이 선호하는 무늬로는 바둑판 무늬, 과녁형 원무늬 , 줄무늬 그리고 사람 얼굴 형태이다. 이러한 사실은 역으로 신생아가 태어날 때부터 선별하고 구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Banks & Salapatek, 1983). 시지각 비교는 후일 좀 더 정교한 시각적 스키마를 발달시켜 이를 저장하고 기억하도록 하는데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시지각 비교는 세 가지 핵심적인 시지각 활동 중 두 번째로 중요한 활동이다. 4) 눈으로 따라가기 신생아는 움직이는 물체를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다. 움직이는 물체를 쫓아 매 순간 시선을 다시 집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Atkinson & Braddick, 1982). 신생아가 움직이는 물체와 병행하여 시각적으로 따라가기 위해서는 생후 2 개월 정도 지나야 가능한데, 이 역시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힘들다. 눈으로 따라가기는 시지각 활동의 다른 부분과도 밀접히 연관되는데, 눈-머리 사이의 협응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협응은 이미 생후 1 개월에 시작되나, 이 역시 성인의 그것과는 다르다. 성인의 경우 눈으로 따라가기를 위해 눈과 머리를 동시에 움직이며 이때의 상호 협응 역시 지속적인데 반해, 신생아는 소위 ‘( 말더듬듯 ) 더듬는’ 양상을 보인다. 생물학적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면 아기와 주 양육자가 다양한 형태로 ‘눈으로 따라가기’를 연습할 수 있으며, 이때 머리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협응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런 연습은 나아가 시지각 기관과 운동 기관 간의 협응을 돕는다. ‘바라보기’를 위한 시각적 운동에 장애가 있는 경우 아기는 눈동자 대신 머리만 움직여 물체를 따라가지만, 머리만이라도 충분히 같이 움직여 준다면 ‘바라보기’ 발달에 큰 지장은 없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 머리를 움직일 수 없는 아동의 경우 눈동자 시선이 자극을 쫓아 움직이는데, 이 경우에도 역시 눈으로 따라가기 능력이 발달할 수 있다. 5) 전경-배경-지각(Figure-Ground-Perception) 우리는 어떤 모양(Figure)을 (공간적 · 입체적으로) 모아져서 특정한 모양을 띠는 것 , 즉 그 입체감이 돌출되어 시야에 와 닿는 것으로 바라보는데 , 즉 시지각 대상이 되는 전경 ( 全景 ) 을 ‘ 뒷배경 ( 背景 ) ’ (Ground) 과 구분하여 지각한다. 시각 대상 및 시각적 장 (場) 이 드러내는 비동질성 (Inhomogenity) 을 선택하여 분리한 뒤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대상의 대비 및 색깔과 형태의 차이를 지각한다 (크기, 형태, 표면 질감 등). 사물의 ‘모양’(Figure)이란 다름 아닌 주의력을 유도하는 것이며, 다시 대상을 바꾸어 다른 것을 바라볼 경우 이것이 다시 ‘전경’이 되고 이전 것은‘ 배경’으로 물러난다. 많은 대상이 모여 있는 것을 바라볼 경우 ‘모양’ 혹은 전경으로 쉽게 지각되는 것은 바로 ‘작고, 밝으며, 낯선’ 요소들이다. 큰 모양이나 형체를 바라볼 경우 이 대상은 우선 ‘전경’과 ‘배경’으로 나뉘는데, 눈을 여러 번 움직여 가며 전경과 배경이 분리된다. 신생아가 사람의 얼굴을 바라볼 경우 보통 부분으로 나누어 지각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전경-배경-차별화 능력은 신생아에게 선천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문헌에 따르면 만 1 개월 신생아의 경우 어떤 모양을 바라볼 때 그 모양 내부의 세부적 부분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고 한다. 단, 모양의 세밀한 부분이 움직이거나, 번쩍이거나, 혹은 이 연령대 아기들이 선호하는 모양인 바둑판무늬나 과녁형 원무늬 등과 같은 구조일 경우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Banks & Salapatek, 1983, 519). 그러나 신생아가 만 4 개월 정도 되면 모양의 내부가 서로 다르거나 바뀐 것까지도 인식하는데 (웃는 둥근 얼굴, 찡그린 둥근 얼굴), 내부 모양의 차이가 전체 형체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5. 진단 시 유의점 시각-중복장애인의 시지각 진단은 우선 그들에게 적합한 최선의 환경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진단실 및 지원실 공간의 천장과 벽, 바닥의 절반 정도를 검게 칠하고 어두운 색의 가구를 배치해야 하는데, 피실험자 대부분이 어둡지 않은 곳에서는 시각적 자극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의 다른 절반은 흰색이나 밝은 회색 계열로 칠한다. 또 피실험자가 시지각 자극을 인식하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빛 강도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빛의 밝기는 조명기구로 조절할 수 있으며, 특히 딤머(Dimmer)라는 기계가 유용하다. 나아가 순간적으로 칠흙같은 어둠과 대낮 밝기를 교차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러한 자극 변화를 통해 피실험 아동의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 있다 . 시각-중복장애인의 시지각 진단 과정에서는 단순히 시각장애 여부를 측정하는 것뿐 아니라, 잔존 시각 능력 및 제한된 시지각 행위를 지원, 개발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심리학적 · (특수) 교육적 접근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일반 대학병원이나 진료소에서는 이런 지원이 불가능하므로 학교, 특수유치원 등 조기지원 기관들이 진단과정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요구된다. 나아가 진단테스트를 실시하는 사람 역시 테스트 도구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며 시각-중복장애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요구된다. 6. 지원 위와 같은 진단을 통해 해당 아동에 대한 현재 시지각 발달상태를 정확히 기술하는 것은 앞으로 실시될 교육적 지원 전반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진단 및 지원은 위에 기술한 적합한 공간에서도 실시할 수 있고, 일상생활 환경 속에서도 가능하다. 진단 시 사용한 도구들은 지원을 위해서도 사용가능하며, 아동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개별적인 지원도구를 제작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개별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일상생활 용품을 슬라이드 필름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나아가 독일의 경우 시지각 지원진단 및 지원비용을 의료보험 수가에 포함시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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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2 중도 · 중복장애 관련 교육연구 현황 :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중도 · 중복장애학생이란 신체, 사회성, 인지, 정서적 문제들로 인하여 특별하게 고안된 교육적 · 사회적 · 심리학적 · 의학적 서비스 등을 통하여 지역사회에 의미있게 참여하여 활동하고 자아성취를 위하여 이들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키워주기 위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Heward, 2006).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에 대한 연구 동향을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된 사안은 우선 양국 모두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규정의 부재하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내 특수교육계에서 이들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이미 앞에서 언급하였고, 미국 역시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규정이 법안에서도 제시되고 있지 않다(강성종, 2010; 한경근 외 , 2009). 특히 미국의 경우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대신 학교급 별로 해당 장애학생의 IEP 가 교육과정을 대신하도록 되어 있기에 일관된 규정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교육적 접근 방향 및 동향 등에 관한 논의는 문헌연구(강성종, 2008; 김삼섭, 2002; 김수진, 2003; 김혜리, 2007; 박은혜, 2002; 박향매, 2002; 이소현, 1998; 조홍중, 2008; Agran & Martin et al., 2006; Borgioli & Kennedy, 2003; Snell et al., 2003)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러한 연구들은 선행연구와 이론적 자료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연구로 중도 · 중복장애 교육에 대한 긍정적 결론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적 교육활동, 즉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학교수준에서 이들에게 장애의 특성, 교육적 요구 등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교육과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강성종, 2010). 국내의 경우, 강성종(2008, 2009, 2010)은 특수교육 관련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논하며, 중도 · 중복장애학생의 교육과정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2008 년 특수학교 교육과정의 개정 배경인 특수교육 대상학생의 중도 · 중복화 경향과 관련하여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2008 년 개정 특수교육과정은 여러 가지 개정 취지 중 ‘특수교육 대상학생의 중도 · 중복화 경향의 심화’를 포함하여 일정 부분 학교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과정 요구 특성을 고려할 때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즉 개정의 취지와 달리 지나친 법적 구속력, 획일적인 교육과정 체재 등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못하고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의 중도 · 중복장애를 위한 교육연구의 동향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주제는 적응행동에 속하는 의사소통과 건강 및 운동, 교육과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 특히 그들의 손상된 의사소통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비구어 및 보완대체 의사소통 도구를 활용한 의사소통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며(박은혜, 2000; 한경임, 1998, 2002), 특히 의사소통의 기능, 형태, 중재방법 등에 관련된 연구가 주를 이룬다(Carter, 1997; Ogeletree et al., 1992; Sigafoos et al., 1994b). 특히 통합학급에 소속된 중도 · 중복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나, 주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의사소통 증진에 관한 연구로 많이 치중되어 있었다. 반면 교육현장에서의 다양한 교육 지원 및 통합교육 환경에서의 교육과정 적용을 위한 제반 여건과 교육과정 접근 등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
제 2 장 생명윤리 논쟁과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권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패러다임 중에는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긍정적 가치도 있는 반면 , 그 반대로 획일적인 가치로 작동하여 복지사회를 위협하는 것도 있는데 ,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개개인이 처한 출발점이나 능력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경제논리로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의식이라 하겠다 .
천부인권사상에 따라 생명의 존엄성이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부여되던 시절이 지나 , 이제는 사람의 가치가 경제적 유용성에 따라 좌우되기에 , 생산성과 효율성 창출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서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능력을 지닌 중도 · 중복장애인에게도 ‘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지켜지는지 궁금하다 . 경제논리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교육 또한 ‘기능적 수단’으로서 작동하게 되며 , 경제적 인력의 재생산 과정에서 소위 ‘정상발달 범주에서 벗어나는’ 장애인 , 특히 중도 · 중복장애인들은 존재 가치는 물론 생존권마저 위협당할 수 있다 .
필자가 중등학교 교단에 서던 시절 , 학창시절 은사를 찾아가 뵙고 나올 때면 항상 해주시던 말씀이 있었다 . “학생이 있으니까 교사도 있는 것이다 . 항상 학생을 우선으로 삼아라 . ” 일선 현장에서 매너리즘에 빠져가는 제자를 보며 , 교사의 윤리적 책무성을 일깨워 주시려는 말씀이거니 했다 . 이 논문의 주제와 연관해 보자 . 만약 교사의 업주 ( 業主 )(?) 인 학생집단이 어떤 이유에서든 직간접적으로 외부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 ? 또 그 결과 학생집단의 교육권 , 수업권이 상실될 위험에 처했다면 ? 교사는 (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 학생집단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 최소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데모라도 할 것이다 . 그것이 그들의 교육을 책임진 교사의 윤리적 책무성이며 , 이를 실천하는 최소한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
이러한 논리는 중도 · 중복장애아동을 위한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 중도 · 중복장애가 있는 , 혹은 있게 될 아이들 , 청소년 , 성인 , 노인들이 사회경제가 힘들다는 이유로 안락사 , 존엄사 , 임신중절의 위험에 처하게 될 때 , 특수교육을 하는 사람은 먼 산의 불 바라보듯 침묵해서는 안 된다 .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위협에 특수교육계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 부지불식간에 우리도 중도 · 중복장애인은 학습능력도 미미하고 교육도 불가능하니 포기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
의사나 법원 판사도 명확히 판단 내리지 못하는 생명의 시작과 끝에 대한 질문에 특수교육을 공부하는 사람도 전문적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 어디서부터를 생명의 시작이라 할 것이며 , 죽는다는 건 언제부터인지 ,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 오히려 개개인의 주관적 가치판단에 따라 답을 달리할 것이기에 ,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맺기가 더더욱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 이 장에서는 존엄사나 생명공학 등 사회적으로 첨예한 생명윤리 이슈가 특수교육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 주는지 반성해 보고자 한다 . 이러한 문제를 남의 일처럼 뒷짐 지고 먼 산의 불 바라보듯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 존엄사에 대한 법원 인정이 확대될 경우 ,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중도 · 중복장애인이며 , 생명공학 발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임신중절이나 안락사의 희생양이 바로 중도 · 중복장애를 갖게 될 태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특수교육을 하는 사람이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일반사람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며 , 또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 장애란 열등함이 아닌 다름과 차이일 뿐이며 , 나라는 인간이 존재하듯이 , 장애인 역시 ‘또 다른 하나의 존재방식’일 뿐이라는 인식이 특수교육자의 기본 윤리가 아닌가 한다 . 나아가 장애는 고착적인 현상이나 , 운명론적이고 인과적인 사안이 아니라 , 좁게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편협한 이론적 구성물일 뿐이요 , 넓게는 우리 사회가 소위 ‘ 장애인’에게 어떤 기회를 보장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존재 현상이다 . 이런 가치관 , 윤리관 , 장애인관을 지닌 특수교육자라면 , 안락사에 위협받는 중증환자나 , 임신중절의 위협에 처한 중도 · 중복장애태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럼에도 외모에서부터 나와 현격히 다른 모습을 지닌 장애인에 대해 어떤 기본적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 바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 장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 임용고사에 나오지도 않는데 , 골치 아프고 , 딱히 마땅한 해결책도 없는 이러한 주제에 대해 특수교육자로서 비판적이고 뚜렷한 소신을 세우는 일은 시험문제 하나 더 맞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리라 .
의학계에서는 존엄사를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 , 즉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 무의미한 치료가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의미에서이다 .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대표적인 연명치료이다 . 의학계와는 달리 일부 종교계에서는 존엄사를 안락사의 일부로 보고 있다 . 그러나 ‘ 존엄사 ’ (Death with Dignity) 나 ‘안락사’ (Euthanasia) 모두 현재 법적 용어가 아니다 . 판례상 ‘연명치료 중단’ (Withholding of Life-Sustaining Treatment) 이 현재 통용되는 공식적 용어이다 . 어쨌든 용어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관련 의료행위에 대한 당사자 집단의 이해를 반영한 해석 차이에 불과한 듯하다 .
존엄사 혹은 안락사가 사회적 논쟁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개개인이 자신의 자율적 선택에 의거하여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자는 주장과 안락사 실천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염려와 연관된다 . 안락사란 개개인이 미래에 겪을 수 있는 고통과 불행을 최소화 내지 제거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 또는 의학적 기술로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연명치료와 관련하여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 평화롭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나 , 현실에서는 죽음을 자의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힘든 중환자와 치료 불가능한 환자에게까지도 ‘편안하고 빠른’ 죽음을 비자의적으로 강요할 위험이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
‘ 2009 년 6 월 23 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본관 1508 호에서 김 모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의 일환으로 인공호흡기가 제거되었다 . 그 순간 김 씨가 숨을 몰아쉬며 비스듬히 놓인 뺨 위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중앙일보 기사에서 발췌
위의 김 씨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을 계기로 국내에는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 김 씨는 폐암 여부를 확인하는 조직검사를 받기 위해서 병원에 들어왔지만 , 조직검사 과정에서 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 김 씨 측 가족의 기소로 대법원으로부터 국내 최초 식물인간 환자의 ‘ 존엄사 ’ 인정 판결을 받았기에 합법적으로 인공호흡기를 떼어냈지만 , 김 씨는 그 순간에도 자발호흡을 하며 거의 정상인에 가까운 분당 16 - 18 회 호흡을 유지했다 . 보통의 경우 뇌사자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30 분에서 1 시간 이내에 사망하지만 , 자발호흡이 유지되면 생명 유지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 하지만 뇌 손상이 심해서 의식회복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 이에 가족 측에서는 ‘돌아가시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호흡기를 떼고 치료를 받겠다는 것’이 원래의 의도였다고 해명하며 ,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서 고통이 줄었고 , 혈색이 좋아지고’ ( ··· ) ‘연명치료가 환자에게 고통을 줬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라고 한다 . 김 씨는 연명치료를 중단한 지 201 일 만인 2010 년 별세했다 . 김 씨는 죽기 전까지 산소포화도 및 맥박 수 등도 꾸준히 안정세를 유지하여 정상범위에 있었으며 , 병원에서는 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공급하는 조치만을 제공했다 .
위와 같은 존엄사 문제에 대한 의료계의 적극적인 대응과 달리 종교계는 물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도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다 . 어느 병까지 존엄사를 허용할지도 논란이다 .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발의한 존엄사법에는 식물인간이 포함돼 있지 않다 . 서울대병원이 몇 달 전 제시한 존엄사 지침에는 말기 암환자만 포함돼 있다 . 김 씨처럼 연명치료 중단 후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 이를 계기로 시작한 존엄사 입법이 힘들어 질 수 있기에 복지부 생명윤리안전과에서는 일본 , 유럽처럼 법 없이 법원 판례로 존엄사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도 마련해 놓겠다는 입장이다 . 가톨릭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오직 김 씨의 경우에 국한된 판결인데 , 의료 기관들이 유사한 환자들에게 적용할 위험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이 생기면 남용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3 개 의료단체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존엄사 관련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청회를 여는 등 법제화에 앞장서고 있다 .
존엄사와 같이 모호하고 복잡한 윤리적 현안에 대해 존엄사를 요구한 가족의 입장도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 생명유지조치를 취해도 별 진전이 없어 보이고 , 장기전으로 갈 경우 가족의 경제적 부담도 막중하다 . 호흡기를 제거해서 자연사로 유도하는 것이 환자의 평소 신념에 부합하고 ,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이다 . 이번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까지도 병원 측에서는 연명치료 환자의 입원이 병원의 수입에 해가 되지 않는 이상 , 안락사 등으로 만일에 빚어질 살해라는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안락사적 조치를 거부해 왔다 . 존엄사를 허락한 법원 및 신문 등 대중매체는 존엄사 관련 입법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인데 , 존엄하게 사망할 권리는 허용하되 , 생명권을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입법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
생명과학 및 의료기술의 괄목할 만한 발전으로 많은 수의 중증환자가 연명치료를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 이 중에서는 자발적 내지 가족의 희망에 따라 연명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 비자의적 내지 타율적으로 생명이 연장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우리 사회가 말기 암환자 , 뇌사자 등 중증환자에 대해 관심을 갖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 우리 사회는 고통받는 환자를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나 , 어떻게 조금 더 편안히 여생을 누리게 할까 하는 ‘ 생명권’보다는 그들의 ‘ 사망권’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 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확산 보급된 국민의료보험 제도는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민 일인당 의료보험 부담비용을 증가시킬 것이고,8) 여기에 의과학 기술 발전에 힘입어 연명치료가 가능한 중증환자 수가 증가할 경우 , 어려워지는 세계 경제 상황에서 국가적 부담은 더해갈 것이다 . 우리 사회가 현재는 환자의 존엄사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식의 인권적 주장을 펼치지만 , 그 이면에는 경제적 부담과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비용효과 논리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주시해야 할 것이며 , 현실과의 안이한 타협으로 환자의 생명권이란 댐은 조금씩 틈새가 벌어져 물이 새어나오기 시작하면 댐 붕괴를 더 이상 막을 수 없음 ( ‘댐 붕괴 현상’- Dammbruch Effekt , 영미언어권에서는 이를 ‘ ( 브레이크가 고장 난 ) 미끄러운 경사길 ’ Slippery Slope Argument 이라 칭함 ) 을 경고로 삼아야 한다 . 현재 나와 내 가족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고 생명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무심히 방치하면 언젠가는 그 부메랑이 내게 돌아와 나의 생명권이 위협받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안락사를 뜻하는 영문 euthanasia( 오이타나지아 ) 는 원래 그리스어 ‘ eu-thanatos ’에서 유래한 것으로 ‘ eu ’ (well)+ ‘ thanatos ’ (death) 로 합성되어 좋은 죽음 , 축복받은 죽음을 의미한다 ( 최문기 , 1999). 앞서 언급한 국내 존엄사 사례와 관련하여 , 대중매체에서는 존엄사가 곧 안락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하나 , 결국 자신의 생명과 죽음에 제 3 자가 관여한다는 측면에서는 둘 다 윤리적 문제를 동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
안락사의 역사는 고대 원시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 질병이나 노환으로 죽기를 원하는 자에게 안락사를 실행한 고대 원시사회를 시작으로 , 그리스 · 로마 시대엔 ‘ 신체적 · 정신적으로 건강한 자’라는 국가적 이상형에 따라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기나 불치병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유기하는 법이 마련되어 있었다 . 플라톤은 기형아의 유아살해를 국가의 정상적 권력의무로 간주하고 ,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장애아에 대한 임신중절을 찬성하고 그들에 대한 양육을 금지할 것을 주장했다 . 중세에 이르러서는 그리스도교의 신의 피조물인 인간의 생명존중사상에 힘입어 장애아에 대한 살해 및 유기가 허용되지 않았다 .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인 16 세기에는 토머스 모어가 다시금 안락사 실시를 주장하였고 계몽주의 시대인 18 세기에 들어서는 자살 금지에 반발하기 시작하였다 . 또 의학적 진보에 따라 난치병에 대한 의학적 진단이 가능하게 되자 의료적 도움으로 고통을 완화하거나 단축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기에 이른다 . 현대에도 안락사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 1907 년 일부 의사들에 의해 안락사가 ‘자비로운’ 살인이라는 이슈로 등장하였고 , 20 세기 미국에서는 안락사의 합법화 운동이 전개되기도 하였다 . 1976 년 캐런 퀸란은 인공호흡기를 뗀 후에도 10 년을 더 살았다 . 20 대 여성이었던 퀸란은 약물중독으로 뇌에 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되었으나 , ‘나는 호흡기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고 친구에게 한 번 했던 말을 근거로 법원은 그녀의 연명치료 중단을 허락했고 , 경솔한 법원의 판단에 여론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 그리고 14 년이 지난 1990 년 미주리주 대법원은 낸시 크루잔 사건을 계기로 가족이나 다른 보호자가 아닌 환자 본인의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의사표시가 있어야만 연명치료 중단을 허락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미 연방의회에서는 이듬해 안락사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관한 법률을 탄생시켰다 . 병원은 환자의 의사를 문서 또는 구두로 표현토록 해야 하고 , 이것이 없을 경우 병원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환자의 의사표명과 의학적 상태를 집단 검증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
안락사는 크게 환자의 입장과 안락사를 행하는 제 3 자의 입장에 따라 각각 구분된다 . 우선 환자의 의사결정 행위 여부에 따라 자의적 안락사 , 비자의적 안락사 , 반자의적 안락사로 구분되며 , 안락사를 주로 행하는 의사의 행위 유형에 따라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
<표 10> 안락사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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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결정 |
의사의 개입 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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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안락사 |
소극적 · 간접적 안락사(passive, indirect Euthanasia) 적극적 · 직접적 안락사(active, direct Euthanas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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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의적 안락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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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의적 안락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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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안락사 (voluntary Euthanasia) 는 완치 및 치료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자율적 결정에 따라 약물 등의 수단에 의한 생명유지를 포기하고 죽음을 요구하는 행위이고 , 비자의적 안락사 (Nonvoluntary Euthanasia) 는 환자가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경우 ( 대부분 의식 상실로 인한 경우이다 ), 가족 등 법정대리인이 대신 인위적 생명유지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 이에 반해 반자의적 안락사 (Involuntary Euthanasia) 란 환자가 자신의 죽음에 동의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타인에 의해 안락사가 실시되는 경우이다 . 안락사의 두 번째 유형인 의사의 행위 유형에 따른 안락사는 우선 중증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신생아나 , 불치병 환자에게 생명연장 치료를 의도적으로 중단하고 생명 유지를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 즉 죽음에 자연적으로 이르도록 방치하는 형태의 간접적 안락사와 현존의 의학적 기술로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 , 약물 등 기타 도구를 사용하여 죽음에 빨리 이르도록 하는 적극적 안락사로 구분된다 .
안락사 시행과 관련한 의료계의 의사결정 방식은 , 우선 소극적 안락사인 간접적 안락사의 경우 만일 환자의 자의적 결정이 없어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생명 단축의 위험이 있을지라도 , 궁극적으로는 고통의 제거를 선택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의 추정적 의사로 족하다는 입장이다 . 즉 가족 등 법정대리인을 통해 평소 환자가 죽음이나 고통에 대해 피력한 신념을 토대로 생명유지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이와 달리 , 적극적 안락사인 직접적 안락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추정적 의사가 아닌 명시적 의사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 불치 환자의 고통 경감을 위해 달리 대체수단이 없는 경우 마지막 방법으로만 시행되어야 하고 , 이를 위해 환자의 육체적 고통의 존재와 시기의 절박성이 전문가인 의사들에 의하여 확실히 진단되어야 한다 .
<표 11> 서울대병원 연명치료의 중단 절차 권고안, 2009년 7월 7일 발표 (자료: 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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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
환자의 의사 결정능력 |
질환상태 |
대상치료 |
판단주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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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있음 |
암, AIDS, 만성질환의 말기, 뇌사 |
연명치료 |
환자(사전의료지시서)+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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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없음 |
1) 뇌사 2) 암, AIDS, 만성질환의 말기 |
연명치료 |
환자 추정적 의사+대리인+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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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없음 |
특수연명치료에 의존하는 지속적 식물인간 |
특수연명치료 (인공호흡기 등) |
병원의료윤리위원회의 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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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없음 |
일반연명치료에 의존하는 지속적 식물인간 |
일반연명치료 (영양 공급 등) |
법원 |
국내의 경우 현재 의학계가 마련 중인 ‘연명치료 중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존엄사란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따라야 함을 원칙으로 하고 , “생명을 단축시키는 안락사와 자살을 유도하는 의사조력 자살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못 박고 있다 . 하지만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의사표시는 추정적 방법에 의하여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 바로 이런 조항의 허술함을 틈타 제 3 자의 이해관계가 끼어들어 존엄사가 오 · 남용될 위험이 있다 .
존엄사의 대상이 되는 환자는 ‘회복 불가능하고 죽음’이 임박한 경우로 이에는 말기 암환자가 대표적이다 . 국내 존엄사 허용의 요건으로 ① 환자가 치유 불가능한 질병에 걸려 회복가능성이 없고 , 사망을 회피할 수 없는 말기상태에 있을 것 , ② 치료행위의 중지를 요청하는 환자의 의사표시가 존재하고 , 이러한 환자의 의사가 치료행위의 중지시점에서도 존재할 것 , ③ 약물투여 , 화학요법 , 인공투석 , 인공호흡기 , 수혈 , 영양-수분보급 등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조치 및 대증요법인 치료조치 , 나아가서는 생명유지를 위한 치료조치 등 모든 것이 중지대상이 된다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자체적으로 뇌사자와 식물인간 등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의 3 단계 기준을 제시해 놓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은 말기 암환자가 스스로 존엄사를 선택하게 하는 ‘사전의료지시서’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 실정법 없이 대법원 판례만 있는 상황에서 의료단체의 자체적 기준 및 지침에 의거해 이미 존엄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
서울대병원의 권고안에 따르면 환자의 의사결정 능력과 병의 상태 등을 고려해 4 단계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 우선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부착 여부 등을 명시한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한 환자의 경우 두 명 이상의 의료진이 회생 가능성과 연명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의식불명 등에 빠져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리인이 환자의 평소 가치관을 토대로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했다 . 그러나 환자의 의사 추정이 어렵거나 회생 가능성에 대해 의료진 간에 이견이 있으면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의학적 판단을 받도록 했다 . 의료진과 보호자 , 혹은 보호자 사이에 연명치료 중단을 둘러싼 의견이 다를 경우에도 윤리위원회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 마지막으로 회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연명 기간이 길 것으로 예상되는 식물인간은 ( 앞의 김 씨의 사례 ) 법원의 결정을 따르도록 했다 . 서울대병원은 2009 년 5 월 19 일부터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사전의료지시서를 받았고 , 작성자 11 명 가운데 7 명이 사전의료지시서에 근거해 연명치료 없이 임종했다 (2009 년 7 월 8 일 현재 ).
위의 존엄사 기준에서 눈여겨 볼 것 중 하나는 환자의 ‘ 의사결정능력’이 환자의 ‘의식이 있고 없음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인데 , 환자가 의식불명인 경우 자신의 생과 사에 대한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고 간주하고 있다 .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의식이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가 ? 나아가 인간의 ‘ 의식’에 대한 개념이나 기준 , 그 한계선에 대해 의학계 내부에서도 아무런 이견이 없을까 ? 이를 위해 우선 의료계 내에서도 혼선을 빚는 의식 및 정신기능 개념 ( 김동찬 , 1999) 을 간략하게 정리한 뒤 존엄사 논의를 계속해 보자 .
신경계의 고차원적 기능에 해당하는 인간의 ‘정신기능’ (mental function) 은 개인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적 관점에서 풀이된다 . 정상적인 정신기능을 가졌다는 말은 , 한 개인이 자신과 주변 환경을 ‘의식’ (consciousness) 하는 과정에서 시작하며 , 의식을 통해 들어온 것을 ‘인지’ (cognition) 하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 인지는 경험한 것을 정확하게 지각하는 능력인 ‘ 지남력 ’ (orientation), 입력된 정보를 통해 더 의미 있는 정보로 전환하는 능력인 ‘ 판단력’과 ‘추리력’ , 저장된 정보의 회복과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인 ‘ 기억력’으로 구성된다 . 그러므로 정신기능의 장애는 의식장애와 인지장애로 구분된다 .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 첫 단계로서 인간의 의식은 자신과 환경을 인식하는 상태로서 , 내부나 외부환경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이며 , 운동기능계가 정상이라면 입력된 정보에 대해 적절한 방법으로 반응을 보인다 . 인간의 의식은 또한 두 가지 하위 요소로 구분될 수 있는데 , 하나는 대뇌피질의 기능에 의해 의식의 내용으로 표출되는 인지기능인 ‘자각’ (awareness or responsiveness) 이며 , 다른 하나는 직접적인 자극과 감각자극 , 대뇌의 영향을 통해 활성화되는 뇌간의 상행 망상 활성계의 기능에 의해 표출되는 ‘각성’ (arousal or wakefulness) 이다 . 결국 인간의 의식 작용은 상행 망상 활성계와 대뇌기능의 복합적인 반응인 것이다 . 자각은 각성이 없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므로 각성의 정도가 의식의 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 그러므로 의식 수준은 각성의 정도가 기초가 되어 구분하여 정의할 수 있다 .
<표 12>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 의식’은 다양한 수준에서 작동하고 있고 , 수의적 · 불수의적 반사 , 각성 및 자각 등 하위 요소 간 복합적 구성체임을 알 수 있다 .
우리는 대부분 식물 상태에 있는 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을 되찾아 소생했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며 , 장 도미니크 보비의 실화이자 자전적 소설인 『잠수종과 나비』를 통해 주인공의 살아 있는 의식이 ‘감금증후군’ (Locked-In Syndrome) 에 의해 안으로 갇히게 되어 , 겉으로 볼 때 식물인간과 같은 상태로 나타날 수 있음도 알고 있다 . 인간의 복잡한 내적 의식은 다양한 형태와 수준으로 드러나기에 , 외부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분히 주관적으로 달리 지각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
각성은 가능하나 자각증세를 보이지 않은 지 4 주 이상이 지나 회복이 불가능한 김 씨와 같은 상태를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 (Persistent Vegetative State, PVS) 라 한다 . 현재 국내에는 김 씨처럼 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가 3,000 여 명 있다고 한다 . 하지만 이들 모두가 존엄사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 ‘생명과 관련된 주요 생체기능 ( 뇌기능 ) 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 연명치료 중단 시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사망임박 단계’라는 대법원의 명백한 (?) 판단에 의해 김 씨의 연명치료가 중단되었지만 , 결국 개인의 생명에 관한 판단을 너무 쉽게 한 법원의 경솔함은 비판의 여지가 있으며 , 이를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경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표 12> 인간 의식의 다양한 수준 및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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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수준 및 상태 |
의식 특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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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식 awareness |
환자 자신의 환경에 대해 검사자와 같은 수준의 각성 및 자각을 보이며, 외부자극에 대해 완전한 반응을 나타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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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면(傾眠) somnolence |
환자는 병적인 졸음이나 계속적인 수면 상태를 유지하지만 자극에 대해 쉽게 각성하거나 자각 상태로 돌아와 정상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자극 소실 시 다시 수면 상태로 돌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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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혼미(昏迷) stupor |
어렵게 각성시킬 수는 있으나 자각은 되지 않는다. 강한 자극의 반복으로 불완전하게 각성시킬 수 있으나 자극이 없으면 무반응 상태 및 깊은 수면으로 빠져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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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착란(錯亂) confusion |
대개 일반적 속도와 명료함으로 생각할 수 없는 상태인 ‘의식의 흐려짐’과 같은 지각부전(imperceptiveness)과 주의산만 상태를 의미하며, 부주의 및 지남력 상실을 동반한다. 중독성 또는 대사성 뇌병증이나 치매와 같이 뇌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주는 질환에 의해 가장 흔히 생기며 다양한 위치의 초점성 뇌질환, 특히 우뇌반구의 질환에 동반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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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섬망(譫妄) delerium |
경우에 따라 착란과 혼용되는 용어로, 활동항진이 뚜렷한 착란상태를 섬망이라 칭하나, 섬망 상태를 특징짓는 징후들, 예로 생생한 환각, 어느 한순간 환자 자신이 반응하는 일 이외의 다른 것에 동시 반응하기 어려움, 극도의 초조, 진전(震顫, tremor), 쉽게 놀람과 경련, 자율신경계의 항진 징후 등은 착란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다른 종류의 뇌질환을 시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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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식물인간1) vegetative state |
눈을 뜨거나 손발을 움찔하는 등 외부자극에 대한 불수의 반사작용으로 각성은 보이나 자각은 없는 상태이다. 광범위한 대뇌 손상이 원인이나 뇌간의 망상 활성계 및 소뇌 기능은 손상이 없어 호흡과 순환 등 생명유지는 가능하다. 뇌간과 소뇌 활동이 멈출 경우 뇌사 상태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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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혼수(昏睡) coma |
각성과 자각 모두 불가능한, 의식의 완전 소실 상태이다. 강한 외부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고, 수의적 운동도 나타나지 않는다. 기본적인 불수의적 반사반응은 나타날 수 있으나 건강상태 악화 시 손상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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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腦死) irreversible coma =불가역적 혼수 |
외부자극에 대해 각성이나 자각 모두 일어나지 않는 혼수상태가 불가역적으로 지속될 경우 뇌사에 해당한다. 순환 및 호흡기능의 불가역적 정지와 뇌간을 포함한 뇌 전체 기능의 불가역적 정지 상태(1981년 미국 대통령위원회의 보고서)인 뇌사는 장기이식을 전제로 사망으로 인정되나, 식물인간은 여전히 생명이 유지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
주: 1) 이러한 식물인간 상태와 구분되어야 할 상태로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이 있다. 환자는 깨어 있고, 자신과 환경을 인지할 수 있는 정상적인 의식 상태지만 침묵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환자의 원심성 운동로가 양측성으로 손상되어 전신에 완전한 운동기능 마비가 나타나 수직 안구 운동이나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 겨우 의사표시가 가능하다. 즉 뇌교 기저부의 하행성 운동계가 양측으로 손상되나 배측 망상계는 보존되어 언어나 유해한 자극에 대해 운동반응을 할 수 없는 경우로 각성과 자각은 가능한 상태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복측 뇌교 경색을 보이는 기저 동맥 혈전증이나 뇌교 출혈, 종양, 중심성 뇌교 수초 융해증 등과 길리언-바레(Guillian-Barre) 증후군, 중증 근무력증 등의 신경근육 질환에서도 드물게 나타난다.
안락사에 대한 찬반양론 중 지지 입장은 생명과 죽음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환자의 자결권을 존중해야 하고 , 인위적인 죽음을 통해 고통을 제거하는 것이 고통스럽게 연명하는 것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더 보장하는 길이라 주장한다 . 나아가 자신의 극심한 고통뿐 아니라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자유국가에서 법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 안락사 지지자들은 또한 환자 가족의 심적 고통 및 지역사회의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하라고 주장한다 .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9)를 합법화한 네덜란드10)에서는 안락사의 합법적 조건으로 환자가 심사숙고하여 자발적으로 안락사 결정을 내리고 요청할 것 ,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명확히 알고 환자나 의사 모두 다른 대안이 없음에 동의할 것 , 극심한 고통에 직면해 있을 것 , 의학적으로 적절한 방법으로 시행할 것 등이 있다 .
이와는 반대로 로마 가톨릭 교회 등 종교계에서는 어떤 종류의 안락사도 허용하지 않는다 . 신학적 견지에서는 어떤 인간도 자신과 다른 인간을 죽일 권리를 부여받지 않았으며 , 인간에 의한 자의적 살해나 자살은 죄악시된다 . 인간의 삶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그 자체로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우선 원리이고 , 개개인이 ( 고통과 통증으로 얼룩진 ) 삶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가는 차후의 문제이다 . 현재 의과학 수준에서의 의학적 오진 가능성 , 환자 자신의 상황 파악에 대한 오류 가능성 , 안락사 이후 가족이 안게 될 평생의 죄의식이나 정신적 압박 , 경제적 이익 추구의 이해관계로 안락사가 오 · 남용될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 결과야 어찌 됐든 ) 황우석 박사 연구팀의 ‘체외 핵이식 배아 줄기세포 추출’을 통한 생물학적 쇼크에 가까운 생명공학 기술을 축하하던 분위기였다 . 위의 연구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배아를 생명으로 , 인간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일단 뒤로하고 , 21 세기 학문의 화두로 부각된 ‘생명공학’ (Bio-tech- nol - ogy ) 을 살펴보자 . 생명공학이란 단일학문이 아닌 의학 , 약학 , 공학 , 농학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된 종합학문으로서 , 인류 복지의 증진을 위해 ‘생명체의 특성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들거나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체의 기술’ ( 우재명 , 2004, 72) 을 지칭한다 . 1865 년 멘델의 완두콩 실험에 의해 유전학 연구가 시작되고 , 1973 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코헨과 보이어 박사가 두꺼비 유전자를 박테리아의 핵산에 삽입하는 실험에 성공을 거둠으로써 본격적인 생명공학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 어쨌든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 연구는 난치병 치료를 위한 인슐린 , 항암제 개발뿐 아니라 인공감미료 , 유전자변형식품 (Genetically Mod- ified Or- ganism , GMO) 등 유전자조작과 세포 융합 등을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의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 생명공학 , 두산 세계대백과 사전 , 우재명 , 2004 에서 재인용 ).
이렇듯 인류 발전에 무한히 긍정적으로 이바지할 것 같은 생명공학이 임신중절 등 사회의 어두운 문제와 연결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 나아가 임신중절 문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도 · 중복장애인 및 그들의 교육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 인간 생명에 대한 공학적 접근으로 말미암아 생명공학은 생명에 대한 전통적 윤리와 충돌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 현재 생명공학 이론의 발전과 지식 양의 팽창 , 나아가 방법적 접근의 첨단과학화는 그 방면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를 제대로 개괄하기도 어렵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 더더욱 어렵게 만든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육계가 끊임없이 생명공학의 발전 추이를 비판적으로 추적해야 하는 이유를 본론에서는 생명공학 발달이 가져올 수 있는 인권 침해 사항을 통해 논의한다 .
‘과학이란 차체에는 후진기어가 없다 . ’
-황우석
인간생명과 관련된 공학분야는 주로 우생학 ( 優生學 , eugenic) 적 선별과 연관되며 , 크게 유전공학 , 생식공학 , 생식유전학 등이 있으나 , 본론에서는 생명의 시작과 관련된 ‘산전 진단’ ( Prenataldiagnostic , PND), ‘착상 전 유전 진단’ ( Preimplantationsdiagnostic , PID) 및 유전자 치료를 중점으로 임신중절 관련 문제를 정리해 보자 .
■ 산전 진단 (PND): 생명공학의 한 영역으로서 임신 후 10 주 이내에 실시하는 산전 진단은 태아 (fetus) 의 염색체 이상이나 유전자 이상을 밝힐 수 있는 검사로 유전질환의 발병률이 높은 가계의 부부에게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것이다 . 즉 유전 질환이나 선천적 기형아를 가질 위험이 높은 부부에게 건강한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산전 검사를 통해 태아의 유전자 돌연변이 , 기형 여부 , 염색체 이상 유무를 산전에 확인하여 가능한 한 임신을 유지하도록 하며 , 태아에게 이상이 있는 경우 분만 전 부부의 정서적인 준비 , 임신과 분만의 관리 , 출생 후 관리 등을 제공할 수 있고 , 질병에 이환된 태아는 자궁 내에서의 치료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Nussbaum et al., 2001, 259). 산전 진단의 대표적 검사인 융모막 검사는 임신 10 주에서 12 주 사이에 산모 자국경부 복벽을 통해 융모막의 융모를 채취하여 태아의 유전 질환 , 염색체 이상 여부를 알아보는 선별검사이다 .
<그림 10> 산전검사인 융모막 검사
■ 착상 전 유전 진단 (PID): 산전 진단을 이용한 최신 기술 중 하나인 착상 전 유전 진단은 특정 유전 질환 위험을 가진 가임 부부가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된다 . 즉 체외 수정된 수정란의 배아 (embryo) 세포를 분자학적 혹은 유전학적으로 검사한 후 유전적 결함이 있는 배아는 폐기하고 , 유전적 이상이 없는 배아세포를 자궁 내에 착상하도록 시술하는 것으로 전 배아 (pre-embryo) 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Nussbaum et al., 2001, 368). 그러나 태아가 되기 전 전-배아 및 배아세포를 이미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배아를 폐기하거나 조작하는 것 자체를 인간생명권에 대한 침해로 간주한다 .
<그림 11> 착상 전 유전진단 과정
■ 유전자 치료 : PID 를 통해 배아세포에서 발견된 유전병이 어떤 특정한 유전자의 결함에 의한 것으로 판명되었을 경우 , 해당 부모의 체내에 정상 유전자를 주입해서 결함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치하거나 , 정상 기능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세포에 주입하여 체내에서 그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는 치료 방법이다 . 선천적 유전자 질환에 대한 영구적인 완치는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임상시험이 시행 중에 있다 (Nussbaum et al., 2001, 269).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산전검사 및 착상 전 유전진단은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태아나 수정체 배아를 검사함으로써 이들의 ‘ 정상’여부에 대한 정보를 부부에게 미리 제공함으로써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고는 하나 , 진단 검사를 통해 장애로 판명될 경우 과연 얼마나 많은 부부가 출산을 선택하게 될지 의문이다 . 장애를 가진 태아로 판명될 경우에도 부부의 선택에 따라 분만을 위한 사전준비 및 제반 여건을 고려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산전 진단의 배려 역시 알리바이로밖에 들리지 않는 건 현대 의학에 대한 지나친 불신일까 ? 현재 의학 수준에서 융모막검사와 같은 산전검사가 감염의 위험이 크고 , 또한 장애 여부에 대한 오진 확률도 높기에 무고한 생명체의 임신중절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 나아가 PID 의 경우 최첨단 생명과학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침해할 수 있기에 윤리적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
PND 에 비해 PID 는 장애 및 장애선별과 관련하여 질적으로 다른 전제를 깔고 시작된다 . 즉 PID 에서는 장애에 대한 일차적 선별과 제거가 이 생명공학 기술이 가진 유일한 의도이자 목표이다 . 인공수정이 아닌 자연임신이 가능하지만 , 유전적 질환 때문에 임신을 꺼리는 부부에게 보통 PID 가 권해진다 . 유전적 질환이 다음 세대에 대물림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 이에 반해 PND 는 말 그대로 산전 진단을 일차적 목적으로 하기에 , 장애 발견 시 어떠한 결정을 내릴 지는 차후의 문제로 남는다 . 하지만 PID 를 받는 ( 예비 ) 산모에게는 배아에서 유전질환이나 장애 발견 시 자신의 아기가 될 수도 있을 이 배아를 버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할 여지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
PID 에서는 산모가 해야 할 고민 (?) 을 의사가 대신하여 신속히 처리한다 . 배아세포 중 유전적 변이가 발견된 세포는 가차 없이 폐기되고 , 유전적 변이를 보이지 않는 ‘건강한’ 세포 중 자궁에 착상할 배아세포가 선별된다 . 이러한 결정과정은 PID 가 시작됨과 동시에 무언으로 약속되어 있는 셈이다 . 예를 들어 유전 염색체 21 번에 이상이 발견된 경우―다운증후군―이 배아세포는 거의 100% 선별 · 폐기되는데 , PID 의사들이 찾던 염색체 이상이 발견되는지에 따라 배아세포가 인간으로 태아날 수도 있고 , 아니면 영영 빛을 못 볼 수도 있다 . 이러한 생명공학의 우생학적 선별이 일선의 많은 병원에서 실시되는 가운데 , 태아나 배아가 지닌 장애나 유전적 질환은 ‘ 죽음’이나 ‘ 폐기’해야 할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이는 다시 선입견으로 굳어진다 . 그러므로 ‘ PID 진단은 처음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실시된다 . 이들 중 어떤 배아가 건강하고 , 어떤 것이 병을 가졌나 ? 어떤 것이 장애인이 될 수 있고 , 어떤 것이 열등하고 , 어떤 것이 질적으로 우수한 배아인가 ? ’ (Geisler, 2001, 16). 물론 이런 선별진단은 보통 미래에 태어날 생명의 ‘ 고통’을 경감시키겠다는 미명하에 암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만 , 질병이나 장애가 해당 아기나 부모에게 꼭 ‘ 고통’을 안겨다 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데도 의사들은 생명의 가능성에 임의적 기준으로 자의적 조작을 가하는 셈이다 .
생명에 대한 선별을 자행하는 생명공학과 이를 실천하는 의료계 현장이 늘어갈수록 그 안에서의 인간 존재 가치는 흑백논리의 이분법으로 양분될 수밖에 없다 . PID 는 우성 유전자에게만 생명권을 인정하기에 , 유전적 결함을 지닌 열성 유전자는 우생학적 근거로 쉽게 버려질 수 있는 세포로 가치절하되고 , PND 를 통해 판명된 중증의 장애를 가진 태아는 (PID 등으로 ) ‘미리 손을 썼더라면 일어나지 않아도 될 실수’로밖에 간주되지 않는다 . 생명공학이 발전할수록 그 혜택을 받는 사람은 소수의 기득권층에 불과할 뿐이고 , 오히려 불가침의 천부인권적 인간 존재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유전자 하나로 인해 서서히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다 . 그러나 유전자의 우성과 열성을 구분하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 그 기준이 이후의 인간 삶에 대해서도 그렇게도 절대적이어야 하는가 ? 작금의 세태를 보면 남녀 간의 만남과 결혼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사회생물학적 시각이 만연되어 있음을 본다 . 좋은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를 찾는 행동이 동물로서의 인간 본능에 속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 요즘 시대 남녀 간의 우생학적 선별행위는 본능 차원을 넘어서기에 섬뜩함마저 든다 .
유전자에 대한 단순한 이분법적 기준인 열성과 우성이 그 이후 생명을 갖고 태어난 ( 장애를 지닌 ) 인간의 총체적 삶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 우성인 유전자만 살 가치가 있다는 식의 협소한 논리는 인간의 가치를 생물학적 특질에만 두는 오류를 초래할 것이다 . 가치중립적이라는 자연과학도 인간의 생명을 다룰 경우 절대 가치중립적일 수 없고 , 가치중립적이 되어서도 안 된다 . 생명공학에서 유전적 결함을 진단하는 일은 기존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인식을 악화시키는 결과뿐 아니라 , 생명 경시 풍조가 가속화되어 미래사회엔 아마도 선천성 장애인을 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 이대로 가다간 우리 아이들은 모두 동일한 우성 유전자를 가진 , 획일화된 복제인간이 될 것이다 . 우리는 과연 장애인이 한 명도 없는 사회를 진정 원하는가 ? 획일화된 복제인간의 사회를 진정 꿈꾸는가 ?
모자보건법 제 2 조 4 항에 따르면 ‘임신중절이란 태아가 모체 외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외부에 배출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 2009 년 7 월 개정 시행된 국내 모자보건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임신중절을 불허하나 , 예외조항을 두어 구제하고 있으며 , 이에 의거한 임신중절 시기를 과거 임신 27 주에서 24 주 내로 앞당겼으며 , 제 8 조 임신중절 불허 예외조항도 과거와 달리 대폭 축소하였다 . 이는 의과학의 발달로 대부분의 질병이 출생 후 치료가능하기에 임신중절을 더욱 엄격히 통제하려는 의지로 해석되는데 , 한 예로 본인이나 배우자의 우생학적 · 정신적 장애는 과거와 달리 현행법상 임신중절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
국내뿐 아니라 미국 , 프랑스 ,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임신중절을 태아의 생명 침해로 해석하여 이를 법으로 금하나 예외조항을 둠으로서 만일의 사태에 대한 산모 권리도 보호하려는 입장인데 , 임신중절에 대한 이러한 법 조치를 ‘적응성 모델’이라 칭하기도 한다 . 그러나 임신중절과 관련된 문제는 우선 법과 현실이 별개라는 점이며 , 앞서 논의한 산전 진단 검사를 통해 우생학적 선별 차원에서 임신중절이 시행되고 있다 . 이 문제에 대한 선진국의 대처는 법률의 강화보다는 장애인 복지 증진에 주력하는 입장이다 .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장애로 판명된 태아의 경우 산모로 하여금 우선 태아의 산전 , 산후 건강 예후 및 각종 ( 의료 , 교육 , 직업 ) 재활 기회 , 사회복지 서비스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시간을 주며 , 심리적으로 동반하여 안심하고 출산에 이르도록 지원하는 데 관련부처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임신중절에 대한 찬반양론은 보수 대 진보의 입장과 절충적 입장으로 구분된다 . 기독교적 전통에 입각한 생명 우선론자들은 임신중절이나 생명공학의 우생학적 진단 및 유전자 조작을 생명존엄성의 입장에서 반대하며 , 수정 후 14 일까지 , 기관이 만들어지기 전의 전 배아 (pre-embryo) 세포나 , 배아 (embryo) 세포 , 태아 (fetus) 모두 독립된 정체성을 지닌 개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생명체임을 주장한다 . 나아가 기형 등 중증장애를 지닌 태아 역시 일반인과 동등한 인권 주체이기에 이들에 대한 임신중절을 반대한다 .
임신중절에 대한 찬성 입장은 주로 페미니즘의 여성해방적 양상을 띤다 . 임신중절은 금기가 아닌 여성의 중요 권리로서 , 여성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임신 현상에 대해 여성 스스로가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 나아가 아직까지 남녀불평등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도 여성 스스로가 법에 위배됨 없이 임신 중단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역사적 자각에 바탕하고 있다 . 또 임신중절 시술이 병원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임신중절이 합법화되어야 불법으로 행해지는 시술로부터 여성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임신중절을 찬성하는 대표적인 입장으로 여성운동가 탐슨 (Tompson) 의 논지를 들 수 있다 . 자신의 논문 ‘ A Defend of Abortion( 임신중절옹호 ) ’에서 탐슨은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임신중절 권리가 상충할 경우를 논하며 , 임신중절의 정당성을 주장한다.11) 비견한 예로 , 한 왕국에서 왕자는 곧 왕으로 등극할 중요한 존재이지만 , 백성이 왕과 왕자의 목숨 중 한 명만 구해야 할 경우 , 왕을 구하게 된다고 주장하며 , 왕자는 왕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나 , 아직은 왕이 아니라는 것이다 . 이러한 논리에 따라 태아는 생물학적으로 볼 때 , 곧 인간으로 태어날 존재이나 아직은 인간이 아니다 . 따라서 임산부와 태아의 이익이 상충하여 임신중절을 고려해야 할 경우 , 임산부가 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고 보며 , 임산부의 권리가 태아의 권리보다 앞선다는 선택우선론적 관점을 취한다 ( 김기홍 , 2003, 23). 탐슨에 따르면 태아에게는 아직 생명권이 없는데 , 왜냐하면 원칙적으로는 산모의 신체를 사용할 권리도 ,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을 요구할 권리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구영모 , 2005, 175-178). 태아가 부부간 사랑의 결과로 생겨난 생명체이고 , 이를 위해 산모가 태아에게 자신의 신체를 사용할 권리를 양도한 경우에만 태아는 산모 신체에 대한 사용권을 부여받는다 .
<그림 12> 탐슨
임신중절에 대한 절충주의적 입장은 임신중절이 허용되는 특정 기간을 정해놓고 이를 기점으로 임신중절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함을 주장한다 . 나라마다 허용 기간에 대해 이견을 보이나 , 독일의 경우 기간모델과 적응성 모델을 동시에 채택하여 , 수태 후 약 12 주 (3 개월 ) 전에 긴급한 적응사유로 의사가 시행하는 임신중절 시술은 허용하고 있다 .
철학의 전통적 영역인 ‘ 윤리학’은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가치로운 것’인가를 이해하고 판단하려는 철학적 시도로서 인간적 가치의 본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 노먼 , 1994). 이에 따라 전통적 윤리학은 방법론에도 가치판단의 의미 , 타당성 , 근거 등 윤리 그 자체의 의미를 질문하는 탐구적 접근에 집중해 왔다 . 칸트의 정언명법12) 등 전통윤리학은 인간 존엄성 확립을 목적으로 보편적인 윤리의 기초 및 당위론적 가치를 정립해 왔다 . 그러나 ‘-하라’ , ‘-하지 마라’와 같은 정언 ( 正言 ) 이―‘무조건 사랑하라’ , ‘죽이지 마라’ 등―나타내는 당위론적 지침은 전근대 시대까지는 기능했을지 몰라도 , 현대 사회와 같이 복잡한 삶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는 다른 규범들과 상충하기 마련이고 , 당사자로 하여금 확신에 찬 가치판단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 이에 반해 삶의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윤리적 위상을 지킬 수 있는 결정방식도 있는데 , 이를 목적론적 · 결과론적 윤리라 한다 . 목적론적 견해에서는 특정 행위가 목적을 달성하는 정도에 따라 그 도덕적 가치가 평가되는데 , 대표적인 것이 공리주의 (Utilitarianism) 적 입장으로서 이는 실천윤리학 (practical ethics) 의 기초를 제공한다 .
<그림 13>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표 13>에서 보듯 , 전통윤리학의 출발점은 가치판단의 보편적 기초가 되는 윤리적 명제에서 시작되는데 , 전통윤리학의 이러한 방법론적 입장을 비판하는 실천윤리학에서는 그 윤리적 정당성을 특정 행동에 기초한 보편적 가치가 아닌 , 그 행동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 내지 성취결과에서 도출하고자 한다 .
<표 13> 전통윤리학과 실천윤리학의 견해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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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윤리학 |
실천윤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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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정당성 보장 기준 |
보편적인 윤리 기초나 가치추구 |
목표 혹은 성취결과를 우선 설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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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행동 추구 형식 |
‘이것을 성취하려면 이렇게 하라’가 아닌 그냥 ‘이렇게 하라’식으로 강조, 인간 존엄성을 목적으로 함(칸트의 정언명령) |
목적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을 궁구하는 삶(피터 싱어의 실천윤리학) |
실천윤리학에서도 윤리적 가치는 개인의 호 ( 好 ), 불호 ( 不好 ) 를 넘어서 타인에게 미치는 보편성을 보장해야 하며 , 내가 윤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한 나의 관심은 다른 사람의 이익에까지 연장되어야 한다 . 나 개인의 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모든 사람의 이익을 같이 고려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13)를 가져올 수 있는 행위과정이기에 이는 공리주의의 한 형태로 귀결된다 . 결국 인간이 윤리적으로 생각하고자 하는 한 공리주의 입장을 거부할 수도 , 이를 벗어날 수도 없음을 실천 윤리학자들은 강조한다 .
‘지키지는 못하지만 그럴듯한 이론적 정답’만을 내놓는다는 인식을 주었던 전통윤리학 대신 실천윤리학에서는 특히 현대인의 일상적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살아 있는 문제를 크게 ‘ 생명-의료 윤리’ ( 안락사 , 임신중절 등 ), ‘ 환경-보존 윤리’ ( 환경오염 등 ), ‘ 기업-소비 윤리’ ( 독점자본 등 ) 세 가지로 구분하여 이에 대한 살아 있는 윤리적 답변을 제시하고자 한다 .
『실천윤리 (Practical Ethics) 』 , 『이 아기가 살아야 하는가-장애영아 문제에 대해서 (Should the Baby live? The Problem of Handicapped Infants) 』14) 등의 저자이며 실천윤리학의 거장인 호주 출신 피터 싱어 (Peter Singer) 는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그는 1975 년 『 동물해방』이라는 책을 발간하여 국내 동물애호가협회로부터 초대되는 등 세계 각지에서 선풍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생명윤리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 김기홍 , 2003; 배국원 , 2001).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부분에서는 피터 싱어로 대표되는 실천 윤리학의 몇 가지 주요 개념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
<그림 14> 피터 싱어 (Peter Singer)
1) 종차별주의
1975 년 저술한 『 동물해방』이라는 책을 통해 대규모 농장에서 자행되는 동물사육과 살상행위에 얽힌 잔인성을 고발하는 피터 싱어의 목소리는 많은 청중에게 큰 설득력을 발휘했다 . 이를 계기로 그는 동물해방운동을 본격적으로 주창하며 동물도 우리처럼 감각과 자의식이 있으므로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고 , 육식 대신 채식을 하도록 권고한다 . 즉 인간이라는 종의 생명만 신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종차별주의이며 ,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과 침팬지의 DNA 는 일치율은 거의 98.4% 에 달하므로 인간만을 특별히 ‘호모’ (homo) 종으로 분류하는 것은 틀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
2) 쾌고 ( 快苦 ) 감수능력
피터 싱어는 <표 14>와 같이 동물이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을 특정 기준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함으로써 이에 따라 그 존재의 중요성을 구분하려는 듯하다 .
<표 14> 실천윤리학의 사물 구분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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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구분 유형 |
개체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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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감각한 개체 (각성과 자각 모두 불가능) |
식물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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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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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각은 있으나 자의식이 없는 개체 (각성은 가능, 자각은 불가능) |
물고기, 파충류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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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태아, 신생아, 중증장애인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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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각과 자의식을 모두 가진 개체 (각성과 자각 모두 가능) |
척수 및 중앙신경체계가 온전히 발달한 영장류 동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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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성인 |
표에서 보듯이 , 피터 싱어는 우선 생명체의 ‘ 감각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 즉 즐거움 ( 쾌락 ) 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를 생명존엄성의 주요 판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 이 분류에 따를 경우 , 쾌고감수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는 식물과 무감각한 뇌사자 , 각성은 가능하나 자각하지 못하는 식물인간에게는 생명의 존엄성이 주어지지 않으며 , 극단적인 경우 살해 및 유기가 합법화될 위험이 있다 . 나아가 피터 싱어는 생명체가 육체적으로 느끼는 쾌고감수 능력을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다 . 그에 따르면 쾌고감수 능력을 가진 생명체가 느끼는 고통과 괴로움은 그 자체가 악이며 , 반대급부인 선 , 즉 최대 다수의 행복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라도 고통이라는 악은 최소화되거나 제거되어야 한다 .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수록 행복지수는 무한대로 증가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 고통 대 행복에 대한 공리주의적 논리를 인간사회에 적용할 경우 , 중증 장애를 가진 신생아가 늘어날수록 , 고통스러운 통증에 시달리는 말기 환자가 늘어날수록 , 사회 전체의 행복지수는 줄어든다 . 중증장애로 인해 겪게 되는 당사자의 육체적 고통은 물론이고 , 가족의 고통과 희생 , 책임의 부담 , 그리고 장애인 재활을 위해 사회 전체가 들여야 할 인적 · 물적 자원은 투자 대비 효과 면에서 경제적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고 , 또한 중증 영아를 위해 들어가는 돈으로 인해 다른 빈곤층 대상 아동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굶어야 한다면 , 혹은 중증 영아 한 명에게 쓸 돈으로 더 많은 빈곤층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 중증 영아를 지원하는 것은 비윤리적 행위인 동시에 사회적 악이다 . 중증 영아를 안락사시키거나 태아 시기 임신중절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 전체의 행복지수 , 선을 증가시키는 선택이요 , 공리주의적으로 볼 때 더욱 윤리적인 행위로 간주된다 .
3) 이익평등 고려의 원칙
앞서 언급한 대로 실천윤리학자의 가치판단 행위는 그 철학적 기조인 공리주의 입장에 따라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이익평등의 고려 원칙에 바탕을 둔다 . 인간 행위의 도덕적 정당성은 개인의 결정 및 행동에 영향을 받게 될 모든 사람의 이익 ( 행복 ) 을 같이 고려한다는 것이고 , 나아가 모든 이에게 그 이익 ( 행복 ) 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 피터 싱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이익평등고려의 원칙이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 종차별주의를 넘어서 쾌고감수 능력이 있는 동물에게도 확대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 즉 대규모 농장에서의 동물 집단 살육 시 동물이 느끼는 고통은 인격체 (person) 집단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것이므로 윤리적으로 악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반박한다 ( 배국원 , 2001).
4) ‘인간’ (human) 과 ‘인격체’ (Person) 의 차이
전통적으로 생명의 존엄성은 개인의 특정 능력이나 업적과는 무관히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불가침적인 개별적 존엄성을 의미한다 . 이때 생물학적 인간과 동일시되는 인격체적 존재는 어떤 질적인 결정에 따라 판단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 그러나 피터 싱어는 인간 생명이 항상 무조건적으로 존엄할 수 없는 상대적인 것임을 논증하기 위해 , 다시 말해 자신의 윤리적 입장인 공리주의에 입각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원리를 논증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황윤리학자 플레처 (J. Fletcher) 가 매긴 인간 자격에 대한 지표15)를 빌려와 이를 근거로 모든 인간 존재를 양분하고자 시도한다 . 하나는 호모 사피언스 (homo sapiens) 로서 동일한 DNA 유전자를 지닌 ‘생물적 개체로서의 인간’ (human) 이고 , 다른 하나는 합리적 사고와 자아의식을 가진 ‘ 인격체로서의 인간’ (Person) 이다 ( 배국원 , 2001). 이때 인격체로서의 Person 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합리성’ (rationality) 과 ‘자아의식’ (self-consciousness) 은 계몽주의 시대 철학자 존 로크 (John Locke) 에서 연원하는데 , 이성과 성찰을 가지고 사고하는 지성적 존재로서의 합리성이요 , 다른 시간과 다른 장소에서도 자기 자신을 동일한 존재로 간주할 수 있는 사고력으로서의 자아의식을 의미한다 .
human 과 Person 개념으로 인간 존재를 양분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 피터 싱어는 인간이 아닌 생명체도 Person 으로 존중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 ‘우리는 인간 종의 일원이지만 Person 이 아닐 수도 있고 , 어떤 생명체는 인간 종의 일원이 아니지만 Person 일 수도 있다 . ’ 즉 인간 중에는 Person 이 아니므로 존중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 인간이 아닌 생명체 중에도 Person 의 자격을 갖추었기에 인격체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피터 싱어의 관점에서 보자면 극단적인 경우 , 소나 돼지 등 다 큰 가축이나 침팬지 , 고릴라 , 오랑우탄 , 돌고래 등은 호모 사피엔스 종이 아니나 명백히 Person 으로 존중되어야 하는 반면 , 태아나 신생아 , 중증장애인 , 식물인간 등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족 구성원이며 human 인 반면 Person 의 자격은 없다 . 이들에게는 합리성이나 자아의식의 조건인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기대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인격체일 수 없다는 논리이다 .
피터 싱어는 기존 전통 윤리와 인도주의적인 기독교 교리에서 인간생명에 부여하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존엄성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족 구성원에 대한 편파주의와 동물학대라는 종차별주의를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 피터 싱어가 이처럼 종차별주의 주장하에 호모 사피엔스뿐 아니라 생명체 전체에 Person 개념을 적용해 쾌고감수능력뿐 아니라 자아의식 능력을 갖춘 동물의 생명을 학대와 잔인한 살육으로부터 보호하고 생명체의 존엄성과 가치를 부각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
그러나 역으로 피터 싱어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 사회복지가 열악해지는 경제 이윤추구 시대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 소위 쾌고감수 능력이 없다는 식물인간이나 뇌사자 , 나아가 합리성 및 자아인식 능력 등 Person 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태아나 장애인은 인간으로서의 생명권을 보장받지 못할 위험에 처한다 . 피터 싱어도 자신의 논리에 충실히 감추지 않고 , 이들의 생명권과 그 존엄성이 절대적일 수 없음을 많은 책에서 여실히 강조하고 있다 . 즉 경우에 따라서는 동물의 생명이 사람의 생명보다 더 가치 있고 , 더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터 싱어는 임신중절이나 안락사 문제와 관련하여 분명히 밝히고 있다 .
<표 15> 피터 싱어의 사물 구분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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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구분 유형 |
사례 |
human (생물적 인간) |
Person (인격체) |
쾌고감수능력 |
생명권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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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 |
뇌사자 |
◯ |
X |
X |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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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있으나 자의식 없음 |
식물인간 |
◯ |
X |
X |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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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신생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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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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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자의식 모두 있음 |
영장류 동물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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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성인 |
피터 싱어의 동물애호적 입장과 채식주의에 공감하게 된 사람들도 , 막상 임신중절과 안락사에 대한 그의 논리에 대해서는 못마땅해 하는 경우가 많다 . 하지만 피터 싱어는 종차별주의 반대 및 이익평등 고려의 원칙에 근거한 동물보호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인간 안락사 등의 문제와 논리적으로 다를 바 없음을 주장한다 .
피터 싱어는 생명의 존엄성은 자아의식 , 합리성과 같은 인격체로서 갖추어야 할 속성 및 조건을 가진 생명체에게만 상대적으로 주어진다고 본다 . 이런 조건에 따라 태아에게는 우선 인격체로서 생명의 존엄성이 주어지지 않으며 , 절박한 이해관계 속에서 임신중절을 할지라도 이는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 특히 임신 18 주가 되지 않은 태아는 아직 아무것도 느낄 수 없기에 18 주 이전에 시행되는 임신중절은 , ‘아무런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를 가지지 않는 존재를 단지 존재하지 않게 하는 것’으로 본다 . 임신 18 주 이후의 임신중절 시술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경시되어서는 안 되나 , 이 역시 산모의 이익 및 이해에는 앞서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
나아가 현재 의과학 기술에서 태아 및 신생아가 중증의 장애로 인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밖에 없고 , 교육이나 복지 환경이 열악하여 그 삶을 유지할 가치가 없어 보이거나 , 그로 인해 가족과 지역사회가 경제적 · 정서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 나아가 가족이 그 다음에 태어날 아기를 포기할 경우 , 이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및 이익평등 고려의 원칙에도 위배되므로 이 아기의 고통을 임신중절 및 안락사를 통해 제거해 주는 것이 오히려 윤리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이 피터 싱어의 논리이다 . 중증장애 현상이 보이는 수준의 합리성 , 자의식 , 감각능력 등을 가진 동물의 생명에 부여하는 것 이상의 어떠한 가치나 의미를 중증 장애 신생아 생명에 두지 말 것을 피터 싱어는 제안한다 . 이는 인격체를 죽이는 것과 도덕적으로 등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
식물인간이나 뇌사자에 대한 비자발적 안락사와 관련해서도 피터 싱어는 위와 같은 견해를 보인다 . 그들은 생물학적으로 살아 있는 것일 뿐 인격체로서의 삶은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 자발적인 안락사도 비자발적 안락사와 동등한 정당성을 갖는데 , 그것은 안락사가 죽여지는 사람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이다 .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하는 것이 환자가 죽을 때까지의 고통을 고려해 봤을 때 최선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 그러나 ‘반자의적 안락사’와 관련하여 , 죽음을 당하는 사람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자아의식을 가진 존재를 죽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안락사와 관련하여 피터 싱어는 치료가 불가능한 동물을 사살하지 않고 극심한 고통에 내버려 두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 인간에게는 그것이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간이란 종족만을 신성하게 생각하는 종차별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
1) 쾌고감수능력 및 자의식에 따른 사물의 분류
피터 싱어가 생명체를 분류하는 기준인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 (= 쾌고감수 능력 ) 의 ‘ 감각성’과 ‘ 자의식’은 우선 우주상의 전 생물체를 나누는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것이며 , 둘째 그가 주장하는 생명체에 대한 이해평등고려의 원칙에 비추어 봤을 때 평등에 어긋나는 이성우월주의에 가깝다 .
피터 싱어의 분류에서는 무감각한 개체로 무시당한 식물이지만 , 현재 생물학 연구에서 드러나는 사실은 , 실험집단의 식물에게 주기적으로 음악을 들려주거나 칭찬과 같은 언어적 보살핌을 줄 경우 대조집단의 식물에 비해 성장률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인데 , 이는 식물체 역시 감수성이 있음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이다 . 이런 사실로부터 추측할 수 있는 것은 , 현재 우리의 과학 수준이 미치지 못해 측정할 수 있는 준거가 없을 뿐이지 , 뇌사자의 자의식이나 자각의 존재유무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생명을 피터 싱어 논리에 따라 안락사 논란에 내맡기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모험이라는 생각이다 .
나아가 피터 싱어가 건강한 성인이나 침팬지 등 영장류의 특성으로 간주한 감각이 가능하고 자의식이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건강한 성인이나 침팬지 등의 세계 인식은 합리적이고 자아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인데 , 위와 같은 논리에서 보면 이러한 이성적 조건은 생명체의 존엄성 보장을 위한 충분조건은 될지언정 , 필요조건 , 즉 전제조건이어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 왜냐하면 성인이나 침팬지의 세계 인식이나 자기 인식이 하루 24 시간 내내 꼭 합리적 · 자의식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예를 들어 , 의식이 작동하기 전에 이미 우리 몸이 먼저 세계를 지각한다 . 인간은 또한 이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 오욕칠정에 휩싸여 사물을 인식하기에 , 같은 일도 매번 같은 현상으로 지각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 이는 합리성과 자의식이란 것도 결국 인간 몸이 처한 시공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으며 , 인식 방법의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다 .
2) Person 에 대한 이성우월주의론
피터 싱어 논리에 따르면 , 생명체 중 합리성과 자아의식을 가진 것만이 인격체 , 즉 Person 으로서 생명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으나 , 인간 규정에 대한 이러한 이성우월주의적 기준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윤리적 문제를 내포한다 .
첫째 , 인간을 이성적 특징으로만 규정지을 경우 , 이성적 특징 이외의 감각-지각적 특징 , 즉 전 반성적 (pre-reflexive) 차원에서 구성되는 인식활동은 이성적 인식에 비해 가치절하되기 쉽고 , 특히 중증 장애인이나 뇌사자가 감각이나 몸의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세계와의 교류 ( 신체적 차원의 인식활동 ) 는 가치절하뿐 아니라 무시되기 십상이다 . 굳이 신체현상학적 인간이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인식차원은 신체-감각적 차원에 걸쳐 형이상학적인 고차원에까지 작동한다 . 중증장애를 가진 신생아나 뇌사 환자의 경우 , 피터 싱어의 논리에 따르면 , 이들은 ‘감각은 가능하나’ ( 여기에 우선 주목하자 !), 자의식이 없는 개체로서 인격체가 아닌 존재이다 . 이와 관련하여 현대의 지각물리학 연구는 이들도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 감각을 통해 고통이나 쾌감을 느낀다고 전한다 . ‘ 느낀다’는 것 , 즉 지각 (Perception) 한다는 것은 감각 정보가 신경회로를 거쳐 대뇌피질에 도달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인데 , 느끼기 위해서는 감각뿐 아니라 지각이라는 복잡한 정보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 부언하자면 , 감각과 지각을 연결하는 신경회로가 끊기면 지각이 불가능하겠지만 , 중도장애인들의 얼굴에서 보이는 고통스러운 표정 , 울음 , 미약한 미소 등의 현상은 바로 이러한 지각적 증거이다 . 나아가 이러한 복합적인 지각적 정보처리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결국 인간의 ‘인성’ (Personality) 이 , 즉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인 것이다 . 그렇다면 위의 무능해 보이는 사람들도 , 피터 싱어의 주장과 달리 , 인격체 획득을 위한 기본 구조와 자질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
둘째 , 이성우월주의적 Person 규정은 , 피터 싱어를 포함하여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 처음부터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 , 어느 동물보다도 미성숙하게 태어나며 , 그러기에 태어난 이후에야 비로소 인간이 되어 가는 존재요 , 또한 사회문화적 연속선상에서 인격체로 되어 가는 존재라는 겸손한 시각을 잊게 만든다 . 인간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전인적 발달이란 단계별로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 그러나 피터 싱어가 말한 대로 , 태아나 신생아가 인격체가 아니라면 , 과연 인간의 어떤 시점부터가 인격체인가 ? 합리성과 자아의식도 여러 단계일 텐데 말이다 . 이것은 논리적 ·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인간은 사회문화과정 속에서 서서히 인격체로 성장하는 존재이다 . 인간은 하나의 다층적 , 다차원적인 연속선상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존재이다 . 그러기에 어느 누구도 어느 시점에 있든 인간 생명체의 생명권에 대해 간섭할 권한이 없다 . 생물학적 인간 존재로 태어난 이상 모든 이에게 잠재적 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인간이 열려 있는 존재라는 이유이다 . 이는 장애 여부 , 장애 정도와는 무관히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 좋은 예를 스티븐 호킹 박사가 보여주고 있다 . 그러기에 인간 개체의 초기 상태를 기준으로 개체의 발전 가능성을 섣불리 예견하고 생명권을 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오히려 수정란이든 태아이든 아니면 갓 태어난 영아이든 , 즉 어떤 생물학적 발달 단계에 있든 간에 인간존재는 한편으론 생물적 존재이며 동시에 인격적 존재로 동일시해야 한다 .
3) 고통은 악인가 ?
피터 싱어가 지향하는 공리주의적 행복원리에 따르면 개개인의 삶이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수록 삶의 즐거움과 행복지수는 무한대로 증가한다 . 행복지수를 높이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선한 것이며 , 그에 반한 행위는 , 피터 싱어에게 행복의 반대개념으로 언급되는 ‘ 고통’을 증가시키기에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것’ , ‘악한 것’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 . 그러므로 개인의 주관적 체험으로서의 고통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공식에서 상수가 아닌 변수로 작동하고 , 이는 가능한 한 통제하고 제거해야 할 나쁜 것 ,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 중증장애를 지닌 신생아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경우에 따라 안락사를 실시하는 것은 ,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지수를 증가시키기에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다 .
그러나 고통은 과연 ‘ 악’일 뿐인가 ? 신경물리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통증은 하나의 신경학적 정보로서 생명체의 중앙신경체계에 스트레스 , 화 , 정신적 충격 등으로 전해져 생명체로 하여금 위험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 만약 고등 생명체가 통증을 느끼지 못할 경우 이는 오히려 신경체계에 치명적인 기능 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 . 운동을 하다가 근육통이나 피로감을 적절히 느낄 수 있어야 더 큰 통증을 미연에 방지하고 몸을 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둘째 , 육체적 통증이나 고통은 인간에게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 한계 극복을 도전하게 만드는 바로미터로 작동하기도 한다 . 특히 일부 운동선수의 경우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느낄 법한 한계상황에서의 혹독한 극기 훈련을 통해 기록을 갱신하고자 시도한다 . 이러한 고통엔 ‘ 악’이란 전혀 없어 보이며 , 캘리코트16)의 말처럼 고통이나 쾌락은 선악과는 관계없는 것이다 .
나아가 피터 싱어의 고통 이해에는 고통이 개개인에 따라 달리 경험되거나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고 , 그는 장사꾼처럼 고통을 수량화할 수 있는 대상인 것처럼 주판 계산대에 올려놓고 저울질하기 시작한다 . 그러나 과연 그의 계산대로 , 중증장애신생아가 평생 겪게 될 심한 고통이 안락사를 통해 제거될 경우 , 사회 전체의 선과 행복지수가 늘어난다는 논리는 합당한가 ? 중증장애신생아를 계속 양육하는 것이 , 그 아기가 일생에 몇 번 느낄지도 모를 행복한 순간에 비해 평생 받을 고통이 더 많고 , 결국 그 가족이나 지역사회에 심리적 · 경제적 고통을 증가시키므로 올바른 판단이 아닌 것일까 ?
고통의 의미를 당사자 개개인의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 . 통증을 느끼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듯 , 정신적 체험인 고통 역시 당사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주관적이며 상대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 즉 고통의 무게는 피터 싱어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스스로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피터 싱어에겐 고통인 것이 다른 사람에겐 행복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엄마에겐 아기가 비록 중증의 장애를 가졌다 해도 키우기로 마음먹은 이상 아기의 기저귀를 가는 일이 고통이 아닌 , 아기의 성장과 건강을 간절히 바라는 희망의 손짓일 수 있다 . 나아가 고통을 극복하고 고통의 승화가 가져오는 기쁨과 행복함의 소중함이 더 값어치 있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 사회 전체로 보았을 때도 , 사회 구성원의 장애 역시 사회적 이익에 손해라고만 볼 수 없다 . 적자생존의 동물사회가 아닌 이상 , 인간사회는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지향할 수는 없다 .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사회적 통합을 통해 사람 간의 유대감과 일체감을 이룰 때 얻게 될 행복감은 상대적 박탈감이나 일시적 손익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발전에 이익이 될 것이 자명하다 .
독일의 경우 장애인 관련 생명윤리 문제는 이미 1980 년대 후반부터 특수교육 및 장애인 복지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 그 당시까지만 해도 ( 지금의 국내 사정과 비슷하게 ) ‘잠자는 숲 속의 공주’로 지내던 특수교육과 장애인 복지계는 갑자기 밀어닥친 윤리적 사안 때문에 잠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 D ü rkop & Ruf, 1991, 124). 이러한 사태의 계기를 제공한 것은 당시 독일 쾰른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였던 크리스토프 안스퇴츠 (Christoph Anst ö tz)17)가 미국의 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를 전국 순회강연차 독일로 초청했던 사건이었다 . 초청 계획이 알려지자 독일 전 지역의 장애인협회는 물론 특수교육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와 반대 시위가 일어났고 , 결국 피터 싱어는 독일 공항에 내린 채 강연은 해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 당시 피터 싱어는 ‘중증장애 신생아 안락사’라는 주제로 강연을 계획하고 있었고 , 이에 대한 윤리적 정당성과 필요성을 거론하고 , 긍정적 담론을 시도하려 했다 . 어찌됐든 그 사건 이후 장애인 생명권과 관련된 생명윤리 논쟁은 더 이상 특수교육계 내부의 논의뿐 아니라 독일 사회 전반의 윤리적 논쟁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
지금까지 앞 부분의 논의에서 다룬 다양한 생명윤리 논쟁과 많은 문제를 돌아보건대 , 그 답이 간단히 나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현명한 독자들은 이미 파악했으리라 예상한다 . 생명윤리 문제는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 ‘문제의 복잡성’과 그 ‘ 반복성’이 이러한 논쟁의 핵심 사안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해 주기 바란다 . 생명윤리 논쟁에서는 결국 장기간에 걸쳐 복합적인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 궁극적으로 보면 , 이러한 생명윤리 과제와 갈등에 대해 유일무이한 , 윤리적으로 무소불위를 자랑하는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그러나 특수교육 종사자의 책무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생명권을 옹호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 그 일환으로 이 사회가 장애인의 생명권 ( 임신중절 및 안락사 등 ) 에 대해 책임을 지는 문화풍토가 되도록 담론을 형성하고 이에 적극 동참하는 일이다 . 사회 구성원들의 담론을 일괄적으로 몰고 갈 수는 없겠지만 , 생명존중의 담론문화가 형성되도록 특수교육계가 생명윤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윤리적 논의를 게을리하지 않는 일이다 .
1. 생명윤리 논쟁을 바라보는 특수교육의 시각 : 문제의 복합성과 반복성
이 장에서는 데더리히 (Dederich, 2004) 논제에 의거하여 ,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 중도 · 중복장애 교육학이 윤리적으로 다루어야 할 핵심적 논제를 몇 가지 제시하고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
첫째 , 중도 · 중복장애와 관련된 특수교육의 윤리적 논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집약된다 . 즉 생명윤리 논쟁 , 사회의 과도한 경제효율성 추구 ,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현실이다 .
둘째 , 특수교육계는 위의 세 가지 영역에서 파생되는 중도 · 중복장애인의 생명권 및 인권 위협과 관련된 윤리적 논의를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 .
셋째 , 위와 관련한 윤리적 주장 및 실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 누가 주장하던지 간에 ) 항상 도덕적으로 독단화될 위험소지를 내포함을 의식해야 한다 .
앞으로 논의할 사항에서 주의할 점은 생명윤리 논쟁과 중도 · 중복장애의 맥락에서 제시되는 문제 및 갈등에 대해 유일무이한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이며 이를 과감히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위의 논의에서 불거지게 될 담론자 간의 모순된 태도 , 양가감정적 태도 , 이로 인한 비참한 상황을 인정해야 하며 ,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더라도 이를 수용할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 우선 ‘ 생명윤리’부터 개관해 보자 .
생명윤리 (Bioethics) 라는 용어 뒤에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과학기술적 혁명과 발전이 자리 잡고 있다 . 즉 불임부부에게는 원하던 아기를 선사하고 , 미래에는 불치병 환자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생명공학이 선사한 것이 사실이다 . 그러나 이러한 생명공학 발전 및 일련의 진단도구 개발이 그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 그 이면에는 인간을 차별하고 분리해 내는 비인간적 과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 .
문헌에 따르면 ‘ 생명윤리’는 곧 ‘ 실천윤리’와 일맥상통한다 . 생명윤리는 포괄적 의미에서 윤리학의 하위 영역으로서 , 생명 존재라든가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 행위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다루는 영역이다 ( Siep , 1998). 현대 사회의 생명윤리는 특히 임신중절나 강제불임시술 , 출산조절 , 유전자조작 , 안락사 / 존엄사 , 인간 대상 실험 , 동물보호 등과 같은 도덕적 문제를 논하는데 (H ö ffe, 1992, 26), 결국 인간의 출생 , 삶 , 죽음과 관련된 도덕적 문제 , 특히 생명에 대한 의학적 연구를 통해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그 가능성을 논의하는 등 도덕적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되어 왔다 . 지난 세기 동안 논의된 생명윤리 문제는 다음과 같다 .
1) ‘최선의 출산’ ( Sloterdijk , 1999) 에 대한 가능성과 위험 : 유전자 치료와 산전 진단 , 산전 유전자검사 등으로 야기되는 문제
2) 배아줄기 체세포 연구 , 치료 및 재생산 목적의 유전자복제 , 배아 이용 연구
3) ‘임신 후기 임신중절’과 관련한 법적 · 윤리적 문제 ( 독일 헌법 제 218 조 관련 )
4) 윤리철학적 핵심개념인 ‘ Person ’ 에 대한 규정 및 이에 대한 찬반논쟁 :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특정 기준을 만족시켜야만 인간으로 대접받는가 ? 즉 배아 , 태아 , 조산아 , 신생아 , 식물인간 , 노인성 치매환자 , 지적장애인 등도 인간자격을 갖는가 ? 나아가 인간 태생 중 언제부터 , 어떤 범위에서 인간은 무제한적인 윤리적 ·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
5) ( 위 4 번과 관련된 논의로서 ) 인간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논의 : 존엄성과 인권은 천부적인가 , 아니면 단계적으로 , 즉 제한적으로만 인정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6) 위의 모든 문제와 관련하여 급진적인 (liberal) 우생학 ( 優生學 , Eugenik ) 의 등장
7) 중증환자 및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한 ‘생명의 가치 , 삶의 가치’에 대한 찬반 논의
8) 생명유지 및 생명연장을 위한 의학적 처치 기간 , 범위 , 한계 등의 문제 : 식물인간 상태에 처한 김 씨 할머니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법정 투쟁
9) 안락사 및 환자의 자율결정권 문제
위에 제시한 목록에서도 볼 수 있듯이 , 현대 사회에서 ‘ 생명윤리’는 이제 윤리학이라는 학문의 하위 영역으로 안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 위 목록 중 한 가지라도 나와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해 본다면 , 생명윤리 문제는 윤리적 · 사회적 · 법적 · 정치적 ( 보건 및 장애인 복지 관련 ) · 경제적 관심이 혼재하는 영역이고 , 나아가 이해당사자들 간의 집단역학이 서로 뒤엉켜 교차하는 생생한 생존 현장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 그러므로 푸코 (Foucault) 의 말처럼 (1999), 생명윤리는 더 이상 윤리학의 하위 영역이 아닌 , 치열한 정치가 판을 치는 곳이며 , 더구나 권력과 이해관계가 뒷받침하는 Bio- 정치판 , 인간을 살게도 했다가 죽이기도 하는 , ‘삶을 주물럭거리는 테크놀로지’ (293) 의 장이 되어버렸다 .
세계 경제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사회는 복지사회 구현을 모토로 장애가 있는 소수집단의 복지 증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일정한 액수의 재화를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 이러한 발전은 특히 과거 장애인들의 열악한 생존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괄목할 만하다 . 그러나 우리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또 누려야 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장애인을 위해 돈을 투자했다고 해서 우리가 할 일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 경제적 자원의 투자만으로 사회적 윤리가 그만큼 성장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
지금 이 시간에도 생명윤리의 각종 문제가 첨예하게 복선을 깔고 생과 사를 다루고 있는 생생한 의학현장을 떠올려 보자 . 장애란 곧 고통이요 , 그러므로 장애란 지양해야 할 것 , 막아야 할 것 , 없어져야 할 것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많은 증거를 우리는 아직도 곳곳의 병원에서 여실히 볼 수 있다 . 그곳에서 장애란 병이고 , 불행이고 , 악이기에 이에 대항하여 무언가를 할 수 있어야 하고 , 인륜적 (?) 차원에서도 반드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자 . 병원이나 의학연구소 등 의학 현장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여러 사회적 현상은 , 현재 의료과학 기술로 진단 가능한 장애는 미연에 방지하고 , 제거하는 것이 ‘ 정상적’이라고 간주하는 , 윤리적으로 빈곤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
따지고 보면 , 장애인들이 이처럼 도덕적으로 속되고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최근에 불거진 생명윤리적 논란의 위협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 자유 경쟁구조로 치닫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사회 역시 ‘경제적 효율성 신장 , 투자 대비 효과 보장’이라는 모토를 신봉하고 있으며 , 몇 년 전부터 장애인 복지정책에도 이러한 얄팍한 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 장애인 복지와 관련된 교육정책에서도―예를 들어 장애인을 위한 의료보험 적용이나 재활지원 , 사회보장제도 , 특히 특수학교 교원 충원 등―투자 대비 효율 , 비용 대 효과라는 경제적 효율성 측면을 중요시하며 , 최소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보자는 얕은 계산 논리가 저변에 깔려 있음은 자명하다 (Speck, 2003).
앞서 언급했듯이 실업대란 등 세계 경제 성장이 침체 분위기이고 , 인류 생존을 위한 글로벌 세계의 환경적 조건이 열악한 상황이란다 . 이로 인해 각국에서 신자유주의를 기치로 한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더욱 거세게 사회 전반을 지배할 전망이다 . 이 속에서 경쟁사회의 낙오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복지제도조차 더욱 열악해지고 붕괴될 위기이다 .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듯 , 개개인이 직면하게 되는 실업 , 질병 등 삶의 위기에 대해 국가나 사회 전반이 책임을 공유하기보다 , 역으로 그 책임이나 대책을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추세이다 . 국가가 무엇 때문에 있는지 의문이다 . 이러한 일련의 사회복지 시스템의 붕괴는 결국 계층 간 위화감을 가속해 새로운 사회적 약자 및 소외 그룹을 양산한다 . 실업자 등 경제적 낙오자 , 결손 가정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증가로 사회적 기능 시스템에서 낙오자와 빈곤층이 증가하고 , 나아가 이들은 장애인 집단과 더불어 사회적 · 경제적으로 쓸데없이 남아도는 , 제거되어야 할 그룹으로 낙인되고 소외되기 시작한다 .
가상의 시나리오 같지만 , 전술한 위기의 사회를 피할 수 없다면 , 특수교육계의 과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 우리의 윤리적 과제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장애인 복지의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반성하고 논의하는 것이다 .
하지만 생명윤리와 관련하여 특수교육 입장에서 윤리적 논의를 전개할 때 특히 주의할 점은 , 지금까지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 역사적으로 특수교육은 우리는 지금까지 장애인의 복지 향상을 위해 항상 옳고 선한 일만 해왔으며 , 지금도 그들 편에 서서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식으로 , 자가비판 없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지 못한다면 생명윤리 논의에서 큰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포괄적으로 개진해 보면 다음과 같다 .
1) 특수교육 기관은 여타 사회조직과 마찬가지로 장애인과 더불어 역사적으로 발전해온 조직이다 . 현대 사회에 들어서는 장애인의 도야와 교육 , 정상화된 삶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며 , 나아가 장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 윤리적 ) 보호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권력과 힘을 부여받은 권한 위임 기관이다 .
2) 그러나 이러한 특수교육 기관도 역사적으로 볼 때 ,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소외 담론의 결과물이었다 . 나아가 악순환적 의미에서 특수교육 등 장애인 복지 관련 기관이 다시금 결과적으로 장애인의 소외 , 정치적 도피 , 차별 , 낙인화 , 권리박탈에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 장애인 복지의 역사에서 보면 , 다소간 ‘특수화된’ 기관을 설립한다는 것 자체가 종종 ( 장애인 복지의 ) 발전으로 간주되었는데 , 이런 기관들이 이전 시대엔 전무하던 장애인 지원 , 보조 , 교육 , 보호 등을 과감히 수행했기 때문에 , 발전으로 간주된 동시에 다시금 본의 아니게 장애인 소외의 악순환에 일조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이다 .
3) 이처럼 다른 기관이 엄두도 못내던 장애인 복지 일을 해낸 바로 이 점이 뫼켈 (M ö ckel, 1987) 이 거의 ‘ 혁명적’이라고까지 칭한 특수교육의 업적이며 , 실제 특수교육자들은 그 당시 장애인 차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물결에 종지부를 찍고 ,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인본적으로 만드는 과업을 달성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다시 한 번 확실히 인식해야 할 것은 , 특수교육은 어쩔 수 없이 ‘특별한’ 체제라는 사실이고 ,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 특이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특수화에 이바지했으며 , 사회전반이 장애인을 특수한 방식으로 대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
4) 사회복지가 현재와 같이 특히 열악한 상황에서 장애인을 위해 항상 선의의 편에 서길 바라는 특수교육에게 이러한 피치 못할 불편한 역사적 유산은 매우 치명적이겠지만 , 위와 같은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차별화시키는 기능’ ( 차별적 담론 ) 과 일부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아직도 장애인 복지관이나 시설 , 특히 특수학교에 상존하며 여실히 드러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 장애인의 제한된 능력을 핑계로 자율권을 억압하며 , 기회마저 박탈하고 , 종속적 관계를 암암리에 강요하는 폭력적 관행이 다름 아닌 특수교육 종사자로부터 자행되고 있음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 이런 의미에서 얀첸 (Jantzen, 1999) 은 , 장애인 복지에서 ‘ 폭력’이란 단순히 부차적이거나 전문영역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 바로 장애인 복지라는 전문영역 성립의 필수 조건이라고 역설적으로 주장한다 .
5) 즉 얀첸의 논리에 따르면 ‘ 폭력’은 ( 유감스럽게도 ) 장애인 복지의 기초라는 것이다 . 이 전문영역을 작동시키는 수많은 역학 중에 예를 들어 ‘사회적 종속성 생산’ 및 이의 ‘ 고착화’가 다름 아닌 ‘ 폭력’이고 이것이 전문 영역 존속의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한다 . 앞서의 논리에서 보면 , 생명윤리와 관련된 윤리적 논의에서 바로 위와 같은 불편한 ( 역사적 ) 진실 때문에라도 특수교육자에게는 더욱 세심하고 비판적인 자아 반성이 요구되며 , 전문 영역의 역학인 ‘ 폭력’에 대해 처절한 윤리적 반성이 실행되지 않는 한 남의 흠을 탓할 여지도 없고 , 탓해서도 안 될 것이다 . 특히 중도 · 중복장애인에 대해서는 그들과의 불균형한 권력관계에 대한 윤리적 반성이 더더욱 요구되는데 , 그들이야말로 평생 타인의 도움에 종속되고 ,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곤란하고 위험한 삶의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
위의 논의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 생명윤리에 대한 특수교육적 논의는 그 초반부터 ‘위기 , 위협’이라는 주제와 직면하게 된다 . 즉 , 다른 영역의 윤리적 논의에 자주 등장하는 도덕 , 규칙 , 화합 등 ‘선한’ 주제 대신 말이다 . 이때의 위기는 생명 논쟁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 앞서 논의한 것처럼 , 특수교육 내부의 자아반성을 촉구하는 윤리적 위기이기도 하다 . 어쨌든 그만큼 현대 사회의 장애인은 역사상 다른 어떤 시기보다도 생명과학 , 생명윤리 등을 통해 다시금 사회구성원으로부터 공격받고 있으며 , 인간으로서의 총체성에 위협받고 있다는 역설적 증거일 것이다 . 이런 위기와 위협에 직면하여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보호막으로서의 윤리이다 . 그럼 보호막으로서의 윤리는 어떤 내용을 담보해야 하는가 ? 다름 아닌 ‘인간 존엄성’과 ‘다름에 대한 상호 인정’이라는 인간윤리의 기본 모티프이다 .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 앞선 생명윤리와 관련하여 이런 윤리적 핵심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아보자 .
1) 인간 존엄성
앞선 ‘ 생명윤리’에 대한 찬반논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 논의의 핵심은 바로 ‘인간 존엄성’의 담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은 기본법상 최상위에 해당하는 법적 규범이었으나 , 최근의 생명윤리 논쟁 속에서는 인간 존엄성의 포괄적 유효성이 다방면에서 의문시되고 , 상대화되고 있다 . 이처럼 인간 존엄성의 절대성이 흔들리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된다 : 생명 탄생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의 존엄성은 언제부터 인정되는가 ? 수정체부터 혹은 수정란의 착상부터 ? ‘ 인간’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특정 발달단계부터 ? 즉 감각 · 감수 능력을 보이는 단계부터 ? 아니면 생명체로서 살고자 하는 욕구를 보이는 단계부터 ? 이러한 질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 인간의 존엄성은 무소불위 , 즉 무제한적인가 , 아니면 단계적으로 유효한가 ? 인간 존엄성은 최상위의 선인가 , 아니면 인간학적 특징 중 하나일 뿐이며 그 결과 여차하면 고려의 대상으로 전락하는가 ?( Antor, 2003).
이에 대해 회페 (H ö ffe) 는 인간의 존엄성은 절체절명의 이치 (Axiom) 로서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유추될 수 없으며 , 그 어떤 가치로부터도 파생될 수 없는 최상의 가치라고 주장한다 (2002, 114). 인간의 존엄성은 “천부적이며 , 잘못 표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 ··· ), 분리될 수도 없고 , 수치로 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상실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다시 말해 ‘불가침한’ 것이다” (115). 존엄성은 삶의 자가목적성을 보장하며 , 칸트에 의하면 다른 목적이나 가치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이러한 인간 존엄성의 위기는 특히 산전 진단이나 임신중절과 같은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 난관에 봉착한 산모나 그 가족의 위기를 충분히 이해한다 할지라도 , 산전 진단이 암암리에 내포하는 ‘인간 절대성’에 대한 경시를 (Picker, 2002, 140)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 산전검사에 동원되는 여러 진단검사는 여차하면 태아를 폐기 (?) 할 수도 있다는 옵션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 이미 몇 개월씩이나 자란 태아를 인간으로서 절대적으로 수용하고 , 자가 목적적 존재로서 존중하고 수용하고자 하는 윤리와 산전 진단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 산전 진단 검사에서 태아의 삶과 죽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태아 자체의 인간 존엄성이 아니라 , 단지 제 3 자의 이해관계나 임의적인 판단일 뿐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 ( ··· ) 위와 같은 사회 분위기와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결국 개개인의 살 권리나 존엄성은 천부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 말 뿐인 ‘천부적 권리’로 인해 극한 상황에서는 태어남 자체가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우리 사회에서 천부적 권리나 태어날 권리는 어찌 보면 일종의 라이선스 ( 허가증 ) 로 변질되어 있다 : 즉 어떤 경우는 태어나도 되고 , 또 어떤 경우에는 태어날 권리가 무효로 되거나 거부된다 . 태어날 권리를 허가해 주는 결정권자가 어떤 태아는 환영하고 어떤 태아는 탈락시킬 것인지 , 어떤 Person 이 사회가 원하는 존재인지 , 아님 방해가 될 뿐인지를 결정하는 세태로 변한 듯하다” (144). 그러므로 이런 맥락에 비춰 볼 때 , ‘생명권 보호’야말로 인간 존엄성 논의의 핵심 사안이다 (Antor & Bleidick , 2000, 82).
위에서처럼 인간 존엄성의 절대적 가치를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분위기와 관련하여 그라우만 (Graumann) 은 한 걸음 더 나아가 , ‘ 인간존엄성에 내재된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호하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명권 보호’를 ‘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 이때 ‘사회적 분위기’란 다름 아닌 ,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서까지도 그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고 인정하는 사회 구성원의 윤리적 태도이며 , 이런 태도야말로 바람직한 것으로 인정되는 그런 사회 전반적 분위기를 말한다’ (Graumann, 2002). 바로 이런 점이 특수교육 윤리가 정치화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
2) 타자성에 대한 절대적 인정
장애인을 위한 보호막으로서의 윤리가 지녀야 할 기본적 모티프 중 두 번째는 바로 타자성에 대한 ‘ 인정’이다 . 타인을 인정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 자신의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을 위해 그의 존재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 , 존경심을 갖고 타인을 마주하는 것이다 . 슈페만 ( Spaemann ) 의 말을 빌려 얘기하면 , ‘타인을 인정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상 원래 무제한적으로 치달아 자기 자신을 확장하려는 경향을 중지하는 것 , 내게 유의미하고 유리한 관점에서만 타인을 바라보려는 욕심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 타인에 대한 존경이란 내게 절대 물상화 ( 物像化 ) 될 수 없는 , 타인 자신만의 의미 , 그의 삶의 맥락을 존중하는 것이다’ ( Spaemann , 1996, 197). 슈페만이 강조한 것처럼 , 타인에 대한 ‘ 인정’이란 내 맘 내키는 대로 하는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 타인의 요구에 ‘적절히 대답하는 것’ (252) 인데 , 다름 아닌 ‘기존 사회에 그저 발 디딜 한 자리를 요구해 올 때 이에 적절히 부응하는 것인데 , 이때 부응의 기준은 기득권자들이 이미 정해 놓은 기준에 따라 하는 선정적인 것 ( Kooptation ) 이 절대 아니다’ (253).
호네트 ( Honneth , 1999) 에 따르면 , 사회구성원 간에 타자성을 인정하는 윤리적 관계는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가능성의 틀이 되며 , 나아가 인격 주체의 ‘통합성’ (integrity) 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 호네트는 인간의 통합성이 다차원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며 , 이런 통합성이 깨질 경우 야기되는 인격 손상을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
(1) 첫 번째 인간 통합성이란 ‘신체적 ( leiblich ) 통합성’을 의미한다 . 방치 , 자존심 훼손 , 고통 부여 , 폭력 등을 통해 신체적 통합성이 손상될 수 있으며 , 이로 인해 당사자에게는 발달지체 , 발달이상 , 발달정체 등의 부정적 결과가 야기된다 .
(2) 인간 통합성의 두 번째 차원은 ‘자아 정체감’이며 , 이는 개개인의 자기 이해를 위한 규범이나 권리행사와 관련된다 . 이 차원의 통합성 훼손은 특히 사회적 소외나 권리박탈을 통해 일어나는데 , 그 결과 당사자는 자존감을 상실하게 된다 .
(3) 세 번째 인간 통합성의 차원은 ‘사회적 통합성’이며 , 이는 개인 및 집단의 개별적 · 집단적 삶의 방식과 관련된다 . 개인의 자기결정권 행사가 집단 속에서 불인정되고 거부되거나 , 사회적 유대감이 박탈되는 경우 인격 주체의 사회적 통합성이 훼손된다 .
지금까지는 타자성의 인정을 통한 인격주체로서 개개인의 통합성을 주로 부정적 측면에서 개관했지만 , 역으로 통합성이 구성되고 유지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세 가지 상호작용 측면에서 정의될 수 있다 .
(1) 정서적 친밀감
(2) 제도적 · 법적 인정
(3) 친밀한 사회적 유대감과 공동 지향적 가치관이다 .
호네트는 결론적으로 타자 인정이라는 사회윤리와 개별 인격주체의 통합성 간의 긴밀함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나의 상대방이 표현하는 행동의 거울을 통해 , 나 자신이 ( 상대방에게 )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인식할 때야 비로소 , 그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사람이다’ ( Honneth , 2003, 20). 이를 장애가 있는 사람에 견주어 풀어보면 , 일반사람들의 행동 양식 속에서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이 긍정적으로 인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장애인은 사회에서 진정으로 인정받은 사회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즉 사회에서 장애인 복지와 관련하여 법을 제정하고 구호로 떠들어도 , 그들 스스로 자신의 일상적 삶에서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됨을 느끼지 않는 한 , 그들이 진정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없다. 자아정체감이란 타인의 눈을 통해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타자성의 인정이란 , 예를 들어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만 주장되거나 , 혹은 ‘나와 같은 존재’에만 국한되어서도 안 된다 . 타인을 인정한다는 것은 타인이 나에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낯설어도 바로 그 다름 , 낯설음 ,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감싸안는 것이며 , 타인으로부터 내가 어떠한 생산성이나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곳에서도 무조건 수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인정이란 개개인의 특성에 종속될 수 없는 것이다 .
생명의 시작이나 죽음의 출발점은 언제부터인가 ? 언제부터 의식이 없는 것으로 볼 것인가 ? 인간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이러한 실체론적 논쟁은―앞서 논의한 대로―필연적으로 이율배반에 빠지게 된다 . 오늘날 인간의 실체론적 존재성이나 인간 존엄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고 , 관계론적 사고를 통해 도출되어야 할 사회적 타협의 산물이다 . 또한 우생학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서 확실해진 것은 현대 사회 인간의 존엄성은 생명의 문제보다 인격의 문제로 풀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 철학적 인간학을 통한 자기반성으로 근대의 모나드적 인간 이해에서 벗어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인간의 존엄을 공고히 해야 할 때다 .
생명복제와 배아실험 , 산전 진단과 이에 따른 장애태아 임신중절 및 안락사 등의 문제에 직면하여 우리는 생명공학의 급속한 진전과 경제효율성 우월사회에 따른 ‘도덕적 진공상태’에 대면한다 . 우리는 이데올로기화된 도덕을 거부하는 상대적 윤리의 시대를 살아가지만 , 이 시대는 그 어느 시대보다 도덕법칙에 갈증을 느낀다 . 일종의 역설이지만 이에 대한 돌파구를 독일 철학자 아펠 (Appel) 이 제공한다 . 아펠은 특정 위대한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시대를 지나 의사공동체의 합의를 통해 ‘철학의 변형’ (Transformation der Philosophie) 을 이루어 내야 하고 이에 힘입어 도덕적 진공상태에서 잘못된 일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 함을 주장한다 . 이때 아펠이 말한 사회적 합의를 통한 ‘철학적 변형’은 의미해석이며 관계론적 사고가 이를 가능케 한다 . 관계론적 사고는 결과보다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중시한다 . 이 과정에서 우리는 환경과 교섭하고 ,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의 변화가능성을 모색한다 . 자신은 변하지 않은 채 타자로 하여금 자신이 제시한 기준을 지키라고 강요한다면 새로운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 관계론적 사고는 다름 아닌 인간의 존엄 아래 기술 ( 생명공학 ) 과 실천 ( 특수교육 ) 이 상호작용하게끔 하는 것이고 , 상투적이고 관습적인 사고에 대한 자기비판과 자기 변화의 맥락에서 새로운 판단규범의 정립을 요구한다 .
낯섦과 이질감에 대한 자기방어와 타자의 자아화를 반성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기꺼이 응해야 한다 . 인간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고 기이하며 낯선 사람 , 즉 타자를 만나게 되면 우선 두려움을 느낀다 . 대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느끼는 실존적 두려움이다 . 우리의 심리는 이러한 낯섦과 이질감 극복을 위해 인지적 기제를 동원하여 , 즉 자신의 기준과 잣대로 타인을 낱낱이 분석하여 알아내고자 한다 . 자신의 관점으로 타인을 판단한다 . 타인이 보이는 표정 , 몸짓 , 어투 , 매너 등을 분석하여 좋고 나쁘다는 가치를 부여한다 . 이런 과정에서 타자의 타자로서의 존재는 해체되고 타인은 이제 완전히 내 것이 된다 . 즉 ‘ 자아화’된다 . 이때 타자가 분석자인 나와 같은 비장애인일 경우 , 내가 내린 섣부른 판단은 추후 수정될 가능성이 많다 . 공통의 상징체계 ( 특히 구어적 언어 ) 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에 추후 타자는 타자에 대한 자기 판단이 그릇되었음을 알려올 것이고 , 나는 타자 ( 비장애인 ) 를 ‘ 자아화’하는 과정에서 신중해야 함을 알게 된다 . 그러나 문제는 그 타자가 장애인일 경우이다 . 특히 중도 · 중복장애인의 경우처럼 일상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 , 타자는 내 섣부른 판단과 자아화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고 , 나의 편견은 쉽게 고착되어 장애인에 대한 나의 ‘자아화 과정’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 그러기에 타자를 섣불리 자아화하지 않고 , 타자를 있는 그대로 타자로서 존재하게 수용하는 태도 , 즉 ‘ 타자’로서 중도 · 중복장애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가 요청되고 이것이 특수교육의 시작이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 교사 관계에서 학생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의 판단과 가치관 , 그의 욕구와 흥미 , 관심을 존중한다는 것이고 , 이것은 곧 타자를 타자로서 살게 하는 길이다 .
과거 대가족 사회에서 오늘날 핵가족 사회로의 변화는 사람들 간에 거리감과 소외감을 가져다주었다 . 가족구성원뿐만 아니라 가까웠던 이웃까지도 이제는 나와 무관한 타자가 되고 , 이러한 멀어짐 속에서 타자가 철저히 남이 되는 순간 타자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인간소외 현상을 체험한다 . 오늘날과 같이 실업률에 경제적 자원이 부족해지는 시대에 소외된 개개인은 익명의 타자그룹에 대해 경계심을 갖게 된다 . 이러한 경계심은 경계심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뜩이나 부족한 자원을 타자에게 선점당할까 두려워하고 , 자신의 약점을 타인에게 이입시켜 (transfer) 타인에게 복수심을 갖게 된다 . 이때 타자가 장애인일 경우 우리가 갖게 되는 경계심 , 두려움 , 복수심은 더욱 커지게 된다 . 그러므로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 너’와 ‘ 나’의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장애인의 생명권 ,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책임지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 서로 가까움이 있던 사회에서는 사람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도덕이나 규범을 논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 그러나 사람 간의 가까움 , 친밀함이 사라지고 인간 소외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도덕과 규범이 사라지고 이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생명권 , 인권이 논쟁의 대상이 , 찬반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인 연관성이다 .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서는 그 사람의 약점 , 장애까지도 역지사지의 마음이 동하여 감싸안기 마련이다 . 그것이 바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통합’이 목표로 하는 것이다 . 사회구성원 간의 만남과 친밀감을 조성하여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생명친화적 문화풍토 조성의 관건이다 .
위의 논의를 통해 사회구성원 간에 타인과 그의 실존적 상황 , 주관적 삶의 맥락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요구되는 윤리적 관점과 태도에 도착한 것 같다 . 특히 이러한 윤리적 태도의 핵심은 살아 숨 쉬는 에토스 , ‘구체적인 타자에 대한 존중’ , ‘책임의 상대성 (Relation der Verantwortung ) ’ , ‘타성을 거부하는 인정’이다 ( R ö sner , 2002). 사회구성원의 이러한 태도는 타자 보호와 인정을 위해 구비된 법적이고 제도적인 것보다 훨씬 앞서며 더 중요한 덕목이다 . 물론 사회구성원의 윤리적 덕목에 호소하고 , 윤리만을 강조하여 사회 곳곳의 첨예한 사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 사람들이 윤리적 덕목을 가졌다고 해서 이것이 곧장 규범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앞서 얘기했듯이 생명윤리 논쟁이 첨예하게 부각되는 삶의 현장이 산재해 있다 . 장애가 있는 사람이 일반인에게 혼돈을 주고 , 심적 불편함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곳 , 장애인이란 일탈적이며 병리적 존재이며 , 그래서 존재적으로 유감이고 실패작으로 제한되고 축소되는 곳 , 나아가 그런 이유로 우리 사회는 장애란 지양해야 하고 , 또한 현대 의학기술 덕분에 실제 지양될 수 있는 존재로밖에 인식하지 않는다 . 이런 사회에서 몇몇 사람이 윤리적 가치판단이나 덕목만으로 많은 ‘나쁜’ (?) 사람들의 시각을 개선할 수도 없거니와 , 장애인을 위해 충분한 윤리적 보호막 역할을 해낼 수 없다 . 바로 이런 곳에서 ( 대중교화의 목적으로 ) 윤리가 교육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 또한 장애인 교육학 ( 특수교육학 ) 이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
생명윤리에 대한 다양한 입장 , 그리고 생명윤리에 대한 교육적 의미와 그 한계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때 건전한 담론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 물론 담론 과정에서 생명윤리에 대한 가치판단은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 담론 문화 속에서 단 하나의 전체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 또한 독단적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 포스트모더니즘의 윤리적 상대성의 전제하에 다양한 가치판단의 공존을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생명윤리 담론에서도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할 수밖에 없고 , 상이한 가치관의 상호 존중 속에서 담론의 발전이 가능하다 . 그러므로 나와 다른 의견이라고 무시하고 , 억압하기보다 경청하고 수용하고 참아내는 것 ,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생명권과 관련된 사회구성원의 가치관이 장애인 당사자의 구체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끊임없이 반성하여 ,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당사자의 삶과 생명권 보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담론문화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
제 3 장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교육현실
1절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과정 운영 : 기능적 교육과정
현재 국내에서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에게 국가수준 교육과정 기준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 ,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 대상학생의 장애 정도가 중도 · 중복화되면서 일선 교육현장으로부터 소위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많은 어려움이 보고되고 있다 ( 정동일 , 2001, 2002 등 ). 7 차 및 개정된 2008 년 특수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중도 · 중복장애학생의 독특한 교육적 요구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 필자의 견해로는 특히 중도 · 중복장애학생의 다양한 개별적 요구를 실현하는 문제는 국가수준 교육과정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 물론 교육과정을 통해 해당 학생 교육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으나 , 특수학교 교육과정 역시 내용면에서 ‘ 범주적’으로 편성된 것이기에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지닌 장애학생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기에는 제한이 따르기에 ( 곽승철 외 , 1995), 담당 교사들이 중도 · 중복장애학생의 학습현상과 교육적 성장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통해 글자 그대로 ‘개별화 교육계획’을 구성하는 것이 최선이다18)(이숙정 , 2006).
나아가 국내 특수교육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완전통합인데 , 필자가 보기에 중도 · 중복장애학생의 교육현실에서는 이러한 완전통합 내지 통합교육의 모토가 거의 언급되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 중도 · 중복장애를 이유로 장애인 내부에서 또 다른 차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특수교육이 추구하는 통합교육은 주로 인지 능력이 어느 정도 받쳐주는 경도장애학생에게 맞추어져 있기에 , 경도장애학생을 일반교육으로 통합하기 위해 소위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맥락 속에서 교수수정 , 교수적합화 방안이 한창 논의 중이지만 , 중도 · 중복장애학생은 ‘ 교과교육’보다는 신변자립기술이나 특수교육관련 서비스 중 치료적 서비스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국내의 경우 교육과정 개정 및 개편 과정에서 1989 년 제 5 차 교육과정 개편 당시 지체장애아동의 능력별 분류 ( 제 1 유형 : 정상적 학습가능 , 제 2 유형 : 정상적 학습지체 , 제 3 유형 : 정상학습 곤란 ) 에 의거하여 지체장애 학교는 주로 제 2 유형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편성 및 운영해 왔으나 ( 구본권 , 2005), 지체장애 학교에 입급되는 학생들의 장애가 중증화되어 가는 추세 속에서 제 2 유형 외에 제 3 유형 ( 정상학습 곤란 ) 학생들에게도 적합한 학교수준 교육과정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 이러한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중도 · 중복장애학생을 위한 소위 ‘기능중심 교육과정’이다 . 즉 과거에는 규준지향 검사를 통해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정신연령을 진단하고 , 이들의 발달단계에 따른 과제를 가르쳤으나 , 일상적 생활에 대한 유용성이 미비하고 자립 능력에 대한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과 , 나아가 학령기가 생활연령에 부적합한 인공적인 조작활동 습득에 허비된다는 비판에 따라 기능적 기술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으며 ,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기능중심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다 . 이와 관련하여 중도 · 중복장애학생 교육과정 운영의 핵심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Kennedy & Horn, 2004).
1.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 운영 기본 원칙
1) 연령에 적합한 실용적 기능
실용적 기능이란 생활을 지탱하고 풍요롭게 하는 데 필요한 기술인데 , 벽돌을 쌓는 기능적 기술이 아니라 생활을 영위함을 풍요롭게 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다 . 비장애 또래와 간이 수행할 수 있는 활동들 , 식사 , 의사소통 , 텔레비전 켜기 등의 활동이 바로 ( 생활 ) 연령에 맞는 기능이다 .
2) 통합된 교육환경 고려
가급적 학교에서만의 교육이 아니라 통합된 지역사회 교육이 필요하다 . 예컨대 물건 사기 훈련의 경우 , 교실에 꾸민 가게를 사용하지 말고 지역사회 식료품가게로 백화점으로 가서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비장애학생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또한 촉진해야 하며 , 이를 위한 지역사회의 통합 환경에서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
3) 자료에 근거한 교육과정 구성
월러리 (Wolery) 등 (1988) 은 학생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 경과를 추적하고 프로그램의 효과를 결정하도록 하며 , 학생과 부모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고 , 노력의 결과를 상세히 기록하고 책무성을 보여준다는 등의 이유로 특수교육에서 자료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 즉 학교에서 학생에게 알맞은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서 정보나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실제
1) 교육과정 유형의 결정
<표 16> 중도 · 중복장애 유형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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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
Ⅰ유형 |
Ⅱ유형 |
Ⅲ유형 |
Ⅵ유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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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교육과정 |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 |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기본교육과정 |
기본교육과정 |
대안교육과정 (기능적 교육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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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편제 |
교과교육, 창의적 체험활동, 특수교육관련 서비스 |
교과교육, 창의적 체험활동, 특수교육관련 서비스 |
교과교육, 창의적 체험활동, 특수교육관련 서비스 |
실용적 기능, 특수교육관련 서비스 |
Ⅰ유형: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적용이 가능한 학생
Ⅱ유형: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조정, 적용이 가능한 학생
Ⅲ유형: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적용이 곤란한 학생
Ⅵ유형: 기본교육과정의 적용이 곤란한 학생
-Ⅰ, Ⅱ유형은 단순지체학생에게 적용되는 발달론적 입장에 근거한 교육과정
-Ⅲ. Ⅵ유형은 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적용될 수 있는 기능적 교육과정
2) 기능적 교육과정 개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 , 즉 그들에게 무엇을 목표로 , 어떤 내용을 , 어떻게 가르칠지 등에 대한 교육과정 선정 문제와 관련하여 , 영미언어권 관련 학자를 비롯하여 국내 학자들 대부분은 ‘기능적 교육과정’에 비중을 두는 추세이다 ( 김경숙 외 , 2002; 김정권 외 , 2002, 518; Snell & Brown, 2006; Westling & Fox, 2000). 여기서 언급된 ‘기능적 교육과정’은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에 이론적 틀을 제공하는 ‘교육과정 모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 기능적 교육과정 모형에 의거한 교육의 목표 범주는 다음과 같다 .
-장애아동의 발달연령보다는 생활연령에 적합한 일상생활의 기능 , 기술 및 행동 습득
-장애아동의 생활환경을 전반적으로 고려하는 ‘생태학적 구조’ 내에서 아동의 능력과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자발적인 참여와 상호작용
-통합교육이라는 자연적 교육환경 내에서 비장애아동의 기능적 활동을 교육내용으로 공유함으로써 장애아동들의 독립적 일상생활 촉진 ( 김경숙 외 , 2002, 54)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에 대한 영미언어권 선행 연구에서는 이들 교육의 핵심원리로 전문가 및 부모 협력 , 개별화 교육계획 수립 , 최선의 교육적 배치 , 기능적 교육과정 개발 , 지역사회 중심의 교수방법 도입 ,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제공 , 사회적 통합 , 문제행동에 대한 기능적 접근 , 기능적 의사소통 기술 교수 등을 거론하는데 , 이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위한 일반적 교육원리와 동일선상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내용으로 기능중심 의사소통 기술 , 감각운동 기술 , 보행기술 , 학습준비 기술 , 기능적 학업기술 , 사회성 기술 등이 강조되는데 , 이러한 발달영역에 따라 세분화된 교육내용을 재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① 기능적 기술
학령기뿐 아니라 학령기 이후에도 학교 내외의 환경에서 자주 요구되는 즉각적 기술과 독립적 생활뿐 아니라 좀 더 제한이 적은 환경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신변 , 자립기술 습득이 강조되고 있다 .
② 생활연령에 적합한 내용
일상생활에서의 기능성과 연령을 고려한 기술들이 교육내용으로 요구되며 , 특히 통합적 교육환경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정상화 원리에 맞는 행동의 습득이 필요하다 .
③ 자율선택을 유도하는 내용
장애아동의 현실은 과보호되거나 , 학습된 무기력 증상이 조장되거나 , 인간으로서의 보람 있는 경험이 박탈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 흥미를 표현하는 데 동기화되도록 , 자신의 수행 과제 선택에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④ 의사소통 기술
과거에는 중도 · 중복 장애인 범주에 높은 인지 능력을 지닌 중증 뇌성마비인 ( 예를 들어 우주과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 도 포함되었으며 , 이와 연관하여 중도 · 중복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주로 상징적 의사소통 ( 보완대체의사소통 (Augmentative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 및 촉진의사소통 (Facilitated Communication, FC)19) 기술을 통해 신장하고자 하였다 . 하지만 앞서 주장했듯이 중도 · 중복장애로 인한 해당 장애인의 의사소통은 주로 ‘전 관습적’ (idiosyncratic), ‘전 상징적’ (pre-symbolic) 의사소통 단계에 해당하므로 , 이들의 장애현상의 본질적 특징은 ‘의사소통 어려움’으로 규정할 수 있다 . 그러므로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은 추상적 언어 및 상징을 통한 의사소통 전략 대신 전 관습적 , 전 상징적 의사소통으로 중재되어야 한다 ( 이숙정 , 2004b).
3) 기능적 교육과정 사례 : 계열적 개별화교육과정 모형 (Individualized Curridulum Sequencing: ICS)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특정 과제를 수행할 때 요구되는 관련 기능들을 계열적으로 묶어 가르치는 것이다 . 일반화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일정 기간 해당 학생의 교육내용 전 영역에 걸쳐 혹은 특정 ‘ 기능군’에 대해 공통된 반응행동을 가르치도록 고안되었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에서 ICS 모형은 교육 효과면에서 발달모형이나 환경모형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 특히 ICS 모형을 실현하기 위해 두 가지 수업원리가 요구된다 . ① 분산된 시행방법 , ② 공통된 과제 배열이다 . 전자는 특정 프로그램을 반복 시행하는 사이사이에 다른 내용의 프로그램도 시행하는 것이다 (Mulligan, Guess, Holvoet & Brown, 1980). 그리고 후자는 하나의 훈련단위시간에 공통적인 과제를 두 개 혹은 그 이상으로 교수한다 . ICS 모형에서는 교수목표가 되는 기능을 확정하고 이에 따라 교육내용을 구체적으로 계획한다 . 이를 위해 활동기능 매트릭스가 구안되며 , 여기에는 일상활동 중 각 기능을 가르칠 수 있는 자료와 활동이 배치된다 . 나아가 브라운 (Brown) 과 그 동료들이 (1979) 제안한 기능적 교육과정 개발절차를 참고로 하여 제시한 것은 여섯 가지 측면이다 . 주로 생태학적 목록을 이용하였는데 재구성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1) 학생 현행 수준에 대한 정확한 진단
현재 그 학생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를 밝힘으로써 교육과정 구성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 아동의 현재 수행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표준화된 점수나 발달수준에 의거한 평가 절차와 달리 , 아동 개개인을 관찰 가능한 행동의 범위에서 주의깊게 관찰하고 , 나아가 신뢰도와 객관도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시간과 장소와 사람들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표 17> 기능적 교육 내용 관련 시간표 예시(Guess & Helmstetter,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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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시간 (위치)교사 |
고개 들기 |
요구 하기 |
허리 굽히기 |
대소변 통제 |
손 뻗기 |
소리 집중 |
수평 추적 |
컵 사용 |
입에서 손 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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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시간 8:15 (버스)김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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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기 코트걸기 |
이름 부르기 |
교사 동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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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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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시간 8:30 (화장실)김교사 |
변기 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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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젖히기 |
× |
옆자리로 |
이름 부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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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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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장시간 9:00 (화장실)김교사 |
테이블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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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 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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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 비누수건 |
이름 부르기 |
비누 수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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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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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1시간 9:15 (책상)이교사 |
의자 옆좌석 |
모자 종이 |
옆으로젖히기 |
속옷 점검 |
모자, 종이, 음식 |
이름 음악 |
모자, 종이, 음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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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2시간 9:45 (매트)이교사 |
엎드 리기 |
음악 이야기 |
뒤로 젖히기 |
속옷 점검 |
옆으로 테이프 |
이름 부르기 |
테이프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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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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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시간 10:15 (식당)정교사 |
의자 옆좌석 |
주스 과자 |
뒤로 젖히기 |
속옷 점검 |
주스, 과자, 냅킨 |
이름 부르기 |
주스 과자 |
주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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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시간 10:30 (화장실)정교사 |
(8:30 대소변시간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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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목표영역 설정
학생들의 장애정도와 특성 , 부모들의 요구를 파악하여 학생에게 적합한 영역을 설정하여야 한다 . 학생들의 능력과 연령수준에 따라 특정기능 영역에서 강조되는 영역이 달라질 수 있다 . 생활중심 기초능력을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효선 , 1995).
① 인사 , 의사소통 등과 같은 인간관계 유지의 효율성
② 자기 확인 , 개인생활 , 건강 , 위생 , 안전 등과 같은 개인생활에 필요한 기능
③ 읽기 , 셈하기 , 쓰기 등과 같은 최소한의 기능적 지식
④ 올바른 작업태도
⑤ 이동 능력과 교통수단의 이용 능력
⑥ 직업을 선택하는 능력
⑦ 보조기구와 보조자료의 사용 등 직업 환경 적응
(3) 개별화 교육계획의 작성 (IEP 개별화 교육계획 )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단기목표를 제공할 뿐 아니라 1 년 동안 교수 초점의 일반적인 개요를 나타내는 문서로서 , 목표 영역별로 학생의 현재수준을 평가하고 기초하여 연간목표와 단기목표를 구체화하도록 한다 .
-연간목표 : 1 년 동안 달성하여야 할 성취수준의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각 교과나 영역을 가능한 한 모두 포함시켜 다양한 학습경험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 그러자 학생의 우선적 요구와 학습 능력 , 교수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여 목표범위를 융통성 있게 정한다 .
-단기목표 : ① 계열적이어야 하고 , ② 구체적으로 바라는 행동조건이 진술되어야 하고 , ③ 학생과 교사가 모두 다루기 쉬운 것이어야 한다 .
-단기목표의 계열적 요소를 분석하는 과정에는 과제역분석법 , 과제전향분석법이 있다 .
(4) 교수프로그램의 작성
과제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으로 교수프로그램 설계 (instructional program design, IPD) 는 교수방법을 기획하는 것을 말한다 .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각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정확하게 진술하는 것이다 . 학년도말 교수프로그램은 IEP 에 진술된 목표를 어떻게 성취했는가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게 된다 . 여기에는 IPD 변인이 포함된다 . 여러 가지 상황이 학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교사의 지시 (cues), 자료 , 강화자극 , 강화전달계획 , 적절치 못한 반응의 조정계획이 포함되어야 하고 학생의 진전 상황을 밝힐 수 있는 측정체계가 포함되어야 한다 .
(5) 교수 , IPD 수정 및 간헐적 평가
IPD 개발이 완료 후 교수활동에 들어가고 그 후 평가를 실시한다 . 중도 · 중복장애학생의 경우 매일 평가를 실시해야 하고 바로 교정을 위한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 IPD 의 평가결과에 따라 수정이 필요하다 . 교사의 지시방법을 바꾸거나 , 혹은 다른 자료를 사용한다 . 강화자극 유형을 변형하거나 강화 일정을 변경한다 . 중도 · 중복장애학생이 어떤 기능을 습득하게 되면 습득한 기능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주기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 . 매일의 상황에서 배운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지 , 적절히 일반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서 우선 교수방법에 대한 기본적 마인드는 교사가 해당 학생이 보일 수 있는 작은 반응과 행동 변화도 민감하게 감지하고 , 이의 주관적 의미를 파악하며 적절한 응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 나아가 교사의 교육적 접근에 대한 해당 학생의 반응이 무척 미비하게 보일지라도 교사는 세심하고 일관성 있게 교육행위를 조직하고 실천함으로써 해당 학생과 충분히 교육적 경험과 교육적 의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는 것이다 . 또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적 지원과 관련된 복합적인 교육 환경 및 교육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제 , 관리하는 다학제적 관리 능력이 교사에게 요구되며 , 이를 위해 해당 학생의 반응을 촉진하고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교수절차를 교수방법적 원리로 하는 아래와 같은 사안이 강조된다 .
① 기능적 기술에 대한 객관적 교수 : 교사뿐 아니라 다른 관찰자들도 학습 목표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습 목표가 되는 기능적 기술을 객관적으로 명확히 교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반복된 훈련에도 불구하고 목표달성이 안 되는 경우 , 위의 교수법적 지침에 의거하여 다른 교수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 .
② 과제분석을 통한 세분화 : 가르쳐야 할 기술은 과제분석을 통해 좀 더 세부적인 단계로 나뉘어 학습되어야 한다 .
③ 피드백을 통한 동기화 : 아동은 교사로부터 강화 등과 같은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 즉각적인 강화와 강화인자는 아동 개개인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
④ 유지와 일반화 촉진 전략 : 기본적 일상생활 활동과 관련된 지식이나 행동일수록 학습 후에도 유지되고 다른 상황에도 일반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 나아가 이를 도모할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한다 .
⑤ 수행수준에 대한 다차원적 평가 : 아동의 수행수준은 신중하게 측정 , 평가되어야 한다 . 특히 이들의 발달은 아주 미미한 현상으로 진보를 나타낼 수 있기에 , 이에 대한 평가 역시 더욱 세밀한 관점에서 다차원적 측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⑥ 부분 참여의 원리 : 학생이 주어진 과제의 모든 활동단계에 혼자 힘으로 참여할 수 없다 하더라도 , 해당 과제분석을 통해 학생 가능성 범위에 선택된 요소들을 부분적으로 가르치거나 , 적절히 수정된 과제를 단계적으로 학습한다 .
⑦ 긍정적 행동 지원 (positive behavioral support, PBS): 학생이 보이는 소위 도전적 행위 (challenging behaviors) 에 대해 그 행위에 집착하거나 , 이를 소거 , 제거 , 수정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그런 행위들에 내포된 기능적 의미를 파악하여 , 그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 행동을 학습하도록 한다 .
⑧ 소집단 교수 : 대집단의 환경보다 소집단 속에서의 개별적 교수를 통해 학습한 내용이 일반화되기 쉬우며 , 나아가 소집단은 학생 간 모방이나 우발적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 나아가 사회적 상호작용과 또래 강화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⑨ 집단교수 (team teaching) 형성 : 복수의 교사가 담당하는 교실에서는 개별지도를 중심으로 지도하기 쉽도록 가능한 한 같은 수준의 여러 소집단이 형성된다 . 소집단 내에서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안정되고 아동의 상호 관계가 형성되면 소속집단의 종류도 증가하고 , 전체 집단이 공동 학습에 참가할 수도 있다 .
위에 제시된 교육내용이나 교육과정 구성 원리는 사실 중도 · 중복장애 학생뿐 아니라 다른 특수교육 요구 학생에게 기능적 교육과정을 적용할 경우 고려해야 할 사안이기에 기능중심 교육과정의 핵심요소라 보인다 . 이 장을 마치기에 앞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 관련된 기능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국내외 목소리를 종합하여 이에 대한 필자의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
기능중심 교육과정을 근거 짓는 교육학적 · 인식론적 바탕이 무엇인지는 차치하더라도 , 우선 기능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학생이 일정한 기능행동 표본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훈련해야 한다 . 나아가 기능중심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 역시 성인으로 살아갈 때 필요한 기능이기에 ‘ 미래지향적’이라 할 수 있으며 , 이로 인해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이 지금-현재 갖고 있는 욕구 , 동기 , 관심 , 희망은 부차적으로 인식하고 , 유용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술을 ( 재미없더라도 ) 익히는 것이 급선무로 부각된다 . 그래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시간표에 나와 있는 수학 , 과학 등 교과수업을 받는다 할지라도 이들 교과의 핵심개념 , 원리 , 교과지식의 형식과 내용 등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기보다는 , 그들에게 필요하리라 생각되는 기능을 교과의 형식과 틀을 빌려 기술적인 반복과 훈련을 통해 익히게 된다 . 즉 신변자립 기술 등 최소한의 기능만이라도 일상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표면적 논리만으로 보면 우선 다 옳은 얘기 같다 . 그러나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위해 기능중심 교육과정만 적용할 경우 크게 두 가지 윤리적 문제가 생긴다 .
1) 교과교육 통합적 운영의 어려움
우선 특수교육이 지향하는 통합교육과 관련하여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기능중심 교육과정이 적용될 경우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합교육은 어려워진다 . 국내 특수교육 발전 과정에서 보아왔듯 , 완전통합 (full inclusion) 교육이란 과거 물리적 통합을 극복하고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 모두를 위한 통합적인 교과를 운영해 교육적 통합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 통합적 교과운영을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교수적합화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 궁극적으로는 교과의 동일한 학습제재를 통해 , ( 학생 수준에 따라 ) 학습 목표 수준은 달리하지만 , 교과의 핵심을 교수-학습하는 것이 교육적 통합이다 . 예를 들어 과학시간에 ‘ 광합성’이라는 동일제재를 가지고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든 비장애 학생이든 , 광합성의 핵심인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빛과 수분이 필요하다’는 기본원리를 학생들 수준과 그들의 삶에 유의미한 범위에서 다양하게 교수학습하는 것이 과학교과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
그러나 일반학생은 고난도의 광합성 실험을 통해 식물의 성장 원리를 이론적으로 공부할 때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습활동은 그저 화단의 꽃이나 식물 잎사귀를 만져보거나 , 모종삽으로 흙을 고르거나 , 화분에 물이나 주는 등의 기능적 활동에 국한된다면 , 이는 진정한 의미의 통합적 교과교육이 될 수 없다 . 이와 비슷한 사례로 어떤 문헌에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인 민호와 영미를 통합학급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한 교사들의 ‘중점적’ 교수방법이 다음과 같이 제시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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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교사 : ‘여러 동물의 한살이’를 지도할 때 , 다른 친구들이 모둠별로 모여 동물의 한살이에 관한 조사활동을 할 때 , 민호는 친구들의 이름을 알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할 거예요 ( 원리 : 교육과정 중복 ). B 교사 : ‘여러 곳의 기온재기’를 지도할 때 , 우리 반 친구들이 각자 자기의 모형 온도계를 만들 때 , 영미의 것은 제가 만들고 색칠하기는 영미에게 시키려고요 ( 원리 : 부분적 참여 ). 그리고 우리 반 친구들이 실제 온도계로 교실 안 여러 곳의 온도를 재는 동안 영미는 모형 온도계 눈금을 읽게 할 거예요 ( 원리 : 중다수준 교육과정 ). |
중도 · 중복장애인의 특징을 앞의 논의에서처럼 ‘의사소통상의 극단적 어려움’을 지닌 사람으로 정의한다면 , 위의 문항에서 두 명의 교사가 제시한 민호와 영미의 학습활동은 그들의 교육적 요구에 합당하지 않아 보이고 , 또한 과학교과의 교과핵심과도 동떨어진 기능적 활동임을 알 수 있다 . A 교사의 경우 , 다른 아이들이 동물에 관한 과학적 조사활동을 할 때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인 민호가 친구들의 이름 익히기 활동을 하는 것을 통합학급 수업 원리 중 ‘교육과정 중복’이라 칭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 B 교사의 경우 , ‘여러 곳의 기온 재기’라는 학습제재에 내포된 교과핵심을 ‘부분적 참여 원리’에 의해 중도 · 중복장애학생에게 교수할 때 모형 온도계 색칠하는 것밖에 안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 또 영미에게 온도계 눈금 읽는 것이 그녀의 삶에 유의미한지 , 또 인지적으로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
소위 통합교육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교과교육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습이 교과의 핵심과는 무관한 기능적 활동에 국한된다면 , 이는 진정한 의미의 ‘부분참여의 원리’ 도 아니고 , ‘ 중다 수준 교육과정’적 접근도 아닐 것이다 . 통합 교실에서 다른 학생들은 모두 교과중심 교육과정에 의거하여 교과의 핵심개념 , 원리를 공부하는데 ,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만 따로 기능중심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에 의거하여 이도저도 아닌 활동을 한다면 , 이로서는 교육적 통합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
바로 위와 같은 이유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진정한 교과교육을 포기해서도 안 되고 , 기능중심 교육만 해서도 안 된다 . 기능중심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의 내용이나 학습활동의 주제에 따라 기능 원리뿐 아니라 발달원리 , 행동원리가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되며 , 나아가 각종 지식과 기능이 낱개가 아닌 하나로 통합되어 활용되기에 ( 김영환 , 정동영 , 1998, 18) 교과교육에 충실할 수 있는 총체적인 교육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나 , 현장에서 실행되는 기능적 교육과정을 자세히 고찰하면 기능에 치중하는 등 부실한 면을 피할 수 없다 .
교과교육이 추구하는 교과의 핵심 개념 및 원리는 인류가 후세대를 교육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정신적 문화유산을 집대성 해놓은 교육내용이기에―기능중심 교육과정 실행 등 무슨 이유에서건 ―이를 임의적으로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교사 개개인의 선택권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 이는 학생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교육권 , 학습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 학생의 학습 능력 및 인식적 특성에 맞게 교과교육 내용을 교수법적으로 적정화하여 교육하는 것이 교사의 과제이며 , 이것이 전문가로서 특수교사의 교육적 자질에 해당한다 ( 이숙정 , 2003).
2) ‘ 지금-여기’와 관련된 의사소통적 요구 무시
두 번째 문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기능중심 교육과정에 의거한 교육목표와 내용이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이다 . 문헌에 따르면 학생의 현재생활과 미래생활에 필요한 지식 , 기능 , 태도 등을 실제 생활을 중심으로 교육한다는 아동중심 , 생활중심 , 기능중심이 기능적 교육과정의 핵심이며 , 중도 · 중복장애학생이 현재 갖고 있는 욕구 , 관심 및 흥미 등도 충분히 고려하여 교수해야 한다고 언급되어 있으나 , 이는 하나의 방법상 원리이지 , 기능중심 교육과정의 궁극적 핵심은 아니다 . 중도 · 중복장애학생 대부분은 건강상의 문제를 갖고 있기에 , 수업 장면에서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평안을 도모하는 것 , 나아가 다양한 의사소통을 통해 그들의 욕구와 관심을 살피는 것이 이들 교육의 주요 사안이다 .
5.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의 과제 : 최선의 교육을 위한 원론으로의 복귀
‘은석이와의 수업’
‘은석이와 만난 초창기 시절 , 그는 학교 일과 시간에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다 . 교생 실습을 나온 내가 매일 아침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자는 듯 보였고 , 그를 깨우려는 나의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 하는 수 없이 나는 수업 시간 대부분을 그와 마주 보고 앉아서 내가 오늘 여기 왜 왔는지 , 오늘 무엇을 계획하고 왔는지 설명하거나 , 혹은 최소한 내 목소리라도 익힐 수 있도록 책을 읽어주곤 했다 . ( … ) 시간이 흐를수록 은석이가 자는 것이 아니라 눈만 그냥 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냥 하기 싫어서 회피하려는 의도로 말이다 . 이런 생각과 함께 교생인 내게 양가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 우선은 은석이와 내가 서로 사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까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자고 맘먹었지만 , 다른 한편으론 수업시간이니만큼 뭔가를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 … ) 매 시간 수업이 끝날 즈음 나는 은석이에게 음악을 틀어주며 수업이 끝났음을 알렸는데 , 그는 특히 그 음악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 수업 시간 내내 감고 있던 눈을 커다랗게 떴기 때문이다 . 음악이 흐르는 동안 휠체어에 앉은 은석이는 아래로 떨어뜨려진 머리를 자꾸 위로 올리려 하면서 동시에 위쪽을 , 즉 음악을 작동하는 나를 쳐다보려 했는데 , 나는 그러한 행동을 음악과 관련지어 보았다 . 그 결과 나는 은석이에게 다음 시간부터는 그 음악을 수업 마지막이 아니라 , 수업시간 중에 좀 더 듣자고 제안했다 . ( … ) 이러한 그의 도발적 행동을 통해 은석이는 다음 시간의 학습 내용을 스스로 결정한 셈인데 , 그는 미세한 관심과 몸짓을 통해 어떤 내용이 그의 흥미를 일깨우는지 내게 보여준 셈이다 ( 어느 교생 실습일지에서 , 2002, 54).
마지막으로 포르네펠트 ( Fornefeld ) 의 논지를 빌려 현재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의 실태 및 이와 관련된 과제를 고찰한다 .
1) 기계적 태도 지양
특수교육 일반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 특히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 중 하나는 이들에 대한 교사의 교육적 무기력함으로 인한 기계적인 태도 ( rezeptiver Umgang ) 이다 . 중도 · 중복장애가 갖는 존재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구안된 교육이론이나 교수적 원리가 전무한 국내 실정에서 , 기껏 사용하는 방법이란 감각통합 내지 신변처리 지원 등이다 . 이런 와중에 해당 학생에게 감각통합을 실시한다는 명목하에 몇 개월 동안 같은 방법으로 학생의 몸에 감각적 자극만을 제공하고 , 그들과의 의사소통적 대화에 힘쓰지 않는다면 , 이런 활동은 교육이기보다는 단지 기계적인 태도에 불과하다 . 이렇게 해서는 결코 중도 · 중복장애인을 위한 감각통합적 접근이 목표로 하는 ‘신체적 대화 (somatic dialog) ’ (Fröhlich) 를 달성할 수 없다 .
인간의 학습은 자신에게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인식통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 일반아동에겐 시각이나 청각 등 원 ( 遠 ) 감각을 통한 학습이 용이한 것과 달리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은 근 ( 近 ) 감각 ( 심부 ( 深部 ) 감각이라고도 한다 ) 에 해당하는 체성 ( 體性 ) 감각 ( 촉각 , 평형감각 , 고유수용감각 ) 이 활성화되어 있기에 이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 구성한다 . 그러므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에서는 이들과의 신체적 접촉과 신체적 대면이 유의미한 교육장면이다 . 그런데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실 현장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씩 이루어지는 신변처리 및 식사지원 등 신변자립 활동을 특수교사 대신 특수교육보조원 등이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 식사지원과 신변처리 활동처럼 신체적으로 매우 밀접한 활동을 통해 교사는 학생에게 근본적 (basal) 의사소통을 시도할 수 있으므로 , 이러한 접근기회를 교육적 기회로 보지 못하고 포기하는 것 역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기계적 태도 때문이다 . 포르네펠트 (1995) 는 이러한 교사의 태도야말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홀대이자 심적인 거부감의 표현이며 , 교수적 창의성 등 전문성 결핍이고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서 보이는 낯섦 , 타자성에 대한 불안함과 무기력함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
2)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이론에 대한 메타이론적 반성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기계적 태도는 어찌 보면 특수교육계에 만연한 총체적인 문제의 이면을 보여줄 뿐이다.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교사의 무기력함이 그들을 기계적으로 반응하도록 했겠지만 ,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 현재 특수교육계에 회자되고 있는 여러 교육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 기계적 태도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 몇 개월이 멀다 하고 새로운 특수교육이론이 수입 , 소개되고 있지만 , 이에 대한 메타이론적 반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 학계는 물론 현장교사들은 무비판적으로 수용된 이론들을 처방전 식으로 학생에게 적용했다가는 곧 다시 구석에 밀어 넣는 일을 반복하는 듯하다 .
물론 이러한 경향이 국내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현장에서는 일반적 현상이 아닌데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과 관련해서는 영미언어권에서 수입할 만한 현장교육 이론이 드물기 때문인 것 같다 . 그러나 독일의 경우 중도 · 중복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학 내부뿐 아니라 인접학문인 의학 , 간호학 ( 특히 간병학 ), 심리학에서 중도 · 중복장애인을 위한 지원 , 보조 , 치료적 이론이 구안되고 있으며 이를 특수교육현장에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려는 성급한 시도가 있어 왔다 . 디넬트 ( Dienelt ) 는 이와 관련하여 독일에서 ‘ ( 특수 ) 교육학 이론이 급조 , 날조되고 있는 현재 교육학의 경향’을 거론하며 (1989, 1), 바로 그런 이유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의 자리를 의학적 · 심리적 치료가 차지하거나 , 간병차원의 신변처리 활동이 대신하는 등 주객전도 되고 있음을 비판한다 . 물론 치료적 지원이나 신변처리 지원에 대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요구가 높기는 하나 , 학교 수업에서는 그들의 ‘교육적 요구’에 주목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현재 현장에서 쓰이는 여타 특수교육 이론 ( 행동주의에 입각한 이론이 대부분이지만 ) 대부분은 이론적 완성도에서 매우 미약하고 , 또한 학문 고유의 이해를 무시한 채 여러 이론을 단순 조합해 놓은 경우가 많다 . 그 결과 이론에 내재한 요소들을 인식론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 인간학적으로 반성하는 절차가 생략되어 있어 , 이러한 이론은 애매한 인간상 내지 문제시되는 인간상을 수반할 위험이 많다 . 쇤베르거는 이와 관련하여 “이론을 구안한 이론가 중 대부분이 자신의 인간상을 드러내지 않고 단지 함축적으로 암시만 할 뿐이다 . 결국 독자가 이를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추론해 볼 수밖에 없다” (1991, 11) 라고 했다 . 즉 이론에 언급된 여타 개념이나 실제 적용과정 내지는 도구 등을 통해 독자 스스로가 내재된 인간상을 추론할 수 있을 뿐이고 , 이로부터 도출되는 인간상 역시 문제시된다 . 교육이론에 내포된 인간상을 명확히 규정하는 작업은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데 , 바로 그 인간상이 실천가들인 교사의 태도와 교육행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
국내의 경우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의 증가 추세에 맞추어 몇 년 안에 영미언어권뿐 아니라 유럽 문화권으로부터 많은 교육이론이 도입될 전망이다 .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 이론적 완성도가 낮은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처방전 식의 레시피 형태로 적용할 경우 비록 당장은 그 효과가 눈에 보일지라도 이론에 내재된 인간학적 · 교육적 한계로 인해 특수교사의 행위가 교육이 아닌 ( 행동주의적 ) 치료 행위로 변질될 위험이 높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 앞서 거론했듯이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을 위한 정체불명의 많은 이론이 (Snoezelen, Sensory Integration 이론 노선의 Basale Stimulation, Gestalt 이론 노선의 Body Work, 소아과 이론인 Baby Talk, 산전치료 등 ) 시장에 나와 있는 독일의 경우 , 지적장애 및 지체장애 학교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실제로 , ‘고차원적인’ 특수교육 이론 및 Feuser , Breitinger & Fischer, Praschak, Pfeffer, Dreher, Fornefeld 등의 두꺼운 교육이론서보다는 빨리 ,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지원법이나 단기간에 효과를 보장한다는 치료적 이론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에 비해 독일 특수교육계에는 행동주의적 이론이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다 ). 중도 · 중복장애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공식처럼 명확하게 제공된 방법이나 행동지침을 손에 쥘 경우 교사들은 더 이상 힘들게 이론서를 읽거나 비판적으로 분석 , 고민할 필요도 없고 , 어려운 교육적 판단을 내릴 필요도 없다 . 그만큼 에너지를 절약하게 될 것이다 .
그러나 이때 주의할 점은 이러한 문제 행동에 대한 처방전식의 , 행동주의적 접근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교사의 ‘반응촉구 대상’ (Object) 으로 전락시킨다는 사실이다 . 교육은 그 본질에서 인격 주체 간의 상호적 교감과 대화이고 , 이를 통한 공동 세계를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 학생은 교육과정에 적극 수용되고 인정되어야 하는 주체이고 , 나아가 자아실현을 위한 교육과정에 적극 동참하는 주체로 인정되어야 한다 .
여전히 많은 수의 학령기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정상적인’ 교육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으며 , 이들에게 제도권 교육이나 최소제한환경이라는 기본교육 대신 그 대안으로 제공되는 있는 것이 순회교육 (Itinerant Education) 이다.20)21) 2008 년 4 월 및 2010 년 4 월 현재 순회 또는 파견 형태로 실시하는 순회교육의 현황은 <표 19>와 같다 ( 교육과학기술부 , 2008, 2010, 11).
교육과학기술부 (2008) 는 순회교육과 관련하여 향후 중도 · 중복장애로 이동이 곤란한 가정 · 병원 · 시설 내 특수교육대상학생에게 ‘학교교육 제공을 위해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 이는 순회교육이 아닌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시키겠다는 뜻도 아니고 , 그 뜻 이 매우 애매하다 .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 28 조 , 특수교육관련 서비스 항목에는 , ‘각급 학교의 장은 특수교육대상자의 취학 편의를 위하여 통학차량 지원 , 통학비 지원 , 통학 보조인력의 지원 등 통학 지원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 현재 순회교육 대상 학생들을 정상적인 학교교육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이 조항이 이 학생들에게 적용 , 실현되어야 한다 . 2010 년 현재 특수교육대상 학생 수는 총 7 만 9,711 명이고,22) 이에 반해 순회교육대상 학생 수는 총 8,083 명 (<표 19>) 인데 , 후자 수치가 전자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 순회교육대상 학생 수는 전체 대상 학생의 10% 에 해당하는 저출현 학생군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심한 장애 정도 , 나아가 이동이나 운동기능의 심한 장애가 학생들로 하여금 ‘정상적 학교교육’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 이에 대한 특수교육계의 실천 의지 부족이 저출현 학생군의 학교 교육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
<표 18> 전국 순회교육 현황(2008. 4. 1. 현재) (단위: 명,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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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
학급 수 |
교사 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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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
시설 |
병원 |
일반학교 |
계 |
|||
|
특수학교에서 순회, 파견 |
442 |
/502 |
55 |
- |
/999 |
224 |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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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급에서 순회, 파견, 겸임 |
548 |
1,073 |
55 |
611 |
2,287 |
435 |
4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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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계 |
990 |
1,575 |
110 |
611 |
3,286 |
659 |
707 |
<표 19> 전국 순회교육 현황(2010. 4. 1. 현재) (단위: 명,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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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
학급 수 |
교사 수 |
|||||
|
가정 |
시설 |
병원 |
일반학교 |
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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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에서 순회, 파견 |
403 |
/434 |
10 |
- |
847 |
198 |
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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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급에서 순회, 파견, 겸임 |
534 |
1,137 |
50 |
625 |
2,346 |
479 |
546 |
|
특수교육지원센터 |
295 |
/157 |
4 |
4,434 |
4,890 |
- |
6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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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계 |
990 |
1,575 |
110 |
611 |
8,083 |
677 |
1,407 |
* 특수교육지원센터 순회강사 453명 포함.
국내의 순회교육은 1963 년 3 월 부산시에서 재가 장애학생 128 명의 학습 지원을 위해 가정방문제 특수학급을 개설한 것에서 연원한다 . 30 여 년이 지난 1994 년 전면 개정된 특수교육진흥법에 순회교육을 공식 명시함으로써 순회교육이 제도권 교육으로 정착되었고 , 이는 특히 당시 열악한 복지환경 속에서 심한 장애로 인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던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권 , 수업권 수호를 위해 하나의 차선책으로서 제 기능을 다해 왔다 .
15 년 전에 제도권 교육으로 정착한 순회교육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약 10 년 전부터였으나 , 그 이후 간헐적 · 산발적으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으며 , 교육 현상에 대한 대부분의 현장 연구가 그러하듯 순회교육에 대한 조사 연구 역시 운영 실태에 관한 연구 ( 강성종 1999; 김경남 , 2002; 서종숙 , 2002; 윤선자 , 1999; 정동일 등 , 2002; 정상조 , 1998; 조만식 , 1999) 와 관련자들의 인식 등에 대한 연구 ( 김보선 , 2002; 박우석 , 2003; 박혜정 , 2000; 이경숙 , 2001; 이정구 , 1998; 정재익 , 2002) 로 양분할 수 있다 . 위와 같은 연구물에서 도출할 수 있는 공통적인 결론으로는 첫째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순회교육담당교사 대부분이 대상학생의 장애 정도 , 가정환경 , 나아가 이들이 제도권 교육에서 소외되어 있는 교육환경 등으로 인해 교육과정 운영상에 고충을 겪고 있으며 , 특히 물적 교수환경의 열악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 조영훈 , 2000). 둘째 , 순회교육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순회교육 대상자 진단 · 판정방법을 재검토해야 하고 , IEP 를 위한 전문성이 더욱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며 , 보호자 교육 및 협력방안을 더욱 강화하고 , 교육행정 측면에서는 담당 교사의 고충을 충분히 고려할 것과 , 행 · 재정적 지원을 강화할 것을 강조한다 . 셋째 ,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안은 순회교육 현장에서 드러나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구체적인 개선방안이나 일관된 정책적 방향이 제시되지 않아 시행착오가 반복되어 왔다는 점이다 ( 양금란 , 2006). 순회교육에서 시행착오로 인한 누적된 실패경험은 결국 일선 담당교사로 하여금 중도 · 중복장애학생이나 이들의 교육을 더욱 어렵고 회피하게 만드는데 , 바로 이 시점이 결국 장애학생의 소위 ‘심한’ 장애가 학생의 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 사회의 열악한 지원환경이 그들의 장애를 더 중증화한다는 , 장애에 대한 사회적 속성화 (social attribution) 가설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
순회교육의 이러한 지난함에 대해 정부가 2008 년 계획 중인 방안은 순회교육 내실화를 위해 순회교육 전담 특수교육교사 배치를 확대하는 것이었으나 그 실효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 현재 초임 발령 받은 특수교사에게 주어지는 가장 빈번한 업무가 순회교육이며 ( 이들 중 일부만 순회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 노련한 교사도 피하고 싶어 하는 일을 초임교사에게 맡기는 이유는 자명하다 . 그만큼 순회교육과 그 교육적 환경이 특수교육을 전공한 특수교사에게도 어렵게 느껴진다는 증거이다 .
순회교육 담당교사가 다양한 영역에서 직면하게 되는 직무상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국내 연구물을 통해 익히 들어왔다 . 앞서 언급했듯이 순회교육 관련 문제는 소위 학교 밖에서 운영되는 특수교육 교육과정 운영 체제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에 매우 복합적이고 단기간에 ,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 순회교육 대상 학생이 정상적 학교 교육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단번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
학술적 차원에서 볼 때 , 순회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교사의 외적 영역에서 단기간에 모색될 수 있는 ( 인적 · 물리적 ) 해결방안이 제한적이라면 , 역으로 교사 내부 변인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어떨까 ? 순회교육 담당교사가 직무 수행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이를 외부의 열악한 환경 탓으로 돌리기 전에 자신의 내적인 역량으로 이겨낼 수 있는 심리적 특성을 규명하고 , 또한 이와 관련한 심리적 대처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를 교육적 역량으로 키워나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2007 년 전면 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 이하 장특법 ) 의 정의에서 순회교육이란 특수교육 교원뿐 아니라 관련 서비스 담당인력도 순회교육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여 , 질적으로 좀 더 고양된 순회교육을 제공하도록 하고 , 순회교육에서 순회교사의 역할을 특수교육뿐 아니라 관련서비스로까지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4 장 제 25 조에는 과거 각급 학교에 순회교육 담당교사를 배치했던 것과 달리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순회교육 담당인력 ( 특수교육교원 , 특수교육서비스 담당인력 ) 을 배치하도록 확장했으며 , 일반학교에 통합된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학교 및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순회교육 담당자를 배치하여 언제 어디서나 지원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 순회교육은 [ 일반 ] 학교 내의 ‘ [ 일반 ] 학급’ , [ 일반 ] 학교 내의 ‘특수학급’ , ‘가정’ ( 재가 장애인의 경우 ), ‘시설’ ( 복지시설 수용 장애인의 경우 ), ‘병원’ ( 장기 입원 중인 장애인의 경우 ) 등이 그 교육 의 마당이 될 수 있고 , 이에 따라 서비스 연속체의 양극단에 걸쳐 실시될 수 있으며 , 결과적으로 ‘ 분리교육’과 ‘통합교육’ 양자의 성격을 모두 지니게 된다 .
<표 20> 순회교육 관련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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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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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제2조 (정의) |
‘순회교육’이라 함은 특수교육교원 및 특수교육관련 서비스 담당인력이 각 급 학교나 의료기관, 가정 또는 복지시설(장애인복지시설, 아동복지시설 등을 말한다. 이하 같다) 등에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를 직접 방문하여 실시하는 교육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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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제25조 |
(순회교육 등) 통합순회교육 ① 교육장 또는 교육감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를 지원하기 위하여 일반학교 및 특수교육지원센터에 특수교육교원 및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담당 인력을 배치하여 순회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분리순회교육 ② 교육감은 장애정도가 심하여 장 · 단기의 결석이 불가피한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순회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③ 교육감은 이동이나 운동기능의 심한 장애로 인하여 각급 학교에서 교육을 받기 곤란하거나 불가능하여 복지시설 · 의료기관 또는 가정 등에 거주하는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순회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순회교육의 수업일수 등 순회교육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표 21> 순회교육 관련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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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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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제20조 |
(순회교육의 운영 등) ① 교육장이나 교육감은 법 제25조 제1항에 따른 순회교육을 하기 위하여 순회교육을 받는 특수교육대상자의 능력, 장애 정도 등을 고려하여 순회교육계획을 작성 · 운영하여야 한다. ② 순회교육의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150일을 기준으로 하여 각급 학교의 장이 정하되, 순회교육을 받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상태와 교육과정의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는 지도 ·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아 30일의 범위에서 줄일 수 있다. ③ 교육장이나 교육감은 순회교육대상자를 위하여 의료기관 및 복지시설 등에 학급을 설치 · 운영할 수 있다. |
과거 특수교육진흥법과 달리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는 순회교육과 관련된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 대상 학생의 수업일수는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되 ( 매 학년도 150 일 기준 ), 순회교육 대상 학생의 교육여건을 고려하여 학교장이 30 일 내외로 감축 조정할 수 있는 융통성을 부여하였다 . ( 참고 ,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및 기본교육과정 적용 각급 학교의 연간 최소 수업일수 계산 방법 : 연간 최소 34 주 수업에 주 5 일 등교 = 약 170 일 ). 그 결과 경우에 따라 최소 수업일수 120 일도 가능하며 , 제도권 교육에 있는 아동에 비해 수업을 받는 날이 최대 2 달 정도 적다는 얘기다 . 순회교사가 직무상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해당 학생 수업시수 부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대 30 일의 수업일수를 학교장 재량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조치이며 , 어떤 이유로 허용한 조치인지 궁금하다 .
순회교육대상 학생의 수업을 위해 교육과정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법령을 따라 가보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 교육과정 운영의 기준은 대상 학생의 해당 장애영역 학교 교육과정 편제이되 , 개별 학생의 맥락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는데 , 현실에 적용하면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감이 쉽게 오지 않는다 . 나아가 교육과정 시간 배정은 별도로 시도 교육청에서 정한 것을 따라야 한다 .
<표 22> 순회교육 관련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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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규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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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에서 “7차 개정 특수학교교육과정” 운영지침에서 마 (1) (가) 순회교육대상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을 해당 장애 영역 학교 교육과정의 편제를 고려하여 학생의 특성과 정도에 알맞게 편성, 운영한다. (나) 순회교육대상학생에 대한 교육과정 시간 배정은 시도 교육청에서 정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
국내 순회교육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 특수학급이 설치되지 않은 ( 농어촌 ) 일반학교에 통합되어 있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을 위한 ‘통합교육형 순회교육’과 정상적인 제도권 교육에서 배제되어 있는 개별적 특수교육대상학생을 위한 ‘분리교육형 순회교육’이 그것이다 .
<그림 15> 국내 순회교육 유형
1) 통합교육형 순회교육
장애 정도가 가벼워 일반학급에 배치된 특수교육대상자 교육을 위해 일반학교 내의 원적학급에 있는 각각의 특수교육 요구 아동의 필요에 따라 특수교사가 각각의 원적학급을 방문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
① 일반학교 내 순회교육 : 한 학교 내에 방문해야 할 아동이 많은 경우 교사가 한 학급 ( 학습도움실과 같은 형태로 ) 에 상주하면서 학급 순회교육을 실시하는 순회교육으로 대상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 교육환경에서 분리하는 분리형 (pull out) 과 순회교사가 대상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통합된 교육환경으로 들어가는 통합형 (put in) 형으로 나뉜다 . 우리나라는 대체로 분리형 (pull out) 형이다 .
② 일반학교 간 순회교육 : 학교에 방문해야 할 아동이 적을 경우에는 몇 개 학교를 묶어서 교사가 방문하면서 지도한다 . 이는 농어촌 모형 , 시각 · 청각학생의 경우 특수학교의 담임교사의 일시적 추수지도 ( 특수학교수준의 특수교육서비스 ) 를 포함한다.
2) 분리교육형 순회교육
① 가정순회교육 : 주로 의료 및 정형외과적 장애로 인하여 60 일 이상 학교를 출석할 수 없는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사가 아동의 가정을 방문하여 특수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를 말한다 .
② 시설-병원 순회교육 : 가정이 아닌 장애인 수용시설이나 복지관 , 재활원 등에 수용되어 있거나 이용하는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것 . 장애정도가 심하여 혼자 학교로 통학할 수 없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주 대상으로 교사가 시설이나 병원에 파견되어 학급을 조성하여 특수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 최근 (2003) 들어서는 교사 혼자 파견을 나가기보다는 시설이나 기관에 순회학급을 조성하여 전문가들의 팀접근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특수교육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
앞으로 중도 · 중복장애아의 순회교육은 중도 · 중복장애로 이동이 곤란한 가정 · 병원 · 시설 내 특수교육 대상학생에게 학교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하며 , 순회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순회교육 전담 특수교육교사의 배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 또 통합교육의 요구에 따라 확대되고 있는 일반학급에 배치된 특수교육 대상학생에 대한 실제적인 특수교육 및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 일반학교의 특수교육 대상학생을 위한 치료사를 배치해야 한다 . 이와 더불어 재택 특수교육 대상학생에게 학교 교육기회 제공 및 지원 강화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가정 · 복지시설 등에 있는 취학유예 특수교육 대상학생과 순회교육 대상학생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모든 특수교육 대상학생에게 학교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특수학급 담당교사의 순회교육 겸임을 지양하며 순회학급 설치 · 순회학급 전담교사 배치를 확대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특수교육 교재 · 교구 개발 확대와 보조공학기기 개발 · 보급 확대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는데 특수교육 대상학생의 장애유형 · 장애정도 및 교육환경에 적합한 교재 · 교구의 개발 · 보급 확대를 통한 특수교육의 질을 재고해야 하고 , 특수교육 대상학생의 요구와 특성에 적합한 보조공학기기의 개발 · 보급 확대를 통해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
일찍이 코메니우스 (Comenius, 1592 - 1670) 가 천명한 “모든 아동에게 모든 것을 전인적 ( 全人的 )24)으로 가르칠 수 있다” (omnes omnia omnina docere ) 라는 교육목표는 민주주의 국가 헌법의 기본원칙인 장애유무 및 정도와 무관히 모든 아동과 청소년에게 교육권과 평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부여한다는 책무와 최근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기조인 모든 아동에게 학교 다닐 권리를 무제한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등의 강령으로 구현되고 있다 . 나아가 아동이 자신의 가능성에 맞게 배울 수 있는 내용을 수업으로 제공하는 곳이 학교이며 , 이때 자라나는 세대에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문화적 유산이 교육의 주요 내용으로 전수된다 .
그러나 국내 중도 · 중복장애인과 관련하여 헌법에 보장된 전인적 성장을 위한 교육권과 수업권이 과연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으며 , 중도 · 중복장애아동에게 학교교육 대신 좋은 시설에서 잘 ‘ 보호’하는 것에 만족하자는 주장과 그들의 수업권을 옹호하자는 상반된 주장이 여전히 혼재하는 것을 보면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효과에 대한 회의와 경제적 효율성 추구 논란이 이 분야에서는 아직 가시지 않은 듯하다 . 위의 논쟁과 병행하여 현장 교사와 당사자 부모들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받는 학교수업이 과연 그들의 학습 가능성과 학습요구에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과 회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 이러한 논의의 저변에는 아래와 같은 급변하는 교육현실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첫째 , 제도권 교육으로 입급되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 중도 · 중복장애의 발현율이나 학교에 입급되어 있는 당사자를 수치상으로 파악하는 것이 ‘ 중도 · 중복장애 ’ 개념의 불명확함과 통일성 미비로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한 일로 간주되나 , 독일의 경우 부분적으로나마 이들의 교육현황을 파악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Lamers, 2004). 중도 · 중복장애는 독일에서도 우선 전반적 지원이 요구되는 ‘집중적’ (intensive) 장애 (Speck, 1991) 로 정의되며 , 해당 학생들은 초창기 지적장애학교 및 지체장애학교 등 특수학교에 입급되었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입급된 특수학교에는 이들을 위한 특별반 ( 소위 중증반 ) 이 구성되었고 , 이렇게 특수학교 내 이중차별을 극복하고 특수학교 일반학급으로 ‘ 통합’되어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1980 년대 초기부터이다 (Klauss & Lamers, 2000). 이러한 경향은 1990 년대 말 발표된 다수의 연구 (Holtz & Nassal , 1999; Wehr- Herbst, 1997 등 ) 에서 읽을 수 있는데,25) 특히 증가하는 해당 장애학생 수와 더불어 현장 담당교사의 교육적 부담이 많이 논의되었다 (Dittmann, 1998).
둘째 , 국내의 중도 · 중복장애인의 출현율이나 입급률에 대한 통계 부재와 더불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현실 , 즉 학교 일상에서 이들을 위한 교육의 질적인 측면을 가늠할 수 있는 경험적 수치나 연구결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 어떤 교육적 이론에 의거하여 어떤 수업을 받고 있는지 , 무엇을 배우고 , 통합교육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지 , 특수교육 관련 지원이 그들의 요구와 가능성에 어느 정도 합당하게 제공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부분적 정보만이 산재할 뿐이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현실에 대한 위와 같은 무지와 교육운영상의 불확실함을 불식하기 위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교교육에 대한 연구 , 특히 교수방법 등 교육이론 연구는 아래와 같은 원론적 질문에 집중하여 논의를 개진할 것이다 .
첫째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현실을 감안할 때 그들의 교육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어떠한 교육이론이 적합한가 ?
둘째 , 비록 산발적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이론이 학교 현장에서 어느 정도로 알려져 있고 , 반영되며 인정받고 있는가 ?
셋째 , 위의 교육이론은 국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현실을 다시금 이론적 논의에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 ?
위의 원론적인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해당 학생 교육현실에 대한 두 가지 정황 외에도 교육운영상의 불확실함과 당사자의 교육권 위협이 아래와 같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
첫째 , 국내 지적장애학교 및 지체장애학교 등 특수학교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일반 학급이나 특별학급에 통합하여 교육하고 있으나 , 교육의 적절성이나 효과를 의문시하는 비판적 목소리가 높다 . 아직은 비록 물리적 통합수준에 불과하나 경도장애를 지닌 학생은 물론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과반수가 일반학교에 통합되어 있는 현실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 관련하여 특수학교의 책무성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 순회교육 대상 학생26)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정상적인 학교교육으로 포함시킴은 물론 , 특수학교에 입급되어도 별도로 마련된 특수학급에서 교육하는 이중차별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 특수교육 전문기관인 특수학교에서조차 이들의 통합을 주저한다면 이는 특수교육 전문성의 포기를 선언하는 셈이다 . 위와 관련하여 “ ( 특수학교에는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자리가 없다 . 그들은 지하셋방 (Keller-Kind) 처지이다”라고 드레어 (Dreher, 1998) 는 비판한다 . 특수학교란 장애정도와 무관하게 배움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모든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열려 있는 배움의 집이어야 한다 .
물론 현재와 같이 인적 · 물적 제반여건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필요한 지원을 무조건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이론과 달리 특수학교 현장에서의 실천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27)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와 달리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일반학교 수업에 통합되어 통합수업에 참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도 있다 (Hetzner & Podlesch , 1997; Hinz, 1991; Pfr ü nder , 2000). 결국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사회적 통합이 개별적으로 준비된 상황에서 가능하다는 증거는 많이 나왔으나 ,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최선의 개별화 교육이 가능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는다 . 포르네펠트 (1995) 도 이와 관련하여 , 통합수업상황에서도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전혀 맞지 않는 부적절한 학습형태가 강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
둘째 , 특수학교에 입급되어 있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대한 국내 연구의 동향은 해당 학생 주 양육자 및 담당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 ( 지원 ) 요구 조사 ( 정동영 , 2005 등 ) 가 대부분이며 최근 들어 교육과정 구성에 대한 일반론적 논의 ( 강성종 , 2009 등 ) 나 의사소통 지원 관련 단일사례연구 ( 박경옥 , 2005 등 ), 구체적인 순회교육 현황 조사연구 ( 소라 , 이숙정 , 2010 등 ) 가 등장하고 있으며 , 구체적인 수업에서 어떠한 교육이론 , 교수법 및 지원방법이 적용되고 있는지 충분히 파악되지 않아 교육행위에 대한 질적 보장을 강구하기 어렵다 . 국내의 경우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특수학교 입급 및 통합교육의 역사가 짧기에 이를 위한 교육 및 교수방법 논의가 대부분 서구이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 이를 위해 소개 , 적용되고 있는 교육이론 역시 매우 드문 실정이다.28) 포르네펠트 (1989) 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교육하기 위한 기존 이론들이 지나치게 기능주의적으로 정향되어 있음을 비판하는데 , 즉 교사들이 선호하는 기존 이론들은 교육의 출발점을 중도 · 중복장애 당사자의 주체성이나 타자성에서 시작하지 않고 , 외부로부터 특정 기능과 기술을 훈련하고 가르치는 것에만 중점을 두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 그 반면 인간학적 반성에 기반을 두고 현상학적 접근을 이론화한 교육이론들 (Mall, Fornefeld 등 ) 은 현장교사들이 쉽게 접근하고 응용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 이들 이론들은 특히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주관적인 주체 관계 형성을 강조하는데 , 특수학교의 수업일상에서 교사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 1 명만을 위해 수업을 계획하고 수업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문제는 상징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개인성 , 주체성 , 현상학적 의도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수업 집단의 다른 학생과도 같이 공부하는 통합수업을 구현하는 것인데 , 현재 학교체제의 제한된 물적 · 인적 환경에서는 그 해답이 쉽지 않을 것 같다 . 단순히 신변처리 기술을 훈련하는 것을 넘어 교육내용으로서 문화적 유산인 교과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 , 나아가 이를 책무로 하는 학교수업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을까 ?
셋째 , 특수학교에서조차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활동을 다른 직업군이 담당하는 정황이 당연시되고 있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은 특히 신변처리와 관련한 지원 요구가 많기에 교육 현장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적 지원 및 신변처리 지원을 다른 직업군 ( 치료사 , 특수교육보조원 , 공익요원 ) 이 담당하며 , 나아가 이런 지원은 특수교사의 일이 아닌 다른 직업군이 해야 할 일이라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서 우리는 교사들의 말 못 할 고충과 과중한 업무와 소진으로 인해 변질된 교육관을 읽을 수 있다 . 즉 특수교사들은 대학양성과정에서 습득한 전문지식만으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충분한 자신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나아가 현장에서 쉽게 습득 , 적용할 수 있는 경험적 · 기능적 교수 · 학습방법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그들의 안일한 교육관이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을 그렇게 애쓸 만한 특별한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 나아가 이런 추측이 사실이라면 , 이는 다른 사람도 아닌 특수교사로 인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권이 위협받는 사태이며 , 나아가 해당 학생 교육을 위해 요구되는 다학제적 사고와 행위에 대한 특수교사의 무능을 반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교육 현장에서 드러나는 위와 같은 일련의 경향과 이에 대한 비판적 질문에 대해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사회 전반에 지배적인 교육의 수월성 및 경제적 효율성 추구와 더불어 중도 · 중복장애인들의 학교 교육권과 수업권을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회의적 시각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 중도 · 중복장애인의 삶의 권리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이 바로 교육권 확보의 문제이며 (Antor & Bleidick , 1995), 특히 ( 특수 ) 교육은 반성적 사고를 통해 이런 사회정치적 정황을 경계해야 하며 , 중도 · 중복장애인도 적절한 교육이 가능하며 , 그들의 생존을 보호할 능력이 특수교육에 있음을 확실한 목소리로 대답해야 할 것이다 . 이를 위해 이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 첫째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특수학교 등에 통합되어 있다고는 하나 그들의 교육현황에 세부적으로 접근한 연구는 전무하다 . 즉 특수학교에 입급되어 있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특성 및 교육적 요구는 어떠하며 , 담당교사는 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 해당 학교는 어떤 교육적 기반 아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지 알아본다 . 둘째 , 구체적인 수업활동과 관련하여 교과교육에서의 통합교육과 개별화 수업 정도를 조사하고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의 이론적 기반에 대한 인식정도와 적용범위를 조사한다 . 셋째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활동 개선과 관련하여 특수학교 교육활동 , 대학 교원양성 과정 등에 대한 개선 요구 사항을 알아본다 . 설문 결과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교육현장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설명하고 , 그들의 교육 요구에 비추어볼 때 현재 교육현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설명해 줄 것이다 .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현황에 대한 연구 사례
장애인 지원에 대한 질적 평가와 관련하여 주의할 점은 지원의 최종 결과에 국한하여 조사해서는 제대로 된 진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 1990 년대 초반부터 국내 사회복지계에서는 장애인 복지관 및 장애인 주거시설을 중심으로 한 지원활동을 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조사연구를 실시하였고―장애인 복지시설 등에 대한 조사는 특수교육계에서와는 달리 법적 강제성을 띤 요구로 시행되고 있다― , 결과에 대한 논의에서 드러난 점은 장애인 지원활동의 ‘결과’ (Output) 에만 국한하여 지원의 질적인 측면을 분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 또한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이었다 . 동일한 방법으로 지원할지라도 지원방법의 효과는 주체로서의 대상자 개개인이 외부 지원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러한 논리는 중도 · 중복장애인과 관련한 사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학교교육이 당사자의 교육 및 학습가능성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지를 묻는 연구에서 경험적 교육 결과에 국한하여 지원의 성과와 질적 측면을 평가하는 것은 제한된 범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 우선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학교교육의 ‘ 성과’가 무엇이고 ,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합의된 기준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 중증의 장애로 인해 매우 상이한 학습 전제조건을 지닌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실험연구를 통해 특정한 한 가지 중재방법을 적용하여 어느 정도 비슷한 결과 ( 학습 성과 ) 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또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중에는 간질이나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기존 수행능력이 감소 내지 후퇴하는 경우도 많기에 , 이들에게는 보유한 수행 능력이 감소하지 않도록 유지하게 하는 것 자체도 교육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과 관련한 빈약한 경험적 연구 풍토에서 연구방법상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적 지원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고 , 앞서 제시한 교육적 질문에 답을 구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하에 이 설문지 조사연구에서는 교육의 성과와 결과에만 국한하지 않고 , 담당교사가 인식하는 교육기반과 교육과정의 질적인 측면을 복합적으로 조사하여 경험적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하였다 .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 교육현황에 대한 내용을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아래와 같이 문제를 설정하였다 .
첫째 , 교육기반영역과 관련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현황은 어떠한가 ?
1)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특수학교 및 담당교사는 어떠한 교육기반을 토대로 교육을 운영하는가 ? ( 특수학교 교육컨셉트 여부 및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대한 인식 )
2) 교육 수요자인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 학생특성 및 지원요구 인식 )
3)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관련 특수학교의 운영방안은 ? ( 학급배정 , 학급당 학생 수 , 학급운영 등 )
둘째 , 교육과정 영역과 관련하여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현황은 어떠한가 ?
1)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이론에 대한 담당 교사의 지식 및 이의 적용 정도는 어떠한가 ?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의 계획 및 준비 , 나아가 학급 내 통합정도는 어떠한가 ?
3)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교육에 대한 교사의 개선요구 사항은 어떠한가 ?
설문대상 특수학교는 비확률표집 방법인 판단추출법 (judgments sampling) 을 사용하여 서울 , 인천 , 경기도 , 강원도 , 충청도 , 전라도 , 경상도 7 개 광역권에서 , 장애유형별 특수학교 역시 동일한 표집방법으로 인가받은 특수학교 유형에 해당하는 학교 중에서 지적장애학교 , 지체장애학교 , 정서장애학교 , 시각장애학교 , 청각장애학교의 5 가지 종류로 선정하였다 . 위 5 종에 해당하는 특수학교 중 유의표집법 (purposive sampling) 을 통해 시도별로 지적장애학교 3 개교 , 지체장애학교 3 개교 , 정서장애- , 시각장애- 및 청각장애학교는 각 2 개교로 선정하였다 ( 성태제 , 2000)( 해당 시도에 해당 학교의 수가 유의표집 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1 - 2 개교 선정 ). 유선전화를 통해 학교 관리자에게 연구목적을 상세히 설명한 후 참여 여부를 문의하였으며 , 참여의사를 밝힌 학교 총 48 개교에 각 2 부의 설문지를 우편을 통해 배부하여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학급에서 담당하는 교사 2 인을 선정하여 전달하도록 요청하였다 . 설문회수 결과 ( 회수율 87.5%) 는 <표 23>과 같다 . 이 중 자료 처리에 합당하지 않은 3 부를 제외하고 총 81 부 회수설문지를 자료 처리하였다 .
<표 23> 조사대상 학교의 지역별 분포 및 설문지 배부 수
|
조사대상 학교 |
서 울 |
인 천 |
경기도 |
강원도 |
충청도 |
전라도 |
경상도 |
총 계 |
|
지적장애학교 |
3(5) |
3(4) |
3(6) |
3(6) |
3(6) |
2(4) |
2(4) |
19(35) |
|
지체장애학교 |
3(6) |
2(4) |
2(4) |
1(1) |
1(1) |
1(2) |
1(2) |
11(20) |
|
정서장애학교 |
2(3) |
1(1) |
1(1) |
. |
1(1) |
. |
1(2) |
6(8) |
|
시각장애학교 |
2(4) |
1(2) |
. |
1(2) |
1(2) |
1(2) |
1(1) |
7(13) |
|
청각장애학교 |
1(1) |
1(2) |
1(1) |
. |
. |
1(2) |
1(2) |
5(8) |
|
설문학교 총계 |
11(19) |
8(13) |
7(12) |
5(9) |
6(10) |
5(10) |
6(11) |
48(84) |
(괄호 안은 회수설문지 수)
피설문자의 연령대와 성별 분포 및 기타 교육경력과 관련하여 피설문자 중 30 - 40 대 연령이 66.7% 로 가장 많았고 , 여성의 비율이 69.1% 이며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경험 기간은 1 - 5 년 미만이 43.2% 로 가장 많았고 , 교육경력 5 - 10 년 미만이 25.9%, 10 년 이상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교육한 경험이 있는 교사도 전체 응답자 중 21% 에 해당하였다 .
1)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기반에 대한 진단
(1)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 및 담당교사의 교육기반과 교육인식
81 명 중 61.7%(50)( 괄호 안은 빈도 , 이하 동일 ) 가 재직학교의 학교수준 교육과정 및 학교 교육방침에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위한 지침 등의 교육기반이 존재한다고 응답하였다 . 나아가 다른 학생에 비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특별한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인식한 응답자는 81 명의 과반수인 79%(64) 로서 이들이 인식하는 구체적인 어려움과 실제 현장에서 이들이 경험한 교육활동상의 부담이나 부정적 측면은 <표 24>와 같다 .
<표 24> 교육활동의 어려움 및 실제현장의 부담(개방형 문항, 다중응답, 무응답 16부)
|
일반적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이 갖는 특별한 어려움은? |
빈도 |
% |
% |
빈도 |
실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대한 부담 및 부정적 측면은? |
||
|
학생변인 |
의사소통 |
9 |
21.4 |
15.2 |
5 |
의사소통 |
학생변인 |
|
학습곤란(더디고 미비한 발전) |
8 |
19.0 |
69.7 |
23 |
(느린, 미비한 발전) 학습곤란 |
||
|
심한 (중복) 장애 |
6 |
14.2 |
9.1 |
3 |
심한 (중복) 장애 |
||
|
심한 개인차 |
6 |
14.2 |
0 |
0 |
심한 개인차 |
||
|
자세유지 및 장소이동 |
4 |
9.5 |
6.1 |
2 |
자세유지 및 장소이동 |
||
|
주 장애 규정의 어려움 |
2 |
4.8 |
0 |
0 |
주 장애 규정의 어려움 |
||
|
행동 문제 |
3 |
7.1 |
3.0 |
1 |
행동 문제 |
||
|
잔존 능력 개발 |
2 |
4.8 |
0 |
0 |
잔존 능력 개발 |
||
|
일상생활 훈련 |
2 |
4.8 |
3.0 |
1 |
일상생활 훈련 |
||
|
소계 |
42 |
100 |
100 |
33 |
소계 |
||
|
교사변인 |
교사 전문성 및 경험 부족 |
7 |
35 |
7.7 |
2 |
교사의 전문성 및 경험 부족 |
교사변인 |
|
육체적 부담 |
5 |
25 |
46.2 |
12 |
육체적 부담 |
||
|
심리적 부담(좌절감, 불확실성) |
3 |
15 |
19.2 |
5 |
심리 부담(좌절감, 불확실성) |
||
|
신변처리로 인한 업무 가중 |
3 |
15 |
26.9 |
7 |
신변처리로 인한 업무 가중 |
||
|
지침 및 연수프로그램 부족 |
2 |
10 |
0 |
0 |
지침 및 연수프로그램 부족 |
||
|
소계 |
20 |
100 |
100 |
26 |
소계 |
||
|
교육과정운영변인 |
교육과정 부재 |
13 |
19.7 |
6.8 |
3 |
교육과정 부재 |
교육과정 운영 변인 |
|
높은 강도의 수업지원 |
13 |
19.7 |
11.4 |
5 |
높은 강도의 수업지원 |
||
|
개별화교육, 교수적합화 |
14 |
18.2 |
15.9 |
9 |
개별화교육, 교수적합화 |
||
|
수업자료 및 지침 부족 |
10 |
15.2 |
13.6 |
6 |
수업자료 및 지침 부족 |
||
|
(통합)수업참여 |
4 |
6.1 |
18.2 |
8 |
(통합)수업참여 |
||
|
다인수 학급, 이질그룹 |
4 |
3.0 |
4.5 |
2 |
다인수 학급, 이질그룹 |
||
|
의료적 · 공학적 서비스 요구 |
5 |
7.5 |
4.5 |
2 |
의료적 · 공학적 서비스 요구 |
||
|
건강 및 안전 지속적 관찰 |
2 |
3.0 |
9.1 |
4 |
건강 및 안전 지속적 관찰 |
||
|
부모의 높은 기대수준 |
1 |
1.5 |
11.4 |
5 |
부모의 높은 기대수준 |
||
|
소계 |
66 |
100 |
100 |
44 |
소계 |
||
|
환경 |
인적 자원 부족(보조인력) |
4 |
50 |
63.6 |
7 |
인적 자원 부족(보조인력) |
환경 |
|
물적 시설 부족(교육기자재) |
4 |
50 |
36.4 |
4 |
시설 부족(교육기자재) |
||
|
소계 |
8 |
100 |
100 |
11 |
소계 |
||
교사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어려움과 실제 현장 활동에서 느끼는 부담 및 부정적 측면에는 영역별 항목 순위에 차이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 예를 들어 교육과정 운영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이 부재하고 , 교육활동에서 수업지원을 위해 시간이나 노력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것이 특별한 어려움이라고 일반적으로 인식한 반면 , 실제 수업에는 이런 어려움보다는 이질그룹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수업에 참여시키고 , 통합시켜야 하는 부담감이 더 크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 . 학생변인으로 인한 어려움에서도 흔히 말하는 것처럼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의사소통상의 어려움을 많이 지적하나 , 실제 수업활동에서는 해당 학생의 심한 개인차나 심한 중복장애보다 는 이들의 미비하고 더딘 학습상의 진전 및 발전이 교육의 부정적 요소로 교사에게 큰 부담으로 인식되었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반해 <표 25>는 교사가 인식하는 보람 및 긍정적 측면을 나타낸다 . 해당학생이 미비하나마 학습상의 진전이나 발전을 보일 때 교사의 만족도가 최고인데 , 이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에서도 교사들이 여전히 수행 능력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표 25>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활동의 보람 및 긍정적 측면(개방형 문항, 다중응답)
|
|
빈도 |
% |
|
학생의 발전(잠재능력, 적응능력, 문제행동 감소, 보행능력 등) |
45 |
43.6 |
|
비언어적 의사소통 관계형성(의사표현, 학생 반응 변화 등) |
13 |
12.6 |
|
학생과의 정서적 유대감 및 관계형성(신뢰감, 애착관계 등) |
12 |
11.6 |
|
학부모의 만족(학부모의 격려와 위로 등) |
9 |
8.7 |
|
학생이 보이는 기쁨과 즐거움(자발적 · 적극적 참여) |
9 |
8.7 |
|
교사의 개인적 성장(교육경험 누적 및 전문능력 확대) |
8 |
7.7 |
|
교사의 개인적 도전심(현실문제 파악, 새로운 시도와 도전 등) |
7 |
6.7 |
|
총계 |
103 |
100 |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인식 및 교육적 지원요구에 대한 인식
장애학생의 장애나 결함 , 부족함보다는 학생의 강점과 자원 중심으로 학생을 바라보고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인본적인 특수교육의 시작이다 . 교사가 인식하는 장애학생의 특징은 교사의 장애관과 교육관을 반영하는 동시에 교육활동의 실제를 구성하는 데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 관련하여 이러한 철학이 어느 정도 구현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표 26>과 같이 해당 학생의 특징에대한 교사의 인식을 영역별로 세분화하여 살펴보았다 .
<표 26> 해당 학생 특징에 대한 교사의 인식 영역 기준
|
특징 인식 영역 |
구체적 설명 |
|
결함과 부족함 |
신변처리, 신변자립 불가능, 사회적 적응능력 부족, 간단한 지시조차 따를 수 없음, 자세이동 등 간단한 동작 조차 불가능 등 |
|
진단/장애 |
중복장애(간질발작, 신체장애), 뇌성마비, 의사소통장애, 지적장애 등 |
|
신변자립 요구 |
신변처리 및 신변자립에서 의존도가 높음, 항상 안전과 보호-관찰 필요, 타인의 보호가 필요, 타인 도움에 높은 의존도를 보임 등 |
|
지원/보조 요구 |
교육 및 치료적 지원 요구, 신변처리 요구, 개별화교육 요구 등 |
|
공학적 요구 |
롤브렛, 지지대 등 최상의 보조기구 필요, 튜브관 지원, 휠체어 필요 등 |
|
문제행동 |
심한 행동문제, 공격성, 자해행동, 과잉-과소행동, 정서문제 등 |
|
긍정적 요소 |
개방적-밝은 태도, 긍정적 성격, 조금의 관심에도 만족함, 즉각적 반응 |
|
능력, 자원 |
대인관계, 자세 변화 등 자극에 뚜렷이 반응, (비언어적) 의사소통능력 |
즉 담당교사가 부정적 혹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인 행동 특징으로 학생을 규정하는지 , 기존의 장애진단 틀에 고착된 시각으로 학생 개개인을 정형화하는지 , 혹은 장애보다는 학생들의 교육적 · 지원적 요구 측면이나 능력-자원 측면에서 학생을 규정하는지 등을 알아보았고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라는 개념과 연관하여 교사가 일반적으로 연상하는 학생 특징과 교사가 실제 교실수업에서 담당하고 있는 개개인 학생에 대한 특징규정이 위의 영역별로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았다 . 이 문항에서는 특히 교사들이 거론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특징 중 제일 먼저 기술한 특징에 주목하였는데 , 이는 대답한 교사가 학생을 바라보고 인식할 때 독보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를 중심으로 자료를 분석하였다 .
개방형 질문으로 교사가 인식하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일반적 특징을 기술하는 문항에 대해 교사의 답변 중 제일 먼저 기술된 특징을 모아서 분석한 결과 <표 27>에서 보듯이 해당 학생들은 결함 및 부족함 , 나아가 기존의 장애진단명 ( 심한 중복장애 , 언어장애 , 지체장애 , 지적장애 등 ) 으로 규정되고 있었다 . 나아가 해당 학생군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눈에 보이는 특징으로 규정하더라도 교사 자신이 매일 학급에서 마주하여 수업하는 담당학생에 대한 인식은 좀 더 개별적이고 긍정적인 특징에 의거해 세분화한 것이겠지만 , 위 표에서 보듯이 이 역시 일반적 인식과 차이나지 않았고 , 오히려 담당학생의 특징이나 장애를 장애진단명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일반적 특징 인식에 비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
<표 27> 해당 학생에 대한 일반적 특징과 담당 개별학생에 대한 1차 명명 특징(개방형 문항, 다중응답)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일반적 특징 인식 |
빈도 |
% |
% |
빈도 |
담당 중도 · 중복장애학생 개별적 특징 인식 |
|
결함과 부족함 |
29 |
35.8 |
33.3 |
27 |
결함과 부족함 |
|
진단/장애 |
19 |
23.4 |
22.2 |
18 |
진단/장애 |
|
문제행동 |
7 |
8.6 |
11.1 |
9 |
문제행동 |
|
신변처리 및 신변자립 |
3 |
3.7 |
4.9 |
4 |
신변처리 및 신변자립 |
|
지원/보조 요구 |
2 |
2.5 |
3.7 |
3 |
지원/보조 요구 |
|
공학적 요구 |
2 |
2.5 |
1.2 |
1 |
공학적 요구 |
|
긍정적 요소, 능력-자원 |
1 |
1.2 |
1.2 |
1 |
긍정적 요소, 능력-자원 |
|
무응답 |
18 |
22.2 |
22.2 |
18 |
무응답 |
|
총계 |
81 |
100 |
100 |
81 |
총계 |
이러한 인식 경향은 교육사안에 대한 질문 <표 26>에서도 드러난다 . 현장 교사들이 인식하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지닌 교육적 요구 (educational needs) 란 의사소통 지원은 물론 최선의 적합한 교육을 위한 교육적 지원 ( 개별화 교육 및 이를 위한 교육과정 , 교과교육을 위한 교수적합화 등 ) 인 동시에 신변자립 등 기본생활을 위한 기술훈련이고 , 의료적 · 치료적 지원이기도 하다 .
<표 28>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특수한’ 교육적 요구(개방형 문항, 다중응답)
|
|
빈도 |
% |
|
빈도 |
% |
|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 지원 |
21 |
19.2 |
교육과정 및 개별화 교육 |
11 |
10.0 |
|
기본생활기술 훈련(신변자립) |
15 |
13.7 |
교수적합화 및 교과교육 |
10 |
9.1 |
|
신변처리기술 훈련 |
10 |
9.1 |
지역사회 적응기술 훈련 |
7 |
6.4 |
|
치료적 지원(물리치료 등) |
11 |
10.0 |
보완프로그램 및 감각자극환경 |
3 |
2.7 |
|
의학적 건강 지원 |
6 |
5.5 |
정서적 관계 |
1 |
0.9 |
|
일상생활 동작 등 보행기술 |
3 |
2.7 |
긍정적 행동지원 |
1 |
0.9 |
|
보장구, 보장기기 |
4 |
3.6 |
인력구축 |
3 |
2.7 |
|
이동제한에 따른 교육환경조성 |
2 |
1.8 |
이동서비스 |
1 |
0.9 |
|
총계 |
109 |
100 |
|||
교육활동에서 해당 학생의 어려움 중 교사들이 우선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표 29>에서 보듯이 중증의 인지적 장애와 발성 및 조음 장애로 인한 어려움이었다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는 주 장애 현상인 지적장애 , 지체장애 외에도 중복적으로 시력과 청력에 해당하는 감각장애 (22%) 도 중증의 인지장애만큼이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 나아가 의료-건강상의 문제 (15.5%) 도 수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표 29>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보이는 어려움(다중응답)
|
복수 응답 |
중증의 지적장애 |
발성 및 조음 |
중증의 지체장애 |
눈과 시력 |
청력과 평형감각 |
내과적 기능 (내분비/순환계) |
의료적 처치 (튜브관삽입) |
피부 문제 |
총계 |
|
빈도 |
66 |
57 |
50 |
39 |
22 |
18 |
17 |
8 |
277 |
|
% |
23.8 |
20.6 |
18.1 |
14.1 |
7.9 |
6.5 |
6.1 |
2.9 |
100 |
(3)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관련 특수학교 운영방안 ( 학급편성 , 담임배정 , 거주상황 )
일선학교에서 실시되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급배정에 대한 기준을 묻는 질문 (<표 30>) 에 대해 우선 학업수행 능력에 따른 동질그룹으로 학급을 배정하는 경우가 이질그룹 학급 구성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 이는 일선 특수학교 중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특별반을 따로 구성하는 현장에 대한 반영이라 간주된다 . 나아가 생활연령에 따른 학급 편성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발달 연령을 고려하기보다는 특수학교 재학생의 생활연령에 따른 일률적인 반편성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 외에도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업수행 능력이나 생활연령보다는 기타 다른 기준 (26.7%) 에 의거한 반편성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
<표 30>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급 편성 기준(다중응답)
|
복수응답 |
학업수행능력 동질그룹 |
학업수행능력 이질그룹 |
동일한 생활연령 |
다양한 생활연령 |
희망교사 담임 |
자격/연수 경험 교사 |
기준 없이 임의배정 |
기타 |
총계 |
|
빈도 |
16 |
11 |
48 |
13 |
7 |
6 |
11 |
8 |
120 |
|
% |
13.3 |
9.2 |
40.0 |
10.8 |
5.8 |
5.0 |
9.2 |
6.7 |
100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담임배정 원칙과 관련하여 학교업무 결정 (65.4%) 에 따라 담임을 배정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 이 외에도 담임배정이 교사본인의 관심과 희망에 따라 (12.3%), 혹은 학부모의 요청 (3.7%) 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피설문 교사가 담당학급에서 현재 담당하고 있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수 (<표 31>) 는 2 명인 경우 (25.9%) 가 가장 많았다 . 특히 피설문 교사 중 16.0% 는 6 명 이상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 이는 첫째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특별반 교사나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전담학교 교사의 경우에 해당하거나 , 둘째 ,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규정을 교사 나름대로 확대해석하여 응답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
<표 31> 학급에서 담당하고 있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
|
|
1명 |
2명 |
3명 |
4명 |
5명 |
6명 이상 |
무응답 |
총계 |
|
빈도 |
11 |
21 |
10 |
11 |
8 |
13 |
7 |
81 |
|
% |
13.6 |
25.9 |
12.3 |
13.6 |
9.9 |
16.0 |
8.6 |
100 |
담당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중 1 명을 선정하여 해당 학생의 거주형태를 묻는 질문에 대해 48.1% 의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은 양부모의 가정에서 , 30.9% 의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은 장애인 위탁시설에서 , 8.6% 의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은 학교기숙사에서 , 4.9% 의 교사 담당학생은 편부모 가정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가정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들은 특수학교 부설 학교기숙사에 거주하는 경우도 있으나 장애인 위탁시설 거주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에 대한 진단
(1) 중도 · 중복장애 교육이론에 대한 지식 및 활용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적용 가능한 교육이론 ( 박은혜 2003; 이숙정 , 2005a, 2007; Snell & Brown, 2006) 이 근래에 다수 소개되었으며 이에 대한 교사의 이해도 및 접근 경로는 <표 32>와 같다 .
<표 32> 교육이론에 대한 이해도 및 경험 경로
|
|
들어본 적 없음 |
들어본 적 있음 |
내용 잘 알고 있음 |
무응답 |
들어본 적이 있거나,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경우 접하게 된 경로 |
|||||||||||
|
빈도 |
% |
빈도 |
% |
빈도 |
% |
빈도 |
% |
대학전공 |
연수 |
서적에서 |
무응답 |
|||||
|
빈도 |
% |
빈도 |
% |
빈도 |
% |
빈도 |
% |
|||||||||
|
감각통합접근(Ayres) |
5 |
6.2 |
46 |
74.0 |
29 |
35.8 |
1 |
1.2 |
27 |
33.3 |
23 |
28.3 |
14 |
17.2 |
17 |
20.9 |
|
보완대체 의사소통(AAC) |
6 |
7.4 |
18 |
22.2 |
56 |
69.1 |
1 |
1.2 |
34 |
41.9 |
24 |
29.6 |
10 |
12.3 |
13 |
16.0 |
|
물리치료적 접근 |
3 |
3.7 |
38 |
46.9 |
39 |
48.1 |
1 |
1.2 |
26 |
32.0 |
27 |
33.3 |
13 |
16.0 |
15 |
18.5 |
|
스노젤렌 |
55 |
67.9 |
14 |
17.2 |
7 |
8.6 |
5 |
6.2 |
4 |
4.9 |
9 |
11.1 |
9 |
11.1 |
59 |
72.8 |
|
기초적 자극 (Fröhlich) |
30 |
37.0 |
41 |
50.6 |
8 |
9.8 |
2 |
2.5 |
16 |
19.7 |
11 |
13.5 |
17 |
20.9 |
37 |
45.6 |
|
부분적 참여 |
10 |
12.3 |
33 |
40.7 |
37 |
45.6 |
1 |
1.2 |
34 |
41.9 |
14 |
17.2 |
13 |
16.0 |
20 |
24.6 |
|
중다 수준 교육과정 |
19 |
23.4 |
29 |
35.8 |
30 |
37.0 |
3 |
3.7 |
26 |
32.0 |
13 |
16.0 |
12 |
14.8 |
30 |
37.0 |
|
교육과정 중복 |
10 |
12.3 |
37 |
45.6 |
32 |
39.5 |
2 |
2.5 |
24 |
29.6 |
21 |
25.9 |
12 |
14.8 |
24 |
29.6 |
중도뇌성마비 학생과의 의사소통에 주로 쓰이는 AAC 이론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 운동치료컨셉트인 감각통합접근 및 물리치료적 접근에 대한 이해도가 차순위로 나타났다 . 비교적 최근에 소개되고 있는 교육활동 이론에 해당하는 ‘부분적 참여’ , ‘ 중다수준교육과정 ’ , ‘교육과정 중복’에 대한 이해도는 ‘들어본 적 있음’의 경우를 포함하면 높게 나타나고 , 유럽의 교육이론인 ‘ 스노젤렌’이나 ‘기초적 자극’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표 32> 에 언급된 교육이론이나 접근 외에 담당교사들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이론이나 방법으로는 개별화 교육 (19.4%), 정서적 관계 (16,6%), 일상생활기술 (13.8%) 및 ( 비언어적 ) 의사소통 교육 (13.8%) 등으로 나타났다 .
위와 관련하여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이론으로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직접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 <표 33>에 해당 ) 이론과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현실과의 괴리감으로 적용하기 곤란함 ( ‘부분적 참여’ ) 을 거론하며 , AAC 의 경우 , 해당 기술습득이 어렵고 해당 학생군에 적합하지 않은 이론임을 언급하고 있었다 .
<표 33> 알고 있는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지 않는 이유(개방형 문항, 다중응답)
|
|
빈도 |
% |
|
빈도 |
% |
|
이론과 현실 차이로 인한 적용의 어려움 |
12 |
26.0 |
교사의 실제적용 능력 부족 |
5 |
10.8 |
|
학생 특성에 맞지 않고 기술습득 어려움 |
8 |
17.3 |
교구부족(고가의 기자재) |
5 |
10.8 |
|
시간 및 공간 부족 |
8 |
17.3 |
팀티칭 미흡 |
2 |
4.3 |
|
다인수 학급 |
5 |
10.8 |
교육과 치료적 지원 경계 모호 |
1 |
2.1 |
|
총계 |
46 |
100 |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적합한 교육과정 및 지침 , 이론서가 부족한 상황에서 담당교사의 교육활동에 가장 도움이 되는 사안은 <표 34> ( 제시된 일곱 가지 영역 중 세 가지 이상 선택하기 ) 와 같다 . 대학 교원양성과정을 통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대해 충분히 준비할 수 없었기에 ( 대학전공 지식에 의존하는 경우는 전체의 9% 에 불과함 ), 교사들은 주로 개인적 경험과 학부모의 정보에 의존하여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표 34>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서 담당 교사에게 도움이 되었던 사안 (다중응답)
|
|
빈도 |
% |
|
빈도 |
% |
|
개인적 경험 |
49 |
21.9 |
전문서적 |
28 |
12.6 |
|
학부모로부터의 정보 |
46 |
20.6 |
선입견 없는 태도 |
27 |
12.1 |
|
교내 외 연수 |
34 |
15.2 |
대학 전공 지식 |
9 |
4.0 |
|
동료에게 물어봄 |
30 |
13.5 |
무응답 |
20 |
8.9 |
|
총계 |
223 |
100 |
|||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의 계획 및 준비
담당학생 중 장애 정도가 가장 심한 학생을 1 명 선정하여 ( <표 35-38>까지 동일 조건 ) 해당 학생의 수업 준비 및 수업시간에 대한 교사의 전반적 인식을 Likert 4 점 척도로 알아본 결과는 아래 원형 그림과 같다 . 구체적으로 수업계획 및 준비에 하루 평균 할애하는 시간은 <표 37>에서와 같이 응답자 과반수가 30 분 이상 수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표 35>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은 다른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표 36> 어차피 계획에서 벗어나기에 수업준비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표 37>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준비 시간(하루 평균)
|
|
5-10분 미만 |
10-15분 미만 |
15-20분 미만 |
20-25분 미만 |
25-30분 미만 |
30-40분 미만 |
40-90분 미만 |
총계 |
|
빈도 |
5 |
8 |
13 |
2 |
11 |
21 |
21 |
81 |
|
% |
6.2 |
9.9 |
16.0 |
2.5 |
13.6 |
25.9 |
25.9 |
100 |
학급 내 통합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은 특수학교에서 별도 마련된 특별반에 배치되거나 , 일반학급에 통합된 경우 실제 교육과정 운영에서 어느 정도 내실 있는 통합교육을 체험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구체적인 일과 활동영역에 따른 통합정도와 통합유형을 알아본 문항에서는 <표 38>과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다 .
<표 38>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통합적 참여 영역 및 통합 정도
|
적극적이고 계획된 참여 |
주로 관찰하는 부분적 참여 |
참여 안 함 |
무응답 |
|||||
|
조례(모닝 서클) 및 종례 |
19 |
23.5 |
47 |
58.0 |
11 |
13.6 |
4 |
4.9 |
|
식사시간, 노는 시간 |
35 |
43.2 |
34 |
42.0 |
8 |
9.9 |
4 |
4.9 |
|
놀이, 여가 및 특별활동 시간 |
38 |
46.9 |
34 |
42.0 |
5 |
6.2 |
4 |
4.9 |
|
치료 관련 시간 |
54 |
66.7 |
20 |
24.7 |
2 |
2.5 |
5 |
6.2 |
|
체육시간 |
39 |
48.1 |
31 |
38.3 |
7 |
8.6 |
4 |
4.9 |
|
미술 및 음악시간 |
35 |
43.2 |
37 |
45.7 |
5 |
6.2 |
4 |
4.9 |
|
실과 및 직업 관련 시간 |
24 |
29.6 |
39 |
48.1 |
11 |
13.6 |
7 |
8.6 |
|
읽기, 쓰기, 말하기 등 기본교과시간 |
22 |
27.2 |
36 |
44.4 |
18 |
22.2 |
5 |
6.2 |
|
기타 개별교과시간 |
25 |
30.9 |
44 |
54.3 |
8 |
9.9 |
4 |
4.9 |
즉 치료관련 시간에는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참여가 가능하나 , 기본교과시간 및 직업 관련 시간의 참여율과 통합 정도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 나아가 조례 및 종례시간처럼 특별한 수업준비 없이 짧은 시간 의례적 절차를 통해 통합할 수 있는 경우에도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적극적 참여율이 낮은 것은 특이할 만하다 . 위 표에서 궁금한 사안은 기본교과시간은 물론 조례 , 종례시간에도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체육시간 , 미술 및 음악시간 , 놀이 및 특별활동시간에는 비교적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으로 지적된다 . 후자의 교육활동이 전자에 비해 사전 계획 및 준비가 수준과 양적인 면에서 덜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할 경우 , 위와 같은 결과는 후자의 활동에서도 거의 교사의 준비 없이 해당 학생들이 활동에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
해당 학생들이 일반학급에서 통합되어 생활하는 주당 시간 수 (<표 40>) 중 가장 빈번한 경우인 ‘ 20 - 25 시간 미만’은 하루 약 3 시간에 해당하며 , 해당 학생이 통합된 일반학급에서 개별화된 교육을 받는 시간 수 (<표 41>) 는 주당 ‘ 1 - 3 시간 미만’인 경우가 가장 빈번한데 , 이는 하루 평균 채 1 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다 . 일반학급에 통합되는 시간 및 개별화 교육을 받는 시간은 중도 · 중복장애 전담 학교 학생의 경우 가장 적게 나타날 것이라 간주된다 .
<표 39> 중도 · 중복장애 학생 담임 1 년마다 바뀌지 않는 것이 좋다
<표 40>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주당 일반학급 생활 시간
|
|
10시간 미만 |
10-15 시간 미만 |
15-20 시간 미만 |
20-25 시간 미만 |
25-30 시간 미만 |
30-35 시간 미만 |
35-40 시간 미만 |
40시간 이상 |
총계 |
|
빈도 |
9 |
5 |
11 |
16 |
13 |
15 |
6 |
6 |
81 |
|
% |
11.1 |
6.2 |
13.6 |
19.8 |
16.0 |
18.5 |
7.4 |
7.4 |
100 |
<표 41> 일반학급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주당 개별교육 시간
|
|
0시간 |
30분 미만 |
1-3 시간 미만 |
3-6 시간 미만 |
6-12 시간 미만 |
12-18 시간 미만 |
18-24 시간 미만 |
24 시간 이상 |
총계 |
|
빈도 |
37 |
1 |
17 |
13 |
7 |
3 |
1 |
2 |
81 |
|
% |
45.7 |
1.2 |
20.9 |
16.0 |
8.6 |
3.7 |
1.2 |
2.5 |
100 |
(3)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대한 담당교사 개선 요구 사항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해서는 좀 더 강화된 교육적 지원과 학교정책이 요구됩니다 . 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대학교육과정과 일선학교에서 어떤 변화와 과제가 요구된다고 생각하십니까 ? ’라는 구조화된 질문에 대해 교사들의 답변은 <표 42, 43>과 같다 . 우선 대학 전공교육과정과 관련하여 해당 학생을 위한 치료 및 신변자립 지원 방법을 전공과정에서 이수해야 할 필요를 제기했으며 , 같은 비중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제반 특징에 대한 지식 및 교육적 활동 요령이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 나아가 대학과정 중 자원봉사 및 실습을 통해 해당 학생과의 교육적 경험이 필요하며 , 구체적인 교수이론 및 방법이 심도 있게 교육과정에서 제시되어야 함을 강조하 였다 .
<표 42>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 관련 대학 전공학업 내용 보강 요구(다중응답)
|
|
빈도 |
% |
|
빈도 |
% |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치료적 지원 & 신변자립 지원 방법 |
59 |
26.2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위한 교육적 이론 및 교수법 |
31 |
13.8 |
|
중도 · 중복장애학생에 대한 (의료, 심리, 재활치료적) 전문 지식 및 행동요령 |
59 |
26.2 |
타 관련기관의 협력, 슈퍼비전, 부모상담 등 |
21 |
9.3 |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현장 경험 |
55 |
24.4 |
무응답 |
18 |
8.0 |
|
총계 |
225 |
100 |
|||
<표 43>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최선’의 교육을 위한 전제조건(다중응답)
|
|
빈도 |
% |
|
빈도 |
% |
|
가정과의 긴밀한 협조 |
46 |
20.4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상태 |
24 |
10.6 |
|
치료/신변자립 지원 |
35 |
15.5 |
교수내용 및 방법 |
22 |
9.7 |
|
담당교사에 대한 학교의 지원 |
34 |
15.1 |
교사 개인의 유능감 |
11 |
4.8 |
|
현장 교사 간의 원만한 협력 |
27 |
12.0 |
무응답 |
18 |
8.0 |
|
교육내용 및 방법에 대한 연수 |
26 |
11.5 |
|
|
|
|
총계 |
225 |
100 |
|||
<표 43>에서는 현재 특수학교 체제의 교육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최선의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정과의 연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 이에 반해 해당 학생을 위한 교수내용 및 교수방법에 대한 필요성이 비교적 적은 비중으로 나타나는데 , 이는 해당 학생 교육을 위한 제반 여건 및 교사 간의 협력이 미비한 상태에서 우선 중증의 다양한 개별적 차이를 보이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치료 및 신변자립 지원을 더 시급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 또 담당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인정과 전폭적 지원이 주요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
위에서는 국내 특수학교 현장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활동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 구체적으로는 극도의 제한과 장애를 지닌 학생들이 특수학교에서 어떤 교육적 인식과 교육적 기반하에 수업을 받는지 , 나아가 담당교사들은 어떤 교육적 경험을 기반으로 해당 학생과의 교육을 계획 및 실행하는지에 대한 현황을 알아보았다 . 앞서 언급했듯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당사자의 의견을 직접 설문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고 신뢰도 높은 자료를 얻기 위해 현황파악이 가능한 다양한 질문법과 다차원적 측면의 질문 내용으로 시도하였다 . 또 조사 대상자인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담당교사에 대한 최종 표집은 설문에 응한 특수학교의 학교장이 지정한 교사이기에 ,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다른 연구결과가 나오리라는 점도 충분히 인식하였다 . 그러나 연구의 핵심은 현장의 열성적인 교사의 관심과 활동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어떤 문제점과 어려움이 내재하는가를 진단하여 개선방안에 대한 실천적 시사점을 얻는 것이었다 .
1)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 기반에 대한 진단
(1)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 및 담당교사의 교육기반과 인식
이 영역 설문 시 연구자의 기본 물음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습가능성 및 지원요구를 고려할 때 최선의 교육을 위해 각 특수학교는 기존 학교수준 교육과정과는 차별화된 어떠한 교육활동 기반 , 지침 및 운영을 갖추고 있으며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및 해당 학생 교육에 대한 담당교사의 인식에 대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최선의 교육 가능성 및 방향제시를 시사받을 수 있으리란 것이었다 . 이 영역에 대해 재직 중인 특수학교에 학교수준 교육과정 및 학교교육방침에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위한 지침 등 교육기반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과반수 (61.7%) 를 차지하였으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당 학생과의 교육은 특수교사에게도 ( 육체적으로도 ) 힘든 일이며 , 다른 학생에 비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은 특별히 어려운 일이라고 응답한 경우 (79%) 도 과반수에 해당했다 . 다소 상반된 결과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 실천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학교수준 교육과정이나 학교지침 차원에서 선언적으로 명시된 교육 방침이 아니라는 점과 역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위한 방안이나 지침이 몇 가지 선언적인 규정으로 문서화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암시해 준다 . 담당교사가 느끼는 어려움을 구체화하기 위해 다중응답으로 설문한 ‘다른 학생에 비해 중도 · 중복장애 교육이 갖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 ? ’의 문항과 이와는 상반된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에서 보람 있었던 긍정적인 측면은 무엇인가 ? ’ 를 묻는 문항에 대해서는 거의 같은 빈도의 다양한 기술이 도출되었는데 , 이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 및 지원이 오로지 힘들고 고된 작업이라고 강조해온 기존 문헌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론이고 , 해당 학생과의 교육 역시 나름의 보람과 다양한 기쁨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긍정적 활동임을 말해 주었다 .
교육활동의 긍정적 측면과 관련하여 교육활동이 가져오는 보람이 상반된 내용인 경우도 있었는데 , 이는 담당교사의 교육관 및 장애관의 상이함에 기인할 것이며 , 나아가 교사의 근무여건 , 교사자격 및 교육환경에 따라 교사의 만족도에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 사료된다 .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관계 맺음’에 큰 보람을 느끼는 교사가 있는 반면 , 이보다는 ‘학생이 보이는 더디지만 미미한 발전’ 여부가 교사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경향도 보이는데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담당교사가 자신의 교육적 과제를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만족 정도나 만족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 보람과 만족을 가져오는 사안의 스펙트럼이 함축적인데 반해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어렵게 여기는 부정적 경험으로 거론된 사안은 <표 24>에서 보듯이 학생변인 , 교사변인 , 교육과정변인 등으로 매우 광범위했는데 , 이를 통해 교사가 스스로 규정한 자신의 과제 및 그들이 처한 교육적 여건을 추론할 수 있었다 . 학생변인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곤란이 , 교사변인에서는 육체적 부담 , 교육과정운영에서는 해당 학생을 위한 수업운영의 곤란함이 우선적인 어려움으로 거론되었다 .
<표 24, 25>에서 보듯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서는 같은 변수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 보람과 같은 긍정적 측면으로 , 혹은 어렵고 부담되는 측면으로 언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예를 들어 의사소통 능력이라는 변수도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보이는 심각하게 제한된 의사소통 능력이 한편으로는 문제와 부담으로 인식되었으나 , 어떤 교사에게는 오히려 긍정적 변수로 인식되어 도전의식과 교육적 동기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 중요한 것은 비록 제한된 능력이지만 이 능력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교사일수록 현장에서 해당 학생과 다양한 교육활동을 시도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체험하게 됨은 자명하다 . 또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보이는 미미한 학습상의 발전도 위와 같은 인식의 궤를 같이하고 있다 . 혹자는 해당 학생이 어찌됐든 발달하고 발전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과제요 사명으로 여기기에 해당 학생이 학습에서 ‘거의 반응을 안 보이며’ , 심지어는 ‘ 퇴행현상’을 보이는 것을 매우 큰 부담으로 여기는 반면 , 어떤 교사는 해당 학생의 학습상의 발전이 더디고 미세하지만 약간의 발전이라도 교수활동의 크나큰 보람이며 , 주요 동기로 삼는 경우도 있었다 .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인식 및 교육적 지원요구에 대한 인식
중도 · 중복장애가 있는 사람을 기술하는 특징 및 개념이 학계나 현장에서 여전히 통일되지 않았기에 이 영역에서는 담당교사가 ‘ 중도 · 중복장애’가 있는 학생 및 그들의 교육적 지원 요구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대해 , 즉 해당 학생의 특징 인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 설문지에는 중도 · 중복장애와 관련하여 중도의 인지장애가 전제조건임을 밝혀두었을 뿐이었는데 , 연구결과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은 장애 및 교육적 지원 요구에서 역시 예상했던 대로 개인차가 심한 이질적 그룹으로 인식되었다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특징 인식에 대한 개방형 질문에서 해당 학생그룹의 일반적 특징과 담당하고 있는 개별 학생 특징을 묻는 문항에 대해 담당교사가 ‘제일 처음 기술한 특징’29)을 분석한 결과 해당 학생이 보이는 제한성 , 무능력 , 부족함 , 장애 , 병명 등이 주로 거론된 반면 , 해당 학생의 긍정적 능력 및 인성적 자원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 유사한 연구에서 (Lamers, 2005) 드러나듯이 담당 특수교사는 다른 관련 직업그룹 ( 치료사 , 보조원 등 ) 에 비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규정할 때 신변처리의 어려움이나 제한적 장애 대신 오히려 학생의 긍정적 능력과 자원 (resource) 으로 그들을 인식하고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 나아가 당사자 학생 , 부모들은 교사보다 더 긍정적인 요소로 자녀의 특징을 기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본 연구에서 드러난 것처럼 해당 학생을 담당교사들이 결함 지향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비판적 고찰을 요하는 사안이며 , 특히 클뢰케스 ( Cl ö rkes , 2001) 의 접촉가설에 반하는 결과이다 . 이 가설에 의하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보이는 심각한 의사소통 제한과 타인과의 첫 대면에서 드러나는 소위 ‘비정상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잦은 대면과 접촉을 통해 그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 즉 해당 학생들과 인간적 접촉과 교류가 빈번할수록 , 즉 접촉의 강도와 친밀감에 따라 그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각이 훨씬 긍정적이 된다는 것이다 . 그러나 국내의 특수학교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담임으로서 매일 학생들과 대면하는 교사의 인식은 해당학생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나 담당 개별학생에 대한 인식에서 별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 담당 개별 학생에 대한 특징 역시 결함 지향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 마틴 부버 (Martin Buber) 의 말대로 교사와 학생 간의 일상적 접촉과 만남이 ‘나와 너의 만남’이 아니라 ‘나와 그것의 만남’에 머문 상태이며 , 주체 대 주체 간의 열린 만남이 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
(3)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관련 특수학교 운영방안
국내 특수학교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구체적 학급 운영 모습 , 특히 학급편성 원칙과 관련하여 해당 학생을 발달연령 혹은 생활연령에 따라 학급 배정을 하는지에서 해당 학생에 대한 특수학교의 장애인상을 재발견하게 된다 . 학급배정 및 학급 운영에서는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도 동일연령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되어야 하고 동시에 또래들이 배우는 교육 내용을 해당 학생에게도 교수 수정하여 적합하게 제공해야 한다 . 이러한 노력은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학생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함이며 바로 ‘정상화’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길이다 . 이의 대안으로서 해당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보유한 능력 및 기능에 따라 학교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한데 , 이런 주장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를 지닌 청소년이 두 살 정도의 발달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경우 영유아 및 유치원 수준의 교육이 제공될 수밖에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 본 연구결과 국내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은 학업수행 능력 면에서는 이질그룹보다는 동질그룹에 학급배정이 되어 있으며 , 생활연령 면에서는 동일연령 또래와 같이 배정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 여기까지는 정상화 원리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이 마련된 셈이라 반길 만하지만 , 결국 그 안에서 교수수정 및 개별화교육이 어느 정도 실천되고 있는지가 교육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 .
국내 특수교육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적 지원은 특수학교의 학교지침이나 교육프로그램에서 앞으로 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 여러 문헌에서 통합교육이 갖는 해당 장애학생을 위한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 특수교육이든 일반교육이든 반편성 시 이질그룹을 통한 교육적 혜택 및 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 본 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몇몇 학교에서는 이를 위해 노력을 경주하나 , 전체 학생의 과반수 (ca. 49.2%) 학생만이 이질그룹에 개별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서 이질집단 및 동질집단 교육 효과에 대한 연구가 후속 연구과제에 해당한다.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에 대한 진단
(1) 중도 · 중복장애 교육이론에 대한 지식 및 활용
대학 교육과정 , 교원연수 및 학회 등을 통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관련 이론과 그 현장 적용 사례들이 파편적이지만 꾸준히 소개되고 있으며 , 또한 해당 학생 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교수이론을 기대하기보다는 해당 학생의 학습 특성 및 현상을 반성하여 이에 맞게 이전에 습득한 기존의 교수이론을 변용 , 적용하는 것이 더 현명하리라는 판단하에 담당교사가 알고 있을 법하며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 연관된 교수-학습이론 인식 여부 및 인식 정도에 대해 알아보았다 . 그 결과 피설문 교사 모두가 확실히 잘 알고 있는 교수이론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 대부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대답하였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학습하고 습득해야 할 ‘ 표준전공이론’이 필요하다고 사료되며 , 이는 해당 학교 및 교원양성기관의 과제로서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는데 , 교사의 전문적 소양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보이는 심한 개인차와 중도의 장애가 어느 한 가지의 특정 교수이론의 적용을 어렵게 만들지만 , 일반적인 교수수정 내지 교수적합화 혹은 부분적 참여 원리 등은 이들을 위한 교육이론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차원을 넘어서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의사소통 어려움 극복에 도움이 되는 심도 있는 인본주의적 교육이론을 소개하고 이를 국내에 적용하여 이론화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 본 연구에서도 드러나듯이 현장 교사들은 적절한 이론을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체불명의 이론이나 교육적으로 불충분한 방법 등을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자율적으로 실험 , 적용하는데 , 지나치게 많은 재량권 행사는 오히려 교육의 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며 , 교육의 성패가 교사의 자질 , 장애관 , 환경조건 , 선호도 등 우연적 요소에 좌우될 위험이 크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수업 구성이나 실천이 이론적 근거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 .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의 계획 및 준비-학급 내 통합 정도
이 영역에 대한 설문 결과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은 통합된 원적 학급에서의 수업활동 외에도 개별적 지원 , 신변처리 , 치료적 지원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학교 일과와 활동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현재 국내 실정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학교 및 교사 , 학생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데 , 이에 대한 연구결과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은 일반적으로 전일제 학교생활을 하고 있으며 해당 학생 중 17.3% 학생만이 주당 15 시간 이하로 학급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학생이 또래와 유사한 시간 범위에서 학급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 학급생활 시간이 짧은 학생의 경우 이들은 수업활동의 일환으로 간주되는 치료적 지원이나 신변처리 지원을 받으나 , 이런 활동이 해당 학생을 학급생활에서 밖으로 분리하는 원인으로 간주된다 . 이와 관련하여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요구하는 강도 높은 신변처리 및 신변자립 지원을 특수교육보조원 등 보조 인력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담당교사가 교육적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데 , 이는 인력지원 및 학급 학생 수 조정으로 실현가능하리라 간주된다 .
(3)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대한 담당교사 개선 요구 사항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최선의 교육을 위해 교사들이 전공학업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개선을 요구한 사항은 교육 , 교과교육을 위한 교수방법이론보다는 오히려 치료적 지원-신변자립 지원 방법에 대한 안내가 우선순위를 차지했는데 , 이는 그만큼 현장교사들이 해당 학생 교육에 대해 어려움과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되며 , 또래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과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교사의 전문적 자질의 필요성보다는 다인수 학급 수업시간에 거의 방치되어 있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지원할 차선책으로 치료나 신변자립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이러한 개선 요구 사항은 현재 특수학교가 시급히 갖추어야 할 교육적 조건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데 , 교수학습 내용이나 방법보다는 가정과의 연계를 최선의 교육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담당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교육 현황은 해당 학생이 지닌 능력과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인상을 주며―이는 특히 학생의 특징 기술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 많은 자료에서 해당 학생을 위한 적합한 교육활동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교사들이 여전히 불확실해하고 ,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특수교원양성과정이나 연수과정에 개선 및 일련의 보완조치가 요구되고 , 해당 학생 교육이 교사의 우연이나 임의적 활동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 표준전공이론’에 대한 학계의 합의가 요청되며 , 이론적으로 증명되고 합의된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해당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 현장에 안정감을 높여줄 필요가 도출되었다 .
제 4 장 독일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30)
앞의 교육현황에 대한 자료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국내 특수교육계의 중점과제 중 하나는―순회교육에서는 물론이고―특수학교 및 일반학교에 입급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해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 문서화된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특수교육 요구 학생들에 맞게 재편성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반해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은 개발 중이며 , 논의는 주로 ‘기능적 교육과정’ 원리 ( 정동영 , 2005) 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 이러한 추세 속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담당하는 일선 교사들 ( 주로 지체장애 학교 교원 ) 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편성 , 운영 및 실천적 교육 지침서 개발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 정동일 , 2001b).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제도권 교육 수혜 증가 추세에 맞추어 관련 교사에 대한 현장연수도 활발하나 , 연수 내용은 주로 교육과정 하위 영역인 ‘ 교수학습’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 ( 정해동 , 2005 등 ) 가 대부분이므로 , 철학적 사유와 교육이론에 기초한 교육과정 논의와 이에 근거한 차별화된 현장연수 프로그램이 요청된다 .
현재 국내에서 대부분의 중도 · 중복장애아동이 ( 특히 중증 뇌성마비 아동 ) 교육 배치되고 있는 지체장애 학교와 관련된 교육과정은 지금까지 총 3 회에 걸쳐 편성 및 개정되었다 . 제 3 차 일반학교 교육과정 개정까지는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이 부재했으나 , 1983 년 제 4 차 일반학교 교육과정 개정 시 ‘지체부자유 학교 교육과정’ ( 문교부 고시 제 83-13 호 ) 이 제정되어 초등부 , 중학부 , 고등부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이 최초로 별도 운영되었고 , 이후 1989 년 제 5 차 일반학교 교육과정 개정 시에는 ‘지체부자유 학교 교육과정 기준’ ( 문교부 고시 제 89-10 호 ) 으로 교육과정이 개정되었다 . 이 시기의 교육과정 개정의 목표는 지체장애 학생을 수학능력별로 차별화하여 교육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 제 6 차 일반학교 교육과정 개정 시에는 지체장애 학교 교육과정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 1998 년 제 7 차 학교 교육과정 개정 시에는 특수학교 교육과정은 ‘ 초-중등 교육법’ 제 23 조 2 항 및 ‘특수교육진흥법’ 제 25 조 1 항 ‘특수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은 장애의 종별과 정도를 고려하여 교육부장관이 정한다’에 의거하여 장애영역에 구분 없이 유치부 , 초등부 , 중학부 , 고등부별로 일반목표와 세부목표를 제시하고 장애의 특성을 나타내는 특수목표를 추가하였다 . 이로써 특수학교에서는 장애유형에 관계없이 학생의 학습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과 ‘기본교육과정’ , 나아가 ‘고등학교 선택중심 교육과정’ 중에서 선택하여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교육부 고시 제 1998-11 호 ).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학교수준의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을 지체장애 학교를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 이러한 시범 사업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교육활동 지원은 주로 ‘기능적 교육과정의 적용’ , ‘최소 제한 환경에의 배치’ , ‘교육내용의 연속성 보장’ , ‘지역사회 중심 교수’ , ‘관련 서비스의 통합적 제공’ , ‘사회적 통합의 강조’ , ‘다양한 보조공학 지원’ 등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 또 구현하기 위한 교육과정 내역으로는 신체 / 운동발달 , 정서발달 , 사회성 발달 , 의사소통 기능 , 인지발달 , 작업훈련 , 가사활동 , 여가 / 오락 활동 , 안전 , 건강 , 신변자립 , 지역사회 생활 , 대인관계 , 기초적 / 기능적 지식 , 작업태도 , 이동 능력 , 보조기구 사용 , 직업 환경에의 적응 영역이며 , 해당 학생의 개별적 학업 특성과 교육적 요구 , 수행 능력을 고려하여 개별화 교육계획을 수립 ,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 이에 대해 해당 학교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시간을 교과목에 따른 교과교육으로 운영하기보다는 , 위에 열거한 다양한 활동영역을 근간으로 한 ( 교과교육활동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합한 ) ‘ 통합교과과정’과 ‘특수교육관련서비스 활동’의 두 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학교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추세이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위와 같은 교육과정 운영 및 편성 사례 , 나아가 해당 교육과정 개발 및 논의에 대한 선행연구 ( 김효선 , 1995; 백은희 외 , 1994; 브라이머 , 1996; 정동영 , 2005; 정재권 외 , 1995 등 ) 고찰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이 ‘실용적 기능중심’ 혹은 ‘ 생활기능중심’이라는 틀 안에서 구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 해당 학생의 생태학적 환경을 바탕으로 이들의 일상생활 적응기술 및 신변자립을 지원하는 것이 ‘기능적 교육과정’에 의거한 교육활동의 목표라고 볼 때 , 비록 현재까지는 기능중심 교육과정에 의거한 교육목표가 세부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상태이나 이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요구된다 .
우선 ‘실용적 기능중심 교육과정’에서는 ‘기존의 지식 및 과제중심의 교과교육’에서 탈피하여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일상생활과 연계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 구본권 , 2005) 이를 위해 기존의 ‘경험중심 교육’에서 ‘생활중심 교육’으로의 이동을 강조한다 . 나아가 이와 관련하여 ‘기능중심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의 잔존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최대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 기술을 지도하는 것’을 주요 교육내용으로 삼고 있다 . 현재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개선된 교육현실과 그들의 ‘원초적 ( 原初的 , basal) ’ 능력에 기초한 세계인식 및 구성 능력 , 나아가 학습 가능성을 감안할 때 , 생활중심 교육과정에 의거한 교육목표 및 교육내용 설정은 그 타당성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
그러나 앞에서처럼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에서 ‘ 교과교육’을 무조건 삭제하기에 앞서 구체적으로 기존의 지식중심 , 과제중심 , 경험중심적인 교과교육이 어떤 측면에서 부적절한지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교과교육 자체가 불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원론적 반성이 요구된다 . 왜냐하면 비판의 대상이 된 ‘ 교과교육’은 전인교육을 위한 교육활동의 핵심이자 이를 위한 이론적 지식체계로서 , 다양한 교과적 지식과 경험을 통해 한 개인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세계를 인식하고 , 또한 자신만의 ‘고유한’ (authentic) 세계를 구성해 나가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 교육의 역사 속에서 교육과정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한 교육활동으로 자리매김해온 교과교육활동이 , 단지 소위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박탈되고 , 나아가 그들의 ‘ 학습권 ’ , ‘ 수업권’이 박탈될 수는 없는 일이다 . 또 특수학교 교육활동의 기저를 이루는 교과활동 , 특별활동 , 재량활동 중 가장 핵심적인 교과교육활동이 배제될 경우 , 그것이 학교교육으로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수업에서 호소되는 교사들의 어려움 내지 교육적 딜레마는 학생들의 소위 ‘전무한 인지능력’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교사들의 교과교육에 대한 편협한 이해 , 교과교육에 대한 이론적 지식 및 교수-방법적 자질 부족에서 오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 볼 일이다 . 지금까지 ‘정상적 학습지체’ 학생들 위주로 수업을 운영해 오던 지체장애 학교에 소위 ‘정상학습 곤란’인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 ( 제 3 유형 ) 이 배치됨으로써 교수-방법적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고 ,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고유한 세계인식 능력 , 학습능력에 대한 교사들의 부정적 시각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 바뀌지 않는 한 ,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은 소위 ‘부분참여의 원리’라는 미명하에 수업권을 침해받거나 , 학창시절 전부를 생활기능 및 신변자립 활동만을 기계적으로 반복 연습하며 보낼 것이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보이는 소위 ‘ 문제행동’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 공학적 관점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에 기초하여 연구 개발된 ‘기능적 교육과정’ 원리는 해당 학생들의 기능 , 습관뿐 아니라 흥미 , 체험 등의 측면을 중요시하지만 , 위와 같은 행동공학적 이론에 기저한 ‘기능적 교육과정’이 보편적 교육과정 원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적 내용 조직에 대한 이론적 준거를 더 갖추어야 한다 . 즉 기능적 교육과정이 인간의 전인적 · 총체적 도야를 목표로 하는 교육을 체계화하는 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학문적 논의가 요청된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 및 도야란 ( 비장애인에게서와 마찬가지로 ) 궁극적으로 그들의 ‘내연의 확장을 통한 외연의 확장’을 의미한다고 할 때 , 일상생활에 필요한 단편적 기능 및 기술의 습득이 그들 교육의 전부가 될 수 없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해 기능적 교육과정을 제시한 넬 (Neel) 등 (1985) 도 기능생활중심 교육과정에서 ‘ 생활중심’이라는 개념을 개인생활 , 가정생활 , 학교생활 , 지역사회생활 , 직업생활 , 여가생활 전반 , 즉 개인의 생애사 전반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Snell & Brown, 2006).
나아가 ‘기능중심 교육과정’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해당 지체장애 학교 교원 및 학부모들은 특수교육관련 서비스 중 특히 ‘치료적 지원’ 강화를 주장하며 , 치료 시간 확충 , 전문적인 치료사 증원 , 치료 여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현재 교육현장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그나마 개별적으로 지원되는 시간이 대부분 치료적 지원에 할당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 주로 운동성 및 감각 ‘ 치료’와 ‘ 훈련’을 주 내용으로 하는 치료적 지원 강화는 그들의 수업권 박탈을 더욱 가중할 뿐이다 .
이러한 국내 현황에 비추어 볼 때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및 교육지침서 편성과 운영에 대한 연구는 관련 교육현장에 교육활동의 이정표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수업권 , 교육권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한다 .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기초로 이 절에서는 이미 1970 년대 후반부터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을 위해 인간학적 바탕에 기초하여 그들의 교육목표와 내용을 구성하고 지속적인 교육과정 개편을 거듭하고 있는 독일의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과정을 분석하고자 한다 . 독일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학의 학문적 전통은 중증장애인에 대한 인지주의적 · 발달중심적 인간이해의 틀에서 벗어나 중도 · 중복장애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학습세계를 이해하려는 다양한 인식론에 기초한 인본주의적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 이러한 그들의 교육과정을 교육과정 위계원리에 따라 그 구성과 체계의 측면에서 분석함으로써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상의 목표와 내용을 소개하고 핵심적 측면을 도출해 내는 것이 이 절의 핵심 내용이다 . 이를 위해 우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독일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겠다 .
들어가기에 앞서 , 16 개 연방자치주로 구성된 독일의 교육시스템은 연방 수만큼이나 다양한 법령과 제도에 기초하고 있기에 외부인으로서 독일 특수교육 및 특수학교별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 이에 대한 총체적 개념을 구축하는 것은 복잡다단한 일이다 . 나아가 최근의 특수교육 교육과정 전면 개편과 관련하여 이에 기초한 철학적 방향을 정립하고 교육과정 전반의 구도를 잡는 것 역시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 또 최근 독일에서는 2001 년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편 전까지 유효하던 장애별 교육과정 대신 , 본론에서 논의되듯이 학생발달과제 영역에 의거한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다 . 즉 이는 지적장애학교나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한정되어 적용될 수 있는 교육과정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러나 이 부분은 독일 특수교육 교육과정 편제에 따른 변화추이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을 목표 및 내용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 교육적 의미를 고찰하는 것이기에 2001 년까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적용되던 교육과정을 분석 대상으로 하는 것이 별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31)
통독 이후 16개 주 (구 동독 5개 주와 구 서독 11개 주) 로 구성되어 있는 독일연방공화국( Bundesrepublik Deutschland) 은 주마다 독자적인 특수교육지원 체제를 구축 ,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특수교육 서비스가 학령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장애인의 전 생애에 걸쳐 제공된다는 점이 독일 특수교육의 특징이며, 이를 위해 연방정부의 15 개 중앙부처 중 관련 부처, 즉 연방 재정부 (Bundesministerium der Finanzen)를 비롯하여, 연방 교육 및 연구부(Bundesministerium für Bildung u. Forschung), 연방 가정, 노인, 여성 및 청소년부(Bundesministerium für Familie, Senioren, Frauen u. Jugend), 연방 보건부(Bundesministerium für Gesundheit), 연방 노동 및 사회복지부(Bundesministerium für Arbeit u. Soziales) 와 각 주의 관련 주 정부가 긴밀한 업무 공조하에 특수교육 관련 정책 실시 및 재정 지원을 하며, 관련 현장 서비스를 연계 · 관리 · 감독하고 있다. 독일 특수학교 교육과정, 특히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 편성 원리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특수교육 상황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선행지식이 요청된다.
첫째 , 독일의 초 · 중등 교육기관에는 국내와 같은 특수학급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 초중고 일반학교 한 학급당 정원이 20 여 명 안팎인 점 , 나아가 일반학교로 통합된 학생에게 물리적 통합을 넘어선 교육과정상의 통합을 제공하기 위한 대학과 현장의 노력이 국내의 ‘ 특수학급’과 같은 제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
둘째 , 혹자는 독일의 특수교육이 통합교육보다는 분리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 이유 중 하나를 세분화된 10 종32)의 특수학교 운영에서 찾고 있다 . 독일 특수교육의 전력33)에 비추어 볼 때 , 현재까지도 존속하는 장애별 10 종 특수학교 운영은 특수교육요구 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나름의 자구책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 역으로 이러한 세분화된 학교제도 및 학교 간 개별적 교육과정 운영 , 나아가 이로 인한 교육행정의 경직성은 통합교육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 .
셋째 , 1970 년대 중반에 시작된 통합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특수교육 현장에 많은 변화가 시도되었는데 , 그 예로 일반학교의 통합학급에 일반교사 및 특수교사가 팀교수 (Team Teaching) 하는 ‘복수 담임제 ’ (Dual-teacher-System), 특수학교 교사가 일반학교에 통합된 특수교육요구 학생 교육을 출장 지원하는 순회교육제도를 들 수 있다 . 나아가 통합교육 추세 , ‘거주지 중심 배치’ 원리에 의해 중소 규모의 일반학교에 배치된 특수교육요구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특수교사 순회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 이들은 국내의 ‘ 특수교육지원센터’와 유사한 과제 , 즉 특수교육 관련 상담 , 진단 , 순회교육 등을 담당한다 .
넷째 , 앞에서 언급했듯이 , 2010 년 특수교육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순회교육대상 학생이 8,083 명에 달하고 , 이들은 재택이나 시설순회교육 및 시설파견학급이나 특수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순회교육을 받는다 . 독일에서는 1975 년 이후 학령기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취학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 건강장애학교 ( 병원학교 ) 를 통한 교육적 지원 및 다양한 물적 서비스를 통해 국내와 같은 ‘ 순회교육’이 불필요하게 되었다 . 물론 연방 주에 따라서는 개별 특정 상황에 따라 ( 최대 1 년 ) 취학유예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Ellger-Ruttgardt, 1995).
독일 연방국가 체제는 주 정부 ( Landesregierung ) 에게 지방자치권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으나 , 독일의 정체성 유지 , 즉 각 연방 주 교육제도 간의 최소한의 공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16 개 ‘주 정부 교육부’ ( Kultusministerium ) 장관이 모여 결성한 ‘주 교육부장관 회의’ ( Kultusminister Konferenz , KMK, 이하 KMK)34)가 교육 , 학문 , 연구 , 예술 및 문화재 관리와 관련된 주요 사안을 논의 , 결정하고 있다 . 1948 년 이래 KMK 는 ‘상설회의’ ( St ä ndige Konferenz) 를 운영해 학교 교육 ( 예를 들어 특수학교를 포함한 학교급별 교육과정 , 학급당 학생 수 , 교원 배치기준 , 학생 1 인당 운영비 ) 및 대내외적 교육사안에 대해 전체 합의제를 통해 ‘제안서’ ( Empfehlung )(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해당 ) 를 발표하는데 , 이는 비록 법률적 강제성을 띠지 않지만 국가적 차원의 이익을 위해 연방정부 ( Bundesregierung ) 의 정책으로 간주될 만큼 효력을 지닌다 . KMK 에서 결의된 주요 교육정책 방안은 베를린에 위치한 연방정부의 연방 교육 및 연구부 ( Bundesministerium f ü r Bildung und Forschung)( 국내의 교육인적자원부에 해당 ) 및 교육정책 및 학술연구 지원을 위한 주연방 위원 (Bund-L ä nder- Kommission f ü r Bildungsplanung u. Forschungsf ö rderung , BLK, 이하 BLK)35)의 주도하에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되며 , 이는 다시 개별 연방주의 교육법에 반영되어 주별로 실천된다 .
<그림 16> 독일 국가수준 교육과정 편성 과정
각 주의 교육정책 및 실무를 위해 예를 들어 NRW 주 교육학술위원회 (Ministerium f ü r Schule und Weiterbildung , Wissenschaft und Forschung des Landes NRW, 이하 MSWWF)( 국내의 시도 교육위원회에 해당 ) 에서는 교육위원장과 2 명의 국가비서 , 공보팀 및 9 개 산하 국 체제하에 실질적 교육업무를 담당한다 ( 교육부 , 2000). 특히 주 교육학술위원회 산하 학교 및 평생교육 주립연구소 ( Landesinstitut f ü r Schule und Weiterbildung , LSW) 의 교육과정 개발 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KMK 에서 발표한 국가수준 교육과정인 ‘제안서’ ( Empfehlung ) 를 기준으로 주 정부 수준의 ‘교육과정 지침’ ( Richtlinien , 국내 지역수준 교육과정에 해당 ) 편성 및 운영 모델을 개발 연구하며 , 이를 주 교육위원회에 건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
1958 년 지적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결성한 자조모임을 기초로 도시 마부륵 (Marburg) 에서 최초로 장애인 교육과 인권을 옹호하는 비영리단체 Lebenshilfe( 영어번역 Life+help ) 가 결성되어 정치적 영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이에 힘입어 1960 년에는 KMK 가 ‘특수학교 규정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으며 , 이는 제 2 차 세계대전 이후 특수교육 관련 독일 최초의 국가수준 보고서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 그러나 이 보고서는 ‘특수학교에 다녀야 하는 아동이 일반학교에서 어느 정도 또래들을 방해하고 저해할 것인지’ (KMK, 1960, 11) 를 기준으로 장애아동의 교육적 배치를 결정해야 한다는 문구에서도 드러나듯이 장애인 차별적이고 분리교육을 지향하는 특수교육 체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1972 년의 KMK 교육과정 개정에도 내용상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며 , 오히려 1960 년 보고서에 비해 한층 더 특수학교 분리체제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제시한다 . ‘장애학생에게 포괄적이며 적합한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 동시에 장애학생들에게 적응할 수 없는 일반학교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특수학교 체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KMK, 1972, 21). 나아가 장애아동의 교육적 진단 및 배치와 관련하여 교사가 특수학교에 배치되어야 할 장애아동을 특수학교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 이는 교육공무원 의무사항 위반이 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 이처럼 통합교육의 세계적 추세를 역행하는 독일 특수교육계의 보수성과 경직성은 지속되었는데 , 당시 특수학교 대표자들이 직접 KMK -제안서 편성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안일하게 자신의 직업영역을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 위와 같이 국가수준의 보고서 , 제안서 등을 통해 교육과정상 분리교육 체제를 확립하고 유지했던 것은 결국 장애학생에게 적합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비장애인 입장에서의 공리주의 ( Utilitarismus ), 경제적 효율성 추구 및 행정편의주의의 결과에 불과했던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
이와 때를 같이하여 1970 년대 사회 진보적 정치세력의 등장으로 교육정책도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 유럽의 ‘ (19)68 년 운동권 세대’로 불리는 젊은 정치세력은 특수교육 정책과 관련하여 ‘특수교육요구 아동’의 일반학교 배치라는 통합 교육안을 최초로 주장했고 , 여전히 보수적인 특수교육계에 독일교육상임위원회 (Deutscher Bildungsrat ) 는 1973 년 ‘통합적 수업’을 위한 교육과정 제안서를 발표하였다 . 이에 따르면 ‘장애인 통합은 민주사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현안이며’ (Deutscher Bildungsrat , 1973, p. 16) 이를 위해 일반학교에서도 통합수업 차원에서의 개별화 수업 , 차별화된 교수방법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 이러한 변화를 통해 비록 이전까지 산발적으로 실시되었던 통합적 수업이 이제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차원으로 정당화되었고 이를 기점으로 통합교육에 대한 다양한 시범학교가 운영되었다 ( 대표적인 통합교육 시범사례로는 1976 년 베를린 소재 플래밍 (Flaming) 초등학교의 일부학급이 복수담임제도를 기초로 실시한 ‘ 통합학급’을 들 수 있고 , 초등학교 전체가 통합학교로 운영된 것은 1982 년 베를린 소재 우커마르크 ( Uckermark ) 초등학교 사례가 처음이다 ).
통합교육 이념이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체계로 발표된 것은 1994 년 KMK 의 ‘독일 모든 학교에서의 특수교육 지원에 대한 제안서’를 필두로 한다 . 당시 글로벌 사회의 경제문화적 추세에 대한 적응과 무엇보다도 통독 이후 교육체제정비 차원에서 발표된 이 제안서에 따르면 특수교육적 지원은 ‘장애에 따라 규정된 장소에 국한되어’ 제공되기보다는 오히려 ‘당사자 편의 위주의 개별화된 지원’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즉 특수교육요구 아동의 교육적 배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최소제한 환경’에서 당사자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임을 주장한다 . 이러한 특수교육적 패러다임 변화에 힘입어 나타난 교육과정상의 큰 변화는 바로 기존의 ‘장애별 특수학교 교육과정’이 ‘교육 중점 과제별 교육과정’ ( Empfehlungen f ü r F ö rderschwerpunkte ) 으로 재편성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 장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고 , 우선 위와 같은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 나아가 ‘거주지 중심의 교육적 배치’라는 특수교육 기본원리에 입각하여 특수교육요구 학생들이 거주지 근처의 모든 학교에 배치되었으며 , 이는 곧 특수교육요구 아동에 대한 통합교육 기회의 확대를 의미했다 (KMK, 1994, 3).
<표 44> 특수교육요구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명의 변천(제2차 세계대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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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
구성 주체 |
교육과정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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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
KMK |
특수학교 규정에 대한 보고서 (Gutachten zur Ordnung des Sonderschulwese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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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 |
KMK |
특수학교 규정에 대한 제안서 (Empfehlungen zur Ordnung des Sonderschulwese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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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
독일교육 상임위원회 (Deutscher Bildungsrat) |
장애 및 장애 위협에 처한 아동 및 청소년 교육을 위한 제안서 (Empfehlung zur pädagogischen Förderung behinderter u. von Behinderung bedrohter Kinder u. Jugendlich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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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
KMK |
독일 모든 학교에서의 특수교육 지원에 대한 제안서 (Empfehlungen zur sonderpädagogischen Förderung in den Schulen i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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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
KMK |
교육 중점과제에 따른 제안서 (Empfehlungen für Förderschwerpunkte) |
특수학교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1994 년 5 월 6 일 KMK 가 발표한 ‘독일 모든 학교에서의 특수교육 지원에 대한 제안서’가 지닌 가장 큰 의미는 기존의 장애별 특수학교가 아닌 , ‘학교 형태’ ( Schulform ), ‘학급 수준’ ( Schulstufe ), ‘교육 단계’ ( 경우에 따라 조기교육 포함 ) 를 불문한 ‘모든’ 학교에서 적절한 특수교육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러한 특수교육 기본 철학에 기초하여 1994 년 이래 7 년간 꾸준히 교육과정 개편을 시도한 결과 , KMK 는 2001 년 장애별 특수학교라는 개념 대신 학생의 발달과제에 의거한 ‘교육 중점과제에 따른’ 교육제안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
이러한 8 종 교육제안서에 의거하여 각 주 정부는 ‘주 소재 모든 학교를 위한 특수교육 지침서’ ( 예를 들어 NRW 주 : Rahmenvorgabe u. Richtlinien f ü r die sonderpad ä gogische F ö rderung in Schulen des NRW) 를 개발 , 공표할 의무가 있으며,36) 이러한 지역수준의 교육과정이 각급 학교교육에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 나아가 주 정부 소관하에 산하 교육과정 연구 담당부서는 각급 학교현장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 수업안 ’ ( Lehrplan , 국내의 교사용 지도서에 해당 ) 을 제작 , 배포할 수도 있다 .
<표 45> 2001년 KMK 독일 특수학교 교육과정 개편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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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이전 장애별 특수학교 교육과정 명칭 |
1994년 이후 교육과정 개정명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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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언어장애학교 수업 제안서 Empfehlungen für den Unterricht in der Schule für Sprachbehinderte |
‘언어’ 교육 제안서(1996 개정완료) Empfehlungen zum Förderschwerpunkt Sprach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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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시각장애학교 수업 제안서 Empfehlungen für den Unterricht in der Schule für Sehbhinderte |
‘보기’ 교육 제안서(1998 개정완료) Empfehlungen zum Förderschwerpunkt Seh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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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학교 수업 제안서 Empfehlungen für den Unterricht in der Schule für Geistigbehinderte |
‘정신적 발달 지원을 위한’ 교육 제안서 (1998 개정완료) Empfehlungen zum Förderschwerpunkt Geistige Entwickl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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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학교 수업 제안서 Empfehlungen für den Unterricht in der Schule für Körperbehinderte |
‘신체 및 운동성 발달’교육 제안서 (1998 개정완료) Empfehlungen zum Förderschwerpunkt Körperliche u. motorische Entwickl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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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장애학교 수업 제안서 Empfehlungen für den Unterricht in der Schule für Kranke |
장기질병 시 수업을 위한 교육 제안서 (1997 개정완료) Empfehlungen zum Förderschwerpunkt Unterricht bei langer Krankhe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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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학교 수업 제안서 Empfehlungen für den Unterricht in der Schule für Hörgeschädigte |
‘듣기’ 교육 제안서(1996 개정완료) Empfehlungen zum Förderschwerpunkt Hör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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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장애학교 수업 제안서 Empfehlungen für den Unterricht in der Schule für Lernbehinderte |
‘학습 지원’ 교육 제안서(2000 개정완료) Empfehlungen zum Förderschwerpunkt Lern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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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하기 힘든 학생(국내 문제행동 및 정서장애 학생에 해당)을 위한 수업 제안서 Empfehlungen für den Unterricht in der Schule für Erziehungsschwierige |
‘정서 및 사회성 발달’ 교육 제안서(개정 중) Empfehlungen zum Förderschwerpunkt Emotionale u. soziale Entwicklung |
1994 년에 이어 2001 년에 개정된 ‘특수학교 교육과정’ ( 개칭 ‘ 교육중점과제에 따른 교육제안서’ ) 은 특수교육요구 학생이 학교 및 학급 형태와는 무관하게 특수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있으며 , 또한 교육과정을 장애별이 아닌 발달과제 및 지원과제 영역별로 구성하고 있다 . 특수교육요구 아동은 이제 자신의 장애 유형 및 정도와는 무관하게 ‘거주지 중심에 기초한 교육 배치 원리’에 따라 가까운 특수학교 , 일반학교 , 통합학급 , 특수교육지원센터 등에서 특수교육적 지원을 받는다 . 해당 학급 교사는 사전 진단을 통해 특수교육 요구 학생의 학습 능력과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든 교육적 수단을 동원하여 최소 제한된 환경에서 최선의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는데 , 이를 위해 ‘교육 중점과제에 따른 교육제안서’ (2001) 에 제시된 교육과정 목표 및 내용을 그 준거로 삼는다 . 예를 들어 일반초등학교 통합학급에 배치된 특수교육요구 학생을 가정해 보자 . 담임으로서의 일반교사가 교육적 진단을 거쳐 예를 들어 학생에게 언어 및 학습증진을 위한 특수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어떤 교육과정을 참고해야 하는가 ? 과거의 경우 이 학생은 언어장애학교 , 혹은 학습장애학교로 전학 가거나 , 최근까지만 해도 통합된 원적학급에 머물되 지원 나온 특수학교 교사에 의해 개별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 이와 같은 분리교육 상황에서 학생의 교육은 언어장애학교 교육과정 내지 학습장애학교 교육과정을 준거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 그러나 현재시점에서는 통합교육 상황에서 학생지원을 위해 ‘언어교육 제안서’와 ‘학습지원 제안서’ 두 가지 교육과정 모두가 준거로 사용되어 학생을 위한 폭넓고 심화된 IEP 가 계획된다 . 언어교육 및 학습지원 교육제안서 등 영역별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해당 영역의 발달과정에 따른 교육목표 및 내용이 세분화되어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기에 교사는 학생의 영역별 단계에 맞는 목표와 내용을 참조하여 이를 IEP 에 재조직하도록 되어 있다 (KMK, 1998 참조 ). 2004 년부터 효력을 발휘한 교육과정 개정에 대해 교육현장의 냉소적인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 <표 40>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예를 들어 1994 년 이전에 지적장애학교에 적용되던 ‘지적장애학교수업 제안서’가 2004 년부터는 ‘정신적 발달을 위한 교육제안서’로 단지 명칭만 바뀌었을 뿐 내용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소리도 들리며 , 또한 실제로 지적장애학교에서는 여전히 ‘정신적 발달을 위한 교육제안서’에 일률적으로 의존하는 경향도 있다 . 그러나 2004 년 교육과정 개정의 목적은 장애유형 및 교육적 배치와는 무관하게 해당 학생의 다양한 요구에 의거하여 , 발달영역별로 체계적이고 세분화되어 조직된 교육과정을 종류별로 다양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
2절 독일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 분석 : 목표 및 내용
본론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과정상의 목표 및 구체적인 교육내용을 세 가지 교육과정 차원 , 즉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 주 정부 수준의 교육과정 , 학교 수준 교육과정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 앞에서 본론 내용으로 설정된 것처럼 , 첫째 ,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는 교육부장관 상임회의에서 결정한 최상위 지표로서의 KMK ‘제안서’ ( Empfehlungen ) 에 나타난 내용을 살펴보고 , 둘째 , 이 제안서에 따라 각 주에서 구체적용으로 현실화된 ‘지침서’ ( Richtlinien ) 를 NRW 주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며 , 마지막으로 , 각 주의 지침서에 의거하여 각 학교 현장 수업을 위한 구체적인 ‘ 수업안 ’ ( Lehrplan ) 으로 바이에른주의 사례를 고찰할 것이다 ( 바이에른주는 필수 사항은 아니지만 학교별 , 영역별 수업안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학교 현장에 제공하는 면에서 다른 주의 모범이 되고 있다 ). 이처럼 세 가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 목표 및 내용을 세 가지 교육과정 차원에서 고찰함으로써 교육과정 구성의 핵심구조가 명료해질 것이다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의 출발점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지닌 기본적 요구에 대한 파악으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차원의 교육과정에서의 교육 목표 및 내용은 다음과 같은 중도 · 중복장애인의 기본적 요구를 공통분모로 하여 설정되어 있다 .
1. 수준별 교육과정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 목표 설정
1)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 KMK ‘제안서’ ( Empfehlungen ) 를 중심으로
1994 년 KMK 에 의한 국가수준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특수학교 교육과정은 각 발달 영역에 따른 교육 목표와 내용에 대한 기초 사항을 제공하고 있다 . 1994 년 이전까지는 소위 중도 · 중복장애 학생만을 위한 교육과정이 존재했으나 2004 년 개정 이후로는 개정된 ( 일반적인 ) ‘발달영역별 교육과정’ , 즉 ‘ 보기’나 ‘ 언어’를 위한 교육제안서 등을 준거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개인별 교육요구를 사안별로 지원하도록 한다 . 또 KMK 제안서 (1994) 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을 ‘가장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KMK, 1994, 15) 학교에 배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적장애학교 , 지체장애학교 , 청각장애학교 및 시각장애학교에 배치되고 있다 . 이러한 현황에 비추어 봤을 때 2004 년 개정에 따른 ‘정신발달 교육제안서’ , ‘신체 및 운동성 발달 교육 제안서’ , ‘듣기 교육 제안서’ , ‘보기 교육 제안서’를 준거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의 목표 및 내용을 살펴보아도 무리는 없으리라 본다 .
이들 일반적인 ‘발달 영역별 제안서’는 기본적 교육방향으로 특수교육요구 학생들의 ‘개인적 인성’ 발달을 강조하며 , 이때 ‘장애를 가진 개인적 특성’이란 고정불변의 현상이 아닌 , 개인의 다양한 발달 영역과 그를 둘러싼 외부적 환경 및 학습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점에 주목한다 (KMK, 1994, 6). 또 장애란 한 개인의 ‘전체적 인성’ 중 일부분에 해당하는 것일 뿐이며 ( 같은 곳 , 7), 나아가 장애 학생이 갖고 있는 기존 능력과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 ‘발달지원’ , ‘총체성’ , ‘의사소통 도모’ , ‘행위 중심’ 등의 원리에 입각한 특수교육적 지원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 같은 곳 , 9). 이처럼 학생 개개인의 학습 출발선과 요구사항을 고려하는 각 제안서는 교육 목표 및 과제를 매우 광범위하고 일반적으로 진술하지만 , 구체적인 교수방법 운용을 위해서는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개별적 학생에 맞는 차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강조하고 있다 ( 정신발달 지원서 1998, 10-15). 각 제안서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보다는 일반적 차원의 목표와 내용이 제시되어 있으며 , 위에서와 같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고유의 세계 인식 현상에 근거한 ‘기초적 (basal) 학습영역’이 강조되고 있으며 , 나아가 교육과 수업 장면에서도 그들의 기초적 요구 충족을 위한 ‘ 요육 ’ ( Pflege ) 과 ‘치료’ ( Therapie ) 적 측면을 추가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 같은 곳 , 3).
이와 같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목표 설정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 목표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이고 , 이상적인 교육 목표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 즉 계몽주의적 · 이성주의적 철학에 기반하여 일반교육 목표를 ‘이성적이며 자율적 인간 양성’으로 규정하는 일반교육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이상적 인간상을 목표로 제시하지만 , 독일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에서는 오히려 인간의 보편적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 발달의 기본적 차원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또 어느 한쪽 측면에 치우침이 없는 총체적 인간 형성을 목표로 하여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
2) 주 정부 수준의 교육과정 : NRW 주 ‘지침서’ ( Richtlinien ) 를 중심으로
2004 년 교육과정 개정에 의거하면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만을 위한 주 정부 수준의 단일 교육과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 국가수준 교육과정에서처럼 , 해당 학생의 특수교육적 요구에 의거하여 영역별 주정부 교육과정에서 교육 목적 및 내용 등을 재편집해야 하는 것이다 . 그러므로 본론에서는 주 정부 수준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하여 1985 년 NRW 주 정부 교육과정에 준거하도록 한다 . NRW 주 정부가 1985 년 5 월 산하 교육학술위원회 (MSWWF) 를 통해 발표한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 및 수업지침서’ ( Richtlinien f ü r die F ö rderung schwerstbehinderter Sch ü ler in Sonderschulen und Hinweise f ü r den Unterricht , RdErl . d. Kultusministers v. 25. 2. 1985 Ⅱ A 4.36- 20/0-1960/84, 1991 년판 참조 ) 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능력과 가능성 안에서 ‘사회적 통합을 통한 자아실현’ ( Selbstverwirklichung in sozialer Integration) 을 목표로 하고 있고 (NRW 의 Kultusminister , 1985, 5), 구체적으로는 당시 KMK 지침서 중 지적장애학교 교육과정 (1980, 7) 의 기본 노선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 위의 주 정부 수준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은 당시 ( 해당 학생들이 교육적으로 배치되어 있던 ) 지적장애학교 , 지체장애학교 , 청각장애학교 및 시각장애학교 수업의 지침서로 간주되었다 . 주 정부 수준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 제 1 부에는 학교의 교육목표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정의 , 교육 기본원리로서 수업 , 수업의 교수 및 학습형태 , 수업계획이 서술되어 있으며 , 운영절차 및 의료적 서비스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 . 제 2 부에는 수업 및 교육 목표가 서술되어 있는데 이러한 주 정부 수준의 교육과정에 설정한 교육 기본 목표는 다음 다섯 가지에 해당한다 .
① ‘신체를 통한 자기체험 능력’
② ‘신변 관리에 자신을 맡기고 실존적 욕구 충족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
③ ‘주변 세계와의 관계형성 및 적응 능력’
④ ‘공동체 생활능력’
⑤ ‘물질세계 공동 구성 및 참여 능력’
이러한 다섯 가지 교육 목표는 위의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목표 설정에서처럼 , 보기에 따라 매우 일반적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이에 딸린 각각의 하부 목표들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인간학적 관점에서 ‘기초적’ (basal) 으로 , 능력 면에서 ‘맨 아래로부터’ (von Untersten ) 설정되어 모든 인간의 학습현상을 포괄하려는 노력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여기에 제시되고 있는 교육 목표의 총체적 복합성과 다층성은 교수 학습방법의 개방성과도 연결되며 , 기능적 교육과정에서처럼 개별적 기능 훈련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전인교육을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 또 독일에서 1975 년 처음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권이 법적으로 보장된 이래 거의 10 년 만인 1985 년 각 주 정부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사회적 통합을 위한 통합교육을 천명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사항이며 , 이는 독일 특수학교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해당된다 .
3) 학교 수준의 교육과정 : 바이에른주 ‘ 수업안 ’ ( Lehrplan ) 을 중심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을 위한 바이에른주의 수업안 (ISB, 1982) 은 총 7 부로 구성되어 있다 : 제 1 부에는 교육과정에 대한 일반 규정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학령기 교육에 대한 시기 구분 및 교육 내용 , 대상 학생 규정 , 수업 기본 원리 등이 서술되어 있다 . 제 2 부에는 일반적 교육목표 , 제 3 부에는 교수 원리 , 특수 교육적 진단 , 수업 구성 , 수업 기본 원칙이 제시되어 있으며 , 제 4 부에는 ( 필수 및 선택 ) 교과 시간 편제 , 제 5 부에는 종교과목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 . 제 6 부에는 필수교과에 대한 교육목표 및 교육내용 , 교수원리 등이 상세히 제시되어 있으며 , 마지막 제 7 부는 선택 교과에 대한 부분으로 (1) 쓰기 , 읽기 , 셈하기 등의 학업기술 , (2) 직업 기술 , (3) 음악-리듬-예술 교육 , (4) 여가교육 , (5) 움직임 교육 , (6) 보충적 치료 서비스 , (7) 표현 놀이 과목이 있으며 , 이에 대한 교육목표 , 내용 및 교수원리가 서술되어 있다 .
이 수업안은 1982 년에 편성된 것이어서 특수교육 패러다임의 발전에 의거해 볼 때 시대에 뒤처지는 감이 없지 않으나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교 수준 교육과정으로는 최근 것이고 , 구성 및 내용 면에서 비교적 우수하다고 판단되었기에 분석 자료로 채택하였다 . 이 장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 목표 설정의 기본적 경향만을 고찰하고자 수업안 제 2 부 목표와 제 6 부 내용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 우선 제 2 부 목표설정에 의거하면 , 바이에른주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안에 진술되고 있는 일반적 교육 목표는 전 장에서 살펴보았던 NRW 주의 교육 지침서 교육 목표와 거의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으나 , 편성 시기에 기인한 구태의연한 감이 없지 않아 일상생활에서의 자립도 높이기 , 운동성과 지각 훈련 , 의사소통 양식 및 사회적 접촉 능력 , 자신감 및 타인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다 . 편안하고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삶에 대한 긍정적 마음을 키운다 . 삶의 유의미한 연관성을 포착하고 , 구성하기 , 작업 및 일에 대한 긍정적 태도 갖기 , 문화적으로 유의미한 상황에 참여하기 등이 그러하다 . 개괄적으로 고찰해 보았을 때 이러한 바이에른주 수업안의 목표설정에는 기본적으로 4 개 영역 ( 운동성 , 지각 , 언어 , 사고 ) 을 ‘기본 능력’ ( Basisf ä higkeiten ) 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통해 지속적 발달이 가능하다는 이론적 골격이 내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 즉 위의 4 개 발달 영역을 바탕으로 다른 영역의 학습이 지속적으로 세분화되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2. 수준별 교육과정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 내용 범위
1)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 KMK ‘제안서’ ( Empfehlungen ) 를 중심으로
① ‘주변 세계에 대한 인식’ : 타인과 주변 세계를 지각하고 , 이들과 관계를 맺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신체적 친근감에 대한 요구를 강조한다 . ( 정신발달 지원서 , 5; 신체 및 운동성 발달 지원서 , 6; 보기 지원서 , 11) 이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다감각적 지원 ( 고유수용감각 , 촉각 , 후각 , 미각 , 시각 , 청각 )( 같은 곳 ) 을 강조하고 , 특히 ‘정신발달 지원서’와 ‘보기 지원서’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이 감각적 자극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응답하며 ,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습관을 형성하고 , 감각지각을 통해 스스로 활동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강조한다 ( 같은 곳 ). 또 주변 세계를 원초적인 차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달받기 , 위치변화와 이동을 가능케 하는 것도 주요한 요구인데 , 특히 신체경험과 신체자세 유지 , 머리와 몸통 조절 , 앉기 , 서기 , 보행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러한 것들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한다 ( 같은 곳 ).
② ‘의사소통 관계 성립’ : 의사소통적 관계 성립을 위해 ‘대화 상대방이 장애인의 비언어적 차원의 의사소통적 표현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 정신발달 지원서 , 보기 지원서 , 신체 및 운동성 발달 지원서 )( 같은 곳 ). 또 이를 위해 얼굴 표정 , 몸짓 , 수화 , 상징 , 그림 등이 유용한 의사소통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 정신발달 지원서 ), ‘보기 지원서’는 상징 , 소리 , 그림 , 수화 ( 같은 곳 , 12) 등을 거론하고 있다 . 즉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원초적 기능에 대한 지원’을 통해 그들이 ‘일반적 교육내용’ ( Bildungsinhalte ), 즉 ‘ 교과교육’과 대화 내지 교류할 수 있는 창구가 모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KMK, 정신발달 , 운동성 발달 및 보기 지원서 ). 이와 관련하여 ‘듣기 지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대한 별도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원초적 기능을 지원할 것’을 언급한다 (1996, 6). 또 이들 제안서에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 관련하여 위의 두 가지 핵심 교육 내용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교육 컨셉트로서 프뢸리히의 ‘기초적 자극’ ( basale stimulation) 이나 말의 ‘기초적 의사소통’ ( basale Kommunikation ) 등을 언급하는데 , 특히 ‘기초적 의사소통’ ( basale Kom- muni - kation ) 에서의 호흡리듬을 통한 신체 접촉 및 정서적 공감대 형성 등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
요약해 보면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과 관련하여 모든 지침서들은 공통적으로 교육 목표 및 내용에서 개인 삶에 유의미한 맥락에서의 경험과 체험을 가능케 하는 학습을 강조하며 , 교수-학습 환경에서는 개방적이고 풍부한 경험을 지원하도록 한다 . 나아가 ‘주변 세계 인식’ 및 ‘의사소통관계의 성립’에서의 ‘원초적 기능 습득’이 단지 일차적인 기능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가 ‘일반적 교육내용’ , ‘일반교양 교육’ (Allgemeine Bildung ) 과 연계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 주 정부 수준의 교육과정 : NRW 주 ‘지침서’ ( Richtlinien ) 를 중심으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NRW 주 주 정부 수준의 교육과정인 지침서 제 2 부에는 수업 및 교육 목표가 서술되어 있으며 제 6 부에는 이러한 목표가 구체적인 교육 내용으로 편성되어 있고 나아가 수업활동 및 도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주 정부 수준의 교육과정에 설정한 교육 기본 목표 5 가지 영역
① ‘신체를 통한 자기체험 능력’
② ‘신변 관리에 자신을 맡기고 실존적 욕구 충족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
③ ‘주변 세계와의 관계형성 및 적응 능력’
④ ‘공동체 생활 능력’
⑤ ‘물질세계 공동 구성 및 참여 능력’
에 따른 교육내용 영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1) 교육내용
① 신체를 통한 자기체험 능력 : 신체적 · 평형감각적 · 고유수용감각적 · 청각적 · 시각적 · 후각적 · 미각적 지각영역에 대한 능력 및 교육적 지원을 기술하고 있으며 , 특히 의사소통적 관계를 전제로 한 감각적 · 지각적 체험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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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체를 통한 자기체험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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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피부를 감각기관으로 체험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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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표면에 주어지는 자극을 경험하고 느끼고 지각한다 . 각 신체부위에 주어지는 촉각적 자극을 경험하고 느끼고 지각한다 . 촉각적 자극에 대해 신체 반응을 나타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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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신체 위치를 통해 안정감과 움직임을 체험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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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신체 위치 변화를 체험하고 반응을 보인다 . 신체 움직임을 느끼고 지각한다 . 평형감을 유지한다 . 자발적으로 신체 위치변화를 시도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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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소리와 음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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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레이션을 통해 화음을 경험한다 . 바이브레이션을 통해 소리와 화음을 느끼고 지각한다 . 소리 , 화음 및 음악을 듣는다 . 소리와 화음이 들리는 곳에 정향하고 , 이를 변별하고 , 혹은 사람 및 물체를 지적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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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냄새와 맛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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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및 맛을 느낀다 . 냄새 및 맛의 차이를 느끼고 지각한다 . 특정 대상 , 상황 , 사람의 냄새를 변별한다 . 특정 대상 , 특히 특정 음식의 맛을 변별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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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손을 통해 촉감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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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움직여 다양한 물체의 촉감을 지각한다 . 손바닥 촉감을 통해 다양한 물체를 경험하고 느끼고 지각한다 . 다양한 물체를 촉감으로 느껴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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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시각적 인상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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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인상을 체험한다 . 사람이나 물건을 고정해 보거나 재인식할 수 있다 . 눈을 마주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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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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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을 연다 . 도움을 받아 물건을 잡고 놓을 수 있다 . 손을 감각기관과의 협응 매체로 사용할 수 있다 . 물건을 자발적으로 잡고 놓을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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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구강 운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 언어치료사 및 물리치료사의 협조하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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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및 구강을 만지게 할 수 있다 . 특히 섭식치료 및 언어치료 시 구강조작을 허용할 수 있다 . 다양한 물질을 핥을 수 있다 . 입을 다물 수 있다 . 다양한 물질을 빨 수 있다 . 다양한 물질을 씹을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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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의사소통 의도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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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걸기 , 몸 올리기 , 쓰다듬기 , 따스하게 해주기 등 상대방 접촉의사를 체험할 수 있다 . 상대방의 호의에 대해 움직임을 통해 스스로 표현할 수 있다 . 소리나 소리 지르기를 산출할 수 있다 . 상대방의 호의에 대해 소리나 움직임으로 반응할 수 있다 . 특정한 소리나 몸짓으로 스스로 표현할 수 있다 . |
② 신변관리에 자신을 맡기고 , 실존적 욕구 충족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일과에서 매우 유의미하고 , 교육활동 전반에 걸친 사안이라 할 수 있는 ‘신변처리활동’ 과정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자신의 보조 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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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변관리에 자신을 맡기고 , 실존적 욕구 충족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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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배설과정을 지각하고 용변처리에 일조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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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과 대변을 볼 수 있다 . 기저귀 갈기를 도울 수 있다 . 젖은 것은 불편한 것 , 마른 것은 편한 것으로 느낄 수 있다 . ‘ 화장실’을 소변과 대변 보는 곳으로 경험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 경우에 따라 대변과 소변을 화장실에서 볼 수 있다 . 대변과 소변을 일정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 . 일정시간 동안에 대소변을 참을 수 있다 . 소리 지르기나 얼굴 표정 등을 통해 대소변 의사를 나타내어 주위사람들을 환기시킬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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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세수 및 목욕 등 신변 처리에 일조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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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처리를 참아낼 수 있다 . 신변처리에 몸을 맡길 준비가 되어 있고 , 일조할 수 있다 . 예를 들어 손 씻기 , 손 말리기 , 입 닦기 , 코 풀기 , 세수하기 , 얼굴 말리기 , 양치질하기 , 머리 빗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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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식사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능력 및 식음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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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작용의 도움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 . 음료수를 빨거나 삼킬 수 있다 . 삼키는 것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 유동식을 먹거나 삼킬 수 있다 . 딱딱한 음식을 핥을 수 있다 . 딱딱한 음식을 입 안에서 부수거나 씹거나 삼킬 수 있다 . 먹여줄 때 일조할 수 있다 . 먹는 것을 편하게 느낄 수 있다 . 맛있는 음식과 덜 맛있는 음식을 구분할 수 있다 . 배고픔과 목마름에 대해 주변사람들을 환기시킬 수 있다 . |
③ 주변 세계와의 관계형성 및 적응 능력 : 이 영역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전반적 발달이 전제되어야 한다 ( 사물을 특정 상징에 관련짓기 , 혹은 신체언어를 통해 자신의 인식 전달하기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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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변 세계와의 관계 형성 및 적응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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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직접적 세계와의 관계 형성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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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공간에 있는 사람과 사물을 가능한 한 많은 감각을 통해 지각할 수 있다 . 도움을 받거나 자발적으로 사물을 탐색하고 , 구별하고 , 이에 따르는 행동양식을 습득한다 . 그림을 통해 사물이나 체험했던 상황 , 사건을 인식한다 . 사물이나 , 체험했던 상황 , 사건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거나 이를 발화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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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간접적 세계와의 관계 형성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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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 시설 ), 학교 , 자연 , 대중 매체 등에서 개인적으로 유의미한 사람이나 사물 등을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할 수 있다 . 유의미한 삶의 연관성에서 사람이나 사물 등을 인식하고 , 구별하며 , 이에 연관된 관찰가능한 행동양식 등을 기억한다 . 그림을 통해 사물이나 간단한 행동 등을 인식하고 재인식한다 . 간단하고 , 자주 체험되는 행동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 혹은 따라 말하거나 발화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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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자주 경험하는 상황을 시간적 경과에 따라 인식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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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고 구조화된 행동순서를 같이 경험할 수 있다 . 간단하고 구조화된 행동순서의 일부분을 도움받거나 혹은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인식한다 . 그림을 통해 이러한 일부분 행동순서를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다 . 행동 순서의 일부분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혹은 따라 말하거나 발화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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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시간 경과를 지각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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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하루 / 일주일 / 일 년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 하루 , 일주일 , 혹은 일 년 경과 중 반복되는 특이한 시점을 지각하고 , 재인식하고 , 이에 대해 스스로 준비할 수 있다 . 일정하게 반복되는 하루 , 매주 일정을 지각하고 상징이나 외적인 사건을 통해 이를 도출해 낼 수 있다 . 간단한 시간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 |
④ 공동체 생활 능력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상호작용 및 사회적 행동 지원 목표가 제시되어 있으나 , 아래 제시되어 있는 관계형성을 위해서는 심리 , 정서적 차원의 좀 더 근원적인 바탕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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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동체 생활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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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공동체를 지각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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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및 다른 학생들과 같이할 수 있다 . 반복되는 학교 상황에서 공동체 내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 자신이 교사 및 학생들을 지각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 . 소집단 및 대집단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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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관계를 형성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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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의 관심을 참아내고 받아들일 수 있다 . 주변 사람의 접근을 지각하고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다 . 교사나 친구의 접근을 받아들일 수 있다 . 가까운 생활권 사람과 외부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 다양한 주변 사람에 대해 스스로를 맞추어 나갈 수 있다 .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에 대한 적절한 행동양식을 제시할 수 있다 . 다른 사회적 상황에 대해 이전에 학습된 능력을 전이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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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스스로를 공동체 안에 포함시키고 주장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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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과 불편함을 소리 , 얼굴 표정 , 몸짓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 . 주변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다 . 사람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고 , 역으로 자신의 관심을 보일 수 있다 . 원치 않는 접촉에 대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 방어행동을 할 수 있다 . 집단 활동 시 착석할 수 있다 . 도움을 받아 학습할 수 있다 . 교사가 다른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을 인정한다 .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 . 집단 상황에 맞게 학습한 행동양식을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반복하거나 연속 수행할 수 있다 . 희망사항을 표현하고 관철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 . 자신의 물건 혹은 교사나 친구의 물건을 재인식하고 관련지을 수 있다 . 자기의 소유물에 대해 인식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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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공동체 생활을 공동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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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으로 하나의 행동을 시작하고 끝낼 수 있다 . 공동으로 하나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 . |
⑤ 물질세계 공동 구성 및 참여 능력 : 물질을 특성에 맞게 다루고 , 학습한 작업행동을 유의미한 맥락에서 일정 시간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목표로 한다 . 특히 이 영역에서는 제공된 사물에 대한 개별 학생들의 관심 및 의도 , 나아가 사물을 익혀 나가는 것이 주요 관심사이다 . 작업활동의 숙련을 위해 학습내용에 대한 반복 및 일관성의 원리가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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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물질세계 공동 구성 및 참여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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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다양한 물질을 수용하고 이에 집중하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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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감각을 동원하여 물질을 경험할 수 있다 . 물질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 . 물질을 탐색하고 차이를 알아간다 . 우연히 경험한 특징을 지각하고 그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 . 그 결과물을 자신의 작품으로 인식하고 재인식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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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물질의 특성 및 목적에 맞게 물질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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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도구를 사용하여 이에 상응하는 움직임 표본을 연결할 수 있다 . 단일 혹은 복합적 작업과정을 수행하거나 모방할 수 있다 . 도구나 물질을 이용할 때 위험을 인식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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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일정 시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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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준비가 되어 있다 . 장기간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준비가 되어 있다 . 작업장의 소음에 적응할 수 있다 . |
(2) 교육과정 운영
NRW 주를 비롯한 독일 전역에서 실시되는 현재 9 년간의 의무교육제도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은 ( 독일의 공교육은 유치원 교육부터 대학교 정규학기인 9 학기까지 무상교육으로 실시된다 .) 만 7 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2 년간은 기초과정 , 그 후 5 년간은 핵심과정 , 최종 2 년은 전환교육과정을 거치게 되며 ( 이때 의무교육기간은 최대 12 년으로 연장될 수 있다 ), 학령기 이후에는 보호 작업장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이다 . 수업운영의 기본 방향으로는 우선 교실 수업의 경우 최대 8 명으로 구성된 학급에서 교과 교육이 이루어지며 , 기타 활동 시 감각지원실 , 스노젤렌실에서 다양한 도구 ( 몬테소리 도구 , 페트라-놀이도구 ) 를 사용할 수 있고 , 부가적으로 치료시간이 배정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
모든 주의 특수학교 교육환경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 일반적으로 특수학교에서 행해지는 치료활동으로는 물리치료 , 작업치료 , 놀이치료 , 음악치료 , 언어치료 , 승마를 이용한 특수교육 , 리듬시간 , 심리운동 등이 있다 . 또 중도 · 중복장애아동에게는 필요에 따라 ‘개별 수업’이 할당된다 . 교수방법 원리로는 대표적으로 리듬감을 통한 학습 , 접촉 및 상호작용 , 지각과 감각 활성화 , 운동성과 심리운동 지원 , 언어 / 의사소통 지원 등이 제시되어 있다 ( 이상 Kultusminister NRW, 1985).
주 정부 수준 교육과정 내용을 분석 및 요약해 보면 , 우선 주 정부 수준 교육과정 목표설정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에서 그 내용 또한 인간 능력의 기초적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각 경험을 다양하게 지원함으로써 신체 경험을 조장하고 이를 통해 자기를 알아나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 또 중도 · 중복장애 현상의 의사소통적 측면을 고려하여 시간과 공간에 대한 원초적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와의 관계 형성 폭을 확대해 나가도록 교육과정 내용을 설정하고 있다 . 이때 필요한 것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의사소통 능력인데 , 위 교육과정에서는 ‘대상관계 이론’에 의거하여 ( 이숙정 , 2005a)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의사소통 차원을 위계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 즉 물질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변인과의 인적 관계가 필수적이라는 이론적 바탕하에 교사와의 관계 , 또래와의 관계를 기초로 물질세계와의 관계 형성을 지원하고자 한다 . 또 위의 교육과정에서 특이할 사항은 바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신체적 요구 충족과 관련된 원초적인 활동 ( 구체적으로는 배설 및 섭식 행위 ) 을 교육적 사안으로 인식하고 , 이를 교육과정상의 내용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점이다 . 배설 및 섭식 행위를 터부시하거나 요육이나 보육활동으로 간주하는 대신 , 중요한 교육 내용에 포함시키고 , 이때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스스로 혹은 도움을 받아 할 수 있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교육내용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위 교육과정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장애 형태 및 현상을 고려하여 원초적 (basal) 차원에서부터 기능적 차원에서의 교육활동 및 전환교육에 적합한 교육활동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 예를 들어 작업장 활동에서 요구되는 수행기능도 해당 학생들의 능력에 맞게 교육내용으로 설정하고 있다 .
3) 학교 수준의 교육과정 : 바이에른주 ‘ 수업안 ’ ( Lehrplan ) 을 중심으로
바이에른주 수업안은 학교수준 교육과정이므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구체적인 교과시간 편제가 언급되어 있는데 , 구체적으로는 본 수업안 대부분이 ( 전체 73 쪽 중 46 쪽 ) 필수교과에 대한 교육 목표 , 내용 및 교수법적 원리에 대해 할애되어 있음을 볼 때 ( 제 6 부에 해당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해 단순한 일상생활 기능 훈련 및 치료적 지원이 아닌 전인교육을 위한 교과교육을 주요 교육내용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 제 6 부 필수교과 부분은 다시 4 종류의 교과활동으로 구분된다 . 즉 종합교과 ( ‘기초교과’- 9 개 하위 교과 ( Strukturgitter ) 로 구성 , 표 참조 ), 직업교과 , 일상생활교과 , 움직임교과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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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교과 |
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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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개체경험 및 유지-삶에 대한 신뢰 형성 |
신체와 신체적 친근감을 통해 세계에 대한 신뢰형성 및 자아실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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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공동체 경험 및 대면 |
사회적 관계를 수용하고 구성함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성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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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주변 세계 경험 및 대면 |
가정, 학급, 학교, 자연, 학교 주변, 직장, 공공기관에서의 체험 및 수행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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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물질세계 경험 및 대면 |
직업, 여가 및 문화시설/경제, 일생생활 용품에 대한 체험, 관련성 익히기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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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직업, 여가 및 독립주거로의 전환교육 |
새로운 사회적 맥락 익히기, 성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알고, 일상을 이에 맞게 구성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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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국어(말하기, 읽기, 쓰기) |
비언어적 표현(얼굴표정, 몸짓, 소리) 등을 통한 의사소통 능력 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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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수학(사람-공동체, 시간-공간, 대상, 수개념, 수조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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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음악-리듬 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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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예술-창의적 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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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바이에른주 수업안은 교육 목표 및 내용에 따른 구체적인 교수법적 원리를 제시하고 있으나 , 궁극적으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가능성에 맞는 ‘개별화된 교수’가 관건이며 , 또 학생의 ( 매일매일 ) 수업일상에 의거하여 ‘어디에서 , 무엇을 , 어떻게 , 언제’ 배울지가 결정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Dittmann, 1998b, 48). 즉 학생에게 적합한 개별화교육의 의미 및 중요성이 부각되는 측면이다 .
위의 바이에른주 수업안은 구체적인 학교수준 교육과정에 해당되며 , 학교 일선 현장을 위한 세부적인 교육활동 및 교과시간 편제에 대해서도 자세히 진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특히 앞의 논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도 · 중복장애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중 그 핵심을 교과교육 활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필수교과로 규정하고 있다 . 필수교과는 다시 종합교과 ( 국내 교과목에 해당 ), 직업교과 , 일상생활 교과 , 움직임 교과 등으로 나뉘는데 그 내용을 보면 현재 국내의 치료적 지원활동 , 전환교육 활동과 거의 일맥상통하고 있다 . 그러므로 이와 같은 교육과정 편제 (1982) 는 그 당시 독일 특수교육학계의 미분화된 학문적 · 이론적 양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또 위 수업안에서는 필수교과가 다시 4 개 하위 교과영역으로 위계화하고 , 그중 하나인 ‘ 기초교과’를 9 개의 하위 교과 ( 국어 , 수학 , 음악 등 ) 로 위계화하고 있다 . 이는 본 수업안이 개발된 1982 년 독일의 특수교육이 아직은 일반교육의 교육과정을 답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 역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고려하며 그들의 교육에서 세분화된 교과교육을 내실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이와 관련하여 본 수업안에는 각 하위 교과 및 교과 수업에 적합한 구체적인 교수법에 상당량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 많은 일선학교 현장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위의 바이에른주 수업안이 현재까지도 각광받고 있는 점도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
3. 종합적 논의 : 국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에 대한 시사
‘장애학생들이 교육과정 수준을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는 지점에서
통합교육은 좌초하게 된다.’
-링크 (Link), 2000, 145
첫째 , 독일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는 1975 년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권에 대한 법적 보장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Drave 등 , 2000). 이후 대학 및 교육 현장간의 연계를 통해 교육과정 논의가 지속되었고 , 1994 년까지 형성된 교육과정 논의는 이러한 ‘밑으로부터의’ (bottom up) 학문적 연구에 기초한 , 체계적으로 준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 이와 관련하여 각 독일 대학교의 특수교육과에서는 관련 ( 학제간-예를 들어 일반교육과 특수교육 간의 ) 세미나를 기획하고 , 교육부 및 산하 관공서를 연계하며 , 또한 현직 교사들과의 연계 세미나를 사전에 준비하는 등 장기적 안목에서 커리큘럼을 운영해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둘째 , 위의 논의에서 특기할 사항은 위에서 살펴본 세 가지 수준의 교육과정 모두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의 목표 설정이 매우 보편적이며 원초적 · 기초적이라는 점이다 . ‘신체를 통한 자기체험 , 세계체험 능력’ , ‘신체성에 근거한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교육 목표 설정은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신체성 ( 감각-지각성과 운동성 ) 에 기초한 세계인식과 세계구성에 근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B ö ing , 1997). 이처럼 신체성을 지닌 인간이면 누구나 수행할 수 있는 기초능력을 ‘교육 출발점’ 내지 ‘교육 가능성’으로 삼은 것은 독일 정신과학적 교육학 ( Geisteswissenschaftliche P ä dagogik ) 의 기본인 ‘교육인간학’ ( p ä dagogische Anthropologie) 적 사유에 부합하는 것으로 , 인간이라면 누구나 ‘교육 가능한 존재 , 학습 가능한 존재’ (homo educandus , homo educabile ) 로 규정하는 윤리적 · 당위적 명제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 Fornefeld , 1995). 이처럼 인간의 신체성을 재조명하는 인본주의적 목표설정에 비추어 볼 때 , 국내 중도 · 중복장애 교육학은 새로운 이정표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과의 수업 활동에 대해 교사들은 그들과 신체적 차원에서 접촉하고 , 대화하고 , 학생들의 신체를 매개로 주변 세계를 탐색할 수 있도록 수업환경을 구성하지만 , 교사 자신의 행위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한다 . 필자의 생각으로는 교사 자신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성 및 이를 매개로 한 세계의 인식 및 구성의 본래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평가절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숙정 , 2004).
셋째 , 위의 논의된 사항 중 또 하나 유념할 사항은 독일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서 교과교육이 편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 이는 단순히 교과 시간이 형식상 편제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바이에른주 학교 수준 교육과정에서 보듯이 교육과정 절반 이상에 걸쳐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과교육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 이 글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과교육의 의미를 논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세한 논의는 피하겠으나 , 학교 교육의 기본으로서의 교과교육을 본래 취지에 맞게 세분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 나아가 교과교육에서도 교과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교육학의 이론에 충실하여 예를 들어 종교교육에서 종교 ( 여기서의 종교란 우주 , 자연 , 절대적 신을 말함 ) 를 이해한다는 것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 이를 위해 무엇을 배우고 , 알 필요가 있으며 ,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교사들 역시 이미 대학시절 심화전공으로 다루게 되며 , 교육과정에서도 세분화되어 제시된다 . 바로 이와 같은 교과교육학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며 , 나아가 일반교육학과 특수교육학 간의 학제간 논의가 바탕이 되어 특수교육요구 학생을 위한 ( 특수교육적 ) 교과교육학을 정립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이러한 고된 연구와 논의의 과정이 없었기에 현재 국내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는 교과교육은 시작단계라고 볼 수 있으나 이미 그들의 시간표에는 교과교육 대신 치료적 지원이 들어서 있다 . 마치 그들은 교과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 이숙정 , 2003).
넷째 , 독일 연방분권제의 특징에 맞게 교육과정 역시 국가수준 외에 주 정부 및 학교 수준의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 주 정부 수준의 교육과정은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노선을 주 정부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조율하여 재천명하도록 하는 수준으로서 기본적 입장만을 따르도록 하고 있는 것이므로 사실상 그 편성 및 운영에서 ( 교과시간 편제에서도 ) 주 정부에게 실질적인 자율권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나아가 학교수준 교육과정 ( 수업안 , 거의 현장교육 지침서 수준 ) 은 주 정부의 의무사항이 아니며 , 이 글에 제시된 바이에른주의 학교수준 교육과정은 현장교사들의 교육활동에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
다섯째 , 1994 년 이래 단계적으로 개정된 특수학교 영역별 교육과정은 2004 년을 기점으로 공식적으로 개편되었지만 , 교육과정 개편의 본래 의도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산적한 듯하다 . 즉 독일의 특수교육 현장에서도 몇 년간에 걸친 교육과정 개편이 결국 시대의 발 빠른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난의 소리가 크다 . 나아가 교육과정 개편이 일선 학교현장에서 마찰 없이 실현되기에는 현재 교육 재정의 부담도 크고 , 여러 차원의 정책 혼란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Dittmann, 1998a). 한 예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 상황에서 교육받기 위해서는 한 교실 내에 일반교사와 특수교육 교사의 복수 담임제를 통한 팀티칭을 권장하고 있다 . 그러나 독일의 일반학교에는 아직까지 특수교육 교사가 채용될 수 없는 현실이고 , 그러한 상황에서 특수교육 교사가 수업상황 변화를 위해 발언권을 행사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 그러므로 수업이나 기타 학교업무를 일반 교사가 주로 담당해야 하나 이는 결국 일반 교사의 업무를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
이처럼 제도적인 측면에서 학교 교육체제에 대한 개혁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교육을 섣불리 실시하는 것은 오히려 통합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낳을 위험이 있다 . 독일의 2004 년도 교육과정 개정이 의도하는 본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특수교육 교사 , 일반학교 교사라는 분류부터 없어져야 할 것이며 , 학교란 ‘모든 이를 위한 학교’ (School for all) 가 되어야 할 것이다 (Lochte, 2003).
제 5 장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인식지평의 확대
‘인간의 몸을 고려하지 않고는 인간행위에 관한
그 어떤 이론도 나올 수 없으며
또한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 쉴링 (Schilling)
인식론은 ‘인간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 ’ 즉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이나 지식의 본질 문제를 탐구하는 철학의 한 영역이다 . 종래의 전통적 인식론은 크게 데카르트로 대표되는 합리론과 루소나 로크 , 흄으로 대변되는 경험론으로 구분된다 . 합리론자인 데카르트는 ‘본유관념’ (innate ideas) 의 비유를 들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형이상학적 관념과 개념을 가지고 태어나기에 지식습득이 가능함을 주장한다 . 이러한 생득관념을 부정하는 루소로 대변되는 경험론은 ‘백지설’ (tabula rasa) 의 비유를 들어 인간은 태어날 때 백지인 상태로 감각경험을 통해 지식이 형성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
합리론에 따르면 교육은 단지 생득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식을 회상하게 하거나 이끌어내는 소극적인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고 경험론에 따르면 교육은 단지 감각경험만을 제공해 주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에 그친다 . 그러나 합리론과 경험론의 주장처럼 지식의 바탕이 되는 개념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의 감각경험을 통해 지식이 형성되는 것으로 이해하기에는 인간에게 모종의 다른 능력이 내재되어 있지 않고는 이 양쪽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 .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칸트는 ‘내용 없는 사고 ( 합리론 ) 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경험 ( 경험론 ) 은 맹목이다’라는 말을 통해 합리론과 경험론의 통합을 시도했다 . 감성적인 영역을 통해 직관이 형성되고 오성의 범주를 통해 지식이 형성되는 선험적 인식론을 제안한 것이다 . 그러나 칸트의 선험적 인식론을 통한 개인의 인식과정 설명 역시 세상에 태어난 개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식을 형성하고 획득하는 것인지 명쾌함을 주지 못한다 . 이러한 난점을 후대는 피아제의 발생학적 인식론을 통해 해결하려 하나 , 이 역시 인간의 인식과정을 지나치게 인지주의적으로 설명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이숙정 , 2004).
이 장에서는 인식론의 총체적 조망에 의거하여 중도 · 중복장애인의 세계 인식현상을 접근하기 위해 신체현상학에 주목한다 . 신체현상학은 인간에 대한 인식지평 확대는 물론 중도 · 중복장애의 존재현상 및 이에 의거한 의사소통 능력을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 나아가 아래의 논의를 통해 국내 특수교육 이론과 실천을 주도하는 실증주의적이고 행동주의적 인간 이해에서 벗어나 중도 · 중복장애인을 윤리적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교육을 비로소 가능하게 하는 인간학적 기반을 모색하고자 한다 .
<그림 17> 메를로 퐁티
현상학 이전에 규정된 ‘ 현상’이란 인간의 인식과는 직접적인 유기적 · 논리적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건이나 사물 자체를 의미한 반면 , 후설 (Husserl) 에 의거한 현상학 ( 現象學 , phenomenology) 에서의 ‘ 현상’이란 인식의 주체인 나의 의식에 의해 경험된 특정 대상이 나의 의식 앞에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의미한다 . 즉 현상이란 나의 고유한 의식이나 의식의 물질적 대상만을 따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 ‘의식의 물질적 혹은 비물질적인 대상이 의식과의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험’ ( 신경림 , 2003, 54) 을 의미한다 . 그러기에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결과로서의 현상은 인식 주체 개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주관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 나아가 현상학이 의도하는 ‘현상을 파악한다’는 것은 사물의 존재를 관습적으로 소박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중지하고 , 일상적인 자연적 태도를 괄호 ( 括弧 ) 속에 넣은 다음 ( 현상학적 판단중지 ), 남아 있는 순수의식의 본질을 기술하려는 것이다 . 즉 인식 대상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배제된 상태에서 ‘사물 그 자체로 돌아가’ 있는 그대로 보면서 나의 의식과 그 대상의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관계를 포착하는 것을 말한다 .
지각심리학자였던 메를로 퐁티 (Maurice Merleau-Ponty) 는 20 세기 가장 의미 있고 설득력 있게 인간의 몸과 신체성에 대한 철학을 전개한 사상가로서 후설의 현상학을 한 차원 높은 단계인 지각의 현상학 , 신체의 현상학으로 발전시켰다 . 그는 몸을 철학적으로 가장 세밀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고찰한 인물이다 . 후설의 현상학이 인간의 존재를 의식 위주로 본 반면에 , 메를로 퐁티는 인간 존재를 규명하기 위해 인간의 의식에 기원하는 신체성에 주목한다 . 인간이 세계 속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초기의 메를로 퐁티 현상학은 ‘ 몸’을 중심으로 , 후기에 가서는 그것이 ‘살’ 이론으로 바뀐다 . 몸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존재한다면 살은 개인과 개인 간의 상호교류 , 즉 상호주관성 차원에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 다음에서는 신체현상학을 이해하기 위한 주요 개념을 ‘의식의 지향성’ , ‘지각의 선차성 ’ , ‘감각의 의미부여 현상’의 세 가지로 정리하여 설명한다 .
‘의식의 지향성 (intentionality) ’이란 ‘모든 의식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이다’를 의미한다 . 인간의 의식은 일단 움직이면 언제나 특정 종류의 대상에 닿으려 그곳을 향해 움직여 나간다 . 그러기에 의식의 대상이 없는 의식은 없으며 , 의식작용이 없는 의식의 대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 역설적인 예를 들면 ,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일부러 눈을 꼭 감는 순간에도 우리의 의식은 눈에 남아 있는 잔상을 찾거나 빛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는지 의식의 대상을 찾는다 . 아무것도 듣지 않으려 일부러 귀를 틀어막는 순간에도 우리의 의식은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소리가 없는지 , 정말 아무것도 안 들리는지 의식의 대상을 구한다 . 왜냐하면 인간의 의식은 항상 ‘세계로 향해 있으며’ 의식의 대상을 구하기 때문이다 . 이처럼 대상과 그를 향한 의식의 지향성은 어쩔 수 없이 인식의 대상과 주체를 연결하는 독특한 상관관계를 띤다 .
의식의 본질을 지향성에서 구한 후설의 철학은 이로서 인간과 세계의 본질적 존재구조를 밝힌다 . 그에 따르면 의식이 항상 의식 대상을 지향한다 함은 인간 존재를 ‘세계로 향해 있는 존재’ (Zur-Welt- Sein; being to the world) 로 규정한다 .
메를로 퐁티는 신체 현상학을 제안하면서 인간의 의식 이전 , 즉 전반성적인 단계인 몸을 통한 인간의 원초적인 인식형성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종전의 서양철학이 인간의 의식 , 인식 , 이성중심의 사유방식을 논의하였다면 메를로 퐁티에 이르러서야 의식 , 인식 , 이성의 성립에 기저가 되는 몸을 통한 인간의 인식형성 과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 의식과정에서의 신체성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메를로 퐁티는 인간의 실존을 ‘ 신체성’에 바탕한 ‘세계로 향해 있는 존재’로 규정한다 . 즉 세계와의 대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간 ‘의식의 지향성’뿐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어떤 ‘신체적인 의도성’에 연원한다고 주장한다 . ‘ 지각’과 ‘ 움직임’이라는 총체적 감각기관으로서의 ‘ 신체성’은 세계로 향해 있는 인식활동 저변에 항상 작동하고 있으며 , 신체는 우리의 세계 경험을 비록 ‘전반성적 (pre- reflexiv ) ’ 차원이지만 가장 먼저 지각하고 , 기억하고 , 표현하며 , 이로써 고차원적인 이성적 · 인지적 활동의 중요한 바탕을 제공하게 된다 . 즉 신체성은 인간의 지각 및 이성적 활동에서도 철저히 , 그리고 근원적으로 관여한다 . 그 결과 우리가 지각하고 인식하는 세계라는 ‘ 실체’는 결국 각자의 신체성에 의거하여 개개인의 주관에 의해 구성되는 개별적인 현실을 나타낸다 .
<그림 18> 육화된 의식과 표현
메를로 퐁티는 신체성의 특징을 우선 ‘인식 능력’으로 설명한다 . 그는 환상지 ( 수술 , 사고로 손 , 발 등이 절단되었지만 절단된 손 , 발이 생생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일 ) 현상을 근거로 삼아 몸이 객관적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 향한 존재’임을 확증하고 있다 . 인간의 뇌 속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생리학적인 관점에 의하면 환상지는 뇌의 구조 문제로 치부될 수 있으며 인간의 마음을 연구한다는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환상지는 잘린 수족을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적 의지 문제로 약화된다 . 인간의 몸을 기저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뇌에서 그 원인을 찾고 인과적으로 설명하려는 생리학과 인간의 외현적인 행동을 동기와 의지 등 심리적 요소로 규명하려는 심리학의 설명은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해 주지 못한다 . 메를로 퐁티는 생리학과 심리학의 놓쳐버린 살아 있는 신체의 기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인간의 존재방식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 메를로 퐁티의 환상지 현상도 심리학에서 설명하는 억지를 부리는 고집이 아니라 결핍 , 절단에도 불구하고 세계로 지향하고 , 세계를 인식하려는 참여의식의 발로로 보고 있다 . 신체를 가진 생명체는 끊임없이 세계 인식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있으며 사고나 질병으로 사지가 절단된 사람인 경우 바깥으로 향하는 통로가 차단됨으로써 현실적으로는 자신의 사지가 절단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현실을 과거의 추억이나 기억으로 회귀하려는 , ‘과거의 현재화’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 이러한 관점은 우리가 생각하듯이 과거 , 현재 , 미래가 단절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첩되고 이중적으로 발달되는 연속적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
둘째 , 메를로 퐁티는 신체성의 특징을 ‘기억 ( memorative ) 능력’으로 설명한다 . 인간의 몸 , 신체는 단순히 기계도 아니고 물질도 아닌 ‘ 육화된 의식’이다 . 이는 인간의 의식이 인간의 신체를 벗어나 독립적인 실체로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몸과 마음을 이분법적인 사고로 설명하며 몸이라는 것을 극복해야 할 오류와 욕망의 대상으로 치부되어 온 종래의 통념을 정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개념이다 . 메를로 퐁티는 몸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물로 향하는 ‘ 육화된 의식’을 보여준다 . 이 점은 우리의 몸을 통한 활동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 우리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컴퓨터나 운전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 우리는 낱자와 자판의 자릿수를 확인하는 수고를 거치지 않고 거의 자동적으로 이러한 일을 동시에 수행한다 . 우리의 몸이 육화된 의식이 아닌 물질로서의 실체로 존재한다면 우리는 낱자 한 자 보고 , 컴퓨터 자판 자리 익히고 , 손으로 그 위치를 정확하게 누르는 일련의 인위적인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처음에 타자를 배울 때는 이러한 분할된 과정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인간의 몸은 일련의 과정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수행해서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 우리의 몸이 한낱 의식과 정신과 분리된 물질로서 존재하는 대상이라는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 이러한 입장은 우리가 자전거를 타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나 운전하는 등 실제적인 활동을 수행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
이처럼 세계로 향해 있는 인간존재를 규정하는 신체성은 이처럼 세계경험이라는 바다에서 세계와 나를 묶고 연결해 주는 ‘닻’ ( Verankerung ) 역할을 하며 , “신체성을 바탕으로 인간은 주체와 객체의 이원성 , 내부와 외부의 이원성 , 현존적 존재와 이성적 존재의 이원성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 신체성은 오히려 이러한 이원성을 가로지르는데 , 신체라는 실존적 공간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것이 비로소 자신의 의미를 갖게 된다” (Seewald, 1992, 29). 인간존재는 정신과 신체의 통일성 안에서 세계를 포착하며 , 누구나 자신의 신체성에 근거하여 나름의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세계를 구성하고 , 고차원적인 정신활동에서도 부지불식간에 신체성이 항상 근원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 ‘지각의 선차성’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인간 실존의 특성과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킨다 . 이를 바탕으로 피아제식의 인지발달 단계이론에서 신체성에 근거하는 감각 운동적 경험이 차지하는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으며 , 더군다나 추상적이며 탈맥락적 정신작용에 오히려 방해되는 하급의 인지적 경험으로 평가절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우선 기존의 지각생리학에서 주장하는 감각과 지각에 대한 구분과 달리37) 메를로 퐁티의 신체성에서는 감각과 지각 모두 신체성에 기원한 원초적 인식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 경우에 따라선 감각을 지각과 동일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신체현상학 입장에서 보면 감각과 지각은 신체성 그 자체이다 . 이와 달리 전통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인식을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틀로 구성한다 . 신체를 통한 직접적 체험인 감각 , 지각은 고도의 인지 및 사고와는 별개이며 , 지각된 것은 개별적이고 단편적이고 , 오로지 고도의 인지과정에서 사고된 것이 보편적이며 지속적인 것으로서 변화에도 불변하는 것 ( Invarianz ) 으로 여긴다 (Giorgi, 1985).
이에 반해 메를로 퐁티는 그의 저서 『지각의 현상학』에서 세계 인식에서 인간의 의식과 사유활동에 앞서는 ‘지각’ (perception) 의 선차성을 강조한다 . 그에 따르면 지각이란 나와 사물의 원초적인 만남으로서 주관과 객관을 직접 연결하는 전반성적인 원초적 체험이다 . 따라서 지각이란 어떠한 반성 ( reflexion ) 이나 판단 이전에 이미 세계와 관계하고 , 인간이 세계 내에 존재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 육체와 정신 간의 근본적인 양면 관계를 보여주는 인식론적 요지이다 .
따라서 지각된 세계는 모든 존재의 전제가 되는 근거로서 작용한다 . 이처럼 세계를 지각하는 주체는 바로 인간의 몸 , 신체이고 , 몸을 주체로 해서 인간은 세계와 분리된 개념이 아닌 애매하게 교류하는 관계로 지각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 세계는 모든 지각의 지평이자 하나의 장으로서 나는 세계를 바라보고 , 세계는 나를 바라보면서 나의 지각과 몸속에 녹아드는 것이다 . 그러므로 세계와 나의 의식과 나의 몸이 서로 확연히 분리되지 않은 장을 형성하게 된다 . 이렇게 생성된 세계의 장 안에서 우리는 지각활동을 통해 세계로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
메를로 퐁티는 자신의 지각이론을 통해 그동안 전통철학과 과학이 내세우는 인식론에 반기를 들고 , 이들이 전제해 왔던 근거 자체를 부정한다 . 그는 이성에 의해서 구성된 과학적 세계가 아닌 우리가 직접 살고 체험하는 있는 그대로의 실존적인 세계를 추구한다 . 지각된 세계야말로 “항상 원초적인 의미로 이해되어야 하고 , 지각의 주체는 항상 자신의 지각대상과 연결되어 있다” (Heise, 1998,106). 사고 이전에 지각을 통해 체험된 선-의식적 세계는 인간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며 , 나의 지각을 통해 세계는 이미 의미 있게 구성되어 있다 . 따라서 메를로 퐁티는 모든 학문이 추구하는 진리 , 객관성 , 가치 등의 진정한 원천을 이성이 아닌 지각으로 본다 .
이러한 메를로 퐁티의 지각이론은 지각에 대한 후설과 칸트의 고전적인 해석과도 차이를 보인다 . 후설은 감각적인 질료 (Hyle) 에 의식 작용인 노에시스 (Noesis) 가 작동하여 의미 형성체인 노에마 (Noema) 가 성립된다고 하는 이른바 ‘ 삼각구도’를 통해 지각작용을 설명하고 있다.38) 칸트는 감성에서 받아들인 감각자료에 감성 형식인 시간과 공간이 가해지면 감각적 직관이 되고 , 여기에 지성이 형성되면서 발생한 개념이 상상력을 통해 형성된 도식을 매개로 결합됨으로써 경험적 인식 , 즉 지각적 인식이 성립된다고 말한다 . 즉 전통적 해석의 요점은 ‘선험적 의식’이 감각적인 것들에 활력을 불어넣고 내적으로 영양을 공급하여 최종적으로 의미형성체 또는 경험적 인식을 도출한다는 것이다 . 감각과 지각적인 것 자체로는 유의미한 인식에 도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
<그림 19> 미켈란젤로의 스케치
이에 반해 메를로 퐁티는 인식을 구성하는 주체로 선험적 의식 대신에 신체성을 내세운다 . 신체성 , 즉 인식주체의 몸 자신이 일차적인 감각자료나 질료들과 함께 하나의 인식체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 즉 지각대상과 지각주체가 내밀히 연결됨으로써 인식을 위한 ‘두툼한 두께’를 지닌다 . 지각하는 주체인 몸 자신이 지각 대상과 긴밀하게 연결될 때에만 지각대상이 두툼한 두께를 지니고 거기에 존재할 수 있게 되며 , 몸 자신이 가시적인 광경에 활력을 불어넣고 내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나의 몸 자신 , 신체성은 나의 인식활동에서 진정한 주체이고 , 의식을 구성하는 유의미한 인식활동은 이미 지각에서부터 시작된다 . 앞서 논의한 의식의 지향성도 나의 몸을 통해 세계로 향해 있는 것이고 , 인식대상인 세계도 일차적으로 나의 신체성과 대면하게 된다 . 나아가 대상으로부터의 수많은 자극은 내 몸의 여러 부분을 통해 수용된다 . 이때 많은 자극들에 대해 몸 전체와 그 각 부분들이 아무렇게나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고 통일된 조화로운 방식으로 움직인다 . 인간의 신체성은 여러 기관이 모자이크처럼 별개로 결합된 것이 아니라 , 항상 몸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적 원리에 의거한다 . 이 통일적 원리가 바로 메를로 퐁티의 ‘ 몸틀 ’ 개념이다 . 몸틀이란 하나의 지평 (horizon) 으로서 세계를 하나 되게 구조화하는 능력이며 , 몸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통일성이다 . 몸틀의 개념은 우리가 흔히 아는 습관과 비슷한 개념이다 . 즉 몸틀은 사유 없이 이루어지는 행위의 기초로서 , 학습을 통해서 몸틀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 . 여기서 새로운 습관을 획득한다는 것은 몸이 세계 내의 목적을 향해 자신을 수렴시키고 운동해 가며 몸의 존재 양식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을 계속 획득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
또 우리의 신체가 특정한 시공간에 묶여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지각활동도 우리의 신체성에 종속되어 일어나게 됨을 의미한다 . 다시 말해 인간은―아동이나 성인 모두―자신의 신체에 의해 규정된 방식으로 세계를 지각한다 . 이와 관련하여 심리학적 지식을 겸비한 페터 북이란 아버지의 대화 내용을 인용해 본다 .
“어느 날 저녁 , 제 막내딸이 저녁식사로 나온 빵이 먹기 싫다는 거예요 . 제가 꼭 먹어야 한다고 했더니 , 무조건 싫다고 우기는 겁니다 . 그래서 제가 빵을 반으로 잘라 주었더니 질색을 하면서 그러는 거예요 . ‘아이 , 이젠 빵을 더 많이 먹어야 되잖아 ! ’ 당시 제 딸은 아직 어려서 학교에 안 다녔어요 . 피아제 식으로 얘기하자면 전조작기에 해당되는 인지구조를 가졌던 셈이죠 . 제가 피아제를 안 읽었더라면 딸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거예요 . 제 딸은 빵을 자르면 빵이 ‘더 많아’진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 ” (Rumpf, 1991, 324).
“아주 재미있는 얘기군요 . 그 당시 따님에겐 소위 ‘질량불변의 법칙’이나 음식의 ‘불변성’ 같은 개념이 없었겠지요 . 즉 빵 한 조각을 반으로 나누어 먹어도 결국 그 빵 전체를 한꺼번에 먹는 것보다 더 먹거나 덜 먹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 그러나 따님이 그때 얘기하려고 했던 건 , 아마 그런 것이 아닐 겁니다 . 따님은 빵이 더 많아졌다는 것보다는 , 오히려 가뜩이나 먹기 싫은 빵을 반으로 자르니 그 혐오감이 더 많아졌다는 걸 얘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요 ? 어린 시절에 저는 아주 역겨운 피마자기름을 약으로 먹어야 했어요 . 그래서 여러 번으로 나눠서 삼키지 않고 단 한번에 다 삼켜버리곤 했죠 . 이런 제 해석이 꼭 맞으리란 법은 없지만 , 아이들의 경험에 대해 어른들이 좀 더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고 , 우선 같이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봐요 . ” ( Wagenschein 이 P. Buck und W. Koehnlein 과 나눈 인터뷰 , 같은 곳 , 325).
북 씨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 아버지에겐 딸의 ‘고집이나 , 빵 먹기 싫은 투정 같은 일상적 의미들이’ ( 같은 곳 ) 아버지의 이론적 시각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 아버지나 딸에게 의식의 대상은 ‘두 쪽으로 나누어진 빵’이다 . 피아제의 논리는 , 아버지의 인지구조는 이미 고차원적이라 빵이라는 대상을 ‘수 개념’을 동원해 ‘두 개로 나누었지만 같은 양의 빵’으로 지각한 반면 , 아직 낮은 단계의 인지에 의존하는 딸은 ‘두 개로 더 많아진 빵’으로 ‘잘못’ 의식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부녀 간의 인식차이는 소위 ‘ 질적’으로 다른 인지구조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 딸은 그 빵을 우선 자신의 ‘ 신체성’을 통해 지각했다는 데 차이가 있을 뿐이다 . 즉 ‘먹어야 된다’라는 지극히 구체적이고 신체적인 ‘ 질서’가 빵이란 대상 내부에 존재하며 , 그래서 그 대상이 그렇게 조직되어 지각된 것일 뿐이다 . 신체현상학적 시각으로 볼 때 대상은 지각하는 순간 이미 인식주체에게 유의미하게 구성되고 인식되기에 대상을 올바로 지각했는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 “주어진 사물의 형국을 , 그것을 결합하는 의미를 가지고 창조적인 것으로 생성하는 것이 바로 지각 행위의 놀랄 만한 본질이다 . 지각은 여기서 단지 대상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 그것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 같은 곳 , 58). 그래서 지각행위는 이미 의미 자체를 담고 있는 ‘원전 ( 原典 , Urtext) ’ ( 같은 곳 , 41) 이다 . 바로 이 점에 아이들의 지각이 지닌 독특성이 있다 . 성인은 인식대상을 주로 ‘불변성의 테두리’ 안에서 지각하는 반면 , 아동은 대상을 ‘지나쳐 가는 외양의 다양성’ ( 조상식 , 2002, 67) 과 신체성을 통해 지각한다 . 즉 사물이나 타인에 대한 지각은 신체의 독자적인 실천에 의해 실행된다 . 메를로 퐁티는 아동과 성인 간의 지각구조를 ‘ 이형동질적 ’ (polymorphic) 구조로 명명한다 . 즉 아동의 지각은 성인 것과 구조는 비슷하나 단지 다른 방향으로 발달한다는 것이다 (Kono, 2002, 202).
아동의 세계는 아동 고유의 특정한 지각 배열 방식에 의해 설명된다 . 즉 세계는 아동의 신체성을 바탕으로 심리적 · 생리적 · 정서적 상태에서 아동이 처한 생활환경 ( milieuhaft ) 맥락에서 지각되며 , 논리적 구조가 아닌 인상-표현적 (physiognomic) 인 형태로 지각된다 . 아동들이 지각하는 세계가 성인들의 논리적 규준에 의해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 . 아동의 지각행위는 자기중심적이며 , 아동의 경험과 지각은 논리적 사고의 전단계로 , 성인의 논리적 조작 능력이 결핍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다름 아닌 성인의 자기중심적 시각일 뿐이다 .
결국 지각은 세계를 인식할 때 이성적 사유와 판단보다 신체에서 선차적으로 행해지며 인간이 세계를 접하게 되는 가장 우선적인 차원이다 . 우리는 메를로 퐁티의 지각이해를 통해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것이 아닌 통일체임을 알 수 있고 , 육체에는 정신이 담겨 있고 , 정신이 담긴 육체가 바로 신체 , 신체성 , 몸인 것이다 . 몸은 또한 인간이 세계로 향해 들어가 존재하는 수단 혹은 매개체이다 . 몸은 세계로 향해 나아가고 인간은 몸을 통해 세계를 경험한다 . 페퍼 (Pfeffer) 는 ‘몸은 표현’이라고 단언하면서 , 몸은 의식의 직접적인 표현이고 , 무의식적 존재의 표현이며 , 정서적 존재의 표현이고 , 제스처 혹은 언어로서의 표현 (1988) 이라고 하였다 . 인간은 세계에 대한 지향성으로 세계로 향하며 ( 후설 ), 세계 안에 머물면서 ( 하이데거 ) 존재하며 체험하는데 , 이 모두를 가능케 하는 것이 신체성 ( Leiblichkeit ) 이다 ( 메를로 퐁티 ).
중도 · 중복장애인들에게 보이는 ( 정신적 인식활동에 비해 ) 주로 생리적 현상 및 감각―움직임 현상의 우위 , 나아가 주로 감각―움직임을 매개로 한 그들의 세계 경험에 대해 우리는 자칫 우리 입장에서 그 가치를 의문시하게 된다 . 겉으로 보기에도 ‘매우 단순하고 미성숙한’ 존재 양상을 보이는 그들이 과연 자신들이 경험한 것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까 ? 나아가 경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의미 있는 경험의 축적인―자신의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
메를로 퐁티에 의거하여 단너 (Danner) 가 말한 것처럼 , 인식의 출발점인 감각활동과 이에 대한 주관적 의미 구성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 우리는 보통 자신이 감각적으로 경험한 것에 대해 어떤 의미를 느끼고 혹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시간흐름상 비로소 추후에 일어나는 정신적 활동 , 즉 반성적 의식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 또한 그렇게 반성된 의미만이 참된 의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이성지향적 의미론에 반대하여 , 감각 활동 자체에 이미 주관적 의미가 내재함을 메를로 퐁티의 철학이 말해 주고 있다 . 즉 인간의 감각활동은 단순히 육체의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 정신과 신체의 통일체인 ‘ 신체성’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것이며 , 항상 작동하고 있는 신체성 덕분에 몸을 통한 감각에는 이미 나만의 고유한 전반성적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 “‘의미’ (Sinn) 와 ‘감각’ (Sinne) 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 ‘ 감각’을 통해 얻어지는 개개의 ‘ 의미’는 자신만의 고유한 질적 특성을 지니며 , 이는 감각 자체가 갖는 특별한 ( sinnspezifisch ) ‘의미성’ ( Sinnhaftigkeit ) 을 나타낸다” (Danner, 1989, 83). 이에 대해 포르네펠트 ( Fornefeld ) 역시 ‘ 의미’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 인간의 삶 자체에 내재해 있는 것이라 본다 . “우리 개개인이 처한 삶의 상황에서 주고받는 물음과 대답의 결과가 바로 ‘ 의미’이며 , 그러기에 의미는 주관적이다 . 이는 중도 · 중복장애아동에게도 다를 바 없다” ( Fornefeld , 1991, 27).
지금까지는 육체의 물리적 기제로만 파악되던 감각과 지각에는 인간의 ‘ 신체성’으로 말미암아 세계와의 상호작용에서 주관적인 고유한 의미를 파악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용이 내재함을 의미한다 . 즉 신체성을 갖고 있는 인간존재라면 ( 장애 정도의 여부를 떠나 ) 누구나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 이런 의미에서 브라운 (Braun) 은 인간을 단순히 ‘감각적 존재’ ( Sinneswesen ) 가 아닌 ‘의미의 존재’ ( Sinnewesen ) 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Braun, 1985, 108).
메를로 퐁티의 신체성을 기반으로 한 담론은 과거 교육적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된 지적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자신의 독특한 교육방법인 ‘생리학적 교육방법’을 제안하면서 교육의 관계에서 몸과 마음의 관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세강의 교육이론과 연결된다 .
‘우리는 백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 무기력하고 움직임이 둔한 살덩이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신념을 가졌다 . 즉 겉으로 보면 그것은 단지 조직이 잘못된 물질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것은 환경을 잘못 만난 영혼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 마치 이 신념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우리가 근육을 겨냥하여 교육하였을 때 , 근육의 수축 현상은 우리의 명령에 의지의 불꽃으로 반응하였다 . 우리는 여러 감각을 겨냥하여 교육하였지만 , 어느 경우에나 겉으로 보기에 물질에 지나지 않은 감각기관에 인상을 남기는 일은 그 인상이 관념의 축척과 동일한 지위에 오르지 않고는 불가능하였다 . 우리가 가슴을 넓혀 주었을 때 , 거기서는 새로운 목소리가 나오면서 새 관념과 정조를 표현하였다 . 우리가 손의 힘을 강하게 해주었을 때 , 그 손은 노동을 통한 이상적 창조의 실현에 적합한 수단이 되었다 . 우리가 피부에 쾌락과 고통의 감각을 일으켰을 때 , 백치는 그것에 대한 응답으로 그의 새로운 도덕적 자질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기쁘게 하려고 애를 썼다 . 정말이지 , 그의 전영혼의 악기가 자아내는 진동을 받지 않고는 우리는 그의 근육의 섬유 한가락도 건드릴 수가 없었다 . ’
세계 인식에 대한 신체현상적 시각은 비장애아동 발달뿐만 아니라 중도 · 중복장애아동들의 지각 및 세계인식을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인간의 세계는 모든 인지적 행위에 앞서 전의식적으로 구성된다 . 개인의 세계는 의식적 인지 이전에 이미 신체성에 바탕한 주관적 의미로 채워진 세계이다 . 이러한 신체성에 기초한 세계인식은 장애 정도와는 무관히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 그러므로 중도 · 중복장애인의 인식행위는 더 이상 자기중심적이거나 혼미하고 열등한 것으로 파악되어서는 안 된다 ( Fornefeld , 1995, 103f.). 그들에게 이성 (Vernunft -어원상 Verstehen, 즉 ‘ 이해하다’에서 파생 ) 이 없는 것이 아니라 , 그들의 이성엔 ‘또 다른 하나의’ 평형상태가 존재한다 . 그들의 이성은 그들 고유의 생생한 생활 질서를 따르고 , 대상이 뿜어내는 표현적 인상을 지각한다 . 이처럼 그들 세계는 나름의 독특하고 주관적으로 충만한 의미로 채워져 있기에 이를 성인의 논리적 · 형식적 이성에 대해 합리화할 필요가 없다 . 신체성에 기초한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지각에 내재한 ‘또 하나의 다른 의미’가 다른 인지와 비교해 결코 질적으로 열등하지 않다 . 신체적 ( leiblich ) 삶의 의미는 인간발달에서 인지적 차원뿐만이 아닌 정의적 · 감성적 · 물리적 차원의 의미 복구 요청으로 확대된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신체성에 대한 반성은 우리 자신의 실존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
‘이해한다는 것은 곧 대답하는 것이다.’
- 보덴하이머 (Bodenheimer)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 논의는 우선 쌍방의 의사소통이 기본 축이 되며 , 특히 양자의 손상된 의사소통이 논제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한다 . 학생과의 성공적인 교육이란 단순히 적절한 교육내용이나 교수방법을 선택하는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 일차적으로 의사소통을 통한 상호이해 , 즉 ‘교육적 관계’ 형성 여부에 달렸다 . 양자의 교육을 어렵게 하는 의사소통의 손상 및 부재가 극복되는 과정에서 비로소 교육내용 및 교수방법에 대한 결정이 적절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관습적인 교육적 관계의 틀을 적용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손상되고 비대칭적인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 특수교사에게조차 낯설게 다가오는 타자로서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 , 나아가 중증장애로 인한 이들의 다양한 존재 양식은 교사로 하여금 자신의 교육행위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고 학생과의 교육적 관계를 딱히 규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 이는 현재 국내 특수교육의 이론적 패러다임으로는 이들과의 교육활동을 본질적으로 포착할 만한 개념과 사고를 도출해 낼 수 없음을 의미하기에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교육활동의 본질인 의사소통에 대해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
인간의 삶은 의사소통에 의해 성립된다 . 이때 보통은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 (verbal communication) 만을 생각하기 쉽다 . 그러나 움직임학 ( Kinestics ) 의 창시자인 버드위스텔 ( Birdwhistell ) 이 말하길 , 같은 언어권에서조차 언어적 의사소통이 전하는 내용은 전체의 30% 에 불과하고 70% 는 상호 비언어적 의사소통 (nonverbal communication) 에 의해 전달된다는 것이다 .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대표적 형태로는 침묵 , 준언어 (paralanguage), 몸짓언어 , 공간언어 등이 있다 .
우선 중도 · 중복 장애유아 및 아동은 비상징적 의사소통 ( nonsymbolic communication) 체계를 사용하며 (Snell, 2002; Wetherby et al., 2000), 이는 전체 언어발달 과정 중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의 일시적인 것이 아닌 , 이들에게 고유한 형태의 고유한 (idiosyncratic) 의사소통 행위로 간주된다 (Snell & Loncke, 2002). 비상징적 의사소통은 형식적 상징체계 ( 단어 , 사인 , 또는 그림 상징 등 ) 를 거의 또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 상징 이전의 형태인 몸짓 , 눈짓 , 얼굴 표정 , 소리내기 (vocalization), 문제행동 , 과거의 일상생활 재연 , 그리고 반향언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함을 의미한다 (Wetherby et al., 2000). 이는 ‘ 전상징적 ( presymbolic ) ’ , ‘전언어적 (prelinguistic) ’ 또는 ‘비언어적 (nonlinguistic) ’ 의사소통으로 불리며 (Wetherby & Prizants , 2000), 명확하지 않고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는 음성 및 몸짓이나 눈 응시 , 손으로 가리키기 등의 행위이다.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의사소통 방식이 비상징적일지라도 자신의 감정 , 생각 혹은 요구 등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의도는 일반 아동과 다르지 않으며 , 그들 고유의 독특한 표현 형태를 지니고 있다 ( 박은혜 , 2003). 이러한 비상징적 의사소통 형태는 주시형 ( 눈 응시하기 , 눈 지적하기 등 )(Caselli, et al., 1998; McCathren , Yoder, & Warren, 2000), 지시형 ( 가리키기 , 팔 뻗기 등 )( Beuklman & Mirenda, 2000; Loeding, Zangari & Lloyd, 1990), 동작형 ( 사물 만지기 , 다가가기 , 건네주기 , 보여주기 등 ), 정서형 ( 얼굴 표정 , 만족감 , 불만족감 , 부적절한 행동 ) 으로 나타난다 ( 박경옥 , 2005). 그럼에도 중도 · 중복장애아동들은 상대방의 의사소통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여 반응하지 못하거나 , 적절한 반응의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 또한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대화상대자도 그들의 초기 의사소통 신호를 파악하고 반응하는 데 민감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Houghton, Bronicki & Guess, 1987). 즉 장애아동이 보이는 눈짓 , 몸짓 등을 통한 의사소통 의도 및 신호는 일반아동보다 더 미세하기에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위의 연구 결과에 의거할 때 , 다인수 학급에 입급되어 있는 중도 · 중복 장애 학생 교육은 개별적인 의사소통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 ‘교육의 핵심은 의사소통적 실천’이라는 마스켈라인 ( Masschelein , 1996, 173) 의 말처럼 , 교육적 행위에는 의사소통적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맺음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 교사의 일상적인 관심과 주의로는 이들의 미세한 의사소통 의도 및 신호를 쉽게 포착하기 어렵기에 학생의 맥락적 삶에 대한 이해와 교사의 각별한 의사소통 시도가 요구된다 . 나아가 비상징적 의사소통에 대한 이론적 이해와 더불어 이러한 의사소통 행위가 교육현장의 살아 있는 (lived) 경험 속에서 어떻게 교육적 관계맺음으로 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유가 요청된다 . 즉 단순히 의사소통 행위 자체를 증가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이들의 단절된 소통현실과 소외된 삶이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지 , 나아가 해당 학생의 삶과 인식의 지평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적 사유가 요청된다 .
1. 중도 · 중복장애인의 ‘손상된 의사소통’ (Bodenheimer)
의사소통에 대한 여러 정의의 공통점 중 하나는 최소한 2 인 이상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호 관계한다는 것인데 , 이때 단순히 물리적 차원의 정보뿐 아니라 그 정보에 담긴 의미가 쌍방의 주관적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 나아가 의사소통을 정보 차원이 아닌 쌍방의 실존적 만남으로 규명한 마르틴 부버 (Martin Buber) 는 의사소통의 본질을 쌍방의 ‘ 부름’과 ‘ 대답함’으로 정의하고 , ‘너와 나의 진실한 실존적인 만남’이 전제될 때 쌍방 모두에게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 나아가 구성주의자 바츠라빅 ( Watzlawik ) 이 얘기하듯 , ‘인간은 항상 의사소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이기에 , 장애정도와 무관히 인간이면 누구나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 특히 타인들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보이는 중도 · 중복장애인들에게 이러한 의사소통 및 이를 통한 관계형성은 바로 교육의 출발점이자 , 교육 그 자체를 의미한다 ( Fornefeld , 1995).
최근의 의사소통 이론은 발신자와 수신자의 상호작용 과정이라는 전통적 이해 (Shannon & Weaver, 1949) 에 덧붙여 소통에 관여하는 구체적 상황이나 맥락 등에 더 주목한다 (Hall, 1980; Jakobson, 1997). 발신자와 수신자라는 두 주체 사이에서 자신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 표출되는 다양한 표현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의사소통이며 , 발신자가 보낸 메시지가 효과를 낳거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수신자가 우선 그 메시지를 의미 있는 담론으로 받아들여 그 의미를 해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이처럼 양자가 감정이나 태도 혹은 정서적인 접촉을 통해 공통된 표현과 의미를 공유할 때 비로소 양자의 합일로 의사소통이 성립된다 . 이에 의거할 때 교육적 의사소통이란 교육 당사자인 교사와 학생이 적극적인 상호작용과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형성된 관계를 바탕으로 의미해석의 동일성을 획득하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는 행위로 볼 수 있다 . 그러나 교육 당사자인 교사와 학생은 각기 상이한 상황적 맥락과 경험에 처한 독립적 존재들이기에 의미공유는 쉽게 보장되기 어렵고 , 의사소통 수단과 그 의미 역시 가변적이며 복잡한 양상을 띠기에 언어의 상호 일치성은 부정되며 , 서로 바라보는 시선이 상반될 경우 의사소통 단절은 가속화된다 ( 배선애 , 2004).
“메아리의 매력은 우리가 낸 소리가 그대로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 숲 속에서 우리가 ‘누가 베젤 (Wesel) 의 시장 ( 市長 ) 이냐 ? ’ 라고 외치면 , 메아리는 ‘ 베젤 ’ 대신 ‘ 에젤 ’ ( Esel ) 이라고 답한다 . 원래 소리가 축소되어 우스운 메아리로 되돌아오는데 , 변화되어 들려오는 메아리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확인한다 . ” (Bodenheimer, 1967)
중증장애로 인해 일생 동안 타인의 보살핌에 의지하는 중도 · 중복장애인들은 단지 인지적인 무능력을 빌미로 삶의 많은 영역에서 , 인간의 기본 속성이자 삶의 질을 보장하는 자율결정권 내지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한다 . 또 피아제 식의 인지발달론적 규범에 의해 평생 유아단계에 머무는 것으로 오해받는 중도 · 중복장애인들은 그래서 더욱 교사나 부모로부터의 ‘타율적 결정’에 길들여져 왔다고 볼 수 있다 .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 자기결정권’의 개념 역시 비장애인의 이성적 규범에 따라 규정된 것이며 , 이러한 편향된 시각으로 인해 중도 · 중복장애인들의 행동에 내재된 자기 결정적 가치를 쉽게 간과하고 , 이를 단순히 ‘ 문제행동’으로 치부해 버릴 위험이 있다 . 즉 우리의 규범적 기대와 해석의 범위를 뛰어넘는 소위 그들의 ‘ 이상행동’을 유아적이고 미성숙한 행동으로 간주하고 우리의 타율권 행사를 정당화한다 . 그러나 역으로 소위 중도 · 중복장애인들이 보이는 ‘이상행동’ , ‘문제행동’ ( 예를 들어 회피 , 도피적 성향 ) 이 결국 외부세계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관계단절로 인해 스스로 닫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 나아가 이러한 ‘ 이상행동’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세계에 나름대로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 존재론적으로 능동적인 인간 본성에 의거해 볼 때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기본능력이자 기본 권리로 이해되어야 한다 . 중도 · 중복장애인이 보이는 상동적인 자가 자극 , 자해 행동 등은 결국 이러한 자기결정권 박탈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행동일 수 있으며 , 나아가 외부세계로부터의 간섭 없이 그들이 최소한 자신의 신체를 대상으로 행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율적’ 행동은 아닌지 반문할 수 있다 .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보덴하이머 (Aron Roland Bodenheimer) 에 따르면 인간은 실존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 의존하며 ,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 1967 년 발간된 『인간관계에 대한 실존철학적-심리분석적 해석서』에서 그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존재 및 자아에 대한 확인과 확신’이라 규정한다 . 하이데거의 실존철학적 논조와 같은 맥락에서 보덴하이머는 인간은 자신의 현존 속에서 항상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는 욕구를 지니는데 , 이는 타인과 자신 사이의 경계를 확인하려는 욕구로 구체화된다 (Bodenheimer, 1967, 44) 고 한다 .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확인은 이미 반성적 차원 이전에 시작되며 , 존재론적 정체성은 유아독존적 고립상태가 아닌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확인되므로 이를 위해 타자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 이는 중도 · 중복장애인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 나아가 보덴하이머는 위와 같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한 자아확인 과정을 메아리에 비유한다 . 인간은 아무 소리 없는 정적 속에서 존재 상실을 두려워하므로 타인과의 대면에서 자신의 소리침 혹은 부름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 한다 . 이 경우 메아리의 특징은 나의 부름이 약간 변형되어 되돌아오는 것인데 , 바로 ‘나의 부름’이 ‘너의 대답’이라는 변형된 형태로 되돌아오고 , 이를 통해 양자 사이에 미미하나마 관련성이 성립될 때 그 대답은 ‘유의미한’ 대답이 된다 . 이러한 ‘ 부름’에 대한 ‘ 대답’의 변화는 대부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일어나지만 , 메아리가 전혀 기대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타나서 나의 부름과 아무 연관이 없거나 , 나의 부름이 상대방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해 대답이 없을 경우 나는 ‘ 당황’하게 된다 . 이러한 당황함은 곧 두려움으로 이어져 쌍방 간에 유의미한 의사소통 관계가 성립되지 못하며 , 나아가 의사소통 파트너로서 쌍방의 자아 확인 , 즉 자아정체감 형성은 불가능해진다 . 이러한 악순환이 쌍방으로 반복될 경우 의사소통의 단절은 불가피하다 (Bodenheimer, 1967). 이를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 교사 간의 관계에 연결해 보면 , 교사나 중도 · 중복장애 학생 모두 서로 부르지만 , 교사나 학생의 부름이 상대방에게 유의미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 이에 대한 상대의 무응답이나 나의 기대에 미치지 않는 , 예측범위를 벗어난 무의미한 대답일 경우 부름과 대답 간에 연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 이처럼 타인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경우 쌍방은 모두 자기 확인 없이 당황한 채 응시하며 상대방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는 소외감을 느낀다 . 보덴하이머는 그러나 ‘심한 장애’가 ‘관계 손상’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 장애로 인한 관계형성의 어려움 및 손상된 관계에 대한 책임은 장애학생과 교사 모두에 기인한다고 본다 . 나아가 교사의 책무는 장애학생만의 자연적 의사소통 언어를 포착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 의사소통 수단만 다를 뿐 인간 누구나 관계형성 능력을 갖기 때문이다 .
나아가 의사소통 파트너 간의 상이성 또한 인정되어야 한다 . 쌍방의 부름에 대한 메아리가 처음의 부름 그대로의 형태라면 , 여기서는 남과 다른 나의 자아를 확인하는 정체성도 구성될 수 없고 , 진정한 의미의 ‘ 관계’도 형성될 수 없다 (Bodenheimer, 1967, 79). 관계의 역학은 나와 너 쌍방의 경계 안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주장하고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며 , 이때 타인의 상이성 , 타자성은 관계 형성을 위해 긍정적이고 구성적인 요소로 인식되어야 한다 . 그러므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이 보이는 ‘특이한’ 의사소통 방법이나 현상은 교사의 그것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기에 , 교사의 ( 교육적 ) 부름에 대한 학생의 메아리 속에 담긴 유의미성을 찾는 것 , 나아가 장애학생의 기대 및 예측범위에 부응하는 메아리를 보내는 것이 교육적 과제라 할 수 있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교육활동의 전제조건인 의사소통과 관계 형성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한 , 교사와 학생 간의 손상된 관계는 지속될 수밖에 없고 , 그 결과 교사는 관계형성이 별로 요구되지 않는 학생의 신변처리나 보호활동에 자신의 교육활동을 국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
2. 신체현상학에서 본 중도 · 중복장애인의 의사소통 능력
서로 말이나 일상의 표정 등으로도 소통하기 힘든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경우 , 이들과의 의사소통은 어떠한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가 ? 이 질문은 포르네펠트가 신체현상학적 인식에 근거하여 교육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한 주제였다 . 앞서 언급했듯이 중도 · 중복장애인과 주변 세계는 서로 이해하지 못한 채 심각하게 단절되어 있기에 , 이들과의 교육의 시작 및 교육행위의 본질은 바로 서로 어떻게든 소통하는 일 , 소통을 통해 서로 이해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이 보이는 의사소통 행동의 의미와 본질은 수량적으로 파악될 수 없는 주관적 차원이기에 이를 포착하고 여기서 교육의 착안점을 찾는 것이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의 주요 과제라 할 수 있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과의 의사소통은 처음부터 모든 이들에게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이들의 이해에 다음과 같은 상반된 의견이 도출될 수 있다 .
‘ 페터가 자신을 피가 나도록 물어뜯고 , 레기나가 자기의 분뇨로 얼굴을 문지르며 , 우베가 하루 종일 계속 몸을 흔들어 대는 것을 나의 의미지평 안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 이런 행동은 오로지 ‘ 무의미’하다고밖엔 얘기할 수 없을 것이며 , 이런 무의미함 속에선 어떤 개인적 의미의 준거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Schuhmacher, 1987, 161). ’
‘아동이 자학적으로 스스로 물어뜯는 것은 화가 나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 아동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이런 방식으로 자기를 체험하는 것이다 . 이때 아동의 행동은 자신의 세계로의 의도성을 자율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며 , 이런 상황에서 소위 ‘난폭한’ 행동이란 곧 ‘세계로 향해 있는’ 아동이 자신의 존재방식을 표출하는 것일 뿐이다 (Pfeffer, 1988, 33). ’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제한된 의사표현 방식과 나아가 이에 대한 우리의 제한된 이해로 인해 그들의 실존적 존재방식과 표현은 외부세계로부터 쉽게 오해되거나 심지어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인식 , 배움 , 교육 현상 등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이 자신의 신체성을 바탕으로 세계로 표출하고 있는 의미지평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과제이다 .
앞장에서 신체현상학이 과학주의에 근거한 계량화 및 대상화된 신체 개념 대신 ‘ 주체로서의 신체’ , ‘살아 있는 신체’라는 개념으로 신체적 가치의 우위성을 강조함을 알 수 있었다 . “인간에게 ‘ 존재한다’는 것은 신체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Merleau-Ponty, 1966). 이러한 신체적 존재양식은 의사소통 행위에 대한 인식의 범위를 확장해 준다 . 즉 소통이란 언어 이전에 이미 신체적 차원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말이다 .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만남에서는 우선 서로 몸짓이나 얼굴 표정이 오가며 이러한 행위에 쌍방의 신체성에 의거한 의사소통적 의미가 부여되고 구성된다 . 즉 신체적 · ‘선-의식적’ 차원에서 감각경험과 지각 , 나아가 움직임을 매개로 하는 ‘기초적’ 의사소통이 시도된다 . 이와 관련하여 중도 · 중복장애인들은 일반적인 언어나 관습적인 의사소통 수단 , 즉 ‘일반적인 관계형성 형태들’ 대신 주로 신체의 생리적 현상들 , 예를 들어 침 , 눈물 , 몸 냄새 , 호흡 , 체온 , 움직임 등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다 ( Fornefeld , 1989). 이러한 생리적 차원에서 드러나는 ‘전언어적’ · 비상징적 차원의 의사소통적 표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중도 · 중복장애인과 의사소통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한계가 따르고 , 그 결과 타인들과의 관계는 초기부터 손상될 수밖에 없다 .
<그림 20> 미켈란젤로의 스케치
메를로 퐁티의 신체성에 기초한 지각의 선차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장애 유무 및 정도와 무관히 누구나 신체성을 바탕으로 세계와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나름대로 세계를 인식하고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주관적 세계를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중도 · 중복장애인도 비장애인과 ‘윤리적으로 동등한’ 나름의 자기세계를 구성하며 , 세계와 의미를 주고받는 , ‘ 의사소통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 (Watzlawick) 이다 . 그들의 세계와의 상호작용은 우리에게 익숙한 상징적 언어의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기에 그들이 전달하려는 의사를 감지할 수 있는 안테나가 필요하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면 , 교사는 그들의 의사소통 수단인 , 신체의 생체학적 현상들 , 즉 언어이전 단계의 ‘기초적인’ ( elementar ) 언어를 이해하고 , 이를 매개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이 합리적 사고 이전 단계의 , 언어 이전 단계의 , 또는 신체를 통한 의사표현 수단을 사용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 의사소통 의도를 나타낸다고 볼 때 , 이를 이해하기 위해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단순한 보살핌이나 일방적인 교육관계에서 벗어나 ‘직접적이며 , 기초적인 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 중도 · 중복장애인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이러한 확장된 실존적 이해가 없다면 그들의 자기결정권은 교육 상황에서도 계속 박탈당할 것이며 , 그들에게 무반성적으로 제공되는 많은 교육 내용들―설령 그것이 자율결정권을 훈련한다는 명목을 지닌다 할지라도―도 대부분 아무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중도 · 중복장애인들이 자신의 신체성에 기초해 표현하는 것 , 또한 이에 담긴 의사소통적 · 대화적 요소를 포착하는 것이 교육적 과제이며 , 구체적으로는 수업 구성의 주안점이다 . 바로 이 점에서 교육 종사자들에게 인간의 인식활동 , 나아가 그 바탕이 되는 인간의 신체성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확장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다 ( 이숙정 , 2005a).
제 6 장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이론
제 6 장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인간학적 이해에 기초한 ‘수업구성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 이를 위해 현재 독일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교교육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교육이론과 이에 근거한 교수학습 사례를 세 가지로 정리하여 소개한다 .
인간의 교육 및 학습 사태를 규정하는 교육이론은 그 인식론적 바탕에 따라 여러 가지이며 ( 비판적 교육이론 , 구성주의적 교육이론 , 실용주의적 교육이론 등 ), 나아가 이러한 교육이론은 인간의 발달 및 능력에서 동일한 개체발생적 가능성을 기본전제로 깔고 있기에 , 장애의 유무 및 정도와 상관없이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교육이론이고 , 이들이 제시하는 실천적 교수학습방법 역시 특수교육적 요구를 지닌 학생에게도 적용 가능하리라 본다 .
현재 국내 특수교육계에 회자되고 있는 여러 교육이론은 이러한 보편적 교육이론으로는 메울 수 없는 , 장애학생들이 지닌 특수교육적 요구에 좀 더 부응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며 , 보통 ‘ 교육이론’이라기보다는 스스로 ‘교육적 지원방안’ , ‘교육적 접근’ , ‘교수방안’ , ‘교수전략’ 등으로 축소하여 명명하는 경향이 있다 . 교육적 사상이 하나의 교육적 이론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그 이론을 받쳐주는 철학적 근거 , 즉 인간의 교육 , 학습 사태에 대한 포괄적인 철학적 이해가 필요한데 , 이들 ‘교육적 접근’은 장애학생 교육 현상에 대한 철학적 반성이나 이론 자체의 철학적 근거에는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듯하다 . 그렇지만 이들 접근에도 철학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 다만 국내 특수교육계에 유입되는 외래 이론은 대부분 그 철학적 근거가 지나치게 획일적이며 ( 예들 들어 행동주의 등 ), 나아가 외래 이론 및 교육적 접근에 내재한 교육인간학적 이해에 대한 관심도 , 비판적 분석도 없이 교육현장에 투입되기 바쁜 모양새이다 .
그러므로 이 장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이론을 소개하며 그 철학적 근거에 비중을 두어 , 이들의 교육 및 학습 사태에 대한 독자들의 심층적인 이해를 돕고자 한다 . 여기 소개하는 교육이론은 말 그대로 자신의 인식론적 근거를 중요시한다 . 교육이론을 탄생시킨 철학적 근거 , 즉 교육이론에 내재한 인간 및 장애현상에 대한 이해 , 나아가 그들의 교육 및 학습 현상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 이는 죽은 이론일 뿐이며 , 해당 학생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나아가 여기 소개하는 교육이론을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개별적 차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한 만병통치 처방전이나 , 전략적 · 기술적 차원의 이론 정도로만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여기에 소개하는 교육이론은 무엇보다도 중도 · 중복장애의 공통적 현상을 ‘의사소통상의 어려움’이라 규정하고 , 이를 극복하고 교육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인간존재에 대한 철학적 반성 및 인간 학습 사태에 대한 원론적인 분석에서 찾고 있다 . 이러한 교육적 사유를 통해 중도 · 중복장애 현상에 대한 지금까지의 우리 인식의 한계를 점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 이처럼 우리의 인식지평이 확대되어야만 그들과의 교육이 참다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중도 · 중복장애인의 특성상 이들에 대한 어떠한 현장 교육컨셉트도 그 효과에서 이론적 절대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 현재 독일에서 중도 · 중복장애인의 교육컨셉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론은 다수인데 , 이를 독일 내의 이론적 발달 순서로 열거하면 , 우선 인간의 신체를 주로 생리학적 관점에서 조망하며 피아제의 발달심리학 이론을 근거로 인간의 발달현상 , 특히 지각현상과 세계에 대한 적응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적 이론을 구안한 ‘통합적 발달이론’으로는 프뢸리히 (Fröhlich) 의 ‘기초적 자극’ (Basale Stimulation), 당크 (Dank) 의 ‘통합적 컨셉트’ ( Integratives Konzept ), 포이저 ( Feuser ) 의 ‘기초교육학’ ( Basisp ä dagogik ), 브라이팅어 (Breitinger) & 피셔 (Fischer) 의 ‘기초적 활성화’ (Basale Aktivierung ), 프라샥 (Praschak) 의 ‘감각운동 협응 ’ ( Sensomotorische Kooperation ) 등을 들 수 있다 . 이와 달리 1980 년대에는 형태심리학적 관점 , 즉 인간의 신체와 정신 및 영혼의 총체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장애학생과 교사 간의 상호작용 맥락을 강조하고 신체적 차원의 대화를 강조하는 말 (Mall) 의 ‘기초적 대화’ (Basale Kommunikation ) 의 이론도 주목할 만하다 (Dreher, 1985). 나아가 인간존재의 신체성에 대한 신체현상학적 인식을 기초로 중도 · 중복장애인의 삶의 현실을 존재론적으로 반성하고 그들이 직면한 손상된 ( 교육적 ) 관계에 접근하는 교육학자로는 페퍼 (Pfeffer), 슈팅케스 ( Stinkes ) 등이 있으며 , 특히 이러한 인식을 포르네펠트 ( Fornefeld ) 는 ‘기초적 관계’라는 교육이론으로 구안했다 . 1970 년대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러한 다수의 현장교육 컨셉트는 결국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을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을 모색하는 탐색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 1980 년대 이후 등장한 교육이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육이론은 의학적 · 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 당사자의 장애 자체에 비중을 두고 접근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치료적 이론’에 가깝고 , 또한 중도 · 중복장애인을 위한 교육이론에서 ‘방법적’ 측면에 치중한 나머지 교육학 이론형성에 필요한 메타이론적 논의 및 인식론적 바탕 마련에는 소원했다는 과도기적 한계를 안고 있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은 우선 그들의 교육적 삶의 현실에 대한 인간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 대부분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이 직면한 의사소통 및 주변 세계와의 관계 형성에 대한 어려움에 기초해 볼 때 , 그들의 교육은 의사소통 및 관계형성을 출발점으로 하며 , 이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 그러므로 이들을 위한 수업 역시 의사소통 관계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구성하는 것이 기본적 원리라 할 수 있다 .
1 절 ‘기초적 자극’ 교육이론 (A. Fröhlich)
<그림 21> 안드레아스 프뢸리히
‘기초적 자극’ (Basale Stimulation) 이론은 1970 년대 독일 특수교육과 교수인 안드레아스 프뢸리히가 당시 보호 및 요육시설에서 거의 방치되다시피 거주하며 교육적 지원을 받지 못하던 중증의 지적장애 및 중도 · 중복 지체장애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구안하였다 . 현장의 필요에 의해 구안된 이 이론은 당시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의사소통 및 발달지원을 위해 마땅한 이론이 없던 관련 분야 ( 예를 들어 간호학계 , 사회복지계 ) 에서 큰 호응을 받았고 , 현장에서 활발히 적용되어 의사소통적 효과를 입증하였다 . 당시만 해도 중증장애인은 ‘세계와의 의미 있는 접촉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고’ (Fröhlich, 1996, 27), 발달을 위한 어떤 특별한 지원도 필요 없을 것이라 간주되었다 . 하지만 이 이론의 등장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세계와 소통 가능한 존재임이 증명되었으며 이로서 중증장애인의 의사소통 능력과 교육적 능력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불러일으켰다 . 이론이 구안된 뒤 10 년 후 당시 간호사이자 특수교사였던 비넨슈타인 ( Bienenstein ) 과의 협력을 통해 기초적 자극 이론은 특히 중증 성인환자 간호시스템에 활발히 접목되었으며 , 특수교육현장에서도 중증장애 학생을 위한 발달보조 및 요육 이론으로 사용되고 있다 . 현장의 요구에 의해 구안되었다는 이론적 취약함을 보충하기 위해 교육이론적 논거를 보충하였으며 현재 확고한 교육 및 간호이론 및 교육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우선 기초적 자극 이론이 추구하는 바를 간단히 언급하면 , 장애아동 일상 속에서 상호 신체를 매개로 ‘체험과 경험’을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이때 외부세계 및 타인과 맺는 관계에서 아동은 무기력하고 수동적 입장이 아니라 , 자신의 고유한 발달을 이루어 내는 능동적 주체로 작용한다 . 타인과의 세심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 자기자신과 사물을 탐색하고 , 이로써 자신의 활동성을 성취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원칙적으로 프뢸리히는 중도 · 중복장애에 대한 일반적 규정이나 당사자에 대한 유형화를 거부하며 , 대신 개개인의 생애사에 의거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기술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 그럼에도 프뢸리히의 다수 저작을 통틀어 볼 때 , 기초적 자극 이론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대략적 특징을 도출할 수 있다 .
그의 동료인 당크 (Dank: 1996, 18, 44) 가 중증장애인을 대략 발달연령 6 개월 정도로 한정하는데 반해 , 프뢸리히의 저술에서는 그들의 능력에 대한 양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며 , 대신 동료인 하우프트 (Haupt) 와 공동 개발한 진단방법 (Fröhlich & Haupt, 1983a) 에 의거하는 경향이 있다 . 그는 많은 문헌에서 중증장애를 동반한 삶을 영유아기 시절 우리가 공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발달과정에 비유하고 있다 . 물론 중증장애 성인의 삶을 영유아의 삶과 비교하는 것이 부조리하다는 것도 강조하며 , 당사자들이 살아온 개인적 생애사가 이들의 삶에 직 · 간접으로 각인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 어쨌든 그가 강조하려는 바는 , 현대 사회의 학문적 수준에서 다수의 관련 분야의 연구결과에 의거해 볼 때 중증장애인의 세계는 ‘신체적으로 직접적인 차원으로 축소 내지 집중되어 있으며 , 신체적 · 정신적 체험이 총체적으로 구성되는 세계’라는 것이다 .
중증장애의 일차적 원인으로 간주되는 대뇌영역의 손상은 당사자의 인식 및 표현 가능성에 강력하게 작용하여 중증장애인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타인에게 명확히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 이러한 이유로 그들과 상호작용하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어려움을 유발하게 된다 (1999, 13). 장애 당사자의 측면에서 보면 우선 타인과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한되고 , 보호자나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중증장애인의 의사소통적 표현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어 , 이들에게 적절한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진다 (Fröhlich, 1996, 27).
프뢸리히가 진술한 위와 같은 사람들의 특징을 종합해 보면 , 결국 그가 인식하는 중증장애인의 특징은 ‘자발적으로 ( 물질 및 인적 ) 세계와 대면하고 , 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 하겠다 . 장애로 인해 극도로 제한된 움직임 능력과 감각 능력이 상호 영향을 미치며 이들의 생활과 삶을 구성하게 된다 . 이러한 맥락에 의거해 볼 때 프뢸리히가 얘기하는 중증장애인의 범주를 다음과 같이 세분화해 보자 .
1) ‘자유롭고 수의적인 움직임’이 어려움 : 우선 움직임에서 자유롭고 의도적인 움직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제외된다 . 중증의 정신지체만 있으며 , 혹은 기타 중복장애가 있지만 움직임 능력은 보유한 경우는 제외된다 (1999, 57).
2) ‘ 정서행동적인 문제’를 동반할 수 있음 : 경우에 따라 중증장애인은 병적으로 과도하게 흥분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 상동행동이나 자해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 이는 지각 및 감각적 정보처리 능력에 극단적인 제한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
3) ‘회피 및 퇴행적 행동’을 보일 수 있음 : 위와 같은 행동문제는 보통 주변 세계로부터 느끼는 자극이 이들이 소화해 내기에는 너무 과도하고 복합적이라서 , 이에 대한 도피나 회피의 표현 , 나아가 발달 퇴행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보통 상동행동은 운동적 움직임으로 나타나는데 , 중증장애인에게 이러한 상동행동은 ‘당사자가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 개별적 ‘ 움직임’일 뿐이며 , 이를 통해 자신에 필요한 최소한의 감각적 자극을 자가 조달하기 위해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 상동행동 및 자해행동에 대한 프뢸리히의 해석에 따르면 , 이는 생물적 유기체로서 중증장애인이 생물학적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가 자극하는 것이며 , 이는 또한 혼란스러운 외부세계로부터 자신의 경계를 확실히 긋고 , 이 안에서 자율적인 개체로서의 자신을 느끼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 종합하면 연령을 불문하고 위에서 언급한 능력제한 및 지원요구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기초적 자극’을 통해 지원가능하다 . 예를 들어 뇌사 상태에 있는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프뢸리히는 말한다 .
기초적 자극이론의 인식론적 기저에는 중증장애인이 처한 어려움과 나아가 그들의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깔려 있으며 , 이는 또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교육적 지원에 주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 기초적 자극이론은 산전심리학 (Prenatal-Psychology) 과 모아상호작용 연구에서 시행된 관찰결과에 기초하여 중도 · 중복장애인을 이해하고자 한다 .
1) 영아의 지각능력 및 중증장애아동의 특별상황
산전심리학에 의하면 모태 내의 태아는 이미 초기부터 주변 세계의 자극과 대면하게 된다 . 모태의 움직임과 위치변화를 통해 태아에게도 중력이 작용하며 , 이로서 태아의 평형감각체계도 자극받고 활성화된다 (Fröhlich, 1999, 51). 임신 4 개월부터 외부세계의 상태변화 및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것으로 태아의 유목적적인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데 , 이로써 이 시기 태아에게는 이미 평형성 감각 및 지각 ( 자극을 받아들이고 , 이 정보를 유의미하게 처리하는 ) 체계가 작동하고 , 처리한 정보에 대해서도 유목적적으로 반응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
모태의 심장박동 , 호흡 , 장기가 만들어 내는 소리 , 혈류 , 나아가 외부의 목소리나 소리 등은 진동이나 떨림으로 임신 초기 태아에게 전달된다 . 이를 ‘자궁 내 (intra uterin ) 청력’이라 하는데 , 이러한 청각적 능력은 태아가 중증 청각손실을 가졌다 할지라도 가능할 것이다 . 몸 전체가 모태 내의 흔들림 속에 머무는 가운데 , 태아는 자신의 근 ( 近 ) 감각 수용기를 통해 ‘ 진동감각’을 느끼고 지각한다 . 자궁 내 청력이 진동감각을 통해 전달된다는 사실은 , 보통 어머니의 노랫소리 ( 의 떨림 ) 는 태아를 안정시키고 , 역으로 외부에서 밀려드는 굉음은 태아를 흥분시키는 경우에서도 알 수 있다 . 나아가 모태에서 태아가 느끼는 진동감각은 정서적 효과도 동반한다 .
위의 진동감각 외에도 태아의 ‘신체적 감각’ ( 수동적 촉각 , 평형감각 , 고유수용감각 ) 역시 임신 초기부터 형성 , 발달한다 . 촉각을 대표하는 피부 감각은 외부세계와 자신의 경계선이자 , 외부적 자극을 전달하는 매개체이기도 한데 , 임신 초기에 발달한다 . 태아의 촉지각은 초기에 매우 미세한 반면 , 임신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압력이 더해진 촉지각으로 변한다 . 촉감과 압력 그리고 움직임 ( 이 세 가지가 곧 신체적 감각이다 ) 속에서 태아는 자신의 신체뿐 아니라 , 자기 자신도 느낄 것이다 . 앞서 언급했듯이 태아를 어떤 식으로든 건드리거나 만질 경우 , 이를 감지하고 그 위치를 구분해 낼 정도라는 것을 초음파 검사 결과 등을 통해 알 수 있고 , 나아가 이러한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유목적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도 증명되었다 . 이처럼 태아가 이미 자궁 내에서부터 다양한 감각-지각 경험을 하는 것은 , 출생 이후의 발달을 위한 전제조건이자 필요조건이 된다 . 이를 근거로 프뢸리히는 외부세계와의 상호작용에서 드러나는 태아가 지닌 감각지각 능력은 10 개월이라는 긴 임신주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으로 작용하며 , 특히 태아가 중증장애를 지닐 경우 더더욱 그러할 것이라 가정한다 .
위에 기술한 것처럼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증명된 태아의 감각-지각 능력은 중증장애아동과의 상호작용에서도 그들의 신체적 지각통로 ( 신체감각 ) 를 통한 의사소통이 중요한 단서가 됨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 프뢸리히는 중증장애아동에 따라 감각지각 능력의 범위가 다양하고 , 경우에 따라 소위 ‘ 감각-지각 장애’라는 심각한 정도의 감각통합장애가 있을지라도 어떤 식으로든 그들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함을 강조한다 . 모든 인간에게는 의사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지각능력이 내재되어 있다는 신념이 바로 기초적 자극이론의 핵심 사상이다 : ‘기초적 자극’에 의거한 교육지원은 중증장애인의 유아기적 · 기초적 지각경험에서 출발하며 , ‘이미 태아기 시절부터 그에게 의미 있게 경험되었던 그 차원’ (Fröhlich, 1998, 35) 에서 지원이 시작된다 . 전 ( 前 ) 상징적 차원에서조차 의사소통적 표현 범위 및 표현 가능성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중증장애인이기에 이들을 위한 교사에게는 매우 민감하고 세심한 능력이 요구된다 . 즉 어떤 사람이 어떤 식으로 ( 긍정적 혹은 부정적 형태의 ) 표현하고 반응하든 , 이를 놓치지 않고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는 세심한 의사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 교사 및 세계와의 상호작용에서 중증장애인이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 예를 들어 호흡 , 피부반응 , ‘일시적인 상동행동 중단’ 등을 통해 알아차릴 수 있으며 , 이는 그들이 우리의 의사소통 시도에 반응한다는 증거이다 (1999, 54).
중증장애아동은 특히 움직일 수 있는 가동범위나 운동 능력이 많이 제한되어 있기에 , 이는 지각 능력이나 지각적 차별화 및 세분화 능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 일반적인 경우 출생 후 영아는 감각발달을 세분화하는 데 필수적인 다양한 움직임 활동을 통해 새로운 자극과 대면하고 , 차차 자신이 원하는 경험을 체계적으로 축적해 가지만 , 이런 감각운동발달 과정을 중증장애 영아에게는 기대하기 어렵다 . 그 결과 이들은 자신의 신체나 주변 세계를 제대로 경험할 기회가 희박하며 , 인위적으로 주어진다 해도 비계획적이고 우연적인 경험이 대부분이다 . 일련의 구체적인 행위 속에서 타인과 사물을 자주 접하고 , 이를 의미 있게 지각하는 과정을 통해 유아의 체험은 안정적으로 고정되고 회상이 가능해지는데 , 이러한 과정 역시 중도 · 중복장애 유아에게는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
그와 반대로 중도 · 중복장애 유아는 주변 세계를 오히려 우연적이고 혼란스런 것으로 인식 ( 감각-지각 )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 이는 불안함과 공포를 자아내어 회피행동을 야기하는데 , 이런 악순환 속에서 해당 유아는 더욱 위축되어 무언가를 스스로 해보려는 동기도 안 생기고 , 자발적으로 시도하지도 않게 된다 . 이런 관점에서 보면 , 일반 유아의 지각 능력을 세분화해 발달을 이끌어 내는 자발적 행동이나 그런 경험은 중도 · 중복 유아에게는 유의미하지 않으며 , 이들 역시 그러한 행동에 흥미를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Fröhlich, 1999, 54f). 프뢸리히는 이러한 발달현상을 제터 (Jetter) 와 쇤베르거 ( Sch ö nberger ) 가 이전에 언급한 ‘신체 유전인자 ( somatogene ) 로 인한 지각발달장애’라 규정하는데 , 거의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해당하는 대뇌 신경망의 심각한 손상이 일차적 원인이 되어 다른 영역에 대한 심각한 발달지체를 야기한다고 설명한다 . 바로 전감각운동과 지각 간의 상호 밀접성에서도 언급했듯이 , 발달의 개별 영역은 상호 수평적 영향을 미치며 , 중증장애인의 경우 개별 영역의 발달 지체가 영역 간에 영향을 미쳐 , 결국 전체적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
2) 움직임 능력의 극단적 제한이 발달에 미치는 영향
이 장에서 언급하려는 내용은 이미 앞 장에서 대강 운을 뗐다 . 즉 인간의 전반적 발달에서 지각과 움직임은 매우 밀접히 관련되어 어떤 하나를 빼놓고 다른 하나를 논할 수 없을 정도이다 . 앞 장에서 언급했던 세 가지 감각 ( 촉각 , 평형감각 , 진동감각 ) 처럼 산전심리학에 의하면 움직임 역시 이미 자궁 내 태아 시기에서도 관찰가능하다 . 밀라니 콤빠레티 (Milani Comparetti, 1982) 의 이론에 의거하여 프뢸리히는 “움직임을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 ( 레파토리 ) 가 이미 산전시기에 형성되고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1999, 57). 태아의 ‘ 입-손-협응 ’ , ‘빨기 및 삼키기’ , ‘걷어차는 것 같은 다리 움직임’ , ‘사지를 펴거나 구부리는 모양’ 등이 바로 이후 대근육 움직임 발달의 기본적 요소로 작동하게 된다 . 탄생과 동시에 영아는 “모태에서 이미 습득한 움직임 도식을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여 항상 재구성하게 된다” (57f). 탄생 초기 영아 발달의 초석으로 작용하는 , ‘이미 형성된 움직임 도식’ , 즉 다양한 반사작용 (Reflex) 은 이후 좀 더 세분화된 움직임 표본으로 대체되는데 , 일반 영아에게 일어나는 반사작용 제거가 중도 · 중복장애아에게는 온전히 나타나지 않는다 . 많은 사람들이 그 원인을 중도 · 중복장애인의 대뇌 손상에서 찾고 있으며 , 이처럼 ‘반사작용과 비슷한 움직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에 추가적으로 뇌성마비성 운동성 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다 . 인간 발달에 내재된 움직임 활동이 중증장애인들에겐 많이 제한되어 있기에 , 자신의 몸이나 자신에 대한 경험은 물론 , 물질세계인 주변 세계를 질적이고 양적인 면에서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 또 부분적으로 움직임이 가능할지라도 , 몸이나 근육의 한쪽만을 비대칭적으로 쓸 경우 ‘해부학적 변이’나 ‘반쪽짜리 자기 지각’이 나타나기도 하고 , 혹은 움직임 자체가 통제 안 되어 사지조절이 힘들어지는 불수의적 양상을 띠게 된다 . 결국 움직임의 이상발달 과정 속에서 , 신체 움직임을 동반하는 다양한 감각적 인상도 제대로 통합 ( 두 손으로 동시에 만지기 , 보는 동시에 듣기 등 ) 되기 힘들다 . 감각표본과 움직임 표본을 다양하게 자주 경험하는 가운데 형성되는 ‘ 행위스키마’는 이후 인지스키마와 연결되고 나아가 총체적인 인지력 , 사고력 발달에 절대적인 요소이나 움직임이 매우 제한된 중도 · 중복장애아에게는 이것이 발달하기 힘들다 . ‘인과론적 사고’라는 것도 역시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행위로 , 자신이 스스로 움직여 가며 목적을 갖고 무한히 반복할 수 있는 아동에게만 가능한 것이다 . 중도 · 중복장애인이 처한 이러한 극단의 제한성과 관련하여 프뢸리히는 다음과 같이 종합한다 .
“움직임 장애는 곧 독립성의 상실 내지 독자성의 상실로 해석된다 . 움직임 장애가 심한 중도 · 중복장애아동은 자신의 몸을 실험과 탐색의 도구 , 호기심을 밝혀내는 도구로 쓸 수 없으며 , 나아가 타인에의 접근이나 의사소통의 매개로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1999, 59).
앞서 언급했듯이 발달의 개별 영역 간의 상호 밀접성 및 이의 개개인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 이 경우 움직임 발달의 극단적 제한은 결국 인지발달에도 치명타로 작용한다 .
3) 초기 의사소통 형태 및 중도 · 중복장애인의 의사소통 조건
인간 간의 관계맺음은 서로 소통 , 즉 의사소통을 통해 이루어지며 , 아동의 의사소통 능력은 발달의 주요 지표로 작용한다 . 의사소통은 다른 발달 영역과 더불어 인간의 총체적 경험에 일조하며 ,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발달영역 중 한 영역이 지체되거나 , 역으로 한 영역이 지원되면 이는 다른 인접영역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Fröhlich, 1999, 64). 인간의 의사소통 형태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주로 쓰이는 의사소통이 결정된다 . 예를 들어 발달초기 영아의 의사소통에서는 시각적 단서인 얼굴 표정이나 몸짓 , 촉각 , 진동 , 신체적 접촉 , 언어 멜로디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 모아 간의 일상적 상호작용에서 이런 경험을 축적해 나간다 .
프뢸리히는 중증장애아동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을 구안하며 특히 파푸젝 ( Papousek ) 부부가 연구한 ‘ 모아상호작용 이론’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 이들의 이론에 의하면 영아는 잠재해 있는 자신의 지각 능력이나 학습 및 사고 능력을 발현하고 세분화하여 발전시키기 위해 자신이 지닌 가능성에 적절한 ‘의사소통 양식’을 사용하며 ( Papousek , 1995), 소위 ‘ 베이비토크 ’ (Babytalk) 라는 것이 이러한 의사소통 양식에 해당된다 . 중증장애인의 경우 성인기에서도 이러한 ‘신체접촉적’ 의사소통이 필요한데 , 이 경우에도 그들의 지각이나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어서 장애당사자와 보호자 간에 의사소통적 신호가 제대로 교환되기 어렵다 . 그러나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이러한 ‘신체접촉적 의사소통 양식’은 경우에 따라 중증장애인이 지닌 최대의 능력이나 조건이므로 , 의사소통을 위해 교사는 그들의 양식에 자신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
일반 영아의 상호작용에 대한 파푸젝 ( Papousek , 1995), 도르네스 (Dornes, 1993) 와 라르고 (Largo, 1993) 의 이론에 의거하면 , 일반 영아의 경우 손 모양새를 보고 현재 아기의 활동 정도나 수준을 알아차리고 , 이에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 . 그러나 중증장애영아는 많은 경우 높은 근 긴장도로 인해 손 모양만 보고 이를 해석하거나 이에 반응할 수만은 없는 경우가 많다 . 예를 들어 중증영아의 손 모양새가 외형적으로 볼 때 항상 높은 긴장 상태이므로 , 그에게 매번 ‘부드럽고 안정적인 의사소통 접근’만을 취한다면 , 이는 영아의 실제 욕구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역으로도 마찬가지인데 , 근육의 낮은 긴장도로 인해 영아의 팔과 손이 축 늘어져 있다고 해서 이것이 꼭 현재 피곤하거나 지쳐 있음을 의미하란 법은 없다 .
결국 중증장애인과 최선의 의사소통을 시도하기 위해선 보호자나 교사의 민감성이 요구되고 , 또 그만큼 그들에겐 추가로 ‘심리적 부담감’이 주어지는데 , 내 앞에 있는 중증장애인과는 어떤 의사소통도 일어날 것 같지 않고 , 또 영유아나 연인들끼리나 할 법한 그런 식으로 의사소통해야 하고 , 더구나 중증장애인이 공공연하게 방어적 태도 ( 무기력증 , 반항 , 공격행동 등 ) 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의사소통을 시도해야 한다는 사실이 교사에겐 매우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그림 22> 중도 · 중복장애인의 의사소통 상황
교사나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중증장애아동이 자신의 발달을 위한 적합한 방법을 찾고 (Fröhlich, 1998, 33), 이러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데 , 이는 또한 이들이 ‘장애로 인한 고립과 소외’ (Fröhlich, 1999, 178) 로부터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 일반적 활동이나 의사소통 , 그리고 자율결정 능력에서 중증장애아동이 당면한 극도의 제한성은 ‘기초적 자극’을 통해 일부분만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데 , 이는 적절한 지원을 통해 ‘아동의 신체가 활성화되고 , 이로써 그의 능력이 탄력을 받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 “나와 아동의 신체적 만남 , 그리고 이를 통한 아동의 가능성을 창구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과 만나게 되고 , 또한 외부세계로도 나아갈 수 있다” (180). ‘기초적 자극’ 이론에 의거한 다양한 지원방법 및 그 효과 ( 물론 중증장애인 모두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는 없지만 ), 나아가 이것이 추구하는 목표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1) 지각 및 움직임 영역
(1) 신체감각
-신체 모든 부위를 느끼고 경험하기
-신체지각과 신체도식을 세분화하여 발달시키기
-자신의 몸을 통해 존재의식 느끼기
-신체적 자아개념 갖기
(2) 움직임
-움직임을 쉽게 하기
-다양한 움직임 체험하기
-신체 각 부분을 신체적 통일성 속에서 느끼기
-움직임 범위를 확대하고 , 움직임 능력 개선하기
-움직임의 긴장과 이완 느끼기
(3) 심부감각
-근 긴장도 조절하기
-관절부위를 유연하게 움직이기
-사지의 경직성 감소하기
-촉감이나 심부감각 활성화하기
-자발적 움직임을 위한 부분적 운동성을 조장하고 지원하기
2) 일상생활 활동
-상동행동을 보이는 중증장애아동의 수행 능력 범위를 확장하거나 개선하기
-호흡리듬 조절하기
-섭식 가능성 확대하기
-시각적 집중력 키우기
-한 가지 현상에 집중하여 동시에 의식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경우 , 안정시키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기 (Fröhlich, 1999, 188)
-흥분과 안정 사이에서 정서 조절하기
-편안함 느끼기 , 안정감 찾기
-기초적 의사소통 능력과 표현 능력을 키우기 위해 도움
-조음 능력 강화하기
-상황에 맞게 유목적으로 목소리 내기
3) 전반적 수행능력
-자기효능감 경험하기
-활동 및 경험의 폭 넓히기
-물질세계 탐색하기
-물질적 관계 맺기
- 원인-결과-과정 체험하기
-대상영속성 체험하기
‘기초적 자극’은 ‘중증장애인의 학습 및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 체계적이고 개별화된 방법으로 이들을 자극하고 , 돌보며 , 보호하는’ (Fröhlich, 1999, 178) 이론이다 . 이를 위한 구체적 지원은 우선 당사자의 현재 상태 및 개별적인 욕구 / 요구에 집중하며 , 교사와 학생이 만나 ‘함께하는 활동’이다 . 교사와 학생이 마주하여 양쪽 모두 상대방에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 이때 보통 교사의 과제는 중증장애아동이 보이는 매우 미세하고 미미한 반응 / 시도행동을 세심하게 살피며 , 이에 맞게 관계를 조절해 나가는 것이다 . ‘기초적’ (basal) 과 ‘자극’ (stimulation) 이란 말로 이론을 명명한 이유는 , 이 지원에서는 중증장애인에게 어떤 수행 능력이나 전제조건도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중증장애아동이 교사 지원을 통해 그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Fröhlich, 1994, 101). 이 지원에서 중요한 것은 중증장애인이 장애적 제한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자극을 취해 느낄 수 없는 영역에 체계적인 자극을 가하고 지원함으로써 자기 자신은 물론 자신의 몸을 느끼고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다 . 이처럼 자신의 몸 자체를 느끼거나 , 몸을 매개로 느끼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인식의 범위를 점점 외부로 확장할 수 있는데 , 교사는 바로 이러한 확장에 필요한 기본적 바탕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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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적 자극’ 지원 시 유의 사항
기초적 자극이론에 따른 구체적 지원방법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지원 전에 갖춰져야 할 기본적 조건이나 유의사항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
첫째 ,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우선 ‘기초적 자극 지원’이 중증장애 학생의 학교 일과 중 특정 수업시간이나 치료시간에 따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프뢸리히는 바로 이런 점에 유의할 것을 당부한다 . 중증장애 학생의 많은 일상적 삶의 영역이 ( 다른 지원도 필요하지만 ) ‘기초적 자극 지원’을 필요로 하고 , 또 이를 통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 ‘기초적 자극 지원’은 중증장애 학생의 가정 및 학교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실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다시 말해 가정이든 학교이든 간에 , 중증장애아동과의 일상적 일과는 가능한 한 매우 세심한 주의와 배려 속에서 이루어져야 이들의 교육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며 , 이러한 세심한 일상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중증장애아동은 서서히 삶의 방향을 정립하거나 안정감을 얻게 된다 (Fröhlich, 1999, 151f). 일상적 일과의 예로 프뢸리히는 특히 신변처리 영역을 언급한다 ( 중증장애 아동은 건강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에 의료 보건상 주의를 요하는 신변처리 활동도 있지만 ). 주로 화장실 가기 , 식사하기 , 세수하기 , 목욕하기 , 옷 입고 벗기 , 자세 바꾸기와 움직이기 등이 주요 신변처리 활동에 해당하는데 , 매일 반복되는 중증장애아동을 위한 앉기 및 위치 이동 보조도 교사가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단순한 도움일 수도 있고 , 아니면 매우 세심한 지원을 통해 아동에게 또 다른 활동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육적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또 중증장애 아동의 입 주변을 촉각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 식사하기’라는 아동의 일상과 관련지을 경우 , 아동에게 더욱 주관적으로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는데 , 이러한 기타 논의는 특수교육의 ‘정상화 원리’와 관련하여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
교육적 지원을 위한 유의사항 중 두 번째는 ‘활동과 휴식 간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다 . 아폴터 (Affolter) 의 주장에 의거해 볼 때 , 중증장애아동은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활동을 조장하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데 , 이러한 공간이란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곳 , 동시에 필요한 자극 , 그러나 과도하지는 않은 자극을 얻을 수 있는 곳 , 또한 원하면 다시 타인과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곳을 의미하는데 , 이들의 일상생활 공간이나 학습 공간이 이에 걸맞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그 외의 기타 유의사항으로는 중증장애아동이 자신의 ‘일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 그의 능력 및 가능성에 맞게 일상적 삶과 유의미하게 연관되도록 지원한다 . 또 기초적 자극 지원 시 아동의 주변 및 자연환경을 체험하게 하고 , 대신 이러한 자연과의 만남 , 자연 체험이 즉흥적이거나 임의적이 아니라 미리 구조화하여 제공할 필요가 있다 . 중증장애인과의 활동 및 지원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루어져야 하며 , 이때 시도되는 움직임 역시 일정 강도와 확실한 순서로 진행되어야 하고 , ‘깜짝 효과’를 노려서는 안 된다 .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정해진 의례적 절차나 다음 활동을 미리 알려주는 것은 해당 아동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방향정립을 제공하며 , 지각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1) 지각 (perception) 영역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탄생과 동시에 신생아는 이미 평형감각 , 신체감각 및 진동감각 능력을 지니며 , 이를 기본 바탕으로 삼아 이후의 지각발달이 진행된다 (Fröhlich, 1999, 183). 특정 자극에 대해 신생아가 거부 반응을 보일 경우 , 이 자극은 아기에게 부정적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며 , 이 역시 신생아의 지각 능력을 반증한다 . 앞서 거론했듯이 , 중증장애아동을 위한 지원은 그들의 현재 능력 및 현재 요구에서 출발하며 , 바로 이점에서 그들이 보유한 최고의 능력인 세 가지 감각 ( 평형감각 , 신체감각 , 진동감각 ) 은 ‘밑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견고하고 익숙한 경험’으로서 ‘기초적 자극 지원’이 시작되는 기본 토양인 셈이다 .
(1) 평형감각 자극
전정계는 공간에 대한 우리 몸의 위치 및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Fröhlich, 1996, 25). 평형감각 자극은 몸을 흔드는 움직임을 뜻하는데 , 다양한 강도와 방법 그리고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여 평형감각을 자극할 수 있다 . 이때 개개인의 욕구 및 조건이 지원방법 선택의 기준이 되는데 , 중요한 것은 과잉 자극은 피하고 ,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며 , 또한 아동과의 신체적 접촉 필요성과 가능성 여부에 따라 지원방법의 모양새가 달라진다 (Fröhlich, 1999, 185) 는 것이다 . 안전한 상황에서 움직이기 , 움직여지기 , 나아가 내 몸에 작용하는 중력을 몸소 체험해 보는 것이 관건이다 . 프뢸리히에 의하면 기초적 자극이론에서 ‘평형감각 자극’ 지원은 중증장애아동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것이며 , 비록 에이리스 (Ayres) 의 감각통합 치료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 평형감각 자극 움직임을 움직임 유형 및 난이도에 따라 분류하면 아래와 같다 .
① ‘좌우 움직임’ : 몸의 세로 축 ( 키 ) 을 중심으로 한 움직임 ( 지원도구 예 : 해먹 , 아기 흔들침대 등 )
② ‘전후 움직임’ : 몸 전방 및 후방으로의 움직임 ( 지원도구 예 : 그네 , 해먹 등 )
③ ‘상하 움직임’ : 골반을 중심으로 한 위와 아래로의 움직임 ( 지원도구 예 : 시소 , 트램폴린 , 대형 페찌볼 등 )
④ ‘회전 움직임’ : 외부에 있는 축을 중심으로 몸 회전이 일어나는 움직임 ( 지원도구 예 : 휠체어 타고 회전하기 , 팔 잡고 뱅뱅 돌기 등 )
중증장애아동이 소화해 낼 수 있는 정도의 움직임 강도로 평형감각이 자극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 전체적으로 보건대 자극을 통한 몸의 흔들림은 침착하고 , 조용하게 일어나야 하며 , 과격한 흔들림은 지양한다 . 기초적 자극 지원 초기에는 교사도 지원 상황에 몸소 참여하여 체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예를 들어 아동과 함께 해먹에 누워봄으로써 아동이 느낄 안전감의 정도를 감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또 지원 시 아동의 출발자세가 견고하고 안정적인지 재차 확인해야 하는데 , 이는 개인에 따라 달리 느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전정계 자극에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 건강문제가 있는 중증장애환아의 경우 전정감각 자극 활동 시 교사와 신체적으로 접촉해 있는 것이 ( 압력을 가하여 확실히 잡거나 접촉하기 ) 이러한 자극을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도움이 되거나 ,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Fröhlich, 1999, 192).
중증장애아동 발달 정도에 따라 움직임 자극을 누운 자세에서 시작하여 앉은 자세로 옮겨갈 수도 있다 . 몸의 세로축을 중심으로 한 ‘좌우 움직임’은 평형감각 자극을 위한 가장 원시적이고 단순하며 익숙한 움직임이다 . 흔들침대에 누운 아기를 흔들어 주면 알 수 있듯이 , 이러한 움직임 자극은 우는 아기를 침착하게 만들기도 하고 , 동시에 몽롱한 아기의 의식을 선명하게 깨워주기도 한다 . 다시 말해 ‘몸의 좌우 흔들림’은 “근 긴장도에 적절히 효과적으로 작용하여 중증장애아동과 움직임 활동을 시작하려는 경우 , 의식 활성화를 위한 준비단계에 활용할 수 있으므로 지원 시 자주 사용하게 된다” (191).
몸의 ‘전후 움직임’을 통한 평형감각 자극은 이전 움직임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자극 감수 능력과 감각통합 능력을 요구’하므로 , 이전의 ‘좌우 움직임’을 충분히 체험하고 이에 익숙해진 다음 ‘전후 움직임’을 시작하도록 한다 ,
몸의 ‘상하 움직임’을 통한 자극은 근 긴장도를 상승시켜 활성상태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기에 , 주로 저 근긴장증을 보이는 중증장애아동에게 적합하겠지만 , 가능한 한 몇 초 동안만 , 즉 짧은 주기로 자극할 것을 권장한다 .
이상 언급한 평형감각 자극을 위한 세 가지 움직임 ( 좌우 -, 전후 -, 상하 움직임 ) 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대형 페찌볼이다 . 대형 페찌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사와 중증장애아동 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며 , 평형감각 자극 경험이 풍부한 교사일수록 유리하다 .
또 평형감각 자극 중 회전 움직임은 경우에 따라 중증장애인에게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는데 , 이를 위해서는 체간 안정성과 고개 가누기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회전 움직임 시 자극이 과도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아동의 몸 자체를 회전축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 회전축이 몸 바깥에 놓일 경우 , 회전 시 발생하는 원심력이 오히려 몸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는 기능을 한다 . 회전 움직임을 통해 중증장애 아동에게서도 역시 시지각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 이 움직임 후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을 꽤 오랫동안 응시한다는 관찰 결과에 따라 중증장애아동과의 의사소통 지원 시에도 이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하면 , 평형감각 자극 움직임은 ‘진정시키는’ 긍정적 효과는 물론 , ‘집중력과 의식 상태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보이는데 , 이러한 움직임 후에 장애아동은 연이어 다른 곳에 집중하여 지각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 이는 또한 시지각 집중력이 상승하는 데 일조하는데 , 상승된 시지각 집중력을 다른 지원을 위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또 평형감각 자극 움직임은 근 긴장도에도 필요에 따라 좋은 영향을 미친다 .
평형감각을 자극하는 움직임 (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 에서 상동행동을 보이는 중증장애아동에게는 움직임 변형을 약간 시도해 볼 것을 권장하는데 , 교사와 아동이 함께 움직이면서 교사의 도움을 받아 아동이 익숙한 경험에 조금씩 새로운 경험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움직임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1999, 188). 움직임 변형과 관련하여 프뢸리히는 ‘수평적 차원의 세분화’를 제안하는데 , 이는 아동의 고립된 행동은 파트너 활동으로 대체하고 , 아동이 보이는 고착된 단조로운 움직임은 아동이 감당할 만한 수준의 새로운 움직임으로 , 수평의 동등한 차원에서 교체해 볼 것을 제안한다 .
(2) 신체감각 자극
반복하지만 , 기초적 자극이론에서는 ‘몸에 대한 (to body) 자극 , 몸과 함께하는 (with body) 자극 , 몸을 위한 (for body) 자극’이 핵심이다 (Fröhlich, 1999, 193). 인간은 자신의 몸을 통해 모든 발달 분야의 경험을 축적해 나가며 ( 그러므로 중증장애아동의 경우 이를 돕기 위해 ‘몸에 대한’ (to body) 자극 필요 ),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몸이다 . 현존하는 자신의 몸 상태 여하에 따라 내 몸은 발달을 조장하기도 하고 역으로 발달을 억제하기도 한다 . 중증장애인의 경우 세 번째의 후자에 해당할 수 있겠다 . 프뢸리히는 중증장애아동에게 신체적 감각 지원을 하기에 앞서 몇 가지 기본 원리에 유의해야 함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
① 대칭성의 원리 : 중증장애아동의 신체에 자극을 가하는 경우 신체 정중선을 기준으로 양쪽 대칭으로 자극이 주어져야 하며 , 자극이 끝나는 위치도 가능한 한 좌우 대칭을 이루도록 하여 아동이 자신의 몸을 대칭적인 것으로 느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
② 긴장과 이완의 원리 : 자신의 신체나 움직임을 긴장과 이완 상태에서 번갈아 가며 느끼게 되면 , 자신의 몸에 대한 명확한 느낌은 물론 , 움직임이 활성화되는 지점이나 움직임이 구조화되는 것을 명확히 느낄 수 있는데 , 이는 자발적 신체 체험뿐 아니라 신체감각 자극을 위해서도 기억해야 할 사안이다 .
③ 리듬을 통한 호흡조절 : 호흡에는 기식호흡 ( 내뱉는 숨 ) 과 흡식 호흡 ( 들이마시는 숨 ) 이 있는데 , 중증장애 아동의 호흡박자를 개선하거나 정상적으로 만들어 주면 , 아동은 자신을 신체적으로 좀 더 확실히 지각하게 된다 . 이를 위해 교사는 우선 장애아동의 등 뒤에서 앞으로 감싸고 앉은 자세에서 아동의 갈비뼈 하단을 중약 정도의 강도로 손으로 조절하여 누르며 아동이 숨을 길게 내뱉을 수 있도록 기식호흡을 도와준다 . 이때 교사가 손에 떠는 진동을 가하며 누를 경우 , 아동의 흉부 부위의 근 긴장도를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 이때 신체적 접촉이 계속 유지되도록 한다 .
지금부터 신체감각 자극의 목적과 그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
신체감각 자극이란 신체 모든 부위에 해당하는 , 특히 피부와 근육 부위에 작용하는 움직임 자극을 의미하며 , 신체감각 자극을 통해 중증장애아동은 자신의 신체를 긍정적으로 체험하게 되길 기대한다 (Fröhlich, 1996, 24). 신체감각을 자극하는 이유는 중증장애아동의 신체도식과 신체지각 능력을 세분화하기 위해서인데 (Fröhlich, 1999, 197), 이들은 극단의 신체적 장애로 인해 오랜 세월 움직임 실조 증상에 처해 있거나 사지마비 정도가 심하거나 , 혹은 근 긴장도가 매우 떨어지게 되는데 , 그 결과 그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갖는 이미지인 ‘ 신체상’은 왜곡되어 있거나 , 제대로 형성조차 안 된 불분명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
레보이어 (Leboyer) 의 베이비 마사지에서 힌트를 얻어 기초적 자극에서는 중증장애아동에게 몸 전체를 ( 로션 등으로 ) 커버하는 마사지 자극을 제공한다 . 신생아의 경우도 엄마와의 신체적 접촉을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한 일차적인 경험을 축적해 나간다 . 이때 ‘구심에서 시작하여 원심으로’ (Fröhlich, 1999, 199) 라는 방법적 원리가 적용되는데 , 즉 몸 중심 부위인 몸통 , 체간에서부터 시작하고 , 이후 팔과 다리 , 그리고 맨 나중에 손가락과 발가락을 마사지함으로써 이들의 전반적 신체상을 ‘ 리모델링’하고자 한다 (Fröhlich, 1996, 24).
① 몸통 : 우선 바로 누워 있는 아동 옆에 교사가 편하게 자리 잡고 앉은 후 , 양손에 약간의 압력을 가해 확실한 강도로 쓸어내린다 . 이때 손은 대칭적으로 움직이는데 , ‘가슴 정중선에서 대칭적으로 시작하여 갈비뼈의 흐름을 타고 내려가 밖으로 빼는 모양’ (Fröhlich, 1999, 198) 으로 실시한다 . 그 다음은 대각선 한쪽 방향으로 쓸어내리는 마사지인데 , 한쪽 옆구리에서 시작하여 반대편 어깨 밑으로 쓸어내린다 ( 매 회기 15 회씩 반복 ).
② 복부 : ‘약한 압력으로 어루만지는 식의 손 움직임’ (199) 을 갈비뼈 하단에서 시작하여 골반뼈 부위까지 쓸어내린다 . 이때 복부 부위가 자극되어 방광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다 .
③ 팔과 다리 : 누워 있는 아동으로부터 90 각도로 한 팔을 들어올린 후 이를 한 손으로 잡고 , 교사의 다른 한 손으로는 손을 크게 벌려 , 들어올린 팔을 확실한 강도로 차근차근 잡았다 놓는다 . 이때 마사지의 방향 역시 팔뚝에서 시작하여 손 쪽으로 올라가는데 , 촉각자극이 희미한 터치 정도로 가해져서는 안 된다 . 발도 마찬가지로 진행한다 .
④ 손과 발 : 팔을 길이 방향으로 직선으로 타고 내려오며 마사지할 경우 강도를 약간 줄이는 것이 좋으며 , 그런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누워 있는 아동의 목뒤 어깨에서 시작하여 손까지 천천히 내려오는 방법이다 . 이때 팔과 손 부위의 피부와 심부감각이 강렬히 자극되며 (Fröhlich, 1999, 199), 이에 더하여 손바닥 안쪽과 손가락까지도 자극해 본다 .
⑤ 등 : 중증장애아동도 쉽게 취할 수 있는 엎드리기 자세에서는 특히 그들의 척추선 및 등 부위에 대한 세심한 자극을 가하도록 한다 . 평상시 한 자세로만 누워 있거나 앉아 있기에 , 이 부위는 세분화된 자극을 경험할 기회도 적고 , 따라서 이에 둔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
위에 언급한 지원 방법을 아동의 목욕 시간에도 적절히 적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여기 제시한 자극은 거의 다 교사와 중증장애 학생 간의 밀접한 피부접촉을 통해 일어나기에 의사소통적 요소를 많이 내포하며 , 이로써 정서적인 자극제가 되기도 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전달할 수도 있다 (Fröhlich, 1996, 24).
중증장애아동이 자신의 몸을 세밀하게 느끼도록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재’ ( 거친 천이나 부드러운 동물 털 등 ) 를 사용하여 자극한다 (Fröhlich, 1998, 35). 교사가 손이나 손바닥으로 압력을 가해 누르고 만지는 것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처럼 소재를 이용하여 몸을 자극하는 것이 세심한 신체 느낌에 더 효과적이라 한다 . 물론 ( 예를 들어 거친 솔 등을 이용하여 ) 고통을 야기할 정도의 극단적인 자극을 가해서는 안 되며 , 소재를 이용하여 자극할 경우 , 서로 확실히 구분되는 차별적 자극을 번갈아 가며 제공하는 것도 신체지각 세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Fröhlich, 1999, 202). 이를 위해서 특히 다양한 종류의 질감을 가진 천 ( 벨벳 천 , 실크 천 , 타월 천 , 때수건 등 ) 을 소재로 하여 마사지처럼 자극하는 것이 적합한데 , 천이라는 소재가 신체 부위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 신체 형태에 따라 고스란히 자극하기 때문에 적합하리라 본다 .
신체감각 자극 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중증장애아동이 지금 느껴지는 신체부위를 하나의 통일성 안에서 , 즉 총체적인 것 안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자극을 조직화하는 것인데 , 이를 위해서는 세심한 배려로 아동의 개별 신체부위를 일련의 순위로 선택하여 자극하며 , 또한 이에 합당한 자극 소재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 신체감각 자극에 대한 기준은 결국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모든 촉각적 자극은 충분한 강도로 주어져야 한다 . 즉 너무 약하거나 슬쩍 스쳐 가거나 너무 짧아서도 안 된다 . 촉각적 자극은 유연하게 흐르는 듯 , 꾸준히 , 끊이지 않고 주어져야 하는데 , 이때 교사는 자신의 손 하나를 항상 아동의 몸에 맞대고 있도록 한다 . 자극이 도중에 중단될 경우 오히려 혼돈이 일어나며 신체상 역시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 (Fröhlich, 1998b, 35).
⑥ 얼굴 : 기초적 자극에 의거한 신체감각 자극에는 얼굴 부위에 대한 자극 체험도 포함된다 . 얼굴 부위에는 촉각 감각 수용기가 매우 많이 분포되어 있어 감수성 역시 매우 예민하기에 , 이 부위를 자극할 경우 무엇보다도 아동의 정서적 안정 상태나 신체적 안정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Fröhlich, 1999, 205). 아동의 얼굴 부위에 자극을 갑자기 가하지 말고 , 우선 이 부위의 감각이 어느 정도 평형과 안정을 얻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이를 위해 교사가 양손으로 마치 천으로 아동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듯 하여 맨손의 느낌 자체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 얼굴 부위의 자극은 중증장애아동의 섭식움직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
(3) 진동감각 자극
일반적으로 성인의 연령에 도달하면 우리의 신체는 몸에 작동하는 진동감각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 그렇지만 신체를 매개로 인식되는 자아에서 진동감각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감각이다 . 배로 기기 , 네 발로 기기 , 껑충뛰기 , 달리기 , 뛰어내리기 등 영유아의 동적 움직임뿐 아니라 직립자세 , 걷기 , 착석하기 등의 비교적 정적인 움직임에서도 몸이 바닥에 닿는 중력저항이나 이로 인한 몸의 흔들림이 일어나고 있으며 , 이는 신체의 골격계 ( 뼈와 관절 ) 로 전달되어 이곳의 감각수용체를 통해 지각된다 (Fröhlich, 1996, 24).
이런 차원에서 보면 , 중증장애아동의 장애로 인해 체험부족이 문제시될 수 있다 . 앉거나 누워 있는 방향을 스스로 바꿀 수 없기에 , 장기간 한쪽 방향으로 치우친 자세를 취하게 될 경우 , 이 자세에서 밑에 눌린 신체부위 감각은 결국 무감각해지고 (Fröhlich, 1998, 36)( 심할 경우 신체 조직이 괴사하는 욕창이 발생한다 ), 이런 일방적 자세에서 신체부위는 내 몸에 달린 것 , 즉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Fröhlich, 1999, 209). 그러므로 기초적 자극 지원에서는 , 중증장애아동이 느낄 수는 있으나 , 움직임 제한으로 인해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진동감각을 자극하며 , 이런 움직임을 통해 진동감각 자극을 받아 아동이 자신의 골격계 일부를 느껴 볼 수 있도록 한다 .
진동자극을 가할 경우 , 우선 신체 중심으로부터 비교적 먼 거리에 있는 발이나 다리에서 시작하며 , 전지로 작동하는 소형 바이브레이션 기계 ( 떨림이 너무 세지 않을 것 ) 를 사용하여 신체의 길이 방향으로 나아간다 . 발에서 시작하여 무릎 관절을 지나 골반 부위의 고관절까지 진행되는데 , 이때 느낌은 매우 선명하기 때문에 확실한 신체 인식에 도움이 되므로 , 다리 부위는 이런 식으로 충분히 느끼도록 한다 (Fröhlich, 1996, 24). 바로 누운 자세에서 골반과 무릎 관절을 구부려 주는 것도 자세이동을 위해 좋은 경험이 된다 .
몸 중심이나 몸통으로 먼 사지부위를 ‘ 원위부 (distal) ’ 영역이라 하는데 ( 몸통 부분은 ‘ 근위부 (proximal) ’ 영역 ), ‘ 원위부 (distal) ’ 영역을 충분히 오랫동안 체험한 후에 , 서서히 근위부 (proximal) 영역으로 전이하며 , 갈비뼈 부위에 대한 진동자극은 해당 부위 ‘밑으로’ ‘마사지 쿠션’ 등을 깔아 자극을 가함으로써 몸통 부위를 느끼도록 한다 (Fröhlich, 1999, 210). 프뢸리히에 따르면 , 이런 진동자극 체험은 신체 전반의 느낌을 활성화하므로 , 물리치료사가 제공하는 대근육 움직임 자극이나 운동훈련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준비활동이 된다고 한다 .
진동감각 자극을 위한 적절한 도구로는 마사지 기계나 바이브레이션 도구 등이며 , 진동 떨림이 너무 강하지 않아야 한다 . ( 전기로 온열 되는 ) 마사지 쿠션 , 진동막대 , 칫솔 부위를 제거한 전동칫솔기계 , 전기면도기 , 진동주사위 , 푹신한 물침대 등이 사용될 수 있는데 , 이런 도구를 사용할 때 무엇보다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은 마주한 두 사람의 신체가 기구를 매개로 서로 표현하고 의사소통하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 교사 쪽에서 우선 호흡리듬이나 닫힌 입을 통해 코의 비음으로 진동 소리를 내는 등 ). 진동 자극에서 유의할 사항은 신체의 근육부위를 자극할 때 근 길이방향을 따라 자극하지 않도록 한다 . 아동에 따라 근 긴장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위험이 있다 .
진동감각 자극을 통해 쓰다듬고 , 마사지하고 , 나아가 손-입-협응 및 손-머리-협응을 촉진할 때 중요한 것은 교사가 제공하는 진동자극을 학생이 단순히 감각 차원에서 느껴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 교사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학생이 동기를 부여받아 이러한 움직임 행위에 적극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 교사가 사용하는 진동기계는 말 그대로 기계일 따름이다 (Fröhlich, 1999, 211).
물침대의 흔들림을 음악이나 목소리와 함께 제공하여 리듬을 통한 진동적 자극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 . 물침대의 느낌을 통해 전체 근긴장도가 평온을 되찾으며 , 중증장애아동의 자발적 움직임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 이는 ‘이완을 통해 활성화’되는 현상이고 , 또한 자발적 발성도 증가하는 걸 보면 물침대 위에서 매우 편안함을 느낀다는 증거이다 . 그러나 물침대 사용 중에도 매번 아동의 반응을 세심히 살펴야 하며 ( 물침대 위에서는 바닥 저항을 느낄 수 없기에 경우에 따라 혼란과 방향상실감 등을 느낄 수도 있다 ), 아무 생각 없이 물침대를 자극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Fröhlich, 1999, 213).
진동의 떨림 자극은 사실 신체감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 앞 장에서도 언급했다시피 , 청각과도 연관되기에 의사소통적 기능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 그러므로 소리 / 음악 / 목소리를 진동자극과 함께 제시하게 되면 후일 청각이나 청력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 이런 경험을 통해 중증장애아동은 “사물이란 소리 , 음 , 화음 등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 인간 역시 목소리를 내고 있고 , 이를 통해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이러한 활동을 위해 저음을 내는 대형 진동기구 ( 큰북 , 대형 금관악기 , 징 등 ) 를 이용할 수 있는데 , 이 기구에 몸이 닿게 되면 떨림을 통한 진동감각뿐 아니라 청각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 높낮이가 다양한 음이 만들어 내는 떨림을 느끼는 단계이다 .
중증장애아동이 소리의 청각적 특징에 집중하고 이를 잘 듣게 하기 위해서는 , 우선 몸으로 진동감각을 충분히 체험하게 하고 , 점점 아동의 몸과 소리 내는 대상 간의 거리를 넓혀가는 방식을 써보자 ( 예를 들어 우선 교사와 아동 간에 서로 머리를 비스듬히 맞대고 교사가 목소리를 들려주고 이후 차차 교사의 목소리를 멀리서 들려주기 등 ). 이후에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 변화를 주기도 하며 이런 과정을 반복해 ( 청력손실이 없는 ) 중증장애아동의 청각적 지각세계가 확장될 수 있다 . 또 일정한 박자로 자극을 제공할 경우 , 아동의 기대심리가 작동된다 . 차분한 속도로 교사의 목소리가 가까이 왔다가 멀어지는 것을 반복하여 느끼는 과정에서 아동은 혼돈스러움을 덜 느낄 것이고 , 이런 일관된 반복과 연속적 체험을 통해 확장된 학습을 위한 기초적 심리상태가 구성될 수 있다 . 교사와 학생 간에 서로 머리를 비스듬히 맞댄 상태에서 들려주는 교사의 목소리는 진동자극뿐 아니라 의사소통적 자극제가 되며 , 이런 형태의 의사소통은 아동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매우 효과적이고 , 또한 정서적으로 매우 다정다감하게 느껴질 것이다 (Fröhlich, 1999, 216). 이런 의미에서 프뢸리히는 기초적 자극에 담긴 의사소통적 의미를 중요시하며 , 아동과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이러한 의사소통 접근으로 자극을 제공할 것을 강조한다 .
(4) 기타 감각자극
위에서 논의한 세 가지 영역에서의 지각 경험은 ‘기초적 자극’을 통한 교육의 핵심 사안이며 , “이 세 가지 영역의 지각 활동만 제대로 제공해도 중증장애아동에게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1996, 25). 이 장에서는 기타 감각영역에 대한 지원방법을 기술한다 .
① 미각과 후각
미각을 긍정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자극이 필요하다 ( 거즈로 만든 자루에 좋아하는 간식 담기 등 ). 보통 미각과 후각은 밀접히 관련되며 , 이 두 감각이 지니는 의사소통적 기능 및 효과로는 후각은 정서에 영향을 미치며 , 특히 어머니의 후각적 자극이 아기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 또 후각 자극이 익숙하고 , 반복적이며 촉진적으로 제공될 경우 이는 심리적 오리엔테이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 미각과 후각을 위한 자극제는 어느 정도 강도가 있어야 하며 , 상반적 자극을 통한 차별화를 조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
② 시각과 청각
시각적 자극을 받아들여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감각 간 통합 과정이 요구되므로 , 여타 근감각에 비해 고도의 지각 능력이 요구되는 원감각이라 할 수 있다 . 그러므로 여기서는 아주 기본적이고 단순한 시각과 청각에 대해 언급한다 . 중증장애아동의 시각 자극을 위해 제시하는 물체는 전경-배경-지각의 맥락에서 ‘ 전경’으로 부각될 수 있도록 뚜렷한 시각적 차이 ( 밝고 vs. 어두운 ) 를 지녀야 하고 동시에 아동이 그 물체를 만질 수 있고 , 또 소리를 내는 물체라면 더 확실히 지각될 것이다 .
2) 움직임 지원
앞서 주장했듯이 “우리의 몸이 ( 감각적으로 ) 잘 느끼기 위해선 움직임이 필요하다 . ” 장시간 동안 고정된 자세로 가만히 있었을 때 몸에 대한 감각이 훨씬 둔화되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 그만큼 인간 실존을 위해 ‘ 지각’과 ‘ 움직임’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동반자이다 .
중증장애아동의 경우 극도로 제한된 움직임으로 인해 , 자신의 몸을 자신에게 딸린 것 , 자신에게 속한 것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 , 중증장애아동은 ‘자기의 몸을 다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몸과 더불어 성장하고 , ‘신체적 자아’를 완성시키기 위해 (Fröhlich, 1999, 217) 세심한 자세 움직임 지원이 필요하다 . ‘물질을 다루는 수행 능력’ ( 물질 능력 ), 소위 학업수행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 자신의 몸을 충분히 체험하고 신체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 중증장애아동이 움직임의 기본 경험을 쌓기 위해 ,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움직임을 지원한다 .
① 보완적 지원을 위한 협의 : 교사가 제공하는 자세 움직임 지원은 교내에 있는 물리치료사의 치료적 행위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 보완’에 해당한다 . 또 교사가 지원을 계획할 때 교내의 작업치료사 등과 협의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Fröhlich, 1999, 230).
② 진동감각 활용 : 움직이게 되면 몸의 모양이나 위치가 변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선 , 우선 ‘자기 몸에서의 길이나 폭 , 넓이 등 정적인 몸에 대한 느낌’을 얻어야 하며 , 이를 위해 진동감각을 이용할 수 있다 . 진동감각은 자신에 대한 느낌을 주고 , 또한 근 긴장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므로 , 앞서 거론한 진동감각을 움직임 지원 이전의 준비단계에서 , 혹은 움직임 지원과 곁들여 제공할 수 있다 .
③ 압박 체험 활용 : 신체를 통해 자신을 인식하게 하려면 , ‘누르기’ , ‘압박 가하기’ 등을 통해 몸 표면에 저항을 느끼게 해본다 . 예를 들어 아동이 바로 누워 있을 경우 , 팔을 접어 아동의 손바닥을 누르게 되면 아동은 팔을 펴기 위해 손을 교사 쪽으로 밀어낼 것이다 . 다리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 발목을 양손으로 잡고 다리를 골반 쪽으로 올려 접어 누를 경우 , 아동은 다리를 펴기 위해 반대방향으로 밀어낼 것이다 . 이런 식으로 사지의 관절부위에 압박과 그 반대의 저항 움직임을 통해 신체적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 물론 너무 세게 누르는 것은 금물이며 , 압박의 세기에 변화를 주어 가며 아동이 누르는 힘의 변화에 반대급부로 적응해 보는 연습을 해보자 . 압박 가하기는 사지 등 신체 일부분을 대상으로 하기도 하지만 , 아동의 몸 전체를 완전히 다 안아 누르고 다시 풀어주는 변화를 줄 수도 있다 . 중증장애아동이 교사의 손을 빌려 ‘사지와 몸을 쭉 펴고 , 오그라들게 접고 , 기지개를 켜고 , 구부려 보는 등의 행위가 이미 움직임의 시작이다’ (1999, 219). 몸 전체를 감싸 안아 누르는 식의 몸 전체에 대한 압박 자극은 경우에 따라 중증장애인에게 매우 편하고 , 안전함을 제공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
그 다음으로 프뢸리히가 제시하는 움직임 지원 방법은 ‘필름을 느린 속도로 돌리는 듯한 관절 움직임’인데 , 이때 교사는 한 손으로 아동의 해당 관절 부위의 위나 아래를 안정적으로 지지해 주어야 한다 . ‘미세 움직임’ (micro-motion) 이라고도 불리는 이 움직임은 예를 들어 누워 있는 아동의 팔꿈치 관절의 경우 , 교사는 한 손으로는 아동의 팔뚝 부분을 잡아 지지하고 , 다른 손으로는 아동의 팔 아래 부분을 잡아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밑으로 내리는데 , 조금이라도 저항이 느껴지면 멈춘다 . ( 보통 마비로 인한 경직이나 근 긴장도 이상으로 고긴장도 (Hypertonus) 를 가진 아동의 경우 이런 움직임에서 금방 저항이 따른다 ).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른 후 , 팔을 다시 왔던 방향으로 돌린다 . 이런 식으로 팔꿈치 관절을 기준으로 팔 움직임을 저항지점까지 매우 조심스럽게 반복할 경우 , 이번엔 오히려 해당 아동이 스스로 저항에 반하여 팔을 움직이고자 시도한다 . 비록 초기에는 아동의 이런 움직임 시도가 매우 미미하고 연약하지만 , 교사는 아동의 시도에 동반하여 매우 천천히 조심스럽게 같이 움직여야 하므로 , 교사의 세심함과 집중력이 매우 요구되는 방법이다 . 동작치료 이론가인 일본인 사사모토 (Sasamotu) 는 관찰을 통해 , 이 미세움직임은 일반적 물리치료에서 하는 전통적인 대근육 움직임보다 중증장애아동의 움직임 범위나 움직임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제시하며 , 그 효과 역시 지속적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 미세움직임 훈련은 움직임을 위한 전체적 신체조건이나 근 긴장도 , 의식의 투명성 ,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 등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앞서 언급한 전통적 대근육 움직임 역시 중증장애인의 움직임 경험을 위해 적용할 수 있다 . 대근육 움직임은 관절 움직임의 유연성이 감소되지 않도록 , 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적용되며 , 나아가 중증장애아동 개개인에게 적합한 형태로 적용가능하다 . 앞서의 ‘미세 움직임’과는 달리 이때의 대근육 움직임에서는 움직임 자극이 좀 더 확실히 가해지고 , 움직임의 반경이 넓고 ( 그러나 고통 수준을 넘지는 않는다 ), 또한 그리 천천히 진행되지는 않는다 . 대근육 움직임은 신체의 밑에서부터 위로 , 신체지각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대칭적으로 , 나아가 느낌을 심화시키기 위해 반복적으로 시행한다 . 이때 조용하고 일정한 리듬의 음악을 배경으로 사용한다면 , 교사와 아동 서로 공동의 신체 움직임 리듬을 만들어 볼 수 있다 .
④ 평형감각의 ‘좌우 움직임’ 활용 : 바닥이나 편한 의자에 앉은 교사의 다리 위로 아동을 앉히며 등 뒤로 안는다 . 큰 거울을 마주하고 아동의 반응을 세심히 집중 관찰하도록 한다 . 이때 교사는 한 팔로 중증장애아동의 골반 부위를 감싸 안고 , 다른 팔은 아동의 팔 밑 옆구리로 넣어 가슴부위를 안은 다음 둘이서 같이 상체를 좌우로 천천히 살살 흔든다 . 이때 아이의 팔이 같은 방향으로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반대 방향으로 엇박자로 움직이는데 , 이로 인해 팔이 8 자를 옆으로 뉘어놓은 듯한 회전 모양을 이루게 된다 . 양팔의 이런 흔들림이 강해지면 , 팔 근육이 늘어나는 느낌을 확실히 받게 된다 . 부언하면 교사와 학생의 이런 자세는 아동이 자신의 손을 이용해 움직이는 활동을 조장하는 경우에도 적절하다 (Fröhlich, 1999, 225- 227). 신체 길이 축을 중심으로 한 좌우움직임은 이완에 효과적인데 , 아동이 누워 있는 경우 , 어깨부위는 움직이지 않고 , 양손으로 다리를 잡고 골반 이하 부위를 좌우로 흔들어 주거나 거꾸로 해보자 . 신체 길이 축을 중심으로 몸을 굴려 한 바퀴 뒤집는 느낌과 체험을 즐거워하는 중증장애아동도 있을 것이다 .
3) 의사소통 지원
일반인뿐만 아니라 교사와 장애아동 간의 관계형성에서 의사소통이 지니는 의미나 그 중요성에 대해선 앞 장에서 자주 언급한 바 있다 . 의사소통은 인간관계 형성의 근본 요소이다 . 중증장애 아동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근본적 목적에 대해 프뢸리히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 “중증장애아동이 의사소통적으로 행동하고 , 자신의 기분을 느끼고 , 이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 그런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 또 사람을 구분하고 다시 알아보며 , 나아가 이를 표현할 수 있도록 배우게 해야 한다” (1999, 231). 아동의 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위해선 무엇보다 보호자나 교사의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 자체 ( 언어적 내용이 아니라 ) 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이와 관련하여 프뢸리히는 의사소통 지원의 목적 및 구체적 방법에 대해 ‘ 3 단계 모델’을 구안해 냈는데 , 이 단계는 해당 아동의 의사소통 능력 수준에 해당한다 .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보편성을 인정받는 파푸젝 부부 (H. & M. Papousek) 의 모아소통 이론인 ‘ 베이비토크’와 그 지원방법에 의거하여 , 프뢸리히는 중증장애아동의 요구에 맞게 이를 수정 · 보완하였다 .
(1) 도입단계 : 기초 중재
알다시피 모아 간 상호작용인 ‘ 베이비토크’에서는 얼굴표정과 목소리에 담긴 멜로디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 이때 모자의 얼굴이 서로 25 - 30cm 간격을 두고 위치하는 것이 최적의 거리이다 . 교사가 제공하는 얼굴 표정-목소리 자극은 , 일반영아의 경우 10 초 정도가 적당하나 , 중증장애아동에게는 60 초 동안 끊지 말고 계속 제공해야 한다 (Fröhlich, 1999, 233). 곧 이어지는 기다림 시간에 교사는 옹알이 등 아동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 아니면 최소한 어떤 식으로든 아동이 관심과 집중이 증가된 것을 신체적으로라도 나타낼 수 있는 반응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다려 본다 . 초기에 비록 아동으로부터 눈에 띄는 반응이 없을지라도 교사의 이런 접근에 아동이 익숙해지도록 이 과정을 반복한다 ( 이때 교사로부터의 자극이 진동자극과 같이 주어진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 ).
(2) 1 단계 목표 : ‘조음 능력 강화’
위의 도입단계에서 기초중재가 아동의 집중력을 상승시켰다는 확신이 든다면 , 이를 전제로 프뢸리히는 첫 단계의 목표를 ‘조음 능력 강화’로 하였다 . 조음 능력 강화 단계의 핵심은 ‘동일한 과정의 반복’이다 . 비록 다른 사람이 이전 사람의 지원을 대신할지라도 , 이전과 동일한 동작 및 행동 ,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도록 한다 .
이 단계 실행과정은 위의 도입단계 기초중재와 동일하다 . 교사의 자극에 대해 아동이 소리를 냈다면 , 교사는 이 소리를 모방하고 , 이후 교사 접근 시 아동의 소리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 . 이 과정을 통해 중증장애아동은 스스로 소리를 냈다는 것 , 나아가 ‘사람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 이런 방식의 중재를 아동의 일상과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 ‘얼굴 표정 , 목소리 , 교사 , 일상 활동’이 아동에게 어떤 특정 의미로 서로 묶여서 저장될 것이다 . 조음 능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이 단계에서 교사와 아동 간의 의사소통은 ‘정체성의 표현인 동시에 느낌과 감정의 표현’으로 자리한다 . 이 과정을 통해 아동은 얼굴 표정-목소리 활동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도 있게 된다 .
(3) 2 단계 목표 : ‘의도적 발성’
의사소통 지원 제 2 단계에서 추구하는 바는 중증장애아동이 ‘좀 더 명확하고 의도적으로 발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 이보다 좀 더 발전된 ‘발성에 의사전달 의도를 담는 것’은 다음 제 3 단계의 목표로 넘어간다 . 2 단계에서는 이와 더불어 ‘주변 사람의 발화언어에 귀 기울이는 능력’도 개선할 수 있다 . 제 2 단계 ‘의도적 발성’의 핵심원칙은 ‘상황적 명명’이다 . 아동의 일상생활의 상황에 적절하게 주요 대상이나 행동 , 지시 , 요구 , 발문 등을 몇 가지로 정해 놓고 간단명료하게 명명하고 기술하고 , 이 역시 항상 동일하게 반복 유지함으로써 아동에게 어휘력의 기본 바탕이 형성될 수 있다 . 이런 과정을 통해 중증장애아동은 “ ( 명명 , 발문 등 ) 특정 의사소통적 구조와 특정 행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 이를 위해 ‘일정하고 , 음성적으로 명확히 차별되며 , 항상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언어적 자극’이 아동에게 주어져야 한다 .
(4) 3 단계 목표 : ‘의사전달 의도를 지닌 발성’
이 단계에서의 의사소통 지원은 자신의 발성으로 특정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 중증장애아동에게 적합하다 . 이때 아동의 발성을 양적으로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지원해야 한다 . 우선은 아동이 발성을 하면 , 이에 대해 일일이 타인이 반응이나 대답을 해주는 식으로 지원하고 , 후기에 갈수록 아동이 내는 특정 발성에만 차별적으로 대답하는 방식으로 끌어올리는데 , 이는 일반사람들의 발화언어 양식이나 상황에 근접한 비슷한 의사소통 체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Fröhlich, 1999, 242).
위와 같은 3 단계 모델 등 중증장애아동의 의사소통 지원을 종합해 볼 때 , 의사소통 지원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기술될 수 있다 .
“ 소리란 것이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아동이 깨우쳤을 때 , 그리하여 소리를 의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동에게 조음을 위한 발성연습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 마찬가지로 , 전통적 의미의 언어교육이란 것도 , 아동이 ‘ 언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 ‘언어의 의미’를 몸소 깨달을 수 있는 ( 의사소통에 대한 ) 기본적 경험을 충분히 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244).
프뢸리히는 더 나아가 이러한 의사소통 능력이 중증장애아동의 움직임 능력과 매우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 근 긴장이 이완되고 , 자세 움직임 활동이 한결 수월해질 경우 , 이는 발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일반영아의 경우 감각운동적 탐색을 주로 입으로 , 입을 통해 하는데 , 이것이 이후 조음 능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움직임 행동과 의사소통 간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
4) 체험 및 활동 능력 확장을 위한 지원
앞서 주요 지원 원리로 언급했던 ‘일상생활 활동에 참여시키기’에 대해 되새겨 보자 . 프뢸리히는 자신의 ‘통합적 학습’ 이론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1983), 학습에서 학습 내용이 ‘아동의 실제 생활과 밀접히 연관될 때’ 학습과정이 자동 활성화되고 , 그 효과 역시 극대화 된다고 주장한다 (Fröhlich, 1999, 167). 이는 중증장애아동의 교육에서도 아동 개개인의 삶의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여 다양한 학습내용 , 경험내용을 제공해야 하며 , 이는 아동의 신체 차원에 집중하여 내부적 체험을 늘려가다가 차차 외부세계를 학습내용에 통합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때 외부세계란 ‘아동이 매일 직면하는 일상 세계’이며 이러한 일상 세계에서 필요한 것을 학습하게 된다 .
중증장애아동이 교사의 도움으로 자기 자신 ( 자기의 몸 ) 을 감각운동적으로 탐색하고 , 심리적 · 정서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면 , 차차 주변 세계의 사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 중증장애아동이 ‘매우 개별화된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는 과정’을 통해 습득하게 되는 능력은 결국 그 다음 외부세계에서의 체험 능력 , 활동 능력의 바탕이 된다 . 즉 이전 단계에서 습득된 능력이 새로운 정보 창출을 위해 사용된다는 의미이다 .
일반영아의 경우 ‘외부세계로 관심을 돌리는 시기’에는 주로 양손을 이용하여 물질적 대상을 탐색하고 놀이를 하며 , 이것이 외부 세계에 대한 적응 능력이 되는 것처럼 , 중증장애아동에게도 역시 물질적 대상을 손으로 만지는 탐색과정을 체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이들은 의도적인 물질경험을 위해 손이나 팔을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데 극도의 제한이 따르므로 대상을 만지고 느끼기 위해 교사는 아동의 손을 잡고 움직여 주어야 한다 . 이런 물질경험을 위해 적합한 대상으로는 삼차원으로 구성된 뚜렷한 형태를 지닌 것 , 어른이 양손을 벌려 포갤 수 있을 만한 크기 , 표면의 질감이나 단단함에서 뚜렷이 구분되는 동일한 형태의 물건 등이다 . 물건이 준비되었으면 , 교사는 아동의 손을 이끌어 우선 단순히 ‘만져보게 하여’ 물체감을 느끼게 하고 ( 즉 ‘여기 뭔가가 있다’는 느낌 , 인식이 목적 ), 물건 위로 손을 움직여 물건의 표면적 특징을 느끼고 그 다음 일련의 순서로 기타 물질적 특성을 체험할 수 있다 . 아동이 물질을 자발적으로 탐색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도 교사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으며 ( 물론 쉽게 그러지는 않겠지만 ), 중간에 잠시 간격을 두어 아동이 스스로 만져보게 하는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
프뢸리히에 따르면 , 외부 물질세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위와 같이 물건에 대한 ‘촉각적 물체감’을 구성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 즉 물건을 신체적 느낌을 통해 직접 체험하는 가운데 ‘촉각적 물체감’이 생긴다 . 이러한 기본 체험이 바탕이 되어 일상적 상황에서 다양한 차별적 체험이 축적된다 (Fröhlich, 1999, 252). 물질경험을 통해 적응능력을 키우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 원인-결과-관계 ’ ( 인과관계 ) 를 체험하는 것이다 . 일반유아의 경우 인과관계에 대한 체험을 위해 특정 행위를 자발적으로 반복하는 경향이 있고 , 이를 통해 ‘ 대상영속성’이란 인지 도식을 습득한다 . 그러나 인과관계 체험의 전제조건이 되는 움직임 협응 , 원활한 감각 , 지각능력 등이 중증장애아동에게는 충분하지 않기에 , 교사는 이러한 체험에 요구되는 움직임이나 자극 과제 등을 적절히 구조화하여 제시하여야 한다 . 특성상 질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물건을 사용하여 강한 느낌과 인상을 주고 , 또한 일부감각이 아닌 , 다감각을 사용하여 느낄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하고 , 물건을 다루는 방식 역시 동일하게 유지하여 반복적으로 체험토록 한다 . 다루던 물건을 가지고 숨바꼭질놀이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 이런 일련의 체험과정은 중증장애아동에게도 ‘대상에 대한 개념’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
물건을 이용한 놀이는 실제 세계에서 아동의 일상생활에 맞게 , 그에게 익숙한 물건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 물질경험을 일상에 활용하기 위해선 , 무엇보다도 일상의 환경조건이나 행동을 잘 조직화하여 아동이 물질경험을 ( 즉흥적이 아닌 )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물질세계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물질경험을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 아동이 만지는 물건 , 가지고 노는 물건이 아동의 실제 삶에서 나온 익숙한 것이어야 하고 , 이를 통해 그 물건이 아동 개인에게 매우 의미 있는 연관성 속에서 다시 체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 그러기에 ‘기초적 자극’ 이론의 핵심적 원리는 결국 ‘당연하고 가까이 있는 것을 구조화 , 체계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 예를 들어 기초적 자극에 의거한 지원에 힘입어 ) 중증장애아동이 약 8 개월 수준의 발달연령에 도달했다면 , 그 다음엔 ‘통합적 학습’ (Fröhlich & Haupt, 1983) 으로 나아가는데 , 여기서는 아동의 일상적 상황이 학습상황에 좀 더 통합되어 적극적으로 체험된다 .
2 절 ‘기초적 의사소통’ 이론 및 수업사례 (W. Mall)
‘인간은 너에게서 비로소 내가 된다
(Der Mensch wird am Du zum Ich).’
-마틴 부버 (Martin Buber)
<그림 23> 빈프레드 말
빈프레드 말 (Winfred Mall) 은 중도 · 중복장애인이 처한 어려운 실존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1980 년 초반 ‘기초적 의사소통’ (Basale Kommunikation ) 이라는 교육적 이론을 구안하였다 . 인간의 발달은 각 영역이 독립적이 아닌 , 상호 유기적인 영향하에 총체적 발달 과정을 거친다 . 이러한 의미에서 말은 인간발달에서 의사소통 , 특히 영유아 시기 모자 간 의사소통이 전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Mall, 1998a), 중증장애인의 경우 , 극도로 제한된 의사소통이 이들의 인성발달을 저해하므로 , 자신의 기초적 의사소통 이론을 통해 , 특히 중증의 지적장애인과 소통을 시도함으로써 그들이 고립에서 벗어나 사회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주력하였다 . 중증장애인이 처한 상황에서 보면 , 우선 소통을 위해 만남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발달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보았다 .
말이 생각하는 중증장애인이란 , 의사소통에서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로서 (Mall, 1984, 4), 이들과의 소통에 대한 이론이 ‘기초적 의사소통’이다 . 말에 따르면 , 중증장애인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자 하는지 보통은 이해는커녕 그런 기미조차 알아차리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며 , 우리가 말을 걸어도 대부분 무반응이나 거부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 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자폐되어 타인의 접근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 이런 상황에서 의사소통을 위한 상호작용은 시도될 리 없는데 , 의사소통의 두 화자에 해당하는 중증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각각 습관화되어 있는 소통의 통로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
1) 중도장애인의 범주
(1) 중도의 자폐 범주성 장애를 보이는 청장년 및 노인
‘기초적 의사소통’은 매우 심한 자폐적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한결 더 ‘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삶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하며 , 이로써 당사자뿐 아니라 보호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이 범주에 해당하는 행동 특징 및 말의 의도는 후반부에 계속 제시됨 ). 말이 얘기하는 ‘자폐적’ 행동이란 주 장애 외에 부수적 내지 중복장애로서 드러나는 행동을 의미하는데 , 이를 그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
“ ( 이런 자폐적 행동을 보이는 )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타인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한다 . 오히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상동행동을 하거나 특정 물건에 집착을 보이는 등 매우 밀폐된 행동을 보이며 , 경우에 따라 특별한 감각적 느낌에 대해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데 , 그들이 그나마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경우는 대부분 분노폭발 , 타인에 대한 공격 , 자해행위 , 비명지르기 등 극단적인 , 소위 문제행동을 통해서이다 . 물론 이런 감정표현에서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2).
말은 위와 같은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다른 사람의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하며 , 이들과의 의사소통에서 ‘언어적 동반’을 시도하곤 한다 (1998b, 56).
(2) 중도 지적장애가 있는 중도 · 중복장애인
그가 의사소통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하는 두 번째 중도장애인 범주는 중도 지적장애가 있는 중도 · 중복장애인으로서 , 중도 지적장애 외에 다른 중복장애를 수반하며 , ‘자신의 의도를 적극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것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1984, 2). 이들은 경우에 따라 소위 ‘ 신체언어’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나타내려 하지만 , 이 경우에도 거의 보호자만 그 의도를 추측할 수 있는 정도이기에 , 서로 경험을 나누거나 , 의사소통을 할 가능성은 이들에게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 그러므로 말 역시 프뢸리히의 ‘기초적 자극’ 이론에서처럼 , 중도장애인이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어떤 특정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 바로 이 의미에서 ‘ 기초적’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 그의 접근은 당사자 개개인의 발달 상태에 초점을 맞추는데 , 이들은 사회성 발달에서만큼은 거의 ‘ 신생아’에 비견할 만하다고 한다 .
말에 따르면 ‘기초적 의사소통’ 지원은 , 장애 당사자가 지원 도중 의식이 너무 말짱할 경우 , 오히려 그 의미를 잃게 된다고 한다 . “기초적 의사소통은 ‘ 전의식’의 영역에서 진행되기에 , 이를 의식적으로 조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 (15). 이 말은 역시 기초적 의사소통을 통해 소통을 시도하고자 하는 비장애인에게도 해당되는데 , 스스로 멋쩍어하며 자신의 시도를 ‘괴상하게’ 여기거나 , 자연스러운 반응 대신 반응을 의도적으로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2) 이론적 배경
기초적 의사소통 이론의 철학적 · 이론적 바탕이 되는 학문적 근거를 제시하는 이 장에서는 특히 일반적 발달에서 의사소통과 영유아 발달의 연관성과 나아가 이에 근거하여 중도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겠다 .
(1) 중도장애인의 행동과 어려움에 대한 심층적 이해
앞서 언급했듯이 말에게 의사소통이야말로 인간발달의 핵심요소이다 . 이미 태내에서 태아와 산모 간에 상호작용으로서 의사소통이 일어나며 , 출생 후 모아 간 의사소통은 계속 진행되어 신생아의 욕구를 즉각적이고 , 지속적으로 잘 반영하며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조절하는데 (Mall, 1998b, 50), 신생아의 발달은 바로 이런 세심한 의사소통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 말이 이처럼 최우선으로 여기는 모아 간 의사소통이 특히 영아의 ‘감각운동성 발달’을 어떻게 촉진하며 , 그러므로 왜 없어서는 안 되는지 아래에서 살펴보자 .
의사소통이란 쌍방 모두에게 “상대방에 대해 적응하는 것이며 , 또한 그 반대로 상대방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Mall, 1998a, 30f). 그러므로 이때 중요한 건 의사소통을 통해 ‘ 관계’를 맺고 ,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등 , 의사소통을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 이와는 반대로 의사소통이 부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 관계가 단절되거나 아예 형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
모아 간 의사소통은 보통 일종의 ‘ 순환과정’을 거치는데 , 우선 엄마가 첫걸음을 내딛는다 . 예를 들어 아기가 울 경우 , 엄마는 이를 아기의 의사전달로 알아차리고 , 받아들여 특정 행동을 통해 아기의 울음에 적절한 대답을 전할 것이다 . 이런 엄마의 행동 역시 아기에게 받아들여지고 , 다시 반응을 통해 이에 대답한다 (Mall, 1998a, 34). 이런 과정은 보통 생후 반 년 이내에 집중적으로 진행되는데 , 이와 같은 모아 간 생물학적 사인에 대한 반응과 반작용의 순환으로서의 의사소통 관계를 마가렛 말러 (Margaret Mahler, 1980) 는 ‘모아 간 공생관계’로 규정한다 . “모아는 상호 매우 밀접하고 , 세밀하게 조절되는 의사소통 및 조절시스템을 갖는다 . 그러므로 엄마와 아기 간의 경계선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Mall, 1998b, 51).
아기가 엄마로부터 무조건적으로 수용되는 경험 ( 두려움이나 조건 없이 욕구가 충족되고 , 자극받고 , 이해받고 , 위안받고 , 안아주고 , 흔들어 주고 , 쓰다듬어 주고 , 말을 걸고 , 따라하는 등 ) 을 통해 비로소 아기의 내부에는― 에릭슨 (Erikson) 의 용어로―‘원초적 신뢰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 이 원초적 신뢰감은 “아기가 인간세계와 물질세계로 발을 내딛고 , 그 안에서 두려움 없이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바탕이 된다 . 여기서 모아 간 초기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져 할 필요성이 확실해진다 .
“인간은 그 본질에서 의사소통적 존재이다 . 발달하기 위해 ,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인간은 타인과의 교환 작용 , 즉 타인과의 긍정적 의사소통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Mall, 1998a, 31).
(2) 중도 · 중복장애인에게 적합한 의사소통 형태
앞서 언급했듯이 중도의 지적장애인과 의사소통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 그들은 우리의 일상적 의사소통 통로인 시선접촉이나 언어 , 얼굴 표정 , 몸짓을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Mall, 1984, 4). 그러므로 그들이 나타내는 다른 형태의 행동 ( 예를 들어 미세한 움직임 , 촉각적 접촉 , 시선 , 소리내기 등 ) 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 우리가 그 속에서 그들의 의사소통 의도를 발견하고 , 이를 이해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 나아가 심지어 그런 행동조차 관찰되지 않을 경우에도 최소한 “모두 살아 있는 사람이 보이는 한 가지 행동이 있으니 바로 인간은 숨을 쉰다”라는 사실이다 . 우리가 호흡하는 방식 , 우리의 호흡리듬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표현수단이 된다 . “인간은 호흡리듬 속에서 현재 자신의 상태뿐 아니라 기분과 삶의 정조 , 나아가 인성을 나타낸다” (Mall, 1984, 5).
호흡이란 불수의적으로 조절되는 무의식적 활동이나 , 이에 대해 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 ‘인간 육체와 정신의 이음새 , 즉 경계선’ (Mall, 1998a, 61) 을 이루는 동시에 양자의 통합에 기여한다 . 기초적 의사소통 이론은 이런 인식에 기초하여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의사소통과 관계맺음에 호흡리듬을 활용한다 . 호흡리듬 외에도 가장 원초적인 의사소통 통로에는 또한 ‘소리내기’ ( 이 역시 호흡과 연관된다 ), 움직임 , 만지기 등이 있는데 , 이는 중도 · 중복장애인의 의사소통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각각의 통로는 특히 영유아기 시절 주양육자인 어머니가 아기에게 다가가는 접근방식이기도 하며 ,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기초적 의사소통’ 이론이 의도하는 교육 목적 내지 효과는 앞 부분에서 이미 어느 정도 언급했으나 , 이 장에서는 이를 좀 더 명확히 하고 ,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기초적 의사소통 방법을 말의 경험에 근거하여 모색하기로 한다 . 기초적 의사소통의 목적은 의사소통 파트너로서 중도의 지적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소통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
“매우 심한 자폐 증세나 장애가 아무리 심한 지적장애인이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열려 있는 소통 가능성을 찾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네 곁에 있단다’라고 말을 건네는 것 , 이것이 바로 목적이다” (Mall, 1984, 15f).
일반적으로 영유아가 엄마와의 초기 긍정적 상호작용을 통해 원초적 신뢰감을 얻게 되는 것처럼 , 중도의 지적장애인도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이러한 경험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 이를 통해 중도 · 중복장애인이 애정과 친밀감 , 안정감 , 절대적 수용 , 전폭적 지지 등 심리적 안정감을 경험하고 (Mall, 1998a, 59), 나아가 교사가 학생의 상태 , 욕구 등 (Mall, 1984, 6) 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 파트너 간에 신뢰할 만한 관계를 바탕으로 ‘쌍방 모두에게 두려움 , 몰이해 , 긴장 , 공포’가 사라지게 되며 , 이로써 장애당사자는 ( 인적 · 물적 ) 세계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와 관심을 갖게 되어 (14), ( 특히 감각운동 발달에서 )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Mall, 1998a, 78).
기초적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장애당사자는 자신의 행동에 변화가 생김을 체험하며 (Mall, 1984, 3), 이때 파트너인 교사의 인성이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상호작용 성패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 장애 당사자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이해심 , 그와의 상호작용에 인내심을 갖고 자족할 수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 상호 의사소통이 지속적으로 시도될 경우 장애 당사자는 파트너인 교사의 지원에 대해 좀 더 확실한 반응을 보이며 이에 대해 피드백도 보여주는데 , 이런 과정에서 “장애 당사자는 단순히 치료나 처치의 대상으로 전락하거나 인간 자체가 간과되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에는 인성적 · 실존적 만남이 가능해진다” (3).
이러한 의사소통 과정은 단순히 ‘ 이완휴식’을 위한 것이 아니지만 , 소통 과정에서 쌍방 파트너가 만나 감정의 교환 ( 안정감과 편안함 ) 이 일어나면 , 이는 다시금 이완 ( 릴렉스 ) 이라는 부수적 효과를 가져온다 . 양자의 만남과 감정의 교환은 편안함 , 즉 이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Mall, 1998a, 65). 기초적 의사소통을 통해 중도 · 중복장애인을 지원하는 방법은 장애 당사자 및 파트너인 교사의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지원 효과나 변화 정도 역시 당연히 장애 당사자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
‘기초적 의사소통’이란 모든 중도 · 지적장애인에게 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는 만병통치식 처방전이 아니다 . 교사는 의사소통 파트너인 장애 당사자 및 그의 현재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가며 지원해야 하기에 일정한 지침이나 엄격한 절차가 있을 수 없다 . 중요한 것은 파트너 사이의 생생한 의사소통이며 (Mall, 1998a, 62, 65), 장애당사자에게 다가서는 파트너의 말이나 행동이 유희적이고 창의적일수록 효과가 좋은데 , 진정한 의사소통이란 계획적이 아닌 , 매번 처한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 물론 파트너 간의 ‘기초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소나 특징을 잘 파악한다면 지원에 매우 도움이 되겠지만 , 이 역시 ‘교사 자신의 느낌과 시도에 대한 자극제’로서 역할을 할 뿐 , 무조건 모든 관계에 일반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84, 6).
1) 의사소통 통로로서의 호흡리듬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접촉과 소통에서 호흡리듬은 매우 중요하며 , 이는 말의 기초적 의사소통을 통한 접근의 ‘기초’―상징적으로 보면 ‘파트너와 같이 걸어가는 길’―를 제공한다 . 이때 우리가 걸어가는 길의 형태나 길 위에서의 체험이 매번 다르듯이 의사소통 과정 역시 매번 다를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자 .
그럼에도 그러한 길에서의 체험의 공통분모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호흡리듬을 통한 쌍방의 조율’일 것이다 (1998b, 56). 조용하고 자극이 많지 않은 ( 경우에 따라 약간은 어두운 ) 공간에서 방해나 시간적 압박 없이 함께 매트 위에 앉는다 . 이때 장애인 파트너는 교사의 다리 사이에 편안한 자세로 기대어 앉는다 . 교사가 상대방의 상태를 느끼고 접촉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이 자기의 몸을 느끼고 , 상대방과 몸과 호흡으로 접촉하고 있음을 조용히 침잠한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충분히 지각해야 한다 .
나아가 교사는 , 경우에 따라 그의 배 움직임을 관찰하거나 , 그의 배 위에 손을 얹어 놓고 관찰하며 상대방과 호흡리듬 속으로 있는 자기 자신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 이 정도 준비가 되었으면 서서히 파트너와 같이 호흡하는 단계로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 이때 교사는 가능한 한 몸의 긴장을 풀고 , 절대 자신에게 소통을 강요함 없이 편안하고 유연하게 소통을 시도한다 (Mall, 1984, 8).
파트너와 호흡리듬의 핵심은 숨을 내쉬는 ( 날숨 , 기식호흡 ) 단계이다 . 교사는 파트너의 날숨 순간에 맞춰 같이 숨을 내쉬고 , 다시 편하게 자신의 호흡리듬에 맞춰 숨을 들이쉬다가 다시 파트너의 날숨을 동반한다 (Mall, 1998a, 62).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서로 숨을 조율하며 호흡 움직임을 체험할 때 이미 그 순간 자체가 ‘서로 만나고 관계를 맺는 순간’이 된다 (1998b, 57).
이 과정에서 파트너와 함께 몇 가지 활동을 추가할 수 있는데 , 이 역시도 제안일 뿐 기초적 의사소통 접근은 개개인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 호흡리듬 과정에서 추가할 수 있는 활동은 날숨 단계에서 시도되며 최대한 3 - 4 번 정도 연달아 반복하는 것이 좋으며 , ‘가능한 한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투입되어 , 기계적인 반복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1998a, 64). 호흡리듬에 추가되는 활동을 상대방 파트너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가정할 경우 , 추가활동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 반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러한 추가활동으로 말이 제시한 것이 소리내기 , 쓰다듬기 , 움직이기이다 .
① 소리내기 : 같이 날숨을 쉴 때 파트너가 날숨 과정을 청각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도록 교사는 특정 음 ( 부우 - , 파찰음 등의 단음 소리 및 노랫소리 ) 을 소리 내어 동반한다 .
② 쓰다듬기 : 교사는 상대방의 신체부위 ( 팔이나 배 등 ) 를 길게 쓰다듬어 만져주며 날숨 과정을 동반할 수도 있다 ( 이는 마치 부드러운 마사지와 비슷한 동작으로 , 신체 부위를 쓰다듬을 때의 방향은 가능한 한 위에서 아래로 ,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쓰다듬는다 ). 이때 학생 뒤에 앉은 교사가 자신의 팔로 학생 몸을 감싸 안고 , 자신의 다리로는 학생의 골반 부위를 감싸고 , 양발은 학생의 다리 위에 걸쳐 놓을 수 있는데 , 이런 자세는 학생에게 지지감이나 안정감을 제공할 것이다 .
③ 움직이기 : 호흡리듬에서는 또한 위와 같은 자세에서 파트너와 움직임을 시도할 수 있다 . 날숨 단계에서 앉아 있는 상체를 서로 붙이고 원을 그리며 움직이거나 좌우 , 전후 움직임을 시도해 본다 . 신체 움직임에 동원되는 학생의 관절 가동 범위를 조심스럽게 관찰한다 . 같이 움직이는 대신 학생의 신체 일부를 움직이도록 해줄 수도 있는데 역시 날숨 단계에서 천천히 움직여 준다 (Mall, 1998a, 63-64; Mall, 1984, 7-9).
2) 기초적 의사소통 과정에서 되비추기 (mirroring), 의례 (ritual), 발화의 의미
의례의식 , 행동 되비추기 및 명확한 언어사용은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접촉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 즉 기초적이고 원초적인 의사소통에서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
(1) 되비추기
기초적 의사소통에서 시도되는 추가활동인 되비추기는 서로 조율하기 위한 기초로서 사용될 수 있다 . 교사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표현양식 ( 예를 들어 날숨 , 소리 , 움직임 , 상동행동 , 근 긴장도 등 ) 을 포착하여 이를 가능한 한 똑같이 모방한다 . 되비추기를 통해 학생은 지금 교사가 자신과 연결을 시도하고 , 그에게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 타인의 모방을 통해 학생이 자신의 행동으로 다시 인식하게 되고 , 이를 통해 학생은 “자신이 진짜로 이해되고 수용되고 있음을 체험하게 된다” (Mall, 1998a, 42).
특히 상동행동을 보이는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이러한 활동은 장애 당사자로 하여금 자신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며 , 교사가 자신의 상동행동을 하나의 표현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Mall, 1998b, 55). 즉 학생의 상동행동은 거부되거나 부정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 오히려 그 반대로 의사소통 과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부여받는다 . 전후 몸 흔들기식의 상동행동을 할 경우 , 교사는 상동행동 리듬에 맞추어 박수치기 , 북치기 혹은 학생 이름 부르기 등으로 학생 행동을 되비춰줄 수 있다 . 이때 학생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든 ( 즉 교사의 되비추기를 거부하든 혹은 수용하든 ), 이는 곧 학생과 교사 간에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 교사의 되비추기에 대해 학생은 행동을 순간 멈추거나 더 강하게 상동행동하는 식으로 반응을 보일 수 있고 , 혹은 교사의 얼굴을 바라보거나 미소 짓거나 , 아니면 교사의 얼굴을 일부러 외면하거나 교사로부터 몸을 피하려 움직이며 반응을 보일 것이다 (Mall, 1998a, 33). 학생이 거부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는다면 교사는 되비추기를 반복해 본다 ( 거부반응에 대한 대응은 아래 참조 ).
(2) 의례
의례를 통해 중도 · 중복장애인은 상황을 재인식할 수 있다 ( 중도 · 중복장애인뿐 아니라 초기 영유아 의사소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 가능한 한 매번 같은 방식의 체험이나 과정 , 만남 상황은 중도 · 중복장애인으로 하여금 일상생활에 친숙하게 적응하도록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 즉 익숙한 것을 통해 신뢰감이 형성되고 세상에 대한 안전감을 전달할 수 있다 (Mall, 1998a, 41). 특히 중도 · 중복장애인이 거주하는 공동주거시설이나 병원에서 체류할 때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칙적 의례를 보호자나 보조원이 제공할 경우 어느 정도 안전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며 , 이를 통해 장애 당사자는 ‘외부세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과 신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때 의례라는 것이 거창하거나 긴 시간 지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말은 파트너 쌍방이 대면하는 순간에도 ‘ 미니-의례 ’ ( 예를 들어 인사하기 , 말걸기 )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
(3) 발화
발화 역시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기초적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영아와 엄마가 의사소통할 때 엄마가 말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기초적 의사소통에서 발화할 때 유의할 사항은 교사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발화하는 내용이나 방식은 우선 말과 신체언어가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고 ( 예를 들어 밝은 미소와 긍정적 발화가 서로 일치하게 됨 ), 학생 수준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와 방식으로 발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선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 , 명확한 표현과 반복이 발화방식으로 중요하다 . 그리고 두 사람이 접촉하는 순간의 상황이나 행동 , 혹은 계획이나 느낌을 발화 내용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 . 교사의 발화는 쌍방의 만남을 학생이 더욱 의식적으로 체험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Mall, 1998a, 43).
3) 일상생활에서 기초적 의사소통 및 기타 지원
의사소통이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단순히 수업시간이나 지원시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일상의 일부이어야 한다 . 그러므로 기초적 의사소통이 그들의 일상에도 적용되도록 한다 . 장애인의 표현수단을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 이에 응답해야 함은 물론 , 우리의 기초적 의사소통 내용이나 의도를 매번 반복함으로써 쌍방의 접촉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 이로써 그들에게 적합한 형태로 기초적 의사소통 안에서 만남이 일어나고 살아 숨쉬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Mall, 1984, 12). 이를 위해 일상에서 기초적 의사소통이 일어날 수 있는 사태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인사하기와 같이 호흡리듬 타기 등의 활동을 이용하여 호흡리듬 활동에서 기식호흡 시 인사말을 건네는 방식이 가능하다 . 같이 호흡리듬 타기 , 호흡을 소리로 듣게 하는 것 , 마사지 , 학생 행동을 되비추기 등의 활동은 일상에서도 충분히 응용 가능하며 , 이를 통해 학생이 현재 타인과 관계 안에 존재함을 느끼도록 해준다 .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으로 하여금 일상에서의 의사소통 활동을 통해 그가 바로 특정 사태의 원인제공자이며 , 타인이나 어떤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 나아가 그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학생이 몸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 파트너인 교사는―훈련이 아닌―유희적인 방법으로 학생이 위와 같은 인식이 가능하도록 상황을 구성할 수 있다 . 예를 들어 익숙하거나 좋아하는 일상동작을 잠시 멈추고 학생으로 하여금 그 다음 단계 반응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시간을 준다든가 , 행동 연속선상에서 뚜렷이 인식할 수 있는 대안적 동작을 제공한다 ( 예를 들어 식사 시간에 먹고 마시기 동작에서 )(Mall, 1984, 9; Mall, 1998a, 78f).
갓 태어난 영아의 경우 초기의 일상은 주로 먹고 마시고 잠자는 등 신변처리 활동으로 이루어지는데 , 이런 일상 리듬 속에서 모자 간의 친밀한 애착관계가 형성된다 . 바로 이러한 신변처리 상황이 모자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위한 틀을 제공하며 , “어머니가 아기의 기본적 욕구를 인식하고 만족시켜줄 때 아기는 자신이 절대적으로 수용되고 이해되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갖게 된다” (Mall, 1998a, 53). 중도 · 중복장애인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신변처리적 보육 역시 일차적으로는 신체적 욕구와 안녕을 돌보지만 , 그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한다 . 이때 신변처리를 담당한 사람은 보육활동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중증장애인에게 맞추고 , 그들의 상태를 세심히 살피며 , 보육활동 ( 결국 의사소통 행위인 ) 에 대해 반성함으로써 상대의 표현에 귀 기울여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 신변처리활동은 앞서 말한 의례를 적절히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 신체적으로 매우 근접해지는 신변처리 상황에서 특히 쌍방의 소통이 잘 안될 경우 보육자가 이를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중증장애인이 이를 더 민감히 느끼게 된다 . 보육자가 중증장애인이라는 타자를 만지고 , 움직이며 대하는 태도 등 보육자의 신체적 언어는 상대방에 대한 태도로서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
의사소통하기 좋은 상황으로 또한 마사지를 들 수 있는데 , 레보이어 (Leboyer) 가 구안한 인도식 아기 마사지 과정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Mall, 1998a, 59). 마사지 역시 위의 신변처리활동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대방에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 말의 주장처럼 마사지의 방법이나 처치보다는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더 의미가 있다 . 마사지를 통해 역시 상대방에 대한 행위자의 태도가 전해지기에 상대방이 ‘온정과 친밀함 ,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행위자의 내적인 태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마사지 활동을 신변처리에 포함시킬 수 있으며 , 일상에서도 마사지를 응용할 수 있다 . 장애인의 등이나 신체 부분을 마사지하며 장애인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 나아가 상황에 맞게 응용 가능하다 . 마사지가 의례적 형식으로 구성된다면 이 또한 의례적인 의사소통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
앞에서 언급했듯이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의사소통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파트너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즉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 태도 , 장애인의 능력이나 표현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받아들이며 , 이에 적합하게 응답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며 , 나아가 교사가 자신의 신체성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의식할 수 있어야 하는데 ,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은 언어적 차원이 아닌 , 쌍방의 신체성 차원에서 이루어지며 , 쌍방의 원초적 접촉 역시 신체적 차원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
중도 · 중복장애인과의 의사소통에서는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사실적이고 , 논리적이며 지적인 교환’ (Mall, 1984, 6) 보다는 , 자신의 본성 , 인성이 서로 전달되고 느껴지는 그러한 심층적인 교환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 보살피는 교사가 위와 같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관계가 아닌 , 진심으로 진솔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 ‘관계의 진솔성’이야말로 ‘기초적 의사소통’의 핵심이다 .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전략이나 기술’만으로는 교육적 관계가 형성될 수 없으며 , 교육적 효과도 성취할 수 없다 . 장애인을 편견 없이 수용하고 , 그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 나를 개방하며 교류하는 자세는 기존의 사회적 규범으로 장애인을 판단하고 , 장애인 행동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태도를 지양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Mall, 1998a, 33). 타인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신체적 언어가 지니는 의미는 그래서 중요해진다 . 그러므로 보호자인 교사가 ‘자신의 몸 전체가 전의식적 차원에서 표현하는 행위’에 대해 주시하고 의식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
호흡리듬을 통해 중도 · 중복장애인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 그를 조정하고 압도하기보다 오히려 공감적으로 친근하게 다가서야 하며 ,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상대방에게 몰두하고 , 자신과 자신의 신체성에 대해 심도 있게 의식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전제조건이다 . 즉 장애를 지닌 상대방과의 접촉에 세심해지는 것뿐 아니라 , 나와 나 자신의 만남 , 느낌에도 세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보호자인 교사가 우선 자기 자신과 잘 연결되어 있고 , 자신의 느낌과 상태 및 호흡리듬에 대해 잘 인식할 때 , 이는 호흡리듬을 통한 관계가 성공할 수 있는 바탕이 되며 , 교사에게 이런 바탕이 마련되어 있어야만 장애가 있는 파트너가 타인의 호흡리듬에 자신을 맡기고 같이 리듬을 조율하게 된다 . 경우에 따라 호흡리듬이 잘 안되어 활동 자체가 교사에게 매우 힘들고 불편한 경우가 있는데 , 호흡을 통해 리듬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안 되는 경우이다 . 그럴 경우는 억지로 지속하기보다 , 같이 나란히 앉아 있는 자세에서 교사가 자기 자신의 편안함과 평온을 먼저 찾고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자신만의 평온 속에 머무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겐 타인을 느껴보는 좋은 경험의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 말에 따르면 , 자신의 신체를 통해 자신을 잘 느끼고 인식할수록 타인과의 접촉에도 용이하다고 하며 , 타인을 느끼는 것은 물론 , 타인을 움직이는 것도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 그는 또한 “장애를 지닌 파트너와의 만남에서 신체언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체의 언어를 다시 배워야 한다” (Mall, 1998, 57) 고 강조한다 . 말이 바로 ‘자기 체험’을 기초적 의사소통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런 의미에서 말은 ‘기초적 의사소통’에 대한 세미나나 연수과정에서 ‘자기체험 연습’을 강조하고 있다 . 세미나 참석자들은 ① 자신의 신체에 대해 좀 더 의식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 예를 들어 참선수행과 같은 ‘ 산책걷기’를 통해 신체성이 체험된다 ). ② 동료 파트너와 같이 하는 의사소통 연습을 통해 쌍방이 기초적 의사소통을 서로 ‘조율하는 활동’이 이어지며 , 자기 체험을 쌓고 ( 능동적 역할 및 장애파트너로서의 수동적 역할도 한다 ) 이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Mall, 1984, 10). ③ 세 번째 과정으로 참가자들은 본격적으로 지도안내에 따라 장애를 지닌 파트너와 기초적 의사소통을 체험한다 .
중도 · 중복장애가 있는 파트너가 상대방의 의사소통 접근을 거부하고 , 심지어 상대방을 때리는 반응행동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 . 이와 같은 거부 행동에 대해 ‘파트너가 나의 접근을 전혀 원하지 않는구나 . 그를 건드리지 말아야겠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그러나 장애를 지닌 파트너의 행동을 이런 식으로 해석한다면 접촉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 . 이에 대해 말은 “ 중도 · 중복장애를 지닌 파트너가 보이는 이런 식의 반응은 종종 그가 이전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실망이나 배반감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경험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 그들도 한편으론 접촉을 원하지만 , 다른 한편으론 다시 거부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양가감정 때문이기도 하다” (Mall, 1998a, 74f) 라고 말했다 . 말의 이런 해석은 중증장애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이해와 확신에 기반을 둔다 (Mall, 1984, 12f). 거부행동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접촉의 계기로 연결될 수 있는데 , 이는 결국 꾸준히 접촉을 시도하는 파트너에게 전적으로 달렸다 . 중요한 것은 거부행동에도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하며 계속 접촉을 시도하는 일이다 . 이에 대해 말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 파트너로서의 나는 단지 그가 과거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겪었을 거부와 그로 인한 상처에 대해 추측할 뿐이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어느 정도로 내게 맘을 열고자 하는지 , 어느 시점에서 나를 거부하는지 , 혼자 있고자 하는지 , 나의 부름에 대해 회의적인지 등 세심하게 관찰하고 느끼는 일 뿐이다 . 나는 그를 살피며 이해심을 갖고 거리를 유지해 주며 기다리는 일과 , 그 반대로 애정을 갖고 살갑게 계속 다가서는 일을 반복할 뿐이다 . 물론 후자의 경우도 나에게도 , 그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1998b, 56).
위에서처럼 파트너가 계속 접촉을 시도한다면 , 장애를 지닌 상대방을 차차 잘 알게 되며 , 접촉을 가능하게 하는 , 둘에게만 적합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어 언젠가는 상대방이 나의 접근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 상대방은 내게 중요한 사람으로 그에게 항상 관심이 있으며 , 그와 기꺼이 ( 서로 뭔가를 전하고 주고받는 ) 관계를 원한다는 느낌을 (Mall, 1998 b, 56) 나의 신체적 표현을 통해 항상 반복하여 전달해야 한다 . 말은 이와 같은 접근을 ‘마이크로 스텝’이라 칭한다 . 즉 쌍방의 교환은 아주 작은 걸음에서 시작되며 그 정도가 확장될 수 있을 뿐이다 . 상대방이 나의 접근을 참아낼 수 있을 때까지만 그에게 머무를 수 있으며 , 거부행동을 보이기 전에 그를 놓아주어야 한다 .
기초적 의사소통 접근은 또한 어느 정도 물리적 거리를 두고도 가능한데 , 즉 장애를 지닌 상대방이 내가 접근할 경우 즉각 몸을 회피할 경우에도 가능하다 . 이 경우 접근을 시도하는 나는 ‘방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으로’ 물러나서 그곳에서 상대방의 호흡리듬을 잡아내어 그와 시선을 마주하지 않은 채 2 - 3 번 그의 기식호흡을 소리를 내며 따라간다 . 이와 같은 나의 행동이 어떻게 상대방에게 와 닿을까 ? 말은 “내가 상대방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상대방 역시 나의 접촉 시도에 맘을 열게 된다”라고 주장한다 . 그가 나를 거부하면 거부하는 대로 그의 의도를 존중하고 따라주는 나의 행동을 통해 그는 차차 나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되고 , 타인에 대해 그가 갖는 신뢰감이 과거처럼 항상 배신으로 거부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그도 이해하게 된다 (Mall, 1998a, 76). 내가 그의 의사와 느낌을 무시할 경우 , 그 역시 자신의 거부가 정당했음을 확인할 뿐이다 .
말은 위와 같은 쌍방의 관계 형성 시도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고 시인한다 . 나의 노력이 성과가 없을 경우 자기성찰이나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 그 이유를 반성하고 ,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 그러나 종종 기초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 이것을 실패나 ‘상대방의 악의’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쌍방이 놓인 전체적 상황이 두 사람이 접촉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 쌍방이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강요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님을 명확히 인식하자 . 나 말고 다른 사람과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러나 말이 주장하는 것처럼 , 위에 기술한 과정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 장애를 지닌 상대방의 신뢰감을 얻는다면 기초적 의사소통은 쌍방에게 모두 큰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Mall, 1984, 57f).
아래 제시된 일련의 사진은 말이 브르노 (Bruno) 라는 중도 · 중복장애를 지닌 청년과 기초적 의사소통에 대한 것이다 . 말과 브르노는 약 10 회 만났으며 , 브로노와의 만남은 그가 거주하는 성인주거시설 측의 부탁으로 이루어졌는데 , 브르노에게 뭔가 의미 있는 지원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 다음은 말의 진술이다 .
“방문해서 나는 기초적 의사소통을 통해 브르노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 우선 알아보고자 했으며 , 이것이 가능하다면 그 접근방식을 거주시설 보호자들에게도 전해 주고자 했다 . 결론적으로 만남이 반복되며 브르노는 나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점점 더 많이 보여주었다 . 아래 사진은 10 회기 만남 중 후반기 만남 시간 중 15 분간의 진행과정을 담은 것이다” .
Mall 은 그의 여러 저서에서 강조하길 , ‘기초적 의사소통’이란 중도 · 중복장애인과 공통의 의사소통 차원을 찾는 여러 방법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1998b, S. 58). 설사 의사소통 방법을 찾았다 할지라도 이에 대해 꾸준히 반성해야 하는데 , 의사소통이 상투적이고 고착된 방식 (Mall, 1998a, 39) 으로 진행되는 것을 제때 알아차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자기반성이 필수적이다 . 중도 · 중복장애를 가진 사람 모두에게 적합한 방법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 시도 속에서 비언어적 · 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을 망라하는 전체적 레퍼토리’를 구안하여 (Mall, 1998, 58), 의사소통 파트너에 따라 창의적이고 유희적으로 적용하여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
3 절 ‘기초적 관계’ 이론 및 수업사례 (B. Fornefeld)39)
<그림 24> 바바라 포르네펠트
이 장에서는 ‘ 최중도 ’ 장애를 지닌 학생의 교육이론 및 구체적 수업안을 모색하기 위해 포르네펠트 ( Fornefeld ) 의 ‘기초적 관계’ ( Elementare Beziehung ) 이론을 인식론적으로 고찰하고 ,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세계와의 의사소통 관계 형성 과정 및 이에 따른 수업 주안점에 대해 알아보자 . 나아가 현장 수업사례를 중심으로 이러한 관계형성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 이를 통해 ‘기초적 관계’ 교육이론이 국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현장에 변용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리라 기대한다 .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범위에서 이론을 분석한다 .
1) ‘기초적 관계’ 교육이론에 인식론적 바탕이 되는 인식론 중 발달심리학에 의거하여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의 주도적 개념인 의사소통 , 세계와의 관계형성을 논의한다 .
2)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 구성안으로서 위의 ‘기초적 관계’ 교육이론에 내재된 의사소통적 관계형성 과정을 분석한다 .
3) ‘기초적 관계’ 교육이론에 의거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 구성사례에서 드러나는 수업 이론적 틀을 분석 , 논의한다 .
‘기초적 관계’ 교육이론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쾰른대학교 특수교육부 중도 · 중복장애교육학 전공교수로 재직 중인 바바라 포르네펠트가 1980 년대 후반 특수학교 교사로서의 다년간 현장경험을 메타이론적 차원에서 반성하는 과정에서 구안된 교육이론이다 . 이론의 명칭이 말해주듯 포르네펠트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서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 간의 ‘신체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적 체험 , 의사소통 상호관계를 핵심으로 보았으며 , 나아가 이에 기초한 ‘기초적 관계’를 구체적인 수업구성 및 교수행위의 출발점으로 인식한다 . 이런 의미에서 그녀의 교육이론은 신체현상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교육적 관계’에 대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
그러나 그녀가 주장하듯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 대한 ‘기초적 관계’ 이론은 만병통치 처방전식의 , 즉 중도 · 중복장애 학생 누구에게나 쉽게 적용될 수 있는 이론으로 이해하기에 앞서 , 해당 학생과 마주하는 교사 자신의 인간관 , 교육관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요구하는 철학적 사유로 이해해야 한다 . 특수교육요구 학생의 수업을 위한 기존의 교육이론 , 나아가 그들의 문제행동 접근에 적용되는 행동수정이론 등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사안과 관련해서 극명한 한계를 나타낸다 . 우선 학생과 교사 쌍방의 의사소통이 기존의 상징체계를 통해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이러한 의사소통 불능의 손상된 ( 교육적 ) 관계에서 요구되는 것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그 책임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 교사 자신의 의사소통 행위 및 이에 기초한 인간상과 교육관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확장된 인식지평이라고 포르네펠트는 주장한다 (1990).
‘기초적 관계’ 교육이론의 교육학적 사유를 이끄는 인식론적 기반으로는 메를로 퐁티의 신체현상학 외에도 마르틴 부버 (Martin Buber) 의 대화적 관계 철학과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보덴하이머 (Bodenheimer, 1967) 의 의사소통 철학 , 나아가 발달심리학적 이론 ( 예를 들어 애착관계이론 ) 등이며 , 이러한 인간학적 · 현상학적 사유를 통해 중도 · 중복장애인의 실존적 존재가치가 재조명되고 , 그들과의 교육에서 ‘관계적 체험과 관계형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 의사소통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었다 . 특히 메를로 퐁티의 신체현상학은 장애정도와는 무관한 인간의 존재론적 관계형성 가능성과 신체적 차원의 의사소통 능력을 논증한다 . 보덴하이머의 철학을 통해 우리는 의사소통이란 단순히 정보의 주고받음이 아니라 파트너 쌍방의 정체성이 확인되고 구성되는 과정이며 , 의사소통이 손상 및 단절될 경우 그 파행적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쌍방 모두에게 기인함을 인식하게 된다 . 본론에서는 ‘기초적 관계’ 교육 컨셉트를 인식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이러한 철학적 논증을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의 주도 개념인 의사소통 관계 , 세계와의 관계형성 및 그들의 자율결정권과 연결하여 논의한다 .
포르네펠트는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에서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 간 ‘신체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적 체험 ,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기초적 관계야말로 교육활동의 핵심이며 구체적인 수업구성 및 교수의 출발점이라 보았기에 그녀의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이론은 바로 이러한 ‘기초적 관계’에 대한 신체현상학적 이론이라 할 수 있다 . ‘기초적 관계’ 이론의 인식론적 기반으로 앞서 언급했듯이 메를로 퐁티 (1966) 의 신체현상학 외에도 , 보덴하이머 (1967) 와 부버 (1973) 의 의사소통 및 대화 이론 , 대상관계이론에 의거하여 중도 · 중복장애인의 실존적 존재 가치가 재조명되었고 , 이러한 인간학적 · 현상학적 사유를 통해 그들과의 교육에서 ‘관계적 체험과 관계형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 교사와 학생 간의 의사소통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었다 . 특히 메를로 퐁티 신체현상학의 ‘ 신체성’에 근거해 볼 때 학생들과의 원초적인 체험은 ‘신체적 대화’를 의미하며 , 보덴하이머의 철학을 통해 인간 간의 대화란 실존적인 부름과 대답을 통해 쌍방의 정체성이 확인되고 구성되어 가는 과정임이 논증되었다 . ‘기초적 관계’ 교육이론의 주도개념인 ‘의사소통 관계’ 및 ‘ 자율결정권’은 이 책 제 5 장에서 논의하였으므로 참조하기 바란다 . 이 장에서는 ‘관계 형성’의 중요성을 발달심리학 관점에서 고찰한다 .
‘기초적 관계’ 이론에 의거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실천은 그들과의 ‘손상된 의사소통 관계’를 회복하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기초적 교육적 관계에서부터 차츰 관계 형성의 폭을 확장하는 것에 근본적인 목적을 둔다 . 교사와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간에 의사소통 통로가 열림으로써 학생의 욕구 , 희망사항 , 관심 및 가능성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고 , 이러한 과정에서 형성된 ‘기초적인’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비로소 다음 단계로의 교육이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 손상된 관계 회복을 통한 인간 간의 기초적 관계야말로 해당 아동에게 어떤 의미에서의 ‘안전 기저 (Secure Base) ’ (Ainsworth, 1978) 역할을 하며 , 이를 통해 비로소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은 학습대상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보이는데 , 다시 말해 주변 세계에 대한 학습의 시작으로서 ‘물질적 관계’가 비로소 형성될 수 있음을 포르네펠트는 주장한다 . 즉 포르네펠트는 교사와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의사소통 통로가 열림으로써 기본적 인간관계가 형성될 때 비로소 학습 대상에 대한 물질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
이와 같이 중도 · 중복장애인 교육에서 무엇보다 초기 발달단계의 의사소통적 관계에 많은 비중을 부여하는 이유로 포르네펠트는 ( 특히 영유아 시기부터의 ) 인간의 상호작용 , 관계 형성에 대한 발달심리학적 이론 및 이의 교육적 함의를 제시하고 있다 . ‘기초적 관계’에 대한 포르네펠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는 이러한 ( 영미 계열의 ) 발달심리학적 이론 중 도르네스 (Dornes) 의 이론 (1993) 및 발달초기 단계의 모자관계를 중시하는 애착이론 (John Bowlby, Daniel Stern) 과 대상관계이론가이면서 특히 모자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마가렛 말러 (Margaret Mahler) 및 도날드 위니캇 (Donnald Winnicott) 등의 이론을 통합하고 , 여기에 독일 영유아 임상실험가인 파푸젝 ( Papus ĕ k ) 부부의 관찰 연구결과 및 태아심리학적 연구결과물을 종합하여 중도 · 중복장애아가 영유아 시기부터 직면하게 되는 주 양육자 및 주변 세계와의 상호작용의 어려움 , 의사소통 단절의 과정을 근원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 본론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현상과 관련된 논지의 핵심과 교육적 시사점을 기술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
위의 발달심리학적 이론을 종합하면 , 영아와 주 양육자 간의 관계형성은 영아가 선호하는 인물을 찾는 근접성 , 주 양육자가 제공하는 안전기저의 효과 , 나아가 분리에 대한 저항 등을 속성으로 갖는다 . 이러한 애착관계 및 정서적 유대감 , 나아가 영아의 정체감 형성은 우선 탄생에서부터 영아의 생리적 욕구 ( 보호 및 안전에 대한 욕구 , 배고픔의 충족 등 생리적 긴장상태에서 생리적 평형상태의 추구 , Mahler) 가 충족되고 , 주변 세계와의 원활한 상호작용 , 즉 ‘신체적 대화 (somatic Dialog) ’ (Mahler) 에 의해 형성된 심리-정서적 차원의 ‘내적 작동모델 (internal working model) ’ (Bowlby) 에 의거하며 , 이를 통해 영아는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서서히 자기 존재에 대한 육체적 · 심리적 ·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게 된다 (Holmes, 2005).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아기의 생리적 욕구가 반복적으로 완전히 충족되지 못할 경우 , 다시 말해 아기와 주 양육자 간의 기본적인 신체적 차원의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 아기는 자신이 이해받고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없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지 못하며 이러한 신체적 느낌 차원의 혼돈과 불안은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인 심리-정서적 안정감 형성을 방해한다 . 이처럼 1 차적 관계가 손상될 경우 ,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기가 물질적 세계에 관심을 돌려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물질관계’ 역시 손상되거나 생성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 즉 교육을 관계적 측면에서 볼 때 기본적 인간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경우 , 다음의 학습을 위한 물질적 관계 역시 제대로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Mahler et al., 1975).
중도 · 중복장애아의 경우 , 아동의 중증장애로 인한 주 양육자와의 생래적 (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모성 본능적 ) 의사소통의 어려움 , 나아가 잦은 병원 입원 치료로 인한 주 양육자와의 장기간 분리 , 또한 수술처치로 인한 트라우마 (trauma), 병원 입원 시 아기를 둘러싼 차가운 금속성 환경 등은 당사자 아동과 주 양육자 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방해하고 , 정상적인 의사소통 및 기초적 관계 형성에 많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
교사와 학생 간의 지속적인 의사소통 시도를 통해 교육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교육의 출발점이며 , 나아가 일차적 의사소통마저 단절 , 손상된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에서는 ( 일차적 · 물질적 나아가 확장 , 일반화된 ) ‘관계 형성’이야말로 이들 교육의 출발점이자 교육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 즉 중도 · 중복장애인과 관련하여 ‘교육은 곧 관계이며 , 관계는 곧 교육이다’ ( Fornefeld , 1995).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의사소통을 통한 기본적 (elementary) 교육관계 형성 , 나아가 그들의 다양한 의사소통 능력을 파악하고 신장시켜 학습상황에서 물질세계 및 사회적 세계와 상호작용을 원활히 하는 것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의 일차적 교육 목표이다 .
3. ‘기초적 관계’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구성 단계
“이해한다는 것은 곧 대답한다는 것이다” (Bodenheimer). 이 말에 함축된 의미처럼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 교육적 )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상호 이해 가능한 차원에서 의사소통이 시도되어야 하는데 , 이때 그들이 교사의 부름에 대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자율적 공간이 제공되어야 하며 , 또한 그들의 주로 신체성 차원의 대답이나 부름을 학생의 생애사적 맥락에서 타당하게 해석하고 이에 대해 교사 역시 의식이 신체 속 구현된 ‘체화 (embodied, 體化 ) ’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교육적 전문성이 필요하다 . 이때 교육적 전문성이란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판에 박힌 의사소통 기술이나 전략이 아닌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관습적 인식의 전환을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 .
세계로 향한 신체적 존재로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은 그들 나름대로 그들의 잠재된 능력과 가능성 안에서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관계 맺으려 한다 . 이것이 비록 전반성적 차원의 , 비상징적 의사소통의 형태를 띨지라도 , 이를 포착하여 교육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세계와의 관계형성 과정을 이론적 차원에서 재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이와 관련하여 포르네펠트는 위와 같은 의사소통적 관계형성 및 관계발달 과정에 대한 포괄적인 인식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수업 구성에서 그들의 관계발달 단계를 <그림 25>와 같이 구성하고 , 나아가 그에 따른 각 수업단계의 주안점을 <표 46>과 같이 구성하고 있다 .
<그림 25> 직접적 · 매개적 관계 발달을 통한 자아실현 위계도
<표 46>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관계발달 단계에 의거한 수업구성의 주안점
<표 46> 에 기술된 관계란 인간 간의 ‘직접적 (direct) ’ 관계 , 혹은 경우에 따라 제 3 의 매개를 통한 간접적이고 매개적인 관계일 수도 있다 . 교사와 학생을 이어주는 매개를 통해 ‘매개적 (medial) ’ 관계가 형성되는데 , 직접적 관계가 자주 경험되었다면 , 이러한 매개적 관계 안에서도 쌍방은 자신들의 경계를 확인하고 자신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포르네펠트는 주장한다 .
<표 46> 에 기술된 관계발달에 따른 각 수업구성 단계의 특징적 요소를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
1) 접촉 시도를 위한 수업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손상된 관계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적 대면이 시도된다 .
-우선은 진단적 차원에서 학생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다 .
-교과교육 활동 외에 신변자립 활동 차원에서 식사와 기초적 보육에서 필요한 활동을 규정하고 필요한 만큼 최소한 보조를 제공한다 .
-행동관찰을 통해 학생의 관심 , 동기에 적절한 흥미 위주의 학습내용을 준비한다 .
2) 직접적 관계 중심 수업
-관계에 도움이 되는 학습내용을 선정해 가능한 한 개방적인 개별 수업으로 구성한다 .
-이를 통해 학생과 교사 간에 직접적이고 , 경우에 따라 매개를 사용한 기본적 관계가 성립될 수 있지만 아직 이 단계에서는 직접적 관계에 중점을 맞춘다 .
-교사와 학생 간의 만남의 차원 , 체험의 차원에서 교육적 접근의 주요 대상은 학생의 몸 , 즉 신체성이며 이를 매개로 의사소통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고려한다 .
3) 매개적 · 물질적 관계 중심 수업
-이 단계에서 학생의 몸 , 신체성은 하나의 도구적 방법차원에서 고려되고 우선시된다 .
-학습대상에 대한 자율적 행위가 조성되고 , 학생은 맥락에 종속된 상태에서 학습할 수 있다 .
4) 능력 안정화를 위한 수업
<그림 26> 교육적 관계로서 제 3 의 공동의 장
-습득된 직접적 · 매개적 관계형성 능력은 학생 스스로에 의해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 ( 타 교사 , 교우 ) 에게 확장 시도된다 .
-바로 이전 시간에 습득한 운동성 , 사회성 , 인지적 분야에서의 학생 능력이 학습상황에 변화를 주며 , 나아가 이 능력들이 고착화되고 확장된다 .
5) 자가 조절 학습을 위한 수업
-학생의 내적 동기화에 의거해 수업이 진행된다 . 기본적 관계를 통해 형성된 기초적 행동 위에 자율적인 자가 조절로 독립된 행동 , 즉 교사로부터 독립된 학습 능력이 신장된다 .
-학생이 개별 상황에서 이미 혼자서 학습과제를 수행할지라도 , 새로운 상황에서는 교사의 관계 형성적인 지원 , 지지가 필요하다 . 이때 이전 단계가 혼합 , 반복될 수 있다 ( Fornefeld , 1985).
이러한 관계발달 단계에 의거하여 수업을 구성 , 운영할 경우 주목할 점은 바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수업은 교사의 일방적 ( 수업목표 등 ) 의도에 의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수업의 진행은 교사와 학생 간의 유의미한 ( 신체성 차원의 ) 만남 , 나아가 이러한 만남 속에서 서로 윤리적으로 동등한 주체로 인식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 이는 교사의 의도뿐 아니라 학생의 의도 및 관심사안도 동등하게 인정되며 서로 의사소통적 의도를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 이러한 교사의 세계와 학생의 세계가 서로 유의미하게 교차되는 지점에 제 3 의 공동 체험세계가 형성되며 바로 이 공동의 장이 수업의 질적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
4. ‘기초적 관계’ 이론에 의거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사례 분석
아래 제시한 수업기록은 ‘기초적 관계’에서 보는 관계발달 단계 및 수업구성 원칙에 의거해 포르네펠트 교수가 교사시절 실제 운영한 사례이다 . 독일 사육제 기간에 진행된 국어수업으로 알파벳의 기본 모음 a-e-o-u 를 노래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학습제재이며 , 수업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직접적 관계와 매개적 관계 형성에 대한 사례를 보여준다 . 루드비히 (Ludwig) 와 펠릭스 (Felix) 는 최중도 장애에 해당하는 학생들이며 15 분간 진행된 수업은 비디오로 촬영되었다 .

위의 수업사례를 ‘기초적 관계’ 교육이론의 핵심인―확장 및 일반화된―직접적 관계 및 매개적 관계 형성을 중심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관계형성 흐름을 읽을 수 있다 .
① 접근 단계 : 교사는 학생이 선호하는 의사표현 수단인 호흡 및 호흡리듬을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삼는다 . 위에 등장하는 학생의 ‘ Ha ’ , ‘ Ja ’ 등은 유성음이 아닌 호기 ( 呼氣 ) 식 발성으로 이해해야 하며 첫 접근에서 교사는 학생의 호기음 증 ‘ Ja ’ 를 받아서 이를 유의미한 유성음 단어 ‘ Ja ’ ( 영어 yes 의미 ) 로 변용하여 말을 건넨다 . 여기서는 교사에게 익숙한 언어체계가 아닌 , 학생과 의사소통 차원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
② 원천적 이해의 단계 : 위와 같은 접근 및 이에 따른 상호 이해를 교사와 학생이 자주 경험했기에 이번 시간에도 몇 번의 부름과 대답함을 통해 다시 쌍방의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했으리라 본다 . 학생의 몸짓과 얼굴 표정에서 서로 부름과 대답이 통함 , 이해받고 있음에 대한 긍정적 정서 표현을 읽을 수 있다 .
③ 매개적 관계 단계 : 이번 국어시간의 제재인 알파벳 기본 모음 네 가지를 노래와 함께 배우는 단계로서 , 이때 알파벳 모음 네 가지가 학습 대상 , 즉 매개적 관계의 대상이다 . 나아가 노래 부르기에서 학생은 전체 가사가 아닌 , 주로 익숙한 모음을 따라 할 것으로 연상된다 . 여기에서 학생은 이전 시간에 배운 1 절부터 3 절에 나오는 모음 세 가지에는 친숙하기에 따라 하나 , 4 절에 나오는 새로운 모음과는 소위 매개적 관계를 맺지 않았기에 노래 부르기를 멈춘다 (3-1. 매개적 관계의 단절 ).
④ 다수 사람과의 직접적 관계 ( 능력안정화 학습 ): 지금까지 옆에서 듣고만 있던 학생 ( 펠릭스 ) 의 부르는 소리에 루드비히 ( 시각장애에서 전맹으로 추측됨 ) 가 보인 놀란 반응은 그가 이제 교사와의 직접적 관계를 넘어서 또래아동 ( 타자 ) 에도 주의를 기울임을 반증한다 . 지금까지 수업진행상 교사는 의도적으로 교사와 학생 ( 루드비히 ) 둘만의 관계 중심으로 수업했으나 , 루드비히의 직접적 관계 형성 능력을 확대하고 안정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 ( 여기서는 또래 학생 펠릭스 ) 을 인적 관계의 새로운 대상으로 도입하고 다음 시간부터는 적극적으로 또래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진행이 이루어지리라 예상된다 .
⑤ 연달아 이어지는 매개적 관계 ( 능력안정화 학습 ): 학생이 매개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 즉 선행학습한 모음 ‘ a ’ , ‘ o ’ 를 이용하여 일상생활 용어 ( ‘ Hallo ’ , 안녕하세요 ) 로 모음의 사용을 확장하는 , 즉 학생의 매개적 관계 능력을 안정화하는 교수-학습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 또 이어지는 학생의 몸짓에서 이러한 확장된 매개적 관계가 내면화되었음을 알려주는 긍정적 정서반응을 읽을 수 있다 .
⑥ 학습대상에 대한 일반화된 단계 ( 자가 조절 학습 ): 3 음절 소리의 자발적 시도는 학생의 내적 동기에 의거하며 , 이는 지금까지의 학습내용 (2 음절 소리 ) 이 내면화되고 , 이를 확장하고자 하는 학생의 자가 조절적 · 독립적인 학습활동을 의미한다 . 이에 대한 교사의 지원으로서의 응답 역시 학생의 의사소통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위의 수업사례는 ‘기초적 관계’ 이론에 의거한 수업에 등장할 수 있는 모든 관계발달 단계 및 이를 지원하는 교수 / 학습활동을 15 분의 짧은 수업에 집약해 놓은 경우이다 . 현장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 교사의 손상된 관계가 극복되고 위에서처럼 직접적 관계 형성을 넘어 매개적 관계가 확장 , 고착 , 자가 조절되기까지는 사실 매우 긴 시간과 집약적인 상호 경험 , 나아가 교사의 신체적 차원에서의 직관적 판단과 적절한 반응이 요구될 것이며 , 무엇보다도 이러한 수업구성 뒤에 숨겨진 , 중도 · 중복장애 및 당사자의 세계 인식현상에 대한 교사의 반성적 사유가 이를 가능케 할 것이다 . 그러나 위의 사례는 발달의 각 영역에서 소위 ‘심각한’ 장애를 지닌 해당 장애학생들도 그들의 능력과 가능성의 범위에서 충분히 학습할 수 있으며 , 구체적으로는 그들의 학습 및 교육현상을 규정짓고 , 이를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 나아가 그들을 위한 교과교육이란 어떤 것이고 , 무엇이 교과활동의 목표로 설정될 수 있는지를 범례적으로 제시한다 . 중도 · 중복장애 현상의 다양성으로 인해 특정 이론의 독단적 보편성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 해당 장애의 핵심적 현상이 의사소통적 관계형성의 어려움 내지 관계단절이기에 , 기초적 관계 컨셉트는 해당 장애학생의 수업구성을 위한 이론적 틀로 근거 지을 수 있다 .
앞서 언급한 수업형태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하여 일선 현장교사들이 유의해야 할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논의를 대신한다 .
첫째 , 앞에서 언급했듯이 위의 ‘기초적 관계’ 이론 및 이에 의거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관계 형성과정은 만병특효약 같은 레시피 성격 , 즉 여느 학생 및 교사에게 보편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는 그러한 교육적 대안은 아니다 . 물론 해당 장애 현상 및 인간학적 특징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에 그 관계적 발달 양태 역시 공통적 노선을 따른다고 할 수 있으나 , 현장 수업 구성에서의 핵심은 역시 개별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을 생애사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 교육과 관련된 순환적 사유 과정을 통해 수업목표 , 수업내용 등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 장애적 유형이 다양한 다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학교의 특수학급 내에서 개별 아동 모두에게 세심한 교육적 배려를 하는 것이 용이치 않지만 , 실패와 좌절 ,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는 한 성공에 대한 확신 역시 거둘 수 없을 것이다 .
둘째 , 위에서 자주 언급되었듯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의사소통 통로를 통해 , 내지는 그들과 공통된 의사소통 차원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말은 결국 이 교육이론의 핵심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 즉 그들의 행동 , 의사표현에서 상투적인 시각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유의미한 교육적 표본을 찾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어떤 기술이나 전략이기보다는 교육자들의 새로운 인간관 , 즉 인식지평의 확장이다 . 포르네펠트는 인식론으로서의 신체현상학 속에서 신체적 존재인 중도 · 중복장애인들의 확장된 능력과 가능성을 보았으며 , 이를 ( 수업사례에서 보이듯 ) 신체현상학적인 교육실천으로 구현한다 . 이성에 앞서는 신체적 존재로서 교사와 학생의 상호 주관적 만남에는 이미 어떠한 장애 및 방해에도 불구하고 상호 교신하고 이해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구조적 · 기능적 발아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는 인식론에 기초할 때 , 교사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만남에서 ( 자책감에 휩싸인 소진현상 및 책임 회피 없이 ) 드러나는 현상 그대로 인정하고 , 자신의 시각에 변화를 추구하고 , 학생들의 표현 및 반응에서도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연결고리를 찾으려 하며 , 이를 통해 자신의 교육적 행위에 확신을 가지고 시도와 오류의 반복을 통해 결국은 그들과 같은 차원에서의 의사소통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셋째 ,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의 교육이론을 정립하기 위해서 이처럼 새로운 인식론이 요구된다는 것은 기성의 일반화된 , 상식적인 이론 및 이에 내재된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 특수교육계에 새로운 세부전공 영역으로 등장한 ‘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학’의 학문적 정체성 및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장애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 중도 · 중복장애 현상은 중도 ‘혹은’ 중복 현상이 아닌 , 중도이면서 ‘동시에’ 중복인 (severe ‘ and ’ multiple) 장애 현상으로 다른 장애 현상과는 양적 · 질적으로 다른 실존적 특징을 보인다 . 그러나 그들의 교육적 접근에서 예를 들어 지적장애 교육학 등 다른 전공영역으로부터 산출된 수량적 연구결과 및 실증적 교육이론을 그대로 해당 장애학생에게 적용 , 변용시켜 이를 중도 · 중복장애교육학 이론으로 둔갑시키거나 , 해당 장애학생들은 경도 장애학생만큼 뛰어나지는 못하지만 , 최소한의 발달 능력은 증명할 수 있다는 식의 연구경향이 우세해질 경우 , 고작 이 정도의 학문적 논리와 실천적 검증도를 가지고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학이라는 분과학문의 정체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 자문해 볼 일이다 .
수많은 기존의 장애아 교육학 영역에 가세하여 새롭게 등장한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학이 자신의 학문적 위상을 확립해 갈 수 있는 유일한 정도 ( 正道 ) 는 ,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중도 · 중복장애인의 장애 현상 및 그들의 실존에 대한 근본적인 인간학적 천착과 교육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하여 이들의 능력과 가능성의 범위 내에서 새로운 ‘도야’ ( Bildung ) 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다 .
제 7 장 중도 · 중복장애아동 교육에서의 상호 주관성
-볼노프의 ‘교육적 분위기’ 개념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적 관계 구성40)
다인수 학급에 입급되어 있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은 개별적인 의사소통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 ‘교육의 핵심은 의사소통적 실천’이라는 마스켈라인 ( Masschelein : 1996, 173) 의 말처럼 , 교육적 행위에는 의사소통적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맺음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 교사의 일상적인 관심과 주의로는 이들의 미세한 의사소통 의도 및 신호를 쉽게 포착하기 어렵기에 학생의 맥락적 삶에 대한 이해와 교사의 각별한 의사소통 시도가 요구된다 . 나아가 비상징적 의사소통에 대한 이론적 이해와 더불어 이러한 의사소통 행위가 교육현장의 살아있는 (lived) 경험 속에서 어떻게 교육적 관계맺음으로 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유가 요청된다 . 즉 단순히 의사소통 행위 자체를 증가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 대화해 이들의 단절된 소통현실과 소외된 삶이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지 , 나아가 해당 학생의 삶과 인식의 지평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적 사유가 요청된다 . 이를 위해 이 장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의사소통 및 대화를 통한 교육적 관계의 구성을 볼노프의 교육인간학적 시각을 통해 조망한다 .
이와 비견한 맥락에서 ,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달하고 인간 사고의 공학적 방식이 선호되는 21 세기 국내의 특수교육에서는 , ‘특수한 요구’를 지닌 학생들의 인간으로서의 궁극적인 사람됨에 관여하는 교육보다는 학생들의 문제행동 소거 및 수정을 통한 사회적 적응 내지 학령기 이후의 삶을 준비시키기 위한 전환교육에 주력하는 미래지향적 교육이 주로 행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 ‘ 투입-산출’의 공학적 모형에 근거하여 , 교육과정을 일종의 생산체제 , 즉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을 최소한이나마 갖춘 규격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듯하며 , 특수교육 연구 역시 각종 표준화 검사에서부터 교육적 중재의 가시적 효율성 산출 검증을 목표로 하는 경험과학적 성향을 나타낸다 ( 김철 , 2005; 심민수 , 2006; 이현주 · 유혜령 , 2004).
“사회 전반의 기술공학적 발달 속에서 교육학 역시 철학적 사유와 결별하여 ‘ 경험과학’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 나에게 교육학과 철학은 전혀 분리될 수 없는 통일체로 이해된다 . 교육학과 철학이 서로 만나고 연관되는 교차영역이 나의 관심분야이다” ( Bollnow , Pongratz, 1975 에서 재인용 ).
독일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볼노프 (Otto Friedrich Bollnow, 1903 - 1991) 는 1975 년 당시 교육학의 흐름에 저항하듯 자신의 교육학적 입장을 위와 같이 개시하였고 , 철학과 교육학이 대등한 위치에서 긴장된 상호 의존관계를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가되 , 철학적 사유를 통해 교육학을 , 교육학을 통해 철학의 지평이 확장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 정혜영 , 1991, 2003). 소위 학문의 전당이라는 국내 대학에서 일어나는 인문학의 사장 ( 死藏 ) 은 차치하고라도 ( 손영식 , 2001) 개별 학문으로서 특수교육학의 연구에 나타나는 경험주의적 · 실증주의적 양상은 교육에 대한 총체적 접근과 , 교육사태에 대한 철학적 반성을 필연적인 것으로 본 볼노프의 입장을 환기시킨다 .
‘특수한 요구’를 지닌 교육대상자와 이들에 대한 교육적 지원에서 실증적 접근으로 풀어나갈 연구 영역 역시 제한되어 있기에 전자의 연구경향이 특수교육 전반의 양상이라 할 수 없지만 , 역으로 교육 연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교육 사태나 교육대상자를 살펴보면 왜인지 그 이유가 밝혀진다 . 즉 연구자와 언어적 · 상징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중도 · 중복 장애인 및 그들과의 교육적 활동에 대한 고찰은 여전히 국내 특수교육 연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 지금까지의 연구는 주로 교실 및 수업활동에서 타인에게 방해되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행동을 응용행동분석 등을 통해 제거 , 수정 , 대체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 이러한 지엽적인 행동주의적 중재가 이들과의 만남 , 활동을 근본적으로 ‘ 교육적’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바가 없음을 주시하게 된다 . 그렇다면 이제는 특수학교 수업활동에서조차 여전히 교육하기 부담스러운 존재이고 , 더군다나 통합교육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존재 , 취학유예 내지 재택순회교육 대상으로 남겨진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서 그들과의 교육은―여타 특수한 요구를 지닌 아동 교육과 달리―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구성해 나가야 할 시기이다 ( 이숙정 , 2006). 국내 특수교육이 오랜 역사를 지녔다고는 하나 , 중도 · 중복 장애 학생의 교육 논의만큼은 첫걸음을 떼듯 , 인간의 교육적 속성에 대한 원론적인 사유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으며 , 이와 관련하여 볼노프가 제시한 다음과 같은 교육학과 철학의 과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구성하는 데 교육인간학적 이정표를 제시한다 . ‘교육이 인간의 본질 안에서 그리고 인간의 본질로부터 , 가능한 한 모든 인간존재의 필연적인 특성으로서 파악될 수 있기 위해서 , 인간은 그의 본질에서 그리고 그의 존재방식에서 어떻게 이해되어야만 하는가 ? ’ ( 김교태 , 1974; 정혜영 , 1991; 강기수 , 2003)
위의 교육인간학적 질문을 이 연구의 논지인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을 규정하는 과제와 연결해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 교육이 가능한 한 모든 인간존재의 필연적인 특징으로 파악되기 위해서 중도 · 중복장애아동의 본질적 존재방식과 그들과의 교육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 전자의 질문인 본질적 존재방식 규정은 이미 여러 논문에서 구성주의 및 신체현상학적 입장으로 시도되었기에 ( 김성애 , 2004, 2005; 이숙정 , 2006; 정은 , 2002), 본론에서는 후자의 질문인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 사태를 아우를 수 있는 해석학적 이해를 시도한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현장은 거창한 교육이나 수업에 대한 논의보다 그들의 자해행위나 공격행위를 중재하는 것이 급하고 , 나아가 그들의 건강 및 안녕 , 신변처리에 대한 도움 및 보조가 더 절실하다는 인상을 준다 . 특히 입급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지원 상황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 및 수업에 대한 권리나 , 교과교육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담당교사의 힘든 사정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말로 들리기에 어느새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수업권 , 교육권은 시야 밖으로 밀려나고 , 대신 목적과 내용이 불분명한 치료나 훈련 , 연습이나 보조 , 신변처리 등의 활동이 이들의 시간표를 채워 나간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맡고 있는 교사들이 들려주는 교육적 고충의 대부분을 요약하면 그 핵심은 ① 해당 학생과 자신의 수업활동이 어느 정도로 교육적인지 확신이 없으며 , ② 그들에게도 교과교육이 필요한지 , 나아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교과교육을 해야 할지 의문이며 , ③ 일인 담임의 경우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도 보장해야 하기에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 많은 시간 할애가 불가능하며 , ④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교사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 즉 교사가 시키는 활동 대신 자해나 공격행위 등으로 다른 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
이러한 교육적 고민에 대해 반문해 보면 , 교사들은 우선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이 별도로 있다고 믿는 것 같다 . 나아가 교사 자신이 이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특히 현재의 열악한 여건에서 이들을 위한 교과교육을 실현하기 힘들며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보이는 소위 문제행동의 원인을 대부분 학생 개인에게 귀인 시키는 듯하다 . 필자의 논지를 먼저 밝히면 , 교사들이 방법을 몰라서 교육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 교육현상 및 이와 관련된 기존 지식에 대한 의식적 반성과 원론적인 재검토야말로 과학적 연구의 시작이며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 현안을 풀기 위해 처방전 식의 표면적 대응보다는 ‘교육 가능한 존재’ (homo educandus ) 로서의 인간에 대한 원론적 사유를 통해 해당 학생과의 교육적 지평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 교육이란 교사와 학생의 실존적 만남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 단순한 지식전달 행위가 아닌 표면적 · 잠재적 교육과정을 실천해 가는 포괄적 행위이다 ( 윤병희 , 1996; 임현순 · 원순식 , 2003). 나아가 다양한 교육 사태를 아우르는 공통분모 요소로 의사소통적 상호작용 , 절대적 수용 , 지지 등을 추려낼 수 있는데 ,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 주관적 교류를 의미하는 이러한 본질적 요소는 결국―지식의 전달이나 사회화가 아닌―‘교육적 관계’야말로 모든 교육 사태의 핵심임을 의미한다 ( 정지숙 · 유혜령 , 1996). 또 상호작용이나 절대적 수용 등 교육적 관계의 구성요소는 교사와 학생 간의 정서적 교감 , 정서적 분위기에 기초하기에 , 볼노프는 ‘교육적 분위기’라는 개념을 통해 교육 본질로서의 ‘교육적 관계’를 설명해 내고자 한다 ( Bollnow , 1970).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행위에서도 위와 같은 교육적 관계가 갖는 본질성은 장애의 정도에 영향을 받거나 달라지지 않음을 볼노프의 교육인간학이 보여주고 있으며 , 또한 교육적 관계에 대한 그의 인간학적 사유를 통해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활동을 근거 짓는 규범적 요소와 그 의미를 재구성해 나갈 교육적 힘을 얻게 되기를 기대한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 논의는 우선 쌍방의 의사소통이 기본 축이 되며 , 특히 양자의 손상된 의사소통이 논제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한다 . 학생과의 성공적인 교육이란 단순히 적절한 교육내용이나 교수방법을 선택하는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 일차적으로 의사소통을 통한 상호이해 , 즉 ‘교육적 관계’ 형성 여부에 달렸다 . 양자의 교육을 어렵게 하는 의사소통의 손상 및 부재가 극복되는 과정에서 비로소 교육내용 및 교수방법에 대한 결정이 적절했는지 판단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 관습적인 교육적 관계의 틀을 적용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손상되고 비대칭적인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 특수교사에게조차 낯설게 다가오는 타자로서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 , 나아가 중증장애로 인한 이들의 다양한 존재 양식은 교사로 하여금 자신의 교육행위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고 학생과의 교육적 관계를 딱히 규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 이는 현재 국내 특수교육의 이론적 패러다임으로는 이들과의 교육활동을 본질적으로 포착할 만한 개념과 사고를 도출해 낼 수 없음을 의미하기에 , 이 장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들과의 교육 사태를 볼노프의 ‘교육적 분위기’ 개념을 통해 원론적 의미를 포착하고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활동의 출발점이 될 교육적 인간관계의 특징과 요소를 부각해 ‘교육적 관계’ 이론으로 규정하고자 한다 .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 첫째 , 볼노프의 교육적 분위기 개념의 특수교육적 함의를 도출하고 , 둘째 , 볼노프의 교육적 분위기 개념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적 관계를 구성한다 .
2. 볼노프의 ‘교육적 분위기’ 개념의 특수교육적 함의
‘교육적 분위기’ ( p ä dagogische Atmosphaere ) 란 교육과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적이고 기분적인 상태 및 공감과 반감의 관계 전체’ ( 강기수 , 2003) 를 의미하는 개념으로서 볼노프는 교사와 아동이라는 최소단위로서의 교육주체가 하나의 공통적이고 포괄적인 기분 속에서 상호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것이 교육의 기본 전제인 동시에 성공적인 교육의 필수조건이라 보았다 . ‘교육적 분위기’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교육학적 의의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이유를 , 인간의 복합적 감정이 상호작용하는 교육적 행위를 전통적 교육학이 지나치게 축소시켜 협소하게 이해해 왔기 때문으로 볼노프는 지적한다 ( Bollnow , 1970, 1995, 1998). 교사의 적극적 개입을 중시하는 기계적 (mechanic) 교육관이나 아동의 자연적 성장을 유도하는 유기적 (organic) 교육관에서도 신뢰와 안정감 같은 분위기적인 교육의 감정적 전제조건은 ,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교육 작용을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데 부수적인 상황으로 간주되었다는 것이다 ( Bollnow , 1999). 이로 인해 야기된 인간의 도구화 , 계량화 , 과학화로 치닫는 전통적 교육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 교육의 인간화를 회복하려는 의도하에 인간존재에 대한 전체적 이해를 위해 인간존재의 본질을 교육학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 , 교육 현상을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명하려는 것이 볼노프라는 학자로 대표되는 ‘교육인간학’ ( p ä dagogische Anthropologie) 의 주요 기조이다 .
교육인간학은 어떤 형이상학적인 초월적 가정이나 원리를 배제하고 인간 삶과의 직접적인 관련 속에서 교육의 이론과 실천을 구성해 나가는 실천적인 철학으로서 서양교육 역사 속에 자리매김해 왔다 ( 정혜영 , 1991, 2003). 20 세기 초반 독일 개혁교육학의 영향 속에서 자라난 볼노프는 딜타이 (W. Dilthey) 의 해석학을 통해 삶에 대한 해석학인 ‘생의 철학’을 계승하면서 언어를 통한 현상 자체의 인식을 시도하고 , 현상에 대한 역사적 의미관련성을 방법론적 통로로 삼아 볼노프 고유의 철학적 인간학을 전개한다 ( 이현주 · 유혜령 , 2004). 볼노프에게 인간학이란 ‘개별적인 인간의 여러 현상에서 출발해서 그 현상들에서 얻어지는 인간의 본질적 특징을 평등하게 다루어 그것에서 인간의 전체적 이해로 나아가는 개방된 학문’ ( 강기수 , 1997) 으로 이해되었기에 , 당시 하이데거의 실존철학이 가져온 불안 · 절망 등 삶의 극단적 기분에 대해서도 신뢰 , 희망 , 안정감 등이 더 근본적인 ‘생의 계기’라고 하여 실존주의의 이원론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
볼노프 교육인간학의 핵심요소인 ‘교육적 분위기’ 개념은 특히 당시 독일 철학의 맥을 이루고 있는 하이데거와 가다머 (Gadamer) 등의 실존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 강기수 , 2003). 감정과 심리 영역에 해당하는 기분의 문제가 철학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 서양 철학이 추구해 온 이성에 대한 회의와 반발로 그 뿌리로서 발견된 ‘ 삶’의 영역에 대한 관심으로 출발한다 ( 정호표 , 2002). 생철학 및 실존철학을 통해 지금까지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으로 가치절하된 기분은 주체가 가지는 단순한 심리적 느낌이 아니라 , 그러한 심적 감정을 가능케 하는 기층의 ‘삶의 감정’으로서 격상되었고 , 이를 존재론적으로 극단화한 경우가 하이데거의 실존철학이다 ( 박유정 , 2005).
하이데거 (1998) 의 철학적 관심인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그는 인간을 ‘ 세계-내-존재’로서 타자와의 상호공존재이며 , 여러 환경과 맺는 관계 속에서 자기를 형성해 나가는 ‘현존재’ (Dasein) 로 규정한다 . 인간만이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그것에 마음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자로서 , 이러한 현존재의 ‘ 존재’가 바로 하이데거의 ‘ 실존’의 개념이다 . 존재가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현존재의 실존적 특성으로 하이데거는 ‘ 심정성 ’ ( Befindlichkeit ) 을 들고 있다 . 심정성이란 ‘어떤 기분에 젖어 있음’을 의미하며 , 이는 현존재의 세계-내-개방성을 드러내는데 , 인간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존재론적으로 특정 기분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 현존재의 존재방식으로서의 ‘ 심정성 ’ 혹은 ‘ 기분’은 객관화될 수 없는 임의적인 나의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 그 이전에 ‘어떤 분위기에 젖어 있는’식으로 ‘ 피투된 존재론적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 . 즉 현존재가 느끼는 기분이란 단순한 심리적인 ‘부수적 현상’도 아니고 , ( 쉘러나 플레스너 등 생의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 사랑이나 공감 등 ‘ 인격’의 본질과 같은 ‘눈앞의 존재’가 아니라 , 오히려 그러한 현상의 선험적 근거가 되는 존재론적 구조를 이룬다 . 인간은 자신이 처해 있는 기분에 따라 세계 이해의 지평을 달리하는데 , 다시 말해 세계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인간 존재와 기분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그러므로 어떤 분위기에 처한 피투성 속에서 현존재는 자신의 세계-내-존재를 개시하고 , 존재의 가능성을 보며 , 나아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면서 드러내고 미래를 향해 기투하게 된다 . 요약하면 하이데거에게 현존재는 ‘ 기분’이라는 존재방식을 통해 실존하기에 , ‘ 기분’이나 ‘ 분위기’와 같은 정서개념은 현존재의 존재론적 핵심개념이다 . 이처럼 현존재의 기분을 존재론적으로 처해 있는 피투성 속에서 이해하는 하이데거는 기분 중에서도 특히 불안과 권태와 같은 ‘근본 기분’에 주목한다 . 불안과 권태는 현존재의 존재지평인 시간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실존론적으로 드러낸다 . 이에 대해 볼노프는 실존철학에서 하이데거에 이르는 기분 분석이 기분에 대한 전체 스펙트럼을 대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 박유정 , 2005). 즉 하이데거식의 기분의 근본구조인 불안 , 권태 등의 개념이 인간 현존재의 심연을 드러내지만 , 이러한 억압된 기분에 집착한 나머지 더 인간적인 기분 현상인 고양된 기분 , 즉 희망이나 신뢰 , 사랑 , 감사와 같은 인간 삶의 다른 면을 간과하고 있음을 인간의 포괄적 삶의 발견 및 삶의 해석학을 통해 분석하였으며 , 이러한 인간적 기분의 가능성을 ‘교육적 분위기’ 개념으로 제시하여 교육적 사태 및 교육적 관계를 해석한다 .
감정 또한 하나의 중요한 인식 능력이며 , 감정이 정서의 문제에서 사유의 매개 없는 최고의 지성이라는 스피노자의 생각을 존재론적으로 규명하고자 한 하이데거의 입장과 이에 대한 볼노프의 인간학적 해석이 서로 괘도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지만 ( 박유정 , 2007), 인간의 존재론적 기분에 대한 위와 같은 철학적 논의는 ‘교육적 분위기’와 관련하여 인식의 지평을 확장한다 . 특히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활동이 대부분 의사소통의 단절 및 소통 가능성의 부재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교육현실을 감안할 때 , 그들과의 교육활동에서 교육적 분위기는 부수적이거나 이차적인 고려 대상으로 전락될 수 없다 . 교육적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을 둘러싸고 있는 ‘일반적인 기분’ (general mood) 과 기분의 근본적인 특징은 그들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선험적 바탕을 제공한다 . 또 역으로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속에서 독특하고 감각적인 감정을 통해 그들만의 교육적 분위기를 재창조한다는 볼노프 (1970, 10) 의 통찰은 지금까지 간과되었던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소통 통로를 개척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활동이 지나치게 적응행동 습득 및 기능적인 면에 치중할 경우 , 학생의 현재 관심과 흥미 및 요구의 범위를 벗어나는 교육활동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소통의 단절을 불러오고 소진현상을 가속화할 뿐이다 .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차적 요소란 외재적인 교육의 목표나 교과서적 내용이 아닌 , 교사와 학생 간의 심정성 , 즉 교육적 분위기라는 사실은 교사로 하여금 다시금 학생과 하나의 공통된 기분과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하는데 , 이는 교육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 학생의 관심과 흥미와 요구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 심정성의 조율을 통해 인식하게 된다 . 인간의 감정 및 기분의 본질적 차원을 파악해 의사소통의 통로가 개시되는 것이다 .
볼노프는 위의 교육적 분위기를 위한 전제조건을 각각 교사와 아동의 입장에서 지적하는데 ( 이현주 · 유혜령 , 2004), 우선 아동에게 필요한 , 아동 입장에서 본 교육적 분위기란 ‘신뢰감과 안정의 분위기’ , ‘아침과 같은 즐거운 (joyful) 분위기’ , 그리고 어린이 안에 근원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본래적인 감사와 순종의 분위기’를 들고 있다 . 나아가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훌륭한 교사는 책임감을 갖고 ‘어린이를 신뢰하는 분위기’ , ‘사랑하고 인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된다 . 이현주와 유해령 (2004, 306 이하 ) 의 연구에서는 교육 현상에서 교사와 아동의 입장에서 각각 형성되는 위와 같은 교육적 분위기가 궁극적으로는 교사와 학생 간의 근원적인 ‘교육적 관계’를 구성하며 , 이러한 교육적 관계 구성이야말로 볼노프가 교육인간학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실천적 요소임을 해석학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 볼노프의 교육적 분위기 개념을 통해 드러나는 어린이-교사 간의 근본적인 교육적 관계를 위 연구는 ‘근원적인 마음 씀 (Sorge) 의 관계’ , ‘지평 융합의 나-너 관계’ , ‘만남으로 이어지는 관계’ , ‘기다림과 희망의 관계’로 수렴하는데 , 본 연구에서는 볼노프의 교육적 분위기 개념과 그다음 교육적 관계 구성을 순차적으로 논의하는 대신 , 앞선 연구자가 교육적 분위기 개념에 의거해 해석해 낸 본질적인 교육적 관계의 테두리 안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현상을 교육적 분위기 요소와 연계하여 논의하며 , 그들과의 교육활동에서 특히 의미가 부여되는 교육적 관계를 지면 제한으로 두 가지로 선별하여 구성했다 .
3. ‘교육적 분위기’ 개념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적 관계 구성
교육이 추구하는 목표 , 즉 ‘교육받은 사람’에 대한 정의는 지배적인 시대정신에 따라 달라지지만 , 교육을 개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 추구의 의미에서 ‘경제적이고 정신적인 독립성을 목표로 하여 최소한의 타율에서 최대한의 자율로 이행하는 과정’으로 정의하는 현대의 교육이해는 교육의 본질적 양상을 포괄적이고 근본적으로 포착하기에는 , 그리고―중도 · 중복 장애인을 포함하는―모든 인간 존재 양식을 끌어안기에는 뭔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 그런 의미에서 텐로스 ( Tenroth )(Meyer-Drawe, 1998 에서 재인용 ) 는 교육의 근본 현상 및 교육 본래적 목적을 ‘ 의사소통’으로 수렴하고 있다 . 즉 교육이란 ‘의사소통을 위한 모든 양식을 일반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샬러 (Schaller) 역시 의사소통을 ‘교육의 중심 개념이자 , 교육의 내용을 규정짓는 본질적인 것’으로 보고 , 이런 의미에서 ‘ 자아실현으로서의 교육의 목표는 개개인이 당면한 ‘삶의 모든 관계’ ( 인적 · 물적 · 정신적 관계 ) 를 인본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 여기서 ‘삶의 모든 관계’가 인본적이기 위해서는 관계형성의 기초가 되는 의사소통이 교육의 주요 내용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Meyer-Drawe, 1998, 139). 교육의 본질은 지식전달이나 기능습득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존재의 문제에서 시작되며 , 결국 교사와 학생의 의사소통적 관계 형성에 있다는 위의 시각은 역설적이게도 소위 소통의 장애가 교육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
교육현장에서 관계적 측면에 대한 이해가 단편적인 기술 (skill) 차원의 분석으로 가치절하되는 것에 반해 , 볼노프의 교육적 분위기 개념에서는 관계적 측면이 인간 존재에 대한 궁극적인 이해와 관심을 통해 , 나아가 교사와 학생의 존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심층적으로 접근되고 있다 . 이처럼 교육현상에 관련된 ‘존재론적 의미층 ’ ( 이현주 · 유혜령 , 2004) 에 대한 이해가 통합적인 삶과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 교사와 학생의 존재론적 관계에 대해 하이데거는 상호의존적인 성격으로 이해한다 . 교사와 학생은 원하든 원치 않든 관계의 그물망에 던져져 있으나 교사의 존재는 학생과 ‘함께 존재하여 있음’ 현상 자체에 의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 Bollnow , 1970, 1998).
1) ‘근원적 마음 씀’ (Sorge) 으로서 타자에 대한 책임의 관계
도덕적 · 생물학적으로 미성숙한 학생을 대신하여 성인인 교사가 교육활동을 구성하고 , 교육적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에서 , 교육이란―절대 가치중립적인 행위가 아닌―윤리적 사태 , 가치판단과 관련된 도덕적 사태로 규정된다 . 이와 관련하여 빔머 (Wimmer, 1996) 는 교육의 본질을 인간 상호간의 윤리적 차원으로 설명한다 . 그에 따르면 교육은 결코 한 개인 내부에 한정되어 일어나는 내적 과정 , 즉 한 개인이―순수한 자아형성의 의미에서―자신의 내부로부터 스스로 자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 관계의 그물망에서 타인에게 의존함으로써 비롯된다고 한다 . 그러므로 교육이란 것이 외부로부터 ‘주어질 때’만이 , 교육이 이루어진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경우에도 그들의 자아 역시 ‘심하게’ 제한된 능력 내부에서 스스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그물망에서 형성되기에 , 이들의 능력과 가능성 범위 내에서 적합하고 충분한 교육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 그들은 교육 불가능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 그러면 ‘주어지는 교육’의 전제조건이 되는 , 타인에 대한 관심 , 관계 맺음 , 나아가 나의 성장을 위한 타인의 선의는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가 ? 볼노프는 이를 하이데거의 근원적인 마음 씀 , 즉 ‘염려’ (Sorge) 라는 인간 현존재의 특징으로 설명하고 있다 .
하이데거에 의하면 현존재는 피투적 존재로서 모든 상황에 제약된 동시에 , 이미 세계 내의 특정 가능성 안에 휘말려 있다 . 이러한 가능성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유의 가능성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오직 자기 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다 (Heidegger, 1998). 인류 역사가 증명하듯 인간은 이러한 실존적 가능성을 부정이나 무화 ( 無化 ) 가 아닌 , 발전 지향적으로 전개해 왔는데 , 인간이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부정이나 죽음으로 거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시하는 이유를 하이데거는 현존재의 ‘ 기투 ( 기획투사 ) ’하는 실존론적 구조에서 찾고 있다 . 기투란 제한된 조건 안에서도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 설계 · 계획하고 , 자기를 돌보는 현존재의 특성이며 , 다시 말해 존재 가능성의 실현이다 .
그러나 현존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칫 존재의 의미도 묻지 않고 주목할 만한 특색이나 자신만의 색깔도 갖지 못한 , 범상한 세인 ( 世人 ) 으로 몰락할 위험을 갖는다 . 존재성을 상실한 이러한 현존재는 본질적인 ‘ 존재’를 갖지 못하기에 이제 어느 누구도 아닌 ‘무인’ (Niemand) 이며 , 아무것도 아닌 ‘무’ (Nicht) 이다 . 죽음과도 비견되는 이러한 존재상실의 상황에서 현존재는 무를 마주하고 불안을 느끼며 이것이 존재에 대한 염려를 불러일으킨다 . 이렇듯 염려는 언제나 현존재의 무성을 일으키는 불안과 마주한다 ( 김계현 , 1996). 불안과 염려의 개시하에 현존재는 세인으로 타락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Ex-) 무를 향해 진입해 들어가 비로소 ‘존재의 본질’을 찾게 되는데 , 이로써 세인으로부터의 탈존 (Ex- sistenz ), 즉 ‘ 실존’이 성립된다 . 그러므로 탈존이란 인간존재가 자기폐쇄성을 파기 ( Entschlossenheit ) 하고 본질적 존재와 만나려는 , 즉 무의 자리에 서는 , 용기 있는 ‘ 결단’이다 ( 송영배 , 2005). 또 이처럼 현존재가 무에 진입하여 ‘존재의 본질’ , 즉 ‘ 실존’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존재의 목소리에 부름을 받아야 하며 , 이러한 존재의 부름에 대한 응답으로서 현존재는 자신의 심정성 , 정조 , 즉 기분을 드러내 보이는데 , 이때 ‘드러내 보이는’ 근본적인 기분이 바로 불안이다 . 그러므로 불안과 염려의 개시하에 불안이라는 섬뜩한 기분에 의해 도래되는 존재를 두려울 만한 경이로움 속에서 용기로 마중하는 것이 실존적 행위이다 .
이처럼 현존재가 자신의 무성을 극복하기 위해 용기로서 마중하는 것을 하이데거는 관심 , 염려라 부르는데 , 자기폐쇄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뿐 아니라 주변 세계에 대해 ‘걱정하고’ ( Besorgen ), 동시에 다른 사람을 ‘배려함’ ( F ü rsorge ) 으로서 자기 존재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 나아가 이처럼 현존재가 자신의 무성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열어 펼쳐 보이며 ( 자기폐쇄성의 극복 ) 주변을 걱정하고 배려한다는 것은 결국 주변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러한 현존재의 행위가 바로 염려이며 , 이것이 하이데거가 말하는 현존재의 존재이다 . 또 이러한 존재는 일시적이 아니라 항상 눈앞에 현존함이며 , 그러기에 현존재의 존재로서의 염려는 항상 현존하고 있으며 ( 송영배 , 2005), 이로써 염려는 현존재의 불변적인 실존적 특성으로 자리 잡는다 . 이처럼 주변 세계나 타인과 맺는 관계 속에서 관심을 갖고 마음을 쓴다는 것 , 즉 책임을 느끼는 것은 타인을 위하는 이성적 행위라기보다는 우선 ( 무성을 극복하고 )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현존재의 실존적 욕구에 근거한다 . 나아가 현존재의 기획투사라는 실존론적 구조상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염려와 관심을 통해 상대방과의 관계를 발전 지향적으로 전개하려고 하고 , 이러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심정성의 발현으로 양심이 생겨나고 서로 존재에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 김수동 , 2002).
볼노프는 교사와 학생의 만남과 교육적 관계 맺음 속에서도 은연중에 상대방에 대해 관심과 배려가 서로 부여되고 있음 , 즉 상대방에 대해 책임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 Bollnow , 1970). ‘ 책임’을 뜻하는 ‘ responsibility ’ , ‘ Verantwortung ’이라는 낱말은 어원적으로도 ‘반응 ,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며 , 이는 상대방의 신호나 표현을 매우 섬세하게 감지하고 , 이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로서 , 지극한 관심과 배려 , 즉 염려에서 나오는 예민한 지각력과 자발적인 도움의 자세를 동반한다 .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이러한 책임을 거부 , 회피할 지라도 상대방의 부름에 배려 , 즉 대답해야 할 것 같은 책임이 느껴진다 . 이처럼 현존재의 존재로서의 염려는 항상 현존하며 , 특히 윤리적 사태인 교육적 만남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부여된 책임은 항상 존속한다 . 이것이 바로 교육적 만남의 윤리성을 규정짓는다 .
11 살 마리온에게 내가 새로 온 선생임을 알려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 우선 그녀의 외모가 무척 낯설게 다가왔다 . 심한 경련을 일으키는 마비된 몸 , 일그러진 표정 , 끊임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흐릿한 눈동자 ,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침 , 또 구역질이 날 정도로 불쾌한 , 마리온에게서 풍기는 시큼한 냄새 .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의 눈물 없이 나오는 , 호소하는 듯한 메마른 울음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 ( … ) 마리온의 이상한 감정 표현과 기복이 심한 기분은 오랫동안 이해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고 , 이는 결국 나의 교육적 능력을 의심할 만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 밥을 먹일 때나 기저귀를 갈 때 느껴지는 그녀의 미미한 반응은 , 그것이 나의 의도에 대한 진짜 반응인지 , 아님 나의 간절한 바람에서 나온 주관적 해석에 불과한 건지 분명치 않았다 . 그러나 이런 불투명한 상황에도 뭐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 그녀의 모든 행동은 내 마음을 움직였고 , 그럴 때마다 나는 마리온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야 할 것만 같았다 ( 필자의 교생일지에서 부분 발췌 , 2002).
볼노프 (1970, 1995) 의 논리에 따라 위와 같은 소통 단절을 특징으로 하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관계 맺음에서 교사는 설령 절망이나 배신 , 미움을 느꼈을지라도 그것을 극복하고 인내 안에서 희망과 신뢰를 재창조하고자 한다 . 이는 바로 인간존재로서 교사가 자신의 존재를 실현하려는 부단한 마음 씀이며 , 제한된 상황 , 즉 서로의 관계적 상황에서도 언제나 더 나은 관계를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자신의 가능성을 여는 기투현상이라 할 수 있다 . 이처럼 관계의 그물망 속에 묶여 있는 인간존재라면 , ‘타자에 대한 절대적 책임감’은 자연스러운 존재의식이며 , 교사와 학생은 위의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존재적 책임을 갖는다 . 상투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는 소통이 불가능한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대면에서 철저한 소통의 단절이 가져오는 , 무성으로 추락할 것 같은 교사의 존재론적 불안감 , 염려의 이끌림에 의해 자신의 본래성을 실현하는 의미에서 자기를 열어 보이며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로 학생에게 다가서는 교사의 태도 , 바로 이러한 존재론적 염려에 근거한 관심과 배려 , 즉 책임의 관계는 여타 장애학생과의 교육적 관계와는 달리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구성하는 윤리적 요소로 규정할 수 있다 .
종합적으로 위와 같은 실존적 인간 이해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활동 및 교육적 관계와 관련하여 무엇을 말해 주는가?
(1) 앞서 논의했듯이 심정성은 현존재의 존재론적 특징이고 , 또한 자신의 기분 , 분위기에 젖어 있음을 통해 현존재는 존재의 부름에 응답하기에 , 인간의 심정성은 본래적인 실존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척도로 역할한다 . 이 점에서 인간 존재의 가치를 오성 및 인지적 측면에 제한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현 교육 분위기에 경종을 고하게 된다 . 비록 오성 및 인지적 능력에는 제한을 지녔지만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존재론적 가치는 그들의 현존을 충분히 발현해 주는 그들의 심정성 , 기분이나 분위기에 젖어 있음에서 충분히 드러난다 .
(2) 나아가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역시 권태와 같은 존재상실의 상황 , 나아가 자신에게 적합한 자극이 극히 빈약한 열악한 교육환경 및 양육환경에서 자신의 무성을 일으키는 불안과 마주하게 된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드러내는 , 이해하기 어려운 비상징적 표현이나 괴성 , 나아가 생리적 현상만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다양한 표현은 바로 그들이 무성에 직면하여 , 섬뜩한 불안 속에서 자기만의 폐쇄성을 파기하고 세계와 소통하려는 의도이고 , 이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만나려는 용기 있는 결단으로 해석될 수 있다 .
(3) 하이데거는 이러한 무성에 직면하여 본래성을 되찾기 위한 , 실존을 향한 용기 있는 움직임 , 즉 항상 더 나은 것을 추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삶에 임하는 인간의 존재론적 특성이 마음 씀이요 , 관심과 염려라 하였다 . 누가 알겠는가 ? 인지 능력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존재자로서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도 주변을 걱정하고 교사나 부모를 배려하고자 하는 것을 . 최소한 그들이 나름대로 나타내는 , 주변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Sorge) 으로서의 마음 씀 , 나아가 미미하게나마 관찰되는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은 바로 그들도 불완전하고 제한된 존재로서 언제나 세계에 대해 염려하고 마음 쓰며 살아간다는 것을 증명한다 .
볼노프는 하이데거의 이러한 실존적 인간파악에 기초하여 인간 본질을 회복하고 , 이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 정혜영 , 2003). 위기 및 각성 등 교육현상의 여타 단속적 형식과 마찬가지로 여기서 불안이라는 실존적 현상 역시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인간이 자신의 실존을 지각하고 자신의 본래성을 실현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계기로 작동한다 ( 강기수 , 2003). 나아가 볼노프는 불안이라는 심정성에 내재된 교육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아동이 안전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 , 불변의 본래적 존재인 나를 찾을 수 있는 신뢰로 가득한 교육적 분위기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이현주 · 유혜령 , 2004).
2) 도발 (Provocation) 과 내적 일치 (Evocation) 의 순환으로서 ‘지평 융합’의 관계
위에서처럼 상대방인 학생으로부터 부여된 ‘ 책임’은 교사에게 ‘ 호소’로 작용하고 , 호소는 교사로 하여금 학생에게 교육적인 무언가를 ‘주도록’ 요구한다 . 이는 학생의 실존적 부름에 대한 교사의 응답일 수도 있다 . 이러한 과정에서 교육은 결국 하나의 ‘주는 행위’ (give) 가 된다 . 교육은 실존적 관계 속에서 쌍방적인 호소 , 부름에 응답을 ‘해주는’ 행위로 집약될 수 있으며 , 이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교육적 촉구 및 자극이 실천되며 , 이에 따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또한 ‘ 변화’라 볼 수 있지만 , 이때 변화는 꼭 어떤 의식적인 변화를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 나아가 이러한 ‘ give ’로서의 교육행위가 교사가 원한다고 해서 아무 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유목적적 · 의도적인 사태가 아니다 . 교육행위로서의 ‘ give ’와 그에 따른 변화는 타인과의 직접적인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기에 , 인간의 ‘신체성에 근거한 실용적 이성’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다 . 교육이 ‘ give ’ , 즉 ‘주는 것’이라는 의미는 교육이 ‘한 개인을 지식 , 가치관 , 규범 등으로 무장된 자아로 형성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 타인과의 관련 속에서 주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때 비로소 교육은 진정한 ‘ 주기’가 된다’ (Wimmer, 1996, 159). 교육의 본질에 대해 앞에서는 비교적 쉬운 말로 풀어나갔지만 , 일반인들의 보편적인 수단으로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어떤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 마주했을 때 , 교육적인 ‘주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가능할까 ? 한 사례를 통해 ‘주는 것’으로서의 교육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자 .
‘여자 교사의 왼손을 잡고 김 씨는 조금씩 수영장 쪽으로 인도되어 오는 걸 허락하고 있었다 . 할퀴기나 때리기 등 자해행위를 거의 잊은 듯했다 . 교사는 수영장 물속으로 들어가는 계단 쪽으로 천천히 김 씨를 데리고 왔다 . 김 씨도 천천히 살피는 듯했고 , 물에 처음 닿는 순간 얼굴을 찡그렸다 . 수영장 물은 매우 차가왔다 . 김 씨는 더 이상 들어가지 않으려는 듯했으나 , 교사는 계속 차근차근 말을 걸며 하도록 권했고 , 김 씨도 서서히 이를 허락하는 눈치였다 . ( … )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물속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 그사이에도 교사는 김 씨의 손을 잡고 계속 대화를 나누며 , 또 수영장 속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심해 달라는 배려의 부탁을 했다 . 처음의 긴장되고 불안했던 김 씨의 얼굴 표정은 서서히 편안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 교사가 김 씨나 다른 사람들에게 우스갯소리를 할 때 김 씨는 간혹 이에 미소로 응답하는 듯한 표정을 짓곤 했다 . 교사가 김 씨의 상체에 물을 튀기는 장난을 걸면 그는 몸을 움츠리며 반응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김 씨는 몸 전체를 물에 담글 정도가 되었고 , 다시 일어나 물속을 휘저으며 걸어 다니는 것을 반복했다’ ( Fornefeld , 2003, 한국 이름으로 각색함 / 필자 주 ).
특정 상황에서 쌍방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구성 · 전개할 것인가 등이 조심스럽게 시도되는 과정 , 즉 위에서 두 사람이 같이 물속을 산책하는 모습이 바로 ‘ 교육과정’에 비견된다 . 교사와 김 씨 사이에는 이 둘로 하여금 계속 함께 가도록 만드는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 .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교육이란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 지식이 대체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임에 비해 교육의 본질적인 것은 두 사람 사이에서 ‘서로 주고받음’을 통해 개시된다 . 교사와 김 씨가 서로 ‘ 호소’와 ‘ 주기’를 반복하며 교육적 관계를 맺어 나가는 과정에서 김 씨의 인성발달 , 즉 김 씨 개인의 삶의 지평이 확장되기 시작한다 .
교사가 김 씨의 손을 잡고 있기에 그는 때리기 등의 자해행위를 더 이상 하지 않고 , 자신의 관심 (Sorge) 을 교사에게 돌리며 그녀의 호소 및 요구에 응한다 . 이러한 일련의 그의 행동이 이번엔 주 ( 主 ) 가 되어 교사로 하여금 교육적으로 한 걸음 더 시도하도록 ‘촉구한다’ (Provocation). 언어뿐 아니라 몸짓이나 얼굴 표정 등을 통해 각자 서로에게 유의미한 ‘내적 일치를 찾아 이에 반응하는’ (Evocation) 가운데 상호작용이 조심스럽게 조절되고 전개된다 . 또 두 사람의 만남에서 ‘교육적인 것’은 우선 기괴하고 이상함 , 도발적인 것에서 시작되지만 , 김 씨의 이상 행동 , 기괴한 음성의 호소 , 표출 , 부름에 교사가 주목하고 이러한 교사의 관심과 주의집중은 그 순간 김 씨의 지금까지의 존재 양태를 갑자기 중단시킨다 . 교사가 이에 자연스럽게 대답하고 , 자극을 가함으로써 다시 김 씨를 도발한다 . 예를 들어 물속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김 씨의 호소 ( Provocaton ) 에 교사가 주목하고 , 이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 ( 교사의 Evocation) 으로서 다시 ‘차근차근 말을 걸며 권하기’ (Provocation) 를 하자 김 씨는 교사의 호소 안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 김씨의 Evocation) 호소에 대한 반응으로 이에 따른다 ( 다시금 김 씨의 Provocation). 이런 방식으로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 상대방에 대한 민감한 수용과 반응은 상호작용을 이끌어 가고 , 계속되는 상호작용 속에서 개화되는 관계는 상호의존적인 이해의 지평을 넓혀 간다 . 즉 김 씨가 교사의 도발적인 행동을 수용한 이유는 그 안에서 무언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 ‘내적 일치’ (Evocation) 를 찾았기 때문이고 , 김 씨의 도발적인 것에 대한 교사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그림 27> 도발 (Provocation) 과 내적 일치 (Evocation) 의 순환으로서 교육적 관계
<그림 27>이 나타내는 것처럼 , 상호작용 속에서 두 주체는 자신의 주체성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잠시나마 서로 합치되는 부분을 가지며 , 교집합으로서의 시간과 공간을 경험한다 . 나와 너라는 두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이 ‘ 사이’에 ‘제 3 의 공동의 장’이 생성 , 개화되고 , 이 공동의 장을 두 사람이 같이 경험하고 체험하는 가운데 변화가 일어나며 , 이러한 과정이 결국 두 사람의 교육적 행위와 교육적 관계를 구성한다 .
교사와 학생의 교육적 만남과 관계가 지닌 상호의존적 공존재적 현상을 가다머 (1996) 는 ‘지평융합’ (fusion of horizons) 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 나와 너의 관계 중 바람직한 인간관계 모형으로 가다머가 제시한 관계는 , 그 안에서 내가 너를 철저히 객체화하는 것도 아니고 , 나의 자기중심적 입장에서 너의 타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아닌 , 나와 네가 각자 자신의 지평을 유지하고 , 타자성을 존중하면서도 개방적인 자세로 서로 경청하는 가운데 기꺼이 변화하고 공유의 지평을 넓혀가는 관계이다 . 이러한 ‘ 지평융합’으로서 학생과 교사 간의 바람직한 교육적 관계에서 변화하는 것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 자신이기도 하다 . 교사는 학생의 생각을 받아들여 기꺼이 변화하고자 하는 개방성을 지니며 , 양자 모두 위기를 겪으면서 발전 가능성을 생성한다 .
공명 ( 共鳴 ) 과 상생 ( 常生 ) 으로 대변되는 지평융합으로서의 교육적 관계는 상호 타자성을 수용함으로써 스스로의 지평을 변화 확대하는 관계이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은 단순히 객관적 관찰이나 지식 전달의 대상이 아니고 , 교사의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적 존재도 아니다 . 역사성을 지닌 인격체 간의 만남으로서 (K ö nig, 2002) 지평융합의 관계 속에서 서로 도발할 수 있고 (Provocation), 또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Evocation) 능력은 장애의 정도와 무관히 인간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다 . 왜냐하면 이 능력은 제한적인 인지적 특성이나 오성 능력에 의해 전적으로 좌우되는 반성적 행위가 아니라 , 신체성에 의거한 직관적 인식이며 , 전의식적 차원에서 발현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Merleau-Ponty, 1966; Fornefeld , 2003). 위의 범례적 관계에서 교사와 김 씨의 의사소통은 바로 이러한 원초적이고 직관적인 신체적 인식을 매개로 진행되는데 , 특히 두 사람의 심정성 , 기분에 의해 구성되는 교육적 분위기가 이들의 관계를 구성해 나간다 . 그러므로 원초적인 신체성을 전제로 하는 이러한 교육적 관계는 신체성의 존재라면 누구에게나 개방적이며 , 특히 인간 존재의 현현한 신체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여지없이 드러낼 수 있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 이러한 교육적 관계를 구성하는 것은 교육활동의 시작이며 기초로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나아가 이러한 지평융합으로서 교육적 관계에 대한 이해는 지금까지 우리가 잊고 지내온 교육적 관계의 본질에 대한 사유의 폭을 확장해 주기에 충분하리라 본다 .
가다머 (1996) 는 『진리와 방법』 (Truth and Method) 이라는 저서에서 “진리는 결코 방법으로 얻어질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 역시 교수-방법적 관심으로 일관하기보다는 교사와 학생의 실존을 구성하는 이들의 존재됨 , 특히 중도 · 중복장애에 직면한 사람의 실존적 현상에 대한 근원적인 관심과 이해로부터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 볼노프가 통찰한 바와 같이 교사와 아동의 교육적 존재로서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인간적 관계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 위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교육에서 교사나 학생이 느끼는 분위기나 기분 , 신뢰와 안녕감 등의 정서가 지닌 교육적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 특히 중도 · 중복장애 학생에게서 보이는 정서적 측면 , 이것이 비록 타인들에게는 병리적인 현상으로 , 잘 이해될 수 없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 이러한 존재론적 분위기 , 기분에 젖어 있음은 인간 존재로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이 권태와 불안을 동반한 존재의 무성에 직면하여 존재 가능성을 실현하려는 기투적 용기를 내어 세계와 적극적으로 관계 맺음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된다 . 즉 주관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 존재의 부름에 대한 응답이 이들의 기분이며 , 이는 다시금 세계에 대한 관심과 염려로 이어진다 . 인간이 세계 내에 존재하는 근본적 실존구조로서 이러한 심정성 , 정서적 특징은 또한 특수교육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인권과 교육권을 철저히 무장하는 철학적 근거를 제시할 것이다 . 기분이나 분위기 등 정서적 색채가 주도하는 , 직관적이고 전반성적 차원의 의사소통 및 신체성에 기초한 관계 맺음은 특히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적 상황에서 유의미한데 , 이들과 교육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조건으로 강조할 만하다 . 이와 관련하여 볼노프가 제시한 교육적 분위기의 개념 및 이를 통해 구성되는 교육적 관계에 대한 교육인간학적 통찰은 교육의 본질적 성격을 파악하고 인정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적 관계 구성에서 지평의 융합으로서의 관계가 보여주듯 , 이들과의 교육 ‘ 기회’는 신체성 차원의 공감적 교감을 기초로 항상 새롭게 , 탄력적으로 포착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 그러나 현재와 같은 관습적인 교육관 , 타성에 젖은 고질적인 교육개념에 사로잡혀 있는 한 위에 열거한 , 중도 · 중복장애 학생과의 교육기회를 볼 수 있는 눈을 갖거나 , 나아가 이를 항상 새롭게 탄력적으로 포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 그들의 능력을 보지 못하고 , 그들의 교육과 학습에 대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한 이들의 교육은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 교사와 학생 쌍방의 폐쇄적인 소외 관계 속에서 항상 똑같은 형태로 지루하게 반복되는 형식적인 관계나 일상생활이 장애학생의 교육적 변화를 저해하며 , 이들의 삶을 더욱 고착시킬 위험이 있다 .
교육은 자라나는 세대가 타율에서 자율로 이행해 가는 과정을 동반하는 것이기에 가치 판단적이며 , 윤리적인 것을 속성으로 한다 . 개개인의 특성이 다르고 처한 맥락이 상이하듯 , 이러한 개개인과 관계 맺는 교육은 본질적으로 정적으로 고착된 것이 아니라 과정적인 것 , 항상 변하면서 진행 중인 것 ,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열려 있는 것일 수밖에 없다 . 그러나 현재와 같이 교육에서도 경제적 효율성과 과학적 증거를 중시하는 시대에 , 교육을 ‘열린 상태’로 정의하고 , 교육의 본질을 ‘규정하기 힘든 것’으로 전제하는 교육인간학적 통찰은 아마 구시대적 유물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 특히 실증적 접근을 통한 교육적 중재의 효과를 증명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교육 및 학습 가능성마저 박탈당하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교육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어떠한 인간학적 존재 고찰도 찾아볼 수 없고 , 이들에 대한 교육적 책임을 논하는 소리 역시 들리지 않는다 . 이런 현실에서 이들의 교육적 관심과 흥미 및 요구에 세심히 귀 기울이고 , 그들의 교육권을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교육의 성패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 개방적인 자세에서 서로에게 세심하게 귀 기울이며 기꺼이 뭔가를 줄 수 (give)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으므로 , 나와 타자가 맺는 근원적 관계성으로 교육적 관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장애가 심한 중도 · 중복장애 학생도 교사와의 교육적 만남에 책임을 질 것이다 . 교사가 학생이 보내온 호소에 귀 기울이고 , 학생의 도발에 교사 자신을 내던져 자극을 받고 변화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말이다 . 이처럼 교사와 학생의 직관적 · 신체적 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에서 , 즉 하나의 ‘사이’ , ‘제 3 의 공동의 장’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쌍방의 교육적 발전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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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2008 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체 인구대비 등록장애인 비율이 4.5% 에 해당하고 , 구체적인 수치로는 국내 장애인 전국 추정수치는 213 만 7,042 명 , 이 중 중증 ( 장애등급 1 - 2 급 ) 으로 추정되는 장애인 수는 55 만 3,750 명으로 전체 장애인 중 약 25% 에 해당한다 .
이와 달리 2009 년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노동부와 공동으로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8 년 총등록 장애인 수는 224 만 6,965 명이고 이 중 중증장애인은 78 만 5,761 명으로서 전체 장애인의 35% 를 차지하고 있다 . 나아가 총등록 장애인 중 19 세 이하가 9 만 764 명 (4%) 이다 .
장애인 현황에 대한 양대 통계 관청 수치가 차이나는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보건복지계나 노동계의 중증장애 규정은 교육계의 규정과 상이하므로 국가상의 통계에서 학령기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를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 교육과학기술부의 2010 년 특수교육연차보고서에는 중도 · 중복장애 내지 중복장애 학생의 수치가 없고 , 대신 순회교육 대상학생 8,083 명과 취학유예아동 5,642 명을 기준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2) 독일 연방공화국 대통령 ( 재임기간 1984 - 1994).
3) 이 장에 삽입한 그림은 1999 년 독일 장애인작업장 노동조합연대 ( Bundes - arbeits -gemeinschaft Werkst ä tten f ü r Behinderte e. V.) 가 주관한 사진전시회 ‘ ( 인간 ) 상 장애’ (Bild- St ö rung ) 에서 발간한 자료집에서 발췌한 것이다.
4) 이를 증명하는 것으로 이미 1996 년 대한특수교육학회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를 ‘심신장애의 정도가 무겁고 또한 장애가 두 가지 혹은 그 이상 중복되어 있는 경우’로 정의내리고 있다 . 즉 중도장애가 있음과 동시에 중복장애가 있는 경우이다 .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도장애 또는 중복장애라는 용어의 의미가 명확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두 용어의 교집합을 의미하는 중도 · 중복장애 (severe and multiple disabilities) 라는 용어의 개념은 더욱 애매한 개념일 수 있다.
5) 이와 관련하여 과거에는 위의 1) 번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도 중도 · 중복장애 범주에 포함시키곤 하였고 , 특히 인지 능력이 뛰어난 중증 뇌성마비인 ( 예를 들어 우주과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 ) 이 이에 해당하였다 . 그 결과 중도 · 중복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주로 상징적 의사소통 ( 보완대체 의사소통 (Augmentative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 및 촉진 의사소통 (Facilitated Communi -cation, FC)) 기술을 통해 신장하고자 하였다 .
6) 유치부 3 명 (9.7%), 초등부 17 명 (54.8%), 중등부 8 명 (25.8%), 고등부 3 명 (9.7%) 으로 나타났으며 , 초등부 17 명은 1 학년 4 명 , 2 학년 1 명 , 3 학년 8 명 , 5 학년 2 명 , 6 학년 2 명이고 , 중등부 8 명은 1 학년 4 명 , 2 학년 1 명 , 3 학년 3 명이며 , 고등부 3 명은 1 학년 2 명 , 3 학년 1 명이다 . 그러나 2006 년도 시각장애학교 교장단협의회 교사 연수 때 확인된 농맹중복장애아동 수는 남녀 각각 5 명씩 총 10 명에 불과했다 .
7) <표 7>에 등장한 의학용어는 희귀성질환 헬프라인을 참조할 것 : http://helpline. cdc.go.kr.
8) 2026 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에 달해 ‘ 초고령 사회’에 들어설 전망이다(중앙일보 2009 년 10 월 1 일자 발췌).
9) 네덜란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데 반해 , 소극적 안락사는 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
10) 네덜란드 의회는 2000 년 11 월 세계 최초로 안락사법을 104 대 40 으로 통과시켰다 . 안락사를 위한 조건은 불치병 , 극심한 고통 , 환자 자신의 이성적 판단이 해당된다 .
11) 여성운동가인 탐슨은 임신중절에 대한 옹호적 입장을 병든 바이올리니스트의 예를 들어 개진한다 . 태아도 산모의 육체를 산모의 의지에 반해서 점거하고 사용할 권리가 없다는 식으로 임신중절을 옹호한다 . 그러나 나와는 무관한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는 병든 바이올리니스트의 입장과 사랑하는 아이를 가진 산모의 입장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 태아와 산모의 관계는 바로 사랑을 매개로 하기 때문이다 . 물론 이러한 모자관계 역시 , 사랑이라는 감정 대신 합리적이고 냉정한 논리로 연결될 때는 위와 같은 임신중절 옹호 입장을 반박할 수 있는 논증이 없어진다 . 즉 임신중절과 관련된 인간 생명권을 논리 실증적 근거로 거부할 경우 , 이를 윤리적으로 반박하기 어렵다 . 그러나 인간의 생명 문제는 논리가 아닌 윤리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
12) 칸트의 정언명법 3 대 원리 : 1. 당신이 모든 사람을 위해 입법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 ( 어떠한 행동을 하든지 모든 사람을 위해 보편적인 원칙에 근거하여 행동하라 .) 2. 항상 인간을 목적으로 대우하고 결코 수단으로 대우하지 않도록 행동하라 . 3. 당신이 목적의 왕국의 일원인 것처럼 행동하라 . ( 자기 자신이 입법자인 것처럼 , 모든 다른 이성적 존재자도 역시 입법자이다 . 그리고 모든 인격을 목적으로 대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의 세계가 목적의 왕국으로서 가능한 것이다 .)
13) 이때 ‘최선의 결과’라는 말은 단지 즐거움을 증가시키고 고통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영향받는 모든 사람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 고전적 공리주의 ( 고대 그리스의 쾌락주의 헤도니즘 (Hedonis m) 적 입장 ) 와는 구별된다 .
14) 헬가 쿠제 (Helga Kuhse) 와의 공동저작 ,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85.
15) 플레처에 의하면 자의식 , 자기통제 , 미래감 , 과거감 , 타인과 관계 맺는 능력 , 타인에 대한 관심 , 의사소통 , 호기심 등이 인간으로서의 지표에 해당한다 .
16) 이런 의미에서 캘리코트는 고통은 악이기 때문에 최소화되거나 제거되어야 한다는 관념은 , 나쁜 소식을 전하는 사자는 사형에 처해야 자신의 복지와 안전이 증진되는 폭군의 신념만큼이나 원시적인 관념이라 비판한다 .
17) 안스퇴츠 교수의 학문적 경향은 신 - 실증주의 (Neo- Positivismus ) 였는데 , 이 사건 직후 여론의 비판적 공격의 여파 속에서 자신의 학문적 정체성이 갖는 , 현실에 대한 실천적 모순에 대한 회의를 계기로 자살하였다 .
18) 정동일의 연구 (2001) 에 따르면 , 미국 , 일본 , 독일의 경우 지체장애학생과 중도 · 중복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은 대부분 특례조항 및 포용적인 교육과정 기준을 제시하여 교육과정의 기준보다는 중도 · 중복장애학생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향상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 동시에 다양한 특수교육프로그램과 교육 자료를 제시하며 , 특수학교 및 교사 역시 자신의 재량권 아래 자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추세이다 .
19) 촉진자가 대체 의사소통 시 제한적인 아동을 보조하기 위해서 신체적 지원을 제공하는 과정 .
20) 본론에서는 일반학급에 배치된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지원하는 순회교육은 논외로 한다 .
21) 교육감은 장애정도가 심하여 장 · 단기의 결석이 불가피한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순회교육을 실시하여야 하며 , 이동이나 운동기능의 심한 장애로 인하여 각급 학교에서 교육을 받기 곤란하거나 불가능하여 복지시설 · 의료기관 또는 가정 등에 거주하는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순회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 25 조 ).
22) 2010 년 특수교육연차보고서에 의한 특수교육대상자 배치 숫자를 보면 , 특수학교에 2 만 3,776 명 ,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4 만 3,021 명 , 일반학급에 1 만 3,745 명 , 특수교육지원센터에 168 명으로 2010 년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총 7 만 9,711 명인데 , 순회교육대상자 8,083 명을 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
23) 본 절의 내용은 필자의 2010 년 학회지 수록 논문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학교교육 현황에 관한 일고찰 ” ( 교육의 이론과 실천 , 15(1), 69-98) 의 일부를 발췌하여 수정한 것이다 .
24) '전인 ( 全人 ) ’이란 모든 측면에서 완전히 도야된 인간을 의미한다 .
25) 홀츠와 나잘 (Holtz & Nassal , 1999) 은 독일 전체의 지적장애 학교를 대상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입급 현황을 연구하였다 . 피설문학교 중 56.5% 에서는 중도인지장애를 지닌 학생 수가 지난 5 년간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 5% 학교에서는 해당 학생 수가 줄었다 . 특히 대상 학교 중 40% 에서는 중도인지장애 학생 수가 10 - 20% 정도 증가하였으며 , 최대의 경우는 200% 까지 증가하였다고 전한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인데 , 대상 학교의 42.3% 에서는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재적수에 변화가 없으며 , 전체의 8% 학교에서는 감소세를 보였으니 , 대상학교 절반인 50% 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가 증가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 특히 대상 학교 중 22.1% 에서는 약 10% 내외 증가 , 5.5% 에서는 50% 증가했으며 , 최고로 많이 증가한 학교에서는 증가율이 500% 까지 산출되었다 . 위의 연구자들은 독일 전 지역의 지적장애 학교 재적생 중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비율을 27.6% 로 추론하며 , 최중도 장애학생은 16.8% 로 잡는다 . 물론 이들 연구가 독일 전 지역의 특수학교 중 지적장애 학교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일반화의 어려움이 있지만 , 여타 다른 특수학교 ( 독일 바덴뷔르텐베르크주의 경우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입급 비율이 지체장애학교 및 감각장애학교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난다 ) 에서의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의 증가를 가늠케 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
26) 2008 년 4 월 현재 순회 또는 파견 형태로 실시하는 순회교육 현황과 관련하여 당시 특수교육대상자 중 특수학교 및 일반학교 배치학생 수는 총 7 만 1,484 명이고 이에 반해 순회교육대상 학생 수는 총 3,286 명으로 집계되었다 ( 교육과학기술부 , 2008, 11). 이때 순회교육대상 학생의 후자 수치가 전자 수치인 전체 학생 수에 포함되는지는 특수교육연차보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없지만 , 포함된다하더라도 순회교육대상 학생 수는 전체 대상의 5% 에 해당하는 저출현 학생군이다 ( 소라 , 이숙정 , 2010).
27) 독일 특수학교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어려움을 연구한 설문에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수업 자체가 교사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주며 (74%), 교사의 육체적 피로와 노동이 매우 많이 요구된다 (84%) 는 결과가 나왔다 . 또 피설문 교사 중 39% 는 수업 자체를 계획하는 것은 문제없으나 , 전체의 13% 교사만이 실제 수업을 실행할 때 문제가 없다고 답하였다 (Dittmann, 1998).
28)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의 학교교육이 비교적 오래전에 뿌리내린 독일의 경우도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해 구안된 교육이론이 현장에 적극 활용되고 , 이론이 다시금 현실을 반영하여 정착하기까지 난관의 시기를 거쳤다 . 1980 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론 , 지원방법이 구안되었지 만 (Breitinger & Fischer, 1981; Dank 1996; Fornefeld , 1989, 1995; Fröhlich , 1991; Jakobs, 1991), 이들이 현장에서 바로 실천적 연관성을 얻지는 못했다 . 바덴뷔르텐베르크주 지적장애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담당하는 특수학교 교사들 대부분이 비교적 손쉬운 프뢸리히의 ‘기초적 자극’ (Basale Stimulation) 외에는 다른 교육이론을 알지 못하고 , 사용하지도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 비슷한 결과로 중도 ·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의사소통지원 컨셉트를 묻는 조사연구에서 자알란트와 라인란트팔츠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Fröhlich & K ö lsch, 1998). 이 지역 조사연구에서는 담당 특수교사들이 의사소통 지원이론을 다양하게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교사의 전문성 결여 때문인지 , 아니면 다른 여건이 이를 방해하는지 , 아니면 기존 이론이 교사들의 현장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인지를 묻고 있다 .
29) 해당 학생그룹 및 담당 개별학생에 대한 특징 기술을 모두 수합하여 자료 처리한 결과 이들에 대해 제일 처음 기술한 특징이 보이는 경향과 별 다를 바 없이 결함 지향적이었다 .
30) 본 장의 내용은 필자의 2006 년 학회지 수록 논문 “독일 중도 · 중복장애 학생 교육과정 분석” ( 특수교육학연구 , 41(2), 145-172) 의 일부를 발췌하여 수정한 것이다 .
31) 이 절의 논의를 위하여 필자는 독일 주 교육부장관 회의에서 발표한 교육과정 문서와 각 연방주에서 구성한 교육과정 , 나아가 주 정부가 제작한 교사용 지침서 등 관련 문헌을 포괄적으로 분석하였고 , 2004 년 동계방학 중 독일 노르트라 인베스트팔렌 ( 이하 NRW) 주의 ‘주 정부 차원의 특수학교 교육과정’ ( Richtlinien , 즉 ‘ 지침서’라 불리며 , 이는 국내의 시도별 지역 수준 교육과정에 해당한다 . 뒷부분 참조 ) 편성 및 운영 연구기관인 주 교육청 산하 ‘학교 및 평생교육 주립연구소’ ( Landesinstitut f ü r Schule und Weiterbildung , LSW, 조에스트시 소재 ) 를 방문하여 교육연구원을 면담하였다 . 이를 통해 지역별 특수학교 교육과정 편성에 기초한 이론적 근거 , 실천적 입장 , 구성 원리 및 절차방법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 이러한 자료와 더불어 이 절은 독일 관련 대학교수 및 현장 교사들과의 면담에서 반구조화된 질문을 통해 얻은 특수학교 교육과정 실제 운영과 연관된 정보에 기초한다 .
32) 연방 교육정책 결정에서 가장 구속력 있는 심의 , 의결기관인 주 교육부장관 회의 ( Kultusministerkonferenz , KMK) 는 다음과 같이 10 종의 특수학교 설치를 규 정하 고 있다 : 지적장애 ( Geistigbehinderte ) 와 지체장애 ( K ö rperbehinderte ), 언어장 애 ( Sprachbehinderte ), 학습장애 ( Lernbehinderte ), 농 · 청각장애 ( H ö rgesch ä digte und Schwerh ö rige ), 맹 · 시각장애 ( Blinde und Sehbehinderte ) 와 같은 여덟 가지 장애유형에 따른 학교와 ‘교육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학교’ (Schule fuer Erziehungsschwierige ,국내의 문제행동 및 정서장애 학생을 지원하는 학교에 해당 ), 병원학교 (Schule f ü r Kranke , 예를 들어 대규모 국립정신병원 내 소아청소년 정신과에 입원치료를 받는 특수교육 요구 아동들을 위한 병원학교 ).
33)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통치 지역의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 경미한 ) 장애학생들까지도 나치정부에 의해 분리 선별되어 그들만의 ‘ Sammelklasse ’ ( 집단학급 ) 내지 ‘ Hilfsschule ’ ( 보충학교 ) 에 분리 배치되었고 , 결국 전쟁과정에서 이들은 지적장애 및 지체장애 아동들과 함께 나치정권에 의한 가스수용소 대량학살의 피해자가 되었다 . 이러한 전력을 비추어 볼 때 전후 독일 정부 및 교육계는 장애학생의 교육권 , 학습권 보장에 다른 어느 유럽국가보다 먼저 심혈을 기울여 왔다고 볼 수 있다 .
34) KMK 의 조직은 16 개 주의 교육부장관들을 회원으로 의장단 , 총회 (Plenum, 각 주 교육부차관회의 ) 및 KMK 사무처와 총회 산하에 4 개 위원회 ( 학교위원회 , 평생교육위원회 , 대학교육위원회 , 문화위원회 ) 로 구성되어 있으며 , 위원회에는 별도의 전문위원회가 있다 .
35) BLK 는 연방정부 직속 연구기관으로서 산하단체인 연방직업교육연구소 ( BiBB ) 와 연방정부의 14 개 중앙부처 , 연방정부 소속 학술위원회 및 각 주의 지역연합 등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여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추진전략을 개발한다 . 즉 KMK 와는 법적 지위가 다른 정책개발 기구이며 KMK 가 상위 결정 기구이다 . KMK 는 BLK 가 건의하는 정책방안을 의제로 상정 , 주 정부 차원에서의 실시여부를 심의 의결하며 , 이에 필요한 연방차원의 지원과 조치를 건의한다 .
36) NRW 주는 KMK 의 8 종 제안서에 한 가지 발달지원영역을 덧붙여 지침서를 발표했다 . 이는 ‘ 자폐스펙트럼 학생의 의사소통발달 및 행동발달을 위한 지침서’ ( Richtlinien zum F ö rderschwerpunkt Komminikations - und Verhaltensentwicklung bei Autismus ) 인데 , 이처럼 주 정부는 KMK 의 제안서에 의거하면서도 지역수준 교육과정 구성에서 어느 정도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
37) 지각생리학에서는 감각과 지각과정을 구분하는데 , 자극이 감각기관의 자극수용체에 도달하여 수용되는 과정과 감각적 자극이 전기 자극으로 변하여 감각신경을 따라 대뇌피질에 도달하기 전까지를 감각 (sensor) 이라 하고 , 대뇌피질의 특정 영역에서 감각자극이 기존의 정보와 비교 , 분석 , 연합되고 정보처리되는 과정을 지각 (perception) 이라 한다 .
38) 여기에서 감각적 질료 (Hyle), 노에시스 (Noesis, ‘ 사유’라는 뜻의 희랍어로 의식 행위의 본질적인 구조 ), 노에마 (Noema, ‘사유된 것’을 말하며 의식 내면에서의 객관적 측면 ) 의 개념이 나온다 . 우리의 오관이 사물로부터 받아들이는 감각내용들 , 즉 시각 및 촉각 , 쾌감 , 고통 등과 같이 아무런 지향성의 작용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을 감각적 질료라고 한다 . 또 감각적 주관이 대상을 형성하는 작용 , 즉 의식의 지향성을 노에시스라고 하는데 , 감각적 질료와 노에시스가 작용하여 그 결과로 이루어지는 의미 형성체를 노에마라고 하며 , 노에시스가 감각적 질료를 소재로 하여 노에마를 형성하는 것을 구성이라고 한다 .
39) 본 절의 내용은 필자의 2007 년 학회지 수록 논문 “ 중도 · 중복장애 학생 수업구성을 위한 기초적 관계 이론 분석” ( 특수교육저널 : 이론과 실천 , 8(4), 241-262) 의 일부를 발췌하여 수정한 것이다 .
40) 본 장의 내용은 필자의 2009 년 학회지 수록 논문 “ Bollnow 의 교육적 분위기 개념에 따른 중도 · 중복장애아 교육적 관계 구성” ( 특수교육학연구 , 43(4), 175-195) 의 일부를 발췌하여 수정한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