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외
신화의 시대
이 책은 토마스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와 슈바프의 《그리스 ․ 로마 신화》 , E. 해밀턴의 《고대세계의 신들》 , 아프로드로스의 《그리스 신화》 , 피에르와 야마무로 시즈카가 쓴 《그리스 ․ 로마 신화》 그리고 신래현이 쓴 《조선의 신화와 전설》 가운데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신화 65 편을 골라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식으로 엮은 책이다 .
독자들 중에는 과학문명이 발달한 21 세기 현대인의 생활에서 수천 년 전의 그리스나 북유럽의 신화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하고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이 고대의 신화를 모르고서 세계의 예술이나 역사를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신화는 인류와 함께 생겨나 발전을 거듭해 온 창조의 자취이며 , 그러는 동안 문학은 말할 것도 없고 철학 ․ 종교 ․ 미술 등 각 분야에 고루 스며들어 하나의 엄연한 문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 말하자면 그것은 우리네 인간의 위대한 유산인 것이다 .
따라서 신화에 대한 지식 없이 유럽이나 아시아의 문화를 이해할 길은 도저히 없는 것이다 . 예컨대 우리가 즐겨 쓰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라든가 ‘파리스의 심판’ , ‘시시포스의 바위’ 또는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같은 말은 모두가 신화에서 유래된 것인데 , 그 내용을 모르고서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
그런 까닭에 신화의 생명력은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 동서고금의 예술가들이 즐겨 그들 작품의 모델로 삼아오고 있다 . 그리고 우리 인류가 지구상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이상 이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
이 책은 편의상 ‘그리스 ․ 로마 신화’와 ‘동양 신화’ 그리고 ‘북유럽 신화’로 나누었으며 , 그 중에서도 비중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 그리스 ․ 로마의 신화를 가장 많이 수록했다 . 그리고 이야기는 되도록 시대순으로 배열했으며 ,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문장으로 옮겼으므로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끝으로 이 책이 신화의 이해는 물론 유럽의 문화나 예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옮긴이로서 그 이상의 기쁨이 없겠다 .
최 준 환
* 본문 중 이름 다음에 나오는 ( 로 ) 는 로마명 , ( 영 ) 은 영어명
차 례
Ⅰ . 그리스 ․ 로마 신화
그리스 사람들은 지구는 둥글고 평평한 것이라고 믿었다 . 그리고 자기들이 살고 있는 나라는 그 한가운데에 있고 그 중심점을 이루는 것이 신들의 거처인 올림포스 산 , 또는 신탁으로 유명한 델포이 성지라고 믿고 있었다 .
또한 이 둥글고 평평한 세계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른 바다에 의해 두 개로 나뉘어 있다고 믿었다 . 그 중 한 바다를 사람들은 지중해라고 부르고 , 그와 이어진 바다를 에욱세이노스해 ( 흑해를 가리킴 ) 라고 불렀다 . 그리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다는 이 두 개뿐이었다 .
그리고 그들은 세계를 감싸고 있는 주위에는 대양하 (River Ocean) 가 흐른다고 생각하였다 . 대양하의 흐름은 세계의 서쪽에서는 남에서 북으로 , 동쪽에서는 북에서 남으로 향하고 있으며 , 그 흐름은 변하는 일이 없었고 어떤 폭풍우가 닥쳐와도 넘치는 일이 없다고 믿고 있었다 . 물론 바다와 지상의 모든 강은 그 물을 대양하에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믿었다 .
세계의 북쪽 땅에는 히페르보레오스라고 부르는 행복한 민족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 이 민족은 높이 솟아 있는 산 저쪽에서 영원한 기쁨과 봄을 즐기면서 살고 있으리라 믿었다 . 그리고 이 산에 있는 큰 동굴에서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북풍이 불어와 헬라스 ( 그리스 ) 사람들을 춥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 나라는 뭍에서도 바다에서도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으며 , 그 나라 사람들은 병에 걸리는 일도 없고 늙지도 않고 , 또한 전쟁도 모르는 채 평화롭게 산다고 생각했다 .
그리고 세계의 남쪽에는 대양하를 따라 히페르보레오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행복하고 덕망 있는 사람들인 에티오피아인들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
세계의 서쪽 끝에는 대양하 근처에 엘리시온 들판이라 부르는 복 받은 땅이 있는데 , 이곳은 신들이 특히 총애하던 인간들이 죽음의 괴로움을 영원히 모르고 살 수 있는 행복한 곳이라고 믿었다 . 따라서 이 행복한 고장은 ‘행운의 들판’ 또는 ‘축복받은 사람들의 섬’이라고 불렸다 .
이상으로 알 수 있듯이 ,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자기 나라의 동쪽과 남쪽의 민족 , 또는 지중해 연안 근처에 사는 민족 외에 실존하는 다른 민족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했었다 .
신들의 집은 테살리아에 있는 올림포스 산의 꼭대기에 있었다 . 이곳에는 계절의 여신들이 지키는 구름의 문이 있는데 , 신들이 땅으로 내려갈 때나 하늘로 돌아올 때에 열렸다 .
신들은 제각기 자기의 집을 가지고 있었으며 , 제우스가 소집을 하면 평소에 지상이나 물속이나 땅 밑에 살고 있는 신들도 빠짐없이 모두 올림포스궁전으로 모여들었다 . 이 궁전의 대연회장에서는 여러 신들이 신의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로 매일 향연을 베풀고 있었다 . 이 넥타르는 아름다운 여신 헤베가 따라 주었다 .
이 자리에서 신들은 천상이나 지상에서의 여러 가지 일들을 이야기했다 . 그리고 그들이 넥타르를 마시고 있을 때면 음악의 신인 아폴론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신들을 기쁘게 해 주었고 아홉 명의 무사 ( 영:뮤즈 ) 들은 그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 그리고 태양이 대지에서 가라앉으면 신들은 제각기 자기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 .
여신들이 입는 성의나 그 밖의 옷은 아테나와 자매인 세 명의 미의 여신들이 만들었는데 , 좀 더 두꺼운 옷은 여러 금속을 섞어서 만들었다 .
헤파이스토스는 올림포스의 건축기사이자 대장장이였고 , 전투용 이륜차의 제조가로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명장이었다 . 그런데 이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물건은 스스로 움직이는 힘이 있어 어떤 곳이라도 뜻대로 다닐 수가 있었다 .
올림포스의 여러 신들 가운데에서도 제우스와 헤라 ․ 아폴론 ․ 아프로디테 ․ 아테나 ․ 헤르메스 ․ 아르테미스 ․ 헤파이스토스 ․ 아레스 ․ 포세이돈 ․ 헤스티아 ․ 하데스를 가리켜 올림포스의 12 신이라고 불렀다 .
제우스 ( 로:유피테르 , 영:주피터 ) 는 신들과 인간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는데 그 제우스에게도 부모가 있었다 . 크로노스 ( 로:사투르누스 ) 가 그의 부친이고 , 레아 ( 로:옵스 ) 가 모친이었다 . 크로노스와 레아는 티탄 신족에 속해 있었다 . 그리고 이 신족은 하늘과 땅에서 태어났다 . 하늘과 땅은 카오스로부터 태어났다 . 티탄 신족에 속한 신들로는 오케아노스 ․ 히페리온 ․ 이아페토스 같은 남자 신들과 , 테미스 ․ 므네모시네 같은 여자 신들이 있었다 . 오늘날에 이 신들은 고대신으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 그것은 그들의 지배권이 그 후 다른 신들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 즉 , 크로노스의 지배권은 제우스에게 , 오케아노스의 것은 포세이돈에게 , 히페리온의 것은 아폴론에게 각각 그 지배권을 물려주었던 것이다 .
크로노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 그가 다스린 세상은 죄가 없는 깨끗한 황금시대였다고 하는가 하면 , 그는 자기 자식을 잡아먹는 괴물이었다고도 한다 . 다행히 제우스는 자기 부친에게 잡아먹힐 운명을 간신히 피했으며 , 성장한 후에 메티스를 아내로 맞았다 . 메티스는 시아버지인 크로노스에게 약을 먹여 그가 삼켜버린 남편의 형제들을 다 토해내게 만들었다 . 그리하여 제우스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형제들과 힘을 합하여 크로노스와 그 일족인 티탄 신족을 정복하여 그 중의 어떤 자는 타르타로스 ( 지옥 ) 에 가두기도 하고 , 또 다른 자들에게는 형벌을 가하기도 했다 . 아틀라스 신은 그 벌로써 두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으라는 선고를 받았다 .
크로노스를 왕위에서 물리치자 제우스는 형제인 포세이돈 ․ 하데스와 함께 크로노스의 영토를 분할했다 . 제우스는 하늘 , 포세이돈은 바다 , 하데스는 지하의 나라 ( 죽음의 나라 ) 를 다스리게 되었다 . 그리고 지상과 올림포스는 그들의 공동 영토로 삼았다 .
이리하여 제우스는 신들과 인간의 왕이 된 것이다 . 그는 벼락을 주 무기로 삼고 아이기스라는 방패를 가지고 있었다 . 이것은 그의 아들 헤파이스토스가 그를 위해 만든 것이다 . 그가 총애한 새는 독수리였는데 , 이 새가 제우스의 벼락화살을 가지고 있었다 .
헤라 ( 로:유노 , 영:주노 ) 는 제우스의 본처이며 신들의 여왕이었다 .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가 헤라의 시녀이며 사자였다 . 그리고 공작은 헤라가 사랑하는 새였다 .
헤파이스토스 ( 로:불카누스 , 영:벌칸 ) 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 그는 태어날 때부터 절름발이였기 때문에 모친인 헤라가 그의 추한 모습을 싫어하여 하늘에서 내쫓았다고 한다 . 일설에 의하면 , 제우스와 헤라가 싸웠을 때 헤파이스토스가 어머니 편을 들었기 때문에 제우스가 그를 걷어차서 땅에 떨어졌다고도 한다 . 따라서 이 말대로 해석한다면 , 헤파이스토스가 다리를 절게 된 것은 하늘에서 떨어질 때 다쳤기 때문이다 .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 로:베누스 , 영:비너스 ) 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 일설에는 아프로디테가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났다고도 한다 . 그녀는 거품에서 태어나자마자 서풍에 운반되어 키프로스 섬에 닿았다 . 섬에 닿자 호라이 ( 계절의 여신들 ) 는 그녀를 마중하고 아름다운 옷을 입혀 신들의 궁전으로 데려갔다 . 신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 모두들 아내로 삼으려고 했다 .
그러나 제우스는 그녀를 아들 헤파이스토스에게 주었다 . 헤파이스토스가 벼락화살을 열심히 만든 데 대한 답례였다 . 그래서 여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프로디테는 남자 신들 가운데에서 가장 못생긴 헤파이스토스의 아내가 된 것이다 .
아프로디테는 케스토스라고 부르는 수를 놓은 띠를 가지고 있었는데 , 이 띠는 상대방에게 애정을 일으키게 하는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었다 . 그녀가 사랑한 새는 백조와 비둘기였고 , 그녀에게 바쳐진 식물은 장미였다 .
사랑의 신 에로스 ( 로:아모르 , 영:큐피드 ) 는 아프로디테의 아들이었다 . 그는 언제나 모친과 함께 있었다 . 그리고 활을 들고 다니다가 신들이나 인간의 가슴에 사랑의 화살을 쏘았다 .
아프로디테는 어느 날 테미스 ( 계율의 여신 ) 에게 , 아들인 에로스가 언제까지나 어린애 같아서 큰일이라고 말했다 . 그러자 테미스는 에로스가 외동아들이어서 그런 것이니까 동생이 생기면 틀림없이 커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 이윽고 동생 안네로스가 태어나자 테미스의 말대로 에로스는 갑자기 자라서 힘도 강해졌다고 한다 .
지혜의 여신으로서 팔라스라고도 부르는 아테나 ( 로:미네르바 ) 는 제우스의 딸이다 . 그러나 그녀는 모친이 없이 제우스의 머리에서 갑옷을 입은 채 태어났다 . 그녀는 왕들의 수호신으로 되어 있으나 , 시민생활의 보호자로서 농업의 수호신이기도 했다 . 그녀가 사랑한 새는 부엉이였고 , 그녀에게 바쳐진 식물은 올리브였다 .
헤르메스 ( 로:메르쿠리우스 , 영:머큐리 ) 는 제우스와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 그가 관장한 부문은 상업 , 격투나 그 밖의 경기 , 나아가서는 도둑질에도 미치고 있었으니 결국 숙련과 기민성이 필요한 모든 것에 걸쳐 있었다 . 그는 부친 제우스의 전령으로서 ,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있었다 . 또 손에는 두 마리의 뱀이 엉킨 케리케이온이라는 지팡이를 갖고 있었다 .
헤르메스는 또한 악기를 발명했다고 한다 . 어느 날 한 마리의 자라를 발견하고서 , 그 등껍질의 양쪽 끝에 구멍을 뚫어 그곳에 아마로 된 실을 꿰어 악기를 만들었다 . 줄은 아홉 개였는데 이것은 아홉 명의 무사 ( 영:뮤즈 ) 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이었다 . 헤르메스는 이 악기를 아폴론에게 주고 그 대신 케리케이온 지팡이를 받았다 .
아폴론 ( 로:아폴로 또는 포이부스 ) 은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로 , 신들 중에서도 가장 용모가 수려했고 음악의 명수로서 무사들이 언제나 그를 따랐다 . 그는 또한 태양의 신이었고 활의 명수이기도 했으며 , 인간에게 처음으로 의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 파르나소스 산 밑에 있는 그의 델포이 신전에는 순례자가 끊이지 않았으며 , 월계수는 그의 성스런 나무였다 .
싸움의 신인 아레스 ( 로:마르스 ) 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서 , 용감한 신이다 .
아르테미스 ( 로:디아나 , 영:다이아나 ) 는 아폴론과 쌍둥이로 태어난 달의 여신이며 다산의 수호신이었다 . 그녀는 숲과 사냥을 사랑했고 일생을 처녀로 보냈는데 , 순결을 사랑한 나머지 잔인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 그녀는 사슴을 총애하였다 .
포세이돈 ( 로:넵투누스 , 영:넵툰 ) 은 제우스의 형제로 물의 신들의 지배자였다 . 그의 권력의 상징은 세 갈래로 된 창이었는데 , 그는 이 창으로 바위를 부수기도 하고 폭풍을 마음대로 일으키거나 가라앉혔다 . 또한 그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 낸 말의 수호신이기도 했다 . 그의 말은 모두가 청동발굽에 황금갈기였다 . 그 말들이 이륜마차를 몰며 바다 위를 달릴 때면 바다도 겁을 내어 잠잠해졌다 .
하데스는 지하 , 즉 죽음의 나라를 지배하는 지배자로서 굉장한 부자였다 . 그의 아내는 데메테르 ( 로:케레스 ) 여신의 딸 페르세포네 ( 로:프로세르피나 , 영:프로서파인 ) 이다 .
헤스티아 ( 로:베스타 , 영:베스타 ) 는 제우스의 남매로서 아궁이의 수호신이자 가정의 보호자였으나 신화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
데메테르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이며 농업의 여신이다 .
이 밖에 술의 신 디오니소스 ( 로:바쿠스 , 영:바커스 ) 는 제우스와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 그는 술에 취하게 하는 힘은 물론이며 술의 사교적 영향까지 상징하고 있으므로 문명의 진흥자 , 나아가 평화주의자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
무사 ( 영:뮤즈 ) 들은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이다 . 이들은 노래를 관장하고 기억을 도왔다 . 무사는 모두 아홉 명이 있어 , 각각 문학이라든가 과학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어떤 특정 부문을 관장하게 되어 있었다 . 즉 , 칼리오페는 서사시를 , 클레이오는 역사를 , 에우테르페는 서정시를 , 멜포메네는 비극을 , 테르프시코레는 춤을 관장하였다 .
미의 여신 카리스들이 관장한 것은 향연과 무용 , 그리고 온갖 사교놀이와 기품 있는 예술이었다 . 이 여신들은 에우프로시네 ․ 아글라이아 ․ 탈레이아이다 .
운명의 여신 모이라도 세 명이었다 . 클로토 ․ 라케시스 ․ 아트로포스이다 . 그녀들의 역할은 인간의 운명의 실을 잣는 것이었는데 , 큰 가위를 가지고 있어 언제라도 자기들의 생각이 미치는 대로 그 실을 잘라 버리기도 했다 .
판은 가축과 목자의 신으로 , 그가 즐겨 사는 곳은 아르카디아 들판이었다 .
사티로스 ( 로:파우누스 , 영:세이터 ) 는 숲과 들의 신이었다 . 그들은 온몸이 털로 덮여 있고 , 머리에는 갓 나오기 시작한 것 같은 짧은 뿔이 달려 있으며 , 발은 산양의 발같이 생겼다 .
이제까지 말한 신들은 로마 사람들에게도 신앙시되고 있었으나 모두 그리스의 신들이다 . 그러나 이제부터 말하는 신들은 로마 신화 고유의 것이다 .
사투르누스는 옛날 이탈리아 사람들이 믿고 있던 신으로 , 그리스의 신 크로노스와 동일시되고 있다 . 전설에 의하면 , 이 신은 제우스 ( 로:유피테르 , 영:주피터 ) 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나자 이탈리아로 도피해 그곳에서 황금시대라고 불리는 세상을 다스렸다고 한다 .
사람들은 자비에 넘친 그의 통치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겨울이 되면 사투르날리아라는 축제를 베풀었다 . 이 기간에는 모든 일을 쉬고 선전포고나 형벌의 집행도 연기되었으며 , 친구들끼리는 서로 선물을 나누는가 하면 , 노예들에게도 그들을 위한 잔치를 베풀고 주인이 그들에게 식사 시중을 드는 특별한 자유를 허용하기도 했다 . 이는 인간이란 본시 평등하다는 것을 , 그리고 사투르누스가 백성을 다스리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하게 소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 .
사투르누스의 손자인 파우누스는 들판의 목자의 신으로서 , 그리고 예언의 신으로서 숭배되었다 .
키리누스는 전쟁의 신인데 , 이 신이 바로 로마의 건설자인 로물루스라는 사람으로서 죽은 후에 신들의 반열에 끼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
벨로나는 전생의 여신이다 .
테르미누스는 경계 표지의 신이었다 . 그의 동상은 거친 돌이나 말뚝으로서 들판의 경계를 나타내고자 땅에 세워져 있었다 .
팔레스는 가축과 목장을 관장하는 여신이고 , 포모나는 과일나무를 관장하는 여신이다 .
플로라는 꽃의 여신이고 , 루키나는 출산의 여신이다 .
베스타는 국가의 아궁이와 가정의 아궁이를 관장하는 여신이었다 . 이 여신의 신전은 베스타리스라고 하는 6 명의 처녀 사제가 지키고 있었으며 , 언제나 성화가 불타고 있었다 . 국가가 편안한 것은 이 성화를 꺼뜨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믿었던 만큼 처녀 사제가 자칫 잘못하여 이 성화를 꺼뜨리면 엄한 벌을 받았다 . 그리고 그 성화는 다시 태양의 빛으로 점화되었다 .
리베르는 바쿠스의 라틴 이름이다 . 그리고 물키베르는 불카누스 ( 영:벌칸 ) 의 라틴 이름이다 .
야누스는 하늘의 문지기로서 새해의 문도 열었다 . 그래서 1 년의 첫 달 (January) 은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 또한 야누스는 문의 수호신이었기에 보통 두 개의 얼굴로 표현되고 있다 . 모든 문은 두 방향으로 면해 있기 때문이다 .
로마에는 야누스의 신전이 무수히 많았다 . 전쟁 때면 주요한 신전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고 평화시에는 닫혀 있었는데 , 누마 왕 때와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에는 신전의 문이 단 한 번밖에 닫혀 있지 않았다 .
페나테스는 가족의 행복과 번영을 지켜주는 집의 신이라 믿었다 . 그 이름은 페누스 , 즉 ‘식료품을 넣는 찬장’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 따라서 찬장은 이 신의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
라레스 , 즉 라르들도 역시 가정을 지키는 신들이었다 . 그러나 페나테스와 다른 점은 , 라레스는 죽은 자의 넋이 신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 라레스는 집집마다의 조상의 넋으로서 자손을 지켜 보호해 준다고 믿었다 .
로마 사람들이 믿는 바에 의하면 , 남자는 누구나 자기의 수호신 게니우스를 가지고 있고 여자도 자기의 수호신 유노를 가지고 있었다 . 결국 그 신이 자기들에게 삶을 주는 것이고 , 평생 자기들의 보호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그런 까닭에 자신의 생일이면 남자는 자기의 게니우스에게 선물을 바쳤고 , 여자는 자기의 유노에게 선물을 바쳤다 .
우리의 세계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 이것이 우리의 흥미를 더없이 강하게 자극하는 것도 당연하다 . 이 문제에 대해 고대 사람들은 오늘날 기독교가 성경에서 얻는 것과 같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까닭에 , 그들은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세계창조의 이야기를 전해 오고 있다 . 그것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다 .
땅과 바다와 하늘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한 덩어리로 되어 있는 카오스 ( 혼돈 ) 라고 부르는 상태로서 형태가 없는 덩어리 , 다만 무겁고 움직이지 않는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 그러나 그 안에는 만물의 씨앗이 잠자고 있었다 . 거기에는 육지와 바다와 공기가 모두 섞여 있었다 . 뭍은 아직 단단하지 않았고 바다도 흐르거나 움직이지 않았으며 공기도 투명하지 못했다 .
마침내 신인 대자연이 이 사이에 들어 혼란을 종식시키고 육지와 바다를 나누고 , 다시 하늘을 나누었다 . 그때 불타고 있는 부분은 가장 가벼웠기 때문에 그 부분이 날아올라서 하늘이 되었고 , 공기는 무게와 장소로 인해 그 다음을 차지했다 . 육지는 그보다 무거웠으므로 밑으로 가라앉았고 , 물이 가장 낮은 곳으로 가서 육지를 띄우고 받치게 된 것이다 .
그때 어떤 신이 여러모로 힘을 기울여 이 육지를 정리하고 배열했다 . 개울이나 강을 각지의 장소로 가져가고 , 산을 일으켜 골짜기를 만들고 숲과 샘 , 비옥한 밭과 돌투성이의 황야를 여기저기에 펼쳐놓았다 . 공기가 맑아지자 별도 보이기 시작했고 , 물고기는 바다를 , 새는 하늘을 , 네 발 달린 짐승은 육지를 각기 보금자리로 삼았다 .
그러나 신은 이 땅에 고등동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인간을 만들게 된 것이다 . 창조의 신은 인간을 만들 때 자기와 같은 재료를 썼는지 , 아니면 하늘로부터 갈라진 그 흙 속에 천상의 종자가 아직 남아 있을 무렵의 그 흙을 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 어쨌든 프로메테우스는 이 대지에서 흙을 약간 가져다가 물로 반죽하여 신들의 모습과 비슷한 인간을 만들어냈다 .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직립 자세를 주었다 . 그래서 다른 동물이 모두 얼굴을 밑으로 숙이고 언제나 눈을 땅으로 향하고 있는데 , 인간만은 그들과는 달리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별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
프로메테우스는 거신족인 티탄 신족의 하나로서 인간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땅 위에 살고 있었다 . 이 프로메테우스 ( 먼저 생각하는 사나이라는 뜻 ) 와 그의 동생 에피메테우스 ( 뒤에 생각하는 사나이라는 뜻 ) 는 인간을 만들기도 하고 , 또한 인간이나 그 밖의 동물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부여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 에피메테우스가 먼저 이 일을 하고 , 그것이 끝나면 프로메테우스가 그 만들어진 것을 감독하였다 .
그리하여 에피메테우스는 곧 여러 동물에게 용기와 힘 ․ 지혜 등을 주기 시작했다 . 그런데 마침내 인간의 차례가 되어 , 모든 동물보다 뛰어나야 할 이 인간에게 대체 무엇을 줄 것인가 생각했을 때에는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을 주어버린 뒤여서 에피메테우스에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난처해진 그는 형 프로메테우스에게 달려갔다 . 그러자 프로메테우스는 하늘로 올라가 태양의 불을 자기의 관솔에 옮겨 붙여 그 불을 인간에게 갖다 주었다 . 이 선물 덕분에 인간은 다른 동물과 견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 왜냐하면 인간은 이 불을 이용하여 무기를 만들어 다른 모든 동물을 정복할 수 있었고 , 도구를 만들어 땅을 갈고 농사를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이때까지도 여자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 그러던 어느 날 제우스는 여자를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와 그 동생에게 보냈다 . 그것은 그들이 하늘에서 불을 훔치는 큰 잘못을 저질렀고 , 또한 인간이 그것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과 인간을 함께 벌하기 위해 보낸 것이다 .
그녀는 판도라 (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이라는 뜻 ) 라고 불렸다 . 그녀는 하늘에서 만들어졌으므로 신들은 모두 한 가지씩 그녀에게 선물을 주어 판도라는 완벽하게 되었다 . 아프로디테는 그녀에게 아름다움을 , 헤르메스는 설득력을 , 아폴론은 음악 등을 주었다 . 이렇듯 완전무결해진 판도라는 지상으로 옮겨져 에피메테우스에게 주어졌다 . 그는 형 프로메테우스에게서 제우스가 주는 선물을 조심하라는 충고를 받았지만 , 결국 판도라를 아내로 삼게 되었다 .
에피메테우스는 집에 상자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 그 속에는 해로운 것이 잔뜩 들어 있었는데 , 인간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 줄 때는 그런 것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상자 안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 판도라는 강한 호기심에 이끌려 이 상자 속에 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아무도 없는 사이에 상자 뚜껑을 몰래 열어 안을 들여다보고 말았다 . 그러자 그 안에서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 ․ 질투 ․ 슬픔 ․ 원한 ․ 복수 등이 순식간에 튀어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 판도라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뚜껑을 닫으려고 했으나 상자 속에 있던 것은 모조리 튀어나가 버린 뒤였다 . 그런데 오직 하나만은 상자 속에 남아 있었다 .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희망이었다 .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불행을 겪어도 희망만은 잃지 않고 살아가게 된 것이다 .
어쨌든 이렇게 해서 이 세계에 인간이 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죄악이 없는 행복한 시대여서 황금의 시대라고 일컬었다 . 이 시대는 인간이 고생해서 밭을 갈거나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대지는 필요한 것은 무엇 이든 다 주었다 . 언제나 따뜻한 나날이 계속되었고 먹을 것이 잔뜩 있었다 .
그러나 이윽고 은의 시대가 찾아왔다 . 이 시대는 황금의 시대보다는 못했으나 다음에 올 청동의 시대보다는 나았다 . 제우스는 봄을 단축하고 1 년을 4 계절로 나누었다 . 인간은 비로소 더위나 추위를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게 되었다 .
다음에는 청동의 시대가 찾아왔다 . 이때는 제법 험난한 시대로 , 걸핏하면 무기를 들고 싸우는 시대였다 .
가장 나쁜 시대는 철의 시대였다 . 죄악은 홍수처럼 넘쳐흐르고 기만과 폭력과 사악이 찾아온 것이다 . 이렇게 되자 신들은 모두 대지를 거들떠보지 않게 되었다 . 그리고 마침내 아스트라이아만 남게 되었으나 결국 이 여신도 떠나버리고 말았다 .
인간세상이 온통 불신과 기만 속에 빠지게 되자 제우스는 크게 노하여 회의를 열고자 신들을 소집했다 . 신들은 제우스의 부름에 따라 하늘의 궁전으로 제각기 모여들었다 .
제우스는 회의석상에서 이 지상에서의 무서운 상태를 설명하고 나서 이 지상에서 사는 인간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고 대신 전혀 다른 종족을 살게 하면 , 그들은 진실한 생활을 할 것이며 신들을 좀 더 숭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
제우스는 이렇게 말을 마치자마자 벼락화살을 지상으로 던져 세계를 불태워 버리려고 했다 . 그러나 그런 짓을 했다가는 자칫하면 하늘까지 타버릴 염려가 있다고 생각한 제우스는 계획을 바꿔 세계를 물에 잠기게 하기로 작정했다 . 그래서 먼저 비구름을 흩어지게 하는 북풍은 사슬로 묶고 남풍을 보냈다 . 그것은 순식간에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었다 . 구름이 사방에서 몰려들어 무서운 소리로 부딪쳤으며 비는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
그러나 제우스는 하늘 위에 있는 자기의 물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아 형제인 포세이돈에게 바닷물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 그러자 포세이돈은 강을 범람시켜 그 물로 땅을 덮었다 . 동시에 그는 지진을 일으켜 대지를 들어올리고는 한 번 들어갔던 바닷물을 다시 바다로 몰아쳤다 . 그 때문에 인간도 가축도 집도 모두 떠내려가고 , 지상의 신성한 신전마저도 물에 잠겨버렸다 . 제아무리 큰 건물도 빠짐없이 물에 잠기고 모든 것이 바다로 변해버렸다 .
그러나 모든 산 가운데에서 파르나소스 산만이 물 위에 솟아 있었다 . 그곳에는 프로메테우스의 일족인 데우칼리온 ( 프로메테우스의 아들 ) 과 그의 아내 피라 ( 에피메테우스의 딸 ) 가 피난하고 있었다 .
데우칼리온은 정직한 사람이었고 , 그의 아내도 신들의 충실한 숭배자였다 . 제우스는 이 부부 외에는 살아남은 자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 그리고 그들이 이제까지 결백하고 경건한 태도로 생활해 왔음을 상기하자 북풍에게 구름을 몰아내고 땅은 하늘을 , 하늘은 땅을 볼 수 있게 하라고 명했다 . 포세이돈도 아들 트리톤에게 소라를 불어 물을 물러가게 하도록 지시했다 . 그러자 물은 이에 따랐고 , 바다도 그 기슭으로 돌아갔으며 , 강도 각기 제자리로 돌아갔다 .
그때 데우칼리온은 피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
“오오 , 아내여 , 오직 혼자 살아남은 여인이여 . 처음에는 혈연과 결혼의 인연으로 , 그리고 지금은 다시 공통의 위기에 의해 내게 맺어진 아내여 ! 우리에게 아버지 프로메테우스 같은 힘이 있고 , 아버지가 처음 새로운 종족을 만든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종족을 새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 하지만 우리에게는 힘이 없구려 . 저기 보이는 신전에 가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신들에게 물어보기로 합시다 . ”
그들은 신전으로 들어갔다 . 신전은 더러운 이끼로 덮여 있었다 . 두 사람은 제단으로 다가갔으나 그곳에는 성화도 타오르지 않았다 . 그들은 계단 곁 땅에 꿇어 엎드려 , 테미스의 여신에게 어떻게 하면 멸망한 인류를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빌었다 . 그러자 신탁은 대답했다 .
“얼굴을 가리고 옷을 벗고 , 이 신전을 떠나 그대들 어머니의 뼈를 등 뒤로 던져라 . ”
두 사람은 이 말을 듣자 깜짝 놀랐다 . 이윽고 피라가 입을 열었다 .
“우리는 그 말씀을 따를 수가 없어요 . 절대로 어머니의 몸을 더럽힐 수는 없어요 . ”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들은 숲속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신탁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 잠시 후 데우칼리온이 말했다 .
“내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 이 말씀은 우리가 따라도 절대로 불경 되지는 않을 거요 . 결국 이 땅이야말로 만물의 위대한 어머니이고 돌은 그 뼈인 것이오 . 그러니 우리는 이 돌을 등 뒤로 던지면 되는 거요 . 아마 신탁의 뜻은 이것이 틀림없을 걸 . 어쨌든 시험 삼아 해 봐도 과히 해롭지는 않을 거요 . ”
그리하여 두 사람은 얼굴을 가리고 옷을 벗고는 돌을 주워 그것을 자기들의 등 뒤로 던져 보았다 . 그러자 돌은 차츰 변하여 물체의 모양을 띠기 시작하더니 거칠기는 하나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게 되었다 . 그것은 마치 조각가의 손으로 절반쯤 다듬어진 돌덩어리 같았다 . 돌의 주변에 붙어 있던 물기와 흙이 살이 되었고 , 단단한 돌은 뼈가 되었다 . 남자의 손으로 던진 돌은 남자의 모습이 되고 , 여자의 손으로 던진 돌은 여자의 모습이 되었다 .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 종족은 우람차고 노동에도 적합했다 .
프로메테우스는 옛날부터 많은 시인들이 즐겨 노래하는 주제가 되어 왔다 . 그는 제우스가 인류에 대해 노하였을 때 인류를 위해 많은 애를 썼고 , 또한 인간에게 문명과 기술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인류의 벗으로서 표현되고 있다 .
그러나 그는 그 때문에 마침내 제우스의 뜻을 어기게 되어 그의 노여움을 받게 되었다 . 그래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산 ( 지금의 카프카스 산 ) 의 바위에 사슬로 묶어 놓았고 , 독수리가 그곳에 와서 그의 간을 쪼는 것이었다 . 만일 프로메테우스가 자진해서 이 박해자인 제우스에게 복종하려고만 했다면 , 이러한 가혹한 고통은 언제라도 끝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 왜냐하면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왕위의 안전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었고 , 만일 그 비밀을 가르쳐 주면 당장에라도 제우스의 비위를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그러지 않았다 . 그런 까닭에 그는 오늘날까지 부당한 수난에 대한 고결한 인내와 , 폭력에 반항하는 의지력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
홍수 때문에 지상은 진흙투성이가 되었으나 덕택에 대지는 매우 기름진 땅이 되었다 . 그러자 그 흙 속에는 좋고 나쁜 온갖 종류의 것들이 생겨났다 . 그 중에서도 피톤이라는 구렁이는 땅 위로 기어나오자 파르나소스 산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
화살의 신이기도 한 아폴론 ( 로:아폴로 또는 포이부스 ) 은 자기의 활로 이 구렁이를 쏘아 죽였다 . 아폴론은 그때까지 산토끼라든가 염소 같은 약한 동물을 잡을 때 외에는 활을 사용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 그는 자신의 이 장한 승리를 기념하여 피톤 제 ( 祭 ) 라는 경기를 만들었다 . 이 경기에서 힘이 뛰어난 자와 이륜차 경주에서 이긴 자는 너도밤나무의 잎사귀로 만든 관을 씌워 주었다 . 그 무렵에는 아직 아폴론도 월계수를 자기의 성스런 나무로 삼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벨베데레라고 부르는 유명한 아폴론 상은 바로 구렁이 피톤을 퇴치한 그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
다프네는 아폴론의 첫 번째 연인이었다 . 그러나 그 사랑은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 , 에로스의 원한에 의해 생겨난 것이었다 .
어느 날 아폴론은 소년 에로스가 자기의 활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았다 . 아폴론은 얼마 전에 피톤을 죽인 일로 뽐내고 있던 터라 소년을 보고 말했다 .
“이봐 , 이 장난꾸러기 녀석아 . 너 그런 위험한 무기를 왜 만지고 있지 ? 그런 것은 그것을 가질 만한 사람한테 넘겨주는 거야 . 나는 그 활로 구렁이를 죽였어 . 독에 부푼 몸뚱이를 넓은 들판에 눕히고 있던 그 구렁이를 말이다 . 너 같은 애들은 장난감 화살이면 충분해 . 그리고 그 사랑의 불인가 뭔가 하는 것을 따라다니면 되는 거야 . 감히 내 무기를 만지다니 ! ”
이 말을 듣자 에로스는 대답했다 .
“당신의 화살은 모든 것을 꿰뚫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 내 화살은 당신 같은 사람까지 꿰뚫을 수 있어요 . ”
이렇게 말하고 나서 에로스는 파르나소스 산의 바위 위에 올라 화살통에서 각기 다른 화살 두 개를 뽑았다 . 하나는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날카로운 황금화살이었고 , 또 하나는 사랑을 거부하는 납화살이었다 . 에로스는 이 납화살로 개울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인 다프네라는 님프 ( 요정 ) 를 쏘았다 . 그리고 황금화살로는 아폴론의 가슴을 꿰뚫었다 . 그러자 아폴론은 그 처녀에 대한 사랑에 사로잡혔고 , 반대로 다프네는 사랑이란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질 정도로 싫어졌다 . 오로지 다프네의 유일한 즐거움은 숲속을 뛰어다니거나 사냥을 하는 것뿐이었다 .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고 했으나 , 그녀는 모조리 거부하고 숲속을 뛰어다닐 뿐 에로스에 대한 것도 히메나이오스 ( 혼인의 신 ) 에 대한 것도 개의치 않았다 . 그녀의 부친은 딸에게 몇 차례나 나를 위해 결혼해서 외손자를 낳아 달라고 했다 . 그런데 다프네는 결혼이라는 것을 마치 죄악처럼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부친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아버님 , 제발 부탁이에요 . 제가 그냥 처녀로 있게 해 주세요 . 아르테미스님처럼요 . ”
부친은 어쩔 수 없이 승낙은 했지만 이렇게 덧붙였다 .
“하지만 너의 그 예쁜 얼굴이 너를 처녀로 있게 놔두지는 않을 게다 . ”
아폴론은 다프네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어떻게든 그녀와 결혼하고 싶었다 . 결국 온 세계에 신탁을 주는 그도 자신의 운명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 다프네의 머리카락이 어깨에 흐트러져 있는 것을 보고 그는 혼잣말을 했다 .
“흐트러져도 저렇듯 예쁘니 , 제대로 빗으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일까 ! ”
그는 다프네의 눈동자가 별처럼 빛나는 것을 보았다 . 아름다운 입술도 보았다 . 그리고 마침내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다 . 어깨까지 드러난 그녀의 손과 팔을 칭송하면서 숨겨진 곳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고 상상했다 . 그래서 아폴론은 다프네의 뒤를 쫓았다 . 그러나 그녀는 가벼운 바람보다도 더 빨리 달아났으며 , 그가 아무리 부탁해도 멈춰 서지 않았다 .
“좀 기다려 주오 , 페네이오스의 따님 . 난 나쁜 놈이 아니오 , 제발 도망치지 말아주오 . 내가 당신을 쫓는 것은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오 . 난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이오 ! ”
아폴론이 사정하듯 말했으나 , 다프네는 정신없이 달려 그의 말을 절반도 듣지 않았다 . 아폴론은 자기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 . 그는 무작정 연정에 쫓긴 채 그녀를 따라갔다 . 그리하여 신과 처녀는 계속 달렸다 .
그러나 아폴론이 빨랐기 때문에 다프네를 바짝 따랐다 . 다프네는 차츰 힘이 빠져 당장 쓰러질 것처럼 되자 , 개울의 신인 부친 페네이오스에게 외쳤다 .
“살려주세요 , 아버지 ! 땅을 열어 저를 숨겨 주세요 . 그렇지 않으면 제 모습을 바꿔 주세요 . 이 모습 때문에 이런 봉변을 당하고 있으니까요 . ”
다프네가 말을 마친 순간 , 무엇인가 굳은 느낌이 그녀의 팔다리를 사로잡았다 . 그녀의 가슴은 차츰 부드러운 나무껍질에 싸여갔다 . 머리카락은 나뭇잎이 되고 , 두 팔은 가지가 되었다 . 발은 단단히 땅에 달라붙어 뿌리가 되고 , 얼굴은 줄기가 되었다 .
아폴론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 줄기에 손을 대보니 갓 생긴 나무껍질 밑에서 그녀의 몸이 떨고 있었다 . 그는 가지를 끌어안고 그 나무에 입을 맞추려고 했다 . 그러나 다프네는 계속 그의 입술을 피하는 것이었다 .
“당신이 내 아내가 될 수 없다면……”
그는 슬픈 듯이 말했다 .
“나는 당신을 반드시 내 성스러운 나무로 만들겠소 . 당신을 내 왕관으로 삼아 머리에 쓰리다 . 화살통도 당신으로 장식하겠소 . 그리고 위대한 로마의 장군들이 카피톨리움 ( 제우스의 신전 ) 으로 향하는 빛나는 개선행렬의 선두에 설 때 , 당신은 꽃다발이 되어 그들의 이마를 장식하게 될 것이오 . 또 영원한 청춘이야말로 내 소관이니 당신의 그 잎을 언제나 시들지 않게 해 주겠소 . ”
그때 이미 완전히 월계수로 모습이 변해버린 다프네는 머리를 끄덕여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 이때부터 월계수는 아폴론의 성스런 나무가 되었고 , 그는 영광된 자에게 이 월계수를 씌워 주게 된 것이다 .
제우스는 가끔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그의 아내 헤라 ( 로:유노 , 영:주노 ) 는 늘 남편 제우스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 어느 날 헤라는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진 것을 보고 , 이것은 틀림없이 제우스가 자기의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숨기고자 구름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래서 구름을 헤치고 보니 과연 남편은 거울같이 맑은 강가에 아름다운 암소 한 마리와 함께 서 있었다 . 헤라는 이 암소 속에 틀림없이 인간의 모습을 한 아름다운 님프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 그 암소는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였던 것이다 . 제우스는 이 처녀와 장난삼아 사랑을 하고 있다가 아내인 헤라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고 처녀를 서둘러 암소의 모습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 헤라는 남편이 있는 곳으로 와서 암소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그 아름다운 모습을 칭찬하고는 , 그 소가 누구의 것이며 어떤 혈통이냐고 물었다 . 제우스는 이것저것 캐물으면 귀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 이 암소는 지상에서 새로 태어난 것이라고 대답했다 . 그러자 헤라는 그것을 선물로 달라고 말했다 . 일이 이렇게 되자 제우스는 매우 난처해졌다 . 자기의 애인을 아내의 손에 넘겨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절하면 의심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
제우스는 할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 . 그러나 헤라는 여전히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 그래서 이 암소를 아르고스한테 데리고 가서 잘 감시하라고 일렀다 . 아르고스는 머리에 눈이 백 개나 달린 거인으로서 , 잘 때에도 두 개씩밖에 눈을 감지 않았으므로 항상 엄중하게 이오를 감시할 수 있었다 .
암소로 변한 이오는 자기의 사정을 알리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나 형제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 그러나 그들은 이오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거나 칭찬하는 말을 할 뿐이었다 . 그래서 이오는 아버지가 풀을 뜯어주면 다만 안타까이 그 손을 핥기만 했다 . 어떻게 해서든 자기 신변의 변화를 부친에게 알리려고 했으나 말을 할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했다 . 그러다가 그녀는 글씨를 써서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발굽으로 자기의 이름을 모래 위에 적어 놓았다 . 그때서야 아버지 이나코스는 그 글씨를 보고 사태를 짐작했다 . 그리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딸이 암소로 변한 것을 알자 딸의 목을 끌어안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
“아아 , 내 딸아 , 차라리 너를 영영 잃어버리는 편이 나을 걸 그랬나 보다 ! ”
그가 이렇게 한탄하고 있자 아르고스가 달려와서 당장 이오를 몰고 가버렸다 . 그리고 멀리 사방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언덕 위로 올라가 그곳에 걸터앉았다 .
제우스는 애인의 이런 괴로움을 보고 고민스러웠다 . 그래서 헤르메스 ( 로:메르쿠리우스 , 영:머큐리 ) 를 불러 아르고스를 죽이고 오라고 명했다 . 헤르메스는 급히 준비를 갖추어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모자를 쓴 다음 , 잠이 오게 하는 지팡이를 들고 땅 위로 날아 내려갔다 . 그는 곧 양떼를 모는 양치기로 모습을 바꾸고는 이리저리 양을 몰면서 피리를 불었다 . 그것은 시링크스 또는 ‘판의 피리’라고 부르는 갈대피리였다 . 아르고스는 이 피리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황홀해했다 . 그는 이런 악기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아르고스는 말했다 .
“이봐 , 젊은이 . 이리 와서 나랑 같이 이 바위 위에 앉지 그래 . 여기는 양한테 풀을 먹이기에 좋은 곳이니까 . 그리고 시원한 그늘도 있단 말야 . ”
헤르메스는 그에게로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 . 이윽고 날이 저물자 피리를 꺼내 솜씨 있게 불면서 아르고스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허사였다 . 아르고스는 대부분의 눈을 감았지만 여전히 몇 개는 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헤르메스는 나머지 눈도 잠들게 하기 위해 자기가 부는 갈대피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유래를 들려주기로 했다 .
“옛날에 시링크스라는 님프가 있었는데 숲에 사는 사티로스나 요정들에게 굉장히 사랑을 받았습니다 . 그렇지만 정작 본인은 사랑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고 아르테미스 여신만을 진심으로 숭배하고 짐승만 쫓아다녔지요 . 그러던 어느 날 시링크스가 사냥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 판 ( 가축의 신 ) 이 그녀를 보고 여느 때처럼 사랑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러자 시링크스는 그런 말은 듣지도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 판은 그녀를 뒤쫓아 개울까지 끈질기게 따라갔지요 . 다급해진 그녀는 친구들인 물의 요정들한테 구원을 청할 수밖에 없게 됐어요 . 친구들은 그녀의 소리를 듣고 곧바로 도와줬습니다 . 판이 시링크스를 끌어안자 , 뜻밖에도 그것은 한 움큼의 갈대로 변해 버린 겁니다 . 판은 한숨을 내쉬었는데 , 그 숨결이 갈대 안에서 울려 슬픈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 그러자 판은 ‘이렇게 된 이상 하다못해 이 갈대만이라도 내 것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몇 개의 갈대를 꺾어 피리를 만들었다는군요 . 그리고 이 피리는 그녀의 이름을 따서 시링크스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 ”
헤르메스는 이야기를 마치기도 전에 아르고스의 눈이 빠짐없이 잠들어 버린 사실을 알고 한칼에 그 목을 베고 이오를 구출했다 . 헤라는 뒤에 그 눈을 주워 자기가 사랑하는 공작 꼬리에다 장식했다 .
그러나 헤라의 복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 그녀는 한 마리의 말파리를 보내 이오를 골려주기로 했다 . 말파리는 이오를 쫓아 온 세계를 날아다녔다 . 이오는 이오니아 해를 헤엄쳐 도망쳤다 . 그래서 이 바다는 이오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 그녀는 말파리를 피해 일리리아 들판을 헤매었고 하이모스 산에 올랐으며 , 트라키아 해협도 건넜는데 , 그 후로 이 해협을 ‘암소가 건넜다’는 뜻으로 ‘보스포로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 이오의 도주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 스키티아를 지나 마침내 네일로스 강 ( 지금의 나일 강 ) 까지 왔다 .
이렇게 되자 보다 못한 제우스는 그녀를 위해 헤라에게 사과를 했다 .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오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 헤라도 그제서야 화를 풀고 이오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주었다 .
디오니소스 ( 로:바쿠스 , 영:바커스 ) 는 제우스와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났다 . 헤라는 세멜레에 대한 원한 때문에 그녀를 죽일 음모를 꾸몄다 . 먼저 헤라는 세멜레의 늙은 유모 베로에로 모습을 바꾸고는 , 세멜레에게 애인으로 드나들고 있는 사내가 아무래도 제우스 같지 않다고 말했다 .
“아무래도 저는 좀 의심스럽게 생각됩니다 . 만일 그 사람이 정말 제우스님이라면 그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하세요 . 하늘에서 몸에 지니고 있는 그 벼락을 보여 달라고 하시라구요 . ”
세멜레는 이 계략에 넘어가 , 제우스를 만날 때마다 부탁이 있으니 꼭 들어달라고 간청했다 . 제우스는 그 부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 무엇이든 다 들어주겠다고 스틱스 강 ( 저승을 흐르는 강 ) 의 신을 두고 맹세했다 . 그제서야 세멜레는 자기의 소원을 밝혔다 . 제우스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
제우스는 깊은 슬픔에 잠겨 하늘로 돌아갔다 . 그리고 갑옷 ( 벼락 ) 으로 몸단장을 했는데 , 이때는 중무장이 아닌 약간 약한 갑옷을 입었다 . 제우스는 그렇게 차려입고 세멜레의 방으로 들어갔다 . 그러나 신이 아닌 그녀의 몸은 이 천계의 빛나는 벼락에 견디지 못하고 타죽고 말았다 .
제우스는 어린 디오니소스를 님프들에게 맡겼다 . 님프들은 이 디오니소스를 길러준 공로로 히아데스 성단으로서 별자리에 놓이게 되었다 .
디오니소스는 성장하자 포도의 재배법과 그 귀중한 포도즙을 짜는 방법을 발견했다 . 그러나 헤라는 그를 미치게 만들어 내쫓았으므로 그는 세계 각지를 방랑하게 되었다 . 프리기아에 이르렀을 때 , 여신 레아가 그의 미친 병을 고쳐주고 그녀의 종교의식을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
그는 다시 여행을 떠나 아시아를 돌면서 사람들에게 포도 재배법을 가르쳤다 . 그의 편력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인도 원정으로서 이 여행은 수년 동안 계속되었다 . 그는 그리스에 돌아와서 자기의 신앙을 펴려고 했으나 몇몇 군주의 반대에 부딪혔다 . 그들은 그의 신앙이 가져오는 무질서와 광란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
그가 고향인 테베 ( 테바이 ) 에 가까이 오자 , 국왕 펜테우스는 디오니소스의 이 새로운 신앙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고 그 의식의 집행을 금지시켰다 . 그런데 디오니소스가 온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남녀노소 모두 나와 그를 맞았고 그의 개선행렬에 참가했다 .
펜테우스는 몹시 화를 내며 부하들에게 디오니소스를 잡아 오라고 명했다 . 펜테우스의 친구나 현명한 고문관들은 디오니소스를 거역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렸으나 막무가내였다 . 그때 디오니소스를 잡으러 간 부하들이 디오니소스의 신자 한 사람을 사로잡아 왔다 . 펜테우스는 노기등등하여 그 사나이에게 말했다 .
“이놈아 ! 너를 곧 처형해 버릴 테다 . 죽기 전에 네놈들이 죄를 범하면서까지 찬양하려는 그 엉터리 종교의 정체를 실토하라 ! ”
그러자 붙잡힌 사나이는 태연히 말했다 .
“제 이름은 아코이테스고 , 고향은 마이오니아입니다 . 저는 어려서부터 항해술을 배웠습니다 . 어느 날 우리 배는 디아 섬 ( 낙소스 섬의 옛 이름 ) 에 상륙했습니다 . 그런데 선원들이 웬 사내아이를 데리고 왔더군요 . 자고 있는 것을 데려왔다는 것입니다 . 선원들은 이 애를 귀족이나 왕가 태생으로 생각하고 몸값을 톡톡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 저도 그 애를 살펴봤더니 분명히 우리 보통사람하곤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그래서 저는 선원들에게 아무리 봐도 이 애는 신 같으니 모두들 용서를 빌라고 말했지요 . 그렇지만 그자들은 몸값에 눈이 어두워 어린애를 배에 실으려는 것이었어요 . 저는 이 배의 권리는 나한테 있다 ,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행실로 이 배를 더럽힐 수는 없다고 말했지요 . 그러자 망나니인 리카바스가 저를 바다로 던졌고 , 저는 밧줄에 매달려 간신히 살아났습니다 . ”
“그때 디오니소스가 잠에서 깨어나 자기를 어디로 데려가려느냐고 물었어요 . 선원은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요 . 디오니소스는 말했어요 . “우리 집은 낙소스예요 . 그리 데려다 주세요”라구요 . 그들은 그러마 말해 놓고는 엉뚱한 곳으로 배를 몰았습니다 . 그 애를 이집트로 데려가 노예로 팔 작정이었으니까요 . 한참 후 그 애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어요 . “아저씨 , 이 섬은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이 아녜요 . 왜 나를 속이죠 ? ” 그러자 선원들은 낄낄거리기만 했지요 .
그런데 갑자기 배가 바다 한가운데에서 딱 멈춰버린 것입니다 . 선원들은 깜짝 놀라 노를 젓고 , 돛을 펴기도 했지만 배는 꼼짝도 안 했습니다 . 그러더니 포도덩굴이 노에 감기고 돛에는 포도송이가 영그는 것이었어요 . 그리고 피리소리가 들리고 향기로운 포도주 냄새가 진동했지요 . 디오니소스는 포도잎으로 된 관을 머리에 쓰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습니다 . 발 밑에는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았고 산고양이와 얼룩표범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 선원들은 놀라서 몇 명이 바다로 뛰어들었어요 .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이상해졌습니다 . 글쎄 모두 몸뚱이가 납작해지고 뒤엔 구부러진 꼬리가 달려 있지 않겠습니까 ? 그러더니 입이 옆으로 늘어지고 콧구멍도 커지더니 몸에 비늘이 돋아나는 것이었어요 . 한 녀석은 정신없이 노를 저으려고 했는데 , 그 손이 글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느러미로 변했지 뭡니까 ? 녀석들은 모조리 돌고래가 돼버린 것입니다 . 그래서 제가 무서워서 몸을 떨고 있자니 디오니소스는 무서워할 것 없으니 배를 낙소스로 돌리라고 하더군요 . 저는 낙소스에 닿자마자 제단에 촛불을 밝히고 디오니소스의 축제를 베풀었지요 . ”
펜테우스는 이쯤에서 외쳤다 .
“그런 터무니없는 얘기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 버리게 하다니 ! 여봐라 , 당장 이놈을 끌고 가서 처형하라 ! ”
아코이테스는 옥에 갇혔다 . 그러나 그들이 처형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에 옥문이 저절로 열리고 , 수족을 묶고 있던 사슬도 풀어졌다 . 그리고 그들이 찾으러 왔을 때 아코이테스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 그런데도 펜테우스는 이런 경고를 조금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직접 그 축제 장소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
키타이론 산은 신자들로 온통 야단법석이었다 . 그리고 바카이 ( 디오니소스의 여신도 ) 들이 떠드는 소리가 산허리에까지 퍼지고 있었다 . 그 소란은 펜테우스의 분노를 터뜨리고 말았다 . 그는 숲을 가로질러 잔디가 나 있는 곳으로 나갔다 . 그곳에는 춤을 추는 신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 그때 , 여신도들이 그를 노려보았다 . 그 중 디오니소스 때문에 정신이 현혹된 펜테우스의 모친 아가우에가 앞장서서 외쳤다 .
“저길 봐요 . 저기 산돼지가 있소 . 저놈의 괴물이 이 숲을 어지럽히고 있는 거요 . 자 , 어서들 속히 와요 ! ”
순간 , 군중들은 일제히 펜테우스에게 달려들었다 . 그가 변명하고 용 서를 빌어도 막무가내로 덤벼들어 그를 해치려 했다 . 펜테우스는 이모들 에게 큰 소리로 애원했으나 역시 허사였다 . 이모들은 양쪽에서 그의 팔을 잡더니 마침내 그를 찢어죽이고 만 것이다 . 그때 그의 모친은 외쳤다 .
“이겼다 ! 우리가 이겼어 . 이 공적은 우리의 것이다 ! ”
제우스는 어느 날 황소로 모습을 바꾸어 , 페니키아 왕 아게노르의 딸인 에우로페를 납치해 갔다 . 아게노르는 아들 카드모스에게 누이동생을 찾아오라고 명했다 . 카드모스는 여동생의 행방을 찾아 여러 나라를 헤맸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 그러나 그대로 귀국할 수도 없어 , 아폴론의 신탁에 장차 자기가 할 일을 물었다 .
신탁은 그에게 , 들에서 황소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므로 , 그 소를 따라가 걸음을 멈춘 곳에 나라를 세워 그곳을 ‘테베’라고 이름 지으라고 했다 . 이 말을 들은 카드모스가 신탁을 받은 카스탈리아 동굴을 막 나오는데 한 마리의 황소가 천천히 걸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 그는 곧 그 소를 따라가면서도 줄곧 아폴론에게 감사의 기도를 잊지 않았다 .
이윽고 소는 케피소스 강의 얕은 곳을 건너 파노페 들판으로 나갔다 . 그러자 소는 이곳에서 발을 우뚝 멈추고는 넓은 이마를 하늘로 향해 울음소리로 주변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 카드모스는 무릎을 꿇어 이 낯선 땅에 키스를 했다 . 그리고는 제우스에게 제물을 바치려고 부하들을 시켜 제사용 술로 사용할 맑은 물을 떠오게 했다 . 그 근처에는 아직 한 번도 도끼질을 한 일이 없는 오래된 숲이 있고 , 그 한가운데에 동굴이 하나 있었다 . 무성한 나무로 뒤덮인 그 동굴의 지붕은 나지막이 둥근 천장을 이루고 있었고 , 그 밑에서는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오고 있었다 .
그러나 이 동굴에는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머리와 비늘을 지닌 구렁이가 한 마리 숨어 있었다 . 그 뱀은 눈이 불처럼 이글거리고 , 몸은 독액이 잔뜩 올라 부풀어 있었으며 , 입에는 세 개의 혀와 세 줄기의 이빨이 있었다 .
티로스 사람들 ( 카드모스의 부하들 ) 이 그 샘에 물병을 넣어 물을 담자 , 황금빛 나는 구렁이가 동굴 안에서 머리를 내밀고 무서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사람들은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었다 . 뱀은 비늘 돋친 몸을 둘둘 말아 숲의 가장 높은 나무보다도 더 높이 머리를 치켜들었다 . 그리고 티로스 사람들이 두려움에 꼼짝 못하고 있자 모조리 죽여버렸다 .
카드모스는 부하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으나 한낮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그들을 찾아 나섰다 . 그의 몸을 지키는 것은 사자가죽으로 만든 방패였다 . 그리고 손에는 두 개의 창을 들었고 , 가슴에는 두 개의 창보다도 한층 더 의지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 그는 숲속으로 들어가 부하들의 처참한 모습과 턱을 피로 적신 괴물의 모습을 보고 노기충천하여 외쳤다 .
“오 , 충성스런 나의 부하들이여 , 내 기필코 그대들의 원수를 갚으리라 . 그렇지 않으면 나 역시 그대들처럼 죽으리라 ! ”
그는 큰 바위를 들어 올려 구렁이를 향해 힘껏 던졌다 . 그렇게 큰 바위라면 성벽조차 흔들렸을 텐데 , 그 괴물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카드모스는 이어 창을 던졌다 . 창은 구렁이의 비늘을 꿰뚫고 창자에 꽂혔다 . 피를 본 괴물은 머리를 뒤틀어 상처를 보았다 . 그리고 그 창을 입으로 빼려고 했으나 창은 중간에서 부러져 여전히 고통을 주었다 . 목은 독기로 부풀고 온통 피로 물들었으며 , 내뿜는 숨결은 근처의 공기를 독으로 더럽혔다 . 뱀은 말았던 몸을 풀고 카드모스를 향해 덤벼들었다 . 카드모스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손에 들고 있던 창을 괴물의 턱에 겨누었다 . 그것은 마침 괴물이 뒤에 있는 나무로 머리를 젖힌 순간이었다 . 그래서 그는 뱀을 나무와 함께 통째로 꿰뚫을 수가 있었다 .
카드모스가 정복한 구렁이 곁에 서 있으려니까 , 어디선가 뱀의 이빨을 뽑아 땅에 뿌리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는 그 말에 따랐다 . 땅에 홈을 파서 , 한 무리의 인간을 낳게 될 그 이빨을 심은 것이다 . 그가 미처 다 심기도 전에 그 흙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땅에서 창끝이 나왔다 . 이어 갑옷이 , 그리고 어깨와 가슴 , 손 , 마침내 무장한 사람들이 흙 속에서 나와 한 무리의 군대를 이루었다 .
카드모스는 깜짝 놀라 이 새로운 적에게 덤벼들려고 했다 . 그때 , 그들 중의 한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
“우리 형제들의 싸움에 관여하지 마시오 ! ”
그러더니 그 사람은 흙에서 태어난 다른 한 형제를 칼로 죽여 버렸다 . 그리고 그 자신도 다른 사람의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 화살을 쏜 사람은 네 번째 군인의 손에 쓰러지고 , 그렇게 하여 모조리 죽고 나자 단지 다섯 명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 그러자 그 중의 한 사람이 무기를 버리고 말했다 .
“형제들이여 , 우리는 평화롭게 삽시다 ! ”
이리하여 이 다섯 명은 카드모스와 더불어 나라를 건설하고 그 나라의 이름을 ‘테베’라고 부르게 되었다 .
카드모스는 아프로디테의 딸 하르모니아 ( 조화라는 뜻 ) 를 신부로 맞았다 . 그래서 신들은 그들의 결혼을 축하하고자 올림포스를 떠나 결혼식에 참석했으며 , 아프로디테의 남편 헤파이스토스는 신부에게 아름다운 목걸이를 선물로 보냈다 .
그러나 카드모스 일가에게는 불행한 운명이 가로놓이게 되었다 . 그것은 카드모스가 죽인 그 구렁이가 실은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바쳐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 그런 까닭에 카드모스의 딸인 세멜레 , 이노 , 그리고 손자인 악타이온 , 펜테우스도 모두 불행하게 죽었다 .
이렇게 되자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는 테베를 떠나 일리리아의 엥케레이스 사람들이 사는 땅으로 옮겼다 . 그들은 두 사람을 맞아 카드모스를 왕으로 추대했다 . 그러나 자손들의 불행이 두 사람의 마음을 여전히 무겁게 짓누르자 이에 견디다 못한 카드모스는 어느 날 이렇게 부르짖었다 .
“뱀의 목숨이 신들에게 그렇게도 소중하다면 나도 뱀이 되고 싶다 ! ”
그러자 그가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 하르모니아는 그것을 보자 자기도 남편과 운명을 같이하게 해 달라고 신들에게 빌었다 . 그리고 두 사람은 소망대로 뱀이 되었다 . 지금도 그들은 숲에 살고 있는데 , 자기들이 전에 무엇이었는가를 기억하고 있어서 사람들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으며 , 또한 절대로 사람을 해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
아프로디테 ( 로:베누스 , 영:비너스 ) 는 어느 날 아들 에로스 ( 로:아모르 , 영:큐피드 ) 와 놀다가 에로스가 가지고 있던 사랑의 화살에 그만 가슴을 다치고 말았다 . 그녀는 깜짝 놀라 곧 아들을 밀어젖혔으나 때는 이미 늦어 상처는 뜻밖으로 깊었다 . 그런데 그 상처가 아직 아물기도 전에 아도니스를 보고 만 것이다 . 그녀는 아도니스를 보자마자 당장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 그녀는 이제까지 자주 갔던 파포스 거리나 크니도스 섬 , 심지어 광물이 풍부한 아마토스 섬에도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
그녀는 하늘에 오르는 일마저 하지 않게 되었다 . 하늘의 세계보다는 아도니스가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 그녀는 아도니스의 뒤를 쫓아 언제나 같이 돌아다녔다 . 그 전만 해도 나무 그늘에 누워 자기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에만 정신을 팔던 그녀였으나 , 이제는 숲을 빠져나와 산을 넘으며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같은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 그리고 개를 불러 모아 토끼나 사슴 등 위험성이 없는 짐승만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 그러나 사냥꾼에게 덤벼드는 늑대나 곰 따위는 피했다 . 그녀는 아도니스에게도 위험한 동물은 조심하도록 타일렀다 .
“겁 많은 동물한텐 용감하세요 . 하지만 사나운 동물에 대해 용기를 부리는 것은 안전하지 못해요 . 자신의 몸을 위험에 드러내거나 해서 내 행복을 짓밟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 자연의 무기를 갖고 있는 짐승에겐 덤벼들지 마세요 . 나는 당신의 영예를 다시없이 높게 평가하고 있으니 그런 위험을 겪으면서까지 영예를 찾는 일에는 동의할 수가 없어요 . ”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 이렇게 충고하고 나서 백조가 이끄는 이륜마차를 타고 하늘로 날아갔다 . 그러나 아도니스는 워낙 용감한 젊은이였기 때문에 그런 충고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
아도니스는 개들이 산돼지를 굴에서 몰아내자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던져 짐승의 옆구리에 꽂았다 . 그러나 산돼지는 그 창을 입으로 잡아 빼기가 무섭게 아도니스를 향해 덤벼들었다 . 아도니스는 깜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 그러나 산돼지는 곧 쫓아와서 아도니스의 옆구리를 받아버렸다 . 아도니스는 중상을 입고 들판에 쓰러졌다 .
아프로디테는 백조가 이끄는 이륜마차로 하늘을 달리고 있었는데 , 아직 키프로스 섬에 닿기도 전에 애인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 그녀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서둘러 지상으로 내려왔다 .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있는 아도니스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자기의 가슴을 쳤다 . 그녀는 운명의 여신들을 저주하며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해 그 승리를 운명의 여신들에게 돌리지는 않겠다 . 나의 슬픔만은 언제까지나 남을 것이다 . 나의 아도니스여 , 나는 당신의 마음과 당신으로 인해 탄식하는 나의 모습이 해마다 새로워지도록 하겠어요 . 당신이 흘린 피는 꽃으로 바꿔 드리겠어요 . 이런 일을 한다고 해서 나를 질투하는 자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 ”
이렇게 말을 마치고 , 그녀는 그 피 위에 신의 술인 넥타르를 뿌렸다 . 이 두 가지가 섞이자 마치 연못 속에 빗물이 떨어져 내렸을 때처럼 거품이 서서히 일기 시작했다 .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나자 석류꽃 같은 핏빛 꽃이 피기 시작했다 . 그러나 이 꽃의 수명은 짧았다 . 바람이 꽃을 피웠는가 싶으면 이내 바람은 그 꽃잎을 지게 하는 것이었다 . 그래서 사람들은 이 꽃을 아네모네 , 즉 ‘바람 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 그 이유는 이 꽃은 피고 질 때에 바람의 힘을 빌리는 까닭이다 .
아폴론은 히아킨토스라는 소년을 매우 사랑하고 있었다 . 그래서 여러 경기마다 이 소년을 데리고 다녔으며 , 고기를 잡으러 갈 때에도 그를 위해 그물을 들어주고 , 사냥을 갈 때에도 개를 끌어주었으며 산을 걸어갈 때에도 길동무를 해 주는 등 자기의 악기나 화살 따위는 이 소년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
어느 날 , 그들은 함께 원반던지기를 하고 있었다 . 아폴론은 원반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힘과 기술을 다해 그것을 높이 , 그리고 멀리 던졌다 . 히아킨토스는 원반이 날아가는 모습을 우두커니 보고 있더니 , 자기도 한번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그 원반을 잡으려고 급히 달려갔다 . 이때 , 이 원반이 땅에 부딪쳤다가 튀어 올라 히아킨토스의 이마에 맞았다 .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아폴론은 깜짝 놀라 그를 안아 일으켜 상처의 출혈을 막고 죽어가는 목숨을 건지려고 전력을 다했으나 모든 것이 허사였다 . 소년의 상처는 아폴론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 마침내 소년의 머리는 마치 백합꽃의 줄기가 꺾이듯 한쪽 어깨 위로 축 늘어지고 말았다.
아폴론은 탄식하며 말했다 .
“히아킨토스 ! 너는 나 때문에 청춘을 빼앗겨 죽어가는구나 . 네가 얻은 것은 고통이고 , 내가 얻은 것은 죄이로다 . 할 수만 있다면 네 대신 내가 죽고 싶구나 .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하니 , 너를 나의 기억과 노래 속에서 함께 살도록 하리라 . 나의 악기로 너를 칭송하고 , 너를 내 탄식이 아로새긴 꽃으로 만들어 주마 . ”
아폴론이 이 말을 마치자 , 놀랍게도 지금껏 땅에 흘러 풀을 물들이던 피는 새빨간 꽃으로 변했다 . 그 꽃은 백합과 비슷했으나 , 다만 이 꽃은 핏빛이었다 . 아폴론은 이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한층 더 커다란 명예를 주고자 그 꽃잎에 자기의 슬픔의 표시를 새겼다. 이 꽃에는 오늘날 ‘히아신스’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고 , 해마다 봄이 돌아오면 히아킨토스의 슬픈 운명을 되새기고 있다 .
에코는 아름다운 님프였다 . 그녀는 숲이나 언덕을 좋아해 그런 곳에서 사냥을 하면서 나날을 즐기고 있었다 . 그녀는 아르테미스의 총애를 받았기 때문에 사냥에는 언제나 같이 다녔다 . 그러나 에코는 말하기를 좋아해 잡담이건 의논이건 언제나 말참견을 하는 것이 큰 결점이었다 .
어느 날 헤라는 남편 제우스를 찾고 있었는데 , 그것은 남편이 님프들과 놀고 있지나 않을까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 그것은 또 사실이었다 . 그런데 수다스러운 에코는 여신을 붙들고 지껄이면서 그 사이에 제우스와 놀고 있던 님프들을 도망시켜 버렸다 . 이를 눈치 챈 헤라는 에코에게 벌을 내렸다 .
“다시는 너의 그 혓바닥을 놀리지 못하게 해 주겠다 . 다만 대답하는 경우만은 허락해 주마 . ”
이런 벌을 받은 에코가 어느 날 나르키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을 만나게 되었다 . 에코는 이 청년에게 매혹되어 그 뒤를 쫓았다 . 그러나 자기가 사모하고 있다는 말을 입 밖에 낼 수가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 . 그래서 그가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면서 자기의 대답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 어느 날 나르키소스는 사냥을 하다가 동료들과 떨어지게 되자 , 큰 소리로 동료들을 불렀다 .
“누구 없나 ? ”
그러자 에코가 대답했다 .
“네 , 있어요 . ”
나르키소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자 또다시 불러 보았다 .
“이리 와봐 . ”
에코는 또 대답했다 .
“지금 가요 . ”
그러더니 에코가 뛰어나와 그의 목에 매달리려고 했다 . 그러자 그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면서 외쳤다 .
“손을 놓아라 ! 너 따위한테 안길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다 ! ”
“나를 안아줘요 . ”
그녀는 애원했으나 그것은 허사였다 . 그는 사라지고 만 것이다 . 그 후 그녀는 부끄러움을 감추고자 숲속으로 들어가 동굴 속에서 살게 되었다 . 그녀는 슬픔으로 초췌해져 마침내 몸이 움츠러들었다 . 그리고 뼈는 바위로 변하고 목소리만 남게 되었다 .
나르키소스의 가혹한 처사는 비단 이것만이 아니었다 . 그는 가엾은 에코를 뿌리친 것처럼 다른 님프들도 무정하게 거부한 것이다 .
그러자 전에 나르키소스의 마음을 끌려고 애쓰다가 거절당한 한 처녀가 나르키소스도 사랑에 실패하도록 해 달라고 신에게 간절히 애원했다 .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그 기도를 들어주기로 했다 .
어느 곳에 맑은 샘이 하나 있었는데 그 물은 마치 거울처럼 빛나고 있었다 . 어느 날 , 나르키소스가 사냥과 더위에 지쳐 이 샘에 찾아왔다 . 그리곤 물을 마시려고 몸을 굽히면서 물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 그는 그것이 샘에 사는 아름다운 물의 요정이라고 생각하고 , 디오니소스나 아폴론 같은 고수머리와 발그레한 탐스러운 볼 , 상아 같은 흰 목덜미를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 그는 자기의 모습을 너무나 사랑하여 입을 맞추려고 입술을 가까이 대면서 사랑하는 상대방을 껴안으려고 팔을 물속에 집어넣었다 . 그 순간 상대방은 도망쳐 버렸다 . 그때부터 그는 그 자리를 떠날 수 없게 되었다 . 먹지도 자지도 않고 , 물의 요정이라고 믿어버린 자기의 그림자와 말을 하는 것이다 .
“아름다운 사람아 , 그대는 어째서 나를 피하지 ? 님프들도 나를 좋아하고 그대 역시 내가 마음에 든 것 같은데 그대는 내 손짓이 두렵단 말인가 ? ”
그의 눈물이 물에 떨어지자 , 물에 비친 그림자는 흐트러져 이내 사라졌다 .
“기다려 줘 ! 제발 부탁이야 ! ”
그는 이렇게 외치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애를 태웠다 . 그 때문에 얼굴은 초췌해지고 온몸의 기운도 잃어 갔다 . 그러나 에코는 여전히 그의 곁에서 그가 ‘아아 ! ’ 하고 외치면 그녀도 같은 말로 그것에 대답했다 .
이윽고 그는 점점 야위어 결국 죽고 말았다 . 님프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 특히 물의 님프들이 그러했다 . 그녀들이 가슴을 치자 에코도 따라서 자기의 가슴을 쳤다 . 그들은 나르키소스의 시체를 화장시키려고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시체는 보이지 않고 대신 속이 빨갛고 둘레에 흰 잎을 단 한 떨기 꽃이 눈에 띄었다 . 그래서 그 꽃은 그의 이름을 따서 ‘나 르키소스 ’ , 즉 수선화라고 불려졌으며 오늘날도 그의 추억을 남기고 있다 .
어느 여름 한낮이었다 . 태양은 서쪽 하늘과 동쪽 하늘의 중간쯤에 걸려 있었다 . 그때 카드모스 왕의 손자인 젊은 악타이온이 함께 사냥을 하고 있던 젊은이들에게 말했다 .
“이봐 , 우리의 사냥그물과 무기가 온통 피투성이가 됐군 . 오늘은 이만큼 잡았으면 충분할 거야 . 자 , 태양의 신 아폴론이 대지를 태우고 있는 동안 잠시 쉬기로 하세 . ”
이 산에는 소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한 골짜기가 있었는데 , 그 골짜기는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 로:디아나 , 영:다이아나 ) 에게 바쳐진 것이었다 . 골짜기 안쪽에는 굉장히 아름다운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 그 한쪽에서는 샘이 솟아났다 . 숲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사냥을 나왔다가 피곤해지면 언제나 이곳에 와서 그 순결한 처녀의 몸에 이 빛나는 물을 뿌리곤 했다 .
어느 날 , 아르테미스는 님프들을 데리고 샘으로 와서 들고 있던 창과 화살통을 한 님프에게 맡기고 , 입고 있던 옷은 벗어서 다른 님프에게 맡겼다 . 세 번째 님프는 여신의 발에서 신발을 벗겼다 . 이들 님프 중에서도 제일 잘생긴 크로칼레가 여신의 머리를 말아올리고 , 그 밖의 님프들은 큰 물동이에 샘물을 긷고 있었다 .
이렇게 여신이 화장을 하고 있는 이곳에 친구들과 떨어진 악타이온이 별 목적 없이 다만 운명의 손에 이끌린 채 찾아온 것이다 . 그가 동굴 입구에 나타나자 , 님프들은 남자의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면서 여신에게로 뛰어가서 자기들의 몸으로 여신의 알몸을 감추었다 . 그러나 아르테미스는 그녀들보다 키가 컸으므로 목이 드러나 있었다 .
아르테미스의 얼굴에 시뻘건 분노의 빛이 달아올랐다 . 그녀는 느닷없이 자기의 활을 찾았다 . 그러나 활이 가까이에 없음을 알자 악타이온의 얼굴에 물을 끼얹으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
“자 , 마음대로 해봐라 . 인간들한테 아르테미스의 알몸을 봤다고 떠벌리고 다녀보라구 ! ”
그 순간 , 악타이온의 머리에는 나뭇가지처럼 갈라진 사슴뿔이 돋아났다 . 그리고 목은 길게 뻗고 귀는 뾰족해졌으며 손은 발이 되고 팔은 긴 다리가 되었고 , 온몸은 얼룩점이 있는 털로 덮이고 말았다 . 지금껏 용감했던 그의 마음은 겁쟁이가 되어 영웅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 그는 물에 비친 자신의 뿔을 보았을 때 ‘아아 , 이게 무슨 꼴이람 ! ’ 하고 외치려 했으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그는 다만 신음할 뿐이었다 . 그리고 원래의 자기 얼굴이 아닌 얼굴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
그래도 그의 의식만은 그대로였다 . ‘장차 어떻게 한단 말인가 ? 궁전으로 돌아갈까 ? 아니면 숲속으로 몸을 숨길 것인가 ? ’ 숲에서 자기에는 무섭고 , 집으로 돌아가자니 부끄러웠다 . 그러나 그가 이렇게 주저하는 사이에 사냥개들이 그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
제일 먼저 스파르타의 개 멜람프스가 소리 높여 짖자 다른 개들이 바람보다도 빨리 악타이온의 뒤를 쫓아왔다 . 악타이온은 바위를 뛰어넘고 험한 산골짜기를 빠져 달아났다 . 개들은 여전히 뒤를 쫓았다 . 그가 전에 몇 번씩 사슴을 쫓아 개를 몰던 이 산중에서 , 이번에는 거꾸로 동료 사냥꾼들이 모는 사냥개의 추격을 받게 된 것이다 .
“난 악타이온이다 . 네 주인을 몰라본단 말이냐 ! ”
그는 이렇게 외치려고 했지만 그 말은 나오지 않았다 . 그때 한 마리의 개가 그의 등에 덤벼들더니 또 한 마리가 어깨를 물어뜯었다 . 이렇게 두 마리의 개가 자기 주인을 물어뜯고 있는 사이에 다른 개들도 쫓아와 마구 물어뜯었다 . 악타이온은 신음소리를 냈다 . 그것은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사슴의 목소리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소리였다 . 영문을 모르는 그의 동료나 사냥꾼들은 개를 몰아대면서 , 악타이온에게도 이 사냥에 참가하라고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찾았다 . 악타이온은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았다 . 그의 귀에 악타이온은 아마 먼 곳에 있는 모양이라고 안타까워하는 동료들의 말이 들려왔다 . 그는 차라리 자기가 먼 곳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몰려든 개들은 그의 몸을 사정없이 물어뜯고 갈가리 찢어 그는 마침내 죽고 말았다 . 악타이온이 이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죽을 때까지도 아르테미스의 격렬한 노여움은 풀리지 않았다 .
제우스와 그 형제들이 티탄 신족을 물리쳐 추방해 버리자 , 이번에는 새로운 적이 신들에게 반항하며 일어났다 . 그 적들은 티폰 ․ 브리아레오스 ․ 엥켈라도스 등의 이름을 가진 기간테스라는 거인족이었다 . 그 중에는 팔이 백 개나 달린 괴물이 있는가 하면 불을 내뿜는 괴물도 있었다 . 그러나 그들도 결국 진압되어 아이트나 ( 로:에트나 ) 산 밑에 생매장되었는데 , 그들은 자유로운 몸이 되고자 수시로 몸부림을 쳤기 때문에 성 전체가 지진으로 뒤흔들리곤 했다 . 이처럼 괴물들에 의해 대지가 진동하곤 하자 , 지하의 왕 하데스는 깜짝 놀라 자기의 왕국이 햇빛에 드러나지는 않을까 근심했다 . 그는 염려스러운 나머지 검은 말이 이끄는 이륜마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시찰하고 다녔으나 큰 피해는 없었으므로 안심했다 .
그때 아프로디테 ( 로:베누스 , 영:비너스 ) 는 에릭스 산 위에 앉아 아들 에로스와 놀고 있었는데 , 하데스의 모습을 보자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얘 , 에로스야 , 제우스까지도 이길 수 있는 네 활을 당겨 저기 있는 암흑의 왕의 가슴에 쏘아주어라 . 지하를 지배하고 있는 저 사나이의 가슴에 말이다 . 그도 네 활을 피할 수는 없을 거야 . 이 기회에 우리를 얕보는 자들을 혼내 주자꾸나 . 너는 잘 모를 테지만 아테나와 아르테미스는 우리를 아주 얕잡아보고 있단다 . 거기다가 그 데메테르 ( 로:케레스 ) 의 딸 페르세포네 ( 로:페르세르피나 , 영:프로서파인 ) 까지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다는구나 . 자 , 화살을 쏘아라 . 만일 네가 네 자신과 나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 그 계집애와 하데스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 버리렴 . ”
이 말을 들은 에로스는 화살통에서 가장 날카롭고 정확한 화살을 골랐다 . 그리고는 어김없이 하데스의 가슴에 명중시켰다 .
엔나 골짜기에는 숲에 둘러싸인 호수가 있었다 . 이 호숫가에서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는 동무들과 함께 백합과 제비꽃을 앞치마에 따 담고 있었다 . 그때 하데스 ( 로:플루토 ․ 디스 ․ 오르쿠스 ) 가 이 페르세포네의 모습을 보고 사랑을 느껴 그녀를 납치해 버렸다 . 페르세포네는 큰 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하데스는 말을 몰아 키아네 강가에 이르렀다 . 그 강이 앞을 가로막자 손에 들고 있던 삼지창으로 강가를 내리쳤다 . 그러자 땅은 입을 벌려 지하세계로 통하는 길을 내주었다 .
데메테르는 사라진 딸을 찾아 온 세계를 헤맸다 . 금발의 에오스 ( 새벽의 여신 ) 가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에도 , 또한 헤스페로스 ( 금성 ) 가 저녁별을 인도할 때에도 데메테르가 딸을 찾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보람이 없었다 . 슬픔에 잠긴 데메테르는 어느 곳에 이르자 돌 위에 걸터앉은 채 그대로 9 일 동안을 꼼짝하지 않았다 .
그곳에는 켈레오스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 켈레오스는 그때 들판에 나와 딸기를 따고 땔감 따위를 모으고 있었다 . 그는 어린 딸과 함께 두 마리의 산양을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는데 , 노파로 변장한 여신 곁을 지나가다가 말을 걸었다 .
“할머니 , 왜 돌 위에 혼자 앉아 계십니까 ? ”
돌아오던 노인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으나 발을 멈추고는 , 누추한 집이나마 자기 집으로 가자고 권했다 . 노파는 사양했으나 노인은 거듭 권했다 . 그러자 노파는 말했다 .
“제발 혼자 있게 내버려둬요 . 그리고 당신한테 따님이 있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세요 . 나는 딸을 잃어버렸어요 . ”
노인은 한참 만에 말했다 .
“우리하고 같이 갑시다 . 우리 집에 계시면 따님이 무사히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 ”
그제야 노파는 말했다 .
“그럼 안내해 줘요 . 그 말엔 나도 거역할 수가 없군요 . ”
데메테르는 돌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따라갔다 . 걸으면서 노인은 자기의 어린 아들이 지금 중병으로 누워 있는데 열이 어찌나 심한지 잠도 못 자고 앓고 있다고 말했다 . 그러자 노파는 허리를 굽혀 양귀비 열매를 몇 개 주웠다 . 그들이 집으로 들어가 보니 어린아이는 도저히 소생할 가망이 없어 보였다 . 그래도 어린아이의 모친인 메타네이라는 노파를 따뜻이 맞았다 . 노파는 허리를 굽혀 자고 있는 아이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 그러자 어린아이의 얼굴에서 창백한 빛이 사라지고 원기가 소생했다 . 이것을 보자 온 가족은 모두 놀라며 기뻐했다 . 그들은 식탁을 차리고 식사를 시작했다 . 그 사이에 데메테르는 어린아이가 마시는 우유 속에 양귀비 가루를 넣었다 .
밤이 되어 모두 잠들었을 무렵 , 노파는 일어나 앉아 잠들어 있는 어린아이를 안아 일으켰다 . 그리고 두 손으로 아이의 손발을 문지른 다음 , 엄숙한 주문을 세 번 외고 나서 난로 속에 아이를 눕혔다 . 메타네이라는 손님인 데메테르가 하는 짓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는데 , 급히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와 아이를 불 속에서 구해냈다 . 그러자 데메테르는 자기의 참모습을 나타냈다 . 하늘의 빛이 주위를 눈부시게 비췄다 . 가족들이 놀라자 여신은 말했다 .
“아이 어머니는 들으시오 . 당신은 아이를 사랑한 나머지 오히려 못할 짓을 했어요 . 나는 이 애를 죽지 않는 몸으로 만들어 주려 했는데 당신 때문에 모두 수포로 돌아갔어요 . 그렇지만 이 애는 훌륭한 인물이 될 겁니다 . ”
여신은 말을 마치자 구름을 걸치고는 이륜마차를 타고 사라져 버렸다 . 데메테르는 다시 딸의 행방을 찾아 육지에서 육지로 , 그리고 바다를 건너고 강을 건너는 사이에 드디어 처음 출발한 시칠리아 섬으로 되돌아와 키아네 강둑 위에 섰다 . 그곳은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데리고 도망친 곳이었다 .
그 강의 님프는 자기가 목격했던 일을 이 여신에게 말해 주고 싶었으나 , 하데스가 두려워 차마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 그래서 할 수 없이 페르세포네가 납치되어 갈 때 떨어뜨리고 간 허리띠를 주워 그것을 데메테르의 눈에 띄게 했다 . 데메테르는 이것을 보고 딸이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 . 앞뒤 사정을 모르는 그녀는 아무런 죄도 없는 대지에 그 죄를 탓했다 .
“은혜를 모르는 땅아 , 나는 지금껏 네게 힘을 주어 양식과 풀을 주어왔지만 , 앞으로 다시는 내 혜택을 받지 못하리라 . ”
그러자 가축은 죽어버리고 씨앗은 싹트지 않게 되었다 . 심한 가뭄이 계속되는가 싶더니 곧 장마가 지기 시작했다 . 이것을 본 샘의 님프 아레투사는 대지를 위해 데메테르에게 진실을 말했다 .
“여신님 , 대지를 나무라지 마십시오 . 대지는 마지못해 통로를 열어 아가씨를 보냈으니까요 . 저는 이곳 태생이 아닙니다 . 엘리스에서 이곳으로 왔지요 . 원래는 숲의 님프이며 사냥을 아주 좋아했답니다 . 그런데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조용한 강가에 닿았어요 . 어찌나 물이 맑은지 밑바닥의 돌까지 보일 정도였지요 . 저는 옷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어요 .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으려니까 강 밑바닥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 그래서 저는 황급히 물에서 나오려고 했지요 . 그러자 그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 ‘왜 도망가지 , 아레투사 ? 난 이 강의 신 알페이오스야 . ’ 제가 도망치자 그는 쫓아왔답니다 . 저는 마침내 아르테미스 님한테 구원을 청했어요 . 그러자 여신은 곧 두꺼운 구름으로 저를 감싸주셨어요 . 알페이오스는 두 번이나 제 곁까지 왔지만 저를 찾지는 못했지요 . 저는 덜덜 떨고 있었답니다 . 온몸에 진땀이 배고 머리카락은 물방울이 돼서 떨어져 내렸어요 . 그리고 제 발 근처에 물웅덩이가 생기더니 , 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샘이 돼버린 것이랍니다 . 그런데 알페이오스는 여전히 저를 찾아내어 그의 물을 제 물하고 섞으려 했어요 . 그래서 아르테미스 님이 땅을 열어주신 거랍니다 . 저는 도망칠 생각으로 그 구멍으로 뛰어들어갔어요 . 그리고 땅을 빠져나와 이 시칠리아 섬으로 온 것이지요 . 그런데 제가 땅 밑으로 빠질 때 페르세포네 님을 봤답니다 . 아가씨는 슬퍼하고는 계셨지만 얼굴에 공포의 빛은 없었습니다 . 그 모습은 마치 여왕님 같았어요 . 에레보스 ( 암흑이라는 뜻 ) 의 여왕 , 죽은 자의 나라를 지배하는 왕후가 된 것같이 보였습니다 . ”
데메테르는 이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서 있더니 , 이윽고 이륜마차를 하늘로 돌리고 서둘러 제우스 앞으로 나아갔다 . 그리고 딸을 빼앗긴 이야기를 하고 딸을 데려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애원했다 .
제우스는 이 말을 듣고 승낙했으나 그것은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에 있는 동안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 그렇지 않고 만일 무엇이든 입에 댔다면 운명의 여신들이 그녀의 구출을 허용치 않기 때문이었다 .
헤르메스가 사자로서 봄의 여신과 함께 페르세포네를 찾으러 갔다 . 교활한 하데스는 이 제의에 동의했다 . 그러나 이미 페르세포네는 하데스가 권한 석류를 따서 그 단물을 빨아먹은 뒤였으므로 그녀를 데려갈 도리가 없었다 . 그래서 그들은 페르세포네를 1 년의 절반은 어머니와 살고 , 나머지 절반은 남편 하데스와 사는 것으로 타협했다 .
데메테르는 이런 결정에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고 , 다시 대지에 은총을 베풀었다 . 그러자 데메테르는 그 켈레오스 노인의 가족과 그의 어린 아들 트립톨레모스를 생각해 내고는 , 소년이 자라나자 그에게 밭을 가는 법과 씨앗 뿌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 그녀는 또한 날개가 달린 , 용이 끄는 자기의 이륜차에 그를 태우고는 지상의 온갖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귀한 곡식이나 농업에 관한 지식을 가르쳐 주었다 .
트립톨레모스는 데메테르와의 여행에서 돌아오자 엘레우시스 땅에 훌륭한 신전을 세워 데메테르에게 바쳤으며 , ‘엘레우시스의 밀교’라는 여신숭배의 밀교를 창시했다 . 이 밀교는 그 의식의 장려함에 있어 , 그리스 사람들의 다른 어떤 종교의식에 못지않은 것이었다 .
디오니소스 ( 로:바쿠스 , 영:바커스 ) 는 어느 날 , 어릴 때의 스승이자 또한 양아버지이기도 했던 실레노스가 돌연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 그 노인이 술에 취해 있는 것을 본 농부들이 그들의 왕인 미다스에게 데려간 것이다 . 미다스는 이 노인이 실레노스라는 사실을 알자 따뜻하게 맞아들여 열흘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잔치를 열어 노인을 대접했다 . 그리고 열하루 만에 디오니소스에게 노인을 무사히 데려다 주었다 .
디오니소스는 그 답례로 미다스에게 어떤 소원이든 들어줄 테니 말해 보라고 했다 . 미다스는 그렇다면 자기의 손이 닿는 것은 무엇이든지 황금으로 변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 디오니소스는 미다스가 좀 더 현명한 부탁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
미다스는 이 새로이 얻은 힘에 매우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서 곧 이 힘을 시험해 보았다 . 떡갈나무에서 잔가지를 자르자 그것이 순식간에 황금의 가지가 된 것을 보고 그는 자기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 이번에는 돌멩이를 주워 보았다 . 그것도 황금이 되었다 . 잔디를 만지자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 다음에는 나무에서 사과를 따보았다 . 그러자 그것 역시 둥근 황금덩어리로 변했다 . 미다스는 너무나 기뻤다 .
그는 하인에게 맛있는 음식을 준비시켰다 . 그런데 놀랍게도 그가 빵을 만지자 그것은 손 안에서 황금으로 변했고 , 또한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도 황금덩어리가 되어 먹을 수가 없었다 . 그래서 그는 포도주를 마셨다 . 그러나 그것 역시 마치 녹아내리는 황금이 되어 목으로 넘어갔다 . 이러한 놀라운 재난에 정신이 아찔해진 미다스는 어떻게 해서든 이 마력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 그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탐을 내던 황금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 그러나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었다 . 이제는 굶주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그는 금빛으로 빛나는 두 팔을 높이 들어 , 디오니소스에게 부디 이 황금의 재난에서 구해 달라고 빌었다 . 디오니소스는 자비로운 신이었으므로 이 말을 듣자 그의 소원을 즉시 받아들여 주었다 . 신은 말했다 .
“그러면 팍타로스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 머리와 몸을 물에 담그고 네 죄와 벌을 씻어내도록 해라 . ”
미다스가 디오니소스의 말대로 강줄기를 찾아 샘에 손을 대자 황금을 만 들어내는 힘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 그래서 강의 모래가 황금으로 변했 는데 , 그 금모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 . 그 후로 미다스는 부귀와 영화를 멀리하고 , 시골에 살면서 들판의 신인 판의 숭배자가 되었다 .
어느 날 , 판은 자기가 연주하는 갈대피리 음악을 아폴론의 음악과 겨뤄 봐야겠다고 말했다 . 이 도전은 받아들여졌고 , 산신인 트몰로스가 심판으로 뽑혔다 . 이 노인은 심판석에 앉자 귀를 기울였다 . 먼저 판이 자기의 갈대피리를 불었다 . 그는 자기의 음악에 완전히 젖어들어 매우 만족해했다 . 이번에는 아폴론의 차례가 되었다 . 아폴론은 벌떡 일어섰다 . 머리에는 파르나소스 산의 월계수를 쓰고 , 왼손에 악기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줄을 퉁기기 시작했다 . 이 아름다운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트몰로스는 곧 아폴론에게 승리를 주었다 .
사람들은 모두 이 판정에 동의했다 . 그러나 미다스만은 판정에 반대하며 심판이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 그러자 아폴론은 그런 괘씸한 귀를 더 이상 인간의 귀 모양으로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 그 귀를 길게 늘이고 안팎으로 털이 나도록 하여 당나귀의 귀와 똑같이 만들어 버렸다 .
미다스 왕은 이 불행한 사건에 자만심이 완전히 꺾였으나 이 불행만은 감출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 그는 커다란 터번이나 두건을 머리에 둘러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귀를 감추었다 .
그런데 미다스 왕의 이발사가 이 비밀을 알게 되었다 . 미다스는 그에게 그 비밀을 절대로 지켜야 하며 , 만일 남에게 발설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 그러나 이발사는 도저히 이 비밀을 혼자 간직할 수 없었다 . 그는 마침내 병이 나고야 말았다 . 그래서 생각 끝에 들판으로 나가서 땅에 구멍을 판 다음 쪼그리고 앉아 소리쳤다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
그리고는 다시 흙을 덮어두었다 . 그런데 얼마 후 그 들판에 갈대가 나기 시작했고 그 갈대가 자라나자 곧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
이렇게 소근거리기 시작했다 .
미다스는 프리기아의 왕이었다 . 그의 부친은 고르디아스라는 가난한 농부였는데 사람들의 추대로 왕이 되었다 . 사람들은 신탁의 계시에 따라 그를 선출한 것인데 , 이 신탁에 따르면 미래의 왕은 짐마차를 타고 온다는 것이었다 . 그리고 모든 사람이 신탁의 뜻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 고르디아스가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짐마차를 타고 온 것이다 .
고르디아스는 왕으로 추대되자 그의 짐마차를 신탁을 내린 신에게 바치고 , 단단한 매듭으로 그 자리에 마차를 매어두었다 . 이것이 유명한 ‘고르디아스의 매듭’으로서 , 이 매듭을 풀 수 있는 자는 모든 아시아의 왕이 되리라는 말이 전해졌다 .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매듭을 풀려고 시도했으나 한 사람도 성공한 자가 없었다 . 그러다가 알렉산더 대왕이 원정 도중에 이 프리기아에 들렀다 . 대왕도 역시 이 매듭을 풀어 보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 그러자 대왕은 화가 난 끝에 느닷없이 칼을 빼어 그 매듭을 잘라 버렸다 .
그 후 알렉산더 대왕이 아시아 전토를 지배하게 되자 사람들은 그제서야 이 대왕이야말로 신탁의 말에 , 그 참된 뜻에 따른 사람이었다고 깨닫기 시작했다 .
프리기아의 어느 언덕 위 , 그곳에는 한 그루의 보리수와 한 그루의 떡갈나무가 낮은 벽에 둘러싸여 서 있었다 .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늪이 하나 있었다 . 전에 이곳은 살기 좋은 고장이었으나 , 이제는 땅은 움푹 꺼져 물이 고이고 새끼오리나 가마우지 같은 새만 모여들었다 .
옛날 , 제우스가 인간으로 변장하여 이 고장을 찾은 일이 있었다 . 제우스와 함께 아들 헤르메스 ( 로:메르쿠리우스 , 영:머큐리 ) 도 날개를 거두고 지팡이를 들고 동행했다 . 그들은 지친 나그네로 가장하여 이집 저집의 문 앞에 서서 밤이슬을 피해 쉴 곳을 청했다 . 그러나 어느 집도 문을 굳게 잠그고 대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 밤도 이슥했고 , 게다가 불친절한 마을사람들은 일부러 일어나서 대문을 열어 나그네를 맞아들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 그런데 한 오막살이에서 그들을 따뜻이 맞아들였다 . 그 작은 오두막에는 바우키스라는 신앙심이 두터운 노파와 남편 필레몬이 단출하게 살고 있었다 .
이 늙은 부부는 젊었을 때 맺어진 이래 줄곧 이곳에서 살아왔다 . 그들은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 분수에 맞는 소망과 친절한 마음씨로 가난을 견디어 왔다 . 그래서 이 집에는 주인과 하인이 따로 없었다 . 늙은 부부 두 사람이 가족의 전부였고 , 서로가 주인인 동시에 하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
하늘에서 찾아온 두 나그네가 이 집의 초라한 대문을 지나 몸을 굽히고 낮은 문을 들어서자 노인은 곧 자리를 권했다 . 부지런하고 사려 깊은 바우키스는 깔개를 내놓으며 앉으라고 권했다 . 그리고 재 속에서 불씨를 찾아내자 낙엽이며 마른 장작을 지펴 가냘픈 입김으로 열심히 불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 남편이 뜰에 심은 야채를 뜯어오자 노파는 그것을 잘게 썰어 솥에 넣어 찔 준비를 했다 . 남편은 두 갈래로 된 막대기로 화로 안에 매달아 둔 베이컨 덩어리를 끄집어 내렸다 . 그리고는 한 조각 잘라 그것을 야채와 같이 찌기 위해 솥 안에 넣고 나머지는 다음에 쓰려고 남겨놓았다 . 너도밤나무로 만든 대야에는 손님들을 위해 따뜻한 물을 가득 떠놓았다 . 이런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에도 늙은 부부는 이런저런 말을 건네면서 길손들의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
손님을 위해 준비된 의자 위에는 해초를 넣어 만든 방석이 깔렸다 . 그리고 그 위에는 낡기는 했으나 특별한 때만 사용하는 한 장의 덮개를 얹어놓았다 . 앞치마를 두른 노파는 떨리는 손으로 음식을 날라 왔다 . 그 식탁의 다리는 한쪽이 다른 쪽보다 짧았기 때문에 그곳에 얇은 나뭇조각을 받쳐 평평하게 만들었다 .
그렇게 한 후 , 노파는 향기 짙은 약초로 식탁을 닦아냈다 . 그리고 그 위에 순결의 처녀 아르테미스 여신의 성스러운 나무인 올리브 열매와 식초에 절인 열매를 놓고 , 무와 치즈 , 그리고 재 속에서 살짝 익힌 계란을 올렸다 . 그 옆에는 흙으로 만든 주전자가 나무컵과 나란히 놓였다 . 준비가 다 되자 뜨거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스튜가 식탁으로 운반되었다 .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술도 곁들여졌다 . 디저트는 사과와 벌꿀이었다 . 이런 것들과 함께 친절한 두 노인의 밝은 표정과 소박하나 진심 어린 환대까지 갖추어진 것이다 .
그런데 식사 도중에 노부부가 깜짝 놀란 것은 눈앞에 있는 술병의 술을 아무리 따라도 여전히 새 술이 채워진다는 사실이었다 .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이 손님들이 신이라는 사실을 알자 , 혼비백산하여 땅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마주잡고는 자기들의 빈약한 접대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
이 집에는 노부부가 집의 수호신처럼 기르는 거위 한 마리가 있었는데 , 노부부는 그것을 잡아 이 귀한 손님들에게 대접하려고 했다 . 그러자 거위는 노부부를 피해 도망쳐 하필이면 손님 앞으로 숨었다 . 이 광경을 지켜보던 손님들은 거위를 죽이지 말라고 하며 이렇게 말했다 .
“우리는 하늘의 신이다 . 우리는 이제 신에게 불경한 이 마을에 벌을 내리겠다 . 그렇지만 너희들만은 그 벌을 면하게 해줄 테니 이 집을 나서서 우리와 함께 저 산 위로 오르도록 하라 . ”
늙은 부부는 이 명령에 따라 지팡이를 짚고 험한 산길을 올라갔다 . 그리고 산마루에 못미처 뒤를 돌아보니 그들의 집만 빼놓고 마을은 이미 호수가 되어 잠겨버렸다 . 그들이 이 광경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이웃사람들의 운명을 슬퍼하고 있는 사이에 그들이 살던 낡은 집은 어느새 신전으로 변해 갔다 . 헐어빠진 기둥 대신 커다란 원주가 서고 , 지붕은 황금빛이 되었으며 , 바닥은 대리석으로 , 대문은 조각과 황금장식으로 아름답게 빛났다 .
이윽고 제우스는 자비롭게 말했다 .
“훌륭한 덕을 가진 노인이여 , 그리고 그 남편에 못지않은 노파여 . 자 , 무엇이든 소원을 말해 보시오 . 어떤 은총이 필요한지 말해보시오 . ”
필레몬은 잠시 바우키스와 상의하더니 이윽고 두 사람의 소원을 말했다 .
“저희는 사제가 되어 이 신전을 지키고 싶습니다 . 그리고 저희는 이제까지 이 세상에서 줄곧 사이좋게 지내왔으니 이 세상을 떠날 때도 둘이 같이 떠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 그러면 저 혼자 살아남아 아내의 무덤을 돌보거나 또 아내에게 제 무덤을 파는 슬픈 일을 안 시켜도 되니까요 . ”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져 남은 여생 동안 이 신전을 지켰다 . 그러던 어느 날 신전 계단 앞에 서서 옛날이야기를 나누다 바우키스는 필레몬의 몸에서 나뭇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았다 . 또한 필레몬도 바우키스의 몸이 자기와 마찬가지로 변해 가는 것을 보았다 . 그리고 다음 순간 그들의 머리 위에는 나뭇잎이 무성해졌다 .
그들은 말을 할 수 있는 동안 언제까지나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
“잘 가오 , 그리운 사람아 . ”
두 사람은 똑같이 말했다 . 그러자 그 순간 나무줄기가 그들의 입까지 뒤덮어 사람의 모습을 감춰 버렸다 .
티니아 지방의 양치기는 지금도 우리를 이 선량한 노부부가 변신한 두 그루의 보리수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준다 .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와 다나에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 그의 외조부인 아크리시오스는 외손자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신탁을 받자 , 다나에와 페르세우스를 궤짝에 넣어 바다로 떠내려 보냈다 .
이 궤짝이 세리포스 섬에 닿았을 때 , 한 어부가 이들을 발견하고 섬의 왕인 폴리덱테스에게 데려갔다 . 왕은 이 모자를 따뜻이 맞았다 . 페르세우스가 자라나 어른이 되자 폴리덱테스는 전부터 이 섬을 괴롭히고 있는 무서운 괴물 메두사를 퇴치하게 했다 .
메두사는 본래 아름다운 처녀로 , 특히 그 머리카락은 그녀의 자랑이었다 . 그러나 감히 아테나 ( 로:미네르바 ) 와 아름다움을 비교하다가 여신의 노여움을 사서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하고 말았던 것이다 . 그래서 메두사는 잔인한 괴물이 되었는데 , 그 얼굴이 너무나 무섭기 때문에 인간이건 짐승이건 그녀를 보기만 하면 곧 돌로 변했다 . 그녀가 살고 있는 동굴 근처에는 인간이나 동물의 석상들이 있었는데 , 그것은 그녀의 모습을 보다가 돌로 변한 것들이었다 .
페르세우스는 아테나와 헤르메스의 호의로 아테나에게서는 방패를 , 그리고 헤르메스에게서는 날개 달린 신발을 빌려서 메두사가 잠들어 있는 틈에 몰래 그녀에게 다가갔다 .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정면에서 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빛나는 방패에 비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목을 잘라 버렸다 .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아테나에게 바치자 여신은 그것을 자기의 방패인 아이기스 한가운데에 붙였다 .
메두사를 퇴치한 페르세우스는 그 머리를 들고 육지와 바다를 건너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날아갔다 . 그리고 밤이 찾아올 무렵 대지의 서쪽 끝 , 즉 태양이 가라앉은 곳에 이르렀다 . 그는 그곳에서 아침까지 쉬려고 했다 . 그곳은 아틀라스 왕의 나라로 , 이 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큰 몸집의 인간이었다 . 이 나라는 양이나 소를 매우 많이 가지고 있었으나 이 나라를 노리는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 아틀라스 왕이 가장 자랑하는 것은 정원이었으며 , 그곳에서 열리는 과일은 황금으로 되어 있었고 금빛 잎사귀에 반쯤 가려진 채 금빛 가지에 달려 있었다 .
페르세우스는 왕에게 말했다 .
“나는 이곳에 손님으로 왔소 . 당신이 만일 빛나는 혈통을 중히 여기는 분이라면 , 제우스가 내 아버지라고 말씀드리겠소 . 또한 만일 위대한 공적을 중히 여기는 분이라면 , 나는 고르곤 ( 메두사 ) 을 퇴치한 사람이라고 말씀드리겠소 . 내게 하룻밤의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해 주시오 . ”
그러자 아틀라스는 옛날에 신탁을 통해 , 제우스의 아들이 언젠가는 자기의 황금사과를 빼앗으러 올 것이라는 경고를 받은 사실을 떠올리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
“잔소리 말고 꺼져 ! 그렇지 않으면 그 엉터리 명예도 , 부친의 얘기도 네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게 해 줄 테니까 ! ”
그러면서 그는 페르세우스를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 페르세우스는 이 거인이 자기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말했다 .
“내 우정을 그렇듯 낮게 평가한다면 , 어디 내 선물을 하나 받으시오 . ”
그리고는 자기 얼굴을 돌리면서 고르곤의 목을 내밀었다 . 그러자 아틀라스는 그 거대한 몸이 순식간에 돌로 변하고 말았다 . 수염과 머리는 숲이 되고 , 팔과 머리카락은 절벽으로 , 어깨는 산마루로 , 그리고 뼈는 바위가 되었다 . 온몸은 점점 부풀어 올라 드디어 하나의 산으로 변했고 , 그 후부터 지금까지 하늘은 그 모든 별들과 더불어 그의 어깨로 받쳐지고 있는 것이다 .
페르세우스는 다시 비행을 계속하여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나라인 케페우스 왕국에 닿았다 . 케페우스의 아내 카시오페이아는 자기의 아름다움을 자만하여 바다의 님프들과 아름다움을 다투었다 . 이 사실에 님프들은 매우 화를 냈고 , 드디어 거대한 바다의 괴물을 보내 이 나라의 바닷가를 뒤흔들었다 . 케페우스는 이 님프들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신탁의 말에 따라 자기의 딸 안드로메다를 그 괴물의 먹이로 바치기로 했다 .
페르세우스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그 처녀는 사슬로 바위에 묶여 괴물에게 바쳐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 그는 그녀의 머리 위를 날면서 말했다 .
“오 , 처녀여 . 아무래도 당신에겐 그런 쇠사슬이 어울리지 않소 . 오히려 서로 사랑하는 애인들을 맺어주는 사슬이 필요할 거요 . 말해 보시오 . 당신의 나라 이름과 ,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묶여 있는 까닭을 . ”
처음에 그녀는 수줍어서 잠자코 있었다 . 그러나 다시 질문을 받자 자기 나라의 이름과 어머니가 아름다움을 자랑한 이야기를 했다 .
그러나 그 이야기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바다 저쪽이 마구 출렁이더니 뱀처럼 생긴 괴물이 나타나 물 위로 머리를 내밀고는 파도를 헤치며 다가왔다 . 처녀는 비명을 질렀다 . 그녀의 부모가 그곳으로 달려왔다 . 그러나 구원의 손길은 뻗칠 수도 없었고 , 그저 발을 구르기만 할 뿐이었다 .
그때 페르세우스가 말했다 .
“눈물이라면 나중에 천천히 흘리시오 . 지금은 한시바삐 공주를 구해야 하오 . 제우스의 아들로서의 신분과 고르곤의 정복자로서의 내 명성이 공주의 구혼자로서의 자격으로 충분할지도 모르나 , 만일 신들의 자비만 얻을 수 있다면 나는 훈공을 쌓아 공주를 아내로 맞고 싶소 . 내가 공주를 구한다면 , 상으로 공주를 주셨으면 좋겠소 . ”
부모는 곧 동의하여 딸과 함께 왕국도 지참금으로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 그 사이에 괴물은 , 투석의 명수라면 그 던진 돌이 닿을 만한 거리까지 접근해 왔다 . 페르세우스는 곧 땅을 차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 그리고는 괴물에게 덤벼들어 그 어깨를 칼로 찔렀다 . 괴물은 마치 사냥개에 둘러싸인 산짐승처럼 몸을 좌우로 뒤틀면서 덤벼들었다 . 그러나 페르세우스는 날개로 그 공격을 민첩하게 피했고 , 괴물의 비늘 사이에 칼이 들어갈 수 있는 틈을 발견하자 마구 찔러 중상을 입혔다 . 마침내 괴물은 피가 섞인 바닷물을 내뿜었고 , 그 때문에 페르세우스의 날개가 젖어 더 이상 날 수 없게 되었다 . 그는 파도 사이에 머리를 내민 암초 위로 뛰어내려 , 몸을 지탱하면서 근처에 떠오른 괴물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
바닷가에 모여 있던 군중들은 온산이 울리도록 환성을 올렸다 . 딸의 부모는 기쁨에 넘쳐 장래의 사위를 끌어안고 구세주라고 외쳤다 . 그리고 처녀는 쇠사슬에서 풀려나 바위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
왕은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를 데리고 궁전으로 돌아왔다 . 그곳에는 이미 잔치가 준비되어 있고 모두 기쁨과 축제기분으로 들떠 있었다 . 그런데 갑자기 공주의 약혼자였던 피네우스 ( 케페우스의 형제 ) 가 나타나 전쟁이라도 난 듯이 소란을 피우며 일당을 거느리고 뛰어들어와서 그 처녀는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렇게 되자 케페우스는 그를 타일렀다 .
“네가 내 딸을 요구하려면 이 애가 괴물의 제물로 바위에 묶여 있을 때 했어야 했다 . 신들이 딸의 운명을 그렇게 정했을 때 너와의 약속은 이미 무효가 된 것이다 . 그런데 이제 와서 뻔뻔스럽게 요구를 하다니 될 법이나 한 말이냐 ? ”
그러자 피네우스는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창을 페르세우스에게 던졌다 . 그러나 창은 페르세우스를 지나쳐 떨어졌다 . 페르세우스가 창을 던지려고 하자 비겁한 침입자는 도망쳐서 제단 밑으로 숨었다 . 그러나 그의 그런 행동은 부하들에게 케페우스의 손님들을 공격하라는 신호였다 . 연회석은 순식간에 수라장이 되었다 . 나이든 왕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자 , 신들에게 저지른 이런 모욕도 자기의 죄는 아니라고 맹세하면서 그 자리에서 물러나왔다 .
페르세우스 쪽은 부하들의 수가 적어 불리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밀려 패망은 부득이하게 되었다 . 그때 페르세우스는 생각했다 . ‘그렇지 ! 나의 적이었던 고르곤의 머리로 이들을 격퇴하자 . ’
그래서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
“내 편은 얼굴을 돌리고 있으라 ! ”
그리고는 고르곤의 목을 들어올렸다 .
“그따위 말로 우리를 속이려 해봤자 소용없어 . ”
테스켈로스가 말했다 . 그러자 창을 던지려고 겨눈 채 곧 돌이 되어버렸다 . 그리고 고르곤을 본 피네우스의 부하들은 모두 돌이 되고 말았다 . 결국 피네우스는 페르세우스에게 무릎을 꿇고 얼굴을 돌린 채 용서를 빌었다 .
“모든 것을 뜻대로 차지하시고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 ”
그러자 페르세우스는 말했다 .
“비겁한 놈아 , 네 뜻대로는 해줄 수 없지 . 그렇지만 네놈의 몸은 어떤 무기에도 다치지 않게 해 주마 . 그리고 네놈을 이 사건의 기념으로 우리 집에 소중히 보관해 두마 . ”
그리고는 고르곤의 목을 피네우스의 얼굴 쪽으로 내밀었다 . 그래서 피네우스는 무릎을 꿇고 얼굴을 외면한 채 그대로 굳어 커다란 돌덩어리가 되었다 .
파에톤은 아폴론과 님프인 클리메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 어느 날 한 친구가 , 네가 아폴론의 아들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수상하다면서 비웃었다 . 파에톤은 분하고 부끄러운 나머지 어머니에게 말했다 .
“어머니 ! 내가 정말로 신의 아들이라면 그 증거를 보여 주십시오 . 그리고 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할 권리를 주십시오 . ”
이 말을 들은 클리메네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
“우리를 내려다보고 계시는 저 태양의 신을 두고 맹세하지만 , 지금껏 네게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다 . 만일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 당장 햇빛을 못 보게 돼도 괜찮다 . 그리고 네가 직접 아버지께 묻고 싶다면 그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 가서 아버지께 너를 아들로 인정하시느냐고 여쭤보아라 . ”
파에톤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 그리고 마침내 해가 뜨는 지방인 인도를 향해 부지런히 길을 떠났다 .
아폴론의 궁전은 원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 있었고 , 황금과 보석으로 빛났다 . 천장은 상아로 되어 있고 , 문은 은으로 되어 있었다 . 벽에는 헤파이스토스가 뭍과 바다와 하늘과 주민들을 그려놓았다 . 클리메네의 아들은 험한 길을 올라 부친이 사는 궁전으로 들어갔다 . 그는 부친 앞으로 나아가기는 했으나 약간 떨어진 곳에서 발을 멈췄다 . 부친이 내뿜는 강렬한 빛에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 빛나는 태양신은 진홍빛 옷을 입고 다이아몬드가 박힌 눈부신 왕좌에 앉아 있었다 . 그 양 옆으로 하루의 신과 달의 신 , 그리고 해의 신이 서 있고 , 또한 일정한 간격으로 시간의 신들이 늘어서 있었다 .
이런 신들에게 둘러싸인 아폴론은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으므로 곧 주위의 광경에 넋을 잃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고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 젊은이는 대답했다 .
“오 , 끝없는 세계의 빛 , 빛나는 태양의 신이신 나의 아버님 . 만일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용서해 주신다면 부디 제가 당신의 아들임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보여 주십시오 . 부탁입니다 . ”
그러자 부친은 빛나는 왕관을 벗어 곁에 놓고 젊은이에게 좀 더 가까이 오라고 명했다 . 그리고 그를 포옹하면서 말했다 .
“아들아 , 네가 내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은 있을 수 없다 . 네 어머니의 말은 틀림이 없느니라 . 네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마 . 어디 말해 보아라 . 나는 저 무서운 스틱스강 ( 저승을 흐르는 강 ) 을 두고 맹세하마 . ”
그러자 파에톤은 곧 태양마차를 탈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 순간 , 부친은 자신의 약속을 뉘우쳤다 . 그리고 몇 번이나 그 빛나는 머리를 가로저으면서 타일렀다 .
“그 소원만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다 . 제발 그것만은 단념해다오 . 그 부탁은 인간으로 태어난 네게는 너무나 힘겨운 것이다 . 너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바라고 있지만 , 그것은 신들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 나 외에는 저 불타는 태양마차를 움직일 수가 없단 말이다 . 그것은 제우스 신일지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 마차가 나아가는 길은 언제나 험하고 , 아침에는 기운차던 말조차 금방 지쳐버리기 때문이지 . 만약 태양마차를 빌려주면 어떻게 할 셈이냐 ? 불덩어리가 밑에서 돌고 있는데 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으냐 ? 아들아 , 더 늦기 전에 그 소망을 버리거라 . 네가 바라고 있는 것은 , 네가 내 피를 이어받은 자식이라는 증거가 아니겠느냐 ? 그렇다면 이렇게 내가 너를 위해 근심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 자 , 내 얼굴을 보아라 . 그러면 부모의 근심이 환히 보일 게다 . ”
그리고 아폴론은 다시 말했다 .
“온 세계에서 네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건 골라보아라 . 다만 태양마차를 타겠다는 생각만은 취소해다오 . 네가 바라고 있는 것은 분명히 명예가 아니고 파멸이다 . 어째서 그렇게 어린애처럼 보채느냐 ? ”
그러나 파에톤은 이런 타이름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 . 이렇게 되자 , 빛나는 태양신도 어쩔 수 없이 태양마차가 있는 곳으로 아들을 데리고 갔다 . 그 이륜마차는 황금으로 만들어졌는데 헤파이스토스가 보내온 것이었다 . 파에톤이 감탄하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 이윽고 새벽의 여신은 동쪽의 진홍빛 문을 열고 장미꽃이 깔린 길을 보여 주었다 . 아버지 아폴론은 달의 여신이 물러가려고 하는 것을 보자 시간의 여신에게 마차에 말을 채우게 했다 . 여신들은 명령대로 하늘의 마구간에서 암브로시아를 배불리 먹은 말을 끌어내어 고삐를 맸다 . 준비가 되자 부친은 아들의 얼굴에다 약을 발라 불길에 견딜 수 있게 해 주고 머리에 태양관을 씌워주었다 . 그리곤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아들아 , 네가 끝내 이 말을 몰아야겠다면 이 충고만은 들어둬라 . 안장은 느슨하게 하고 고삐는 꼭 잡고 있어야 한다 . 말은 제멋대로 달리기 때문에 그것을 다루는 것만도 힘든 일이다 . 내가 전에 지나다니던 마차의 자취가 있을 것이니 그 길을 따라가거라 . 그리고 하늘과 땅이 똑같은 열을 받을 수 있도록 너무 높이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있는 신들의 궁전을 태워버리게 되니까 . 또 너무 낮은 곳으로 달려도 땅을 태우게 되니까 조심하여라 . 중간 길이 제일 안전하고 좋은 길이다 . 그럼 , 이제 모든 것은 운명에 맡기기로 하자 . 밤의 여신이 벌써 서쪽 문으로 모습을 감추려 하는구나 . 더 이상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 어서 고삐를 잡거라 . 그렇지만 무서운 생각이 든다면 지금이라도 말에서 내리도록 해라 . ”
그러나 성급한 젊은이는 마차에 올라타자 가슴을 펴고 고삐를 잡으면서 얼굴을 빛냈다 . 그러는 사이에 말도 조급한 듯이 땅을 차고 있었다 .
이윽고 말은 힘껏 돌진하여 앞길을 막는 구름을 헤쳐 나갔다 . 말은 곧 자기가 끌고 있는 짐이 여느 때보다 가볍다는 사실을 깨닫자 함부로 달려 평소에 다니던 길에서 벗어났다 . 파에톤은 깜짝 놀랐으나 고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랐다 . 설령 그것을 알고 있었더라도 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불운한 파에톤은 아래의 땅을 내려다보자 눈이 아찔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무릎이 떨려왔다 .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뉘우쳤다 .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고 , 그는 폭풍에 흔들려 떠내려가는 배처럼 무조건 끌려갔다 . 그가 갈 길은 아직 까마득했으나 , 그는 완전히 자제심을 잃었고 마냥 끌려갈 뿐이었다 . 말은 등에서 고삐가 느슨해진 것을 알자 , 속력을 더해 공중의 낯선 곳으로 돌입하여 별들 사이를 달리면서 이륜마차를 제멋대로 끌었다 .
달의 여신은 오빠의 이륜마차가 자기의 마차보다 밑으로 달리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구름은 연기를 토하기 시작했고 산꼭대기도 타기 시작했다 . 들판도 타고 나무도 타들어갔다 . 몇 개의 큰 도시가 불타버렸다 . 순식간에 모든 나라가 잿더미가 되었다 . 아이트나 산은 연기를 뿜어냈고 , 파르나소스 산과 올림포스 산도 탄 것이다 . 하늘 높이 솟은 알프스 산맥도 탔다 .
파에톤은 온 세계가 불에 휩싸인 것을 보았고 , 그 열로 자신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 그는 연기 속을 정처 없이 달려갔다 . 훗날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이때의 열 때문에 몸 안의 검은 피가 겉으로 밀려나와 피부색이 검어졌고 , 리비아 사막도 바로 이 열 때문에 모두 말라버려 오늘날의 상태가 된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
대지는 크게 갈라져 그 틈으로 저승인 타르타로스까지 빛이 스며들어 명계의 여왕을 깜짝 놀라게 했다 . 바다도 말라버렸다 . 바다의 신 네레우 스와 그의 아내 도리스까지도 바닷속 깊은 동굴로 피신했고 , 포세이돈은 세 번이나 머리를 물 위로 내밀다가 열 때문에 물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
대지의 여신은 물에 잠겨 있기는 했으나 머리와 어깨는 내놓고 있었으 므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제우스에게 호소했다 .
“오 , 신들의 지배자시여 , 이것이 나의 풍요에 대한 보답입니까 ? 인간에게는 과일을 주고 , 당신의 제단에는 젖을 바쳐왔는데 그 보답이 이것입니까 ?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 저기 당신의 궁전을 떠받들고 있는 두 개의 기둥이 연기를 토하고 있는 것을 보십시오 . 저것이 타버리면 궁전은 무너져 내릴 것이 분명합니다 . 만일 바다와 땅과 하늘이 멸망해 버린다면 우리는 옛날의 카오스 (Khaos :혼돈 ) 에 빠지고 맙니다 . 부디 우리에게 남겨져 있는 것이나마 이 불에서 건져주십시오 . ”
전능한 제우스 신은 모든 신들을 증인으로 불러 모으고 , 파에톤에게 이륜마차를 빌려준 아폴론도 그 중에 포함시켜 높은 탑으로 올라갔다 . 그러나 그때에는 땅 위를 덮어 열을 막을 만한 구름은 한 점도 보이지 않았고 비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다 .
제우스는 벼락을 울리고 오른손에 움켜잡은 번개를 흔들어 이륜마차를 향해 던졌다 . 그리고 순식간에 파에톤을 안장에서 , 그리고 이 세상에서 몰아내 버렸다 . 파에톤은 머리카락을 불태우면서 거꾸로 떨어졌다 .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빛의 꼬리를 끌고 떨어지는 유성과도 같았다 . 커다란 강의 신 에리다노스는 떨어지는 그를 받아 불타고 있는 그의 몸을 식혀 주었다 .
파에톤의 여동생 헤리아스는 오빠의 운명을 한탄하며 슬퍼하고 있는 사이에 강가의 포플러 나무로 변했다 . 그리고 끊임없이 흐르는 그녀의 눈물은 강가에 떨어지면서 호박으로 변했다 .
스킬라는 옛날 시칠리아에 살고 있던 아름다운 처녀로 , 님프들이 모두 좋아했다 . 그래서 많은 구혼자가 있었으나 그녀는 매번 그들을 거절했다 . 그리고 바다의 님프인 갈라테이아의 동굴로 찾아가서는 귀찮아 죽겠다고 호소하는 것이었다 . 어느 날 , 갈라테이아 ( 젖빛의 여인 ) 는 스킬라에게 머리를 빗기게 하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더니 , 잠시 후 이렇게 대답했다 .
“하지만 스킬라 , 너한테 귀찮게 구는 사내들은 인간 가운데에서도 가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니까 네 마음대로 거절할 수도 있어 . 그런데 나는 네레우스의 딸이고 , 게다가 많은 형제들이 있는데도 바다 밑으로 도망치는 외엔 그 외눈박이 거인의 폴리페모스 ( 키클로페스족 ) 의 사랑을 피할 길이 없었어 . ”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목이 메는 것이었다 . 스킬라는 희고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그 눈물을 닦아주고 갈라테이아를 위로하며 말했다 .
“여신님 , 그 슬픈 사연을 좀 들려주세요 . ”
그러자 갈라테이아는 이렇게 말했다 .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아키스였는데 , 그는 파우누스와 어떤 나이아데스 ( 샘 ․ 냇물 ․ 호수 등의 님프들 ) 사이에서 태어났어 . 그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 아들을 매우 사랑하고 있었지 . 하지만 그들의 애정보다는 내 사랑이 훨씬 더 강했어 . 그 아름다운 젊은이도 나한테만 자기 마음을 기울여 줬거든 . 그 사람은 열다섯 살이었어 . 내가 아키스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 외눈박이 거인 키클로페스가 나를 못살게 구는 거야 . 만약 아키스를 사모하는 심정과 키클로페스를 미워하는 심정 중 어느 쪽이 강하냐고 묻는다면 난 대답할 수가 없을 거야 . 양쪽 다 똑같으니까 . 오 , 아프로디테여 , 당신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지요 ! 숲에서도 두려움의 대상이고 지나가는 나그네를 하나도 살려둔 일이 없고 , 제우스 신조차도 모욕하는 그 사나운 거인이 사랑에 빠지게 되자 나에 대한 정열에 쫓겨 매사를 잊어버릴 정도였으니… 이 짐승 같은 사내가 글쎄 멋까지 내더라니까 . 질긴 머리털을 갈퀴로 빗고 , 수염은 낫으로 깎고 , 그 사나운 얼굴을 물에 비춰보며 다듬는 꼴이라니 . 살생을 좋아하는 마음도 , 사나움도 , 피를 찾는 목마름도 전 같지 않게 되어 , 그 덕분에 이 섬에 들르는 배도 무사히 출항할 수 있게 됐을 정도니까 . 키클로페스는 둔한 발걸음으로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다가 피곤해지면 동굴로 들어가서 조용히 몸을 눕히는 것이었어 . ”
갈라테이아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
“그가 사는 동굴 근처엔 바다로 튀어나온 절벽이 있는데 , 어느 날 그 외눈박이 거인은 그곳에 올라앉아 있었지 . 그 사나이는 배의 돛을 받칠 수 있을 만한 지팡이를 주위에 늘어놓고 갈대피리를 꺼내 불고 있었어 . 나는 사랑하는 아키스와 어떤 바위 그늘에서 함께 있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 . 그것은 내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동시에 냉정함을 꾸짖는 것이었지 . 그 거인은 피리를 불다가 벌떡 일어서더니 미쳐 날뛰는 수소처럼 숲속으로 뛰어들었어 . 나와 아키스는 그 거인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가 앉아 있는 곳으로 와서는 ‘이제 잡았다 ! ’ 하며 소리치는 거야 . ‘이것이 너희들의 마지막 밀회가 될 것이다 ! ’ 그 목소리는 미쳐 날뛰는 외눈박이 거인이 아니면 낼 수 없는 무서운 소리였지 . 아이트나 산도 그 목소리에는 떨었어 . 난 어찌나 무서운지 바닷속으로 뛰어들었어 . 그런데 아키스는 뒤돌아서서 마구 도망치면서 외쳤어 . ‘살려줘 , 갈라테이아 . 살려주세요 , 아버지 , 어머니 ! ’ 하지만 거인은 그 사람의 뒤를 쫓아가서 산 끄트머리에서 커다란 바위를 잡아떼더니 그 사람을 향해 던졌고 바위는 순식간에 그 사람을 죽이고 말았어 . 나는 운명의 여신이 내게 남겨준 것 외에는 아키스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지 . 결국 나는 그 사람한테 그의 할아버지인 강의 신과 똑같은 영예를 줬어 . 새빨간 피가 그 바위 밑에서 흘러내려왔지만 , 그 빛깔은 점점 연해져 흙탕물처럼 되더니 나중엔 그것도 맑아졌지 . 그리고 아키스를 짓눌렀던 그 바위는 둘로 갈라져 , 그 틈에서 물이 솟아날 때는 즐거운 속삭임 소리를 냈어 . ”
이렇게 아키스는 그 몸이 강으로 변했고 , 그 강은 지금도 아키스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제우스의 딸이었다 . 그리고 아테나이 ( 로:아테네 ) 는 그녀가 선택한 고장으로 , 그녀 자신의 도시였다 . 그것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이 거리를 원하고 있던 포세이돈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얻은 것이다 .
그때의 이야기는 이렇게 전해지고 있다 . 즉 , 아테네 최초의 왕 케크롭스 시대에 아테나와 포세이돈 ( 로:넵투누스 , 영:넵튠 ) 이 이 도시를 차지하려고 다투었다 . 신들은 인간들에게 가장 유익한 선물을 준 쪽에다 이 고장을 상으로 주기로 했다 . 그래서 포세이돈은 말을 선사하고 아테나는 올리브를 선사했다 . 신들은 말과 올리브 중에서는 올리브가 유익하다고 판정하여 이 고장을 아테나에게 주었다 . 그리고 이곳은 그녀의 이름을 따서 아테네라고 불렀다 .
그런데 아테나에게는 또 하나의 경쟁이 있었고 , 이 싸움에는 용감하게도 한 인간이 아테나와 겨루었다 . 그 인간은 아라크네라는 처녀였다 . 그녀는 자수와 천을 짜는 기술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에 님프들조차 숲이나 샘을 빠져나와 그녀의 일에 정신을 팔 정도였다 . 그 솜씨는 아테나가 직접 가르쳐 준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 그러나 아라크네는 이를 극구 부정했고 , 여신의 제자라고 생각되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 그녀는 마침내 이런 말을 하고 말았다 .
“아테나하고 한번 솜씨를 겨뤄 보았으면 좋겠어 . 그 내기에서 만일 내가 진다면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어 . ”
아테나는 이 말을 듣자 비위가 몹시 상했다 . 그래서 노파로 변장해 아라크네를 찾아가서 상냥하게 타일렀다 .
“나는 숱한 경험을 했어요 . 그러니 내 말을 무시하지는 않을 테죠 ? 당신은 인간하고는 얼마든지 경쟁을 해도 좋아요 . 하지만 여신하고 다투어선 안 되지요 . 그리고 당신이 했던 말을 용서해 달라고 여신께 부탁해요 . 여신은 자비로우신 분이니까 아마 용서해 주실 거예요 . ”
아라크네는 천을 짜던 손을 멈추고 화를 내면서 말했다 .
“그런 충고는 당신 딸이나 하인한테 하는 게 어때요 ? 난 그따위 여신 같은 것은 조금도 무섭지 않으니까 . ”
“여신은 곧 이리 옵니다 . ”
아테나는 이렇게 말하며 변장을 풀자 자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 님프들은 몸을 굽혔다 . 그러나 아라크네만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 그녀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으며 어리석게도 자기의 솜씨를 믿고 파멸의 길을 서두른 것이다 . 아테나도 그 이상 참고 있지는 않았다 . 마침내 두 사람은 경쟁을 시작했다 . 그들은 굉장한 속도로 천을 짜 나아갔다 . 익숙한 손이 눈부시게 움직였고 , 경쟁의 긴장된 흥분이 이 힘든 일을 오히려 경쾌하게 만들었다 .
아테나는 자기의 천 위에 그 포세이돈과 경쟁했을 때의 광경을 짜넣었다 . 하늘의 열두 신 ( 神 ) 이 그려지고 , 제우스가 당당한 위엄으로 그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 바다의 지배자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들고 있었는데 , 당장 그것으로 대지를 쳐서 그곳에서 말이 튀어나오게 할 그런 모습이었다 . 그리고 아테나 자신은 머리에 투구를 쓰고 가슴을 방패로 지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렸다 . 그것은 신들과 감히 경쟁을 하려는 불손한 인간들에 대한 신들의 노여움을 그림으로 가르치려고 한 것이다 . 이 그림은 더 늦기 전에 속히 이 경쟁을 포기하라는 뜻으로 그린 것이었다 .
그런데 아라크네는 신들의 실패나 잘못을 보란 듯이 나타내는 그림을 짜넣기 시작했다 . 어떤 그림은 레다가 백조를 끌어안고 있는 그림이었는데 , 그 백조는 바로 제우스였다 . 또 다른 그림은 황소로 변한 제우스에게 속은 에우로페를 그리고 있었다 . 아라크네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 같은 그림을 짜넣었다 . 그것은 모두 훌륭한 솜씨였으나 그녀의 불손한 마음과 불경한 마음이 강렬하게 나타나 있었다 .
아테나는 아라크네의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이런 모욕에는 심한 분노를 느꼈다 . 그래서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로 그 직물을 치고는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 그리고는 아라크네의 이마에 손을 얹고 그녀의 죄와 부끄러움을 깨닫게 했다 . 그러나 아라크네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목을 매어 죽었다 . 아테나는 밧줄에 매달려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불쌍하게 여기며 이렇게 말했다 .
“되살아나거라 , 죄 많은 여인아 . 이 교훈의 추억을 언제까지나 간직하도록 너도 그리고 네 자손도 영원히 매달려 있거라 . ”
여신은 말을 끝내자 아라크네의 몸에 바곳 즙을 뿌렸다 . 그러자 순식간에 아라크네의 머리카락이 빠지고 코도 귀도 없어져 버렸다 . 그리고 몸 전체가 움츠러들어 머리는 더욱 작아졌다 . 또한 손가락은 옆구리에 달라붙어 발이 되었다 . 결국 몸뚱이만 남은 그녀는 그 몸뚱이에서 끌어낸 실에 매달리면서 실을 잣는 것이었다 . 이렇게 해서 아라크네는 거미의 시조 ( 始祖 ) 가 되었다 .
아라크네의 운명은 나라에서 나라로 널리 전해졌다 . 그것은 모든 불손한 인간들에게 하나의 경고가 된 까닭에 신들과 자기들을 비교해 보려는 사람은 없어졌다 .
그러나 단 한 사람 , 남편이 있는 몸이면서도 이 진리를 깨닫지 못한 여인이 있었다 . 그것은 테베의 여왕 니오베였다 . 그녀는 자랑거리를 아주 많이 갖고 있었다 .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교만하게 만든 것은 남편의 명성도 그녀 자신의 아름다움도 , 또한 왕국의 위력도 아니었다 . 그것은 바로 그녀의 아들이었다 . 그리고 실상 니오베는 세상의 모친 가운데에서 가장 행복한 어머니가 되었을 것이었으나 , 그만 자만심 때문에 몸을 망치게 된 것이다 .
그것은 레토 ( 로:라토나 ) 와 그 아이들인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축하하는 축제 때의 일이었다 . 이 축제에는 테베 사람들이 월계관을 쓰고 모여들어 제단에 유향 ( 乳香 ) 을 바치며 맹세를 하는 것이었는데 , 니오베도 그 군중들 틈에 섞여 있었다 . 그녀의 옷은 황금과 보석으로 빛났다 . 하지만 그 얼굴은 분노에 불타고 있었으나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
그녀는 거만한 태도로 사람들을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 .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들이람 ! 너희들은 눈앞에 서 있는 나보다도 아직 본 적도 없는 자가 좋단 말이냐 ? 어째서 레토는 숭배되고 , 나는 조금도 숭배되고 있지 않지 ? 나의 아버지는 탄탈로스로서 신들의 식탁에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은 분이었고 , 어머니는 여신이었다 . 내 남편은 이 테베를 세웠고 이 나라의 왕이다 . 게다가 내 모습은 신과 견주어 조금도 뒤지지 않아 . 그뿐인가 ! 내게는 일곱이나 되는 아들과 일곱이나 되는 딸 이 있다 . 이렇듯 자랑스러운 나보다도 레토가 , 티탄의 딸이고 아이가 둘밖 에 없는 여자가 좋단 말이냐 ? 나는 정말 행복한 여자다 . 내 많은 아이들이 그 증거다 . 그러니 이 따위 축제는 집어치우고 떠나도록 해라 . 너희 이마에서 속히 월계관을 벗어버려라 . 이런 예배 따위는 당장 집어치워라 ! ”
군중들은 그 말에 따라 모두들 축제를 중단하고 돌아갔다 .
레토는 몹시 분개했다 . 그리고 자기가 살고 있는 킨토스 산마루에 서서 아들과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
“얘들아 , 나는 오늘까지 너희 둘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고 , 또 나 자신에 대해서도 헤라 님을 빼놓고는 어떤 여신에게도 뒤지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해 왔다 . 그런 내가 이젠 여신인지 아닌지도 의심받게 되었다 . 너희가 지켜주지 않으면 이 엄마는 모든 숭배를 니오베한테 빼앗기게 될 것이다 . ”
이런 식으로 레토가 말을 계속하려고 하자 아들 아폴론이 가로막았다 .
“더 이상 말씀하시지 마세요 , 어머니 . 처벌만 늦어질 뿐이니까요 . ”
딸 아르테미스도 역시 그렇게 말했다 . 그들은 공중을 화살처럼 날아 구름의 베일을 쓰고 테베 시가의 탑 위로 올라갔다 . 성문 앞에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고 , 그 들판에서 여러 젊은이들이 전쟁놀이를 하고 있었다 . 그 중에는 니오베의 아들들도 섞여 있었다 . 큰아들 이스메노스는 말고삐를 잡고 있었는데 ,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온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 또 한 아들은 화살소리를 듣자 말들을 몰아 이륜전차를 타고 도망치려고 했으나 재빨리 피하지 못하고 활에 맞고 말았다 .
다른 두 아들은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 마침 공부를 마치고 운동장으로 가서 레슬링을 하는 중이었다 . 그때 두 사람이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있는 순간 화살이 날아와 둘을 한꺼번에 꿰뚫었다 . 또 다른 형인 알페노르는 두 사람이 쓰러진 것을 보고 달려가서 구하려다가 역시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
이제는 리오네스 한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 그는 두 팔을 하늘로 향해 들고 열심히 기도를 올렸다 .
“신들이여 , 저를 살려주십시오 . ”
그는 모든 신들에게 애원했다 . 아폴론은 그를 살려주고 싶었으나 ,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난 후라 어쩔 수가 없었다 .
민중의 공포와 시종들의 슬픔으로 니오베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깨달았다 . 그녀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았었다 . 그리고 신들이 감히 그런 수단으로 나온 것을 분개하기도 하고 , 또한 신들의 능력에 놀라기도 했다 .
남편인 암피온은 이 타격에 너무 놀라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 니오베는 쓰러져 있는 자식들의 시신에 입을 맞추었다 . 그리고 창백한 얼굴로 하늘을 향해 외쳤다 .
“잔인한 레토 ! 내 고통으로써 너의 노여운 창자를 채우려무나 ! 네 잔인한 마음을 만족시키려무나 . 나도 곧 일곱 명의 아들을 따라 죽을 테니까 . 그렇다면 너의 승리는 어디에 있단 말이냐 ? 내게는 아직 승리자인 너보다도 더 많은 자식이 있단 말이다 . ”
그녀가 이렇게 말을 마치자마자 , 화살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는 여러 사람의 가슴에 공포의 화살을 쏘아 넣었다 . 그러나 니오베만은 태연했다 . 너무나 슬픈 나머지 오히려 두려움을 모르게 된 것이다 . 그때 딸들은 상복을 입고 죽은 형제들의 관 앞에 서 있었다 . 그런데 갑자기 그 중의 하나가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 또 한 딸은 모친을 위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히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 셋째 딸은 황급히 도망치려고 했다 . 넷째는 몸을 숨기려 했고 , 또 하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 자리에 서서 떨고 있었다 . 그러나 결국 여섯 명 모두 살해되고 하나만이 남았다 . 니오베는 그 딸을 끌어안고 자기의 몸으로 가리며 말했다 .
“하나만은 , 제일 나이가 어린 이 애만은 살려주십시오 ! 오오 , 소원입니다 . 그렇게 많은 아이들 중에서 단 하나만이라도 살려주십시오 ! ”
그녀는 부르짖었다 . 그러나 이렇게 말하고 있는 사이에 그 마지막 딸마저 죽고 말았다 . 그녀는 오직 혼자 남겨져 죽은 자식들 가운데로 주저앉아 버렸다 .
그녀는 슬픔에 지쳐 신경이 마비된 것 같았다 . 바람이 불어도 머리카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으며 , 눈은 허공을 응시할 뿐 살아 있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 그녀의 혀는 위턱에 붙어버렸고 혈관도 생명의 피를 운반하지 않았다 . 목은 굽혀지지 않았고 팔다리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 그녀의 몸 전체가 돌로 변해버린 것이다 . 그런데도 눈물만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 그리고 그대로 회오리바람에 실려 고향의 산으로 운반되었으며 , 지금도 큰 바위로 그곳에 남아 있다 .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 헤라는 인간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남편의 아이에 대해서는 언제나 적의를 품고 있었으므로 , 헤라클레스가 태어나자 곧 선전포고를 했다 . 그리고 두 마리의 독사를 보내 헤라클레스가 요람 속에서 자고 있는 사이에 죽이려고 했는데 , 이 조숙한 어린애는 두 손에 뱀을 한 마리씩 잡고 눌러 죽였다 . 그러나 그는 장성하자 헤라의 간계로 에우리스테우스의 부하가 되어 그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했다 . 에우리스테우스는 그에게 결사적인 모험을 연달아 시켰다 . 열두 가지나 되는 ‘헤라클레스의 모험’이 바로 그것이다 .
우선 첫째는 , 네메아의 사자와의 싸움이었다 . 네메아 골짜기에는 한 마리의 무서운 사자가 출몰하고 있었는데 ,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이 사자의 가죽을 가져오라고 명했다 . 헤라클레스는 곤봉과 활을 써서 사자에게 덤벼들다가 그런 것이 아무 효과도 없다는 사실을 알자 , 두 손으로 목을 조여 죽였다 . 그리고 죽은 사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왔다 . 에우리스테우스는 그 사자를 보자 헤라클레스의 엄청난 힘에 두려움을 느끼고 앞으로는 시내에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보고하라고 일렀다 .
헤라클레스의 두 번째 모험은 히드라 ( 물뱀 괴물 ) 퇴치였다 . 이 괴물은 아르고스 지방을 어지럽히면서 아미모네 샘 근처에 있는 늪에 살고 있었다 . 이 샘은 이 고장에 가뭄이 들었을 때 아미모네가 발견한 것이었다 . 그것은 이 아미모네를 사랑하고 있던 포세이돈이 그의 삼지창으로 그곳 바위를 치도록 그녀에게 허락하자 물이 샘솟게 된 것이다 .
히드라는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중 한가운데의 머리는 결코 죽지 않는 머리였다 . 헤라클레스가 그 머리를 차례차례 곤봉으로 쳐서 떨어뜨리자 그때마다 떨어져나간 곳에서는 새로운 머리가 두 개씩 생겨나는 것이었다 . 마침내 그는 이올라오스라는 충실한 부하의 힘을 빌려 히드라의 머리를 모조리 불태우고 죽지 않는 머리는 큰 바위 밑에 묻었다 .
세 번째 모험은 아우게이아스의 축사 청소였다 . 엘리스의 왕 아우게이아스는 3 천 마리의 소를 기르고 있었는데 , 그 축사는 30 년 동안이나 청소를 한 적이 없었다 .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알페이오스와 페네이오스의 두 강물을 이 축사로 끌어들여 단 하루 만에 깨끗이 닦아냈다 .
다음은 좀 더 까다로운 것이었다 . 즉 , 에우리스테우스의 딸인 아도메테가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를 갖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에우리스테우스는 그것을 가져오라고 명령한 것이다 . 아마존 족은 여자들만 사는 종족인데 , 전쟁을 매우 좋아했고 풍요한 나라를 가지고 있었다 . 그리고 여자 아이만을 키우는 것이 그녀들의 관습이어서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이웃나라로 추방하거나 죽여버리거나 했다 .
헤라클레스는 많은 지원병을 거느리고 갖가지 어려움을 겪은 끝에 아마존에 닿았다 . 그러자 여왕 히폴리테는 그를 따뜻이 맞이하고는 자기의 허리띠를 주겠다고 승낙했다 . 그러나 헤라가 아마존 족 사람으로 변장을 하고는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외국인이 자기들의 여왕을 납치해 가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 이 말을 들은 아마존 족의 여인들은 곧 무장을 갖추어 헤라클레스의 배로 몰려왔다 . 헤라클레스는 히폴리테의 계략인 줄로만 알고 , 그녀를 죽이고서 허리띠를 빼앗아 배에 돛을 올리고 돌아왔다 .
헤라클레스에게 부과된 또 하나의 모험은 게리온의 소 떼를 끌고 오는 일이었다 . 게리온이란 세 개의 몸을 가진 괴물로서 에리테이아 섬에 살고 있었다 . 게리온은 이곳의 왕이었다 . 헤라클레스는 여러 나라를 지나 리비아와 유럽의 국경에 이르렀다 . 그리고 그 기념으로 이곳에 칼페와 아빌레라는 두 산을 만들어 세웠다 . 그리고 이 두 산을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부르고 있다 .
게리온의 소들은 에우리티온이라는 거인과 그 거인이 데리고 있는 머리 둘 달린 개가 지키고 있었는데 , 헤라클레스는 그 거인과 개를 죽이고 소들을 무사히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데리고 돌아왔다 .
열두 가지의 모험 가운데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헤스페리데스들이 지키고 있는 황금사과를 따오는 일이었다 . 그러나 그 사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
이 사과는 헤라가 결혼할 때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준 선물로서 , 헤라는 그것을 헤스페리데스의 딸들에게 지키게 하고 , 잠을 자지 않는 용까지 딸려둔 것이다 .
헤라클레스는 갖은 모험을 겪으면서 아프리카의 아틀라스 산에 닿았다 . 아틀라스는 신들에게 반항하여 싸웠던 그 티탄 족의 하나였는데 , 싸움에 패한 후 그는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으라는 벌을 받았다 . 아틀라스는 헤스페리데스들의 부친이었다 .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그 사과를 찾아내 자기에게 가져올 수 있는 자는 아틀라스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러나 어떻게 아틀라스를 그곳으로 보내며 , 그가 없는 동안 어떻게 하늘을 받치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였다 .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그 짐을 자기가 짊어지기로 하고 , 아틀라스를 보내 사과를 찾게 했다 . 이윽고 아틀라스는 사과를 가지고 왔다 . 그리고 약간 망설이다가 짐을 다시 자기의 어깨에 얹고는 그 사과를 헤라클레스에게 내주었다 .
헤라클레스의 유명한 모험에 안타이오스와 싸워 승리를 거둔 일이 있다 . 안타이오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로서 힘센 거인인 데다가 격투의 명수였다 . 그 힘은 이 사나이가 그의 어머니인 대지에 발을 딛고 있는 한 아무도 당해낼 수가 없었다 . 그는 자기 나라로 오는 사람에게 무조건 자기와 격투를 하도록 강요하여 만일 자기에게 지면 죽여버리는 것이었다 . 또 사실 모두 지고 말았다 . 헤라클레스는 이 안타이오스와 싸웠다 . 그러나 아무리 집어던져도 소용이 없자 그를 땅 위에서 들어올려 공중에서 조여 죽였다 .
카쿠스는 아벤티누스 산의 동굴에 살고 있는 거인으로서 근처의 여러 고장을 괴롭히고 있었다 . 카쿠스는 헤라클레스가 그 게리온의 소들을 몰고 오다가 잠들었을 때 그 중의 몇 마리를 훔쳐냈다 . 그리고 소의 발자국으로 도망간 방향을 찾지 못하도록 소를 거꾸로 끌면서 동굴로 몰고 갔다 . 헤라클레스는 이 계략에 속아넘어가 잃은 소를 찾지 못했는데 , 그가 나머지 소를 몰고 우연히 카쿠스의 동굴 앞을 지날 때 굴 속에 있는 소가 울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제서야 발견하게 되었다 . 결국 카쿠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살해되었다 .
헤라클레스의 마지막 모험은 명계에서 케르베로스 ( 명계 입구를 지키는 개 ) 를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 그는 헤르메스와 아테나의 안내를 받아 하데스의 나라로 내려갔다 . 그리고 하데스에게서 , 만일 무기를 쓰지 않고 케르베로스를 데리고 갈 수 있다면 지상으로 데려가도 좋다는 허가를 얻었다 . 그래서 그는 이 괴물의 결사적인 반항에도 불구하고 사로잡아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끌고 갔다가 다시 명계로 데려다 주었다 .
헤라클레스는 하데스의 나라에 갔을 때 평소 자기를 숭배하던 테세우스를 구해 주었다 . 테세우스는 페르세포네를 구해 내려다가 이곳에 잡혀 있었던 것이다 .
헤라클레스는 어느 날 발광하여 친구인 이피토스를 죽여버렸다 . 그리고 그는 이 죄로 3 년 동안 여왕 옴팔레의 노예가 되었다 . 이 부역을 하는 동안 그렇듯 용감했던 영웅도 성질이 변해버린 것 같았다 . 그는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 그리고 부역이 끝나자 데이아네이라와 결혼하여 3 년 동안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 어느 날 그는 아내를 데리고 여행을 하다가 어느 강가에 이르렀다 . 그곳은 켄타우로스족인 네소스가 요금을 받고 나그네를 건네주는 곳이었다 . 헤라클레스는 자기는 혼자 강을 건너기로 하고 ,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에게 맡겨 건너게 했다 . 그러자 네소스는 몰래 그녀를 납치해서 도망가려고 했다 . 아내의 비명을 들은 헤라클레스는 네소스의 가슴에 화살을 쏘았다 . 죽음을 눈앞에 둔 네소스는 데이아네이라에게 자기의 피를 조금 받아두면 남편의 사랑을 영원히 지닐 수 있으리라고 했다 . 데이아네이라는 시키는 대로 했다 . 그리고 얼마 안 가서 그것을 써먹을 때가 왔다 . 헤라클레스가 그 숱한 정복 가운데에서 이올레라는 아름다운 처녀를 사로잡아 왔는데 , 아내인 데이아네이라보다 더 한층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
헤라클레스가 자기의 승리를 감사하여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려고 했을 때 , 그는 그 의식에 입을 흰 옷을 가지고 오도록 아내에게 하인을 보냈다 . 데이아네이라는 이제야말로 그 사랑의 시험을 해 보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옷에 네소스의 피를 적셨다 . 그녀는 피의 흔적이 남지 않게 조심해서 잘 빨았지만 마력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 헤라클레스가 그 옷을 받아 입자 , 순식간에 독이 그의 온몸에 퍼져 들어가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 . 정신이 아찔해진 헤라클레스는 이 무서운 옷을 가져온 리카스를 잡아 바다로 집어던졌다 . 그리고 옷을 벗어버리려고 했으나 그것은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를 않았다 . 그는 하는 수 없이 온몸의 살점과 함께 그것을 벗었다 .
그리고 그 모습으로 배를 타고 집으로 갔다 . 데이아네이라는 이 뜻밖의 결과를 보자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헤라클레스는 죽을 각오를 하고 오이테 산으로 올라가서 활과 화살을 필록테테스에게 넘겨주었다 . 그리고 화장할 장작더미를 쌓게 했다 . 그는 장작 위에 눕자 애용하던 곤봉을 베고 사자 가죽을 몸에 덮었다 . 그리고 마치 축제 때의 식탁을 대하는 것 같은 침착한 표정으로 필록테테스에게 불을 당기라고 일렀다 . 불길은 순식간에 퍼져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 신들은 지상의 용사가 이렇게 일생을 마치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했다 . 그러나 제우스만은 명랑한 얼굴로 신들에게 말했다 .
“나는 그대들이 그 애한테 깊은 관심을 쏟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오 . 그렇지만 근심할 필요는 없소 . 모든 것을 정복한 그가 , 그대들이 보는 저 오이테 산에서 타오르는 불길에 정복될 수는 없지 . 그 애가 어머니한테 받은 부분 ( 육체 ) 만이 탈 뿐이오 . 나는 지상에서 죽은 그를 이 천상으로 데리고 오겠소 . 그러니 그대들도 모두 그 애를 따뜻이 맞아 주시오 . 물론 그가 이만한 명예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겠느냐고 말할 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 그에게 그만한 명예가 있다는 것은 아마 부정할 수 없을 거요 . ”
신들은 모두 찬성했다 . 다만 헤라만은 이 말을 불쾌하게 듣고 있었다 . 자기를 꼬집어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 그러나 그녀도 남편의 이런 뜻을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
오이테 산의 불길이 헤라클레스의 육체를 태워버리자 , 그의 신성한 부분은 불길에 휩싸이지 않고 새로운 생명력을 지니고 뛰어나와 전보다도 훨씬 고귀한 모습과 장엄한 위풍을 갖추게 되었다 .
제우스는 그를 구름 속에 싸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 태워 데리고 와서 별들 사이에 살게 했다 . 헤라클레스가 하늘에 자리를 잡자 아틀라스는 이 새로운 별의 무게를 온몸에 무겁게 느껴야 했다 .
아리스타이오스는 물의 님프 키레네의 아들이었다 . 어느 날 그가 키우던 꿀벌들이 모조리 죽어버렸다 . 그래서 그는 모친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급히 달려갔다 . 그리고 강가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
“오오 , 어머니 , 나는 이 세상에서의 자랑거리를 빼앗겨 버렸어요 . 소중한 꿀벌들이 모두 죽어버렸답니다 . 내 모처럼의 솜씨도 보람이 없어졌어요 . 그런데도 어머니는 이 불행을 막아 주시지 않았습니다 . ”
그의 어머니는 물속 궁전에서 그녀를 섬기고 있는 님프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 그때 님프들은 실을 잣거나 길쌈을 하고 있었다 . 아리스타이오스의 슬픈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들은 일손을 멈추고 그 중의 한 님프가 물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 그리고 아리스타이오스의 모습을 보자 다시 돌아와서 그의 모친에게 보고했다 . 모친은 그를 데려오라고 일렀다 . 강은 명령에 따라 입을 벌려 그를 들여보내 주었다 . 아리스타이오스는 큰 강줄기가 몇 개씩 있는 강의 나라로 내려갔다 . 그는 커다란 저수지를 보았다 . 이윽고 모친의 궁전에 닿자 키레네와 그 시녀인 님프들이 따뜻이 맞아들였다 . 그녀들은 온갖 맛있는 음식으로 식탁을 차렸다 . 그들은 먼저 포세이돈에게 의식을 올린 후 갖가지 음식을 먹었다 . 식사가 끝나자 키레네는 아리스타이오스에게 말했다 .
“프로테우스라는 늙은 예언자가 있느니라 . 바다에 살고 있으며 , 포세이돈의 마음에 들어 수달피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다 . 우리 님프는 이 노인을 매우 존경하고 있다 . 아리스타이오스야 , 이 노인이라면 네가 키우고 있는 꿀벌이 죽은 원인도 또 구제법도 가르쳐 줄 것이다 . 하지만 네가 아무리 부탁해도 그 사람은 절대로 자진해서 가르쳐 주려고는 하지 않을 거야 . 힘으로 강요해야 된다 . 붙잡아서 사슬로 단단히 묶어버리면 네 질문에 대답할 것이다 . 이제 너를 그의 동굴로 데리고 가주마 . 낮이 되면 그는 그곳으로 와서 낮잠을 잔단다 . 그때라면 손쉽게 잡을 수가 있을 거야 . 하지만 그는 잡힌 줄 알면 별의별 둔갑술을 써서 산돼지나 호랑이 , 또 용이 되기도 한다 . 그렇지만 너는 그저 그 쇠사슬을 꼭 잡고만 있으면 된다 . 그러면 네 명령에 따르게 될 테니까 . ”
그런 다음 모친은 향기로운 넥타르를 아들의 몸에 뿌렸다 . 그러자 갑자기 이제껏 없던 힘이 그의 온몸을 채우고 용기가 그의 가슴을 채웠다 . 키레네는 아리스타이오스를 데리고 예언자의 동굴로 갔다 . 그리고 아들은 바위 곁에 숨겨두고 자신은 구름 그늘에 숨었다 . 이윽고 낮이 되어 , 인간도 짐승도 눈부신 햇빛을 피해 조용한 잠에 잠길 무렵이 되자 프로테우스가 물 속에서 그 모습을 나타냈다 . 그의 뒤에는 수달피들이 따르고 있었다 . 프로테우스는 바위 위에 앉자 수달피의 수를 헤아려 보았다 . 그리고는 동굴 바닥에 누워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 아리스타이오스는 노인이 미처 잠에 빠지기도 전에 그 발을 사슬로 묶고 큰 소리로 외쳤다 . 프로테우스는 눈을 뜨고 자기가 잡힌 것을 알자 , 순식간에 둔갑술로써 처음에는 불이 되고 그리고는 무서운 짐승이 되었다 . 그러나 무슨 짓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자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성난 어조로 말했다 .
“대담한 젊은이로군 . 대체 이런 식으로 내 집에 들어온 너는 누구냐 ? 대체 내게 무슨 볼일이 있단 말이냐 . ”
그래서 아리스타이오스는 대답했다 .
“프로테우스 ,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거요 . 내게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마시오 . 내가 여기로 온 것은 신의 도움이고 , 내 불행의 원인과 구제방법을 당신한테 듣기 위한 거요 . ”
이 말을 듣자 , 예언자는 잿빛 눈으로 젊은이를 바라보며 날카로운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
“너는 네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받고 있을 뿐이다 . 너 때문에 에우리디케가 죽었으니까 . 그녀는 너를 피하려다가 독사를 밟아 발을 물려 죽었다 . 그 죽음을 갚으려고 친구인 님프들이 그런 재난을 네 꿀벌한테로 보낸 거지 . 그러니 너는 그녀들의 노여움을 달래지 않으면 안 된다 . 그러면 이렇게 하라 . 즉 , 잘생긴 황소를 네 마리 , 그리고 역시 잘생긴 암소를 네 마리 골라 님프들을 위해 네 개의 제단을 만들어 이 짐승들을 바쳤다가 그 시체를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 놓아두어라 . 그런 다음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대한 그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위로해야 한다 . 그리고 아흐레가 지나거든 다시 한번 가서 제물로 바친 동물의 시체를 조사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도록 하라 . ”
아리스타이오스는 시키는 대로 따랐다 . 소를 제물로 바쳐 그 시체를 숲속에 놓아두고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망령을 달랬다 . 그리고는 9 일째가 되자 다시 가서 동물의 시체를 조사해 보았다 .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 그 시체 하나를 꿀벌 떼가 점령하고 , 그곳에서 벌집 속과 마찬가지로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잘랐을 때 , 피가 땅에 스며들자 그곳에서 날개 달린 페가수스가 나왔다 . 아테나는 이 페가수스를 잘 길들여서 무사 ( 영:뮤즈 ) 여신들에게 보냈다 . 무사들이 사는 헬리콘 산 위에는 히포크레네 ( 말의 샘이라는 뜻 ) 라는 샘이 있는데 , 이것은 페가수스가 말굽으로 차서 솟아난 샘이다 .
한편 , 키마이라 ( 영:키메라 ) 는 불을 뿜는 무서운 괴물이었다 . 몸의 앞부분은 사자와 산양을 합친 것 같고 , 꼬리는 용의 꼬리 같았다 . 이 키마이라는 리키아 마을을 크게 휩쓸어대고 있었기 때문에 왕 이오바테스는 이 괴물을 퇴치할 용사를 찾고 있었다 . 마침 그때 그의 궁전에 벨레로폰이라는 용감한 젊은 무사가 도착했다 . 이 젊은이는 이오바테스의 사위인 프로이토스의 편지를 가지고 왔다 . 그 편지에는 벨레로폰을 다시없는 진실한 글로써 추천하여 무적의 용사라고 적혀 있었는데 , 편지의 끝에는 이 사나이를 죽여 달라는 뜻밖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 그 이유는 , 그의 아내 안티아가 이 젊은 용사를 필요 이상으로 좋게 보고 있어 아무래도 심상치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 그는 벨레로폰을 질투하고 있었다 .
벨레로폰이 자기도 모르는 새 자기의 사형집행영장의 지참인이 된 이 고사 ( 故事 ) 에서 ‘벨레로폰의 편지’라는 유명한 말이 유래하였다 .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의 편지를 본인도 모르고 지참하는 경우에 이 말을 쓰게 되었다 .
이오바테스는 이 편지를 보고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였다 . 귀빈을 환대하지 않을 수도 없고 , 그렇다고 사위의 부탁을 안 들어줄 수도 없었다 . 그러다가 그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 즉 , 벨레로폰을 보내어 키마이라를 퇴치하기로 한 것이다 . 벨레로폰은 이 부탁을 승낙했는데 , 출발하기 전에 예언자 폴리도스에게 상의를 했다 . 예언자는 가능하면 페가수스를 얻어 가지고 가라고 일렀다 . 그러기 위해서는 아테나 신전에서 그날 밤을 지새우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
벨레로폰은 이 지시에 따라 아테나 신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 그런데 꿈에 아테나 여신이 나타나 그에게 황금고삐를 주었다 . 잠에서 깨어보니 그 고삐가 그의 손에 남아 있었다 . 아테나는 또한 페가수스가 페이레네 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는 것도 가르쳐 주었다 . 그 날개 돋친 페가수스는 황금고삐를 보자 스스로 따라와서 얌전히 고삐를 목에 받았다 . 그래서 벨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곧 키마이라를 찾아냈으며 , 싸움 끝에 손쉽게 이 괴물을 퇴치했다 . 벨레로폰은 키마이라를 물리친 뒤에도 적의를 품은 그의 주인 때문에 몇 가지 시련을 겪었는데 , 그때마다 페가수스의 도움으로 승리를 얻었다 .
마침내 이오바테스는 이 젊은이가 신들의 특별한 총애를 받은 자라고 생각하고 , 사위로 삼아 그를 왕위 계승자로 정했다 . 그러나 그 후 이 벨레로폰도 자만심 때문에 신들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에까지 올라가려고 한 것이다 . 그가 이렇듯 불손한 행동을 취하자 제우스는 말파리를 보내 페가수스를 찌르게 했으며 , 그 바람에 말 안장에서 굴러떨어진 벨레로폰은 발이 부러지고 장님이 되어버렸다 . 그 후 벨레로폰은 알레이온의 들판을 혼자 쓸쓸히 헤매다가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
테베 왕 라이오스는 , 만일 새로 태어나는 아들을 그대로 키운다면 자기의 왕위와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신탁의 계시를 받았다 . 그래서 왕은 아이가 태어나자 그 아이를 양치기에게 맡겨 죽여버리라고 명했다 . 양치기는 어린아이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으나 , 그렇다고 명령을 어길 수도 없고 해서 어린아이의 다리를 잡아매어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 어린아이는 곧 어떤 농부에게 발견되었고 , 그 농부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 부부는 이 아이를 키우기로 작정하고 오이디푸스 , 즉 ‘부어오른 발’이라고 이름 지었다 .
그 후 몇 년이 지나 , 라이오스는 신하 한 사람만 데리고 델포이로 향하던 도중 어떤 좁은 길에서 한 젊은이를 만났다 . 그쪽도 역시 이륜차에 타고 있었다 . 그 젊은이는 길을 비키라는 그들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 그러자 왕의 신하는 상대방의 말 한 마리를 죽이고 말았다 .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 낯선 젊은이는 라이오스와 그의 신하를 모두 죽이고 말았다 . 이 젊은이가 바로 오이디푸스였으며 , 그는 이렇게 하여 자기도 모르게 부친의 살해자가 된 것이다 .
이 사건이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테베 사람들은 이상한 괴물한테 시달리게 되었다 . 그것은 스핑크스라는 이름의 괴물이었다 . 몸뚱이는 사자의 형상에 얼굴은 여인의 모습이었다 . 이 괴물은 바위 꼭대기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남김없이 붙잡아서 수수께끼를 내고는 그것을 푼 사람은 보내주지만 풀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위협을 했다 . 이제까지 아무도 그 수수께끼를 제대로 풀지 못해 모두 죽고 말았다 . 오이디푸스는 이런 무서운 이야기에 조금도 겁내지 않고 용감하게 시험하러 갔다 . 스핑크스가 그에게 물었다 .
“아침에는 네 발 , 낮에는 두 발 ,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무슨 짐승이지 ? ”
그러자 오이디푸스는 대답했다 .
“그것은 인간이다 . 인간은 어렸을 때에는 두 손과 두 무릎으로 기고 , 성인이 된 뒤로는 두 발로 걸으며 , 나이가 많아지면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기 때문이다 . ”
스핑크스는 이 수수께끼가 풀린 것을 매우 분하게 생각하여 바위에서 몸을 던져 죽어버렸다 . 사람들은 무서운 괴물의 재난에서 구원된 것을 기뻐하여 오이디푸스를 자기들의 왕으로 삼아 여왕 이오카스테와 살게 했다 . 오이디푸스는 부모의 내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아버지를 죽였고 , 이제는 여왕과 결혼함으로써 자기 어머니의 남편이 된 것이었다 .
이런 무서운 사실은 그 후에도 알려지지 않은 채 오랜 세월이 흘렀다 . 그러다가 이윽고 테베가 가뭄과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을 때 , 신탁을 들어보니 오이디푸스의 두 가지 죄가 드러나게 되었다 . 이를 안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 오이디푸스는 미쳐서 자기의 두 눈을 도려내고 그대로 테베의 거리를 방랑했다 . 사람들은 모두 그를 두려워하여 거들떠보지 않았으나 , 딸들만은 극진히 부친을 보살폈다 . 그리고 오랜 비참한 방랑 끝에 오이디푸스는 불운한 생애를 마쳤다 .
오이디푸스 왕이 죽자 , 테베는 그의 아들들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 형제가 1 년씩 번갈아 다스리기로 했다 . 그래서 처음 1 년은 에테오클레스가 다스리게 되었다 . 그런데 그는 1 년이라는 기한이 지나도 왕국을 동생에게 넘겨주려고 하지 않았다 . 그래서 폴리네이케스는 아르고스의 왕 아드라스토스에게로 도망쳐 갔다 . 왕은 그를 자기의 딸과 결혼시키고 군대를 주어 왕위를 빼앗도록 했다 .
그러나 아드라스토스 왕의 매부인 암피아라오스는 이 계획에 반대했다 . 그는 예언자였기 때문에 , 아드라스토스 이외의 장군은 누구 하나 살아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그런데 암피아라오스는 왕의 동생 에리필레와 결혼할 때 , 자기와 아드라스토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생길 경우에는 그 결정을 반드시 에리필레에게 맡긴다는 약정을 하고 있었다 . 폴리네이케스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에리필레에게 하르모니아의 목걸이를 주고 그녀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 이 목걸이는 하르모니아와 카드모스가 결혼할 때 헤파이스토스가 축하선물로 보내준 것이었는데 , 폴리네이케스는 테베의 왕국에서 도망칠 때 그것을 가지고 온 것이다 . 에리필레는 너무나 유혹적인 선물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 마침내 그녀의 결정으로 전쟁이 시작되었고 , 암피아라오스는 자기의 피치 못할 운명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 . 그는 다른 장군들과 함께 용감하게 싸웠으나 자기의 운명을 피할 수는 없었다 . 적에 쫓겨 도망치다 제우스가 던진 벼락을 맞고 죽은 것이다 .
전쟁 초 , 에테오클레스는 티레시아스라는 예언자에게 전쟁의 결과를 물었다 . 이 티레시아스는 젊었을 때 우연히 목욕하고 있는 아테나를 보고 말았다 . 아테나 여신은 노하여 그를 장님으로 만들었는데 , 후에 그것을 불쌍히 여겨 그에게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힘을 준 것이다 . 에테오클레스가 물었을 때 그는 , 만일 크레온의 아들인 메노이케우스가 자진해서 희생한다면 승리는 테베의 것이 되리라고 예언했다 . 용감한 젊은이였던 메노이케우스는 이 예언을 알자 최초의 싸움에서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 포위는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승패는 좀처럼 판가름 나지 않았다 . 마침내 양군의 결의에 따라 당사자인 형제끼리 맞상대를 해서 이 전쟁을 매듭짓기로 했다 . 두 사람은 서로 싸웠으나 결국 모두 죽고 말았다 . 그래서 양군은 다시 전투를 시작했는데 이윽고 침략자측이 굴복하게 되었다 .
서로 찔러 죽인 두 왕자의 백부 크레온은 테베의 국왕이 되어 에테오클레스의 시체를 정중히 묻어 주었다 . 그러나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는 쓰러진 장소에 그대로 방치시켜 누구에게도 그 매장을 금지시켰다 .
폴리네이케스의 여동생 안티고네는 이 사실에 분개했다 . 오빠의 장례조차 허락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의 손으로 직접 시체를 매장하기로 결심했다 . 그러나 매장하고 있는 것이 발각되자 크레온은 그녀를 생매장하라고 명했다 .
안티고네의 약혼자 하이몬은 크레온의 아들이었는데 , 그녀의 이런 운 명을 알자 살아 있으면 무엇하랴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 그래서 그 유명한 ‘테베를 공격하는 일곱 장군’의 싸움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오리온은 포세이돈의 아들이었다 . 그는 아름다운 거인이었고 , 힘센 사냥꾼이었다 . 그의 부친은 아들에게 바다 속을 , 또는 바다 위를 걷는 힘을 주었다고도 한다 .
오리온은 키오스 섬의 왕 오이노피온의 딸 메로페를 사랑하여 그녀를 아내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 그는 이 섬의 짐승을 사냥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가져갔다 . 그런데 그녀의 부친 오이노피온은 이러쿵저러쿵 이유를 들어 결혼 승낙을 지연시켰으므로 오리온은 마침내 우격다짐으로 이 처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 그의 행동에 화가 난 그녀의 부친은 오리온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만든 다음 , 그 두 눈을 도려내어 그를 바닷가에 던져버렸다 .
장님이 된 오리온은 키클로페스 ( 외눈박이 거인 ) 의 망치소리를 따라 렘노스 섬에 닿자 ,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으로 갔다 . 헤파이스토스는 그를 불쌍히 여겨 케달리온이라는 직공을 딸려 그를 아폴론의 궁전으로 안내하도록 했다 . 그리하여 오리온은 이 케달리온을 어깨에 메고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 그리고 태양신 아폴론을 만나 그의 빛으로 시력을 되찾게 되었다 .
그 후 그는 사냥꾼으로서 아르테미스와 함께 살았다 . 그는 여신의 마음에 쏙 들었다 . 그래서 여신이 그와 결혼하려고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게 되었다 . 이 말을 들은 여신의 오빠 아폴론은 기분이 몹시 상해 여신을 여러 번 꾸짖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 어느 날 오리온이 머리만 물 위로 내밀고 바다를 건너는 것을 본 아폴론은 여동생에게 그것을 가리키며 , 아무리 네 솜씨가 좋아도 저기 저 바다에 떠 있는 검은 것을 쏘아 맞추지는 못하리라고 말했다 . 활의 명수이기도 한 여신은 운명을 겨냥하여 화살을 쏘았다 . 그러자 파도가 오리온의 시체를 강가로 밀어올렸다 . 아르테미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의 잘못을 슬퍼하고 , 그를 별자리 가운데에 놓아 주었다 . 오리온은 지금도 성좌 안에 거인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 허리띠를 매고 칼을 차고 사자 가죽을 두르고 곤봉을 손에 들고 있다 . 그리고 사냥개인 세이리오스가 그의 뒤를 따르고 , 또한 플레이아데스가 그의 앞으로 달아나고 있다 .
이 플레이아데스란 아틀라스의 딸들을 가리키며 , 아르테미스의 시녀인 님프들이었다 . 어느 날 오리온은 그녀들을 보고 마음을 빼앗겨 뒤를 쫓았다 . 그러자 처녀들은 자기들의 모습을 바꾸어 달라고 신들에게 빌었다 . 가엾이 여긴 제우스는 처녀들을 비둘기로 바꾸어 하늘의 별자리로 옮겨두었다 . 그 수는 처음에는 일곱 개였는데 지금은 여섯 개밖에 보이지 않는다 . 그것은 그 중의 하나인 엘렉트라가 트로이의 함락을 보다 못해 그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 트로이는 그녀의 아들인 다르다노스가 세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
엔디미온은 아름다운 젊은이로서 라트모스 산 위에서 양을 기르며 살고 있었다 .
어느 고요하고 맑게 갠 날 밤 , 달의 여신 셀레네는 세상을 내려다보다가 이 젊은이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 차가운 셀레네는 그 젊은이의 빼어난 아름다움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 그리고는 하늘에서 내려와 그에게 키스를 하고 잠들어 있는 동안 그를 지켜주었다 .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 제우스가 영원한 젊음과 영원한 잠을 그에게 주었다고도 한다 . 그러나 엔디미온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없다 . 어쨌든 엔디미온에게 반해버린 여신은 매일 밤 라트모스 산으로 아름다운 애인을 찾아가서 키스로 달래곤 했다 . 청년의 몸은 따뜻하게 살아서 숨 쉬고 있었지만 마치 죽은 듯이 누운 채 몸을 움직이는 일도 없었으며 여신의 애무에 응하는 일도 없었다 .
달의 여신은 애인을 자기의 뜻대로는 했으나 , 이것은 다만 그녀를 괴롭힐 뿐이어서 무거운 한숨이 끊일 날이 없었다 .
시시포스는 데우칼리온의 손자이며 코린토스의 왕이었는데 , 인간 가운데에서도 가장 지혜가 뛰어난 인물로서 죽음의 신마저 속인 일이 있었다 . 그가 지옥에 떨어져 바위를 영원히 굴리는 벌을 받게 된 것은 대략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
어느 날 그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 굉장히 큰 독수리 한 마리가 처녀를 낚아채서 멀리 바다 위에 보이는 섬 쪽으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 현명한 시시포스는 그 새가 아무래도 보통 새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아무래도 제우스 신이 독수리로 모습을 바꾸어 장난을 하고 있는 모양이군 . ’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 그때 개울의 신 아소포스가 찾아와서 , 자기의 딸 아이기나가 갑자기 없어졌는데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 시시포스는 자기가 본 독수리 이야기를 한 다음 , 아이기나를 납치해 간 자는 아무래도 제우스인 것 같다고 말하고 독수리가 날아간 섬을 가르쳐 주었다 .
아소포스는 딸을 찾아 그 섬으로 갔으나 제우스가 벼락을 던지는 바람에 쫓겨오고 말았다 . 제우스는 이 비밀을 가르쳐 준 것이 시시포스라는 사실을 알자 노하여 그를 지옥으로 던져 넣고 영원한 고통을 짊어지게 했다 .
그의 형벌은 무거운 바위를 산 위로 굴려 올리는 것이었다 . 시시포스가 온힘을 기울여 가까스로 바위를 산 위로 밀어올렸는가 싶으면 , 바위는 순식간에 무서운 힘으로 굴러떨어졌기 때문에 시시포스의 중노동은 영원히 반복되는 끝이 없는 것이었다 .
역시 지옥에 떨어져 영원한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이름난 탄탈로스는 제우스의 아들로 , 소아시아 리디아의 왕이었다 .
그는 신들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올림포스 산 위에서 베풀어지는 신들의 식탁에도 초대될 정도였으며 , 죽어야 할 인간으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넥타르와 역시 신들만 먹게 되어 있는 암브로시아를 맛볼 수도 있었다 . 그래서 그는 죽지 않는 생명을 받았는데 , 그것이 오히려 화가 되어 훗날 지옥에 떨어져서도 죽지를 못하고 영원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
그가 어찌하여 지옥에 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 다음과 같은 이유가 가장 타당성이 있다 . 어느 날 신들은 그의 초대를 받고 그의 왕궁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 그런데 탄탈로스는 신들에게 가장 훌륭한 음식을 대접할 작정이었는지 , 아니면 신들을 시험해 볼 작정이었는지 , 어쨌든 끔찍하게도 외아들 펠롭스를 죽여서 큰 냄비에 찐 요리를 신들의 식탁에 내놓은 것이었다 .
그러나 신들은 속지 않았다 . 그들은 공포와 혐오로 접시를 밀어젖히고는 앞으로 다시는 신들을 시험하는 인간이 존재할 수 없도록 그를 하데스의 연못에 던져 넣어 영원한 굶주림과 갈증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 탄탈로스는 그 연못에서 목까지 물에 잠겨 있었다 . 그러나 그가 그 물을 마시려고 하면 물은 순식간에 줄어들어 갈증을 풀 도리가 없었다 . 또한 머리 위에는 사과와 배가 탐스럽게 열려 있었으나 손을 뻗쳐 그것을 따먹으려 하면 그때마다 나뭇가지가 튀어올라 손이 닿지 않는 것이다 .
살해된 그의 아들 펠롭스는 신들이 다시 살려주었는데 , 딸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던 데메테르 ( 로:케레스 ) 여신이 그만 고기를 한 입 베어물었기 때문에 어깨뼈의 일부가 부서지고 말았다 . 그래서 신들은 상아로 뼈를 만들어 그 부분을 보충해 주었다 . 펠롭스는 되살아나자 전보다도 훨씬 우아해졌으며 , 신들 중에서 특히 포세이돈의 사랑을 받았고 히포다메이아라는 미녀를 아내로 맞아 행복한 생애를 보냈다 .
그러나 이 탄탈로스 일족은 자만심이 지나쳐 신들의 저주가 끊이지를 않았다 . 뒤에 그리스 군대의 총지휘관이 되어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고 개선했으나 자기의 아내인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살해된 아가멤논 , 그 아들인 오레스테스나 엘렉트라 , 또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미녀 헬레네가 모두 이 집안 출신이다 . 그리고 이 중에서도 가장 비참한 운명을 겪은 것은 펠롭스의 누이인 니오베였다 .
오르페우스는 아폴론과 무사 ( 영:뮤즈 ) 칼리오페의 아들이었다 . 그는 부친에게 악기를 선물 받고 연주법을 배웠는데 , 어찌나 잘 타는지 그의 음악을 듣고 매료되지 않는 자가 없었다 .
인간뿐만 아니라 야수조차 그 소리에 넋을 잃었고 , 주위에 모여들어 그 거친 천성을 버리고 그의 노래에 황홀해 하는 것이었다 . 심지어 나무나 바위조차도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
히메나이오스 ( 결혼을 관장하는 남자신 ) 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결혼식에 그들의 결혼을 축복해 달라는 초대를 받았다 . 그는 두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은 했으나 행복이라고는 단 하나도 가져오지를 않았다 . 그가 손에 든 관솔불마저 제대로 타지를 않아 , 연기가 그들의 눈에 들어가 눈물만 나오게 했다 .
이런 조짐을 맞추기나 하려는 듯 , 에우리디케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친구인 님프와 산책을 하다가 아리스타이오스라는 양치기의 눈에 띄었다 . 양치기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곧 덤벼들었다 . 에우리디케는 도망치다가 풀숲에 있던 독사를 밟아 발을 물려 죽었다 .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노래하며 신들은 물론이고 , 무릇 지상의 공기로 숨 쉬는 모든 것에 호소했다 . 그러나 그것이 아무런 보람이 없음을 알자 이번에는 지하의 나라로 가서 아내를 찾기로 결심했다 .
그는 타이나로스 섬 끝에 있는 동굴로 내려가 , 이윽고 스틱스의 나라에 도착했다 . 그는 망령들이 우글거리는 곳을 지나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앉아 있는 옥좌 앞으로 나아갔다 . 그리고 노래에 맞추어 악기를 타면서 이렇게 호소했다 .
“오오 , 명계의 신들이시여 , 우리들 살아 있는 자가 언젠가는 모두 오지 않으면 안 되는 명계의 신들이시여 , 부디 제 노래를 들어주십시오 . 제가 이곳으로 온 것은 타르타로스 ( 지옥 ) 의 비밀을 엿보기 위해서도 아니고 , 또한 입구를 지키는 저 뱀 머리 모양의 개하고 힘을 겨루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 저는 아내를 찾으러 온 것입니다 .
에로스 신이 저를 이곳으로 인도해 주었습니다 . 에로스는 지상에 사는 저희들에게 있어서는 전능하신 신입니다 . 제 아내는 독사에 물려 갑자기 죽었습니다 . 저는 이 침묵과 아직 창조되지 않은 나라에 부탁드립니다 . 부디 에우리디케의 생명의 줄을 다시 한번 이어주십시오 . 부디 아내를 제게 주십시오 . 저의 운명은 모두 당신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 그리고 조만간 당신들의 나라로 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 ”
그가 이런 노래를 연주하고 있자 망령들도 눈물을 흘렸다 . 탄탈로스는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인데도 물을 마시려는 노력조차 잊었고 , 익시온의 수레바퀴는 회전을 그쳤으며 , 독수리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는 일을 그쳤고 , 시시포스는 바위 위에 앉아 귀를 기울였다 . 그리고 복수의 여신들의 볼에 눈물이 흘러내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 페르세포네는 오르페우스의 소원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 하데스도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
그래서 에우리디케가 호출되었다 . 그녀는 최근 새로 들어온 망령들 사이에서 걸어나왔는데 , 그 발은 독사에 물린 상처 때문에 절룩거리고 있었다 .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는데 ,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 두 사람이 지상에 완전히 닿기 전에는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고 아내의 모습을 확인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 오르페우스는 그런 조건쯤이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승낙했다 .
오르페우스가 앞서고 에우리디케가 뒤를 따라 어둡고 가파른 언덕길을 깊은 침묵에 싸여 올라갔다 . 그런데 얼마 안 있으면 그들이 밝은 지상의 나라 출구에 닿으려는 그 순간 ,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가 너무나 보고 싶어 그만 약속을 잊고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 순식간에 그녀는 뒤로 끌려갔다 .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뻗쳐 끌어안으려고 했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 이렇게 다시 죽음의 나라로 되끌려가면서도 에우리디케는 남편을 원망할 수가 없었다 . 아내의 모습을 한시바삐 보려는 남편의 애타는 심정을 어찌 나무랄 수가 있으랴 .
“안녕 , 이것이 마지막 작별입니다 . ”
그녀는 말했다 .
그러면서 그녀는 멀리 끌려가 버렸고 그 목소리조차 남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 오르페우스는 그녀의 뒤를 쫓아가려고 했다 . 그리고 다시 한번 그녀를 데리러 명계로 내려가는 길을 허락해 달라고 탄원했다 . 그러나 인정이 없는 명계의 뱃사공은 냉정하게 거절해 버렸다 . 오르페우스는 이레 동안을 그 강가에 앉아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았다 . 그리고 암흑의 신들의 몰인정을 원망하면서 자기의 심정을 노래에 담아 바위와 산에 호소했다 . 호랑이가 이 노랫소리에 마음을 움직였고 떡갈나무도 그 굵은 줄기를 떨었다 .
그 뒤 오르페우스는 언제나 그 슬픈 추억에 잠기면서 여자를 멀리하고 살았다 . 트라티아의 처녀들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온갖 유혹을 다했으나 그는 모두 물리쳤다 . 그의 행동을 그녀들은 오랫동안 견디고 있었다 .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일이 있어도 오르페우스의 마음이 변치 않을 것을 알자 , 디오니소스 제전에 참석하여 흥분한 한 처녀가 마침내 ,
“저기 우리를 모욕한 남자가 있다 ! ”
이렇게 외치면서 오르페우스를 향해 창을 던졌다 . 그러나 그 창은 그가 연주하는 악기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날아오자 힘을 잃고 그의 발밑에 떨어졌다 . 모여 섰던 여자들이 던진 돌 역시 마찬가지였다 . 그러나 처녀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러 악기소리를 지워버렸다 . 마침내 창은 오르페우스를 꿰뚫었으며 그는 곧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 미쳐버린 처녀들은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머리와 악기를 헤브로스 강에다 던져버렸다 . 그러자 그것들은 슬픈 노래를 속삭이듯이 연주하면서 흘러갔으며 , 강의 양쪽에서도 그에 맞추어 슬픈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
음악의 여신 무사들은 강변에 흩어진 그의 몸을 모아 레이베토라에 장사지내 주었다 . 악기는 제우스에 의해 별자리 가운데에 놓여졌다 .
오르페우스는 망령이 되어 다시 타르타로스로 내려갔으며 , 그곳에서 에우리디케를 찾아내자 두 팔로 와락 끌어안았다 . 그들은 나란히 행복의 들판을 걸었다 . 이제야 오르페우스는 마음 놓고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
에리식톤은 신앙심이 없는 인간으로서 신들을 경멸하기까지 하는 사나이였다 . 언젠가 그는 데메테르에게 바쳐진 숲을 도끼로 잘라내려고 했다 .
이 숲에는 해묵은 떡갈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 그 나무는 어찌나 큰지 그 한 그루만으로도 숲처럼 보였다 . 오래된 나무줄기는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고 , 줄기의 둘레에는 흔히 꽃다발이 걸려 있거나 , 이 나무의 님프들에게 기원한 자가 감사의 표시로 새긴 패찰이 걸려 있기도 했다 . 나무의 둘레는 몇 아름이나 되어 다른 나무들은 거의 볼품이 없을 정도였다 . 에리식톤은 하인들에게 이 나무를 잘라버리라고 일렀다 . 그리고 하인들이 망설이고 있는 것을 보자 그 중 한 사람에게서 도끼를 빼앗아 이렇게 외쳤다 .
“이것이 여신이 사랑하고 있는 나무이건 아니건 상관없다 . 설령 이 나무가 여신이더라도 내겐 방해가 되니까 잘라 버리겠다는 거야 . ”
그는 이렇게 말하고 도끼를 들어올렸다 . 그러자 그 떡갈나무는 떨면서 신음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 최초의 일격이 가해지자 그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 곁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떨었는데 , 그 중의 한 사람이 용감하게도 그를 말리려고 했다 . 에리식톤은 비웃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
“네놈의 신을 모시는 보답으로 이거나 먹어라 ! ”
그는 도끼를 휘둘러 그 하인을 마구 찍고는 목을 잘라 버렸다 . 그러자 떡갈나무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 나무에 살고 있는 나는 데메테르 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님프이다 . 네 손에 죽기 전에 예언해 두거니와 , 네게는 이제 천벌이 기다리고 있다 . ”
그러나 에리식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침내 그 나무를 잘라 쓰러뜨리고 말았다 . 숲의 님프들인 하마드리아스는 부모가 살해되고 숲의 자랑이기도 했던 이 나무가 쓰러지자 모두들 깜짝 놀라 상복을 입고 데메테르에게 달려갔다 . 그리고 부디 에리식톤을 벌해 달라고 간청했다 . 이 말에 여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 그러자 그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논밭에 영근 곡식들도 함께 움직였다 .
여신은 매우 무서운 형벌을 생각해 냈다 . 그것은 에리식톤 같은 죄인이더라도 누구나 딱하게 여길 정도의 무서운 형벌이었다 . 즉 , 여신은 그를 굶주림의 여신의 손에 맡긴 것이다 .
데메테르는 굶주림의 여신인 리모스에게 직접 갈 수가 없었는데 , 그것은 운명의 여신들이 이 두 여신의 접근을 절대로 금했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데메테르는 산의 님프 오레이아스를 불러 이렇게 명했다 .
“얼음에 뒤덮인 스키티아 끝에 한 고장이 있다 . 쓸쓸한 불모의 땅으로서 나무도 없거니와 곡식도 없다 . 그곳엔 추위만이 살고 있어 , 공포와 굶주림만이 있을 뿐이다 . 너는 즉시 그곳으로 가서 리모스한테 에리식톤의 뱃속에 들어가라고 전해라 . 멀기는 하지만 조금도 걱정할 것은 없다 . 내 이륜마차를 타고 가도록 해라 . 이 차를 끄는 용은 하늘을 달릴 수 있으니 곧 닿을 수 있을 것이다 . ”
데메테르는 오레이아스에게 고삐를 넘겨주었다 . 오레이아스는 이륜차를 몰아 얼마 후 스키티아에 닿았다 . 그녀는 코카서스 ( 카프카스 ) 산에 이르자 곧 용을 멈추게 하고 , 돌투성이 들판에 있는 리모스를 찾아냈다 . 리모스는 그곳에 드문드문 나 있는 풀을 이빨과 손톱으로 뜯고 있었다 . 머리카락은 뒤엉켜 있고 눈은 움푹 들어갔으며 , 얼굴은 창백하고 피부는 뒤틀려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 오레이아스는 도저히 가까이 다가갈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데메테르의 명령을 전달했다 . 그리고는 급히 조금 떨어진 곳에서 테살리아로 돌아갔다 .
리모스는 데메테르의 말에 따랐다 . 그리고 하늘을 달려 에리식톤의 집에 닿자 그의 침실로 들어가 잠들어 있는 그를 찾아냈다 . 날개가 달린 팔로 그를 끌어안아 그 몸에 배고픔을 불어넣고 혈관 속에 그 독을 불어넣었다 . 에리식톤은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는데 이미 꿈속에서도 먹을 것이 간절히 생각났으며 , 무엇을 먹고 있기나 한 것처럼 입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 그는 잠에서 깨어나 배가 고파 미칠 것 같았다 . 그는 곧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일렀다 . 그리고 먹으면서도 배고픔을 호소했다 . 먹으면 먹을수록 굶주림은 더해 갔다 . 그 배고픔은 강물을 모조리 삼켜도 차지 않는 바다 같았다 . 그는 이미 미친 사람이었다 . 그의 재산은 이런 끊임없는 식욕 때문에 순식간에 줄어들었으나 굶주림은 여전했다 . 그는 마침내 전 재산을 탕진해 버렸고 , 남은 것이라고는 외동딸 하나뿐이었다 . 그녀는 부친과는 비교가 안 되는 훌륭한 처녀였다 . 그런데 에리식톤은 이 딸마저 팔아버렸다 .
그녀는 노예로 팔리는 것이 서러워 바닷가에 서서 포세이돈에게 빌었다 . 포세이돈은 그 소원을 받아주었다 . 그래서 그녀를 데리러 온 주인이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 그녀의 모습을 바꿔 물고기를 잡느라고 여념이 없는 어부의 모습으로 바꾸어 버렸다 . 주인은 처녀를 찾다가 어부를 보자 그에게 물었다 .
“여보시오 , 혹시 처녀를 못 봤습니까 ? 방금 여기서 봤는데요 , 당신이 있는 그 근처에 서 있었소 . 어디 본 대로 가르쳐 주시오 . 그러면 당신 운수도 좋아질 것이오 . ”
처녀는 자기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을 알았고 , 또한 상대방이 자기에게 묻고 있는 것이 내심 우스웠다 .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
“난 고기 잡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어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엔 나밖에 아무도 없었는데 . ”
주인은 이 말에 속아 자기의 노예는 도망친 것이라고 생각하고 돌아갔다 . 그러나 처녀는 곧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
부친은 딸이 여전히 자기 곁에 남아 있고 , 딸을 판 돈도 그대로 있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 하지만 그는 또다시 딸을 팔아넘겼다 . 그러나 딸은 팔릴 때마다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때로는 말로 , 때로는 새로 , 또 때로는 사슴이 되어 도망쳐 돌아왔다 . 굶주린 부친은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계속하여 음식을 얻었다 . 그러나 여전히 주린 배는 채워지지 않았고 마침내는 자기의 손발을 먹게 되었으며 자기의 몸뚱이까지 먹음으로써 자기 몸을 유지하려고 했다 . 그의 고통은 죽음이 데메테르의 복수에서 그를 구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는 레다와 백조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였다 . 그리고 그 백조는 제우스가 변신한 것이었다 . 레다는 알을 한 개 낳았는데 그 속에서 이 쌍둥이 형제가 태어났다 . 훗날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헬레네는 이 형제의 여동생이었다 . 테세우스와 그의 친구인 페이리토스가 이 헬레네를 스파르타에서 납치해 갔을 때 ,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는 부하를 거느리고 그녀를 구하러 갔다 . 그리고 테세우스가 아티카를 비우고 있는 사이에 여동생을 구출해 돌아왔던 것이다 .
카스토르는 거친 말을 길들이고 노련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했다 . 그리고 폴리데우케스는 권투를 잘했다 . 그들은 서로 우애가 깊어 무슨 일을 하건 항상 같이 했다 . 그래서 아르고호의 원정에도 함께 참가했다 . 그 항해 도중 폭풍이 일어났을 때 오르페우스가 사모트라키아 섬의 신들에게 빌면서 악기를 켜자 , 순간 폭풍은 멈추고 별이 이 형제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 그 후부터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는 선원이나 항해자들의 수호신으로 여겨졌다 . 그리고 어떤 대기 상태에서 배의 돛이나 돛대 주위에 어른거리는 불빛이 보이거나 하면 , 사람들은 그것을 이 형제의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
아르고호의 원정 후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는 이다스 형제를 상대로 싸웠다 . 카스토르는 이 싸움에서 전사했는데 , 폴리데우케스는 그 죽음을 깊이 슬퍼하여 자기의 목숨과 그의 목숨을 바꾸어 그를 다시 한번 살려달라고 제우스에게 빌었다 . 그러자 제우스는 그의 소원을 일부 받아들여 이 형제가 생명을 번갈아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 즉 , 하루를 지하의 나라에서 보내면 다음날은 하늘 위로 보내주었던 것이다 . 제우스는 또 이 두 사람의 형제애를 갸륵히 생각하여 그들을 제미니 , 즉 쌍둥이좌로서 별자리 안에 놓아두었다고도 한다 . 그들은 디오스쿠로이 ( 제우스의 아들들 ) 라고 불렸으며 , 신으로서의 인정과 대우를 받았다 .
그리고 사람들이 믿는 바로는 , 그 후 이 형제는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에 이따금 나타나서는 어느 한쪽에 편을 들었다고 한다 . 그리고 그때마다 반드시 용감한 백마를 타고 왔다는 것이었다 . 그런 까닭에 고대의 로마 사람들은 그들이 레길루스 호수의 싸움에서 로마 군을 도왔다고 믿었다 . 그 후 전쟁이 승리로 끝나자 이 두 사람이 나타났던 곳에 그들을 기리는 신전을 세웠다 .
옛날 테살리아에 아타마스 왕과 네펠레 왕비가 살고 있었다 . 그들에게는 아들과 딸이 한 명씩 있었다 . 그러나 아타마스는 아내에게 냉담해져 그녀와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곧 결혼해 버렸다 . 네펠레는 계모 밑에서 자라날 아이들을 염려하여 , 계모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아이들을 숨겨두기로 했다 . 헤르메스는 이를 딱하게 여겨 네펠레에게 황금의 털이 달린 숫양을 딸려주었다 .
그리하여 네펠레는 그 양에 두 아이를 태워 양이 어딘가 안전한 곳으로 아이들을 데려다 주기를 기대하면서 보냈다 . 그러자 양은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동쪽으로 방향을 잡더니 , 이윽고 유럽과 아시아를 사이에 둔 해협에 이르렀다 . 그때 헬레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양의 등에서 바다로 떨어져 버렸다 . 그래서 이 바다를 헬레스폰토스 ( 헬레의 바다 ) 라고 불렀는데 , 바로 오늘날의 다르다넬스 해협이다 .
양은 다시 하늘을 달려 흑해 동해안에 있는 콜키스라는 나라에 닿았다 . 양은 여기에서 무사히 사내아이 프릭소스를 내려놓았고 , 이 나라의 왕 아이에테스는 이 아이를 따뜻이 맞아들였다 . 프릭소스는 그 양을 제우스에게 제물로 바치고 황금의 털은 아이에테스에게 선사했다 . 그러자 왕은 그 털을 신에게 바친 숲속에 보관해 두고 사시사철 잠을 자지 않는 용에게 지키도록 했다 .
테살리아에는 아타마스 왕국 근처에 또 하나의 나라가 있어 , 그곳은 그의 친척이 다스리고 있었다 . 그 나라의 국왕 아이손은 귀찮은 정치가 싫어져 아들인 이아손이 클 때까지라는 조건으로 왕위를 동생 펠리아스에게 넘겨주었다 . 어느덧 이아손이 성인이 되어 숙부에게 와서 왕위를 요구하자 , 펠리아스는 기꺼이 그것을 물려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 그러나 그는 이 조카에게 그 황금털을 찾는 명예로운 모험을 떠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 콜키스 나라에 있는 황금털을 찾아와 우리 일족의 가보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
이아손은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 곧 원정준비에 착수했다 . 당시 그리스인들이 알고 있던 유일한 항해수단은 나무를 뚫어 만든 작은 배나 카누가 고작이었다 . 그러므로 이아손이 아르고스라는 목수에게 50 명이나 탈 수 있는 큰 배를 만들게 했을 때 , 사람들은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그러나 그 배는 드디어 완성되었고 , 배는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따서 ‘아르고호’라고 불렀다 . 이아손은 모험을 좋아하는 그리스의 젊은이들을 모아 곧 용감한 젊은이들의 총지휘관이 되었다 . 이 중의 많은 사람은 그 뒤 그리스의 영웅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 헤라클레스 ․ 테세우스 ․ 오르페우스 ․ 네스토프 등도 그 안에 끼여 있었다 . 그리고 그 무리는 배의 이름을 따서 오늘날도 아르고나우타이 ( 아르고호의 승무원이라는 뜻 ) 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다 .
이런 영웅들을 태운 아르고호는 테살리아를 떠났다 . 그리고 렘노스 섬에 기항하여 미시아를 지나 트라키아에 닿았다 . 여기서 일행은 철학자 피네우스를 만나 그에게서 진로에 대한 지시를 들었다 . 장님 예언자이며 국왕인 피네우스에 의하면 , 에욱세이노스 해의 입구는 두 개의 작은 바위섬이 있어 항해를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 그 섬은 바다 위에 떠서 흔들리다가 가끔 서로 부딪치는데 , 그때 그 사이에 끼이는 것은 무엇이든 가루가 된다는 것이었다 . 그래서 이 섬은 심플레가데스 , 즉 ‘서로 부딪치는 바위’라고 부르고 있었다 . 피네우스는 아르고호의 승무원들에게 이 위험한 해협을 통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 일행은 이 섬에 이르자 피네우스의 말대로 비둘기 한 마리를 날려 보냈다 . 그러자 그 비둘기는 바위와 바위 사이를 날아 꽁지의 털을 약간 잃었을 뿐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 이아손과 그 부하들은 부딪친 바위가 반동으로 열리는 순간을 포착해서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 다만 섬이 다시 맞부딪쳤기 때문에 배의 꼬리편이 약간 다쳤을 뿐이었다 .
그들은 해안을 따라 나아가 이윽고 바다의 동쪽 끝에 닿았다 . 그리고 드디어 목적지인 콜키스 왕국에 상륙했다 . 이아손은 콜키스 왕 아이에테스에게 자기가 온 용건을 전했다 . 그러자 왕은 황금의 양털을 내주겠다고 승낙했다 . 다만 이아손이 청동의 발이 달리고 불을 뿜는 두 마리의 수소를 쟁기에 매어 땅을 갈고 , 그 땅에 카드모스가 퇴치한 그 용의 이빨을 뿌린다면 내주겠다는 것이었다 . 이미 알고 있듯이 그 이빨에서는 무장한 군인이 나타나고 그것을 뿌린 자에게 창끝을 겨누게 되어 있다 . 이아손은 그 조건을 승낙하고 날짜를 정했다 . 그러나 그전에 그는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하여 자기의 생각을 국왕의 딸 메데이아 ( 로:메데아 ) 에게 납득시켜 두고 있었다 . 그리고 그녀에게 결혼약속을 하고 , 또한 둘이 함께 헤카테의 제단 앞에서 이 여신에게도 굳게 약혼의 맹세를 했다 . 메데이아도 마침내 그의 말을 믿게 되었다 . 그리고 그는 뛰어난 마법사인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 불을 뿜는 황소의 입김과 무장한 군인들의 창끝에 무사히 대항할 수 있는 마력을 얻었다 .
마침내 그 날이 되자 사람들은 아레스 ( 로:마르스 ) 에게 바친 숲으로 모여들었다 . 국왕은 옥좌에 앉고 민중들은 언덕 중턱을 뒤덮었다 . 드디어 청동 발이 달린 황소들이 불을 내뿜으며 뛰어들자 그 지나간 길은 불길로 타올랐다 . 이아손은 이를 맞아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 그의 동료들 , 즉 역전의 용사들인 그리스의 영웅들도 그 모습을 보고 몸을 떨었다 . 그러나 이아손은 불 따위는 아랑곳 않고 , 소들의 노여움을 말로써 가라앉히고는 그 목덜미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면서 노련하게 멍에에 쟁기를 매달아 끌게 했다 . 이를 본 콜키스 사람들은 아연했고 그리스 사람들은 환성을 올렸다 . 이아손은 이어 용의 이빨을 뿌리고 그 위에 흙을 덮기 시작했다 . 그러자 얼마 후 한 떼의 무장 군대가 그 흙 속에서 나타났다 . 그들은 땅 위로 나오자 무기를 휘두르며 이아손을 향해 덤벼들었다 . 그리스 사람들은 친구의 신변을 염려했다 . 그에게 호신술을 가르쳐 주고 그 사용법을 익혀준 메데이아조차도 공포에 질려 창백해졌다 . 이아손은 한동안 자기의 칼과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기만 하고 있더니 , 상대방의 압도적인 숫자에 도저히 대항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메데이아가 가르쳐준 마법을 써서 돌을 하나 집어 적의 한가운데로 던졌다 . 그러자 그들은 곧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모조리 죽어버리고 말았다 .
그리스 사람들은 그들의 영웅을 얼싸안았다 . 메데이아도 할 수 있다면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 이제 남은 일은 그 황금의 양털을 지키고 있는 용을 잠들게 하는 것이었다 . 그리고 이것은 메데이아가 준 마법의 약을 이 용에게 서너 방울 떨어뜨리는 것으로서 손쉽게 이루어졌다 . 용은 약 냄새를 맡자 노여움을 죽이고 잠시 우두커니 서 있더니 잠시 후 , 그때까지 한 번도 닫은 적이 없는 그 크고 둥근 눈을 감고는 옆으로 쓰러져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
이아손은 양털을 나무에서 끌어내려 손에 넣자 동료와 메데이아를 데리고 국왕 아이에테스의 추격을 받기 전에 황급히 배로 돌아갔다 . 그리고는 서둘러 테살리아로 향했다 . 일동이 무사히 도착하자 이아손은 양털을 펠리아스에게 넘겨주고 , 아르고호는 포세이돈에게 바쳤다 .
황금의 양털을 되찾은 축하석상에서 이아손은 한 가지 일 때문에 심란했다 . 그것은 부친인 아이손의 모습이 안 보였기 때문이었다 . 부친은 워낙 나이가 든 데다 병이 있어 그 자리에 참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그래서 이아손은 메데이아에게 말했다 .
“아내여 , 나는 당신의 마력으로 도움을 많이 받아 왔는데 , 그 마법을 다시 한번 나를 위해 써줄 수 없겠소 ? 내 목숨에서 몇 년을 떼어내 그것을 아버님 목숨에 보탰으면 하오 . ”
그러자 메데이아는 대답했다 .
“그런 것은 희생을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 내 마법이 잘만 들어맞으면 아버님의 수명은 당신 수명을 줄이지 않고도 연장할 수 있을 거예요 . ”
그리고 그녀는 다음 보름날 밤 , 만물이 잠들었을 때 살며시 빠져나갔다 .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한 점도 없었고 , 모든 것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
그녀는 먼저 별을 향해 주문을 외우고 달을 향해 외웠다 . 또한 지옥의 여신 헤카테와 대지의 여신 테루스를 향해 주문을 외웠다 . 그렇게 여신들의 힘을 빌리면 마법의 효과가 있는 약초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 그녀는 숲과 동굴 , 산과 골짜기 , 호수와 강 , 그리고 바람과 대기의 신들에게도 힘을 달라고 빌었다 . 그녀가 이렇게 빌고 있자 별이 차츰 빛나고 이윽고 한 대의 이륜차가 날개 달린 뱀에 이끌려 내려왔다 . 그녀는 그 수레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각지를 날아다니면서 그 고장에 나 있는 온갖 약초 가운데에서 필요한 것만을 모았다 . 그녀는 9 일 밤 9 일 낮을 찾아 헤맸으며 , 그동안에는 궁전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인간과의 교섭도 일체 피했다 .
이어 그녀는 제단을 두 개 만들었다 . 하나는 헤카테의 것이고 , 또 하나는 청춘의 여신 헤베의 것이었다 . 그리고 검은 양 한 마리를 제물로 바치고 우유와 포도주를 뿌렸다 . 또한 하데스와 그가 납치해 간 페르세포네에게 제발 그 노인의 생명을 급히 빼앗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 . 그런 다음 아이손을 데려오자 주문을 외워 그를 깊은 잠에 빠뜨리고 죽은 사람처럼 약초 위에 눕혔다 . 이아손이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 부정한 눈이 그녀의 비법을 보아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 그런 다음 메데이아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 불에 타고 있는 작은 나뭇가지를 제물의 피에 적시면서 제단 둘레를 세 번 돌고 나더니 그 가지를 제단에 쌓아놓고 태웠다 . 그 사이에 솥 안에 있는 것이 끓었다 . 그러자 그녀는 그 안에 온갖 약초를 넣고 동시에 씨앗 , 꽃 , 먼 동쪽 땅에서 가져온 돌 , 모든 것을 둘러싸고 있는 대양의 기슭에서 가져온 모래 , 달빛 아래에서 모은 흰 서리 , 부엉이의 머리와 날개 , 늑대의 창자 따위를 넣었다 . 또한 거북이 등껍질과 수사슴의 간 , 인간의 아홉 배나 살 수 있는 까마귀의 머리와 부리도 넣었다 . 이렇게 모아진 것들을 시들어진 올리브 가지로 휘저으면서 끓였다 .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 그 가지를 솥에서 꺼낸 순간 , 가지는 녹색이 되어 잎이 무성해지더니 싱싱한 올리브 열매가 영그는 것이었다 . 그리고 솥의 국물이 부글부글 끓어 거품을 내며 흘러넘치자 그 국물이 닿은 곳의 풀은 봄풀처럼 녹색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
이런 준비가 모두 갖추어지자 메데이아는 노인의 목을 따서 몸속의 피를 모두 꺼내고 입과 상처에다 솥의 국물을 부었다 . 노인이 그 국물을 모두 마시자 그의 성성한 머리와 수염은 청춘의 검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 창백한 빛도 초췌한 빛도 사라지고 , 혈관에는 피가 충만하여 수족은 활기와 우람스러움이 넘쳐흘렀다 . 아이손은 깜짝 놀랐다 . 그리고 현재의 자기 모습이 40 년 전의 젊은 자기임을 알게 되었다 .
이처럼 메데이아는 그녀의 마법을 선량한 목적을 위해 사용했으나 , 한 번은 복수의 수단으로 쓴 적이 있었다 . 그것은 이러하다 . 펠리아스는 이아손의 숙부로서 , 이아손에게 왕위를 넘겨주기가 싫어 그를 일부러 나라 밖으로 내쫓은 자였다 . 그러나 그런 펠리아스에게도 좋은 점은 있었는지 그의 딸들은 효성이 지극하여 , 메데이아가 아이손을 젊은이로 만든 것을 보자 자기들의 부친도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 메데이아는 겉으로 승낙하는 척하면서 전처럼 가마솥을 준비했다 . 그녀는 늙은 양을 한 마리 가져오라고 하여 솥에 넣었다 . 그리고 그 솥 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릴 때 뚜껑을 열어보니 새끼양 한 마리가 뛰어나와 근처의 목장으로 달아났다 .
펠리아스의 딸들은 이 실험을 보고 부친이 수술받을 시간을 정했다 . 그러나 메데이아는 그를 위한 솥은 다른 방법으로 준비했다 . 솥에는 단지 물과 흔히 있는 풀만 약간 넣었을 뿐이었다 . 그리고 밤이 되자 딸들과 함께 나이든 왕의 침실로 들어갔다 . 그 사이 왕과 호위병들은 그녀의 마법에 걸려 깊이 잠들어 있었다 . 딸들은 단도를 뽑아들고 침대 곁에 서 있었으나 왕의 몸에 칼을 대어야 하는 일에는 주저하는 빛을 보였다 . 그러자 메데이아가 그들을 꾸짖었다 . 딸들은 할 수 없이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부친의 몸에 칼질을 했다 .
왕은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외쳤다 .
“얘들아 , 이게 무슨 짓이냐 ? 너희는 아비를 죽일 작정이냐 ! ”
딸들은 이내 마음이 약해져 들고 있던 단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 그 순간 , 메데이아는 마지막 일격을 가해 왕을 죽여버렸다 . 그런 다음 왕을 솥에 넣었다 . 그리고 자기의 배반행위가 발각되기 전에 그녀는 뱀이 끄는 이륜차를 타고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 그러나 그녀는 이 나쁜 일의 결과에서는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했다 . 그녀가 이렇듯 봉사한 이아손이 코린토스의 왕녀인 크레우사와 결혼하기 위해 메데이아를 버린 것이다 . 메데이아는 배은망덕한 남편의 행동에 격분하여 신들에게 복수를 내려달라고 빌고는 , 그 신부에게 독을 바른 옷을 선물로 보냈다 . 그러고 나서는 자기의 아이들을 죽이고 궁전에 불을 지른 다음 , 뱀이 끄는 이륜차를 타고 아테네로 도망쳤다 . 그리고 그곳에서 테세우스의 아버지 아이게우스 왕과 결혼했다 .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와 트로이젠의 왕 피테우스의 딸인 아이트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 그는 트로이젠에서 자랐고 , 성인이 되면 아테네로 가서 부친과 상봉하기로 되어 있었다 .
아이게우스는 아들 테세우스가 태어나기 전에 아이트라와 헤어져 아테네로 돌아갔다 . 그때 , 자기의 칼과 샌들을 커다란 바위 밑에 놓아두고 장차 아들이 이 돌을 들어내어 그 밑에 있는 것을 꺼낼 수 있을 만큼 강해지거든 자기에게 보내라는 말을 남겼다 . 이윽고 아이트라는 그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테세우스를 바위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 그러자 그는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그 바위를 들어올려 칼과 샌들을 꺼냈다 .
그 무렵 육로에는 강도가 흔히 출몰하고 있었기 때문에 , 그의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나라로 가는 데 배를 이용하라고 간곡히 타일렀다 . 그러나 젊은 테세우스는 영웅 같은 용기와 기개를 지니고 있었고 , 게다가 당시 그리스 전국에 명성을 떨치고 있던 헤라클레스처럼 자기도 악인이나 괴물을 퇴치하여 이름을 날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까닭에 오히려 이 위험이 많은 육로를 선택하기로 했다 .
여행 첫날 , 그는 에피다우로스에 닿았다 . 이곳에는 헤파이스토스의 아들 펠리페테스가 살고 있었다 . 그는 난폭한 야만인으로서 언제나 쇠망치를 들고 다니며 나그네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 그는 테세우스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자 여느 때처럼 덤벼들었으나 금방 이 영웅에게 맞아죽고 말았다 . 테세우스는 이 사나이의 쇠망치를 빼앗자 그것을 승리의 기념으로 언제나 들고 다니기로 했다 . 그 후에도 그는 숱한 악인들과 싸웠으며 그때마다 이겼다 . 그런 악인들 중에 프로크루스테스 , 즉 ‘잡아당겨 늘리는 사나이’라고 불리는 자가 있었다 . 그는 쇠로 된 침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 나그네가 오면 언제나 이 침대에 붙잡아맸다 . 그리고 나그네의 몸이 그 침대보다 짧으면 팔다리를 잡아당겨 침대에 맞추고 , 반대로 길면 그 부분을 잘라버리는 것이었다 . 그러나 테세우스는 이 사나이를 그가 나그네에게 하던 그대로 갚아주었다 .
이런 갖가지 위험을 겪은 끝에 테세우스는 드디어 아테네에 닿았다 . 그러나 이곳에도 새로운 위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마법사인 메데이아가 이아손과 헤어진 후 코린토스에서 도망쳐 와서 테세우스의 부친 아이게우스의 아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 그녀는 마법의 힘으로 이 젊은이가 누구인가를 알았고 , 만일 테세우스가 아이게우스의 아들로 인정받게 되면 남편에 대한 자기의 세력이 없어질 것을 두려워했다 . 그래서 그녀는 남편 아이게우스의 마음을 의심으로 채워 충동질해서 이 젊은이에게 독이 든 술잔을 권하게 했다 . 그러나 테세우스가 그것을 받아 마시려는 순간 , 그가 차고 있던 칼을 본 부친은 곧 이 젊은이를 알아보고 운명의 술잔을 떨쳐버렸다 . 메데이아는 자기의 죄가 드러나자 아시아로 달아났다 . 그런 까닭에 이 지방은 그 후 그녀의 이름을 따서 ‘메데이아’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 그리고 테세우스는 부친에게 인정되어 후계자가 되었다 .
당시 아테네 사람들은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 강제로 바쳐야 할 제물 때문에 깊은 수심에 차 있었다 . 그들은 해마다 일곱 명의 청년과 일곱 명의 처녀를 인간의 몸뚱이와 암소의 머리 모습을 한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야 했던 것이다 . 이 괴물은 힘이 몹시 세고 성질도 거칠었기 때문에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궁에 갇혀 있었다 . 이 미궁은 매우 교묘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 일단 그 속에 들어간 이상 혼자의 힘으로는 나올 수가 없었다 . 미노타우로스는 이 안을 멋대로 돌아다니며 인간을 먹이로 삼고 있었다 .
테세우스는 이런 재난에서 백성을 구해 주기로 결심했다 . 그래서 제물을 바칠 때가 되자 그는 부친의 간곡한 만류도 뿌리치고 자진해서 그 제물의 한 사람이 되었다 . 배는 전과 같이 검은 돛을 올리고 나아갔다 . 테세우스는 부친에게 자기가 승리하고 돌아올 때에는 검은 돛 대신 흰 돛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 일행이 크레타에 닿자 청년과 처녀들은 미노스 앞으로 끌려 나갔다 .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왕의 딸 아이아드네는 테세우스의 모습을 보고 사랑하게 되었고 , 테세우스 역시 그 사랑에 응했다 . 아리아드네는 그에게 칼 한 자루를 내주면서 그것으로 미노타우로스와 싸우라고 말하고 , 또한 실타래를 주어 이것을 풀어나가면 미궁에서 나올 수가 있다고 말했다 . 덕분으로 그는 손쉽게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궁에서 탈출하자 , 아리아드네를 데리고 동료들과 함께 아테네를 향해 떠났다 . 도중에 일행은 낙소스 섬에 들렀는데 , 이곳에서 테세우스는 잠든 아리아드네를 남겨두고 떠나버렸다 . 은인에 대한 그의 이런 배은망덕한 행위는 꿈속에 나타난 아테나 여신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
그런데 아티카 해안에 닿았을 때 , 테세우스는 부친과 약속한 사실을 깜빡 잊고 흰 돛을 올리지 않았다 . 그래서 나이든 왕은 자기 아들이 죽은 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이리하여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 .
테세우스의 모험 가운데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존 족의 정벌이었다 . 그는 이 종족을 습격하여 여왕 안티오페를 납치해 왔다 . 그러자 이번에는 아마존 족이 아테네로 쳐들어왔다 . 그리고 테세우스가 승리를 얻은 마지막 전투는 바로 아테네의 중심부에서 있었던 것이다 .
테세우스와 페이리토스와의 우정은 매우 돈독했는데 , 그 시작은 서로 무기를 들고 대적하고 있을 때였다 . 페이리토스는 마라톤 들판으로 침입하여 이 아테네 왕이 소유하고 있는 소 떼들을 끌고 가려고 했다 . 그래서 테세우스는 이 침략자들을 격퇴하러 갔다 . 그런데 페이리토스는 테세우스의 모습을 보자마자 감복하고 말았다 . 그리고 휴전의 표시로 오른손을 들고 이렇게 외쳤다 .
“처분대로 하시오 . 그대는 어떤 배상이 필요한가 ? ”
아테네의 왕은 대답했다 .
“자네의 우정일세 . ”
그리고 두 사람은 두터운 신의를 맹세했다 . 그들의 우정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 그리고 두 사람은 각기 제우스의 딸을 아내로 삼고자 했다 . 테세우스는 헬레네를 택했다 . 헬레네는 당시 아직 어린애였으나 뒤에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유명한 미인이었다 . 테세우스는 친구의 도움을 빌려 이 헬레네를 납치해 갔다 . 페이리토스는 암흑의 나라의 왕비 페르세포네를 원했다 . 그래서 테세우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와 함께 명계로 내려갔다 . 그러나 하데스는 이들을 잡아 궁전 문 앞에 있는 마법의 바위 위에 가두었다 . 그때 헤라클레스가 와서 테세우스를 구해냈으나 페이리토스는 결국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
안티오페가 죽은 뒤 , 테세우스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딸인 파이도라와 결혼했다 . 그녀는 테세우스의 아들 히폴리토스에게서 그의 부친을 닮은 매력과 자기와 같은 나이가 지니는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 그녀는 곧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 그러나 젊은이는 이 계모의 사랑을 단호히 뿌리쳤다 . 그러자 그녀의 사랑은 증오로 변했다 . 그녀는 마침내 남편이 자기에게 푹 빠져 있는 것을 미끼로 남편으로 하여금 그 아들을 질투하게 만들었다 . 그러자 남편은 포세이돈에게 빌어 아들에게 복수를 하게 했다 .
어느 날 히폴리토스가 바닷가에서 이륜차를 몰고 있을 때 바다의 괴물이 파도 사이에서 갑자기 모습을 나타냈다 . 그 때문에 놀란 말은 함부로 달리기 시작했으며 이륜차를 산산조각으로 부수어 버렸다 . 히폴리토스는 이렇게 해서 죽었는데 , 아르테미스의 도움으로 아스클레피오스가 다시 그를 되살렸다 . 아르테미스는 히폴리토스를 어리석은 부친과 부정한 계모 밑에서 구해내 이탈리아로 데리고 간 다음 에게리아라는 님프에게 보호시켰다 .
테세우스도 마침내 국민의 지지를 잃어 스킬로스 왕 리코메데스의 궁전에서 은거했다 . 왕은 처음에는 테세우스를 따뜻하게 맞았으나 얼마 안 가서 그를 배반하여 죽이고 말았다 . 훗날 , 아테네의 장군 키몬은 테세우스의 유해를 찾아 그것을 아테네로 옮겨갔다 . 그리고 유해는 이 영웅을 위해 세워진 테세이온 신전에 안치되었다 .
아르고호 원정에 참가한 영웅 중에 멜레아그로스가 있었다 . 칼리돈의 왕 오이네우스와 그의 아내 알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 알타이아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세 명의 모이라 ( 운명의 여신 ) 들을 보았다 . 운명의 실을 잣는 이 여신들은 , 이 아이는 지금 화덕 안에서 타고 있는 장작이 완전히 타버릴 때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 그래서 알타이아는 그 타다 남은 장작의 불을 꺼서 몇 년 동안 소중히 간직해 두었다 . 멜레아그로스는 소년으로 , 청년으로 , 그리고 어느덧 장년이 되었다 .
그러던 어느 날 , 부친 오이네우스는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다가 그만 아르테미스에게만은 그 예의를 잊었다 . 여신은 자기를 소홀히 한 것에 노하여 한 마리의 큰 산돼지를 보내 칼리돈의 논밭을 모조리 황폐화시켰다 . 그 산돼지의 눈은 피와 불에 이글이글 빛났고 털은 날이 잘 선 창처럼 뻣뻣하고 날카로웠으며 , 이빨은 인도에 사는 코끼리의 이빨 같았다 . 곡식은 짓밟히고 포도나 올리브 나무도 다 망가졌으며 양 떼도 소 떼도 이 사나운 짐승에게 쫓겼다 .
멜레아그로스는 그리스의 영웅들에게 격문을 보내 이 괴물을 퇴치하는 용감한 사냥에 참가할 것을 호소했다 . 그리고 테세우스와 그의 친구 페이리토스 , 이아손 , 뒤에 아킬레우스의 부친이 되는 펠레우스 , 네스토르 등의 영웅들이 사냥에 모두 참가했다 . 아르카디아의 왕 이아소스의 딸 아탈란테도 달려왔는데 , 그녀의 얼굴은 여성이 지니는 아름다움과 용감한 청년이 지니는 매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보자 멜레아그로스는 사랑에 빠졌다 .
그 사이 일행은 이미 괴물이 사는 동굴 근처에 이르고 있었다 . 그들은 강한 밧줄을 나무에 쳤다 . 그리고 개를 풀어 산돼지의 발자국을 찾으려 했다 . 숲에는 늪으로 내려가는 언덕이 있었다 . 이곳에 산돼지가 숨어 있었는데 ,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를 듣자 산돼지는 갑자기 개들을 향해 훌쩍 뛰어나왔다 .
이아손은 자기에게 승리를 달라고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빌면서 들고 있던 창을 던졌다 . 그 기도를 듣고 기분이 좋아진 여신은 그 창이 산돼지에게 맞도록 했다 . 그러나 상처를 입히는 것은 허용치 않았다 . 네스토르는 산돼지의 습격을 받자 근처의 나뭇가지 위로 뛰어올라 몸을 피했다 . 드디어 아탈란테가 쏜 화살이 돼지에게 맞아 상처를 입혔다 . 그것은 매우 가벼운 상처였지만 , 멜레아그로스는 그것을 보자 기쁘게 그녀의 공적을 칭찬했다 . 테세우스도 창을 던졌으나 빗나가고 말았다 . 이아손이 던진 창도 과녁에서 빗나가 자기들의 사냥개를 죽이고 말았다 . 이때 멜레아그로스가 날쌔게 달려들어 창으로 산돼지를 꿰뚫었다 . 주위에서 환성이 올랐다 . 일동은 승리자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며 기뻐했다 . 멜레아그로스는 이 산돼지의 머리와 털가죽을 아탈란테에게 선사했다 . 그러자 질투심이 일어난 멜레아그로스의 외삼촌 프렉시포스와 톡세우스는 이 선물에 반대했다 . 그리고 아탈란테의 전리품을 빼앗아 버렸다 . 멜레아그로스는 자기에 대한 이 무례한 짓에 불같이 노하여 흥분 때문에 그들이 친척이라는 사실도 잊고 두 사람을 칼로 찔러 죽였다 .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알타이아는 아들의 승리를 감사하여 신전으로 제물을 바치러 갔다가 살해된 동생들의 시체를 보았다 . 그녀는 울부짖으며 가슴을 치고 허둥지둥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 그러나 그 살해자가 바로 자기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자 , 슬픔은 사라지고 아들에 대한 불 같은 노여움이 치밀어 올랐다 .
그녀는 자기가 그 옛날 불 속에서 꺼낸 그 타다 남은 운명의 장작을 , 운명의 여신들이 멜레아그로스의 목숨과 결부시킨 그 장작을 꺼내어 불을 준비시켰다 . 그리고 네 번이나 그 불 속에다 장작을 던져 넣으려다가는 그때마다 아들을 생각하고 몸을 떠는 것이었다 . 모친으로서의 감정과 누이로서의 감정이 마음속에서 다투는 것이었다 . 자기가 저지르려는 짓을 생각하고 얼굴이 창백해지는가 하면 , 다음 순간에 아들의 소행에 대한 노여움으로 다시 흥분을 이기지 못했다 . 그러나 잠시 후 누이로서의 감정이 모친으로서의 감정을 눌러버렸다 . 그래서 그녀는 운명의 장작을 움켜쥐고 이렇게 말했다 .
“보십시오 , 복수의 여신님 . 제가 바치는 제물을 보시옵소서 ! 죄에는 죄로 보상해야 합니다 . 테스티오스 가문이 두 아들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데 , 오이네우스만이 승리의 기쁨에 들떠 있어야 하겠습니까 ? 동생들아 , 어머니로서의 내 나약함을 용서해다오 . 이 손이 좀체 말을 듣지 않는구나 . 물론 그 애가 한 짓은 천 번 죽어 마땅하다 . 하지만 꼭 내 손에 죽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 그렇다고 그 애를 살려두어 이 칼리돈을 지배하게 만들 수야 없지 . 안 돼 , 안 돼요 ! 멜레아그로스야 , 너는 내가 그 장작불을 꺼준 덕분으로 오늘까지 살아온 것이다 . 이제 너는 죽음으로 네 죄를 씻어야 하느니라 . 오오 ,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그때 죽는 편이 좋았을 것을 ! 그러나 동생들아 , 너희들이 승리한 것이다 . ”
그녀는 말을 마치자 , 고개를 돌리고 그 운명의 장작을 불 속에다 던져 넣었다 . 장작은 무서운 신음소리를 냈다 . 멜레아그로스는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 그의 몸이 불에 타기 시작한 것이다 . 그는 자기를 태워버리려는 그 불길에 용감한 긍지만으로 이기려고 했다 . 피도 흘리지 않고 명예도 얻을 수 없는 그런 죽음에 의해 자기가 멸망해 가는 사실만을 안타까워했다 .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늙은 부친과 형과 상냥한 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 또한 사랑하는 아탈란테의 이름을 , 그리고 또한 자기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당사자인 어머니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것이었다 . 불은 훨훨 타오르고 그의 고통도 더욱 심해졌다 . 이윽고 그 불길도 고통도 약해지고 드디어 모두 사그라졌다 . 장작은 재가 되고 멜레아그로스의 생명은 몰아치는 바람을 타고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
한편 , 알타이아는 장작을 불 속에 던져 넣은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멜레아그로스의 누이들은 동생의 죽음을 슬퍼했는데 그 처절한 슬픔은 아무도 위로할 수 없을 정도였다 . 그러자 아르테미스는 한때 자기를 화나게 만들었던 이 집안의 불행을 이제는 딱하게 생각하고 그녀들을 새로 변하게 했다 .
멜레아그로스의 슬픔의 원인은 , 여자로서는 매우 보기 드문 아탈란테라는 처녀에게 있었다 . 그녀는 언젠가 운명을 신탁에 물은 적이 있었는데 ,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아탈란테여 , 그대는 결혼하지 말라 . 결혼하면 멸망하리라 . ”
그녀는 이 신탁의 계시가 겁이 나 남자들과의 교제를 피하고 사냥에만 열중했다 . 그리고 모든 구혼자에게 하나의 조건을 내세워 성가신 청혼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었다 . 그 조건이란 경주를 해서 자기한테 이기는 자에게 시집을 가기로 하되 , 만일 그가 지면 그 벌로 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이와 같이 어려운 조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위험한 도박을 해보려는 사람이 있었다 . 히포메네스는 이 경주를 심판할 작정이었는데 , 그는 이렇게 말했다 .
“그까짓 여자 하나 때문에 그런 위험을 무릅쓰다니 , 바보 같은 사람들도 다 있군 . ”
그런데 막상 경주를 하려고 옷을 벗어던진 아탈란테의 모습을 보자 , 그는 생각을 고쳐 이렇게 말했다 .
“나의 비웃음을 용서하시오 , 여러분 . 나는 당신들이 다투고 있는 여인을 잘 모르고 있었소 . ”
그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면서 그들 모두가 경주에서 패배하기를 원했으며 , 혹시 조금이라도 이길 가능성이 보이는 자에게는 불타는 질투가 끓어올랐다 .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 처녀는 날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 그녀와 겨룬 젊은이들은 모두 졌으며 무자비하게 죽었다 . 그러나 히포메네스는 이런 결과에 조금도 겁먹지 않고 처녀를 바라보면서 말해다 .
“당신은 어째서 이런 굼벵이들한테 이겼다고 우쭐하는 겁니까 ? 이번엔 내가 당신을 상대해 드리겠소 . ”
아탈란테는 불쌍하다는 듯이 그를 보면서 망설였다 . ‘어떤 신이 이렇게 젊고 잘생긴 사람을 충동질해서 목숨을 버리게 만들려는 것일까 ? 이 사람이 불쌍하구나 . 그것은 이 사람이 잘생겼기 때문만이 아니고 , 젊기 때문이야 . 이 사람이 경주를 포기했으면 좋으련만 . 아니면 제발 나보다 빨리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이런 생각으로 망설이고 있으려니 구경꾼들은 기다리다 지쳐 어서 경주를 시작하라고 아우성이었다 .
그때 히포메네스는 아프로디테를 향해 기도를 드렸다 .
“아프로디테 님 , 저를 도와주십시오 . 제가 이렇게 된 것도 사랑의 여신인 당신 때문입니다 . ”
그러자 여신은 그의 소원을 받아들이고 자비를 베풀었다 . 아프로디테에게 바쳐진 키프로스 섬의 신전 뜰에는 누런 잎과 가지 , 금빛 열매가 달린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 여신은 이 나무에서 세 개의 사과를 따서 아무도 몰래 히포메네스에게 주고 그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
신호의 나팔이 울리자 두 사람은 출발하여 날 듯이 뛰어갔다 . 관중들은 큰 소리로 히포메네스를 응원했다 . 그러나 젊은이는 차츰 숨이 차고 목이 말라 왔다 . 그러나 결승점은 아직도 멀었다 . 그는 가지고 있던 황금사과 한 개를 던졌다 . 아탈란테는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그리고 멈춰서서 그것을 주웠다 . 그 틈에 히포메네스는 그녀를 앞질렀다 . 사방에서 환성이 올랐다 . 그러나 아탈란테는 다시 힘차게 달려 순식간에 그를 따라갔다 . 그는 또다시 사과를 던졌다 . 그녀는 다시 발을 멈춰 사과를 줍더니 금세 그를 따랐다 . 이제 결승점은 눈앞에 있었다 . 남은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
“여신님 , 당신이 주신 물건에 힘을 주십시오 . ”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마지막 사과를 힘껏 던졌다 . 아탈란테는 그것을 보자 망설였다 . 그러나 아프로디테는 그녀가 그것을 줍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 마침내 아탈란테는 그것을 주우러 갔고 경주에 지고 말았다 . 이리하여 젊은이는 아탈란테를 데리고 갔다 .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너무나 자기들의 행복에만 빠져 그들을 맺어준 아프로디테에게 인사하는 일을 잊어버렸다 . 여신은 은혜를 모르는 이 두 사람에게 화가 나서 그들로 하여금 키벨레의 노여움을 살 행동을 시켰다 . 키벨레 여신이 이들의 무례를 눈감아 줄 리 없었다 . 그녀는 이 두 사람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박탈하고 그들을 그 성격에 닮은 짐승으로 만들어 버렸다 . 구혼자들을 가차 없이 죽여온 아탈란테는 암사자로 , 그리고 그녀의 주인이고 남편인 히포메네스는 수사자로 모습을 바꾸어 이 두 마리의 사자로 하여금 자기의 수레를 끌게 한 것이다 . 오늘날에도 이 두 사람은 여신 키벨레를 그린 조각이나 그림 등의 작품에서 사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신화에는 여러 가지 괴물들 , 즉 사람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이상한 형상의 괴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 페르세우스가 퇴치한 고르곤 ( 머리카락이 모두 뱀으로 된 세 자매의 괴물 ), 오이디푸스가 추방한 스핑크스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
기간테스 ( 거인들 ) 는 주로 몸의 크기가 인간과 다른 것을 말한다 . 이 기간테스에도 여러 부류가 있다 . 인간적인 기간테스 , 예컨대 키클로페스 ․ 안타이오스 ․ 오리온 등은 인간과 아주 동떨어진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 그들은 인간과 사랑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신들과 전쟁을 한 초인적인 기간테스는 굉장히 큰 체구를 지니고 있었다 . 티티오스는 몸을 풀밭에 눕히면 36m 나 되었다고 하며 , 엥케라도스는 신이 그를 눌러두기 위해 아이트나 산을 모두 올려놓았을 정도였다 . 이런 기간테스가 신들을 상대로 한 전쟁에 대해서는 이미 말한 바 있거니와 , 이런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동안 기간테스는 무시할 수 없는 적이었다 . 그 중에는 브리아레오스처럼 백 개의 팔을 가진 것도 있었고 , 티폰처럼 불을 내뿜는 것도 있었다 .
한때는 이 기간테스를 두려워한 신들이 이집트까지 도망하여 여러 동물의 모습으로 변해 몸을 감추고 있었을 정도였다 . 제우스는 황소로 모습을 바꾸었다 . 그래서 그 후 이집트에서는 구부러진 뿔을 지닌 암몬 신으로서 제우스를 숭배했다 . 아폴론은 까마귀로 , 디오니소스는 염소로 , 아르테미스는 고양이로 , 헤라는 암소로 , 아프로디테는 물고기로 , 헤르메스는 새로 변신했다 .
이 기간테스는 언젠가 하늘로 쳐들어가려고 옷사 산을 들어 올려 펠레온 산 위에 쌓은 적도 있었다 . 그러나 그들도 결국 벼락에 의해 진압되었다 . 이 벼락은 아테네가 제우스를 위해 발명한 것으로서 , 여신은 그것을 헤파이스토스와 그의 키클로페스들에게 가르쳐서 만들게 한 것이다 .
이 괴물은 머리에서 허리까지가 사람이고 , 나머지는 말의 형상이었다 . 켄타우로스들은 인간과의 교제가 허용되어 있었기 때문에 , 페이리토스와 히포다메이아가 결혼할 때에도 다른 손님과 같이 초대되었다 . 그런데 이 축하연 자리에서 켄타우로스 족의 하나인 에우리티온이 술에 만취되어 신부에게 무례한 짓을 하려고 했다 . 그러자 다른 켄타우로스들도 이에 합세하였기 때문에 무서운 싸움이 일어나 몇 명이 죽었다 . 이것이 그 유명한 라피테스 족과 켄타우로스 족의 싸움이다 .
그러나 켄타우로스들 모두가 거칠다는 것은 아니다 . 케이론이라는 켄타우로스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에게 가르침을 받아 사냥 ․ 의술 ․ 음악에 대한 조예가 매우 깊었다 .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의 양털을 찾은 이아손이나 트로이 전쟁의 용사인 아킬레우스도 모두 이 케이론의 제자였다 . 특히 나이 어린 아스클레피오스는 부친 아폴론에 의해 케이론에게 맡겨진 인물이었다 . 케이론이 이 어린애를 집으로 데리고 오자 그의 딸 오키로에가 나와 그를 맞았는데 , 어린애를 보자 그 애가 차지할 영광을 예언했다 . 아스클레피오스는 장성하자 유명한 의사가 되어 죽은 자를 살려내기도 했다 . 이렇게 되자 명계의 왕 하데스는 화를 냈으며 , 제우스는 하데스의 소원을 받아들여 이 훌륭한 의사를 벼락으로 죽였는데 , 죽은 뒤에는 딱하게 여겨 그를 신들의 자리에 끼워주었다 .
케이론은 모든 켄타우로스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가장 공정하였으므로 , 제우스는 그가 죽자 궁수자리라는 별자리 안에 그를 두었다 .
피그마이오스란 소인족을 가리키며 , 이는 팔꿈치에서 가운뎃손가락까지의 길이가 13 인치 ( 약 33 ㎝ ) 라는 것을 뜻하는 ,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이다 . 그것이 이 종족의 키였다 .
그들은 네일로스 강 ( 지금의 나일 강 ) 의 수원지 근처에 살고 있었다 . 해마다 겨울이 되면 이곳에 학이 모여들었는데 , 이 작은 민족에게 학의 출현은 피 흘리는 전쟁의 신호였다 . 그들은 무기를 들고 이 욕심스러운 학으로부터 그들의 논밭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 .
피그마이오스의 군대는 언젠가 헤라클레스가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 마치 한 나라를 공격하기라도 하듯이 이 영웅을 습격할 준비를 했다 .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잠에서 깨어나자 이 작은 군대들을 보고 웃으면서 사자 가죽에 싸가지고 돌아왔다 .
그립스 ( 그리핀 또는 그리폰 ) 는 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달고 있고 , 등은 깃털로 덮인 괴물이다 . 그들은 새처럼 둥지를 짓는다 . 그리고 유난히 긴 발톱을 가지고 있었는데 , 그 크기는 그 나라 사람들이 술잔으로 만들 정도로 컸다 .
인도가 이들의 고향이라고 하는데 , 그들은 산에서 황금을 찾아내 그 황금으로 둥지를 만들었다 . 그래서 그들의 둥지는 사냥꾼들이 매우 탐을 내며 호시탐탐 엿보고 있었으므로 밤에도 자지 않고 그것을 지켜야 했다 . 그립스들은 본능적으로 보물이 매장되어 있는 곳을 알았다 . 그리고 전력을 다해서 그들의 적인 약탈자들을 막았다 .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이용하여 탈출한 그 미궁은 다이달로스라는 매우 솜씨 좋은 발명가가 만든 것이다 . 그 건축물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꼬불꼬불한 길과 미로가 서로 연결되고 있었다 . 어디가 처음이고 어디가 끝인지 분간할 길이 없었다 . 마치 마이안드로스 강이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 어떤 때는 앞쪽으로 흐르고 있는가 싶으면 , 다시 역류하여 바다로 나아가는 것과 비슷했다 .
다이달로스는 이 미궁을 미노스 왕을 위해 만들었는데 , 그 후 왕의 총애를 잃고 탑 안에 갇히게 되었다 . 그는 그곳에서 도망치려고 했으나 , 바다를 건너 그 섬을 빠져나갈 재주가 없었다 . 왕이 모든 배를 엄중히 감시시키고 있어 탈출은 도저히 불가능했던 것이다 .
다이달로스는 생각 끝에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
“미노스가 육지와 바다를 지배할 수는 있어도 하늘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 그러니 하늘로 도망쳐 보자 . ”
그는 자기와 어린 아들 이카로스를 위해 날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 새의 깃털을 이용해 가장 짧은 깃털부터 차츰 큰 깃털을 이어가 부채 모양으로 만들었다 . 큰 날개는 실로 꿰매고 작은 날개는 초를 녹여 붙여 전체를 새의 날개처럼 가볍게 구부렸다 . 이카로스는 곁에서 부친의 꼼꼼한 작업을 보고 있었는데 , 이따금 날개를 모으러 뛰어다니기도 하고 초를 만지거나 그것을 고치거나 하면서 아버지의 일을 성가시게 방해했다 .
일이 완성되자 다이달로스는 날개를 퍼덕여 보였다 . 그러자 몸이 떠올라 그대로 공중에 머물렀다 . 이어 그는 아들에게도 같은 날개를 달아주고 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 그것은 어미새가 새끼새를 높은 둥지에서 하늘로 데리고 나가는 것과 비슷했다 . 이렇게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자 그는 차분히 말했다 .
“이카로스야 , 반드시 한가운데를 날아야 한다 . 알겠니 ? 너무 낮은 곳을 날면 파도의 습기로 날개가 무거워지고 , 너무 높은 곳을 날면 햇빛으로 날개가 녹아버리니까 조심해야 한다 . 내 곁에서 나란히 따라오너라 . ”
거듭 주의를 주고 아들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는 사이에도 그의 얼굴은 눈물에 젖었고 손은 떨렸다 . 그는 아들에게 키스를 했는데 , 설마 그것이 마지막 키스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이윽고 날개를 타고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아들에게 자기의 뒤를 따르라고 일렀다 . 그는 하늘을 날면서 계속 뒤돌아보며 아들이 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
그들은 왼쪽으로 사모스 섬과 델로스 섬을 , 오른쪽으로는 레빈토스 섬을 바라보면서 날아갔는데 , 이때 소년은 자기가 날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서 아버지에게서 떨어져 하늘로 다가가려는 듯 높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 그리고 불타는 태양 곁으로 다가갔는데 , 그 때문에 날개를 붙이고 있던 초가 녹아 날개는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 그는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이내 바다로 떨어져 파도에 삼켜지고 말았다 . 이 바다는 뒤에 그의 이름을 따서 ‘이카로스해’라고 부르게 되었다 . 이카로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 부친은 외쳤다 .
“이카로스 , 이카로스야 , 어디로 갔느냐 ? ”
다이달로스는 날개가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 그는 자신의 기술을 한탄하면서 시체를 파묻고 그 고장을 이카리아라고 이름 붙였다 . 다이달로스는 무사히 시켈리아 ( 지금의 시칠리아 ) 섬에 닿았으며 , 그곳에 아폴론 신전을 세우고 자기의 날개를 이 신에게 바쳤다 .
다이달로스는 자기의 기술에 대단한 긍지를 품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와 어깨를 겨눌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 그의 누이는 아들인 페르딕스를 그에게 맡겨 기계기술을 가르쳤다 . 페르딕스는 재주 있는 제자여서 연구 결과를 여러 형태로 실증해 보였다 . 그는 바닷가를 걷다가 물고기의 등뼈를 주웠는데 그것을 본떠 철판 한쪽에 날을 만들어 톱을 발명했다 . 또한 두 개의 쇠로 컴퍼스를 만들기도 했다 . 다이달로스는 이런 조카의 재주를 몹시 시기하여 , 어느 날 높은 탑을 걷고 있는 그를 떼밀어 버렸다 . 그러나 발명의 재간을 사랑하는 아테나 여신은 그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목숨을 구했으며 , 그의 모습을 새로 바꾸어 주었다 .
이 새는 그의 이름을 따서 페르딕스라고 불렀다 . 이 새는 나무 위에 둥지를 짓지도 , 높이 날지도 않았으며 울타리 속에 숨어 살면서 추락할까 봐 두려워 높은 곳을 피해 다녔다 .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메가라와 전쟁을 시작했다 . 니소스는 메가라의 왕이었고 , 스킬라는 그의 딸이었다 .
포위공격은 이미 6 개월이나 계속되어 메가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 그럼에도 메가라는 여전히 그 공격에 견디고 있었는데 , 거기에는 까닭이 있었다 . 니소스 왕의 머리카락 속에 빛나고 있는 한 웅큼의 주홍빛 털이 그의 머리에 있는 이상 이 나라는 함락되지 않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이 도시의 성벽에는 탑이 하나 있었는데 , 그곳에서 미노스와 그 군대 가 진영을 치고 있는 들판이 내려다보였다 . 스킬라는 종종 이 탑에 올라 적의 진영을 내려다보았다 . 그리고 포위가 너무나 오래 계속되었기 때문에 스킬라는 적군의 장군들의 얼굴이나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게 되었다 .
미노스의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투구를 쓰고 방패를 든 그의 우아한 풍채는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 그가 창을 던지면 그 순간에 모든 것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 활시위를 당길 때면 아폴론이라도 그 이상 우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그가 투구를 벗고 화려한 백마에 올라탄 모습을 보았을 때 , 니소스의 딸은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 그녀는 미노스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다 . 당장이라도 적군 속을 뚫고 그에게 날아가고 싶었다 . 그 탑 위에서 적의 진영 한복판으로 몸을 던지거나 그를 위해 성문을 활짝 열어주고도 싶었다 . 미노스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다 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그녀는 탑에 앉아 혼잣말을 했다 .
“나는 이 처참한 전쟁을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 미노스가 우리의 적이라는 사실은 원망스럽지만 , 그분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이유야 어찌됐든 나는 기쁘다 . 날개를 타고 그분의 진영으로 내려가 그에게 몸을 맡길 수 있다면…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아버님을 배반하는 것이다 . 안 된다 . 그보다는 차라리 내가 죽어 미노스를 다시 보지 않는 편이 낫다 . 아아 , 그렇기는 하지만 미노스한테 정의가 있음은 분명해 . 그렇다면 어째서 사랑의 힘이 그분을 위해 성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 어차피 무력으로 성문이 열릴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 그리고 만일 누군가가 미노스를 죽이거나 한다면 ! 설마 그렇게야 안 되겠지만 , 만일이라는 것이 있다 . ”
그녀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
“그럴 바에야 차라리 그분한테 몸을 맡기고 이 나라를 지참금으로 해서 이 전쟁을 끝내자 . 하지만 어떻게 ? 문에는 문지기가 있고 그 열쇠는 아버님이 갖고 계시니 . 아버님이 방해가 되는구나 . 오오 , 신들의 뜻으로 아버님을 데려가 주신다면 좋으련만 ! 하지만 안 될 말이다 . 사랑을 위해 부모와 나라를 팔다니 ! 그렇지만 다른 여자였다면 , 나처럼 이렇게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다면 , 자기 손으로 사랑의 방해물을 , 설령 그것이 무엇이건 제거하리라 . 아아 ,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은 아버님의 주홍빛 머리카락이다 . 내게는 황금보다 귀중한 것이지 . ”
그녀가 이렇게 자신을 납득시키고 있는 사이에 어느덧 밤이 왔으며 , 메가라의 성은 잠이 들었다 .
스킬라는 결심을 굳히고 부친의 침실로 숨어들어가 그 운명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 그리고는 성을 빠져나와 적의 진영으로 달려갔다 . 그녀는 적병에게 자기를 미노스 왕에게 데려가 달라고 말했고 , 왕 앞에 나가자 이렇게 말했다 .
“저는 니소스의 딸 스킬라입니다 . 저는 당신에게 이 나라와 아버지와 집을 바칩니다 . 그 대가로는 당신 자신밖에는 아무런 것도 필요치 않습니다 . 저는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에 이런 짓을 저지른 것입니다 . 이 주홍빛 머리카락을 보십시오 . 이 머리카락과 함께 저는 부친과 이 왕국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 ”
그녀는 말을 마치자 운명의 약탈품을 내밀었다 . 그러나 미노스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외쳤다 .
“신들이 너를 멸망케 하셨으면 좋겠다 , 이 간악한 여인아 ! 우리 시대의 수치다 ! 땅도 바다도 네게 안식처를 주지 않기를 ! 우리 크레타의 땅을 , 그 제우스의 요람지를 이런 짐승 같은 여자로 더럽힐 수는 없다 ! ”
스킬라는 미노스의 이 말을 듣자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
“이 배은망덕한 자여 , 그래 나를 이렇게 버리고 간단 말이냐 ! 승리를 준 나를 , 너를 위해 부모도 나라도 희생한 나를 ! 나는 죄를 지었으니 죽어 마땅하지만 네 손에 죽고 싶지는 않다 . ”
미노스의 함대가 바닷가를 막 떠나가려고 하자 , 그녀는 바다로 뛰어들더니 배에 매달려 따라갔다 . 그러자 하늘 높이 날고 있던 , 그녀의 부친이 변신한 물수리가 그녀를 발견하자 덤벼들어 부리와 발톱으로 그녀를 습격했다 . 그녀는 무서움에 배에서 떨어져 바다 속으로 빠질 뻔했으나 어떤 자비로운 신이 그녀를 백로로 바꾸어 주었다 .
물수리는 지금도 여전히 옛날의 원한을 품고 있다 . 그래서 하늘 높이 날다가도 백로를 보면 반드시 부리와 발톱으로 쪼아대면서 그 옛날의 원한을 풀려고 하는 것이다 .
옛날 어떤 나라의 왕과 왕비 사이에 세 딸이 있었다 . 두 언니도 인물이 뛰어났지만 , 막내의 아름다움은 이 세상의 어떠한 말로도 도저히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
그녀의 아름다움은 이웃 나라에까지 소문이 퍼져 많은 사람들이 그 얼굴을 보려고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 아프로디테에게만 보내야 할 경의를 이 왕녀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 차츰 아프로디테의 제단은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 사람들은 모두 이 처녀를 숭배하였다 . 신들에게 바쳐야 할 경의를 인간에게 바치자 , 아름다움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노여움에 떨면서 외쳤다 .
“나의 명예를 한낱 인간 처녀한테 빼앗기고 만단 말인가 ? 그따위 계집애한테 그렇게 손쉽게 내 명예를 빼앗길 수야 없지 . 당장 그 뻔뻔스러운 계집애가 후회를 하도록 만들어 줄 테다 ! ”
그녀는 곧 날개가 달린 아들 에로스를 불렀다 . 그리고는 왕의 막내딸 프시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
“에로스야 , 저 괘씸한 계집애를 혼내주어 엄마의 한을 풀어다오 . 내가 받은 이 큰 상처에 못지않은 상처를 저 계집애한테 갚아 주거라 . ”
에로스는 곧 준비했다 . 아프로디테의 정원에는 샘이 두 개 있는데 , 하나는 단 물이 솟아나오고 또 하나는 쓴 물이 솟아나오고 있었다 . 에로스는 이 샘에서 두 개의 호박병에 따로따로 물을 떠서 그것을 화살통 끝에 매달고 프시케의 방으로 갔다 .
그녀는 잠들어 있었다 . 에로스는 쓴 샘물을 몇 방울 그녀의 입술에 뿌렸다 .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을 보자 마음이 흔들려 불쌍한 생각이 들었으나 , 마음을 굳게 먹고 해치운 것이다 . 그리고는 처녀의 옆구리를 화살 끝으로 찔렀다 . 처녀는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에로스 쪽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 그러나 에로스의 모습은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 처녀의 눈길에 에로스는 몹시 당황하여 우물쭈물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화살로 자신을 상처내고 말았다 . 그러나 그는 상처에는 아랑곳없이 그녀의 비단결 같은 머리에 단 물을 뿌렸다 .
프시케는 그 후 아프로디테의 노여움 때문에 아름다운 용모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에서 아무런 이익을 얻을 수 없었다 . 모든 사람들의 눈길은 그녀에게 쏠리고 누구나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했으나 , 국왕도 귀족도 또한 평민조차도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 두 언니는 그녀보다 인물이 훨씬 못했는데도 모두 다른 나라의 왕자와 결혼했다 . 그러나 프시케만은 방에 틀어박힌 채 고독에 잠겨 있었다 . 그녀의 부모는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신들의 노여움을 산 것이나 아닐까 생각하고 아폴론의 신탁을 들었다 . 그러자 그 신탁은 다음과 같은 놀라운 것이었다 .
“그 애는 인간의 신부가 될 수 없는 운명이다 . 미래의 남편은 산꼭대기 에서 기다리고 있다 . 그는 신들도 인간도 감히 거역할 수 없는 괴물이다 . ”
이 무서운 신탁에 놀란 부모는 슬픔에 잠겼다 . 그러자 프시케가 말했다 .
“아버님 어머님 , 왜 이제 와서 슬퍼하시나요 ? 모두들 입을 모아 저를 새로운 아프로디테라고 불렀을 때 슬퍼하셨어야 했을 거예요 . 이제서야 알게 됐지만 , 저는 아프로디테의 희생이 된 거예요 .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없지요 . 자아 , 그 산꼭대기로 데려다 주세요 . ”
준비가 갖추어지자 왕녀는 혼례행차 속에 들어갔다 . 그러나 그것은 혼례행차라기보다는 오히려 장례행렬이라고 하는 편이 나았다 . 그녀는 부모의 부축을 받고 친지들의 슬퍼하는 위로의 말을 들으면서 산으로 올라갔다 .
산꼭대기에 이르자 모두들 그녀를 혼자 남겨두고 탄식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 프시케가 산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으려니 정다운 제피로스 ( 서쪽 바람이라는 뜻 ) 가 그녀를 꽃이 만발한 골짜기로 살며시 실어다 주었다 . 차츰 마음이 가라앉게 된 그녀는 풀이 무성한 둑에 드러누워 잠이 들었다 .
눈을 뜨자 바로 가까이에 나무가 우거진 , 상쾌해 보이는 숲이 있었다 . 그 속으로 들어가 보니 한가운데에 샘이 있고 , 그 샘에서는 수정같이 맑은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 그 곁에는 훌륭한 궁전이 서 있었다 . 그녀는 궁전으로 다가가서 안으로 들어갔다 . 눈에 띄는 물건마다 그녀에게 기쁨과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 프시케가 정신없이 둘러보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이런 말이 들려왔다 .
“여왕님 , 지금 보고 계시는 것은 모두가 당신의 것입니다 . 당신이 듣고 계시는 이 목소리는 당신의 하인인 저희들의 목소리입니다 . 먼저 방으로 가셔서 잠시 솜털 침상에서 주무십시오 . 그리고 적당한 시간에 목욕을 하십시오 . 식사는 옆에 있는 작은 방에다 준비하겠습니다 . ”
프시케는 목소리만 들리는 이 하인의 말을 따랐다 . 한잠 자고 나서 목욕을 끝내자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 그러자 곧 식탁이 저절로 차려지고 , 맛있는 음식이 잔뜩 나왔다 . 그리고 얼굴 없는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들려왔다 .
프시케는 운명의 남편을 아직 보지 못했다 . 남편은 밤중에만 찾아왔다가 날이 밝기 전에 가버리기 때문이었다 . 그러나 그 목소리는 애정에 넘쳐 있고 행동은 상냥했다 . 그녀는 그에게 제발 돌아가지 말고 모습을 보여 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 그는 그때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어째서 나를 보고 싶어하오 ? 내 사랑이 믿어지지 않는단 말이오 ? 그대가 내 모습을 보면 아마 나를 무서워하게 될 거요 . 그대는 그저 나를 사랑해 주기만 하오 . ”
그런 말에 프시케의 마음도 잠시 동안은 가라앉았다 . 그러나 문득 부모가 생각나고 , 언니들이 이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 호화로운 궁전도 감옥으로만 느껴졌다 . 그래서 어느 날 밤 남편이 찾아왔을 때 , 그 슬픔을 호소하고 가까스로 남편의 승낙을 얻어 언니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가 있게 되었다 .
프시케는 제피로스를 불러 남편의 명령을 전했다 . 그러자 제피로스는 곧 두 언니를 궁전으로 데리고 왔다 . 그녀들은 동생을 끌어안았다 . 프시케는 언니들의 손을 이끌고 황금궁전을 안내했다 . 그리고 목소리만 들리는 하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게 하고 , 또한 자기의 보물을 모두 보여 주었다 . 언니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이 기막힌 물건들을 보자 질투심이 일어났다 . 동생이 자기들보다 훨씬 더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괘씸했다 .
두 언니는 연거푸 질문을 퍼부었다 . 그 결과 동생이 아직도 남편의 모습을 본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그들은 동생의 가슴을 어두운 의심으로 채워 놓았다 .
“너도 생각나지 ? 아폴론의 신탁 . 너는 무서운 괴물하고 결혼하게 된다고 그랬잖아 ? 아무래도 네 남편은 무서운 뱀일 거야 . 너를 잔뜩 살찌워서 잡아먹으려는 게 분명하지 . 그러니까 우리 충고를 들어라 . 램프와 칼을 준비해 뒀다가 남편이 잠들거든 램프를 비춰 똑똑히 확인해 보라구 . 만일 괴물이거든 망설이지 말고 목을 잘라버려 . ”
프시케는 이런 설득에 대해 온갖 저항을 했으나 차츰 언니들이 짠 계획에 마음이 기울어졌다 . 그래서 언니들이 돌아가자 몰래 램프와 칼을 준비해 두었다 . 이윽고 남편이 깊은 잠에 빠졌을 때 , 살며시 일어나 램프를 꺼내 남편의 모습을 보았다 . 그러나 그것은 무서운 괴물은커녕 신들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신이었다 . 눈처럼 흰 목덜미와 볼에서 금빛 고수머리가 물결치고 어깨에는 두 개의 날개가 달려 있었다 . 그녀는 좀 더 가까이 보려고 손에 들고 있던 램프를 기울였다 . 그 순간 , 타고 있던 기름이 한 방울 에로스의 어깨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 그는 깜짝 놀라 눈을 뜨고 그녀를 보았다 . 그리고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새하얀 날개를 펼치고서 그대로 창 밖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
프시케도 열심히 그 뒤를 쫓았으나 보람도 없이 창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 에로스는 땅에 쓰러져 있는 그녀를 보자 이렇게 말했다 .
“오오 , 어리석은 프시케여 , 이것이 나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란 말인가 ? 나는 어머니의 명령을 어기고 그대를 아내로 삼았는데 , 그런 나를 괴물이라 의심하고 내 목을 치려고 하다니 ! 나는 이제 그대 곁에서 영원히 떠나겠소 . 사랑은 결코 의심과 함께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오 . ”
그는 말을 마치자 가엾은 프시케가 땅에 쓰러져 흐느껴 울고 있는 것을 보고도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 그녀는 잠시 후 주위를 돌아보았다 . 그러나 그 호화로운 궁전은 간 곳이 없고 , 그녀는 언니들이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들판에 있었다 . 그녀는 언니들에게 가서 이 불행한 자초지종을 말했다 . 그 말을 듣고 겉으로는 슬픈 척하면서도 이 심술궂은 언니들은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
‘아마 이번에는 그분이 우리 둘 중에서 골라줄 거야 . ’
이런 생각을 품고 언니들은 다음날 아침 각기 일찍 일어나서 그 산으로 올라갔다 . 꼭대기에 이르자 곧 제피로스를 불러 나를 너의 주인에게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 그리고 바위 위에서 몸을 날려 뛰어내렸는데 , 제피로스가 그것을 받아주지 않아 그대로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
한편 , 프시케는 밤낮없이 남편의 행방을 찾아 헤맸다 . 어느 높은 산봉우리 근처에 이르자 훌륭한 궁전이 있는 것을 보고 ,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렸다 .
“혹시 내 남편은 저기에 있는지도 몰라 . ”
그녀는 그쪽으로 가 보았다 . 신전으로 들어가려는데 많은 보리가 눈에 띄었다 . 보리 더미는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 프시케는 어지러이 널려 있는 보릿단을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 그곳은 여신 데메테르의 신전이었는데 , 여신은 프시케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말했다 .
“오오 , 프시케여 , 진실로 우리의 동정을 받을 수 있는 자여 . 나는 그대를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에서 풀리게 해줄 수는 없지만 , 여신의 노여움을 가라앉힐 방법을 알고 있어요 . 그대의 여왕 아프로디테에게 가서 스스로 몸을 맡기도록 해요 . 그리고 경건한 태도로 섬기면 여신도 아마 기분이 풀려 그대의 남편을 돌려줄 거예요 . ”
프시케는 데메테르의 말을 따라 아프로디테의 신전으로 갔다 . 아프로디테는 성난 표정으로 프시케를 맞으며 말했다 .
“하인들 중에서도 가장 불성실한 여인아 , 너는 이제야 네게도 여주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느냐 ? 네가 남편을 찾을 수 있는 길은 정성과 근면밖에는 방법이 없다 . 어디 네 솜씨를 한번 시험해 보자꾸나 . ”
여신은 그 길로 프시케를 신전의 곳간으로 데리고 갔다 . 그곳에는 보리 ․ 조 ․ 완두콩 ․ 팥 등이 저장되어 있었다 . 여신은 말했다 .
“이 곡식을 모조리 가려내 보아라 . 저녁때까지 이 일을 모두 마쳐야 한다 . ”
아프로디테가 나가자 프시케는 이 기막힌 일에 놀라 멍하니 앉아 있었다 . 그녀가 넋을 잃고 앉아 있자 , 에로스는 개미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녀를 동정하게 만들었다 . 개미들은 모조리 곡식 더미로 모여들어 부지런히 곡식을 가려놓았다 . 일이 끝나자 개미들은 곧 모습을 감추었다 . 아프로디테는 저녁때가 되자 신들의 향연에서 돌아왔다 . 그리고 프시케가 시킨 일을 빈틈없이 해놓은 것을 보고 여신은 외쳤다 .
“이것을 네가 했을 리 만무하다 . 괘씸한 것 같으니라구 ! 이것은 에로스 그 애가 한 짓이 분명해 . 너도 네 남편도 불행해질 거다 ! ”
여신은 프시케에게 저녁식사로 빵 한 조각을 던져 주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 이튿날 아침 , 아프로디테는 하인을 시켜 프시케를 불러와 이렇게 말했다 .
“저기 저 숲을 봐라 . 저곳에 가면 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데 , 모두 금빛으로 빛나는 털을 지니고 있다 . 거기에 가서 한 마리씩 그 털을 모은 양털의 견본을 가져오너라 . ”
프시케는 시키는 대로 숲으로 갔다 . 그런데 개울의 신이 그곳에 나 있는 갈대를 불어 갈대들로 하여금 속삭이게 했다 .
“아가씨 , 무조건 그 위험한 냇물을 건너면 안 됩니다 . 또 저 무서운 양들 속으로 들어가서도 안 됩니다 . 양들은 솟아오르는 태양의 영향을 받고 있는 동안은 그 날카로운 뿔이나 이빨로 사람을 죽이려 들기 때문이지요 . 그렇지만 낮이 되면 태양이 양들을 나무그늘로 몰아버리니까 안전하게 개울을 건너갈 수 있습니다 . ”
자비로운 개울의 신은 프시케에게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 그녀는 그 지시를 지켜 무사히 아프로디테에게 금빛 양털을 잔뜩 안고 돌아왔다 . 그러나 아프로디테는 여전히 만족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나는 이 일을 네가 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벌써 알고 있어 . 그러니까 네가 얼마나 재주가 있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단 말이다 . 또 하나 시킬 일이 있다 . 이 상자를 들고 지하의 나라로 가거라 . 이 상자를 페르세포네에게 주고 내가 화장품을 좀 나눠달라고 한다고 전해라 . 우물쭈물하지 말고 속히 다녀와야 한다 . 난 그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고 신들의 향연에 참석해야 하니까 . ”
프시케는 마침내 자기의 죽음이 가까이 온 것을 알았다 .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높은 탑으로 올라가 뛰어내리려 했다 . 그때 탑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가엾은 처녀야 , 그대는 어찌하여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 하느냐 ? 그대에게는 이제까지 기적이 있지 않았느냐 ? ”
그리고 그 목소리는 어떤 동굴을 지나면 하데스의 나라로 갈 수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 프시케는 여러 가지 위험을 피해 머리가 세 개 달린 케르베로스 ( 명계 입구를 지키고 있는 개 ) 곁을 지나고 , 냇물을 지키는 카론 ( 명계의 강을 건네주는 사공 ) 을 설복하여 무사히 하데스의 나라에 닿았다 . 그런데 목소리는 이렇게 덧붙인 바가 있었다 .
“페르세포네가 그 상자에 화장품을 넣어주거든 절대로 그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 . ”
페르세포네의 궁전에 안내된 그녀는 의자에도 앉지 않고 , 맛있는 음식에도 손을 안 대고 다만 빵만 몇 조각 먹고는 아프로디테의 말을 전했다 . 이윽고 그 상자에 화장품을 받아 넣고 오던 길을 되돌아가게 되었다 .
위험한 일이 뜻밖에 수월하게 이루어지자 그녀의 마음은 강한 욕망에 사로잡혀 상자 안의 것을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
“신의 화장품을 나르는 내가 그 화장품을 조금 쓴다고 해서 나쁠 거야 없지 않을까 ? 이것을 발라 거칠어진 피부를 다듬어야겠다 . ”
그녀는 살며시 상자를 열어보았다 . 그러나 안에는 지옥의 잠만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 그 잠은 갇혀 있는 곳에서 자유로운 몸이 되자 일순간에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 그래서 그녀는 길 한가운데에 쓰러져 잠이 들어버렸다 .
그때 에로스는 이미 상처도 낫고 , 또한 사랑하는 프시케와 떨어져 있는 사실이 견딜 수 없어 프시케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잠을 주워 모아 다시 상자에 담아 넣고 프시케를 일으켰다 .
“그대는 또다시 호기심 때문에 몸을 망칠 뻔했구나 . 그러나 어쨌든 어 머 님이 분부한 일만은 제대로 끝내도록 하라 . 뒷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 ”
에로스는 하늘로 올라가 제우스 앞으로 나아가 애원했다 . 제우스는 그 말을 듣고 이 연인들을 위해 간곡히 아프로디테를 타일렀으며 그녀도 간신히 승낙을 했다 . 그리하여 제우스는 프시케를 천상의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헤르메스를 보냈다 . 프시케가 도착하자 , 제우스는 암브로시아를 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
“이것을 마시거라 , 프시케야 . 그리고 불사의 몸이 되는 것이다 . 그로써 에로스는 영원히 너의 남편이 되리라 . ”
이리하여 프시케는 마침내 에로스와 맺어지게 되었다 .
하마드리아스들은 숲의 님프들이었다 . 포모나는 이 님프의 하나로서 누구보다도 더 과수원과 그 과실을 아끼고 있었다 . 숲이나 개울에는 관심이 없고 사과나무만 사랑했다 . 그녀의 오른손에는 창 대신 가지를 치는 칼이 들려 있었다 . 그녀는 과일이 가뭄을 타지 않도록 나무뿌리 옆에 물을 끌어대어 목마른 뿌리가 그것을 마실 수 있게 해주었다 . 이런 일이 그녀가 찾는 것이었고 , 그녀의 정열이었다 .
그런 까닭에 아프로디테가 불어넣는 사랑 따위에 그녀가 말려드는 일은 없었다 . 그런데 이 고장에 사는 파우누스들이나 사티로스들은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포모나를 갖고 싶어 했다 .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실바누스 노인도 , 솔잎을 쓴 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
이 중에서도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는 누구보다도 그녀를 사랑했다 . 그렇다고 그가 다른 사람보다 더 그녀의 환심을 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 그는 은근히 포모나를 사모하면서 인부들로 변장하여 그녀의 집에 자주 드나들고 있었다 .
어느 날 , 그는 노파로 변장해 잿빛머리에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짚고 그녀를 찾아갔다 . 그리고 과수원에 들어서자 그 과일을 칭찬했다 .
“그것 참 훌륭하군요 , 아가씨 . ”
노파는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 노파는 자리에 앉자 과일이 주렁주렁 열린 가지를 올려다보았다 . 가지는 노파의 머리 위까지 늘어져 있었다 . 맞은편에는 느릅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는데 거기에는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달린 포도넝쿨이 엉켜 있었다 . 노파는 그 나무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만일 이 나무가 혼자 서 있고 이 나무에 엉킨 포도넝쿨이 없었다면 이 나무는 아무 매력도 없고 단지 쓸모없는 잎사귀밖에는 우리한테 줄 것이 없을 거예요 . 아가씨는 어째서 이 나무와 포도에서 교훈을 배워 결혼할 생각을 않지요 ? 나는 그러기를 바라요 . 헬레네한테도 이렇게 많은 구혼자는 없었고 , 그 기지에 뛰어난 오디세우스 ( 로:울릭세스 , 영:율리시즈 ) 의 아내 페넬로페한테도 없었어요 . 아가씨가 그렇게 무뚝뚝하게 거절하고 계실 때조차 모두들 아가씨를 차지하려고 야단들이랍니다 . 만일 이 늙은이한테 중매를 부탁한다면 내 좋은 신랑감을 구해 드리지요 . 다른 사람은 모두 거절하고 , 내가 중신하는 베르툼누스를 고르도록 해요 . 그분에 대해서라면 내 일처럼 잘 알고 있으니까요 . 그분은 떠돌이 신이 아니고 이 고장 산에 집을 갖고 있어요 .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과 달라 여자라면 아무나 사랑하는 그런 남자는 아니지요 . 그분은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답니다 . 나이는 젊고 아름다우며 , 게다가 자기 몸을 마음대로 바꾸는 술수도 알고 있어요 . 그러니 아가씨가 명령하면 무엇으로도 모습을 바꿀 수가 있지요 . 취미는 아가씨처럼 과수원을 사랑하는 일이고 사과를 다루는 솜씨도 제법이랍니다 . 그렇지만 지금 그분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과일이 아니고 아가씨뿐이지요 . 그분을 딱하게 생각해 주시구려 . 그리고 지금 그분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구려 . 그리고 저 아프로디테 님도 무정함에는 언젠가 벌을 주신다는 것을 생각해 봐요 . 그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증거로서 키프로스 섬에서 실제 있었던 유명한 얘기를 하나 해 드리지요 . 이 얘기를 들으면 아가씨의 마음도 아마 훨씬 자비로워질 테니까요 . 한번 들어보세요 . 얘기는 이렇답니다 . ”
노파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
“이피스는 가난한 젊은이였는데 , 테우크로스라는 유서 깊은 집안의 딸 아낙사레테라는 처녀를 아주 사랑하게 됐어요 . 이피스는 오랫동안 이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단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이 처녀의 집으로 애원을 하러 갔지요 . 처음엔 처녀의 유모한테 자기 생각을 말하고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 하인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기도 했어요 . 그런데 처녀는 무정한 태도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고 나중엔 이 젊은이를 비웃기까지 했지요 . 이피스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처녀의 집 대문 앞에 서서 이렇게 마지막 말을 했어요 . ‘아낙사레테여 , 당신이 이겼소 . 이제는 내 귀찮은 부탁을 참고 들을 필요가 없소 . 당신의 승리를 기뻐하시오 . 당신은 이겼으니까 . 나는 죽겠소 . 돌 같은 마음아 , 하지만 오오 , 신들이시여 , 인간의 슬픔을 외면하시는 신들이시여 , 오래도록 내 기억이 사람들에게 남아 있도록 해주소서 ! ’ 젊은이는 이렇게 말했지요 . 그리고 창백한 얼굴과 슬퍼 탄식하는 눈을 처녀의 집으로 향한 채 밧줄을 문기둥에 , 젊은이가 이제껏 수없이 꽃다발을 걸었던 그 기둥에 매달았답니다 . 그리고 자기의 목을 그 밧줄 고리에 넣고 이렇게 말했어요 . ‘이 화환이라면 당신도 기뻐하리라 , 무정한 처녀야 ! ’ 그런 다음 목을 매달고 말았어요 . 하인들은 곧 젊은이의 시체를 발견했지요 . 그들은 시체를 젊은이의 어머니한테 보내주었고 , 모친은 슬픔에 젖어 그 시체를 가슴에 끌어안았어요 . ”
잠시 후 노파는 다시 말을 이었다 .
“며칠 뒤 슬픈 장례행렬이 거리를 지나가게 되었답니다 . 아낙사레테의 집은 마침 그 도중에 있었기 때문에 이 처녀의 귀에도 사람들의 슬퍼하는 목소리가 들렸지요 . 그때 이미 복수의 신은 이 처녀를 벌주려고 벼르고 있었지요 . ‘어디 장례식 행렬을 구경해야지 . ’ 처녀는 이렇게 말하고 탑에 올라가 내려다보았어요 . 그런데 관에 누워 있는 이피스의 시체를 보자마자 그녀의 눈은 굳어지고 몸속에 흐르던 따뜻한 피도 식어갔답니다 . 처녀는 놀라서 뒷걸음질쳤지만 발을 움직일 수도 없었지요 . 처녀의 몸은 차츰 그 무정한 마음처럼 돌이 되어간 거랍니다 . 지금도 그 돌이 남아 있지요 . 그러니 아가씨도 잘 생각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시구려 . 신이시여 , 봄 서리가 아가씨의 과일을 다치게 하거나 모진 바람이 아가씨의 꽃을 흐트러뜨리지 않게 해주소서 ! ”
베르툼누스는 말을 마치자 노파의 변장을 버리고 원래의 자기인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포모나 앞에 섰다 . 그 자태는 마치 구름을 뚫고 솟아나온 태양처럼 보였다 .
그는 다시 한번 애원하려고 했다 . 그러나 이미 그럴 필요가 없었다 . 그의 이야기와 그 아름다운 모습이 승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포모나는 다시는 그를 뿌리치는 일 없이 서로 사랑을 속삭이게 되었다 .
케익스는 테살리아의 왕이었다 . 그는 이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리고 있었다 . 그는 금성 헤스페로스의 아들로서 그 아름다움은 부친을 상기시킬 정도였다 . 그의 아내는 아이올로스 ( 바람의 지배자 ) 의 딸 알키오네였는데 , 그녀는 남편을 매우 사랑했다 .
그런데 케익스는 형의 죽음에 연이어 일어난 무서운 일들 때문에 신들이 자기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 그리하여 배를 타고 이오니아에 있는 아폴론의 신탁소로 가서 신탁을 들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밝히자 그녀는 금방 얼굴이 창백해졌다 .
“여보 , 나를 그렇듯 사랑해 주시던 그 마음이 변하셨나요 ? 여태껏 만사를 제쳐놓고 저를 먼저 생각해 주시던 당신이었는데요 . ”
그녀는 어떻게 해서라도 남편의 생각을 돌리게 하려고 바람의 무서운 위력을 들려주었다 .
“바람이 서로 부딪칠 때에는 그 힘이 굉장하답니다 . 그래도 당신이 꼭 가셔야겠다면 저도 같이 데려가 주세요 . ”
이 말은 케익스의 마음을 무겁게 눌러왔다 . 그러나 도저히 아내를 바다의 위험에 내놓을 수가 없었다 . 그래서 아내를 달래면서 이렇게 약속했다 .
“아버님의 빛을 두고 내 약속하리다 . 운명이 허락한다면 두 달 안에 돌아오겠소 . ”
그는 곧 부하들에게 배를 끌어내어 출발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 알키오네는 이런 준비를 보자 나쁜 예감에 쫓기기나 하듯 몸을 떨었다 . 그리고 눈물과 오열 속에 작별인사를 하고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
케익스는 배를 타고 떠났다 . 배는 미끄러지듯 항구를 떠나 산들바람을 잔뜩 안고 앞으로 나아갔다 . 이렇게 절반쯤 나아갔을 때 바다에는 파도가 일기 시작하며 동풍이 강해졌다 . 폭풍이 기승을 부리더니 이윽고 비마저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배는 한낱 가랑잎처럼 떠돌 뿐이었다 . 케익스는 갑자기 알키오네 생각을 떠올리고는 그녀가 이 배에 같이 타지 않은 사실을 기뻐했다 . 떠돌던 배는 파도에 삼켜지고 케익스는 바다 속에 가라앉아 버렸다 .
알키오네는 이런 무서운 사건을 전혀 모르고 남편이 돌아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 그녀는 모든 신들에게 몇 번씩 향을 올렸고 , 특히 헤라에게는 향을 끊는 날이 없었다 . 남편이 죽은 줄도 모르고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었다 . 헤라도 마침내 이미 죽은 자를 위해 부탁을 듣는 일이 안타까웠다 . 그래서 이리스 ( 무지개의 여신 ) 를 불러 말했다 .
“나의 충실한 사자 이리스야 , 곧 히프노스 ( 잠의 신 ) 가 있는 잠의 집으로 가서 알키오네를 위해 케익스의 모습을 빌린 꿈을 보내라고 전해다오 . 그래서 그 사건의 전말을 그녀에게 알려주라고 말이다 . ”
이리스는 일곱 색깔의 옷을 입자 하늘을 무지개로 물들이면서 잠의 신이 있는 궁성으로 날아갔다 .
키메리오스인이 사는 나라 근처에는 동굴이 있었는데 , 그곳이 게으름뱅이 히프노스의 궁전이었다 . 이곳에는 아폴론도 오려고 하지 않았다 . 구름과 그림자가 땅에서 올라와 빛을 어렴풋이 명멸하고 있었다 . 이곳에서는 머리에 볏을 단 새벽의 새 ( 닭 ) 가 에오스 ( 새벽의 여신 ) 에게 큰 소리로 부르는 일도 없었고 , 짐승도 , 가축도 ,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도 정적을 깨뜨리는 일이 없었다 . 그러나 바위 밑에서는 레테 강 ( 망각의 강 ) 이 흐르고 있어 그 속삭임으로 모든 것을 잠으로 이끌었다 . 동굴 입구에는 많은 양귀비와 약초가 돋아나 있으며 , 이런 약초의 즙에서 밤의 여신은 잠을 모아 어두워진 땅 위로 뿌리는 것이다 .
잠의 신은 집 한복판에 있는 시커먼 의자에 누워 사지를 늘어뜨린 채 자고 있었다 . 그의 주변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온갖 모습의 꿈들이 누워 있었다 .
이리스 여신이 들어가 자기 주위에 달라붙은 꿈들을 헤쳐버리자 순간 , 그녀의 광휘가 동굴 구석구석까지 비추었다 . 잠의 신은 가까스로 눈을 뜨기는 했으나 여전히 수염을 가슴에 늘어뜨리고는 꾸벅꾸벅 졸고 있더니 잠시 후 겨우 용건을 물었다 . 그녀가 신들의 사자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 그녀는 대답했다 .
“신들 중에서 가장 조용한 신이여 , 마음을 진정시키고 괴로운 가슴을 위로하는 신이여 , 헤라 님의 명령입니다 . 당신은 알키오네한테 꿈을 보내 그녀의 죽은 남편이 조난당한 사실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 ”
이리스는 명령을 전달하고 서둘러 돌아갔다 . 히프노스는 여러 아들 가운데에서 모르페우스를 불렀다 . 그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데 명수였다 . 히프노스는 그에게 이리스가 전한 명령을 즉시 실행하도록 일렀다 .
모르페우스는 날개 소리 하나 없이 날아서 곧 하이모니아 ( 테살리아의 옛 이름 ) 로 왔다 . 이곳에서 날개를 거두고 케익스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 그리고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게 하여 알키오네가 자고 있는 머리맡에 섰다 . 수염은 물에 젖었고 머리에서는 물이 떨어져 내렸다 . 그는 잠자리 위로 몸을 굽히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
“당신이 이 케익스를 알아볼 수 있겠소 ? 불행한 아내여 , 나를 보오 . 이것은 당신의 남편이 아니라 그 그림자요 . 당신의 기도도 내겐 아무 도움을 못 주었소 . 나는 죽었소 . 폭풍이 배를 가라앉히고 만 것이오 . 그러니 내가 돌아오리라는 헛된 희망은 버리시오 . 자아 , 일어나요 ! 그리고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오 . 나를 위해 슬퍼해 주오 . ”
그는 케익스와 똑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 알키오네는 꿈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신음소리를 내고 남편의 몸을 끌어안으려고 했다 . 그러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 그녀는 외쳤다 .
“기다려 주세요 ! 당신은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 나도 같이 데려가 주세요 . ”
그녀는 자기의 목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자마자 남편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다 . 그리고는 가슴을 치고 , 입고 있던 옷을 갈기갈기 찢었다 . 유모가 슬퍼하는 이유를 묻자 그녀는 대답했다 .
“알키오네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녜요 . 남편 케익스와 함께 사라져 버렸어요 . 위로 따위는 필요없어 . 그분은 배가 뒤집혀 돌아가셨어 . 난 봤어요 . 그 분의 온몸은 물에 젖어 있었어요 . 오오 , 그때 나를 데려가 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 불쌍한 케익스 , 저는 절대로 당신 곁을 떨어져 살 수 없어요 . 지금이라도 당신을 따라가겠어요 . ”
그녀는 슬픔에 겨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
아침이 되자 , 그녀는 바닷가로 나가서 배가 떠날 때 남편을 배웅했던 곳을 찾았다 .
“그분은 여기서 발을 멈추고 내게 마지막 키스를 해주셨지 . ”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그때의 추억을 곰곰이 되새기고 있었는데 , 문득 물 위를 보니 뭔가 이상한 것이 떠 있었다 . 처음에는 설마 하고 생각했으나 차츰 파도에 실려 가까이 온 것을 보니 그것은 역시 사람의 시체였다 . 누구의 시체인지는 아직 몰랐으나 역시 난파한 사람이었으므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
“오오 , 딱하기도 해라 . 당신한테 부인이 있다면 그 부인이 얼마나 애통하겠어요 . 딱하기도 해라 ! ”
시체는 파도에 실려 점점 가까이 왔다 . 그러다가 마침내 바로 곁에 이르렀다 . 그런데 그 시체는 남편이었다 . 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치며 외쳤다 .
“오오 , 그리운 당신 . 돌아오신다는 게 이런 모습으로 오신다는 뜻이었나요 ? ”
바닷가에는 둑이 튀어나와 있었다 . 그녀는 이 방파제 위로 뛰어올랐다 . 그 순간 그녀에게서 날개가 돋아났고 그녀는 퍼드덕거리며 불행한 새가 되어 바다 위를 날았다 . 날면서도 그녀의 목은 슬픔에 잠긴 소리를 냈는데 , 인간이 슬퍼하는 목소리 같았다 . 그녀는 말 못하는 남편의 몸에 닿자 갓 생긴 날개로 감싸고 부리로 몇 번이나 키스하려고 했다 . 이리하여 두 사람 모두 그들을 불쌍히 여긴 신들에 의해 똑같은 모습의 새로 변한 것이다 .
그들은 지금도 같이 날아다니며 새끼를 낳고 있다 . 겨울의 조용한 일주일 동안 알키오네는 바다에 떠도는 둥지에서 알을 품는다 . 그 동안은 항해길이 안전하다 . 이때는 아이올로스가 바람을 눌러 바다를 잠재우며 , 그리고 바다 또한 그 사이에 손자들을 위해 얌전히 있기 때문이다 .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이기는 했으나 , 우연히 매우 어리석은 짓을 했다 . 헤라나 아프로디테와 다투어 아름다움의 상품을 얻으려고 한 것이다 .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 때 그 피로연에 모든 신들이 초대되었는데 , 싸움의 여신인 에리스 ( 로:디스코르디아 , 영:퓨리즈 ) 만 제외되었다 . 여신은 자기만 푸대접을 받은 사실에 분개하여 피로연 자리에 황금사과를 하나 던졌는데 ,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씌어 있었다 . 그러자 헤라와 아프로디테와 아테나는 제각기 그 사과를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제우스는 이런 미묘한 문제에 대한 심판을 내리는 것이 내키지 않아 이 여신들을 이데 산으로 보냈다 .
그 산에는 아름다운 양치기인 파리스가 양을 키우고 있었다 . 여신들은 곧 그에게로 달려갔다 . 헤라는 그에게 권력과 재물을 약속했고 , 아테나는 전쟁에서의 영예와 명성을 , 그리고 아프로디테는 인간 가운데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편을 들어 이 여신에게 황금사과를 주었다 .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보호로 그리스로 건너가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에게 환대를 받았다 . 그런데 이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 ( 로:헬레나 , 영:헬렌 ) 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서 , 아프로디테가 파리스에게 약속한 여성이었다 .
헬레네에게는 구혼자들이 많았으나 그녀의 결심이 설 때까지 구혼자들은 모두 그 중의 한 사람이었던 오디세우스의 제안에 따라 그녀를 온갖 위험에서 보호하기로 맹세했었다 . 그리고 그녀가 메넬라오스를 선택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을 때 파리스가 나타난 것이다 .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헬레네를 설득하여 트로이로 데리고 가버렸다 . 이 일로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
메넬라오스는 그리스 안의 왕후들에게 그때의 서약에 따라 아내를 되찾는 데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 왕후들은 대부분 그 요청을 받아들였는데 , 오디세우스는 그 무렵 페넬로페와 결혼하여 매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므로 이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하지 않았다 . 그래서 팔라메데스가 그를 설득하기 위해 사자로 떠났다 . 팔라메데스가 오디세우스의 영지인 이타케에 도착하자 오디세우스는 미친 척하고 농부처럼 밭을 갈기 시작했다 . 팔라메데스는 그를 시험하고자 오디세우스의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를 쟁기 앞에 놓았다 . 오디세우스는 아이를 비켜서 지나갔고 ,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게 되어 할 수 없이 가담하게 되었다 .
그는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자진해서 망설이고 있는 왕후들을 , 그 중에서도 특히 아킬레우스 ( 로:아킬레스 ) 를 참가시키고자 했다 . 이 영웅 아킬레우스의 모친이 바로 다름 아닌 테티스로서 , 그녀의 결혼식 때에 황금의 사과가 여신들에게 던져진 것이다 . 테티스는 신들 중의 하나로서 바다의 님프였다 . 그녀는 아들이 이 원정에 참가하면 트로이 성을 앞에 두고 죽어버릴 운명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들의 참전을 막으려고 했다 . 그래서 그를 처녀로 변장시켜 리코메데스 왕의 궁전으로 보내 공주들 사이에 몸을 숨기게 했다 .
오디세우스는 아킬레우스가 그 궁전에 있다는 말을 듣자 장사꾼으로 가장해서 그곳으로 갔다 . 그리고 장신구를 팔려고 내놓았는데 그 속에는 무기도 섞여 있었다 . 공주들이 모두 장신구에 열중하고 있는데 아킬레우스만은 자기도 모르게 무기를 만져 정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 그리하여 오디세우스는 아킬레우스를 설득시켜 이 전쟁에 참가시켰다 .
프리아모스는 트로이의 왕이었고 , 헬레네를 유괴해 간 파리스는 이 프리아모스의 아들이었다 . 파리스가 양치기 같은 천한 환경 속에서 자라게 된 것도 사실은 , 그가 이 나라의 멸망의 원인이 되리라는 불길한 예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리스 군대의 전쟁준비는 전에 없이 대대적인 규모였고 , 미케네 왕이 며 또한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의 형인 아가멤논이 총지휘관으로 선출되었다 . 아킬레우스는 전군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무장이었다 . 그 다음이 아이아스 ( 로:아이막스 , 영:에이잭스 ) 로서 거대한 체구와 용감한 정신의 소유자였다 . 그리고 오디세우스는 현명한 무장으로서 유명했다 .
그러나 트로이 쪽도 결코 약한 상대는 아니었다 . 왕인 프리아모스는 이미 상당한 나이였으나 옛날부터 현명한 군주로 알려져 있었고 , 아들인 헥토르는 용장으로 소문난 인물이었다 . 이 밖에도 아이네이아스 ․ 데이포보스 ․ 글라우코스 등이 있었다 .
2 년간에 걸친 전쟁준비가 끝나자 그리스의 함대와 군대는 보이오티아의 아울리스 항에 집결했다 . 이곳에서 아가멤논은 사냥을 했는데 , 그때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바쳐진 수사슴을 죽인 보복으로 , 그녀는 군대에 질병을 퍼뜨리고 또한 바람을 멈추어 함대의 출항을 방해했다 . 그때 예언자 칼카스는 , 처녀신의 노여움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제단에 처녀를 바치는 것이며 , 제물로 바쳐지는 처녀는 죄를 범한 자의 딸이라야만 된다고 알렸다 . 아가멤논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나 할 수 없이 승낙했다 . 그리고 그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아킬레우스와 결혼시킨다는 구실로 불러왔다 . 그런데 막상 그녀가 제물로 바쳐지려는 순간 , 여신은 불쌍히 여겨 그녀를 몰래 데리고 가서 자기 신전의 사제로 삼았다 .
이윽고 순풍이 불기 시작하자 함대는 출범하여 트로이 해안으로 속속 상륙해 들어갔다 . 트로이 군대는 상륙을 저지하려고 밀려왔고 , 이 최초의 공격으로 프로테실라오스는 헥토르의 손에 죽었다 . 전쟁은 결정적인 승패도 없이 9 년이나 계속되었다 .
그러던 어느 날 그리스 군대에게 치명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 그것은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과의 불화였다 . 그리스 군대는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지는 못했으나 그 이웃의 동맹국을 몇이나 점령하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전리품을 분배할 때 , 아폴론의 사제인 크리세스의 딸 크리세이스라는 처녀가 포로로 아가멤논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 그녀의 부친은 그리스 군대의 진영으로 찾아와서 딸을 돌려달라고 간청했다 . 그러나 아가멤논은 뿌리쳤다 . 크리세스는 아폴론에게 , 그리스 군대가 딸을 내놓을 때까지 그들을 괴롭혀 달라고 빌었다 . 아폴론은 곧 그 소원을 받아들여 그리스 군대의 진영에 질병을 보냈다 .
그리하여 그리스 군대에서는 회의가 소집되고 대책이 토의되었다 . 아킬레우스는 이 재난은 아가멤논이 크리세이스를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 아가멤논은 화를 내면서도 그녀를 돌려주기로 했는데 , 그 대신 프리세이스를 달라고 아킬레우스에게 요구했다 . 그녀는 전리품을 분배할 때 아킬레우스가 차지한 처녀였다 . 아킬레우스는 그 요구에 따르는 한편 , 자기는 이 전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자기의 군대를 본진에서 철수시켰다 .
싸우고 있는 당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신들도 이 유명한 전쟁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 물론 신들은 그리스 군대가 끈기 있게 공격을 계속한다면 트로이도 드디어 함락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그래도 그때그때의 싸움의 경과가 어느 편엔가 응원을 보내고 있는 신들에게 희망과 근심을 자극할 만한 여지는 있었던 것이다 .
헤라와 아테나는 자기들의 미모를 파리스에게 무시당한 바 있었으므로 트로이 쪽에 적의를 품고 있었다 . 아프로디테는 이들과는 반대로 트로이 편을 들었다 . 그리고 평소 자기를 숭배하고 있던 아레스를 트로이 편으로 끌어들였는데 , 포세이돈은 그리스 편을 들었다 . 아폴론은 대체로 중립을 지켰고 , 제우스는 프리아모스를 총애하고는 있었으나 사태를 감안하여 되도록 공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
아킬레우스의 모친 테티스는 자기 아들을 모욕한 것에 대해 몹시 노했다 . 그래서 즉시 제우스에게로 가서 트로이 군대에게 승리를 달라고 간청했다 . 제우스는 그 소원을 들어주었고 , 다음 전투에서는 트로이 군대가 완승을 거두었다 .
이렇게 되자 아가멤논은 회의를 열어 여러 의견을 들었다 . 네스토르는 아킬레우스에게 사자를 보내 다시 한번 설득해야 한다 , 그리고 이렇게 된 원인인 처녀를 아킬레우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 아가멤논은 즉시 승낙하고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몇 명의 사자를 보냈다 .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곧 그리스로 떠나겠다고 말했다 .
그리스 군대는 바닷가에 함선을 상륙시키고 그 둘레에 방벽을 구축하고 있었다 . 아킬레우스에게 간 사자들이 헛되이 돌아온 이튿날 , 트로이 군대가 이 방벽의 일부를 격파하고 배에 불을 지르려고 했다 . 포세이돈은 그리스 군대의 형국을 보고 응원하러 왔다 . 그는 예언자 칼카스로 변신해서 장병들을 격려했으며 , 이 때문에 그리스 군대의 사기도 드높아져 트로이 군대를 물리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
포세이돈이 이렇게 그리스 군대를 원조하여 트로이 군대를 반격하고 있는 동안 , 제우스는 헤라의 계략으로 싸움이야 어찌되었건 아내만 사랑하고 있었다 . 그러나 얼마 후 지상을 내려다보다가 아이아스와 싸우던 헥토르가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음을 보자 , 아폴론을 불러 포세이돈으로 하여금 전장에서 물러가도록 명했다 . 아폴론은 동시에 헥토르의 상처를 고쳐주고 그 가슴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
파리스의 화살은 마카온을 다치게 했다 . 마카온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들로 부친에게서 의술을 익히고 있었다 . 따라서 그리스 군대에게 있어서는 군의관으로 소중한 인물이었다 . 네스토르는 마카온을 자기의 이륜전차에 태우고 싸움터에서 빠져나왔다 . 그들이 아킬레우스의 함대 옆을 지날 때 아킬레우스는 마침 싸움터 쪽을 바라보고 있었으므로 이 네스토르의 전차를 눈여겨보았다 . 그러나 부상한 장군이 누구인가를 알 길이 없어 , 아킬레우스는 둘도 없는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불러 그것을 알아오게 했다 .
파트로클로스는 마카온이 부상한 것을 알았다 . 그래서 급히 돌아가려고 했는데 , 네스토르는 그리스 군대의 비참한 상황을 일일이 들려주고 아킬레우스의 마음을 돌리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 돌아가서 잘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 파트로클로스는 네스토르의 말에 강하게 마음이 이끌려 급히 아킬레우스에게 돌아가 그리스 군대의 참상을 낱낱이 알렸다 . 그들이 이런 말을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배 한 척에서 불길이 올랐다 . 그것을 본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의 간청을 받아들여 그에게 자기의 갑옷을 빌려주고 원조하러 가라고 일렀다 . 파트로클로스가 이끄는 군대는 곧 격전지로 돌진했다 . 트로이 군대는 그 유명한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보자 공포에 떨며 달아났다 .
이때 제우스의 아들 사르페돈이 파트로클로스와 싸우려고 나섰다 . 이를 본 제우스는 그를 구하려고 했으나 헤라가 옆에서 말렸다 . 사르페돈은 들고 있던 창을 던졌으나 파트로클로스를 빗나갔다 . 그러나 파트로클로스가 던진 창은 보기좋게 사르페돈의 가슴을 맞혔다 . 사르페돈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 그러자 치열한 싸움이 이 시체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 그리스 군대는 재빨리 시체를 빼앗아 사르페돈의 갑옷을 벗겼다 . 그러나 제우스는 아들의 시체가 더 이상 수모당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그는 아폴론으로 하여금 사르페돈의 시체를 탈취해 와 죽음과 잠의 신에게 맡겼다 .
파트로클로스의 공훈은 대단했다 . 그러나 운명의 변화는 일어났다 . 헥토르가 전차를 타고 달려온 것이다 . 파트로클로스는 헥토르를 향해 큰 돌을 던졌다 . 그러나 돌은 헥토르를 벗어나 마부인 케브리오네스에게 떨어졌다 . 그 바람에 전차에서 굴러 떨어진 전우를 살리려고 헥토르는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 그러자 파트로클로스도 뛰어내렸고 , 이 두 영웅은 운명의 싸움을 전개하게 되었다 . 그들은 한동안 눈부시게 대적했으나 마침내 헥토르의 창이 파트로클로스를 쓰러뜨렸다 .
아킬레우스 ( 로:아킬레스 ) 는 친구의 죽음을 듣고 몹시 슬퍼했다 . 그의 신음소리는 바다 밑에 있는 모친 테티스의 귀에까지 들렸다 . 아킬레우스는 당장이라도 전장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 그러나 테티스는 그가 갑옷을 입지 않았음을 상기시키고 , 하루만 기다리면 잃은 갑옷보다 더욱 훌륭한 갑옷을 헤파이스토스한테서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 테티스는 아들이 승낙하자 곧 헤파이스토스에게 가서 갑옷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 헤파이스토스는 테티스의 부탁대로 아킬레우스를 위해 훌륭한 갑옷을 만들었다 .
아킬레우스는 당장 새로 만든 갑옷을 입고 그리스 군대의 진영으로 달려갔다 . 그리고는 무장들을 일제히 소집하여 회의를 열고 아가멤논과도 화해했다 . 아킬레우스는 곧 싸움터로 나아갔다 . 그가 나타나자 , 대항하는 자는 모조리 그의 창에 쓰러졌고 웬만한 무장은 그의 모습만 보고도 달아났다 .
헥토르는 아폴론의 경고를 받아들여 접근을 피하고 있었다 . 그러나 그는 견디다 못해 아킬레우스와 일전을 겨루려고 했다 . 그러자 늙은 부친은 성벽 위에서 속히 성 안으로 들어오라고 아들에게 애원했다 . 모친 헤카베 ( 로:헤쿠바 ) 도 애원을 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
헥토르가 기다리고 있는 동안 아킬레우스는 가까이 다가왔다 . 그 무서운 모습은 흡사 전쟁의 신 아레스와 같았고 , 몸에 걸친 갑옷은 걸을 때마다 번개처럼 번쩍였다 . 그것을 보자 헥토르도 용기가 꺾여 마침내 도망치기 시작했다 . 아킬레우스는 번개같이 뒤를 따랐다 . 그들은 성벽을 따라 달려 드디어는 트로이 시가를 세 번이나 돌았다 . 헥토르가 성벽 밑으로 달려들려고 할 때마다 아킬레우스는 그것을 가로막았다 . 헥토르는 자기의 운명이 다 된 것을 깨닫자 칼을 뽑아 돌진해 갔다 . 아킬레우스는 상대방이 창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을 때 , 헥토르의 목덜미 부분만이 갑옷에서 노출된 것을 보자마자 그곳을 향해 창을 찔렀다 . 헥토르는 이 일격에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몸에서 갑옷을 벗기고 , 발에 밧줄을 매어 전차 뒤에 달더니 전차를 타고 말에 채찍질을 했다 . 그는 이렇게 그 시체를 트로이 성 앞에서 끌고 다녔다 . 이 광경을 본 프리아모스 왕과 왕비 헤카베는 절망한 나머지 자결을 하려고 했다 . 사람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소리 높여 통곡했다 .
아킬레우스와 그리스 군대는 파트로클로스의 복수가 끝나자 그의 장례식 준비를 갖추었다 . 시체를 화장시킨 뒤 , 장례경기가 거행되어 전차경주 ․ 격투 ․ 권투 ․ 궁술 등으로 힘과 기술을 겨루었다 . 그것이 끝나자 그들은 진영으로 들어가 마음껏 먹고 마셨다 .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았다 . 그는 날이 새기도 전에 진지에서 나와 , 다시 헥토르의 시체를 차에 매달고 파트로클로스의 무덤 앞을 돌았다 . 아킬레우스가 분노에 복받쳐 이렇게 헥토르의 시체를 욕보이고 있을 때 , 제우스는 이를 가엾이 여겨 테티스를 불렀다 . 그리고 아들에게 가서 헥토르의 시체를 트로이 군대에 돌려주도록 타일러 달라고 말했다 . 제우스는 또한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를 프리아모스 왕에게 보내 , 왕으로 하여금 아킬레우스에게 가서 아들의 시체를 달라고 부탁하라고 일렀다 .
이리스가 그 뜻을 전하자 , 프리아모스는 곧 준비를 갖추었다 . 창고를 열어 아름다운 옷가지와 비단과 황금 그리고 두 개의 훌륭한 삼각대 등을 꺼냈다 . 그리고는 늙은 이다이오스라는 마부를 데리고 아킬레우스의 진영으로 떠났다 .
제우스는 이 나이든 왕의 모습을 보고 측은히 여겨 헤르메스로 하여금 길을 안내시키고 신변을 보호해 주도록 했다 . 헤르메스는 젊은 무장으로 변장하고 그들 앞에 나타났다 . 그리고는 망설이고 있는 프리아모스에게 다가가 자기가 아킬레우스의 진영까지 모시겠다고 말했다 . 프리아모스가 기꺼이 받아들이자 헤르메스는 마차를 타고 그들을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안내했다 .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수비병들을 모두 잠들게 했으므로 그들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 아킬레우스 곁에는 두 사람의 무장이 있을 뿐이었다 . 그리하여 프리아모스는 아킬레우스의 발밑에 엎드려 자기의 아들을 죽인 그 손에 입을 맞추었다 . 그리고 정중히 말했다 .
“오오 , 아킬레우스 대장 , 당신의 아버지를 생각해서 자비를 베푸시오 . 그리고 이 늙은이를 보아 자비를 베푸시오 . ”
이 말은 아킬레우스의 마음을 움직였다 . 그는 나이든 왕을 일으켜 세우고 말했다 .
“프리아모스여 , 당신이 이곳에 오실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신의 인도에 의한 것일 거요 . 당신의 소원을 들어 드리겠소 . 이는 분명 제우스의 뜻일 겁니다 . ”
아킬레우스는 곧 헥토르의 시체를 마차에 싣고 담요를 덮어 주었다 . 그리고 헥토르의 장례를 위해 12 일간의 휴전을 약속했다 .
헥토르가 죽고 트로이 군대의 군세가 약해지자 새로운 동맹자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 이 동맹자 가운데에는 에티오피아의 왕 멤논과 , 아마존 족의 여왕 펜테실레이아도 있었다 . 펜테실레이아는 용기가 뛰어난 백전불굴의 여왕으로서 , 이 싸움에서도 적을 수없이 무찔렀으나 아킬레우스에게 살해되고 말았다 .
아킬레우스는 우연히 프리아모스 왕의 딸 폴릭세네를 보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 그녀를 아내로 맞을 수 있다면 트로이에 평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그리고 아폴론의 신전에서 이 혼담을 정하려 하고 있을 때 , 파리스가 그를 향해 독화살을 쏘았다 . 화살은 아폴론의 인도를 받아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에 맞았다 . 그런데 발뒤꿈치는 아킬레우스에게 유일한 약점이었다 . 아킬레우스가 어렸을 때 , 그의 어머니 테티스는 그를 저승의 스틱스 강물에 담갔다 꺼내어 온몸을 불사신으로 만들어 주었는데 , 그때 그녀가 잡고 있던 발뒤꿈치만이 물에 잠기지 않고 남았기 때문이다 .
이렇게 죽은 아킬레우스의 시체는 그의 사촌동생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에 의해 구출되었다 . 테티스는 그리스 군대의 장병들에게 아들의 갑옷을 가장 용감한 자에게 주겠다고 말했다 .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가 지원을 했고 , 다른 무장들이 심판을 하게 되었다 . 그 결과 , 갑옷은 오디세우스에게 수여되었고 , 이 때문에 아이아스는 자결해 버렸다 . 그의 피가 땅에 스며들자 그곳에서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 그 꽃은 ‘히아신스’라고 부르는데 그 꽃잎에는 아이아스 이름의 처음 두 글자 ‘ AI ’가 새겨져 있었다 . 이 말은 그리스어로 ‘아아 , 슬프다’라는 뜻이다 .
전쟁은 계속되었다 . 이제 트로이를 함락시키려면 헤라클레스의 화살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 그 화살은 필록테테스가 가지고 있었다 . 그는 헤라클레스의 최후까지 함께 했고 , 시체를 화장할 때 불을 지펴준 친구였다 . 필록테테스는 그리스 군대에 가담하여 트로이 원정을 향했는데 , 잘못하여 자기의 독화살로 발을 다치고 말았다 . 그 상처에서 썩은 냄새가 나자 동료들이 그를 렘노스 섬으로 데려다 놓았다 . 곧 디오메데스를 파견하여 그에게 다시 군대에 참가해 줄 것을 부탁했다 . 이 부탁은 수락되었고 필록테테스는 마카온에게 상처를 치료받았다 . 그리고 파리스가 그 무서운 독화살의 첫 희생자가 된 것이다 .
트로이에는 팔라디온이라 부르는 아테나의 유명한 신상이 있었다 . 그것은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전하며 , 트로이는 이 상이 있는 한 함락되지 않는다고들 믿고 있었다 .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는 변장을 하고 거리로 숨어들어가 이 팔라디온을 손에 넣어 그리스 군대의 진영으로 가지고 갔다 .
그러나 트로이는 여전히 시련을 견뎌내고 있었다 . 그리스 군대도 무력으로는 트로이를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오디세우스의 제안에 따라 꾀를 쓰기로 했다 . 그리스 군대는 포위를 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 . 함대의 일부를 철수시켜 근처의 섬에 숨긴 다음 , 그리스 군대는 커다란 목마를 만들었다 . 그들은 그 목마를 아테나의 노여움을 가라앉히는 제물로 바칠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렸는데 , 사실 그 안에는 무장한 병사들이 잔뜩 숨어 있었다 .
남아 있던 그리스 군대도 이윽고 배를 타고 철수했다 . 트로이 군대는 그리스 군대의 진영이 해체되고 함대가 떠난 것을 보자 적군이 포위를 푼 것이라고 믿었다 . 성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모두 뛰어나와 오랫동안 금지된 통행이 자유로워진 것을 기뻐하며 , 얼마 전까지 적의 진영이었던 장소까지 돌아다녔다 . 그들은 목마를 보자 모두 놀랐다 . 대체 그것이 어째서 그 자리에 있는지 의아해했다 . 그들이 어떻게 할 것인가 망설이고 있자 , 포세이돈의 신관 ( 神官 ) 인 라오콘이 외쳤다 .
“시민들이여 , 이게 무슨 짓들이오 ? 당신들은 그리스 군대의 간계를 모르는가 ? 그것을 마땅히 경계해야 하오 . ”
그는 들고 있던 창을 목마의 옆구리를 향해 던졌다 . 그러자 묘한 소리가 울려나왔다 . 따라서 사람들은 라오콘의 충고를 받아들여 이 목마와 그 안에 숨어 있던 자들을 모조리 죽이려고 했는데 , 마침 그때 사람들이 그리스인처럼 보이는 포로 한 명을 잡아왔다 . 묻는 말에 답변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고 약속하자 , 잡혀온 그 사나이는 자기의 이름은 시논이며 오디세우스의 원한을 사서 떠날 때 자기만 남게 되었노라고 말했다 . 그리고 그 목마는 아테나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만든 것이며 , 그렇게 크게 만든 것은 목마가 성 안으로 운반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 그것은 예언자 칼카스가 , 만일 목마가 트로이 군대의 손에 들어가면 그리스는 패하리라고 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
이 말은 트로이 군대의 심경을 변하게 만들었다 . 그들은 이 목마를 성 안으로 운반할 궁리를 했다 . 그때 , 갑자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 두 마리의 큰 뱀이 바다 위를 달려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나타난 것이다 . 뱀이 뭍으로 올라오자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사방으로 도망쳤다 . 뱀은 라오콘이 두 아들과 같이 서 있는 곳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 그리고 처음에 두 아들을 습격하고 , 이어 아들을 살리려는 라오콘의 몸을 친친 감아 독을 뿜어댔다 . 이를 본 사람들은 이 목마가 신성한 제물이라고 생각하고 정중한 의식을 거쳐 성 안으로 운반했다 . 그리고 그날은 온통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
이윽고 밤이 되자 , 목마 안에 숨어 있던 무장병사들은 시논의 안내로 뛰어나와서 성문을 열었다 . 일단 철수했던 군대도 어둠을 타고 돌아와 있었다 . 성은 불길에 휩싸였다 . 사람들은 마음을 푹 놓고 있던 터라 순식 간에 참살되었고 , 트로이는 완전히 함락되었다 . 이리하여 자그마치 10 년 간이나 끌었던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 군대의 승리로 막을 내린 것이다 .
트로이를 떠난 그리스 군대 일행은 처음에 이스마로스라는 키콘 족이 사는 항구도시에 상륙했으며 , 이어 키클로페스 나라에 닿았다 .
이 키클로페스 족은 거인족으로서 외딴 섬에 살고 있었다 . 키클로페스란 말은 ‘둥근 눈’이라는 뜻이며 , 이 거인들을 이렇게 부른 것은 눈이 하나밖에 없고 , 게다가 그것이 이마 한복판에 박혀 있기 때문이었다 . 그들은 동굴에 살면서 섬에서 나는 야생식물과 양젖을 먹고 살았다 .
오디세우스는 병사들을 바닷가에 정박시켜 두고 , 배 한 척을 내어 이 키클로페스 섬으로 가서 먹을 것을 마련해 오기로 했다 . 그리고 술을 가지고 부하들과 함께 상륙했다 .
그들은 먹을 것을 찾아 섬 깊숙이 들어갔다 . 한 동굴 앞에 이르자 그 안에 무엇이 있나 살펴보았다 . 뜻밖에도 거기에는 살진 양과 많은 치즈 ․ 우유 , 그리고 울에 갇힌 염소들이 잔뜩 있었다 . 일행이 그것을 챙기고 있으려니까 동굴의 주인 폴리페모스가 장작더미를 한아름 안고 들어와 굴 입구에 내려놓았다 . 그는 젖을 짜기 위해 양과 염소를 굴 속으로 몰아넣고 안으로 들어오더니 큰 바위를 굴려 입구를 막았다 . 어찌나 큰지 수소 스무 마리가 덤벼들어도 움직일 수 없는 그런 바위였다 . 그는 양젖을 짜서 마셨다 . 그리고 그 커다란 눈을 돌려 오디세우스 일행을 발견하자 기묘한 소리를 지르면서 물었다 .
“네놈들은 어디서 온 누구냐 ? ”
오디세우스는 , 자기들은 그리스 사람이며 , 최근 트로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정중히 대답했다 . 폴리페모스는 대답도 하지 않고 한쪽 손을 뻗쳐 오디세우스의 두 부하를 잡아 동굴 벽에 내던져 죽였다 . 그리고 그들을 맛있게 먹어치우자 쓰러져 자기 시작했다 .
오디세우스는 이 기회에 거인을 칼로 찔러 죽이려고 생각했다 . 그러나 곧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깨달았다 . 왜냐하면 이 거인이 굴의 입구를 막은 그 바위는 그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으므로 도망쳐 나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
다음날 아침 거인은 또다시 두 부하를 잡아 어제처럼 죽이더니 깨끗이 먹어치웠다 . 그리고 양들을 몰아 밖으로 나가면서 바위로 입구를 막았다 . 거인이 나가자 오디세우스는 달아날 궁리를 시작했다 . 그는 부하들을 시켜 폴리페모스가 지팡이를 만들려고 잘라 두었던 큰 나무를 손질했다 . 한쪽 끝을 뾰족하게 깎아 불에 말린 다음 바닥에 깔려 있는 짚 속에 숨겨놓았다 .
저녁때가 되자 , 폴리페모스가 돌아와서 바위를 밀어 양들을 몰아넣었다 . 그리고 전처럼 젖을 짠 다음 오디세우스의 부하 두 사람을 잡아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 그 식사가 끝날 무렵 , 오디세우스는 그에게 다가가 항아리에 담긴 술을 주면서 말했다 .
“키클로페스 , 이것은 술이라는 것입니다 . 사람고기를 먹고 난 뒤에 마시면 맛이 더 좋지요 . ”
거인은 그것을 받아 마셨다 . 그는 매우 기뻐하며 더 내놓으라고 말했다 . 오디세우스는 몇 번이나 따라 주었다 . 그러자 거인은 기분이 좋아져 그를 제일 나중에 잡아먹겠다고 약속했다 . 그리고 이름을 물었다 . 오디세우스는 자기의 이름은 우티스 ( ‘아무도 아니다’라는 뜻 ) 라고 그럴듯하게 대답했다 .
저녁식사가 끝나자 , 거인은 곧 술에 취해 깊은 잠에 빠졌다 . 오디세우스는 부하들과 함께 숨겨두었던 막대기를 꺼내 끝을 불에 시뻘겋게 달군 뒤 거인의 하나밖에 없는 눈알을 깊숙이 찔렀다 . 그리고 목수가 나사 송곳을 돌리듯이 그것을 돌렸다 . 거인은 비명을 질렀다 . 오디세우스는 부하들과 함께 재빨리 물러나 바위 뒤에 숨었다 . 거인은 고통의 신음소리를 내면서 근처 동굴에 살고 있는 키클로페스들에게 큰 소리로 호소했다 . 그러자 그의 동료들이 몰려들어 , 대체 왜 그렇게 비명을 질러 잠도 못 자게 만드느냐고 물었다 . 그는 대답했다 .
“오오 , 모두들 나 좀 보라구 . 죽겠단 말야 . 날 괴롭히려고 하는 것은 아무도 없다구 ! ”
그러자 그들은 말했다 .
“아무도 너를 괴롭히는 것이 없다면 그건 제우스의 짓이야 . 그렇다면 괴롭더라도 참아야지 별 도리가 없잖아 ? ”
그들은 신음하고 있는 폴리페모스를 내버려두고 가버렸다 .
이튿날 아침 , 폴리페모스는 양들을 목장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그 바위를 밀어냈다 . 그리고 동굴 입구에 서서 양이 나갈 때마다 한 마리씩 만져 보았다 .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가 양과 함께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부하를 시켜 양들을 세 마리씩 가로세워 버들가지로 묶게 했다 . 그리고 이 세 마리 중 가운데의 양에 부하들이 한 명씩 매달려 빠져나가게 했다 . 거인은 양의 등과 옆구리를 만져보며 조사했으나 아랫배 쪽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 그리하여 부하들은 모두 무사히 빠져나갔고 오디세우스 자신도 맨 마지막으로 빠져나갔다 . 그리고 모두 동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이르자 재빨리 그곳을 떠났다 . 그들은 제법 많은 양을 배가 있는 곳으로 몰고 갔다 . 그들이 서둘러 양들을 배에 싣고 안전한 곳으로 나아간 다음 , 오디세우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
“키클로페스 , 너의 잔학한 소행에 신들이 충분히 보복해 주신 거야 . 네 눈을 찌른 사람은 오디세우스다 ! ”
폴리페모스는 이 말을 듣자 바위를 움켜잡고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힘껏 던졌다 . 바위가 날아와서 뱃머리를 스치고 떨어지자 바다는 파도를 일으키며 배를 기슭으로 밀었다 . 하마터면 배가 가라앉을 뻔했다 .
오디세우스는 또다시 거인에게 말을 걸려고 했으나 부하들이 만류했다 . 그래도 그는 자기들이 바위에 맞지 않은 사실을 거인에게 알리고 싶었다 . 그래서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안전한 곳으로 나아가 외쳤다 . 거인은 저주의 말을 던졌으나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은 힘껏 노를 저어 이윽고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
오디세우스는 이어 아이올로스 섬에 닿았다 . 제우스는 이 섬의 왕에게 모든 바람의 지배권을 맡기고 있었으므로 , 왕은 바람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 왕은 오디세우스를 따뜻이 맞았으며 , 출발 때에는 해롭고 위험한 바람을 모두 가죽자루에 담아 은줄로 단단히 묶어서 주었다 . 그리고 바람을 불러 그들의 배를 고향으로 보내주라고 분부했다 .
9 일 동안 일행의 배는 쏜살같이 나아갔다 . 그 사이 오디세우스는 줄곧 한잠도 안 자고 키를 잡고 있었는데 , 마침내 너무나 지쳐 잠들어 버렸다 . 그가 잠이 든 사이에 부하들은 그 가죽자루 이야기를 했다 . 그리고 그 자루에는 필시 아이올로스 왕이 오디세우스에게 준 보물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들은 그 보물을 오디세우스 혼자 차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주머니를 풀고 말았다 . 그러자 갑자기 바람이 뛰쳐나와 배는 폭풍에 휩쓸려 다시 떠나오던 섬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
아이올로스는 그들의 어리석은 행동에 노하여 두 번 다시 그들을 돕지 않았다 . 결국 그들은 같은 항로를 이번에는 힘들게 다시 노를 저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
그들의 다음 모험은 라이스트리곤이라는 야만족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 일행의 배들은 모두 이 나라의 항구에 기항했다 . 육지로 둘러싸여 안전해 보이는 항구에 이끌렸기 때문이었다 . 그러나 오디세우스만은 배를 항구 밖에 정박시켰다 .
라이스트리곤들은 선단이 완전히 자기들의 수중에 있음을 알게 되자 , 갑자기 큰 돌을 던져 배를 파괴하고 전복시켰다 . 모든 배는 섬멸되고 오 로지 항구 밖에 있던 오디세우스의 배만 무사했다 . 그는 도망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판단하자 부하들과 함께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갔다 .
일행은 얼마를 가다가 이윽고 아이아에라는 섬에 닿았다 . 그곳에는 아폴론의 딸 키르케가 살고 있었다 . 오디세우스는 섬에 상륙하자 언덕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은 없었으나 , 섬의 한가운데에 숲에 둘러싸인 궁전이 하나 보였다 . 그는 자신의 매부인 에우릴로코스를 지휘관으로 삼아 부하의 절반을 파견하여 섬에 대한 정찰을 시켰다 . 그들이 궁전으로 다가가자 , 사자와 호랑이들이 둘러쌌다 . 그러나 그 짐승들은 키르케의 요술로 온순한 짐승이 되어 있었다 . 키르케는 소문난 마법사였다 . 이 짐승들은 모두 전에는 인간이었는데 키르케의 마법으로 짐승이 되어버린 것이다 .
궁전 안에서는 부드러운 음악소리와 아름다운 여인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 에우릴로코스가 큰 소리로 부르자 그 여신이 나와 그들을 안으로 맞아들였다 . 모두 기뻐하며 안으로 들어갔으나 , 에우릴로코스만은 들어가지 않았다 . 어떤 위험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 여신은 손님을 안내하여 자리에 앉히고 술과 음식을 대접했다 . 그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 나자 그녀는 마법의 지팡이로 한 사람씩 건드렸다 . 그러자 그들은 순식간에 돼지로 변했다 . 그녀는 그들을 돼지우리에 가두어 버렸다 .
에우릴로코스는 급히 배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보고를 했다 . 오디세우스는 자기 혼자의 힘으로 부하들을 구해 보기로 결심했다 . 그가 혼자 길을 걸어가던 중 한 젊은이를 만났는데 , 젊은이는 그를 보자 정답게 말을 걸어왔다 . 그리고 자기는 헤르메스라고 이름을 대고 , 오디세우스에게 키르케의 마법과 그녀에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 그러나 오디세우스가 뜻을 굽히지 않자 , 마법을 막는 데 신통력이 있는 약초를 주고 그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
오디세우스가 궁전에 닿자 키르케는 정중히 환영을 했다 . 그녀는 오디세우스에게도 역시 진수성찬으로 대접을 하고 , 그가 식사를 마치자마자 곧 마법의 지팡이를 그에게 갖다 대면서 말했다 .
“너도 돼지우리에 들어가 친구들하고 같이 뒹굴고 있거라 . ”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그녀의 말대로 되지 않았고 , 도리어 칼을 뽑아 무서운 얼굴로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 그러자 그녀는 무릎을 꿇고 자비를 빌었다 . 오디세우스는 , 부하들을 석방하고 앞으로는 자기들에게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맹세하라고 일렀다 . 그녀는 순순히 맹세를 한 다음 , 그들 모두를 극진히 대접하고 이 섬을 무사히 떠나게 해주마고 약속했다 . 그리고 그 약속을 충실히 지켰다 . 부하들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바닷가에 있던 다른 동료들도 초대를 받아 며칠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 오디세우스는 어느덧 고향을 잊어버리고 안일과 환락의 불명예스러운 생활에 몸을 맡겨버린 것같이 보였다 .
이윽고 부하들이 오디세우스에게 충고를 하자 그도 쾌히 받아들였다 . 키르케는 일행의 출발을 돕고 또한 세이렌들이 있는 해안을 무사히 통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 세이렌은 바다의 님프로서 , 그들은 노래를 불러 이를 들은 자들을 모두 마법에 걸어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 그 때문에 불행한 뱃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뛰어들어 죽게 마련이었다 .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에게 선원들의 귀를 초로 막아 세이렌의 노래가 들리지 않게 하라고 일렀다 . 그리고 오디세우스 자신도 몸을 돛대에 묶게 하고 , 무슨 말을 하건 세이렌이 있는 섬을 통과할 때까지는 절대로 밧줄을 풀지 말라고 명했다 .
오디세우스는 그녀의 말에 따라 모든 부하들의 귀를 초로 막고 , 자기의 몸을 밧줄로 단단히 돛대에 묶게 하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밧줄을 풀지 말도록 명령했다 . 이렇게 일행이 세이렌이 있는 섬으로 다가가자 갑자기 바다가 조용해지며 그 바다 위로 은은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 그런데 그 가락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매혹적이어서 오디세우스는 몸을 빼려고 몸부림쳤으며 , 부하들에게 제발 밧줄을 풀어달라고 애원했다 . 그러나 그들은 그의 명령을 지켜 그의 몸을 더한층 단단히 묶었다 .
그들이 계속 배를 몰아가자 , 그 사이에 노랫소리가 아련해지더니 얼마 뒤에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 그때에야 비로소 오디세우스는 기뻐하며 부하들에게 귀를 막고 있던 초를 빼라고 했다 . 그리고 부하들은 오디세우스의 밧줄도 풀어주었다 .
오디세우스는 또한 키르케에게서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라는 두 괴물을 단단히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 .
스킬라는 높은 언덕 위의 동굴에 살고 있으며 , 그곳에서 머리가 여섯 개나 달린 긴 목을 늘여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한입에 한 사람씩 물어죽이고 있었다 . 또 하나의 괴물 카리브디스는 해면 근처의 여울에 살고 있었다 . 바닷물은 하루에 세 번씩 무서운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토해지고 있었다 . 그리고 어떤 배이건 조수가 빨려 들어갈 때 이 여울 근처에 닿으면 반드시 말려드는 것이었다 . 포세이돈조차 그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
이런 무서운 괴물들이 출몰하는 곳에 이르자 , 오디세우스는 그 괴물들을 발견하려고 엄중한 감시를 계속했다 . 카리브디스가 물을 들이마실 때의 그 별난 물소리는 멀리에서도 들렸으나 , 스킬라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불안한 눈으로 이 무서운 여울을 보고 있는 동안 스킬라의 공격을 잊고 있었다 . 그때 , 스킬라는 느닷없이 뱀 같은 머리를 내밀어 오디세우스의 부하를 여섯 명이나 잡아 동굴로 납치해 갔다 . 그것은 오디세우스가 그때까지 보아온 중에서 가장 기막힌 광경이었다 . 그들의 비명을 들으면서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에게 또 한 가지 주의를 주었다 . 이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를 피한 뒤 오디세우스가 이어서 들르게 될 곳은 트리나키아 섬이라는 곳이었다 . 이 섬에는 태양신 아폴론의 가축이 두 처녀인 람페티아와 파에투사에게서 키워지고 있었는데 , 절대로 이 가축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 그래서 오디세우스는 이 섬에 들르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고 싶었으나 , 동료들이 이 섬에서 푹 쉬고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오디세우스는 할 수 없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 대신 이 섬의 신성한 가축에는 절대로 손을 안 대겠다는 서약을 그들에게 받았다 .
그들은 키르케가 준 음식이 있는 동안은 맹세를 지켰으나 역풍으로 인해서 한 달이나 섬에 억류되자 , 굶주림에 지쳐 오디세우스가 없는 사이에 가축을 죽여버리고 말았다 . 오디세우스는 돌아와서 그들의 소행을 알고 깜짝 놀랐다 . 그리고 허둥지둥 그 섬을 떠났다 . 그런데 얼마 안 가 갑자기 날씨가 이상해지더니 번개와 벼락이 일며 폭풍이 휘몰아쳤다 . 배는 가랑잎처럼 파도 사이를 떠돌아다녔고 이내 가라앉았다 . 파도는 오디세우스를 칼립소 섬으로 옮겨 놓았으나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전멸했다 .
칼립소는 바다의 님프였다 .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따뜻이 맞아 극진한 대접을 했다 .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어 그를 불사신으로 만들어서 언제까지나 자기 곁에 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고집 부렸다 . 제우스는 마침내 그녀에게 그를 돌려보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 마지못해 칼립소는 제우스의 명령에 따랐다 .
그녀는 오디세우스에게 뗏목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식량도 충분히 주었다 . 그래서 오디세우스는 며칠 동안 순조롭게 항해를 할 수 있었다 . 그런데 육지를 눈앞에 둔 지점에서 갑자기 폭풍을 만나 뗏목이 부서져 나가게 되었다 . 바야흐로 물에 빠지려는 순간 인정 많은 바다의 님프가 그를 도와주고 , 그에게 허리띠를 내주면서 그것을 가슴 밑에 감고 있으라고 일러주었다 .
오디세우스는 뗏목에 의지할 수 있는 동안은 악착같이 그것에 매달려 있었다 . 그러다가 도저히 지탱할 수 없게 되자 바다의 님프가 준 그 허리띠를 몸에 감고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 아테나는 파도를 가라앉히고 바람을 보내 기슭으로 물결이 밀려 나가도록 해주었다 . 그래서 오디세우스는 얼마 후 손쉽게 육지에 올랐다 . 그는 심한 피로에 지쳐 마치 죽은 듯이 한동안 정신없이 누워 있었다 . 한참 만에 깨어나서 기운을 되찾자 미친 듯이 땅에다 입을 맞추었다 . 그러나 장차 어떻게 해야 좋을지 방도가 없었다 .
그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숲을 발견하고 그는 그리로 갔다 . 그곳 에는 나뭇가지로 뒤엉켜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 그는 너무 피곤하여 나뭇잎을 산더미처럼 모아 침상을 만들고 흠뻑 단잠을 잤다 .
오디세우스가 상륙한 곳은 스케리아라고 하는 , 파이아케스 인이 사는 나라였다 . 이들은 원래 키클로페스 족 가까이에 살았었는데 , 그들에게 항상 침략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우시토스 왕을 따라 이 스케리아 섬으로 옮겨 살게 된 것이다 .
그들은 많은 재산을 지녔으며 , 전쟁을 모르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 이 나라에는 단 한 번도 적의 침략이 없었고 , 따라서 그들은 활이나 창을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 그들의 주된 일은 항해였다 . 그들이 만든 배는 나는 새처럼 빨랐다 . 당시에는 나우시토스의 아들인 알키노스가 국왕으로 있었는데 , 그는 보기 드물게 현명한 군주여서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
오디세우스가 이 파이아케스 인이 사는 섬에서 나뭇잎 침상에 누워 잠들어 있는 바로 그날 밤 , 국왕의 딸 나우시카는 아테나가 보낸 꿈을 꾸었다 . 그 꿈은 , 그녀의 결혼날이 멀지 않았으니 그 준비로 가족들의 옷을 모두 깨끗이 만들어 두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 그러나 세탁은 손쉬운 일이 아니었다 . 샘은 상당히 먼 곳에 떨어져 있어서 옷을 그곳까지 운반해 가는 일이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
공주는 잠을 깨자마자 곧 부모에게로 가서 꿈 이야기를 했다 . 그러나 자기의 결혼날에 대해서는 부끄러워 말을 못하고 다른 핑계를 댔다 . 부왕은 쾌히 승낙하여 하인들에게 마차를 준비시켰다 . 세탁할 옷이 마차에 실리고 여왕도 많은 음식을 마차에 실어 주었다 . 공주는 자리에 앉자 말을 몰았다 . 시녀들은 걸어서 그 뒤를 따랐다 . 그들은 샘가에서 말을 멈추어 짐을 내렸다 . 그리고 빨래를 마친 후 볕에 널어놓고 목욕을 시작했다 . 그들은 식사가 끝나자 공놀이를 하며 즐겼다 .
이윽고 빨래를 거둬 왕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때 , 여신 아테나는 공주가 던진 공이 개울 속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 그 바람에 모두들 큰 소리로 왁자지껄 떠들자 오디세우스는 잠을 깼다 .
그는 잠에서 깨어나자 벌거벗은 자기와 처녀들과의 사이가 매우 가깝다는 것을 알았다 . 그녀들의 태도나 옷차림으로 미루어 시골처녀가 아닌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 같았다 . 오디세우스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로 몸을 가리고 숲을 나섰다 . 처녀들은 그를 보자 모두 도망쳤다 . 그러나 나우시카만은 아테나로부터 용기와 통찰력을 받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말없이 서 있었다 . 오디세우스는 공손히 서서 자기의 사정을 설명하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간청했다 . 공주는 도망친 시녀들을 불러 음식과 옷을 가져오라고 일렀다 . 오디세우스가 그들이 갖다 준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나자 , 공주는 혹시 자기와 같이 궁전으로 돌아가면 소문이 퍼질지 모르니 시내 인접한 숲에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 오디세우스는 그녀의 말대로 잠시 기다리고 있다가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
오디세우스는 여신에게 안내되어 궁전 앞에 이르렀다 . 여신은 그에게 여러 가지 필요한 예비지식을 알려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 . 오디세우스는 호화로운 궁전을 한동안 구경하고 있었으나 아무도 그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 아테나가 안개로 그를 감싸주었기 때문이었다 . 오디세우스는 잠시 후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 그곳에는 이 나라의 족장과 원로들이 모여 헤르메스를 위해 식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 그때 아테나는 안개를 거두어 늘어서 있는 족장 앞에 그의 모습을 나타냈다 . 오디세우스는 왕비가 앉아 있는 곳으로 나아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고국에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 그러자 한 늙은 원로가 국왕에게 말했다 .
“우리의 환대를 바라는 나그네를 환영치 않는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 그를 우리와 같은 자리에 앉히고 식사를 대접하십시오 . ”
이 말에 국왕은 곧 일어서서 오디세우스에게 손을 내밀어 아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하고 그 자리에 앉혔다 . 이윽고 진수성찬이 오디세우스의 원기를 회복시켜 주었다 .
잠시 후 신하들은 모두 물러가고 오디세우스와 국왕과 왕비만이 남게 되자 , 왕비는 오디세우스에게 대체 어디서 온 누구이며 그리고 그 옷을 누구에게 받았느냐고 물었다 . 그가 입고 있는 옷은 왕비가 궁녀들과 함께 만든 옷이었기 때문이었다 . 오디세우스가 자초지종을 말하자 ,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는 그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배를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
이튿날 의회에 참석한 족장들은 왕의 이 약속을 인정했다 . 그래서 배가 준비되고 한 쌍의 건장한 키잡이들이 선발되었다 . 국왕은 오디세우스를 위해 연회를 베풀고 젊은이들을 불러 갖가지 경기를 개최했다 . 용감한 젊은이들은 오디세우스에게 여러 가지 특기를 보였으며 , 그것이 끝나자 이번에는 오디세우스의 실력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 오디세우스는 처음에는 사양했으나 , 한 젊은이로부터 모욕을 받자 그도 마침내 원반을 들어 파이아케스 인들이 던진 가장 먼 거리보다 더욱 멀리 던졌다 . 그것을 본 그들은 모두 놀라 그를 더한층 존경하게 되었다 .
경기가 끝나자 전령이 장님 시인인 데모도코스를 데리고 왔다 . 데모도코스는 노래의 제목으로 < 목마 > 를 택했다 . 그리스 군대가 트로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이용했던 바로 그 목마였다 . 아폴론은 시인에게 영감을 주었다 . 시인은 트로이 함락 당시의 참상과 무장들의 눈부신 활약상을 감동적으로 노래하기 시작했으므로 모두들 매우 기뻐했다 . 그러나 오디세우스만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 그것을 본 알키노스는 노래를 중지시키고 어찌하여 슬퍼하느냐고 까닭을 물었다 . 오디세우스는 자기의 진짜 이름을 밝히고 , 그들의 요구에 따라 트로이 함락 이후의 자기의 모험담을 들려주었다 . 이 말을 듣고 왕은 모든 족장들에게 오디세우스에게 각기 선물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고 , 자신이 솔선해서 값진 물건을 선사했다 . 그러자 신하들은 서로 다투어 오디세우스에게 온갖 선물을 주었다 .
다음날 오디세우스는 파이아케스의 배로 출범했다 . 그리고 얼마 후 고향인 이타케에 무사히 도착했다 . 배가 강가에 닿았을 때 그는 잠들어 있었다 . 그래서 선원들은 그를 깨우지 않고 살며시 육지로 옮기고는 선물상자와 함께 그대로 놓아두고 돌아갔다 .
포세이돈은 이렇게 오디세우스를 구해준 파이아케스 인의 행동에 몹시 노하여 배가 돌아가 항구에 들어가려는 순간 그 배를 바위로 변하게 했다 .
오디세우스는 이타케를 떠난 지 20 년이나 되어 있었기 때문에 잠을 깼을 때는 그곳이 자기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 그때 아테나가 젊은 양치기로 변신하여 나타나 그곳이 어디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 그리고 그의 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이타케와 근처의 섬에 사는 백 명 이상이나 되는 귀족들이 벌써 몇 년 전부터 오디세우스가 죽은 줄 알고 그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고 있으며 , 오디세우스의 궁전과 신하들도 모두 자기들의 소유인 양 행세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오디세우스가 그들에게 복수를 하려면 그의 신분을 숨겨야 할 필요가 있었다 . 아테나는 그를 더러운 거지로 만들었다 . 그런 모습으로 그는 양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따뜻이 맞아들여졌다 . 에우마이오스는 그의 충실한 하인이었다 .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부친을 찾으러 집을 나가고 부재중이었다 . 텔레마코스는 여행 도중 아테나로부터 속히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충고를 받았다 . 그래서 곧 귀국하자 에우마이오스에게로 가서 궁전의 사정을 알아보기로 했다 . 에우마이오스의 집에서 그는 낯선 거지를 만났다 . 그리고 그 늙은 거지에게 앞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 이윽고 에우마이오스는 궁전에 있는 페넬로페에게 텔레마코스가 귀국한 사실을 넌지시 알리러 갔다 . 텔레마코스는 구혼자들을 조심해야 했다 . 그들은 텔레마코스를 죽이려고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
에우마이오스가 떠나자 아테나는 오디세우스 앞에 나타나 , 아들에게 신분을 밝히라고 명했다 . 동시에 오디세우스의 몸에 손을 대어 그 몸에서 늙은 나이와 가난한 모습을 가져가게 하고 , 활기가 넘친 원래의 모습을 주었다 . 텔레마코스는 그것을 보고 놀랐으며 , 처음에는 필시 신이라고 생각했다 . 그러나 오디세우스의 말을 듣고 비로소 아버지임을 알았다 . 아버지와 아들은 구혼자들을 어떻게 처치할 것인가를 상의했다 . 그 결과 텔레마코스는 궁전으로 가서 전과 마찬가지로 구혼자를 대하기로 하고 , 오디세우스는 거지 차림으로 가기로 했다 . 거지란 당시만 해도 나그 네로서 , 또한 재미있는 이야기꾼으로서 특별대우를 받는 일이 흔했다 .
궁전으로 들어가 보니 전과 다름없는 연회와 소동이 계속되고 있었다 . 구혼자들은 텔레마코스가 돌아온 것을 보자 기꺼이 반기는 체했다 . 물론 속으로는 자기들의 음모가 실패한 것을 원통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 늙은 거지도 안내되어 식탁에 앉게 되었다 . 오디세우스가 홀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으려니 곧 구혼자들이 오만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 그가 부드럽게 충고를 하자 그 중의 한 명이 의자를 들어 던졌다 . 텔레마코스는 부친이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을 보고 노여움을 참을 수 없었으나 부친의 명령을 생각하고 꾹 참았다 .
한편 , 페넬로페는 구혼자 중에서 한 사람을 남편으로 택한다는 약속을 거듭 미루어 왔으나 이제는 더 이상 미룰 구실이 없었다 . 남편이 아직 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남편은 이미 고인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 또한 아들도 이제는 성인이었다 . 마침내 그녀는 궁술시합으로 남편감을 정한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 열두 개의 고리가 한 줄로 놓이고 , 화살 하나로 그 전부를 관통시킨 사람이 상으로 왕비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
준비가 갖추어지자 옛날 오디세우스가 사용하던 활이 무기고에서 내어지고 , 이어 그 활의 시위를 메기기 위해 활을 구부리게 되었다 . 먼저 텔레마코스가 시험했으나 헛일이었다 . 다른 자가 해보았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 몇 사람이 계속 시도해도 활은 굽어지지 않았다 . 그러자 오디세우스가 입을 열었다 .
“지금은 비록 이런 거지꼴을 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저도 무사였습니다 . 그러니 이 늙은 수족에도 아직 힘은 남아 있습니다 . ”
구혼자들은 큰 소리로 비웃으며 이 무례한 자를 당장 끌어내라고 명했다 . 그러나 텔레마코스는 이는 다만 노인의 마음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뿐이니 한번 시켜보자고 제의했다 .
오디세우스는 활을 들자 명수의 솜씨로 활을 다루었다 . 수월하게 화살을 시위에 메긴 다음 , 그는 활을 당겨 보기 좋게 고리 속으로 관통시켰다 . 일동이 놀라자 오디세우스는 틈도 주지 않고 ,
“다음 과녁은 이것이다 ! ”
하면서 구혼자 중에서 가장 무례한 사나이를 겨누었다 . 화살은 목을 뚫었고 사나이는 쓰러졌다 . 텔레마코스와 에우마이오스 , 또 한 명의 신하가 완전무장을 하고서 오디세우스의 곁으로 달려들었다 . 구혼자들은 혼비백산하여 무기를 찾았으나 이미 텔레마코스가 그들의 무기를 숨겨버린 뒤여서 하나도 없었으며 , 에우마이오스가 재빨리 문을 닫아버렸으므로 도망칠 길도 없었다 .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에게 자기의 정체를 밝혔다 . 그리고 자기는 오랫동안 집을 비운 이 집의 주인이며 , 그들에게 집을 빼앗기고 재산도 탕진된 데다가 아내와 자식마저 박해받은 오디세우스라고 말했다 . 그리고 이제 철저히 복수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 이리하여 구혼자들은 모두 다 살해되고 오디세우스는 다시 왕국과 아내를 되찾게 되었다 .
트로이 사람들은 나라가 멸망한 뒤 , 대장 아이네이아스에게 인도되어 새로이 살 곳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었다 .
그 운명의 날 밤 , 목마가 무장한 병사들을 토해내어 트로이 성이 불길에 휩싸였을 때 아이네이아스는 부친과 아내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도망쳤다 . 부친 앙키세스는 노쇠하여 빨리 걷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네이아스는 그를 어깨에 떠멨다 . 이렇게 그는 부친을 떠메고 , 아들의 손을 잡고 , 아내를 데리고 도망치던 혼란 속에서 그는 아내와 헤어지고 말았다 .
약속된 장소로 가 보니 그곳에는 많은 피난민들이 모여 있었는데 , 모두 아이네이아스의 지휘에 따르겠다는 것이었다 . 몇 달 걸려 준비가 갖추어지자 일행은 길을 떠났다 . 처음에는 가까운 트라키아 해안에 상륙하여 그곳에 국가를 건설하려고 했는데 , 아이네이아스는 어떤 이상한 일 때문에 그것을 중지했다 . 즉 , 제물을 바치려고 근처의 숲에서 나뭇가지를 꺾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가지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 다시 가지를 꺾으려고 하자 땅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 나는 폴리도로스예요 . 나는 여기서 많은 화살을 맞고 죽었는데 , 그때의 화살이 내 피를 먹고 자라 이렇게 숲이 되어 있는 거예요 . ”
이 말을 듣고 아이네이아스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트로이의 어린 왕자 폴리도로스의 일이었다 . 폴리도로스의 부친 프리아모스는 이 아이에게 막대한 재물을 딸려 트라키아로 보내 , 전쟁의 피해가 없는 곳에서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 그런데 부탁을 받은 트라키아 왕은 이 아이를 죽이고 그 재물을 빼앗은 것이다 . 아이네이아스와 동료들은 이 땅이 이런 불길한 일로 더럽혀져 있음을 알자 급히 떠났다 .
일행은 이어 델로스 섬에 상륙했다 . 이 섬은 옛날 떠다니던 섬이었는데 제우스가 사슬로 묶어놓은 것이다 .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이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 섬에는 아폴론이 모셔지고 있었다 . 그래서 아이네이아스는 아폴론의 신탁을 들어보기로 했는데 , 그 신탁은 여전히 애매한 내용이었다 .
“그대의 옛 어머니를 찾으라 . 아이네이아스 일족은 그 땅에 살 것이며 , 그러면 모든 나라 위에 단연 군림하리라 . ”
트로이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매우 기뻐하며 서로 물었다 .
“신탁에서 알리신 그 고장은 어디일까 ? ”
앙키세스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에 , 자기들의 조상이 크레타 섬에서 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냈다 . 그들은 곧 그곳으로 떠났다 . 그리고 크레타 섬에 닿자 곧 건설을 시작했다 .
그런데 갑자기 질병이 번져 모처럼 힘들여 지은 밭농사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 . 이런 암담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 , 아이네이아스는 꿈속에서 이 땅을 떠나 헤스페리아라고 부르는 서쪽 나라를 찾으라는 말을 들었다 . 그곳은 트로이 일족의 시조인 다르다노스가 처음으로 이주해 온 고장이었다 . 그리하여 그들은 오늘날 이탈리아라고 부르는 , 이 헤스페리아를 향해 항해를 떠났다 . 그리고 숱한 모험과 오랜 세월을 거쳐 가까스로 그곳에 닿았다 .
그들이 처음으로 상륙한 곳은 하르피아들이 사는 섬이었다 . 하르피아란 처녀의 머리를 하고 길게 구부러진 발톱을 가진 혐오스러운 새였다 .
배가 항구에 들어가자 그들은 가축 떼가 들판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보았다 . 그들은 먹을 만큼의 가축을 잡아 식사준비를 시작했다 . 그런데 일동이 식탁에 앉자마자 무서운 외침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왔다 . 그리고 그 하르피아 떼가 덤벼들어 접시에서 고기를 가로채 그대로 날아가려고 했다 . 아이네이아스와 동료들은 칼을 뽑아 괴물들을 죽이려 했으나 너무 빨리 도망치는 바람에 소용이 없었다 . 그러자 한 마리가 언덕 위에 앉아 외쳤다 .
“트로이 사람들아 , 이것이 죄도 없는 우리 새들에 대한 인사란 말이냐 ? ”
그리고 트로이 인들의 앞길에 무서운 재난이 있음을 예언하고 마음껏 욕을 퍼붓고는 날아가 버렸다 . 그들 일행은 급히 이곳을 떠나 에페이로스 해안을 따라 배를 몰았다 . 그런데 이곳에 상륙하자 , 놀랍게도 트로이에서 포로로 끌려간 몇 사람이 이 나라의 지배자가 되어 있었다 . 그들은 아이네이아스 일행을 정중히 대접했으며 , 떠날 때에는 많은 선물을 주어 보냈다 .
그들은 다시 시켈리아 ( 지금의 시칠리아 ) 해안을 따라 항해하여 키클로페스 섬을 지났다 . 아이네이아스는 헬레노스에게서 스킬라와 카리브디스가 지키고 있는 해안은 피해서 가라는 말을 듣고 있었다 . 이곳은 전에 오디세우스가 6 명의 부하를 잃었던 곳이었다 . 아이네이아스는 헬레노스의 충고대로 이 위험한 해협을 피해 시켈리아 섬을 따라 항해를 계속했다 .
그러나 헤라는 트로이 사람들이 목적지를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는 것을 보자 옛날의 원한이 다시 살아났다 . 여신은 급히 바람의 지배자인 아이올로스에게로 갔다 . 아이올로스는 여신의 명령에 따라 아들 보레아스 ( 북풍 ) 와 티폰 ( 태풍 ) 을 불러 폭풍을 일으키게 했다 .
드디어 무서운 태풍이 일어나고 , 트로이 사람들이 탄 배는 진로를 벗어나 아프리카 해안으로 밀려갔다 . 이때 폭풍이 몰아치는 소리를 들은 포세이돈은 그것이 자기가 명령한 것이 아님을 알자 파도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 그러자 떠돌고 있는 아이네이아스의 선단이 보였다 . 그는 여동생 헤라가 트로이 사람들에게 적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 이렇게 자기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실에는 참을 수가 없었다 . 그래서 바람들을 불러 엄하게 꾸짖고는 돌려보냈다 .
아이네이아스 일행이 온갖 고초 끝에 닿은 곳은 시켈리아의 반대쪽인 아프리카 해안에 있는 카르타고였다 . 이곳은 당시 티로스 인의 이민이 그들의 여왕 디도와 함께 새로운 국가의 기초를 닦고 있는 곳이었다 .
디도는 티로스 왕 벨로스의 딸로서 , 왕위를 이은 피그말리온의 여동생이었다 . 남편은 시카이오스라는 대단한 재산가였는데 , 피그말리온은 그 재산에 눈이 어두워 그를 죽였다 . 그래서 디도는 많은 친구와 부하들을 이끌고 , 몇 척의 배에 시카이오스의 재물을 싣고는 티로스를 탈출했다 . 그리고 이곳으로 오자 그녀는 원주민들에게 , 한 마리의 쇠가죽에 둘러싸일 만한 땅이라도 좋으니 나눠달라고 부탁했다 . 승낙을 받자 , 그녀는 쇠가죽을 가늘고 길게 잘라 몇 개의 끈을 만들고 그것으로 땅을 둘러싼 다음 그곳에 성을 세우고 ‘짐승의 가죽’이라는 뜻인 비르사라고 이름붙였다 . 그리고 이 성 둘레에 카르타고가 생기고 , 이윽고 강력한 국가가 되었다 .
그 무렵 , 아이네이아스는 동료들과 함께 이곳에 도착했다 . 디도는 일행을 상냥하게 맞았다 . 그녀는 그들에게 말했다 .
“나 역시 많은 고생을 해봤기 때문에 불행한 분들을 도울 줄은 압니다 . ”
여왕은 그들을 환대하기 위해 축제를 열고 힘과 솜씨를 겨루는 경기를 개최했다 . 경기가 끝나자 아이네이아스는 여왕의 요구에 따라 트로이 전쟁과 그 후의 모험담을 이야기했다 . 디도는 그 이야기에 넋을 잃었고 그의 공적에 감동했다 . 그리고 아이네이아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 아이네이아스도 기꺼이 이 행운을 받아들였다 .
꿈같은 몇 달이 지났다 . 그는 왕국을 건설한다는 맹세도 잊어버린 듯했다 . 그러자 이를 본 제우스는 곧 헤르메스를 그에게 보내 항해를 계속하도록 명했다 . 아이네이아스는 이렇게 되자 디도를 버렸다 . 물론 그녀는 갖은 유혹과 설득을 했지만 아이네이아스의 뜻은 굽힐 수 없었고 , 그 일행은 카르타고를 떠나고 말았다 . 디도는 그가 가버리자 미리 준비해 둔 장작더미 위에 올라 칼로 자결하여 장작과 함께 불타버렸다 . 그 불길은 멀리 사라져 가는 트로이 사람들에게도 보였다 . 그 불이 무슨 까닭으로 일어났는지는 몰랐으나 , 아이네이아스는 불길한 사건의 조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아이네이아스 일행은 시켈리아 섬에 들러 , 당시 이곳을 지배하고 있던 아이게스테스에게 대접을 받은 후 다시 배를 타고 이탈리아로 향했다 . 이때 아프로디테는 포세이돈에게 부탁하여 자기 아들 아이네이아스가 바라는 목적지에 정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 포세이돈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으며 , 일행의 배는 드디어 이탈리아 해안에 닿게 되었다 . 그들은 함께 야영할 준비를 했다 .
그 사이에 아이네이아스는 시빌레 ( 아폴론의 신탁을 알려주는 무녀 ) 를 찾아 나섰다 . 시빌레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에게 바쳐진 신전과 숲으로 이어지는 동굴 속에 살고 있었다 . 아이네이아스가 그곳에 멍하니 서 있자 시빌레가 말을 걸었다 . 그녀는 그가 무엇 때문에 자기를 찾아왔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 그녀는 아이네이아스가 앞으로 겪어야 할 위험을 예언하고 이렇게 격려했다 .
“그대 , 재난에 굴하지 말고 용감히 나아가라 . ”
아이네이아스는 한 가지 소원을 말했다 . 항해 도중 시켈리아에서 죽은 부친 앙키세스를 만나 자기의 운명과 민족의 운명에 대해 가르침을 받게 해달라고 했다 . 그러자 시빌레는 대답했다 .
“아오르노스 ( 지하의 나라 ) 로 내려가기는 쉬워요 . 그러나 이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에요 . ”
그리고 그녀는 숲에 가서 황금의 가지가 달린 나무를 찾으라고 말했다 . 그 가지를 꺾어 페르세포네에게 선물로 가져가야 하는데 , 운이 좋으면 가지를 꺾을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아이네이아스는 시빌레의 지시에 따랐다 . 그때 그의 어머니 아프로디테는 자기의 비둘기 두 마리를 보내 길을 안내시켰다 . 아이네이아스는 그 도움으로 나무를 찾고 그 가지를 꺾어 시빌레에게 가지고 돌아갔다 .
아오르노스 호수는 매우 깊고 주위는 높은 둑으로 둘러싸였으며 , 또한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었다 . 이 호수에서는 유독한 증기가 솟아오르기 때문에 둑에는 생물이라고는 없었으며 , 호수 위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았다 . 이곳에 바로 저승으로 내려갈 수 있는 동굴이 있었다 . 아이네이아스는 이곳에서 저승의 여신들인 페르세포네 ․ 헤카테 ․ 에리니에스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 그러자 땅 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며 , 둑 위의 숲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그리고 개들이 짖으며 이들 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
시빌레는 말했다 .
“자 , 용기를 내세요 . 이제부터는 그 용기가 필요합니다 . ”
시빌레가 먼저 동굴 속으로 내려갔다 . 아이네이아스도 그녀를 따랐다 . 그들은 지옥의 문 앞에서 한 무리 속을 지나갔다 . 그것들은 ‘탄식 ․ 질병 ․ 공포 ․ 굶주림 ․ 죽음’ 등으로 보기에도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불화의 여신 에리니에스들은 그곳에 침상을 펼치고 있었다 . 이곳에는 또 팔이 백 개나 되는 브리아레오스와 슈웃슈웃 소리를 내는 히드라며 , 불을 토하는 키마이라 ( 영:키메라 ) 같은 괴물도 있었다 . 그들은 코키토스 ( 탄식의 강 ) 라는 검은 강에 이르렀는데 , 그곳에는 카론이라는 뱃사공이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배에 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 사람들은 강가에 서서 서로 먼저 건너가려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 아이네이아스는 그 광경을 보자 이상하게 생각하고 시빌레에게 물었다 .
“어째서 저렇게 차별하는 것입니까 ? ”
그러자 그녀는 대답했다 .
“배를 탈 수 있는 것은 정식으로 장례를 치른 사람들의 넋뿐입니다 . 매장되지 못한 사람들은 이 강을 건너지 못하며 , 백 년 동안 떠돌아다녀야 해요 . ”
그들은 배 가까이 다가갔다 . 카론은 다가오는 이 영웅을 날카롭게 보면서 생명을 지닌 자가 무슨 권리로 , 게다가 무장을 하고 다가오느냐고 물었다 . 이에 대해 시빌레는 , 아이네이아스는 부친을 만나러 온 것이라고 대답하고 그 황금의 가지를 꺼내 보였다 . 그것을 보자 , 카론의 노여움은 순식간에 풀렸다 . 그리고 급히 배의 방향을 바꾸어 이 두 사람을 태웠다 . 그들이 강가에 닿자 , 머리가 세 개 달린 케르베로스라는 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 케르베로스는 세 개의 목을 치켜세우며 마구 짖어댔다 . 시빌레가 약을 넣은 과자를 던져주자 그것을 허겁지겁 받아먹더니 곧 잠이 들었다 .
아이네이아스와 시빌레는 육지로 뛰어내렸다 . 그러자 그들의 귀에는 죽은 자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 아이네이아스는 그 속에서 디도의 모습을 보았다 . 그는 놀라움을 감추고 애정 어린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
“디도 , 당신이 죽었다는 소문이 정말이었구려 . 아아 , 내가 바로 그 원인이었단 말인가 ? 신에게 맹세코 말하지만 , 내가 당신을 버린 것은 제우스의 명령이었소 . 제발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나누게 해주오 . ”
디도는 잠시 서 있더니 아무 말도 없이 걸음을 옮겨 가버렸다 . 아이네이아스는 잠시 뒤를 쫓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시빌레 곁으로 되돌아와 다시 길을 걸어갔다 .
두 사람은 이어 전사한 영웅들이 떠도는 들판으로 나왔다 . 이곳에는 그리스와 트로이 무장들의 망령이 많이 있었다 . 트로이의 망령들은 곧 아이네이아스의 주위로 모여들어 많은 질문을 퍼부었다 . 아이네이아스는 그들과 좀 더 같이 있고 싶었으나 시빌레가 그를 재촉했다 .
그들이 다음에 닿은 곳은 길이 둘로 갈라져 있는 지점이었다 . 하나는 엘리시온 ( 극락 ) 으로 통하는 길이고 , 또 하나는 저주받은 자들의 나라로 통하는 길이었다 .
한쪽에는 큰 도시의 성벽이 보였다 . 그 둘레에는 플리게톤 ( 불의 강 ) 이 불의 물을 흘리고 있었다 . 정면에는 굉장히 견고한 문이 있었다 . 그때 무시무시한 소리가 나며 청동의 문이 열렸다 . 아이네이아스는 그 안에 히드라가 50 개의 머리로 입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 시빌레는 타르타로스 동굴의 가장 밑바닥은 하늘의 높이만큼이나 깊다고 말했다 . 그 속에는 옛날 신들에게 반항했던 티탄 족이 있었고 , 제우스와 힘을 겨루던 살모네우스가 있었으며 , 거인 티티오스도 있었다 . 익시온도 그곳에 있었는데 , 그는 끊임없이 돌고 있는 수레바퀴에 매달려 있었다 . 또한 시시포스도 있었다 . 그의 일은 커다란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리는 일이었는데 , 그 바위는 언덕 위 가까이에 이르면 또다시 굴러 떨어졌다 . 그리고 탄탈로스도 있었다 . 물이 턱까지 차 있는 연못 속에 서서도 그는 갈증을 풀 길이 없었다 .
시빌레는 아이네이아스에게 속히 이 음산한 곳을 떠나자고 말했다 . 그들은 암흑의 중간지대를 빠져나와 엘리시온 들판으로 나갔다 . 그곳은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숲이었다 .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태양이 빛나는 자줏빛 들판을 바라보았다 . 그곳 사람들은 모두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 아이네이아스는 그들에게 어디로 가면 앙키세스를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 가르쳐 준 곳에 이르자 , 나무들이 울창한 골짜기에 앙키세스가 앉아 있었다 . 노인은 아이네이아스가 온 것을 알자 눈물을 흘렸다 . 그는 말했다 .
“마침내 와 주었구나 . 너를 무척 기다렸다 . 그 험한 길을 어떻게 왔느냐 ? ”
“오오 , 아버님 . 아버님의 모습이 저를 이끌고 지켜 주셨습니다 . ”
그리고 부친을 힘껏 끌어안으려고 했다 . 그러나 그 팔이 끌어안은 것은 그림자뿐이었다 . 아이네이아스는 눈앞에 보이는 드넓은 골짜기를 보았다 . 그곳에는 망각의 강인 레테 강이 흐르고 있었다 .
앙키세스는 아이네이아스 일족들이 지상에서 이루게 될 위대한 업적에 대해 들려주었다 . 또한 아이네이아스와 그 동료들이 이탈리아로 옮겨 살기 전에 치러야 될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 즉 , 많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 , 신부를 맞게 된다는 것 , 그리고 그 결과 트로이 인의 나라가 건설되고 그 나라로부터 장차 세계를 지배할 로마국이 일어날 것 등을 일러주었다 .
아이네이아스와 시빌레는 이윽고 앙키세스와 작별을 하고 지상으로 되돌아왔다 .
아이네이아스는 시빌레와 지상으로 돌아갈 때 이렇게 말했다 .
“당신이 여신이건 아니면 신들의 은총을 받은 인간이건 , 나는 언제나 당신을 존경하리다 . 지상에 닿으면 당신을 위해 신전을 짓기로 하겠소 . 그리고 내 손으로 제물을 바치리다 . ”
그러자 시빌레는 말했다 .
“나는 여신이 아니에요 . 그러니 제물도 필요치 않아요 . 나는 인간입니다 . ”
아이네이아스는 시빌레와 작별하고 , 다시 함대로 돌아가 이탈리아 해안을 따라 항해하다가 티베르 강가에 닻을 내렸다 .
당시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던 라티누스는 크로노스 ( 로:사투르누스 ) 로부터 3 대째의 왕이었다 . 그는 이미 늙었으나 아들이 하나도 없고 , 다만 라비니아라고 하는 어여쁜 딸이 하나 있었다 .
그녀는 이웃 나라의 왕들에게 구혼을 받고 있었다 . 그 중에 투르누스라는 루툴리 족의 왕이 있었는데 , 그는 라비니아의 부모에게 호감을 받고 있었다 . 그런데 라티누스는 꿈속에서 부친 파우누스로부터 라비니아에게 정해진 남편은 다른 나라에서 온다는 사실을 들었다 . 그 결혼을 통하여 전 세계를 정복할 민족이 생겨난다는 것이었다 .
한편 , 아이네이아스 일행이 하르피아 무리들과 싸웠을 때 머리가 새로 된 괴물 하나가 그들이 방랑생활을 마치기 전에 식탁마저 먹어치울 정도의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리라고 예언한 일이 있었다 . 아이네이아스는 그 예언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 그도 그럴 것이 , 그들은 풀 위에 앉아 형편없는 식사를 하려고 무릎 위에 굳은 빵과 , 그리고 고작 나무열매를 올려놓았다 . 그들은 열매를 다 먹어버린 후 이번에는 굳은 빵까지 다 먹어치웠다 .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이네이아스의 아들 율루스가 장난삼아 말했다 .
“이것 봐 , 우린 식탁까지 먹고 있어 . ”
아이네이아스는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예언의 뜻을 깨달았다 .
그는 외쳤다 .
“오오 ! 이곳이 약속된 땅이다 ! 이곳이야말로 우리의 집이다 . 이곳이야말로 우리 나라다 ! ”
그는 곧 그곳의 원주민이 누구이며 , 그 통치자가 누구인가를 조사했다 . 그리고 백 명의 선발대가 선물을 가지고 라티누스의 마을로 파견되었다 .
라티누스는 곧 , 이 트로이의 영웅이야말로 신탁이 알린 장래의 사위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 그는 쾌히 동맹을 약속하고 많은 재물을 보냈다 .
헤라는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보자 , 옛날의 원한이 다시 살아났다 . 그래서 불화를 일으키기 위해 복수의 여신 알렉토를 불러 보냈다 . 알렉토는 먼저 왕비 아마타로 하여금 트로이 인과의 동맹에 반대하도록 만들었다 . 그리고는 급히 투르누스의 나라로 가서 , 늙은 여사제로 모습을 바꾼 다음 투르누스에게 외국 사람이 온 사실을 알리고 그 자들이 공주를 빼앗아가려 한다고 알렸다 .
알렉토는 트로이 인들이 야영하고 있는 곳으로도 가보았다 . 그때 율루스 소년과 그의 꼬마친구들이 사냥을 하며 놀고 있었다 . 그녀는 개들의 후각을 더한층 날카롭게 만들어 근처의 숲에서 수사슴을 몰아내 오도록 유도했다 . 그런데 그것은 라티누스 왕의 양치기의 딸 실비아가 사랑하는 사슴이었다 . 율루스가 던진 창은 마침내 그 사슴을 죽이고 말았다 . 실비아는 사슴이 죽은 것을 알고 울부짖었다 .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양치기들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 자초지종을 듣고 난 그들은 무기를 들고 율루스 일행을 습격했다 . 그러나 그들은 워낙 수가 모자라 오히려 동료 두 명을 잃고 쫓겨 갔다 .
이 사건은 전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 왕비도 양치기도 모두가 국왕에게 이 외국인들을 추방하자고 했다 . 왕은 끝까지 반대하다가 허사라는 것을 알자 마침내 궁전 안에 틀어박혔다 .
이 나라에서는 전쟁을 시작하게 되면 국왕이 예의를 갖추어 야누스 신전의 문을 열기로 되어 있었다 . 문은 평화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은 굳게 닫혀 있었다 . 국민들은 왕에게 이 엄숙한 의식을 갖추도록 권했으나 , 왕은 거부했다 . 이렇게 옥신각신하고 있자 , 헤라가 직접 하늘에서 내려와 문을 아예 부수어 버렸다 . 나라 안은 온통 들끓었다 .
투르누스는 총지휘관으로 , 다른 무장들은 동맹자로서 참가했다 . 그 중에 메젠티우스라는 사람은 용감하고 유능한 무장이었으나 참으로 잔인했다 . 그 때문에 원래는 국왕이었는데 국민에게 쫓겨난 것이다 .
카밀라는 아르테미스의 총애를 받는 처녀로서 사냥의 명수인 동시에 훌륭한 무장이기도 했다 . 그녀는 마치 아마존 족처럼 선발된 여군을 거느리고 투르누스 편에 가담했다 . 이런 막강한 무장들이 투르누스 군에 가담하여 아이네이아스와 일전을 불사하려 하고 있었다 .
때는 밤이었다 . 아이네이아스는 강가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 그때 강의 신 티베리누스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오오 , 여신으로부터 삶을 받은 자여 . 이 고장의 소유자가 될 자여 , 이곳이야말로 약속의 땅이니라 . 그대가 온갖 애로에 굴하지 않는다면 , 이곳이야말로 신들의 적의가 사라지는 곳이니라 .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대의 편이 있다 . 배를 준비해서 그 강을 올라가라 . 내가 아르카디아의 왕 에반드로스에게 안내해 주리라 . 자아 , 일어나라 ! 그리고 헤라에게 기도하여 그녀의 노여움을 달래라 . ”
아이네이아스는 잠에서 깨어나자 곧 이 현몽을 따랐다 . 헤라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했다 . 그리고 무장한 병사들을 배에 싣고 티베르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무렵 , 일행의 눈에 건물이 띄엄띄엄 서 있는 도시가 보였다 . 이곳이야말로 훗날 로마시가 자라고 그 명성이 하늘에까지 닿은 곳이다 . 우연히도 나이든 왕 에반드로스는 이날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신들에게 매년 거행하는 제전을 올리고 있었다 . 아들 팔라스와 모든 원로들도 참석하고 있었다 .
그들은 커다란 배가 숲속을 누비고 미끄러져 들어오는 것을 보자 깜짝 놀라 모두들 일어섰다 . 그러나 팔라스는 제전을 계속하라고 명령하고 , 자신은 창을 들고 강가로 걸어가서는 큰 소리로 물었다 . 그러자 아이네이아스는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내보이며 대답했다 .
“우리는 트로이 인으로서 당신들의 편이고 , 루툴리 족의 적이오 . 에반드로스 대왕을 만나 우리 군대와 당신들의 군대를 연합시키고자 왔소 . ”
팔라스는 이 위대한 민족의 이름을 듣고 놀라 그들에게 어서 상륙하라고 말했다 . 아이네이아스가 강가에 올라서자 그 손을 잡아 안내했다 . 그들은 국왕을 비롯한 원로들을 만났으며 ,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
제전이 끝나자 일동은 시내로 돌아갔다 . 왕은 워낙 나이가 많아 허리가 굽어 있었으므로 아들과 아이네이아스 사이를 걸으면서 차례로 두 사람의 팔을 빌렸다 . 에반드로스는 아이네이아스를 타르페이아의 바위와 그 당시 숲으로 싸여 있던 벌판으로 안내했다 . 이 땅은 훗날 장엄한 카피톨리움 ( 제우스의 신전 ) 이 세워진 곳이었다 .
이튿날 아침 , 나이든 왕은 이렇게 말했다 .
“이름난 트로이의 용사는 들으시오 . 우리 나라는 한쪽은 강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 또 한쪽은 루툴리 일족이 가로막고 있는 약소한 나라요 . 그러나 나는 많은 민족을 당신과 동맹시키려 생각하오 . 운명이 때마침 당신을 이리로 인도하였소 . 이 강 건너의 나라는 지금 에트루리아 족이 점령하고 있소 . 메젠티우스가 그 종족의 왕인데 잔인하기 짝이 없는 사나이요 . 어찌나 잔인했던지 국민은 이 왕을 몰아냈소 . 결국 그 자는 투르누스한테로 도망쳐 갔소 . 그 투르누스가 이 왕을 지키고 있소 . 에트루리아 국민들은 그를 처벌하기 위해서 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 무력으로라도 그 요구를 관철하려 하고 있소 . 그러나 사제들이 그것을 만류하고 , 이 나라에 태어난 자로선 국민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불가능하리라 , 지도자는 반드시 바다를 건너올 것이다 , 이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말했소 . 그래서 그들은 내게 왕관을 바치겠다고 말해 왔소 . 그러나 나로서는 이런 큰일을 맡을 수도 없고 , 게다가 아들도 이 고장 태생이니 하늘의 정하심과는 맞지를 않소 . 하지만 당신은 모든 조건이 신이 계시하신 그대로요 . 그러니 당신이 그저 모습만 보이면 그들은 필시 지도자로 환영할 거요 . 당신한테 내 아들 팔라스를 딸려 보낼 작정이오 . 그 애는 나의 유일한 희망이며 , 위안이오 . 당신 밑에서 훌륭한 무장으로 키워주시오 . ”
왕은 트로이의 무장들을 위해 말을 준비시켰다 . 아이네이아스는 왕의 선발 부대를 인수받아 팔라스와 함께 에트루리아를 향해 떠났다 . 그는 에트루리아에 무사히 도착하여 타르콘과 그가 이끄는 국민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
그 동안 투르누스도 전쟁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 헤라는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를 보내 아이네이아스가 없는 사이를 이용해서 트로이 군대의 진지를 공격하라고 분부했다 . 그래서 곧 공격이 시작되었다 . 그러나 트로이 군대는 단단히 경계하고 있었다 . 그들은 아이네이아스에게서 자기가 없는 사이에는 절대로 전쟁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맞서 대항하지는 않았다 . 밤이 되자 투르누스 군은 자기네가 우세하다고 믿고 기분이 좋아 잔치를 벌였다 . 그들은 흥청망청 술을 퍼마시고는 흠뻑 잠이 들어버렸다 .
한편 , 트로이 군대의 진영에서는 모두들 아이네이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 장군들은 회의를 열어 어떻게 하면 자기들의 상황을 아이네이아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인가를 협의했다 . 이때 니소스와 에우리알로스 두 젊은이가 그 일을 지원하고 나섰다 . 그들은 우정으로 맺어진 전우였다 . 니소스와 에우리알로스는 즉시 적중으로 들어갔다 . 적들은 보초도 없이 여기저기에 잠들어 있었다 . 당시의 전쟁 규칙으로는 잠들어 있는 적을 죽여도 그것은 조금도 비열한 행위가 아니었다 .
그들 트로이 인은 죽일 수 있는 적은 소리 없이 모조리 죽였다 . 그들은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았고 무사히 적의 진중을 빠져나갔다 . 그러나 그때 갑자기 그들의 앞에 기병대가 나타났다 . 곧 싸움이 일어났고 , 니소스와 에우리알로스는 적을 무찌르다 둘 다 전사하고 말았다 . 아이네이아스는 에트루리아 동맹군을 거느리고 돌아와 마침 포위되어 있는 트로이 군대를 구할 수가 있었다 . 이렇게 되어 양군의 세력은 거의 비슷하게 되었다 .
폭군 메젠티우스는 싸우는 상대가 반란을 일으켜 자기를 몰아낸 국민임을 알자 야수같이 날뛰었다 . 그는 저항하는 자를 모조리 참살했다 . 그리고 드디어 아이네이아스와 맞붙게 되었다 . 양군의 장병들은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 메젠티우스는 들고 있던 창을 던졌다 . 창은 아이네이아스의 방패에 맞자 빗나가 안트레스를 맞혔다 . 안트레스는 그리스 태생으로 에반드로스를 따라 이탈리아에 와 있었던 것이다 . 이번에는 아이네이아스가 창을 던졌다 . 그러자 그 창은 메젠티우스의 방패를 뚫고 그의 허벅지를 찔렀다 . 그의 아들 라우수스는 그것을 보자 갑자기 뛰어나와 아이네이아스 앞에 버티고 막아섰다 . 아이네이아스는 칼을 들어올리기는 했으나 , 잠시 망설이고 있다가 젊은이가 덤벼들자 하는 수 없이 운명의 일격을 가했다 . 라우수스는 쓰러졌다 .
그 사이 메젠티우스는 강가로 운반되어 상처를 치료받고 있었다 . 얼마 후 , 라우수스의 죽음이 알려졌다 . 메젠티우스는 말을 집어타고 아이네이아스를 찾았다 . 아이네이아스를 발견한 그는 그의 둘레를 원을 그리며 달리면서 창을 던졌다 . 아이네이아스는 방패로 막으면서 대항하다가 메젠티우스가 세 바퀴를 돌았을 때 창을 곧장 말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 말은 창을 맞고 쓰러졌으며 , 메젠티우스는 운명의 한 칼을 맞고 죽어갔다 .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투르누스가 젊은 팔라스와 싸우고 있었다 . 실력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의 승부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 팔라스는 용감하게 싸웠으나 투르누스의 창에 쓰러지고 말았다 . 이 싸움 뒤 양군은 전사자를 매장하기 위해 며칠 동안 휴전을 하게 되었다 . 이 사이를 이용하여 아이네이아스는 사자를 보내 투르누스에게 이 전쟁의 승패를 맞상대로 정하자고 했으나 , 투르누스는 이 도전을 교묘하게 피했다 .
그래서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 이 싸움에서는 처녀 무장인 카밀라가 특히 이채를 띠었다 . 그녀의 용감한 전투모습은 어떤 용감한 무사보다도 더 뛰어났다 . 그리고 많은 트로이 군대와 에트루리아 군이 그녀의 창에 죽어갔다 .
아룬스라는 에트루리아 인이 그녀를 눈여겨보며 틈을 노리고 있었는데 , 마침 그녀가 도망치는 적을 추격하는 것을 보았다 . 그녀는 적이 입고 있는 갑옷이 너무나 훌륭해 그것을 노획하려고 한 것이다 . 그녀는 추격에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위험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 결국 아룬스의 창은 그녀의 몸에 명중하여 깊은 상처를 입혔다 . 그녀는 쓰러졌고 , 부하들인 처녀 병사들에게 안겨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
아르테미스 여신은 카밀라의 최후를 보고 그녀를 죽인 자를 그대로 놓아둘 수 없었다 . 아룬스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고 했으나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한 님프의 화살에 맞아 아무도 모르게 죽어갔다 .
드디어 아이네이아스와 투르누스 사이에 결전이 전개되었다 . 투르누스는 이 싸움을 되도록 피하려고 했으나 , 자기편의 불리한 전세와 부하들의 불평에 쫓겨 부득이 싸울 각오를 굳힌 것이다 . 승패는 뻔했다 . 아이네이아스는 이길 운명에다가 ,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언제나 모친의 도움이 있었고 , 그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헤파이스토스의 갑옷이 있었다 . 반면 , 투르누스는 신의 가호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 헤라는 더 이상 투르누스를 도와주지 말라는 제우스의 엄명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
투르누스는 창을 던졌다 . 그러나 그 창은 아이네이아스의 방패에 맞자 그대로 튕겨나갔다 . 이번에는 트로이의 영웅이 창을 던졌다 . 창은 투르누스의 방패를 뚫고 허벅지를 찔렀다 . 그러자 투르누스의 기상도 순식간에 꺾여 그는 이내 자비를 빌었다 . 아이네이아스는 그의 목숨을 살려주려고 했으나 , 그때 팔라스의 띠가 눈에 띄었다 . 그것은 투르누스가 팔라스에게서 뺏은 것이었다 . 그것을 보자 , 아이네이아스의 노여움은 순식간에 불타올라 그는 이렇게 외쳤다 .
“팔라스가 네놈을 죽이는 것이다 ! ”
그리고 들고 있던 칼로 그의 목을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
아이네이아스는 적을 모두 정벌한 뒤 라비니아를 신부로 맞고 나라를 건설했는데 , 나라의 이름은 신부의 이름을 따서 ‘라비니움’이라고 불렀다 .
그리고 그의 아들 율루스는 알바롱가를 건설했는데 , 이것이 바로 로물 루스와 레무스가 탄생한 땅으로서 , 다름 아닌 로마의 요람지였던 것이다 .
모든 동물은 다른 개체로부터 태어나기 마련이다 . 그러나 포이닉스는 자기 자신이 자기를 낳는다고 한다 . 이 포이닉스는 과일이나 꽃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 유향이나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나무의 수액을 먹고 살았다 . 그리고 5 백 년 동안 산 후에 떡갈나무의 가지나 종려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짓는다 . 이 둥지 안에 계수나무 껍질 ․ 감송 ․ 몰약 등을 모아다 놓고 그 위에 누워서 향기에 싸여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이다 . 이렇게 죽은 어미새의 몸에서 어린 포이닉스가 어미새와 마찬가지로 5 백 년의 세월을 보낼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다 .
이 새끼새는 자라나서 힘이 강해지면 나무에서 그 둥지를 들어 올려 이 집트의 헬리오폴리스 ( 태양의 도시 ) 로 날아가서 태양신의 신전에 둔다 .
이 동물은 뱀의 왕이라고 일컬었다 . 왕의 표시로 그 머리에는 닭처럼 볏이 달려 마치 왕관 같다는 것이다 . 이 바실리스쿠스는 개구리나 뱀이 품는 수탉의 알에서 태어났다 . 그리고 이 동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다 . 어떤 것은 그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모두 불태워 버렸다 . 또한 다른 것은 마치 걸어다니는 메두사의 목처럼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죽어버렸다 .
이런 바실리스쿠스가 뱀의 왕이라고 불리고 있는 것은 , 이 뱀 앞에서는 다른 뱀이 모두 충실한 신하처럼 행동하였고 , 타죽거나 물려죽지 않으려고 소리만 들어도 도망쳐 버렸기 때문이다 .
유니콘은 매우 사나운 동물로서 몸은 말 , 머리는 사슴 , 발은 코끼리 , 꼬리는 산돼지를 닮았다 . 목소리는 낮게 울부짖는 소리였고 , 검은 뿔이 한 개 달려 있는데 그 길이는 2 큐빗 (Cubit :팔꿈치에서 가운뎃손가락 끝까지의 길이 . 46 ~ 56 ㎝ ) 으로 이마 한가운데에 달려 있다 .
유니콘은 사냥꾼들에게는 잡기 힘든 상대였다 . 유니콘의 뿔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며 , 그것은 작은 칼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좀처럼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 또한 이 동물의 힘은 모두 그 뿔 속에 모여 있어 궁지에 몰리거나 하면 아무리 높은 언덕 위에서도 이 뿔을 받침으로 하여 상처 하나 없이 도망쳤다 .
그러나 사냥꾼들도 마침내 외뿔 달린 유니콘을 속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 그들은 이 동물이 순결하고 순진한 것을 유달리 소중히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 그래서 그들은 한 처녀를 데리고 가서 이 짐승이 나다니는 길목에 놓아두었다 . 예상대로 유니콘은 그 처녀를 보고 공손히 다가가서 그 곁에 쪼그리고 앉더니 머리를 처녀의 무릎에 올려놓고 곤히 잠들어 버렸다 . 처녀는 짐승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미리 짜놓은 대로 신호를 보냈고 , 사냥꾼들은 무난히 이 짐승을 잡을 수 있었다 .
살라만드라는 불 속에서도 죽지 않는 몸을 지니고 있었고 , 그 모습은 마치 도마뱀 같았다 . 살라만드라는 몸의 털구멍에서 젖 같은 액을 분비했 다 . 이 액은 석면이었다 . 살라만드라는 흥분하면 이 액체를 다량으로 분비하기 때문에 잠시 동안은 자기 몸을 불에서 지킬 수가 있었던 것이다 .
살라만드라는 또한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어서 , 겨울이 되면 나무의 움푹 패인 곳이나 구멍 안에 누워 봄이 올 때까지 잠을 잤다 . 그래서 때로는 장작과 함께 난로 속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는 수가 있었던 것이다 . 이때 이 짐승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불 속에서 기어나오는 까닭에 좀처럼 잡을 수가 없다 . 살라만드라를 잡을 수 있을 때란 , 살라만드라가 발이나 몸의 어느 부분에 심한 화상을 입었을 때뿐이다 .
Ⅱ . 동양 신화
고대 페르시아 때의 종교의 창시자는 조로아스터였다 . 이 조로아스터가 살아 있던 시대가 언제쯤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 그의 가르침이 키로스 왕의 시대 ( 기원전 550 년 ) 부터 알렉산더 대왕의 페르시아 정복 ( 기원전 732 년 ) 때까지 서아시아에서 가장 유력한 종교였던 것은 사실이다 . 그리고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더의 지배하에서 조로아스터의 교의는 외국 사상의 영향으로 상당히 쇠퇴한 것 같았으나 뒤에 다시 융성하게 되었다 .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에 의하면 , 이 우주에는 최고의 신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신이 두 신을 만들어 각기의 신에 자기의 본성 중에서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나눠 주었다 . 이 두 신 가운데에서 아후라마즈다 ( 오르무즈드 , 오르마즈드 ) 는 자기의 창조주에게 충실하여 모든 선의 근원이 되었으나 , 아리만은 반항하여 지상의 모든 악의 근원이 되었다 .
아후라마즈다는 인간을 창조하고 행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었다 . 그러나 아리만은 이 행복을 없애려고 세상에 악을 보내기도 하고 , 무서운 짐승과 독이 있는 파충류나 식물을 만들어 냈다 . 그 때문에 악과 선은 지금도 세상 도처에 뒤섞여 있어 이 선과 악의 추종자들 , 즉 아후라마즈다와 아리만의 신봉자들이 끊임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러나 이런 상태는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 이윽고 아후라마즈다의 신봉자들이 모든 곳에서 승리를 거두어 악은 영원히 암흑세계로 매장될 때가 오는 것이다 .
고대 페르시아 인의 제의는 매우 간소했다 . 신전도 제단도 없었고 , 다만 산꼭대기에서 제물을 바치는 것이 전부였다 . 그들은 불과 빛과 태양을 숭배했다 . 그것은 모든 빛과 순결의 근원인 아후라마즈다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 그러나 그것들을 독립된 신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 제의나 제례는 사제들에 의해 집행되었는데 , 그 사제들은 마기라고 불렸다 . 마기의 학문은 점성술이나 요술과 연결되어 있고 , 그들은 이런 방면에 매우 유명했으므로 마기라는 이름은 모든 마법사나 요술사들에게도 사용되게 되었다 .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은 그리스도교가 들어온 뒤에도 여전히 번성하여 3 세기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종교가 되었다 . 그리고 드디어 7 세기가 되어 마호메트교의 세력이 강해지고 , 아라비아 인이 페르시아를 정복하게 되자 그들은 페르시아 인들에게 그들의 종교를 버리도록 강요했다 . 자기네 종교를 버릴 수 없었던 페르시아 사람들은 게르만의 사막이나 인도로 도피했으며 , 이곳에서 파르시교도라는 이름으로 생활을 계속했다 . ‘파르시’라는 것은 페르시아의 옛날 이름인 파르스에서 나온 이름이다 . 아라비아 인은 그들을 ‘기버’라고 부르고 있는데 , 그것은 아라비아 어로 불신자라는 뜻이다 .
봄베이에서 파르시교도는 매우 활동적이고 이지적인 , 그리고 유복한 계급이다 . 그 정결한 생활과 성실 , 융화적인 태도 등으로 그들은 매우 뛰어난 존재가 되어 있는 것이다 . 그리고 많은 신전을 세우고 불 ( 火 ) 을 모시고 있는데 , 그것은 불을 신의 상징으로 숭배하는 까닭이다 .
힌두교는 《베다》 ( 고대 인도교의 근본 성전 ) 를 기초로 하고 있다 . 따라서 그들은 자기네의 성서인 이 성전을 가장 신성한 것으로 삼고 있으며 , 이 성전은 브라흐마 (Brahma :브라만교에서 우주의 창조에 참여한 최고 신 ) 가 만물을 창조할 때 적어놓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보는 그런 형태의 《베다》는 5 천 년쯤 전의 성인 브야사가 만든 것이다 .
《베다》는 유일 최고 신의 신앙을 가르치고 있다 . 그 신의 이름은 브라흐마라고 한다 . 이 브라흐마의 표상은 세 사람의 의인화된 신으로 나타난다 . 즉 , 창조자와 보존자와 파괴자로서 , 이들은 각기 브라흐마 ․ 비슈누 ․ 시바라는 이름으로 트리무르티 , 즉 인도 주요 3 신의 일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
하급에 속하는 신들 가운데에서 손꼽을 수 있는 신들로는 번개와 벼락과 폭풍과 비를 다스리는 천공의 신 인드라 , 불의 신 아그니 , 죽음의 신 야마 , 태양의 신 수리야가 있다 .
브라흐마는 우주의 창조주로서 이 신을 근원으로 모든 신이 태어나고 , 또한 최후에는 모든 것이 이 신 속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 《베다》에 의하면 , 인간의 혼은 최고의 지배자인 신의 일부분으로서 마치 불꽃이 불의 일부분인 것과 같다 . 비슈누는 힌두교도가 믿는 트리무르티 중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며 , 보존의 신을 의인화한 것이다 . 그는 세계를 온갖 시대의 위험에서 지키고자 갖가지 모습으로 몸을 바꾸어 땅 위로 내려왔다 . 그 모습을 아바타르라고 한다 .
아바타르는 수가 매우 많은데 그중에서 특히 유명한 열 가지 모습이 있다 . 첫째의 아바타르는 마스야라고 해서 물고기가 되어 나타났다 . 그리고 비슈누는 이 모습으로써 인류의 조상인 마누를 대홍수 때 지켰다 . 둘째의 아바타르는 거북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 비슈누는 이 모습으로 몸을 바꾸고 신들이 바다를 휘저어 암리타라는 불로불사의 음료를 만들고 있는 동안 땅을 떠받치고 있었다 .
그 밖의 아바타르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성격인 만큼 , 즉 정의를 지키고 나쁜 짓을 하는 자를 징계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니까 생략해서 아홉 번째의 아바타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이것은 비슈누의 아바타르 가운데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 , 비슈누는 크리시나라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 그리고 이 무적의 무장은 크나큰 위업으로 이 세계를 압제자의 손에서 구했다 .
붓다 (Buddha ;부처 ) 는 브라만교도들로부터 비슈누의 화신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 붓다는 신들의 적인 아수라들을 권유하여 《베다》의 성전을 버리게 하기 위해 나타났으며 , 그 때문에 《베다》는 그 힘과 권위를 잃었다는 것이다 .
칼기라는 열 번째 아바타르이다 . 비슈누는 이 모습을 빌려 세계의 종말에 나타나 모든 악과 부정을 멸망시키고 , 인류에게 미덕과 순결을 되찾게 해주리라고 예견되고 있다 .
시바는 힌두교의 트리무르티 중 세 번째 신으로서 , 파괴의 신을 의인화한 것이다 . 비록 이름은 세 번째에 있으나 , 신자의 수나 신앙의 범위에서는 앞의 두 신보다 훨씬 앞서 있다 . 《프라나》 ( 근대 힌두교의 성전 ) 속에서는 이 신의 본래 힘이 파괴자로서의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 그런 힘은 1 천 2 백만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가 아니면 , 즉 이 우주가 끝날 때가 아니면 사용되는 일이 없다 . 시바는 파괴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재생자의 상징으로 되어 있다 .
비슈누와 시바의 숭배자는 두 종파를 이루고 있다 . 각 파는 자기들이 믿는 신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다른 파의 주장을 부정하고 있다 .
창조주인 브라흐마가 창조를 마치자 사람들은 이것으로 이 신의 임무가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 그 신전도 인도에는 하나밖에 없다 . 그런데 시바와 비슈누는 많은 신전을 가지고 있다 . 비슈누의 신자들은 생명을 유달리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 따라서 육식은 절대로 하지 않으며 , 숭배방법도 시바를 믿는 사람들처럼 참혹하지는 않다 .
자간나타의 숭배자들을 비슈누나 시바의 신자라고 생각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책에 따라 각기 의견이 다르다 . 자간나타의 신전은 캘커타 남서쪽 3 백 마일쯤 되는 바닷가 근처에 서 있다 . 그 상은 나무로 된 것으로 , 시커멓게 칠한 무서운 얼굴을 하고 피처럼 빨간 입을 벌리고 있다 . 축제일이 되면 이 상은 수레가 달린 , 60 피트나 되는 높은 탑 위에 안치된다 . 그리고 여섯 가닥의 긴 밧줄을 이 탑에 매어 사람들은 그것으로 이 탑을 끌고 간다 .
사제와 그 시종들은 탑 위의 신상 곁에 서서 이따금 신자들 쪽을 보고 노래를 부르거나 손발을 움직이기도 한다 . 이렇게 탑이 나아가는 동안 열렬한 신자들은 땅에 몸을 던져 탑을 실은 수레에 깔리려고 한다 . 그리고 군중들은 그런 행위야말로 이 신상에 대한 최대의 희생이라고 믿고 환성을 올리는 것이다 . 해마다 특히 3 월과 7 월의 축제에는 순례자들이 떼를 지어 이 신전으로 모여든다 . 7, 8 만 명이 이곳을 찾아오며 ,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계급을 떠나 함께 어우러져 식사를 한다 .
인도인들이 고정된 직업을 가진 여러 계급으로 , 즉 카스트로 구분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였다 .
어떤 설에 의하면 그것은 정복과 동시에 시작된 것으로서 , 최초의 세 카스트는 이 나라의 원주민들을 정복하여 그 사람들을 하급의 카스트로 만들어 버린 외국의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 또 다른 설로는 부친에게서 아들에게로 전해져 가는 것으로 , 직무나 직업을 오래 유지시키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한다 .
인도의 전설은 이 갖가지 카스트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브라흐마는 세계를 창조할 때 지상에는 자기 자신의 몸에서 직접 낳은 것을 살게 하기로 결정했다 . 그래서 브라흐마의 입에서 최초로 브라흐만 ( 브라만 ) 이 태어나고 , 그에게 4 권으로 되어 있는 《베다》가 맡겨졌다 . 오른팔에서는 크샤트리아 ( 무사 ) 가 , 그리고 왼팔에서는 무사의 아내가 태어났다 . 두 허벅지는 남녀 바이샤 ( 농부와 상인 ) 를 낳았고 ,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발에서 수드라 ( 기술자와 노동자 ) 가 태어났다 .
브라흐마의 네 아들이 이런 뜻을 지니고 이 세상에 태어나자 , 그들은 인류의 아버지가 되고 각 카스트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 그들은 4 권의 《베다》야말로 그들 신앙의 모든 규칙과 종교의식의 모든 필요한 지시가 있는 것이라고 듣고 있었다 .
이 최초의 세 가지 카스트와 수드라의 사이에는 엄격한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 . 앞의 셋은 《베다》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나 수드라에게는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
브라만은 《베다》를 가르치는 특권이 있었기에 , 옛날에는 모든 지식을 독점하고 있었다 . 이 나라의 주권자는 라지푸트라고도 부르는 크샤트리아 중에서 선발되었으나 , 실제의 권력은 브라만이 장악하고 있고 , 그들은 국왕의 조언자이자 사법관이며 또한 행정관이기도 했다 . 그리고 그들의 몸과 재산은 침범할 수 없는 것이므로 제아무리 무거운 죄를 범해도 다만 국내에서 추방되는 것으로 끝났다 . 그들에게는 국왕조차도 최대의 경의를 표시해야 했다 . 브라만은 학문이 있건 없건 유력한 신이었기 때문이다 .
브라만은 부유한 사람들에게 부양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직접 직업에 종사할 필요는 없었다 . 그러나 모든 브라만이 그 사회의 노동계급에게서 부양될 수는 없었으므로 , 이윽고 그들도 생산적인 일에 종사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
이 중간에 자리하는 두 계급에 대해서는 거의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그들의 지위와 특권이 어떤 것인가는 그 직업을 보면 분명하기 때문이다 .
수드라 , 즉 네 번째 계급의 사람들은 그보다 위의 계급의 사람들 , 특히 브라만에게는 노예처럼 섬겨야 했다 . 그러나 그들은 기계를 만지거나 글을 쓰는 실용적인 일에 종사할 수가 있었고 , 상인이나 농부가 될 수도 있었다 . 따라서 때로는 그들이 부유해지는 경우도 있고 , 브라만 쪽이 가난해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
이 수드라보다 더 낮은 계급이 또 하나 있다 . 그들은 파라아라고 하여 가장 천한 일을 하고 가장 가혹한 취급을 받았다 .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결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도록 강요당했다 . 그리고 그들 자신이 불결하다고 생각될 뿐만 아니라 , 그들이 만진 것마저도 불결하다고 생각되었다 . 그들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그 생활양식이나 집 ․ 가구마저 규정하는 특별한 법률에 얽매여 있었다 . 그들은 다른 카스트의 파가바티 , 즉 사원에 참배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들만의 사원과 의식을 가져야 했다 . 다른 카스트의 집에 들어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 또한 시장에도 모습을 나타낼 수 없으며 , 우물도 특별한 것을 쓰도록 제한받았다 .
음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는데 , 그것은 특권이 아니라 오히려 치욕의 표시였다 . 그들이 워낙 천한 환경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제는 무엇을 먹어도 그 이상 부정해질 수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따라서 위의 세 가지 카스트는 육식을 일체 금지당했으며 , 네 번째 카스트는 쇠고기를 제하고는 어떤 고기를 먹어도 되었고 , 제일 아래의 카스트만은 아무런 제한이 없었던 것이다 .
붓다 ( 석가모니 ) 는 《베다》 속에서는 비슈누의 겉치레라고 하지만 , 신자들로부터는 지상의 성인이었다고 생각되고 있다 . 그 이름은 고타마라 하고 , 존칭으로는 사캬무니라든가 붓다라고도 부른다 .
붓다의 탄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 그 연대를 비교하면 그는 예수 그리스도보다도 천 년쯤 전에 살고 있었다고 짐작된다 .
붓다는 국왕의 아들이었다 . 그는 그 나라의 관습에 따라 태어난 지 며칠 뒤에 신의 제단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는데 , 그때 이 신의 상이 머리를 숙임으로써 갓 태어난 이 아이가 장차 위대한 인물이 된다는 것을 예언했다고 한다 . 이 어린아이는 자라면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으며 , 또한 보기 드물게 수려한 모습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
성인이 되자 곧 인류의 타락과 고뇌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고 , 세상에서 물러나 명상에 잠기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 부친은 그의 이 계획에 반대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
붓다는 호위병의 눈을 피해 왕궁을 도망쳐 나왔다 . 그리고 안전하게 숨을 장소를 찾아내자 6 년 동안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깊은 명상에 잠기면서 살았다 . 그 6 년이 끝나자 그는 베나레스 거리에 전도사로서 나타났다 . 처음에는 붓다의 설교를 듣고 그의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 그의 설교는 곧 신망을 얻어 순식간에 널리 퍼져갔고 , 그것이 인도의 구석구석까지 번지는 것을 붓다 자신도 그 생존중에 볼 수가 있었을 정도였다 . 그리고 그는 80 세로 열반에 들었다 .
불교도들은 《베다》의 가르침이나 그 속에 적혀 있는 힌두교의 제의를 조금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 또한 카스트의 구별도 받아들이지 않고 , 피비린내 나는 희생도 금하여 육식을 허락지 않는다 .
승려가 되려는 사람은 모든 계급에서 선발된다 . 그 대신 승려는 각지를 돌아다니며 도움을 받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 그리고 특히 남들이 버린 폐물을 연구하여 사용하거나 , 식물에서 의약의 효력을 찾아내거나 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로 되어 있다 .
실론 (Ceylon :인도 남동쪽의 섬 ) 에서는 세 계급의 승려가 인정된다 . 가장 위의 승려는 보통 높은 신분의 태생과 학식을 지닌 사람으로서 그들은 사원에서 부양하고 있다 . 그리고 이런 사원의 대부분은 이 나라의 옛 군주들에게 충분한 기부를 받고 있다 .
붓다가 나타난 뒤 몇 세기 동안은 이 종파도 브라만에게 관대하게 다루어졌다 . 그래서 불교는 인도 전역에까지 퍼졌고 실론이나 그 동쪽 반도에까지도 전달된 것 같다 . 그러나 그 후 인도에서 오랫동안 계속되는 박해를 견뎌야 했으며 , 그 박해 때문에 마침내 불교는 그 발생지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이웃 나라로 전파되었다 . 불교는 서기 65 년경 중국으로 전달되었으며 , 그 후 중국에서 한국으로 , 일본으로 , 자바로 퍼졌다 .
이집트 사람은 최고의 신으로서 암몬을 인정했다 . 그 신은 뒤에 제우스 또는 유피테르 암몬이라고 불린 신이다 .
암몬 신은 크네프와 하토르라는 남녀의 신들을 만들었다 . 그리고 크네프와 하토르 사이에서 오시리스와 이시스가 태어났다 . 오시리스는 태양의 신으로서 온유 ․ 생명 ․ 풍요의 근원으로 숭배되었다 . 그리고 또한 나일 강의 신이라고도 생각되었으며 , 해마다 강을 범람시켜 아내 이시스 ( 대지 ) 를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었다 .
세라피스 또는 헤르메스가 이 오시리스와 똑같은 신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있지만 , 때로는 다른 신으로서 타르타로스의 지배자 , 의술의 신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
아누피스는 수호신으로 , 개의 머리를 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 그 머리는 충실한 경계의 성격을 상징하고 있다 .
호로스 또는 하르포크라테스는 오시리스의 아들이었다 . 그는 연꽃 위에 올라앉아 손가락을 입에 댄 모습으로 , 침묵의 신으로 그려져 있다 .
오시리스와 이시스는 언젠가 지상으로 내려가 그곳 사람들에게 선물과 축복을 주기로 되어 있었다 . 먼저 이시스가 보리와 밀가루의 사용법을 가르쳤다 . 그리고 오시리스는 농기구를 만들어 그 사용법을 가르치고 , 또한 소로 하여금 쟁기를 끌게 하여 땅을 일구는 방법 , 즉 농경법도 가르쳤다 . 그리고 오시리스는 인간에게 법률이나 혼인제도와 사회조직을 만들어 주고 , 또한 신들을 숭배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
그래서 나일 강 유역을 행복한 나라로 만들고 나서 많은 천사들을 모아 그 밖의 땅으로 축복을 주러 갔다 . 그는 여러 나라를 정복했는데 , 그것은 무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만 음악과 웅변을 가지고 한 것이다 .
오시리스의 동생 튜폰은 이 모양을 보고 있었다 . 질투와 악의에 가득 찬 마음으로 형이 집을 비운 사이에 그 왕위를 빼앗으려고 했다 . 그러나 정권을 맡고 있던 이시스가 그 뜻을 꺾어버리고 말았다 .
이렇게 되자 더한층 꽁하게 생각한 튜폰은 드디어 형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 그리고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그것을 실천했다 .
그는 72 명의 일당을 조직해서 왕의 귀국을 축하하는 잔치석상으로 데리고 갔다 . 그때 그는 미리 오시리스의 몸에 꼭 맞는 궤짝을 준비시켜 두었다 . 그리고 누구이건 이 궤짝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자에게는 이 값진 궤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 모두들 해보았으나 제대로 맞지를 않았다 . 이윽고 오시리스의 차례가 되어 그가 궤 안으로 들어간 순간 , 튜폰과 그 일당은 궤짝 뚜껑을 닫고 그것을 나일 강에 던져 넣은 것이다 .
이시스는 이 참혹한 소식을 듣고 탄식하며 슬퍼했다 . 그리고 머리를 자르고 상복을 입고는 열심히 남편의 시체를 찾았다 . 이때 그녀는 오시리스와 네프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아누비스에게 커다란 도움을 받았다 .
그들 두 사람의 소문은 잠시 동안은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 .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궤짝은 파도에 실려 비블로스 강가에 닿자 , 물가에 나 있던 갈대 속에 들어가 버렸는데 오시리스의 몸에 머물러 있던 신성이 이 갈대숲에 이상한 힘을 주어 갈대숲 전체가 한 그루의 커다란 나무가 되었고 , 그 줄기 속에 오시리스가 갇힌 궤짝 ( 즉 , 오시리스의 관 ) 을 넣어두고 있었던 까닭이다 . 그리고 이 나무는 그 후 얼마 안 되어 베어져 , 그런 신성한 물건을 속에 넣은 채 페니키아 왕의 궁전 기둥이 되었다 .
그러나 이윽고 아누비스와 그를 섬기는 새들의 도움으로 이런 사실을 확인한 이시스는 곧 페니키아로 갔다 . 궁전에 도착하자 그녀는 하인이 될 것을 자청했다 .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곧 변장을 벗어버리고 번개와 벼락에 둘러싸인 여신의 모습을 나타냈다 .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기둥을 쳐서 관을 끌어냈다 . 그녀는 관을 들고 돌아가 숲속에 감추어 놓았다 . 그런데 튜폰은 그것을 용케 발견하여 시체를 열네 토막으로 잘라 여기저기에 흩트려 버렸다 . 이시스는 그것을 오랫동안 찾은 끝에 열세 토막까지 찾았으나 나머지 한 토막은 나일 강의 물고기가 먹어버렸기 때문에 그녀는 무화과나무로 그 부분을 대신 만들어 시체를 휘라이 섬에 매장했다 .
그 후 이 섬은 이 나라의 유명한 묘지가 되어 온 나라 안의 사람들이 참배하게 되었다 . 그리고 이곳에는 오시리스를 위해 아주 훌륭한 신전을 세웠는데 , 그의 손발이 발견된 장소에도 각기 작은 신전이나 묘를 세워 이 사건을 후세에 전했다 . 오시리스는 이집트 사람들의 수호신이 된 것이다 . 그리고 그의 넋은 언제나 황소 아피스의 몸 안에 머물러 그 소가 죽으면 다음 소가 물려받는다고 생각되었다 . 멤피스의 황소라고 부르는 이 아피스는 이집트 사람들에게 최고의 존경심으로 숭배되었다 . 아피스라고 생각되는 소는 일정한 표시로써 인정되었다 . 온몸이 까맣고 이마에 하얀 정방형의 표시와 등에 독수리 모양의 표시가 있으며 , 혀 아래쪽에는 풍뎅이 같은 혹이 있어야 했다 .
이런 표시를 한 황소가 특별히 파견된 사람들에게 발견되면 곧 동쪽을 향한 건물 안에서 4 개월 동안 우유로 키워졌다 . 이 기간이 끝나면 사제들은 달밤에 엄숙한 의식을 갖추어 소를 데리러 가서 이 소를 아피스로 맞았다 . 소는 화려하게 장식된 배에 실려 나일 강을 내려가 멤피스로 운반되었다 . 그곳에는 두 예배당과 운동장 하나가 있는 신전이 이 소를 위해 마련되어 있었다 . 많은 제물이 바쳐지고 , 또한 해마다 한 번씩 나일 강의 물이 불기 시작할 무렵 황금 술잔이 이 강에 던져졌으며 , 축제가 열려 이 소의 탄생일을 축하했다 . 사람들이 믿는 바에 의하면 , 이 축제 동안에는 악어도 그 포악한 근성을 잃고 얌전히 굴었다고 한다 .
그러나 이 소의 이런 행복한 운명에도 한계가 있었다 . 그것은 일정 기간보다 오래 살아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 소가 25 년이 되도록 여전히 살아 있는 경우에는 사제들이 그 소를 신성한 물 속에 넣어 익사시킨 다음 세라피스 신전에 매장한 것이다 . 이런 황소가 죽으면 , 그것이 자연의 결과이든 인위적인 것이든 나라 안의 온갖 사람이 슬퍼했으며 , 다음 소가 발견될 때까지 그 슬픔은 그치지를 않았다 .
주옥으로 주춧돌을 깔고 , 황금으로 기둥을 세웠으며 , 유리로 바닥을 깔고 , 청기와로 지붕을 덮은 구름 위의 누각에는 하늘 위의 여러 신들이 모여 있었다 . 신들은 의복을 갖추고는 황금난간을 잡고 눈 밑의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흰 구름 사이로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지상은 태양빛에 찬란하게 빛났으며 , 바다는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
아시아 대륙에서 동쪽으로 길게 꼬리를 내밀고 있는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 바닷가에는 흰 파도가 포말을 올렸고 ,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려 한가롭고 평화로운 , 그림 같은 육지였다 . 신들은 새삼스럽게 발견한 것처럼 이 평화로운 반도를 내려다보면서 ,
“과연 절경이로고 ! ”
하며 쾌재를 불렀다 .
하느님인 환인도 삼십삼천 위에 앉아 참성 ․ 위성 ․ 대백성을 통해 인간계의 여러 일을 보고 있었다 . 그리고 신들의 이런 태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여러 신들은 들으시오 . 보다시피 저 반도는 아름답소 . 지금은 다행히 선량한 인간들만 살고 있어 평화롭게 살고 있지만 , 머지않아 악인이 쳐들어올 것이고 또 저희들끼리 싸워 세상을 어지럽힐 것인즉 , 저 반도에 나라를 세워 백성들을 구해 주어야 하지 않겠소 ? 그런데 여러분들을 오늘 오시게 한 것은 다름 아니라 왕자로 하여금 저 나라를 다스리게 하자고 한 까닭이오 . 여러분들의 뜻은 어떠하오 ? ”
“그것 참 좋은 생각이십니다 . ”
여러 신들은 이 말에 한결 같이 동의했다 .
“여러분들 , 자아 술을 듭시다 . ”
신들의 동의에 기뻐하며 , 환인은 술잔을 높이 들었다 . 천상의 무악이 연주되고 큰 잔치가 벌어졌다 .
얼마 후 환인은 왕자를 불러 말했다 .
“이제 평소의 네 소원을 들어주마 . 다름 아니라 신들과 상의해서 너를 인간 세계로 내려 보내 조선 땅을 다스리도록 결정했다 . 그러하니 속히 인간의 모습으로 바꾸고 지상으로 내려가 선정을 베풀도록 하라 . ”
왕자는 아름다운 반도로 내려가 몸소 다스려 보고 싶었던 터라 그 기쁨은 대단했다 .
“말씀대로 훌륭히 다스려 보겠습니다 . ”
그는 눈동자를 빛내며 부왕에게 감사했다 . 부왕은 말했다 .
“여기에 천부인 세 개가 있느니라 . 이것은 하늘에서 내려간 사람의 표시이다 . 가져가거라 . ”
그리고는 천부인 세 개를 왕자에게 주었다 . 왕자는 그것을 받고 부왕에게 작별을 고했다 .
왕자는 평소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므로 즉시 신하 3 천 명을 데리고 오룡차에 몸을 싣고는 지상으로 내려갔다 . 그가 내려간 곳은 북쪽 백두산의 흐름을 따른 조선반도 한가운데에 솟아 있는 태백산 ( 지금의 묘향산 ) 꼭대기 신단수였다 . 이 성지를 신시라고 부르고 , 왕자를 환웅이라고 불렀다 .
환웅은 나무 밑에 서서 사면을 내려다보았다 . 동쪽에서 저 멀리 동해가 있고 , 남쪽은 길게 반도가 뻗치고 , 서쪽은 넓은 평원을 가로질러 황해가 있었으며 , 북쪽은 대륙에 이어져 산도 아름답고 물도 맑은 , 참으로 지리가 빼어나고 훌륭한 반도였다 .
산에는 나무들이 우거지고 들에는 온갖 꽃이 만발했으며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 골짜기에는 맑은 물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렀다 .
환웅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했다 . 그리하여 바람을 관장하는 풍백 , 비를 관장하는 우사 , 구름을 관장하는 운사 등의 여러 신들을 불러 자연의 조화를 갖추었고 , 이어 백성의 재물 ․ 곡식 ․ 생명 ․ 병 ․ 도덕 등 무릇 인간에 관한 360 여 가지의 일을 주재하여 마치 천상에 황제가 있고 백관 ․ 백사 ․ 문무에 관한 여러 신이 있어 세계를 지배하듯 , 이 지상에도 천상과 똑같은 왕국을 건설한 것이다 .
환웅의 위력은 태양처럼 사방에 빛났다 . 환웅이 내린 묘향산에는 그 향기가 남해에서 나온다고 전해지는 빨강 ․ 파랑 ․ 하양 따위 갖가지 빛깔의 단나무에서 향기가 내뿜어지고 있었다 . 게다가 만병통치약이라고도 하는 이 단나무 밑에는 큰 동굴이 있었다 .
이 동굴 속에는 한 마리의 곰과 호랑이가 같이 살고 있었다 . 동물 가운데에서도 영물인 곰과 호랑이는 곧 환웅을 따르게 되었다 . 환웅도 그들을 사랑해 주었다 .
어느 날 곰과 호랑이는 환웅에게 소원을 빌었다 .
“저희도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 부디 저희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 그러면 임금님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 ”
환웅은 그것은 될 수 없는 일이라고 타일러 주었으나 , 그들은 매일같이 애원했으므로 환웅도 마침내 그 정성에 뜻을 굽히고 말았다 .
“그렇듯 소원이라면 인간으로 만들어 주마 . 좋은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거라 . 하지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물론 각오하고 있겠지 ? ”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반드시 견디겠습니다 . 부디 하루속히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십시오 . ”
곰과 호랑이는 머리를 조아렸다 . 환웅은 말했다 .
“그렇다면 여기 쑥 한 다발과 마늘 스무 통이 있다 . 동굴로 들어가 이것을 먹고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아라 . 그러면 그대들은 인간이 될 것이다 . ”
그리고 쑥과 마늘을 내주었다 .
“고마우신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 ”
곰과 호랑이는 곧 동굴 속으로 들어가 쑥과 마늘을 먹으며 지냈다 . 그들은 햇빛을 보지 않고 고행을 쌓았다 . 그러나 성질이 급한 호랑이는 동굴의 어둠이 답답해져 견디다 못한 나머지 동굴에서 뛰쳐나와 버리고 말았다 .
곰은 참을성 있게 견디었다 . 그러자 그로부터 백 일이 안 되어 곰은 훌륭한 미녀로 변했다 . 곰 인간 , 즉 웅녀는 인간이 된 이상 인간으로서의 훌륭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 이번에는 매일 밤 향기가 나는 신단수 밑으로 가서 이렇게 기도를 드렸다 .
“저도 신의 도움으로 인간이 되었습니다 . 부디 인간으로서의 일을 시켜주십시오 . ”
이윽고 이것이 환웅의 눈에 띄었다 . 환웅은 그녀를 갸륵히 생각하여 왕비로 삼았다 . 곰은 환웅을 위해 정성을 다 바쳤다 . 웅녀는 왕비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훌륭한 왕자를 낳았다 . 왕도 왕비도 매우 기뻐했다 . 웅녀가 신단수 밑에서 기도를 했고 , 왕자도 신단수 밑에서 태어났으며 , 게다가 부왕인 환웅도 신단수 아래에 내려섰으므로 , 이를 따서 왕자의 이름을 단군이라고 지었다 . 또한 호는 왕검이라고 불렀다 .
왕검 , 즉 단군은 자라남에 따라 부왕과 똑같은 왕자가 되었다 . 부왕은 왕검에게 새로이 도읍지를 정하라고 일렀다 .
“이 묘향산에서 흐르는 개울을 따라 내려가면 넓은 들판이 있느니라 . 강 ( 대동강 ) 의 양쪽은 땅이 기름지고 만물이 풍요롭다 . 이곳에 도읍을 정하고 백성을 다스리도록 하라 ! ”
그리하여 왕검은 평양성을 쌓고 도읍지를 평양으로 정했다 . 이 성을 또한 왕검이라는 호를 따서 왕검성이라고도 일컬었다 . 그리고 국호를 조선이라고 이름 지었다 . 이렇게 하여 조선은 개국을 본 것이다 . 이때는 당나라의 고조가 즉위한 지 50 년째 되는 해였다 .
왕검의 위덕으로 온 나라에 태평성대가 오고 , 백성은 잘살게 되었으며 인구도 차츰 늘어났다 . 뒤에 왕은 도읍을 백악산 기슭의 아사달로 옮겼는데 , 아사달은 명궁 또는 궁홀산이라고도 불려졌다 .
옛날 신라 동해안에 한 노파가 외롭게 살고 있었다 . 지아비를 일찍 여읜데다가 자식도 없고 친척도 없는 , 그야말로 고독한 노파였다 . 그러나 이 노파는 신세한탄을 할 사이도 없이 매일같이 바닷가로 나가서는 물고기며 미역 따위를 따다가 그날그날 입에 풀칠을 하며 지내야 하는 처지였다 .
그러던 어느 날 , 노파는 여느 때처럼 바닷가로 나가 해조를 따고 있었다 . 날씨는 맑게 갠 날이었고 파도도 없는 조용한 바닷가였다 . 한참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던 노파는 갑자기 주위가 어수선하기에 문득 허리를 펴고 바다 쪽을 살펴보았다 .
“웬일일까 ? ”
노파는 혼잣말을 했다 . 까치 떼들이 하늘을 덮어 바다 위가 캄캄했던 것이다 . 까치 떼들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빙빙 돌면서 울고 있었다 . 노파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
“갈매기도 아니고 까치가 어째서 바다 위를 나는 것일까 ? ”
불안과 호기심에 가득 찬 노파는 다시금 혼잣말을 했다 . 그때 물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큰 상자가 노파의 눈에 띄었다 . 까치들의 호위를 받은 그 상자는 얼마 후 노파가 있는 곳으로 흘러와서 파도에 밀려 강가로 올라왔다 . 노파가 가슴을 두근거리며 달려가서 상자를 뭍으로 올려보니 , 그것은 매우 크고 훌륭했다 .
‘뭐가 들어 있을꼬 ? ’
노파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뚜껑을 열어보았다 . 그러자 놀랍게도 그 안에는 보물과 함께 비단에 싸인 용모가 단정한 사내아이가 앉아 노파를 보며 웃고 있었다 . 노파는 깜짝 놀랐다 .
“어머나 ! 참 귀여운 애로구나 . 아마 하느님이 내려주신 모양이다 . 내 쓸쓸한 처지를 하느님께서 딱하게 생각하신 게 분명해 . ”
노파는 어린아이를 안았다 . 그때 까치들이 상자 주위로 모여들었다 . 그것은 아기를 축복하는 것도 같았고 , 지키고 있는 것도 같았다 . 그때 두 마리의 빨간 용이 나타나 노파에게 공손히 말했다 .
“우리는 까치와 함께 이 상자를 보호해서 이 나라로 가져온 거요 . 소중히 키우도록 하시오 . ”
그리고는 이 상자의 내력을 말했다 .
“이 아기는 다파나국의 왕자요 . 다파나라는 나라는 일본국에서 동북으로 천 리쯤 떨어진 곳에 있으며 , 용성국 또는 완하국이라고도 하오 . 이 나라는 스물여덟 명의 용왕이 다스리고 있소 . 시간의 왕 함달파는 멀리 적녀국에서 왕녀를 데려와 왕비로 삼았소 . 하지만 불행하게도 왕자를 얻지 못하여 신에게 기도드리기를 7 년 , 왕비는 드디어 아이를 잉태하게 됐소 . 그런데 태어난 것은 사람이 아닌 커다란 알이었소 . 함달파는 사람이 사람 아닌 알을 낳음은 불길한 징조이니 멀리 바다에 버리라고 말했소 . 왕비는 이를 딱하게 여겨 몇 겹이나 되는 비단에 알을 싸서 보물과 함께 상자에 넣어 그 상자를 바다에 띄웠소 . 우리 두 용은 이를 알고 용왕의 명에 따라 호위하여 가락국을 거쳐 이곳으로 온 것이오 . ”
그리고 물결 위를 떠돌아다니고 있는 사이에 알은 어느덧 아기가 되었다고 하는 자초지종을 말한 후 두 마리의 용은 노파에게 다시 한번 아기를 부탁하고는 안심이 되는 듯이 다시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
“이는 정말 하느님의 자비이시다 . 이런 귀공자를 주시다니…”
노파는 이렇게 말하고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 하느님이 맡긴 것이라고 생각한 노파는 왕자를 친자식처럼 길렀다 . 그리고 왕자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생각했다 . 노파는 왕자를 바닷가에서 주웠을 때 까치들이 축복했던 것을 생각해 내고는 ‘까치 작 ( 鵲 ) ’자를 따서 ‘鵲’의 ‘鳥’를 빼고 성을 석 ( 昔 ) 으로 하고 , 또한 이름은 상자를 풀어보고 왕자를 얻었으므로 ‘상자를 풀어서 ( 해 , 解 ) 알에서 벗어났다 ( 탈 , 脫 ) ’는 뜻에서 이름을 탈해 ( 脫解 ) 라고 지어 ‘석탈해’라고 불렀다 .
탈해는 노파의 사랑으로 나날이 자랐다 . 보통사람이 아니었던 만큼 모든 점에서 뛰어났다 . 장년이 되자 키가 열 척이나 되고 , 가슴은 철판처럼 단단하며 , 천하장사일 뿐만 아니라 용모가 수려하고 인품이 가히 훌륭했다 . 탈해는 노파에게 어찌나 효성스러운지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 집에서는 이렇듯 착한 탈해도 밖에서는 참으로 용감했다 . 바닷가에서 자란 그는 매일 바다를 벗 삼아 호연의 기상을 길렀다 . 매일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아오는 탈해를 바라보며 노파는 탄식하는 것이었다 .
‘저렇듯 훌륭한 아이가 고기잡이로 썩다니 아깝구나 . ’
노파는 탈해를 훌륭한 인간으로 출세시키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 그래서 어느 날 훌륭하게 장성한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탈해야 , 너는 이제 훌륭한 어른이 되었다 .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고기잡이 노릇을 하고 있을 수는 없다 . 너는 보통사람이 아니다 . 너는 다파나국의 왕자야 .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으니 학문을 닦으면 틀림없이 훌륭해질 거야 . 이제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해라 . ”
노파는 그의 내력을 말해 주고 생모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효성이 지극한 탈해는 매우 감격하여 학문을 닦았다 . 본래 재치가 뛰어난 탈해는 얼마 후 많은 학문을 익혀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 . 그리고 매일 시를 외우면서 온 나라를 두루 편력하며 지세 연구에 여념이 없었다 .
어느 날 , 그는 토함산에 올라 주위의 산과 들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때 , 무슨 생각을 했는지 탈해는 무릎을 탁 치고 ,
“그렇지 , 저 초생달 모양의 언덕이다 ! ”
하고 외쳤다 . 그 초생달 모양의 언덕이란 월성을 가리키며 , 서울 동남방에 자리 잡고 있는 , 마치 반달 같은 모양의 언덕이었다 . 지리학에 정통한 그에게는 이곳이야말로 훌륭한 집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그는 그 언덕에 성을 쌓고 살면 부귀는 굴러온 당상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언덕으로 얼른 뛰어가 보았다 . 그때 이 반달의 언덕에는 일본에서 건너와 신라의 재상이 된 ,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권세를 가진 한 사람이 이미 대궐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
탈해는 월성을 자기의 것으로 삼고 싶었으나 쟁쟁한 권력자가 살고 있으니 내쫓을 수도 없어 난처해졌다 . 그러나 총명하고 슬기로운 그는 여러 가지 궁리를 해보았다 .
그는 그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 . 그리고 집 안 여기저기에 숯 찌꺼기며 숫돌조각 같은 것을 땅에 파묻고 돌아갔다 . 그 후 얼마 안 되어 탈해는 주인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했다 .
“갑작스러운 말씀입니다만 , 댁에서 살고 있는 이 땅은 실은 우리 조상의 땅이었습니다 . 저는 까닭이 있어 잠시 다른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 그러니 제게 돌려주십시오 . ”
당황한 주인은 조용히 타일렀다 .
“아니 , 그럴 리가 없소 . 당신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오 ? ”
그러나 탈해는 다시 말했다 .
“천만에요 .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 분명히 우리 조상이 살고 있었지요 . ”
너무도 완강한 주장에 주인은 화를 냈다 .
“절대로 그럴 리가 없소 . ”
“천만에요 , 틀림없습니다 . ”
그들은 서로 자기의 주장을 고집했다 . 집주인은 난처해졌다 .
“어쨌든 서로 고집해 봤자 끝이 없는 일이니 싸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 이렇게 된 이상 재판으로 끝을 냅시다 . ”
그는 위엄 있게 말했다 .
“그렇다면 더욱 좋습니다 . ”
탈해도 지지 않았다 . 탈해는 오히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 이윽고 두 사람은 판관에게 호출되었다 . 판관은 탈해를 여러 가지로 조사했다 .
탈해는 차분하게 말했다 .
“우리 조상은 원래 대장장이였습니다 . 그리고 그 월성에서 대장장이 노릇을 했습니다 . ”
그 말에 판관은 이렇게 물었다 .
“그렇다면 무슨 증거라도 있단 말인가 ? ”
“물론 증거가 있습니다 . 그곳은 대장간이었으니까 땅을 파보면 그 흔적이 있을 겁니다 . ”
이 말에 월성의 집주인은 약간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했으나 , 그런 흔적이 있을 까닭이 없다고 생각하고 땅을 파게 했다 . 많은 관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땅이 파헤쳐졌다 . 과연 땅 속에서 숯 찌꺼기며 숫돌조각이 나왔다 . 명명백백한 증거가 드러나자 판관은 집주인에게 동정은 갔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 결국 탈해는 재판에서 이겼다 .
이 경위를 들은 당시의 왕 남해차차웅은 탈해의 슬기에 감복하여 탈해를 궁궐로 불러들였다 . 그리하여 탈해는 정치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지혜와 용맹을 발휘하여 그 이름을 떨쳤다 . 그리고 남해왕 5 년에 공주를 아내로 맞아 왕의 사위가 되었고 , 2 년 후 대보가 되었다 .
남해왕이 죽으면서 ,
“이 나라는 앞으로 박 ( 朴 ) ․ 석 ( 昔 ) 두 성의 자손이 대대로 이어 다스리라 . ”
하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
그리하여 왕자 유리는 부왕의 명에 따라 자형인 석탈해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다 . 그러나 탈해는 단호히 거절했다 .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위는 평범한 사람이 차지할 것이 못 되고 , 반드시 덕망 높은 군주가 아니면 안 되오 . ”
유리는 그래도 탈해에게 권했다 .
“아니오 , 당신은 자형이 되는 손윗사람이십니다 . 게다가 인덕을 갖추고 있으니 반드시 왕위를 계승해야 됩니다 . ”
“아니 , 왕위는 왕자가 이어받아야 하오 . ”
탈해가 이렇게 말하면 ,
“아니 , 자형이…”
하고 유리도 자형에게 양보하는 것이었다 . 이렇게 서로 계속해서 양보를 하게 되자 탈해가 하나의 절충안을 내놓았다 .
“예부터 덕이 있는 사람은 치아가 많다고 하니 , 이가 많은 쪽이 왕위에 앉기로 하세 . ”
그리하여 그들은 서로의 이를 비교해 보았다 . 그런데 유리 쪽이 탈해보다 숫자가 많았다 . 그리하여 유리왕이 즉위하고 탈해가 정치를 보좌했다 . 이때 비로소 < 도솔가 > 가 만들어져 신라가악의 시초가 되었으며 , 농기구를 만들어 백성들의 농사를 장려하고 , 수레를 만들어 교통수단으로 삼았다 . 또한 여름에도 얼음을 저장하는 빙고를 만들어 냄으로써 나라의 문화는 더욱 발전했다 .
그 후 유리왕 뒤에 탈해가 왕위에 앉았다 .
한편 , 탈해가 상자에 담겨 흘러온 곳은 ‘아진포’라고 하여 신라의 동해안에 있고 , 땅을 가지고 다툰 월성은 경주 끝 쪽을 거쳐 남산성을 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 이곳은 신라 궁성의 자취로서 ‘반월성’이라고 불리며 , 그 안에는 ‘석빙고’ 및 탈해왕을 모신 ‘숭신전’ 등이 있다 .
Ⅲ . 북유럽 신화
이제까지 우리의 주의를 끌어온 이야기는 모두가 유럽 남쪽 나라들의 신화에 관한 것이다 . 그러나 옛날의 신화와 전설은 북유럽에도 허다하다 . 그것은 오늘날 스칸디나비아 인이라고 하는 북방민족 , 즉 스웨덴 ․ 덴마크 ․ 노르웨이 ․ 아이슬란드 ․ 핀란드로 알려져 있는 나라들의 신화이다 . 이들 민족의 신화나 전설은 《에다》라고 불리는 두 종류의 책에 수록되어 있다 .
이 《에다》에 의하면 , 옛날에는 위에 하늘도 없고 , 밑에 땅도 없고 , 다만 끝없는 깊이와 안개의 세계만이 있어 그곳에 하나의 샘이 솟아나오고 있었다 . 이 샘에서는 열두 개의 개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그리고 개울은 그 원류에서 멀리 흘러나가면서 얼어서 얼음이 되고 , 그것이 자꾸 겹쳐져 그 커다란 깊이를 메운 것이다 .
안개의 세계 남쪽에는 빛의 세계가 있었다 . 그리고 이 세계에서 따뜻한 바람이 얼음 위로 불어와 그 얼음을 녹였다 . 그러자 증기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 그 구름에서 이미르라는 서리의 거인과 그 자손 , 그리고 암소인 아우둠블라가 태어났다 . 이 암소의 젖이 거인의 영양물이 되고 음식물이 된 것이다 . 그리고 암소는 얼음에서 새하얀 서리와 소금을 핥아 영양분을 섭취했다 .
어느 날 , 암소가 소금이 달라붙어 있는 바위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처음엔 인간의 머리카락이 나타났다 . 이틀째에는 머리가 나타나고 , 사흘째에는 아름답고 우람한 몸이 나타났다 . 이 새로운 생물은 신이었다 . 그리고 이 신과 그 아내가 된 거인족 처녀와의 사이에 오딘 ․ 빌리 ․ 베라라는 3 형제가 태어났다 . 이 세 사람은 거인 이미르를 죽여 그 시체로 천지를 창조했다 . 피에서는 바다를 , 뼈에서는 산을 , 머리카락에서는 나무를 , 머리에서는 하늘을 , 그리고 뇌수에서는 우박과 눈이 가득 찬 구름을 만들었다 . 그리고 이미르의 눈썹으로 신들은 미드가르드 ( 한가운데의 나라라는 뜻 ) 를 만들어 그곳을 인간의 거처로 정했다 .
오딘은 그 후 낮과 밤 그리고 계절의 구별을 만들고자 하늘에 태양과 달을 두어 각기의 궤도를 정했다 . 태양이 그 빛을 대지 위에 쏟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식물의 세계가 싹을 내밀고 잎을 뻗치기 시작했다 .
신들은 세계의 창조를 마치고 나서 자기들의 이 새로운 일에 만족하면서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는데 , 무엇인가 아직 부족한 것이 있음을 알았다 . 그것은 인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그리하여 신들은 물푸레나무로 남자를 만들었다 . 그리고 다른 나무로 여자를 만들어 남자를 아스케 , 여자를 엠블라라고 불렀다 . 오딘은 이어 이 두 사람에게 생명과 넋을 주었고 , 빌리는 이성과 운동을 , 그리고 베라는 감각과 표정이 풍부한 용모와 언어를 주었다 . 그리고 미드가르드를 이들의 집으로 주었다 . 그래서 두 사람은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
이곳에는 이그드라실이라는 커다란 물푸레나무가 있었는데 , 이것이 우주 전체를 받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이 나무는 이미르의 몸에서 생긴 것으로 , 세 개의 큰 뿌리를 지녔다 . 그 하나는 아스가르드 ( 신들의 거처 ) 로 뻗고 , 또 하나는 요툰헤임 ( 거인들의 거처 ) 으로 , 마지막 하나는 니플헤임 ( 암흑과 추위의 나라 ) 으로 뻗었다 .
아스가르드로 뻗어 있는 뿌리는 노른이라는 세 명의 여신들이 지켰다 . 이 여신들은 인간의 운명을 관장했으며 , 각각의 이름은 우르드르 ( 과거 ) ․ 베르단디 ( 현재 ) ․ 스쿨드 ( 미래 ) 였다 .
요툰헤임 곁에 있는 샘은 이미르의 우물로서 , 이 속에는 지혜와 기지가 숨겨져 있었다 . 그러나 이 니플헤임 샘에는 니드호게 ( 암흑 ) 라는 독사가 살고 있어 언제나 이 뿌리를 갉아먹고 있었다 . 그리고 네 마리의 수사슴이 이 나뭇가지 사이를 달리며 그 싹을 먹었는데 , 그것은 곧 네 개의 바람을 뜻했다 .
이 나무 밑에는 이미르가 누워 있었고 , 그가 그 무거운 짐을 뿌리치려고 몸을 흔들어 댈 때마다 땅에는 지진이 일어났다 .
아스가르드는 신들의 안식처로서 , 그곳으로 가려면 비프로스트 ( 무지개 ) 라는 다리를 건너야 했다 . 아스가르드에는 신들의 집인 황금의 궁전과 은으로 된 궁전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발할라라고 하는 오딘의 궁전이었다 . 이 궁전에 있는 왕좌에 앉으면 하늘도 땅도 모두 바라볼 수가 있었다 . 오딘의 두 어깨에는 후긴과 무닌이라는 큰 까마귀가 앉아 있으며 , 이들은 날마다 온 세계를 날아다니다가 돌 아와서 오딘에게 모든 일을 보고했다 . 오딘의 곁에는 게리와 프레키라 는 두 마리의 늑대가 누워 있었다 . 오딘은 자기에게 바쳐지는 고기를 모두 이 늑대에게 주었다 . 오딘은 음식을 안 먹어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그에게는 꿀술이 유일한 음식이자 음료였다 . 오딘은 또한 룬 (Rune) 문자를 발명했다 . 이 룬 문자로 금속 방패에 운명을 새겨 넣는 것이 노른들이 하는 일과였다 .
한편 오딘의 이름을 때로는 워덴이라고도 불렀는데 , 이 이름에서 웬즈데이 (Wednesday) 라는 일주일 중 네 번째 날의 이름 , 즉 수요일이 생긴 것이다 .
발할라는 오딘의 궁전이었으며 , 그는 이곳에서 자기가 선발한 영웅들과 잔치를 벌이곤 했다 . 이 영웅들은 모두가 싸움터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한 자들이다 .
이 잔치에는 언제나 세흐림니르라는 멧돼지 고기가 나오는데 , 도저히 다 먹어치울 수 없을 만큼 푸짐하게 나왔다 . 그도 그럴 것이 이 돼지는 매일 아침 요리되지만 , 밤이 되면 다시 원래의 돼지로 되살아나 있었던 것이다 .
음료로는 하이드룬이라는 암산양의 젖에서 짠 꿀술이 나왔다 . 그 영웅들은 잔치가 없을 때에는 무술시합을 하고 즐겼다 . 매일 안뜰이나 들판으로 나아가 상대방이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 이것이 그들의 일과였는데 , 식사시간이 되면 그 상처도 깨끗이 나아 그들은 다시금 발할라의 잔치자리로 돌아왔다 .
발키리는 싸움의 처녀들로서 , 말을 타고 갑옷과 방패와 창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
오딘은 발할라로 많은 영웅들을 모았다 . 언젠가 거인족과 싸우게 되는 날에는 그들과 대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 모든 싸움터로 사자를 보내 전사한 영웅들을 선발하는 것이었다 . 발키리는 바로 이 오딘의 사자로서 , 그 이름은 ‘전사자를 고르는 자’라는 뜻이다 . 그녀들이 사명을 받고 떠날 때는 그 갑옷이 이상한 빛을 발하여 그것이 북쪽 하늘에 번쩍였다 .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오로라 보레알리스’ , 즉 ‘북극광’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
벼락의 신 토르는 오딘의 큰아들이었는데 , 신과 인간들 가운데에서 가장 힘이 센데다가 세 개의 매우 귀중한 보물을 가지고 있었다 . 그 첫째 보물은 망치였다 . 이 망치의 위력에 대해서는 서리의 거인도 , 산의 거인도 그것이 자기들을 향해 공중으로 던져졌을 때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 즉 , 그것은 옛날부터 그들의 부친이나 동족들의 머리가 이 망치로 수없이 쪼개졌기 때문이다 . 그리고 이 망치는 던지고 나면 다시 저절로 토르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 토르의 두 번째 보물은 힘의 허리띠였다 . 이 허리띠를 감으면 토르의 힘은 두 배나 강해졌다 . 세 번째의 보물도 매우 진귀한 것이었다 . 그것은 쇠장갑이었는데 , 토르가 망치를 쓸 때에는 언제나 이 장갑을 꼈다 . 이 토르 (Thor) 의 이름을 따서 영어의 목요일 (Thursday) 이라는 말이 생겼다 .
프레이르는 신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이름난 신의 한 사람이다 . 그는 비와 햇빛과 지상의 모든 과일을 관장했다 .
그의 여동생 프레야는 여신 가운데에서도 가장 자비로운 여신이다 . 음악과 봄과 꽃을 사랑했으며 , 특히 아르프르 ( 요정 , 영:엘프 ) 를 사랑했다 . 또한 사랑의 노래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여인들은 모두 이 여신에게 소원을 빌었다 .
브라기는 시의 신으로서 그는 무장들의 무용담을 노래로 들려주었다 . 브라기의 아내 이둔은 상자 속에 사과를 넣어두고 지키고 있었는데 , 신들이 늙었을 때 그 사과를 맛보기만 하면 다시 젊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
헤임달은 신들의 호위병이었다 . 그들은 하늘의 경계가 되는 곳에서 거인들이 비프로스트 다리를 건너 침입해 오는 것을 지키고 있었다 . 그들의 잠은 참새보다도 짧았고 , 밤에도 낮과 같이 100 마일이나 되는 사방을 볼 수 있었다 . 귀도 매우 밝았으므로 어떤 소리도 놓치지 않았다 .
또한 이 밖에도 신들의 중상자 , 즉 모든 거짓과 장난의 고안자라고 일컫는 신도 있었다 . 그 이름은 로키였다 . 그는 얼굴 생김새나 몸매는 훌륭했지만 , 매우 심술 사납고 변덕스러웠다 . 그는 본시 거인족이었으나 , 억지로 신들의 동료가 되었다 . 그리고 나쁜 지혜와 기지나 교활한 수완으로 신들을 난처하게 만드는가 하면 , 곤경에서 구출해 내기도 했다 . 이 로키에게는 세 아이가 있었다 . 첫 번째는 펜리르라는 늑대이고 , 두 번째는 저 미드가르드의 독사이며 , 세 번째는 헬 ( 죽음이라는 뜻 ) 이라는 딸이다 .
신들은 이런 괴물들이 차츰 자라는 사이에 그들이 자기들이나 인간들에게 큰 재난을 가져오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그래서 오딘은 사자를 보내 그 괴물들을 데려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괴물들을 데려오자 우선 독사를 주변의 깊은 바다 속으로 던져 넣었다 . 그러나 이 괴물들은 이미 굉장히 자라 있었기 때문에 제 꼬리를 입으로 문 채 그대로 지구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 이어 오딘은 헬을 니플헤임에 던져 넣고 아홉 개의 세계를 다스리는 힘을 그녀에게 주었다 . 그래서 그녀는 자기에게로 보내지는 자들을 , 즉 병이나 노쇠로 죽은 사람들을 모두 이 나라 안에 할당하고 있는 것이다 .
그녀의 집은 엘비드니라고 불렸다 . ‘굶주림’이 그녀의 식탁이었고 , ‘굶어죽는 것’이 나이프였으며 , ‘지체’가 심부름꾼이었고 , ‘완만’이 시녀였으며 , ‘근심’이 침상이었다 .
펜리르는 신들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으므로 드디어 사슬에 묶였다 . 그러나 제아무리 튼튼한 사슬로 묶어도 거미줄처럼 손쉽게 끊어버리고 말았다 . 그래서 신들은 산의 요정들에게 사자를 보내 글레이프니르라는 사슬을 만들게 했다 . 이 사슬은 여섯 가지 물건으로 만들어졌다 . 즉 , 고양이가 달릴 때의 발소리와 여자의 수염과 돌뿌리와 물고기의 숨결과 곰의 신경과 참새의 침이었다 . 완성된 사슬은 마치 비단실처럼 부드럽고 매끈했다 .
그러나 신들이 늑대에게 이 가느다란 리본이 잘라지는지 한번 묶여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하자 , 늑대는 신들을 의심하여 그 끈이 마법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 그래서 묶이는 것은 좋지만 그 대신 다시 풀어준다는 보증으로 , 신들 중에서 누가 자기 입 속에 손을 넣지 않으면 못 하겠다고 거부했다 . 그만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전쟁의 신인 티르밖에 없었다 . 티르가 펜리르의 입에 손을 넣자 , 펜리르는 안심하고 비단 리본으로 묶이게 되었다 . 그러나 리본은 보기와는 달리 한번 늑대의 몸에 파고들어가자 다시는 끊기지 않았다 . 다급해진 펜리르는 신들에게 애원했다 . 그러나 신들이 풀어줄 생각을 안 하는 것을 알고서 그는 티르의 손을 물어뜯고 말았다 . 그래서 전쟁의 신인 티르는 그 후로 손이 하나만 남게 되었다 .
세계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이었다 . 아스가르드의 신들인 에시르와 , 바다의 신들인 바니르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 전쟁은 오래 계속되었으나 , 얼마 후 신들은 화해를 하고 다시는 싸우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서로 볼모를 교환하고 동맹을 맺었다 . 이때 바다의 나라에서 볼모로 잡혀 와서 아스가르드의 신들과 동료가 된 것이 니오르드와 그 아들 프레이르였고 , 아스가르드에서는 헤니르가 대신 바다의 나라로 갔다 . 양쪽 신들은 이렇게 평화를 체결한 표시로 양쪽이 하나의 단지에 침을 뱉어 넣었다 . 그리고 그 침으로 한 인간을 만들어 크바지르 ( 지식 ) 라는 이름을 붙였다 . 크바지르는 매우 현명하여 무엇이든 모르는 것이 없었다 . 그는 사람들에게 지식을 주고자 세계를 돌아다녔다 .
그런데 어느 날 그가 휘야라르와 갈라르라는 난쟁이 형제한테 갔는데 , 고약한 그 형제는 크바지르를 죽여 버렸다 . 그리고는 크바지르의 피를 두 개의 항아리와 큰 냄비에 넣고 벌꿀을 섞어 꿀술을 만들었다 . 이 꿀술에는 이상한 힘이 있어 , 그것을 마신 사람은 시인이 되어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 고약한 형제는 크바지르를 죽인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또다시 장난을 생각해 냈다 . 그들은 이번에는 길링이라는 거인과 그 아내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 형제는 길링에게 바다로 낚시를 하러 가자고 꾀었다 .
이렇게 해서 바다 한복판으로 나가자 갑자기 암초에 부딪쳐 배를 전복시켰으므로 수영을 못하는 길링은 물에 빠져죽고 말았다 . 난쟁이는 시치미를 떼고 돌아와 길링의 아내에게 남편은 바다에 빠져죽었다고 말했다 . 거인의 아내는 슬피 울었다 . 그러자 휘야라르는 위로하는 척하며 말했다 .
“아주머니 , 길링이 빠진 바다를 보면 혹시 기분이 풀릴지도 모르잖습니까 ? ”
거인의 아내는 이 말을 듣고 바다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그러자 휘야라르는 동생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
“귀찮아 죽겠다 . 너 지붕 위에 올라가 있다가 저 여자가 밖으로 나갈 때 위에서 맷돌을 떨어뜨려 죽여 버려라 . ”
갈라르는 시키는 대로 했다 . 거인의 아내도 그렇게 해서 죽게 되었다 .
이 사실이 길링의 아들 수퉁의 귀에 들어갔다 . 그는 곧 원수를 갚으러 떠났다 . 마침내 난쟁이들을 잡은 수퉁은 물이 빠져나갈 때마다 바다 위로 내미는 암초 위에 그들을 올려놓았다 . 만조가 되면 난쟁이들은 순식간에 파도에 씻겨버릴 것이었다 . 그들은 결사적으로 수퉁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다 .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 그러면 크바지르의 피로 만든 신기한 술을 드릴 테니까요 . 그걸 마시면 누구든지 시인이 될 수 있어요 . ”
거인 수퉁은 이 말을 듣자 난쟁이를 용서해 주었다 . 그리고 그들에게서 꿀술을 받아 가지고 온 후 , 그것을 후니트 산에 숨겨놓고 딸 군로드에게 지키게 했다 . 이런 까닭에 후세의 인간들은 시를 가리켜 ‘크바지르의 피’라든가 ‘수퉁의 술’이라고 한다 .
오딘은 이 사실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거인의 손에서 꿀술을 빼앗을 궁리를 짜냈다 . 그래서 그는 곧 거인의 나라로 갔다 . 며칠을 가자 마침내 드넓은 초원이 나왔다 . 그 초원에서는 아홉 명의 하인들이 마른 풀을 베고 있었다 . 오딘은 잠시 그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이렇게 물었다 .
“어째 자네들 낫은 잘 안 드는 것 같군 . 내가 좋은 숫돌을 갖고 있는데 , 좀 갈아줄까 ? ”
하인들은 저마다 갈아달라고 말했다 . 오딘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숫돌을 꺼내 그들의 낫을 갈아 주었다 . 하인들이 그 낫으로 풀을 베어보니 기가 막히게 잘 들었다 . 그들은 오딘의 숫돌이 탐이 나 그것을 자기들한테 팔라고 졸랐다 .
오딘은 말했다 .
“팔아도 좋지만 값이 비싸단 말야 . ”
“아무리 비싸도 좋으니 팔아요 . ”
그러나 숫돌은 하나인데 하인은 아홉 명이나 되었다 .
“그럼 내가 이것을 하늘로 던질 테니까 제일 먼저 잡은 사람이 차지하는 것으로 하세 . ”
오딘은 이렇게 말하고 숫돌을 하늘로 던져 올렸다 . 하인들은 숫돌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가 서로 빼앗다가 낫에 찔려 모두 죽고 말았다 .
그날 밤 오딘은 바우기라는 거인의 집으로 가서 볼베르크라고 거짓 이름을 대고는 하룻밤 재워달라고 부탁했다 . 바우기는 수퉁의 형제였다 . 바우기는 쾌히 재워주었는데 , 저녁식사 때 이렇게 말하며 한탄했다 .
“여보게 , 볼베르크 , 오늘 난 아주 맹랑한 꼴을 당했다구 . 어찌된 까닭인지 아홉 명의 하인이 한꺼번에 죽어버렸지 뭔가 . 일손이 없어져 정말 큰일이라니까 . ”
“그럼 내가 한여름 동안만 하인 대신 일해 드리리다 . ”
볼베르크는 이렇게 말하고 혼자 아홉 명 몫의 일을 해줄 테니 , 만일 일을 제대로 하거든 월급 대신 수퉁의 술을 마시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
“그건 좀 어렵겠는걸 . 형은 나한테조차 보여 주지를 않는단 말야 . 혹시 누가 훔쳐가지나 않을까 염려해서 아무도 얼씬거리지를 못하게 하고 있으니까 . ”
바우기는 이렇게 말했으나 , 어쨌든 가을이 되면 같이 가서 한 잔 먹여 달라고 부탁해 보겠다고 했다 . 그래서 약속은 정해졌다 . 볼베르크는 여름내 바우기의 집에서 아홉 사람 몫의 일을 해주었다 .
가을이 되자 그들은 수퉁의 집으로 갔다 . 바우기는 수퉁에게 볼베르크와 약속한 사실을 말하고 제발 한 모금만 마시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 그러나 수퉁은 한마디로 거절해 버렸다 . 그러자 볼베르크가 작은 소리로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
“이렇게 된 이상 별 도리가 없으니 몰래 훔쳐 먹읍시다 . ”
바우기도 반대하지 않았다 . 수퉁은 꿀술을 커다란 동굴에 숨겨두고 딸 군로드에게 엄중히 감시를 시키고 있었다 . 그들은 동굴로 가서 형편을 살펴보았다 . 그러나 도저히 동굴로 들어갈 방도가 없었다 . 볼베르크는 주머니에서 송곳을 꺼내 그것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 달라고 바우기에게 부탁했다 . 바우기는 송곳으로 바위를 뚫기 시작했으나 워낙 단단한 바위여서 좀처럼 구멍이 뚫리지 않았다 . 바우기는 곧 지쳐버렸다 . 그는 볼베르크의 핀잔을 받고 다시 시도하여 마침내 구멍을 뚫었다 .
오딘은 곧 뱀으로 변해 그 구멍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다시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 거인의 딸에게 다가갔다 . 산속에서 혼자 꿀술을 감시하고 있던 군로드는 적적해서 견딜 수 없던 차에 젊은 남자가 찾아왔으므로 매우 기뻐했다 .
오딘은 그녀 곁에서 사흘을 보냈다 . 군로드는 오딘을 좋아하게 되었다 . 사흘이 지나자 오딘은 처녀에게 크바지르의 술을 한 모금만이라도 마시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 그러자 군로드는 말했다 .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의 부탁이니 특별히 맛을 보여드리겠어요 . 하지만 한 모금뿐이니까 그렇게 아세요 . ”
하지만 오딘은 단숨에 냄비의 술을 마셔버리고 , 곧 두 개의 항아리에 들어 있는 술도 모조리 마셨다 . 그리고는 서둘러 독수리로 변신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
수퉁은 자기 집에 있다가 , 동굴에서 독수리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자 자기도 급히 독수리가 되어 오딘을 쫓아갔다 . 오딘은 전속력으로 아스가르드를 향해 날았으나 , 수퉁은 여전히 오딘을 쫓아왔다 . 아스가르드 의 신들은 두 마리의 독수리가 날아오는 것을 보자 , 오딘이 수퉁에게 쫓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급히 커다란 항아리를 안뜰에 내다놓았다 .
오딘은 아스가르드 위까지 오자 마시고 온 술을 항아리 안에 얼른 넣었다 . 그런데 너무 서두른 탓으로 술을 약간 흘려버리고 말았다 . 수퉁은 오딘이 아스가르드로 도망친 것을 보자 그를 잡는 것을 단념하고 거인의 나라로 되돌아갔다 . 그래서 귀한 술은 영원히 신들의 것이 되었다 .
아스가르드에 도착한 오딘은 이 술을 신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 그러자 그것을 마신 신들은 시인이 되어 기막힌 노래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 신들이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 그때에 지어진 시를 가리켜 사람들은 ‘오딘의 선물’ , ‘오딘이 준 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
그렇다면 오딘이 허둥거리다가 항아리 밖으로 쏟은 술은 어떻게 되었는가 ? 그것은 그 술을 손에 넣는 사람들에게 시인 행세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
오딘은 이렇게 신들과 인간의 세계를 윤택한 것으로 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냈다 . 북유럽 사람들이 사용한 옛날의 룬 문자를 발명하여 그것을 인간에게 가르친 것도 오딘이었다 . 당시 오딘은 스스로 자기의 몸을 이그드라실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아흐레 동안을 생각하고 궁리한 끝에 이 마력을 지닌 이상한 문자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
로키 신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지혜도 있지만 변덕쟁이에 장난꾸러기여서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그 때문에 이따금 골탕을 먹기 일쑤였다 . 그는 본시 아스가르드 신들의 일족이 아니라 , 신들에 의해 멸망된 옛날 신이나 거인족 출신이었다 . 로키는 오딘과 의형제를 맺어 아스가르드의 일원으로 신들의 세계에서 살고는 있었으나 그 행실은 어쨌든 특출했다 . 그러나 그의 장난이 오히려 신들에게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경우도 많았다 . 아스가르드에서 첫째 가는 용사 토르의 이상한 망치도 이 로키의 장난에서 생긴 보물이었다 .
토르에게는 시프라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 . 그녀의 머리카락은 숱이 많고 길었으며 , 햇빛을 받으면 금빛으로 빛났다 . 시프는 물론이고 , 토르도 그것을 몹시 자랑하고 있었다 .
그런데 어느 날 시프가 이꾸의 사과나무 밑에서 잠이 든 사이에 장난꾸러기 로키가 그 머리카락을 싹둑싹둑 잘라버렸다 . 잠이 깨어 까까중머리가 된 것을 안 시프는 남편에게 가서 울면서 사연을 얘기했다 .
“그런 장난을 한 놈은 로키인 게 뻔해 . 좋아 , 그놈의 뼈를 분질러 놓고 말 테다 ! ”
토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로키를 찾으러 뛰어나갔다 . 그는 곧 장본인인 로키를 잡아 멱살을 움켜잡았다 . 로키는 토르가 진짜 화를 내고 있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정신없이 사과했으나 토르는 막무가내였다 .
“아야야… 이 손을 좀 늦춰 달라구 . 토르 , 뼈가 부러지겠어 . 아주머니 머리카락은 대신 어떻게 해볼게 . 이 손 좀 놔달라니까 . ”
로키는 결사적으로 부탁했으나 토르는 좀처럼 믿으려 들지 않았다 .
“대신 어떻게 해보다니 , 그게 말이라구 하니 , 이놈아 . ”
“흑인 난쟁이한테 가서 머리를 만들어 올 테야 . 진짜 머리카락하고 똑같은 것으로 말야 , 정말이라니까 . 흑인 난쟁이들은 재주가 기막히니까 염려 말라구 . ”
이 말을 듣고 토르는 간신히 로키를 용서할 생각이 들었다 .
“그렇지만 기억해 둬 , 로키 . 만일 진짜 머리카락하고 조금이라도 다르면 그때는 네놈의 갈비뼈를 모조리 분질러 놓을 테다 . ”
로키는 목숨이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여 곧 흑인 난쟁이의 나라로 달려갔다 . 난쟁이들은 대부분 산의 동굴 안에 살고 있었다 .
로키가 찾아간 것은 이발디라는 유명한 흑인 난쟁이의 아들들이었다 . 그 형제는 로키의 부탁을 듣자 그런 것쯤은 일도 아니라면서 곧 시프의 머리카락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금발을 만들어 준 데다가 몇 가지 기막힌 선물까지 주었다 . 하나는 궁니르라는 , 던지면 반드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창으로 이것은 뒤에 오딘의 것이 되었다 . 또 하나는 스키드블라드니르라고 하여 , 접으면 주머니에 들어가고 펴면 신들이 모두 탈 수 있을 정도로 커지는 데다가 바다에서건 하늘에서건 자유롭게 달리는 마법의 배였다 .
로키는 기분이 흡족해서 돌아왔다 . 그런데 그는 브로크라는 다른 난쟁이를 도중에서 만났다 . 브로크는 대장장이의 명수로 알려져 있는 진드리의 동생이었다 . 기분이 좋은 로키는 곧 브로크에게 자랑을 했다 .
“어때 , 브로크 , 이 물건을 봐 . 네 형 진드리도 아마 이런 것은 못 만들걸 . 만일 이 세 가지 보물에 지지 않는 것을 진드리가 만들 수 있다면 난 너한테 이 머리를 줄 수도 있어 . ”
브로크는 자기 형의 솜씨를 알고 있었으므로 곧 말했다 .
“그 말 정말이지 ? 좋다 . 자아 , 이리 오라구 . 진드리의 솜씨가 어떤지 보여 줄 테니까 . ”
그는 로키를 대장간으로 데리고 가서 형에게 로키와 내기를 한 이야기를 했다 . 진드리는 곧 불을 지폈다 . 불이 시뻘겋게 달자 진드리는 불 속에 돼지가죽 한 장을 던져 넣었다 . 그리고 동생에게 풀무를 넘겨주더니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쉬지 말고 풀무질을 하라고 이르고 밖으로 나갔다 .
진드리가 나가기가 무섭게 로키는 커다란 말파리로 변신하여 브로크의 손에 앉아 힘껏 그 손을 쏘았다 . 그런데도 브로크는 풀무질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 그때 진드리가 돌아와서 불 속에서 물건을 꺼냈다 . 그것은 한 마리의 산돼지 , 황금 갈기가 달린 기막힌 산돼지였다 . 이어 진드리는 불 속에다 금을 던져 넣고 , 다시금 동생에게 풀무질을 시켰다 . 말파리 로키는 이번에 브로크의 목덜미에 앉아 아까보다도 더한층 세게 두 번이나 찔렀다 . 그래도 브로크는 여전히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 그러자 진드리가 돌아와서 불 속에서 훌륭한 금반지 ( 드라우프니르 ) 를 꺼냈다 .
그리고 이번에는 불 속에 쇠를 넣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 로키는 브로크의 눈과 눈 사이에 앉아 힘껏 눈까풀을 찔렀다 . 그러자 거기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 아픈 데다가 피가 눈으로 들어가므로 그는 말파리를 쫓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래서 불과 잠시 동안이었지만 , 브로크는 일손을 멈추고 급히 말파리를 쫓았다 .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도 불길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 그때 진드리가 돌아와서 동생을 꾸짖었다 .
“아니 , 웬일이냐 ? 불이 꺼져 가지 않니 ? ”
그래도 불 속에서 꺼낸 것은 하나의 기막힌 망치였다 .
“이것을 신들한테 갖고 가서 누구 선물이 더 훌륭한지 판가름해 달라고 해 . ”
진드리는 이렇게 말하고 세 가지 물건을 브로크에게 주었다 . 브로크와 로키는 각기 선물을 가지고 아스가르드를 향해 떠났다 .
신들은 ‘기쁨의 집’이라는 오딘의 홀에 모여 각기 제자리에 앉았다 . 오딘과 토르와 프레이르 , 세 신이 어느 쪽 선물이 뛰어난지 마지막 결정을 하기로 했다 . 로키가 먼저 자기의 선물을 꺼내 시프의 것과 똑같은 금발은 토르에게 , 궁니르의 창은 오딘에게 , 스키드블라드니르의 배는 프레이르에게 내주며 각기 그 성능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았다 .
“이 머리카락을 시프의 머리에 얹으면 진짜 머리카락과 똑같이 붙으며 , 이 창은 던지기만 하면 반드시 명중합니다 . 또 이 배는 기막히게 빨리 달리며 , 접으면 냅킨처럼 되어 주머니에도 들어갑니다 . ”
이번에는 브로크가 선물을 꺼냈다 . 그는 오딘에게 금반지를 내주며 말했다 .
“이것은 드라우프니르의 반지라고 하여 , 9 일째 되는 밤마다 똑같은 반지를 여덟 개씩 새끼를 칩니다 . ”
이어 금돼지를 프레이르에게 내주며 말했다 .
“이것은 황금의 갈기라는 산돼지인데 , 하늘에서건 바다에서건 말보다도 빨리 달립니다 . ”
또한 토르에게는 망치를 내주고 말했다 .
“이 망치는 묠니르라고 하며 어떤 적이건 간에 일격에 쓰러뜨릴 수가 있습니다 . 또한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저절로 되돌아옵니다 . 그리고 당신이 마음에 드신다면 작게 만들어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 ”
그러나 이 망치에는 결점이 하나 있었다 . 자루가 약간 짧았던 것이다 . 이것은 말파리가 된 로키가 브로크를 찔렀을 때 풀무질을 잠시 멈춘 까닭이었다 .
오딘과 토르와 프레이르는 서로 상의한 끝에 브로크의 선물이 뛰어나다고 판정을 내렸다 . 어쨌든 토르의 망치는 거인들과 싸울 경우 다시없는 무기였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오딘은 일어서서 브로크의 승리를 선언했다 . 그러자 브로크는 곧 로키의 머리를 요구했다 . 로키는 놀라서 외쳤다 .
“내 머리를 잘라봤자 뾰족한 수가 없잖나 ? 대신 돈을 많이 줄 테니까 좀 봐달라구 . 그러면 너는 부자가 될 거야 . ”
난쟁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황금이었다 . 그래서 로키는 이렇게 말하고 브로크를 속이려 했으나 , 브로크는 그 수단에 넘어가지 않고 무조건 머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
“그렇다면 날 잡아보라구 . ”
로키는 이렇게 외치며 도망쳤다 . 그는 물 위에서든 하늘에서든 마음대로 날 수 있는 신발을 신고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 브로크는 토르에게 로키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 토르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던 터라 곧 프레이르에게 금돼지를 빌려 그 등에 올라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로키를 잡아 아스가르드로 끌고 왔다 . 브로크는 기뻐하며 당장 로키의 머리를 자르려고 했다 . 그러자 로키가 말했다 .
“좋아 , 정 소원이라면 머리를 자르라구 . 그렇지만 손톱만큼이라도 내 목에 상처를 냈다간 그냥 두지 않을 테다 . 머리를 준다고 했지 목을 준다고는 안 했으니까 말야 . ”
그러자 브로크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 그는 단념을 하고 못마땅한 듯이 외쳤다 .
“만일 이 자리에 형님의 부엉이가 있었다면 , 네놈의 그 주둥이를 꿰매버릴 텐데 . ”
그 순간 진드리의 부엉이가 날아와서 로키의 입술을 물어뜯어 구멍을 냈다 . 브로크는 재빨리 가죽끈으로 그 입술을 꿰매버렸다 . 그러나 로키는 태연했다 . 브로크가 사라지자 그는 곧 끈을 물어뜯어 버렸다 .
이리하여 로키는 커다란 벌도 받지 않고 신들에게 좋은 선물만 가져다 주었다 . 어쨌든 로키의 덕으로 신들은 몇 개나 되는 기막힌 보물을 손에 넣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
신들이 아스가르드로 옮겨 살게 된 지 얼마 안 된 무렵이었다 . 신들은 이미 인간이 사는 미드가르드도 만들고 , 훌륭한 발할라 궁전도 세워놓고 있었다 . 그러나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거인들을 생각하면 , 아직도 아스가르드에 성벽이 없는 것이 근심거리였다 . 이 성벽은 신과 인간세계 전체를 지키는 역할을 하게 되므로 규모가 크고 또한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그렇다고 그만한 성벽을 만들자니 신들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힘든 대사업이었다 .
그러던 어느 날 한 석수장이가 찾아와 , 어떤 거인도 부술 수 없는 성벽을 쌓아 보겠다고 말했다 . 신들은 아주 기뻐하며 물었다 .
“그래 , 그 보답으로 뭘 바라나 ? ”
“일한 대가로는 여신 프레야를 주십시오 . 그리고 태양과 달도 주셨으면 합니다 . ”
이런 말을 듣고 보니 신들은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 프레야는 여신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미인이었고 , 태양과 달을 주었다가는 세계가 캄캄해질 것이었다 . 신들은 모두 모여 상의했으나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 게다가 제일 힘이 센 토르는 하필 거인들과 싸우러 동쪽나라로 가고 없었다 . 석수장이는 매우 위협적으로 대답을 요구했다 . 마침내 신들은 석수장이가 제시하는 조건으로 그에게 성벽을 만들게 하기로 했다 . 다만 한 가지 조건을 내세웠는데 ,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
“성벽은 반드시 한겨울 안에 완성시켜야 한다 . 만일 초여름이 되도록 덜 된 경우에는 어떤 보수도 주지 않는다 . 그리고 조수를 쓰지 말고 혼자 해야 한다 . ”
신들이 이렇게 말한 것은 , 이런 조건을 제시하면 그가 일을 맡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 그런데 석수장이는 이렇게 물었다 .
“그렇지만 내 말 스바딜파리한테 돌을 운반시키는 것쯤은 괜찮을 테죠 ? ”
신들은 잠시 궁리하고 있었는데 , 그때 로키가 그 정도는 허락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서 신들도 석수장이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
석수장이는 초겨울부터 일을 시작했다 . 그는 날이 새기도 전에 굉장히 큰 돌을 말에 싣고 와서 성을 성큼성큼 쌓아올렸다 .
신들은 그것을 보고 놀랐다 . 더욱 기막힌 것은 그의 말 스바딜파리였다 . 아무리 큰 바윗돌도 거뜬히 끌고 와서 주인의 곱이나 일하는 것이었다 . 주인은 그가 가져온 돌을 그저 쌓아올리기만 할 뿐이었다 .
“이 석수장이는 아무래도 보통이 아닌걸 . ”
신들은 약속을 취소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도 없었다 .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었다 . 빈틈없는 석수장이는 만일에라도 토르가 돌아와서 우격다짐으로 쫓아버리지 못하도록 신들과 정식 계약을 맺어두었던 것이다 .
겨울은 금세 지나고 벌써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 동시에 성벽공사도 진척되어 이제 완성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 이제 남은 것은 성문뿐이었다 .
신들은 매우 난처했다 .
“난처한 약속을 해버렸군 . 튼튼한 성이 완성되는 것은 좋지만 , 그 아름다운 프레야 여신을 그따위 석수장이한테 빼앗기다니 . ”
“그뿐이 아니지 . 태양도 달도 빼앗겼다간 이 세상은 암흑에 빠져버리지 않겠나 ? ”
신들은 저마다 이렇게 말하며 그 불길한 계약을 취소할 방도를 궁리했으나 , 별 신통한 수가 없었다 . 마침내 그들은 애초에 그런 약속을 하게끔 권한 것이 누구냐고 떠들어댔다 . 그러다가 그들은 그 계약을 권한 것은 바로 로키라는 사실을 알았다 . 신들은 로키를 불렀다 .
“네가 권해서 계약한 것이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사를 늦추게 만들어 봐 . 만일 그게 안 될 때는 너를 사형에 처하겠다 . ”
이렇게 부탁 반 , 위협 반으로 말했다 . 장난꾸러기 로키도 신들이 굉장히 화를 내고 있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말했다 .
“그럼 어떻게 해서든지 성벽이 겨울 안으로 완성되지 못하게 해볼 테니 제발 사형만은 말아주게 . ”
그날 저녁 , 석수장이가 자기의 말에 바윗돌을 싣고 성문 쪽으로 오자 한 마리의 어린 암말이 숲속에서 뛰어나와 소리높이 울었다 . 그러자 스바딜파리는 곧 바윗돌을 떨쳐버리고 정신없이 암말의 뒤를 쫓았다 . 암말은 재빨리 숲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이렇게 하여 암말은 스바딜파리를 숲속으로 끌어들여 밤새 뛰어다니며 장난을 쳤다 . 석수장이는 말을 잡으려고 밤새껏 숲속을 돌아다녔으나 헛된 일이었다 . 이윽고 아침이 되었으나 성문을 만들 돌은 하나도 없었다 . 공사가 도저히 기일 내에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자 석수장이는 미친 것처럼 노하여 그 정체를 나타냈다 . 그는 바로 신들의 세계를 염탐하러 온 산의 거인이었던 것이다 .
신들은 그의 정체를 알자 , 상대방이 거인이라면 굳이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곧 토르에게 사자를 보냈다 . 토르는 산과 개울을 뛰어넘어 급히 아스가르드로 돌아왔다 . 거인은 당장이라도 아스가르드를 부수려 하고 있었다 . 토르는 하늘 높이 묠니르의 망치를 들어 올려 일격에 거인을 쓰러뜨렸다 . 그는 거인의 두개골을 산산이 부수어 안개의 나라 밑 깊숙이 날려버렸다 .
사실 그 암말은 로키가 변신한 것이었다 . 그의 덕분으로 신들은 거인의 재난을 피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튼튼한 성벽까지 생긴 것이다 . 그러나 그 수말에게 쫓겼던 로키는 얼마 뒤 한 마리의 망아지를 낳았다 . 그런데 그 망아지는 마물의 피를 이어받은 탓으로 다리가 여덟 개인 , 잿빛의 이상한 말이었다 . 이 말이 후에 주신 오딘이 타게 된 슬레이프니르라는 말이다 .
어느 날 오딘이 헤니르와 로키를 데리고 시찰을 나섰다 . 세 신들은 개울가로 나왔는데 그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니 폭포가 있었다 . 폭포 곁 바위 위에서는 한 마리의 수달이 폭포에서 잡아온 연어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 그것을 보자 장난꾸러기 로키는 재빨리 돌을 주워 던졌다 . 돌은 보기 좋게 수달의 머리에 맞아 수달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 로키는 그 수달과 연어를 두 신에게 보이며 자랑을 했다 .
“어때 , 돌 하나로 수달과 연어를 잡다니 , 나 아니면 못할 솜씨지 ? ”
신들은 수달과 연어를 들고 가다가 이윽고 커다란 집 앞에 이르렀다 . 집주인은 흐레이드마르라는 농부였는데 , 그는 상당한 호족이었고 , 또한 마법에 뛰어났다 .
세 신은 그 집으로 가서
“오늘밤 댁에서 좀 재워주시지 않겠습니까 ? 먹을 것은 갖고 있으니까요 . ”
하고 말하며 들고 있던 수달과 연어를 내보였다 . 그런데 흐레이드마르는 수달의 시체를 보자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 . 그는 곧 두 아들 파프니르와 레긴을 불러 너희 형제 오트르가 살해되었다고 말하고 세 신을 가리키며 ,
“이놈들이 오트르를 죽였단 말이다 ! ”
하고는 신들에게 덤벼들었다 . 두 아들은 곧 신들을 묶어버렸다 .
신들은 그것을 모르고 아들을 죽여버렸음을 사과하고 , 변상금은 바라는 만큼 내놓을 테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말했다 . 그러자 욕심꾸러기인 흐레이드마르는 죽은 수달의 껍질을 벗겨 그것을 펴면서 말했다 .
“그럼 , 이 가죽이 완전히 감추어질 만큼 돈을 내놓아라 . 그러면 용서해 주마 . ”
오딘은 곧 로키를 흑인 난쟁이에게 보냈다 . 그들에게 부탁해서 돈을 대신 내달래려고 생각한 것이다 . 로키는 안드바리라는 난쟁이를 찾아갔는데 , 상대방은 로키가 오는 것을 보자 곧 물고기로 변신하여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 그러나 그렇다고 속아 넘어갈 로키가 아니었다 . 곧 난쟁이를 붙잡아 목숨이 아깝거든 바위틈에 숨겨둔 돈을 모조리 내놓으라고 얼렀다 . 난쟁이는 바위틈에 숨겨두었던 황금을 모두 내놓았다 . 그곳은 대단한 보물의 산이었다 . 그러나 난쟁이는 작은 금반지 하나만은 몰래 소매 속에 감추었다 . 그것을 본 로키는 외쳤다 .
“이놈아 , 그 반지도 내놓아라 ! ”
“제발 이 반지만은 빼앗지 마세요 . 이것만 있으면 또 보물을 늘릴 수 있지만 이걸 빼앗기면 끝장입니다 . ”
난쟁이는 반지만은 도로 달라고 애원했다 . 그러나 로키는 그것마저 빼앗고 말았다 . 그러자 난쟁이는 저주의 말을 던졌다 .
“황금의 반지여 , 너를 갖는 자의 목숨을 빼앗거라 ! ”
그래도 로키는 ,
“흥 ! 그런 소리 해봤자 끄떡없어 . 이 반지를 다음에 갖게 되는 사람한테 내력을 말하고 주의시켜 둘 테니까 ! ”
하고는 돌아와 버렸다 .
얼마 후 흐레이드마르의 집으로 오자 그는 오딘에게 난쟁이한테서 빼앗아온 것을 보였다 . 오딘은 반지를 보자 마음에 들어 , 그것만 남기고 황금을 전부 흐레이드마르에게 넘겨주었다 . 흐레이드마르는 그 황금을 수달껍질 위에 놓았다 . 가죽은 순식간에 빛나는 황금으로 가려졌다 . 그것을 보고 오딘은 말했다 .
“어때 , 이만큼 가죽이 가려지면 됐을 테지 ? ”
흐레이드마르는 한동안 그것을 노려보고 있더니 , 한 가닥의 입수염이 아직도 드러나 있는 것을 보고 외쳤다 .
“여기 아직도 남은 데가 있잖아 ? 이것도 안 보여야 약속이 맞잖나 ? ”
과연 흐레이드마르의 말대로 입수염 한 가닥이 아직도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 오딘은 할 수 없이 그 반지를 꺼내 입수염 위에 놓았다 . 그제야 흐레이드마르는 오딘의 창과 로키의 구두를 돌려주었다 . 이렇게 되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 흐레이드마르의 집을 나설 때 로키는 외쳤다 .
“이봐 , 흐레이드마르 , 잘 기억해 둬 . 그 반지엔 난쟁이의 저주가 붙어 있다 . 그걸 가진 놈은 영락없이 죽게 된다구 . ”
흐레이드마르는 아들의 변상금으로 큰돈을 수중에 넣게 되어 대만족이었다 . 그는 욕심이 더 생겨 아들들에게 조금도 나눠주지 않았다 . 파프니르와 레긴이 몫을 요구해도 어린 주제에 건방지다고 한마디로 거절했다 . 화가 난 형제는 마침내 돈이 탐이 나 부친을 죽였다 . 그런데 이번에는 형인 파프니르가 부친의 재산을 독차지하고 동생에게 전혀 나눠주지 않았다 .
“형 , 그 돈의 절반은 내 것이야 . ”
레긴은 이렇게 분배를 요구했다 . 그러나 파프니르는 ,
“너한테 나눠줄 생각은 없다 . 너는 돈을 위해서는 아버지라도 죽이는 놈이야 . 아버지 같은 꼴을 당하기 싫으면 당장 이곳을 떠나라구 . ”
하면서 부친의 유품이었던 프로티라는 명검을 들고는 동생을 노려보았다 . 결국 레긴은 달아났다 . 파프니르는 그니타헤이드 벌판으로 가서 구멍을 파고 그 안에 보물을 묻은 뒤 용으로 변신하여 그 보물 위에 사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
그 사이에 레긴은 스트란드의 야르프레크 왕에게로 가서 그곳의 대장장이가 되었다 . 그는 제자로 들어온 , 시그문드 왕과 요르디스 왕비의 아들 시그르트를 양자로 삼았다 . 시그르트는 그 태생이나 무용으로 보아도 그 당시 첫째 가는 용사였다 . 그의 이름은 지크프리트라고도 불렀다 .
어느 날 레긴은 시그르트에게 파프니르의 이야기를 하고 아주 훌륭한 명검 그람을 만들어 주었다 .
“그 용을 처치해서 놈이 숨기고 있는 보물을 빼앗는다면 커다란 명예와 재산이 손에 들어오게 된다 . ”
시그르트가 그 칼을 들고 가서 개울 한가운데에 꽂고 양털을 위에서 흘려보니 , 양털은 칼에 닿기가 무섭게 두 개로 갈라져 흘러내려갔다 . 이어 레긴의 대장간으로 들어가 쇠붙이를 내리치자 칼은 쇠붙이를 둘로 잘라버렸다 .
“이것만 있으면 어떤 짐승이라도 퇴치하겠다 . ”
시그르트는 레긴과 함께 그니타헤이드 벌판으로 갔다 . 자세히 보니 풀숲 한곳이 무거운 것에 짓눌린 것처럼 샘 쪽까지 쓰러져 있었다 .
“분명히 파프니르가 물을 마시러 간 거야 .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처치해야지 . ”
시그르트는 그 길목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숨어 있었다 . 그리고 파프니르가 돌아와 구멍 위를 지날 때 그람의 칼로 단숨에 심장을 찔렀다 . 용은 자욱이 독기를 뿜으며 꿈틀댔다 . 구멍 안에 있는 시그르트는 태연했다 . 그는 온몸에 용의 피를 받으면서도 끝내 처치해 버렸다 . 그러자 용이 두려워 멀리에서 지켜보고 있던 레긴이 다가왔다 .
“네가 죽인 것은 실은 내 형이야 . 너는 내 형을 죽였다 . 그 죄를 용서해 주는 대신 심장을 내가 갖겠다 . 불로 잘 구워두어라 . ”
이렇게 말하고는 용의 피를 마시고 풀밭에 누워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
시그르트는 시키는 대로 용의 심장을 꼬챙이에 꽂아 불에 굽고 있었다 . 얼마 후 심장이 충분히 익었으므로 이제 먹어도 되는가 하고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 순간 , 뜨거운 기름이 손가락에 튀었다 .
“앗 , 뜨거워 ! ”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 그러자 신기하게도 시그르트는 갑자기 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 용의 심장에서 나온 피를 핥았기 때문이었다 .
그때 , 바로 눈앞의 나무에서 일곱 마리의 참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 그 중의 한 마리가 이렇게 노래하고 있었다 .
용의 피를 받은 시그르트가
불가에서 파프니르의 심장을
굽고 있네 .
그 심장을 자기가 먹으면
현명해질 텐데 .
잇따라 또 한 마리가 노래했다 .
레긴은 기분 좋게 잠들어 있구나
자기를 믿고 있는 벗을
배반할 것을 생각하면서 .
저 마음씨 고약한 대장장이는
형제의 원수를 갚을 셈인데 .
이 말을 들은 시그르트는 레긴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목을 단칼에 잘랐다 . 그리고는 용의 심장을 먹어치우고 명마 그라니를 끌고 용의 구멍으로 가서 보물을 전부 꺼내어 말에 실었다 . 그리하여 그는 용을 죽인 시그르트로서 명성을 드높이게 되었다 .
언젠가 토르의 망치가 트림이라는 거인의 손에 넘어갔던 일이 있었다 . 트림은 그것을 요툰헤임 바위 밑에 묻어버렸다 .
그래서 토르는 로키를 보내 트림과 교섭을 시켰으나 , 로키는 만일 프레야가 그 거인의 아내가 된다는 것을 승낙하면 망치를 돌려주겠다는 약속밖에 받지 못했다 . 그러나 사랑의 여신 프레야는 , 거인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 할 수 없이 로키는 토르를 설득시켜 토르에게 프레야의 옷을 입히고 함께 요툰헤임으로 떠났다 .
트림은 이 베일을 쓴 신부를 정중히 맞았는데 , 신부가 반찬으로 고등어 여덟 마리와 큰 황소 한 마리를 먹어치우고 , 꿀술을 세 통이나 마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그러자 로키는 변명하기를 신부는 8 일 동안 음식을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 그것은 그녀가 요툰헤임의 소문난 지배자인 신랑을 빨리 만나보고 싶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 이 말에 트림은 과연 그럴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 대체 신부의 얼굴이 얼마나 아름답길래 그렇듯 소문이 났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 신부의 베일 속을 들여다보았다 .
그 순간 , 그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면서 물었다 .
“아니 , 신부의 눈이 이글이글 타고 있으니 웬일인가 ? ”
로키는 또다시 변명하여 말하기를 ,
“트림 왕을 만나뵙기를 어찌나 기다렸던지 눈이 지쳐서 그런 것입니다 . ”
했더니 거인은 ,
“딴은 그럴듯하군 . ”
하고 납득을 했다 . 그는 프레야와 교환조건으로 주겠다던 토르의 망치를 가져오게 하여 , 그것을 신부의 무릎 위에 놓았다 . 망치를 잡은 토르는 곧 변장을 벗어던지고는 트림과 그 부하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
프레이르도 역시 신기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 그것은 주인이 바라면 언제든지 스스로 싸움터를 돌아다니며 적을 무찌르는 칼이었다 . 그런데 프레이르는 이 귀중한 칼을 잃어버렸다 . 그리고 토르와는 달리 그것을 되찾을 수가 없었다 .
그 까닭은 이러했다 . 프레이르는 어느 날 오딘의 옥좌에 앉았었다 . 그곳에서는 전 우주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프레이르는 여기저기를 바라보다가 저 멀리 거인의 나라에 있는 아름다운 처녀를 보았다 . 그 모습을 본 뒤로 프레이르는 모든 것이 슬퍼져서 먹지도 자지도 못하게 되었다 . 그러는 사이에 프레이르의 심부름을 하고 있는 스키르니르라는 부하가 그에게서 이 비밀 이야기를 듣자 , 만일 그 신기한 칼을 상으로 준다면 거인의 나라로 가서 신부를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 그 처녀에게 반한 프레이르는 칼이 아깝다는 생각도 않고 승낙했다 . 스키르니르는 거인의 나라로 가서 그 처녀를 만나 프레이르의 이야기를 하고 , 그 처녀한테서 9 일 안으로 지정장소로 와서 프레이르와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 스키르니르가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와서 보고를 하자 프레이르는 외쳤다 .
“그 긴긴 밤을 어떻게 기다린단 말인가 ? ”
그리고서 그는 마침내 모든 여성 가운데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르드를 아내로 삼았으며 , 그 대신 자기의 칼을 잃어버렸다 .
신들은 해마다 바다의 왕 에기르의 궁전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 그런데 토르는 언제나 이 잔치에서 자기가 충분히 마실 만큼의 술이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 그래서 에기르에게 그런 말을 하자 상대방은 이렇게 말했다 .
“그것은 신들이 마실 술을 한꺼번에 만들어 낼 수 있는 큰 솥이 내게 없기 때문이지 . 그러니 그런 큰 솥을 어디 좀 찾아보게 . ”
그러나 그런 큰 솥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그들은 그런 말을 들은 일조차 없었다 . 그때 전쟁의 신 티르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
“가만 있자 , 우리 아버지 히미르가 그런 큰 솥을 갖고 있어 . 얼마나 큰지 깊이가 자그마치 2 킬로미터나 돼 . ”
“어떻게 그 솥을 손에 넣을 수 없을까 ? ”
토르가 말했다 .
“글쎄 , 아버지는 소문난 망나니지만 속여넘기면 아마 손에 넣을 수도 있을 거야 . ”
그래서 토르와 티르는 곧 거인의 나라로 떠났다 . 요툰헤임에 닿자 티르의 모친은 아들이 먼 곳에서 찾아온 것을 기뻐하며 술을 내놓고 권했다 . 그리고는 대들보에 놓여 있는 여덟 개의 큰 솥을 가리키며 말했다 .
“너희는 저 솥 곁에 숨어 있거라 . 아버지는 손님이 오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시니까 . ”
히미르가 고기잡이에서 돌아온 것은 저녁때였다 . 부인은 상냥하게 마중을 나갔다 .
“어서 오세요 , 히미르 . 아들이 돌아왔어요 . 친구 토르를 데리고 말예요 . 저기 대들보 밑 , 솥 곁에 있어요 . ”
히미르는 험상스러운 얼굴로 토르와 티르가 숨어 있는 곳을 노려보았다 . 어찌나 눈초리가 날카로웠던지 기둥이 부서지고 대들보가 부러져 그 위에 있던 솥들이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제일 큰 솥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깨지고 말았다 .
토르와 티르는 숨었던 곳에서 기어나왔다 . 거인과 신들은 서로 노려보았다 . 거인의 적인 토르가 집으로 찾아온 것이 히미르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 그래도 그는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 그는 세 마리의 사슴을 끌고 와서 그것을 저녁식사로 내놓으라고 했다 . 토르는 그 두 마리 분을 먹어치우고 말았다 . 이것을 보자 히미르가 놀라며 말했다 .
“내일은 음식을 더 많이 준비해야겠군 . 먹이가 잡혔으면 좋겠는데 . ”
아침이 되자 히미르는 낚시하러 갈 채비를 차렸다 . 토르가 같이 가도 좋겠느냐고 묻자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
“그럼 , 낚싯밥은 뭘 쓰지 ? ”
토르가 이렇게 묻자 히미르는 기분 나쁜 얼굴로 말했다 .
“가축 움막에 가서 멋대로 찾으라구 . 뭔가 먹잇감이 있을 테지 . ”
토르가 목장으로 가보니 히미르의 가축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 그는 그 중 제일 큰 황소를 잡아 머리를 비틀었다 . 히미르는 토르가 그런 먹이를 가지고 온 것을 보자 기가 막혀 말했다 .
“너는 조금만 한눈을 팔면 큰일을 저지를 놈이로구나 . ”
히미르가 배를 띄우자 토르는 배 뒤쪽에 앉아 두 개의 노를 젓기 시작했는데 , 배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것을 히미르도 짐작할 수 있었다 . 히미르는 뱃머리에 앉아 노를 저었다 . 이윽고 히미르는 노를 놓고 이제 다 왔다고 말했다 . 그러나 토르는 더 가자고 하며 여전히 저어나갔다 .
잠시 후 히미르가 말했다 .
“이제 그만하라구 . 더 가면 위험하단 말야 . 바다 밑에 미드가르드의 뱀이 있는 것을 모르나 ? ”
“천만에 , 아직 괜찮아 . ”
토르는 여전히 노를 저었다 . 히미르는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 얼마를 더 가더니 토르는 노를 놓고 낚시 준비를 시작했다 . 히미르는 고래를 두 마리나 낚아 올렸다 . 토르는 소머리를 낚싯바늘에 달고 힘껏 바다로 던졌다 . 순식간에 낚싯바늘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 그가 낚으려는 것은 고래 따위가 아니라 미드가르드의 뱀 바로 그것이었다 . 바다 밑에 있던 미드가르드의 뱀은 토르가 던진 소머리를 보자 덥석 물었다 . 바늘은 순식간에 뱀의 턱에 걸렸다 . 뱀은 바늘에 걸린 것을 알자 힘껏 낚싯줄을 잡아당겼으므로 , 두 손으로 줄을 쥐고 있던 토르의 주먹은 무참히 뱃전에 으스러졌다 . 순간 다리가 뱃바닥을 뚫고 바다 밑에 닿았다 . 그래도 토르는 무서운 힘으로 미드가르드의 뱀을 잡아당겼다 . 보기에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 이 바람에 바다 밑의 괴물들은 모두들 떨기 시작했다 .
히미르는 공포로 얼굴이 백지장이 되어 있었다 . 토르는 묠니르의 망치를 들어 당장 뱀을 치려고 했다 . 그때 겁을 잔뜩 집어먹은 히미르가 칼로 토르의 낚싯줄을 끊어버려 뱀은 바다 깊이 가라앉았다 . 토르는 낙심하여 기슭으로 배를 저어갔는데 , 히미르는 말도 않고 힘없이 앉아 있었다 . 그래도 그는 강기슭으로 다가가자 약간 기운을 차렸는지 다시 토르를 시험해 보려고 이런 말을 했다 .
“이봐 , 토르 . 배를 바닷가로 끌어올릴 거야 , 아니면 고래를 집까지 끌고 갈 거야 ? ”
어느 쪽이건 토르로서는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 배는 너무 컸고 , 바닷가와 집 사이에는 험한 언덕이 있었던 것이다 . 그런데 토르는 말도 없이 몸을 구부리더니 , 배 안에 고인 물을 퍼내지도 않은 채 한 손으로 배를 들어올렸다 . 그리고 배와 노는 물론 두 마리의 고래까지도 한꺼번에 들어 올려 거뜬히 거인의 집까지 날라 갔다 . 히미르는 그래도 여전히 만족하지 않고 저녁식사 때 컵을 토르에게 내주며 말했다 .
“제아무리 배를 모는 솜씨가 좋고 무거운 짐을 날랐다 하더라도 , 만일 이 컵을 깨지 못한다면 난 너를 진짜 호걸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거야 . ”
토르는 컵을 받아 쥐자 느닷없이 거인의 집 기둥에다 던졌다 . 그러나 기둥에만 금이 조금 갔을 뿐 컵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 그때 히미르의 부인이 토르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
“히미르의 머리에다 던져 봐요 , 그것은 어떤 유리보다도 단단하니까 . ”
토르는 일어서 컵을 히미르의 이마에 힘껏 던졌다 . 그러자 히미르의 이마는 멀쩡했으나 컵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 거인은 소중한 포도주잔을 잃은 것이 매우 안타까웠으나 그것으로 토르에게 시비를 걸 수는 없었다 . 그래서 이번에는 이런 말을 했다 .
“만일 너희가 이 솥을 들어낼 수만 있다면 솥을 주겠다 . ”
처음에는 티르가 들어보았다 . 그러나 솥은 1 ㎝도 움직이지 않았다 . 이번에는 토르가 들어올려 보았다 . 그런데 가장자리를 두 손으로 잡고 발에 힘을 준 순간 힘이 너무 들어가 마룻바닥을 뚫고 말았다 . 그러나 마침내 솥을 머리에 뒤집어쓸 수가 있었다 . 솥은 어마어마하게 컸기 때문에 그렇게 뒤집어쓰자 손잡이가 발꿈치에 닿을 정도였다 .
그래서 토르와 티르는 재빨리 집에서 뛰어나왔다 .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니 히미르가 거인들을 데리고 쫓아왔다 . 토르는 멈춰 서서 솥을 땅에 내려놓고 , 망치를 휘둘러 거인들이 있는 곳으로 힘껏 던졌다 . 그리하여 거인들은 모두 죽고 말았다 .
이렇게 해서 히미르의 솥을 수중에 넣자 , 토르는 그것을 신들이 있는 곳으로 운반해 갔다 . 그리고 그 뒤로는 에기르의 궁전에서 잔치를 벌일 때 술이 모자라는 일이 없었다 .
대장장이 베룬드는 뷔란드 , 베렌트라고도 하며 , 게르만 족 사이에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명장이다 . 그가 만들었다는 칼이나 정교한 금 ․ 은 세공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다 .
베룬드는 북극의 휜 족의 왕자로서 3 형제 중 막내라는 말도 있고 , 덴마크 왕가의 출신이라는 말도 있다 . 세 왕자는 스키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스웨덴 왕 니도우드가 다스리는 지방에 이르렀다 . 큰형 에기르는 활의 명수였고 , 둘째인 스라그휘드는 포수로 날렸으며 , 베룬드는 대장장이의 명인으로 알려졌다 . 그들은 짐승을 몰아 ‘늑대 골짜기’라고 부르는 어두운 골짜기로 들어가 그곳 호숫가를 임시 거처로 삼았다 .
그러던 어느 날 아침 , 그들은 그 호숫가에서 베를 짜고 있는 세 명의 미녀를 발견했다 . 그것은 오딘을 섬기는 전쟁의 처녀 발키리였는데 , 백조의 모습으로 날고 있다가 잠시 쉬던 참이었다 . 그녀들은 호수에서 목욕을 한 다음 날개를 떼어두고 인간의 운명을 정하는 실을 잣고 있었다 . 그녀들이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사이에 살며시 다가간 세 사람은 날개를 빼앗고 그녀들을 억지로 아내로 삼았다 .
세 쌍의 부부는 숲속 호숫가에서 7 년 동안을 행복하게 살았다 . 그러나 8 년째가 되자 천상의 처녀들은 지상의 생활에 권태가 생겼다 . 그리고 어느 날 남편들이 사냥을 간 사이에 숨겨둔 날개를 찾아 말없이 날아가 버렸다 . 얼마 후 돌아온 형제는 집이 빈 사실을 알았다 . 그들은 곧 돌아오려니 하고 기다렸다 . 그러나 밤이 되어도 아내들은 돌아오지 않았으며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
어느덧 겨울이 와 호수는 얼어붙고 , 산과 들과 집도 모두 눈에 덮였다 . 마침내 에기르와 스라그휘드는 스키를 타고 동쪽 , 서쪽으로 각기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 나섰다 . 그러나 베룬드만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리운 아내가 돌아오리라고 믿고 늑대 골짜기의 호숫가에 남았다 . 그리고 그는 여가를 보내는 방편으로 대장장이 일을 열심히 했다 . 그가 만든 것은 정교한 세공의 순금반지로서 대개의 반지에는 눈부신 보석을 박았다 . 아내가 돌아오면 선물로 줄 작정이었다 . 반지는 자꾸자꾸 만들어져 이윽고 700 개나 되었다 . 베룬드는 그것을 끈에 꿰어 천장에 걸어놓았다 . 값진 보석이 박힌 반지들은 별처럼 빛났으며 , 어쩌다가 베룬드가 줄을 만지거나 하면 방울처럼 울렸다 .
그런데 이 사실이 우연히 스웨덴 왕 니도우드의 귀에 들어갔다 . 왕은 베룬드의 보물을 단 한 개만이라도 갖고 싶어 그가 집을 비우기를 기다렸다 . 그러다가 어느 날 밤 부하를 감시병으로 세워놓고 베룬드의 집으로 들어가 반지 한 개를 훔쳤다 . 반지는 과연 훌륭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 반지에 박힌 보석이 빛나는 것을 보자 왕의 가슴에는 무서운 욕심이 타올랐다 . 그는 부하에게 베룬드가 돌아오면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
새벽녘에 돌아온 베룬드는 반지가 한 개 모자라는 사실을 발견했으나 , 그리운 아내가 돌아온 것이라고만 짐작했다 .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 그는 여행에 지쳐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서 일어나려고 했다 . 그러나 몸은 이미 그가 만든 튼튼한 쇠사슬에 묶여 있고 발에는 무거운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
“하하하 , 대장장이가 자기가 만든 사슬에 묶인 꼴이라니 . 나는 이 나라의 왕 니도우드다 . 너는 그 보물이 어디서 났는지 자백하라 . 그것은 본래 우리 나라 물건이다 . ”
니도우드 왕은 비웃으며 말했다 . 베룬드는 이 나라에는 황금이 없으며 고향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으나 왕은 물론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 그때 뱀 같은 눈길의 왕비가 들어와서 말했다 .
“이 자의 눈은 아주 고약합니다 .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다리를 잘라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을 겁니다 . 그러면 이 사나이의 보물은 우리 차지가 될 것이고 ,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지겠죠 . ”
그래서 베룬드는 불구가 되었고 , 보물도 모두 빼앗겼다 . 왕은 베룬드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칼마저 빼앗아 자기의 허리에 찼다 .
베룬드는 호수 가운데의 작은 섬 세바르스타드에 묶여 발을 절룩거리며 대장간에서 왕을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이 굴욕과 고생을 베룬드는 오직 한 가지를 위해 견뎌냈다 . 그것은 니도우드 일족에게 언젠가 복수를 해주리라는 것이었다 . 그는 증오를 감추고 불편한 다리를 이끌면서 때를 노리고 있었다 .
니도우드 왕은 베룬드를 가두어 둔 섬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 보물을 독차지하려는 생각과 자기의 그릇된 처사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 그러나 운명은 야릇했다 . 어느 날 왕의 두 아들이 이 대장장이를 보려고 호수를 건너왔다 . 베룬드는 웃는 얼굴로 왕자들을 맞았다 .
“어서 오십시오 , 왕자님들 . 이 대장간에 있는 것은 무엇이건 드릴 테니 잘 보십시오 . ”
그리고는 무기며 반지며 브로치를 비롯하여 망치 , 풀무까지 보여주었다 . 아버지를 닮아 욕심이 많은 어린 왕자들은 이 보물들을 보자 눈을 빛내며 손을 떨었다 . 베룬드는 웃으면서 말했다 .
“나는 이 물건들을 기꺼이 드리고 싶습니다 . 그렇지만 당신들이 여기 온 것을 아버님도 알고 계시니 갖고 가봤자 빼앗길 게 뻔해요 . 내일 아 무도 모르게 다시 오세요 .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을 갖고 가서 숨겨놓아요 . ”
왕자들은 미련을 남긴 채 돌아갔고 , 다음날 다시 오자마자 곧 보물을 보여 달라고 졸랐다 . 베룬드는 대장간 구석에 있는 커다란 궤짝 곁으로 그들을 데려가서 뚜껑 한쪽을 열고 , 그 안에 있는 것 중에서 고르라고 말했다 . 궤짝은 크고 높았기 때문에 왕자들은 발돋움을 하고 목을 언저리에 걸치고 들여다보았다 . 그 순간 베룬드는 힘껏 뚜껑을 닫았다 . 모서리는 마치 칼처럼 예리하고 날카롭게 갈아져 있었기 때문에 두 왕자의 머리는 궤짝 안으로 떨어지고 몸뚱이는 나무토막처럼 마루에 나뒹굴었다 . 이윽고 대장간 굴뚝에서는 짙은 연기가 올랐다 . 니도우드의 왕자들은 살도 뼈도 옷도 남지 않고 모조리 재가 되었다 . 다만 두개골만을 남기고 .
베룬드는 이 두개골에 은을 입혀 훌륭한 술잔을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 . 왕자의 눈알은 왕비의 황금목걸이 장식으로 썼고 , 그들의 이는 상아 대신 사용하여 공주인 베즈비르의 풍만한 가슴을 장식하는 두 개의 브로치로 삼았다 . 스웨덴에 이렇듯 훌륭한 물건은 일찍이 없었다 . 왕은 그 술잔을 항상 식탁에 두었고 , 왕비는 목걸이를 목에서 떼어놓지 않았으며 , 베즈비르 공주도 브로치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
어느 날 , 왕에게서 받은 공주의 반지가 망가졌다 . 얌전한 공주는 부왕의 꾸중이 두려워 살며시 배를 내어 세바르스타드를 찾아가 그것을 고쳐달라고 베룬드에게 부탁했다 .
“그럽시다 . 전보다 훨씬 아름답게 고쳐드리지요 . 잠시 여기서 쉬고 계십시오 . ”
베룬드는 공주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권했다 . 술에는 강한 수면제가 섞여 있었다 . 이윽고 그녀는 깊은 잠에 빠졌다 . 베룬드는 그녀를 자기의 뜻대로 했다 . 잠시 후 깨어난 공주는 발가벗은 채 불구의 대장장이에게 안겨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 그녀는 공포와 오욕에 몸을 떨며 정신없이 섬을 떠났다 .
베룬드는 이제 복수가 끝났음을 알았다 . 조만간 니도우드 왕이 격노하여 달려올 것은 뻔했다 . 더 이상 섬에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었다 . 그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 은으로 된 정교한 날개를 펴서 백조의 날개를 달았다 . 이 날개는 활의 명수인 형 에기르가 쏘아죽인 백조의 날개였다 . 완성된 날개를 달고 그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 그의 대장간도 , 주위의 호수와 숲도 순식간에 밑으로 가라앉았다 .
그는 호화로운 니도우드 왕의 궁전 위에 이르렀다 . 왕비는 뜰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가 그의 모습을 보고 하얗게 질려 왕이 있는 홀로 뛰어갔다 . 니도우드는 그 은 술잔을 앞에 놓고 창가 테이블에 앉아 없어진 아들을 생각하며 탄식하고 있었다 .
“아마 베룬드 놈이 죽인 모양이야 ! 어서 배를 준비시켜라 . 내가 가서 그 놈을 족쳐야겠다 . 도무지 미칠 것 같아 견딜 수가 없구나 . ”
그때 왕비가 들어와서 외쳤다 .
“배든 말이든 필요 없어요 . 베룬드가 이리로 오고 있어요 . ”
왕이 마당으로 나가자 베룬드는 지상과 가까운 곳에서 맴돌았다 . 왕은 하늘을 향해 외쳤다 .
“요정의 왕 베룬드여 , 내 아들들을 어떻게 했는지 말해다오 . ”
베룬드는 하늘에서 말했다 .
“니도우드 왕이여 , 먼저 한 가지 맹세해다오 . 나는 너의 딸 베즈비르를 아내로 만들었거니와 , 그녀는 머지않아 내 아이를 낳을 것이다 . 제발 그녀를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하라 . ”
“좋다 , 맹세하마 . 그런데 내 아들들은 어떻게 했느냐 ? ”
“두개골은 네 식탁 위에 놓여 있고 , 눈알은 왕비의 목걸이에 매달려 있다 . 이는 베즈비르의 가슴을 장식하고 있지 . 그리고 나머지는 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 ”
그러자 왕과 왕비는 서로 욕했다 .
“당신이 욕심을 부린 탓이에요 ! ”
“너의 잔인한 성질 탓이야 ! ”
왕은 발을 구르며 베룬드를 잡으려고 했으나 , 그는 화살도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이 날아오르며 여유 있게 껄껄 웃었다 . 그러나 금발의 아름다운 베즈비르가 부모에게 힘없이 불려나오는 것을 보자 베룬드도 마음이 아파 눈길을 돌렸다 .
“공주야 , 내가 들은 얘기가 사실이냐 ? 네가 정말로 저 베룬드하고 둘이 섬에 있었느냐 ? ”
왕은 물었다 .
“아버님이 들으신 말은 사실이에요 . 저는 베룬드하고 섬에 있었어요 . 아아 , 꿈이라면 좋으련만 . 저로서는 몸을 지킬 방도가 없었어요 . 지킬 힘도 없었구요 . ”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 베룬드는 멀리 숲을 넘고 호수를 건너 어디론지 사라져 갔다 .
어느 날 토르는 하인 티알피를 데리고 로키와 함께 거인의 나라로 떠났다 . 티알피는 인간 가운데에서 걸음이 가장 빠른 사나이였다 . 그는 일행의 식량을 넣은 토르의 큰 주머니를 가지고 갔다 .
밤이 되어 일행은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 하룻밤 묵어갈 곳을 찾다가 간신히 어떤 큰 집을 찾게 되었다 . 그들은 이 집의 홀에 누워 잠을 잤다 .
그런데 밤중에 이 집을 뒤흔드는 지진에 놀라 잠을 깼다 . 토르는 일어나 두 사람에게 안전한 곳을 찾으라고 했다 . 그리고 한 손에 망치를 들고 문간에 서서 지켰다 . 그러자 무엇인지 큰 소리가 들렸고 , 그것이 밤새 계속되었다 .
새벽이 되어 토르가 밖으로 나가 보니 한 거인이 누워 있었다 . 거인은 코를 골았을 뿐이었는데 , 그 소리가 그들을 그렇게 놀라게 한 것이다 . 거인이 잠을 깨자 토르는 이름을 물었다 .
“내 이름은 스크리미르야 . ”
그 거인은 이렇게 대답하고 다시 말했다 .
“그렇지만 네 이름을 들을 필요는 없다 . 토르라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 그런데 내 장갑이 어디로 갔지 ? ”
토르는 그제서야 자기네가 홀이라고 생각한 곳이 실은 이 거인의 장갑 속이었다는 것과 , 그리고 로키와 하인이 숨은 방이 장갑의 엄지손가락 안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스크리미르는 여행을 함께 하자고 제의했다 . 토르는 승낙하고 각기 아침을 먹었다 . 식사가 끝나자 스크리미르는 그들의 식량을 한 자루에 담아 어깨에 메고는 앞서 걷기 시작했다 . 그는 어찌나 걸음이 빨랐던지 뒤쫓아 가기가 힘들었다 . 일행은 온종일 여행을 계속했다 .
저녁때가 되자 , 스크리미르는 떡갈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기로 했다 . 그가 말했다 .
“난 그만 잘 테니까 그 자루를 열고 저녁밥을 먹으라구 . ”
스크리미르는 곧 요란하게 코를 골았다 . 토르는 배가 고파 자루를 열려고 했다 . 그러나 매듭이 너무 단단해서 풀 수가 없었다 . 화가 치민 토르는 망치를 꺼내어 힘차게 거인의 머리 위로 내려쳤다 . 그러자 스크리미르는 가만히 눈을 뜨고 물었다 .
“아니 , 머리에 나뭇잎이 떨어졌나 ? 그런데 왜들 안 자고 있지 ? ”
토르는 방금 자려는 중이라고 대답하고 그 옆 떡갈나무 밑으로 가서 누웠다 . 그러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 스크리미르가 다시 코를 골자 토르는 살며시 일어나 망치로 거인의 머리를 향해 힘껏 때렸다 . 스크리미르는 잠에서 깨어나 외쳤다 .
“웬일이지 ? 이 나무에 새가 있는 모양이군 . 뭔가 머리에 부딪힌 것 같은데 . 그건 그렇고 너는 왜 아직도 안 자지 ? ”
토르는 그 말에 이제 막 잠이 들려는 참이라고 말했다 .
날이 샐 무렵 , 토르는 다시 한번 망치를 들고 거인의 머리를 내려쳤다 . 그런데 스크리미르는 일어나 앉아 뺨을 만지면서 말했다 .
“가만 있자 , 도토리가 머리에 떨어진 모양인데 , 아니 토르 , 벌써 일어났나 ? 그러고 보니 슬슬 떠날 시간이 된 모양이군 . 조금만 더 가면 우트가르드라는 성에 닿게 되지 . 이 성엔 나보다 훨씬 큰 놈들이 많아 . 그러니 충고해 두겠는데 , 거기 가거든 너무 우쭐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 자아 , 그리로 가려면 이 동쪽 길로 가라구 . 난 북쪽 길이야 . ”
그래서 토르 일행은 다시 길을 재촉했다 . 점심 무렵 그들은 들판 한가운데에 자리한 성에 닿았다 . 성 안으로 들어가 보니 커다란 궁전이 있고 , 문은 열려 있었다 . 그 안에는 커다란 몸집의 사내들이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 이 나라의 왕 우트가르드 로키 앞으로 나아갔다 . 일행은 공손히 인사를 했다 . 그러자 왕은 비웃듯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 저 젊은 녀석은 토르로군 . ”
그리고는 토르에게 말했다 .
“아마 네놈은 보기보다는 훌륭할 거다 . 너나 네 일행이 자랑할 수 있는 기술이 뭐냐 ? 재주가 없는 놈은 여기서 머물 수 없다 . ”
로키가 말했다 .
“내 뛰어난 솜씨는 누구보다도 빨리 음식을 먹는 거야 . 어디 나하고 솜씨를 겨뤄 보시지 ? ”
“하긴 , 음식을 빨리 먹는 것도 재주는 재주겠지 . ”
우트가르드 로키는 말했다 .
“그럼 당장 해봐라 . ”
왕은 로기라는 신하를 불러 로키와 재주를 겨루어 보라고 일렀다 . 고기를 산더미같이 담은 커다란 통이 홀에 놓이자 로키는 그 한쪽 끝에 서고 로기는 다른 쪽에 섰다 . 그들은 맹렬한 속도로 먹기 시작해 드디어 통 한가운데에서 만났다 . 그런데 로키는 살만 골라 먹었으나 로기는 살도 뼈도 다 먹고 있었다 . 그래서 로키는 지고 말았다 .
우트가르드 로키는 이번에는 토르가 데리고 온 티알피에게 무슨 재주가 있느냐고 물었다 . 티알피는 달리는 재주가 있다고 말했다 . 왕은 일동을 데리고 훌륭한 경기장이 있는 들판으로 갔다 . 그리고 후기라는 젊은이를 불러 티알피와 경주를 시켰다 . 그들은 달리기 시작했는데 , 티알피 역시 후기에게 지고 말았다 .
그러자 왕은 토르에게 어떤 재주가 있는지 보여 달라고 했다 . 토르는 마시는 시합을 해보자고 대답했다 . 왕은 커다란 뿔로 된 술잔을 가져오게 하여 토르가 술잔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
“훌륭한 술꾼이라면 단숨에 마실 수 있지 . 대개 한 번쯤 쉬고 마시지만 말야 . ”
토르는 잔을 입으로 가져가 그대로 숨도 쉬지 않고 꿀꺽꿀꺽 마셨다 . 그런데 마시면서 보니 술잔의 술이 조금도 줄어든 것 같지가 않았다 . 그래서 한숨을 돌리고는 다시 마셨다 . 그러나 역시 잔에는 술이 가득 차 있었다 .
“어때 , 토르 . 힘을 아껴서야 쓰나 ? 이번엔 단숨에 마셔야 할걸 . 그렇지 않으면 체면이 안 서지 . ”
우트가르드 로키는 말했다 .
토르는 다시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셨다 . 그러나 술은 조금밖에 줄 어들지 않았다 . 결국 그는 잔을 돌려주고 말했다 . 왕은 그것을 보고 말했다 .
“알겠다 . 너는 우리가 생각한 만큼 호걸은 아니군 . 어디 다른 재주가 있으면 말해 보지 그래 . ”
그러자 토르가 물었다 .
“이번엔 뭘로 시험해 볼 작정인가 ? ”
“우리 나라엔 아주 애들 장난 같은 놀이가 있단 말야 . 내 고양이를 그저 들어올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 이런 말이 위대한 토르한테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 네 재주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 도리가 없지 . ”
왕이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한 마리의 커다란 잿빛 고양이가 튀어나왔다 . 토르는 한 손을 고양이의 배 밑에 넣고 , 온힘을 다해 고양이를 들어올리려고 했다 . 그런데 고양이는 등을 활처럼 구부려 , 토르가 아무리 힘을 내어도 한쪽 발이 간신히 올라갈 뿐이었다 .
그것을 본 왕이 말했다 .
“역시 신통치 않군 . 재주가 아니라 메주야 . ”
이 말에 토르는 화가 나서 말했다 .
“어디 나하고 씨름을 할 자가 있으면 나와 보라구 ! ”
그러자 왕은 말했다 .
“너하고 씨름을 하려는 자는 아마 하나도 없을걸 . 그렇지만 모처럼이니 내 유모였던 엘리를 모셔와야겠군 . 그 노파는 이제까지 토르만한 놈들을 몇 명씩 쓰러뜨렸으니까 . ”
이윽고 이가 빠진 노파가 들어왔다 . 토르는 곧 이 노파에게 덤벼들어 힘껏 조였다 . 그러나 노파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 마지막에는 격투 끝에 토르가 휘청거리며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말았다 . 왕은 시합을 중지시켰다 . 그리고 토르에게 이제는 시합을 할 자격이 없다고 선언했다 . 게다가 날도 저물어 가고 있었다 . 토르와 그의 일행은 자리로 안내되어 음식대접을 받았다 .
이튿날 아침 , 토르는 떠날 채비를 했다 . 우트가르드 로키는 그들에게 충분한 음식을 내주었다 . 식사가 끝나자 왕은 일행을 성문 앞까지 전송했다 . 그리고 작별할 때 토르에게 이번 여행의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 또 이젠 너보다 강한 인간을 만났다고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 토르는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그리고 제일 슬픈 것은 너희 나라에서 나를 하찮은 놈이라고 부를 것이라는 점이야 . ”
그러자 우트가르드 로키는 말했다 .
“아니지 . 네가 이제 성 밖으로 나왔으니 사실대로 말해야겠군 . 맹세코 말하거니와 너한테 그런 기막힌 힘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나는 아마 너를 성 안으로 들이지 않았을 게다 . 사실은 너를 마법으로 속인 거야 . 처음엔 그 숲속이었지 . 그때 나는 자루를 철사로 묶어 풀리지 않게 해뒀지 . 그랬더니 너는 망치로 나를 세 번이나 쳤어 . 처음 일격이야 제일 약했지만 , 만일 그게 그대로 내 몸에 맞았다면 내 인생은 끝났을지도 몰라 . 하지만 난 몸을 피했지 . 그래서 망치는 세 번 모두 산을 쳤던 거야 . 그 산에 가 보면 움푹 패어진 곳이 세 군데 있을걸 . 나는 또 같은 마법을 써서 네 부하를 내 부하하고 시합을 시켰어 . 처음 시합 때 나온 로기는 실은 ‘불’이었지 . 그래서 통까지 먹어버린 거야 . 티알피와 경주한 후기도 실은 ‘생각’이었어 . 그리고 네가 그 술잔을 비웠을 때 너는 훌륭하게 해치운 거야 . 그럴 수밖에 . 네가 마신 그 뿔술잔 끝은 바다로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 너는 모를 테지만 , 바닷가에 가 보면 네가 마신 물 때문에 바닷물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 또 너는 기막힌 힘으로 그 고양이를 들어올렸어 . 노골적으로 말해서 고양이의 한쪽 발이 마룻바닥에서 떨어졌을 때 우리는 모두 겁을 집어먹었지 . 네가 고양이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 지구를 휘감고 있는 미드가르드의 뱀이었어 . 노파 엘리하고 겨룬 씨름도 기막힌 재주였지 . 엘리란 실은 ‘나이 듦’이야 . 조만간 그녀에게 쓰러지지 않을 인간은 없을 테니까 .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겠는데 , 다시는 내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 만일 그런 짓을 하면 나는 다른 마법으로 또 나를 지켜야 하니까 . 그러면 너는 헛수고만 하게 되고 , 나하고 경쟁해 봤자 명성을 얻지는 못할 테니까 말야 . ”
이 말을 듣자 토르는 화가 치밀어 망치를 들고 그를 향해 내리쳤다 . 그러나 우트가르드 로키는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 토르는 ‘그렇다면 ! ’ 하고 벼르면서 다시 성으로 되돌아갔다 .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녹색 들판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오딘은 세계와 인간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자주 아스가르드를 떠나서 여기저기 여행을 하고 다녔다 . 그날도 그는 로키와 헤니르를 데리고 여느 때처럼 여행을 떠났다 . 산과 들을 지나 마냥 걷고 있는 사이에 모두 배가 고파 왔으나 그곳은 매우 황량한 고장이어서 음식이라고는 눈에 띄지 않았다 . 그러다가 간신히 어떤 골짜기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발견했다 .
“마침내 먹이가 나타났군 . ”
그들은 골짜기를 내려가자 소를 한 마리 잡아 불에 굽기 시작했다 . 고기가 익을 동안 풀밭에 한참 누워 있다가 그들은 고기를 꺼내보았다 . 그런데 조금도 익지를 않아 다시 불을 지피고 고기를 올려놓았다 .
잠시 후 로키가 말했다 .
“난 배가 고파 못 참겠다 . 더 기다릴 수가 없어 . 아마 이젠 익었겠지 . ”
신들은 다시 고기를 꺼내 보았다 . 그런데 여전히 날것으로 있는 것이 아닌가 !
“별일도 다 보겠군 . ”
신들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 그때 머리 위의 큰 나뭇가지에서 누가 이렇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
“그 불에 주문을 걸어 고기가 익지 않게 한 것은 바로 나다 . ”
올려다보니 그 나뭇가지에 큰 독수리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 독수리는 또다시 말했다 .
“그 고기를 나한테도 나눠 준다면 고기를 익혀줄 수도 있지 . ”
별 뾰족한 수가 없자 신들은 고기를 나눠 주기로 했다 . 독수리가 곧 나무에서 내려와 불가에 앉으니 , 고기는 순식간에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풍기며 익었다 . 그러자 그 순간 독수리는 두 허벅지의 고기와 어깻죽지 부분을 가로챘다 . 로키는 독수리의 괘씸한 소행에 화가나 갑자기 불 속에서 굵은 막대기를 꺼내 독수리를 힘껏 쳤다 . 독수리는 막대기 밑을 빠져나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는데 , 로키가 잡은 막대기 끝은 독수리의 등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
독수리는 낮게 날기도 하고 , 빙빙 돌기도 하면서 로키를 끌고 갔다 . 로키는 나무나 바위에 사정없이 부딪히기도 하고 , 팔이 당장 떨어져나갈 것 같아 비명을 질렀다 .
“제발 내려다오 . 그러면 소를 모조리 줄게 . ”
그러자 독수리는 말했다 .
“내가 필요한 것은 이둔하고 그녀의 사과야 . 그것을 가져오겠다고 맹세하기 전엔 절대로 놔줄 수 없어 . ”
이둔은 아스가르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 브라기가 몹시 사랑하는 아내였다 . 게다가 그녀는 신들의 첫째 가는 보물인 ‘청춘의 사과’를 지키고 있었다 . 그 사과를 가끔 먹지 않으면 신들이라도 나이를 먹어 인간처럼 죽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 이 사과 덕으로 신들은 언제까지나 젊음을 지닐 수 있었다 . 따라서 이둔과 그녀의 사과는 신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었다 .
“이둔과 사과를 내놓으라구 ? 그건 절대로 안 되지 . ”
로키는 말했다 .
“그럼 언제까지나 이렇게 날고 있을 테다 . 너는 바위에라도 부딪혀 죽으면 되고 ! ”
독수리는 이렇게 말하더니 일부러 나무 사이나 바위투성이의 들판을 마구 날아다녔다 . 로키의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 로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마침내 외치고 말았다 .
“네 말대로 할 테니 제발 놓아다오 . 이둔도 데려오고 , 사과도 갖고 올 테니 . ”
“틀림없겠지 ? ”
독수리는 다짐을 했다 . 로키는 언제까지 이둔을 데려오겠다고 굳게 맹세를 했다 . 독수리는 로키를 놓아주고 하늘 높이 날아갔다 . 로키는 상처투성이로 오딘에게 돌아와 그들은 함께 아스가르드로 되돌아갔다 . 그러나 오딘과 헤니르는 로키가 독수리와 약속한 사실은 전혀 몰랐다 . 로키는 어떻게 독수리와의 약속을 이행할 것인가 하고 고민에 싸였다 . 그 독수리는 보나마나 거인 치아시의 변신이 틀림없었다 . 때문에 약속을 어겼다가는 큰일일 것이었다 .
약속날이 다가오자 로키는 이둔에게 가서 그럴듯하게 꾸며댔다 .
“어제 나는 기막히게 영근 사과나무를 봤어요 . 아스가르드 북쪽 숲속에 있습니다 . 그 열매는 당신의 사과하고 빛깔도 모양도 똑같았으니까 , 아마 효능도 같다고 생각해요 . 그 사과를 아스가르드로 가져옵시다 . ”
이둔은 말했다 .
“내 사과와 같은 것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 ”
“아뇨 , 아주 똑같다니까요 . 어쨌든 가서 한번 보세요 . 그렇지 , 당신의 사과를 갖고 가서 비교해 봅시다 . ”
이 말을 듣고 이둔은 자기의 사과를 가지고 와서 로키를 따라 숲으로 나섰다 . 그러자 치아시가 독수리의 모습으로 날아 내려와서는 이둔과 사과를 낚아채 가지고 가버렸다 .
신들은 곧 이둔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 사과도 동시에 없어져 신들에게는 벌써 노쇠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모두 몸이 굳고 허리가 굽어졌다 .
오딘은 허둥지둥 신들을 불러 상의했다 . 그들은 서로 이둔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다 . 마지막으로 그 여신을 본 것이 누구냐고 오딘이 묻자 헤임달은 그녀가 로키와 함께 아스가르드를 나서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 오딘은 곧 토르에게 로키를 잡아오라고 명령했다 .
이윽고 로키가 끌려오자 신들은 그를 다짜고짜 잡아 흔들며 , 이둔을 어디로 보냈는지 자백하라고 얼러댔다 . 로키는 겁에 질려 이둔이 요툰헤임으로 끌려간 사실을 고백하고는 , 만일 프레야가 ‘독수리의 날개’를 빌려준다면 자기가 그녀를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 프레야는 기꺼이 날개를 빌려주었다 . 로키는 그 날개를 몸에 달고 요툰헤임을 향해 북쪽으로 날아갔다 .
그는 거인 치아시의 집에 닿았다 . 서서히 원을 그리며 아래로 내려가니 이둔이 산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사과도 금망태기에 넣어 들고 있었다 . 그러나 치아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마침 바다로 낚시를 가고 없었던 것이다 . 로키는 재빨리 이둔 곁으로 날아가 그녀를 호두로 모습을 바꾸어 그것을 움켜쥐고 날아올라 갔다 .
얼마 후 , 집으로 돌아온 치아시는 이둔과 소중한 사과가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 그는 급히 독수리로 모습을 바꾸고 하늘로 올라가서 살펴보니 저 멀리에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었다 . 그는 곧 뒤를 따랐다 . 순식간에 치아시는 로키를 바짝 따라붙었다 . 로키는 전속력으로 날았으나 독수리는 차츰 가까이 다가왔다 . 간신히 아스가르드의 탑이 보였다 . 로키는 금빛으로 빛나는 신들의 궁전을 향해 마지막 힘을 내어 날았다 .
로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신들은 한 마리의 독수리가 발톱 사이에 호두를 잡고 날아오고 , 그 뒤를 다른 독수리가 뒤쫓는 것을 보자 곧 아스가르드의 문 곁에 장작더미를 쌓았다 . 로키는 그 장작더미를 피해 아스가르드로 뛰어들었다 . 로키가 아스가르드로 도망치기 전에 잡으려고 생각한 치아시는 낮게 날면서 그 뒤를 쫓았다 . 그가 장작더미 위에 닿는 순간 , 신들은 일제히 장작에 불을 당겼다 . 불길은 순식간에 시뻘겋게 타올랐다 . 날아온 치아시는 되돌아가지 못하고 날개에 불이 붙어 땅으로 떨어졌다 . 그때 신들이 달려들어 그를 죽였다 .
이둔이 무사히 돌아왔으므로 아스가르드는 다시 기쁨을 찾았다 . 이리하여 신들은 눈부신 젊음을 다시금 되찾게 된 것이다 .
거인 치아시가 신들에게 살해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 신들이 아스가르드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으려니 , 난데없이 한 여자 거인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와서 신들을 노려보았다 . 그녀는 빛나는 갑옷을 입고 큰 눈구두를 신고 있었다 . 등에는 날카로운 화살통을 지고 , 손에는 번쩍이는 투창을 들고 있었는데 , 그 모습은 남자의 모습처럼 늠름하고도 아름다웠다 .
“너는 누구냐 ? 대체 뭣하러 여기에 왔느냐 ? ”
신들은 놀라서 물었다 .
“나는 치아시의 딸 스카디다 .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러 왔다 ! ”
처녀는 이렇게 말했다 . 신들은 분명히 치아시를 불태워 죽인 사실이 있으므로 몹시 난처했다 . 게다가 이 아름답고 늠름한 처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그녀의 노여움을 달래서 사이좋게 살고 싶었다 . 그래서 오딘은 말했다 .
“원래 네 아버지가 이둔을 납치해 간 것이 잘못이었다 . 그 때문에 치아시는 목숨을 잃었지 . 그렇지만 나는 그의 영혼을 위로해 주려고 그의 눈을 하늘에 던져놓았다 . 저기 보이는 두 별이 치아시의 눈이다 . 이것으로 그를 죽인 보상은 했다고 생각하는데 , 너는 그래도 불만이냐 ? ”
그러나 스카디는 외쳤다 .
“그따위로 만족할 수 있나요 ? 내 심장은 복수를 바라고 있고 , 내 투창은 신들의 피에 주리고 있어요 ! ”
그리고는 신들이 아무리 달래어도 듣지 않고 여전히 신들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로키였다 . ‘이거 난처하게 됐군 . 저 모양으로 봐서는 내 목숨을 빼앗지 않고는 돌아갈 것 같지가 않아 . 어떻게 스카디의 노여움을 달랠 길이 없을까 ? 그러려면 저 처녀를 웃기는 것이 상책일 텐데 . ’
치아시가 죽게 된 것도 로키의 장난이 원인이었다 . 로키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 그는 한 마리의 염소를 끌고 오더니 끈 한쪽을 그 수염에 잡아매고 또 한쪽 끝은 자기의 허리에 맨 다음 서로 끌고 끌리면서 야릇한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 그 우스꽝스러운 춤을 보고 신들은 모두 낄낄거렸다 . 그러나 스카디는 웃음을 참으며 여전히 성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로키는 그것을 보자 여전히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춤을 추면서 느닷없이 스카디의 무릎 사이로 기어들었다 .
이렇게 되자 스카디도 어쩔 수 없이 뭉쳤던 노여움을 풀고 말았다 . 신들은 그녀와 사이좋게 지내기로 합의를 했다 . 그리고 스카디는 신들 가운데에서 남편을 고르되 , 그 남편은 신들의 발만 보고 정하기로 되었다 . 스카디도 그것을 승낙하여 신들은 스카디의 눈을 두꺼운 헝겊으로 가리고 신들의 발만 보이도록 만들었다 . 스카디는 속으로 생각했다 . ‘남편으로 선택한다면 , 신들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발두르를 고르고 싶다 . 발두르 같은 아름다운 신은 아마 발도 아름다울 거야 . ’
그녀는 신들의 발을 둘러보고 가장 하얗고 아름다운 발을 찾아내자 그를 잡고 외쳤다 .
“이분을 남편으로 택하겠어요 . ”
그런데 막상 헝겊을 풀어 보니 그것은 발두르가 아니고 니오르드였다 . 아차 ! 싶었으나 도리가 없었다 . 그녀는 속으로 실망하면서 어쩔 수 없이 니오르드와 결혼을 했다 . 그러나 이런 실망감을 속으로 간직한 탓인지 이 결혼은 결국 실패했다 .
니오르드는 신부를 자기 집이 있는 노아툰으로 데리고 갔다 . 노아툰이란 ‘부두’라는 뜻으로 , 바닷가에 있는 니오르드의 커다란 저택이었다 . 그는 부드러운 바다를 다스리는 신으로 , 항해나 고기잡이의 신이었던 것이다 . 그런데 스카디는 거인 치아시의 딸이었던 만큼 이런 바닷가의 평화로운 경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 금방 싫증이 났고 , 부친이 살고 있던 요툰헤임의 북풍이나 눈사태 소리나 늑대의 울음소리를 그리워했다 . 그녀는 그런 거친 북극의 들과 산에서 짐승을 쫓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 마침내 그녀는 밤잠까지 설치게 되었고 , 어느 날은 자기도 모르게 이런 노래를 읊었다 .
바닷가의 잠자리에서는
새 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
밤에는 제대로 잘 수가 없네 .
어쨌든 매일 아침
바다에서 갈매기가 날아와
내 잠을 깨워놓는구나 .
마음씨가 착한 니오르드는 그 노래를 듣고 아내가 가엾어져 이번에는 스카디의 고향인 요툰헤임으로 가서 잠시 살기로 했다 . 그러나 막상 그곳에 가보니 일 년 내내 눈과 얼음에 뒤덮여 있어서 살기가 매우 불편했다 . 두 사람은 상의 끝에 요툰헤임에서 아홉 달을 , 나머지 석 달은 노아툰에서 살기로 했다 . 그런데 니오르드는 요툰헤임에서 살아보니 폭풍이 몰아치는 소리와 골짜기에서 얼음 깨지는 소리 ,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 도저히 제대로 잠을 편히 잘 수가 없었다 . 불과 9 일 만에 니오르드는 고향이 간절히 그리워졌다 . 그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노래를 읊었다 .
산에서 살기는 괴로운 것
나는 오래 살지도 않았고
다만 아흐레 밤뿐이었는데 ,
하지만 백조의 노래가
늑대의 울음소리보다는
훨씬 즐겁구나 .
이것만 보아도 스카디와 니오르드가 함께 산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무리였다 . 니오르드는 드디어 지기 집으로 돌아갔고 , 스카디는 부친의 집에 남아 어렸을 때의 생활을 되풀이하게 되었다 . 활로 무장을 하고 , 눈구두를 신고 , 스키를 타며 늑대나 뇌조를 몰며 살았다 . 그래서 그녀를 흔히 ‘눈구두의 여신’이라고 일컫는다 .
이렇게 남자 못지않은 스카디였으나 , 역시 산에서 혼자 사는 것이 괴로웠던지 , 얼마 후 그녀는 겨울의 신 우라와 다시 결혼했다 . 우라는 겨울의 신이었으므로 휘몰아치는 바람이나 눈보라 소리 , 늑대의 울음소리가 오히려 기분 좋게 들렸다 . 그래서 우라와 스카디는 여생을 함께 즐겁게 보내게 되었다 .
프레야는 아스가르드의 신들 가운데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다 . 미와 사랑의 신 , 또한 자식을 낳게 해주고 풍년을 가져다주는 신으로서 북유럽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장 숭배되었다 . 금요일을 영어로 ‘프라이데이 (Friday) ’라고 하는 것은 ‘프레야의 날’이라는 뜻이고 , 훌륭한 여인을 독일어로 ‘푸라우’ ,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 ‘프루’라고 하는 것도 이 프레야 여신의 이름에서 비롯된 말이다 . 그리고 지금도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결혼식이 금요일에 즐겨 행해지는데 , 이는 사랑과 미의 여신 프레야의 날이기 때문이다 .
프레야는 원래 바니르 ( 해신족 ) 태생으로 , 오빠 프레이르와 더불어 니오르드의 자식이었다 . 아스가르드의 신들과 바니르들이 오랜 싸움 끝에 화해를 하여 니오르드가 아스가르드로 볼모로 왔을 때 , 프레이르와 프레야 남매도 아버지를 따라 아스가르드로 왔다 .
아스가르드의 여신들 중에서 가장 존경을 받은 것은 물론 오딘의 아내 프리그였다 . 그러나 신들은 프레야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이 마음에 들어 누구에게도 못지않은 넓은 땅을 그녀에게 주었다 . 그녀는 그곳에 세스룸니르라는 커다란 집을 짓고 살았다 . 프레야는 사랑의 여신으로서 사랑의 노래를 좋아했다 .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들이나 부부의 소원에 기꺼이 귀를 기울였고 , 또한 그들이 죽으면 세스룸니르로 그들을 불러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했다 .
프레야는 한편 용감한 것도 좋아했다 . 싸움터에서 명예롭게 전사한 사람이 있으면 재빨리 ‘독수리의 날개’를 달고 전쟁의 처녀 발키리들을 거느리고는 전쟁터로 달려가서 그 절반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왔다 . 나머지 절반은 물론 오딘이 발할라로 맞아들였다 . 그래서 그녀를 ‘싸움의 프레야’라고 부르기도 한다 . 그리하여 옛날 북유럽의 여인들은 그리운 애인이나 남편이 싸움터에서 죽으면 , 자기도 그 자리로 달려가 프레야의 집으로 맞아들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스스로 적의 창칼에 맞아죽거나 , 애인의 시체를 화장시키는 장작더미 위에 같이 누워 있기도 했다 .
또한 프레야는 풍작의 신으로서 , 오빠 프레이르와 함께 금털이 눈부시게 빛나는 산돼지가 끄는 차를 타고 하늘을 달리면서 두 손으로 꽃과 과일을 땅과 바위에 뿌린다 . 그러나 프레야가 가장 좋아하는 수레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이끄는 수레였다 . 고양이는 다산과 애정의 표시로서 그녀가 좋아하는 동물이었던 것이다 . 제비도 봄을 알리는 새로서 그녀가 사랑하는 동물이었다 .
그녀는 미의 여신으로서 아름다운 모든 것을 사랑했는데 , 특히 그녀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난쟁이들에게 받은 브리싱가멘이라는 목걸이였다 . 이 보물을 수중에 넣기 위해 그녀는 몇 명의 난쟁이와 밤잠을 같이 잤다고 한다 . 또한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독수리의 날개’도 그녀의 보물이었는데 , 토르나 로키 같은 신이 이것을 가끔 빌려가기도 했다 .
프레야는 태양의 빛을 나타낸다는 오드 또는 오즐이라는 신을 남편으로 삼았다 . 그녀는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여 , 남편 곁에 있을 때에는 끝없는 행복에 잠겨 언제나 미소 짓고 있을 정도였다 . 이윽고 아이도 둘이나 태어났다 . 둘 모두 여자애였고 , 프레야의 딸답게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 한 명은 흐노스 , 또 한 명은 게르세미라고 했다 . 특히 흐노스는 눈부시게 아름다웠기 때문에 , 그후로 북유럽 사람들은 아름답게 빛나는 것을 모두 ‘흐노시르’라고 부르게 되었다 .
그런데 남편 오즐은 이런 아름다운 프레야와의 생활에도 권태가 생겨 말도 없이 집을 나간 채 돌아오지 않았다 . 프레야는 쓸쓸한 심정을 달래면서 남편을 기다렸다 . 오즐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고 행방조차 알 수 없었다 . 프레야는 혹시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나 해서 , 높은 바위에 올라가 사방을 돌아보았으나 그리운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그녀는 그곳에 앉아 흐느껴 울었다 . 눈물은 그녀의 볼을 타고 바위 위로 뚝뚝 떨어졌다 . 그러자 그녀의 뜨거운 눈물에 쇠처럼 단단한 바위도 녹아 물러졌으며 , 바위틈으로 스며든 그녀의 눈물은 황금이 되었다 . 그런 까닭에 북유럽 사람들은 황금을 가리켜 ‘프레야의 눈물’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
프레야는 드디어 그리운 남편을 찾으러 나섰다 . 그녀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끄는 수레를 타고 동서남북 , 사방팔방으로 찾아 헤맸다 . 그러나 그리운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그래도 그녀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울면서 여행을 계속했다 . 세계의 여러 곳에 황금이 조금씩 흩어져 있는 것은 프레야가 눈물을 흘리면서 세계를 헤매 다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이 방랑하는 여신을 보고 제각기 자기들 나름의 이름으로 불렀다 . 그리하여 프레야에게는 몇 개의 다른 이름이 생겼는 데 , 그것은 마르델 ․ 헤른 ․ 게픈 ․ 시른 ․ 스캬르프 등등이다 . 그래서 ‘프레야의 눈물’이라고 일컫는 황금을 또한 ‘마르델의 눈물’이라고도 부른다 .
어느 날 프레야는 마침내 그리운 남편을 찾아냈다 . 오즐은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아름답게 피어 있는 천인화 사이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 프레야는 그 모습을 보자 달려가서 남편에게 매달려 울면서 남편의 마음을 돌리게 만들었다 . 오즐의 가슴에는 사랑이 되살아났다 . 남편은 프레야의 손을 잡고 말했다 .
“정말 미안했소 . 자아 , 같이 아스가르드로 돌아갑시다 . ”
눈물에 젖은 프레야의 얼굴에는 새색시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 북유럽의 신부들은 그래서 지금도 천인화를 즐겨 머리에 꽂는다고 한다 .
오즐과 프레야는 아스가르드로 향했다 . 프레야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 그리고 그녀가 걸음을 옮겨놓을 때마다 대지는 푸릇푸릇 소생하여 나무도 풀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
선의 신 발두르는 매일 밤 무서운 꿈에 시달리고 있었다 . 꿈은 그의 생명이 위태로움을 암시하고 있었다 . 발두르가 신들에게 꿈 이야기를 하자 , 신들은 대자연의 모든 것에 명하여 발두르를 위험으로부터 지키기로 했다 .
오딘의 왕비이자 발두르의 모친인 프리그는 불이나 나무 , 쇠를 비롯한 모든 금속이나 돌 그리고 질병이나 짐승이나 새에게 절대로 발두르를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냈다 . 그러고도 오딘은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아들의 운명을 염려하여 앙게르보데라는 여자 예언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 그러나 그녀는 이미 죽었으므로 , 오딘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선 헬 ( 죽음의 나라 ) 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런데 다른 신들은 프리그가 한 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발두르를 표적으로 장난을 하고 있었다 . 어떤 신은 발두르에게 창을 던지기도 하고 , 어떤 신은 돌을 던지고 , 또 어떤 신은 칼이나 도끼를 던지기도 했다 . 사실 어떤 난폭한 짓을 해도 발두르는 조금도 다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 그런데 로키는 발두르가 다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매우 화가 났다 . 그는 여인으로 변장하여 프리그의 궁전으로 갔다 . 프리그는 이 여인을 보자 신들이 저렇게 모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 그러자 여인은 모두들 발두르에게 창이나 돌을 던지고 있지만 , 아무도 발두르를 다치게 하는 자는 없다고 대답했다 . 이 말을 듣고 프리그는 말했다 .
“그야 그럴 테지 . 아무도 발두르를 다치게 할 수 없도록 내가 모든 것들에게 맹세를 시켜 놓았으니까 . ”
“어머나 ! 모든 것들이 발두르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단 말씀인가요 ? ”
여인이 이렇게 외치자 프리그는 대답했다 .
“암 . 그런데 다만 발할라 동쪽에 있는 작은 나무만은 예외야 . 그 나무는 너무 어려서 맹세를 시키기가 딱했어요 . ”
로키는 이 말을 듣고 물러나 자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그 어린 나무를 잘라 신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 그곳에 발두르의 형제인 호두르가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서 있었다 . 그는 장님이어서 이 놀이에 낄 수가 없었다 .
로키는 그에게로 가서 말했다 .
“너도 발두르한테 좀 던져보지 그래 ? ”
호두르는 대답했다 .
“그렇지만 난 장님인걸 . 난 발두르가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 또 던질 것도 없어 . ”
“그렇다면 이리 와봐 . ”
로키는 말했다 .
“이 나뭇가지를 던져 보라구 . 내가 너의 손을 잡아 같이 던져줄 테니까 . ”
호두르는 로키의 지시에 따라 그것을 발두르를 향해 던졌다 . 그러자 발두르는 이 나무에 몸을 꿰뚫려 죽어버리고 말았다 . 발두르가 쓰러졌을 때 , 신들은 너무도 두려운 나머지 말도 못했을 정도였다 . 그들은 소리 높여 탄식했다 .
이윽고 일동이 제정신을 차렸을 때 , 프리그는 여러 사람 중에서 자기의 모든 사랑과 자비를 얻고 싶은 사람은 없느냐고 물었다 .
“내 사랑과 자비란 , 누군가 헬의 나라로 가서 헬한테 다시 한번 발두르를 아스가르드로 돌려준다면 그 대가를 치르겠다고 전해주는 사람한테 주겠소 . ”
이 말을 듣자 오딘의 아들이며 ‘민첩’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헤르모드가 자기가 형 발두르를 데리러 가겠다고 자청했다 . 그러자 다리가 여덟 개 달린 오딘의 슬레이프니르가 끌려 나왔다 .
헤르모드는 이 말에 올라타 9 일 동안 암흑의 깊은 골짜기를 달려 기욜 강가에 닿았다 . 그리고 번쩍이는 황금으로 덮인 다리를 건너 이 강을 넘었다 . 그때 이 다리를 지키고 있던 처녀가 그의 이름과 신분을 묻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
“당신은 죽은 사람 같은 얼굴이 아닌데 무엇 때문에 헬의 나라로 가려고 합니까 ? ”
헤르모드는 말했다 .
“내가 헬의 나라로 가려는 것은 발두르를 찾기 위해서요 . 당신은 그가 여기를 지나가는 것을 못 봤소 ? ”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
“발두르라면 , 이 기욜 다리를 건너갔어요 . 그리고 저기 있는 길을 지나 죽음의 나라로 갔지요 . ”
헤르모드는 다시 길을 재촉하여 헬의 나라의 굳게 닫힌 문 앞에 이르렀다 . 그는 이곳에서 말에서 내려 안장을 고쳐 매고는 다시금 말을 타고 달렸다 . 그러자 말은 문을 훌쩍 뛰어넘었다 .
헤르모드는 앞으로 나아가 궁전에 닿자 , 그 홀의 가장 훌륭한 자리에 형인 발두르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날 밤은 형과 함께 지냈다 . 그리고 다음날 아침 , 헬 앞으로 나아가 제발 형을 데리고 돌아가게 해달라고 말하면서 아스가르드의 모든 신들이 탄식하고 있다고 애원했다 . 그러자 헬은 그 말대로 발두르가 모든 것에게 깊이 사랑을 받고 있는지 시험해 보아야겠다고 말했다 .
“세상 만물이 , 생명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모두가 발두르 때문에 슬퍼하고 있다면 그를 살려주마 . 하지만 단 한 가지라도 발두르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면 , 이대로 이 나라에 가둬두기로 한다 . ”
헤르모드는 아스가르드로 돌아가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전부 보고했다 . 신들은 그 말을 듣자 세계 구석구석에 사자를 보내 , 발두르가 헬의 나라에서 돌아올 수 있도록 슬퍼해 줄 것을 호소했다 . 만물은 이 말을 들어주었다 . 인간도 그 밖의 동물도 , 그리고 흙도 돌도 나무도 울어주었다 .
그 중의 한 사자가 돌아오는 도중에 타우크트라는 마법사인 노파가 동굴 안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 그래서 그녀에게도 헬의 나라에서 발두르를 데려올 수 있도록 울어달라고 부탁했다 . 그런데 그 노파는 완강히 거절하는 것이었다 . 이 마법사야말로 다름 아닌 로키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 신들이나 인간 가운데에서 항상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그 로키였다 . 이 로키의 심술궂은 행동으로 발두르는 영원히 아스가르드로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
신들은 발두르의 시체를 들고 바닷가로 갔다 . 그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발두르의 배 흐링호르니가 강가에 올려져 있었다 . 발두르의 시체는 이 배에 쌓아놓은 화장용 장작 위에 놓였다 . 이 모양을 본 아내 안나는 슬픈 나머지 가슴이 찢어져 버리고 말았다 . 그래서 그녀의 시체도 나란히 장작 위에 눕혀졌다 .
발두르의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 먼저 오딘이 왕비 프리그와 발키리들을 데리고 왔다 . 그리고 프레이가 굴린부르스티라는 산돼지가 끄는 차를 타고 왔다 . 헤임달은 굴토프라는 말을 타고 , 프레야는 고양이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왔다 . 그 밖에 서리의 거인이나 , 산의 거인들도 참석했다 . 그리고 발두르의 말은 아름답게 장식되어 끌려왔고 , 주인과 함께 화장되었다 .
로키는 벌을 면할 수 없었다 . 그는 신들의 노여움을 보자 산속으로 도망쳐 , 사방에 문이 있는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살았다 . 그렇게 하면 어느 쪽으로 위험이 다가와도 곧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그는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만들었다 . 곧 오딘이 그 집을 찾아냈다 . 그리고 많은 신들이 그를 잡으러 왔다 . 로키는 그것을 보자 연어로 변신하여 냇물 바위틈에 숨었다 . 그러나 신들은 로키가 발명한 그물로 그 개울을 훑었다 . 이렇게 되자 , 로키는 그대로 있으면 틀림없이 잡힐 것 같아 그물을 뛰어넘으려고 했다 . 그러나 토르가 그 꼬리를 잡아 힘껏 움켜쥐었다 . 연어는 그래서 지금도 꼬리부분이 가늘다는 것이다 .
신들은 로키를 사슬로 묶고 그 머리 위에 뱀을 한 마리 늘어뜨려 놓았 다 . 그러면 그 뱀의 독이 그의 머리로 뚝뚝 떨어지는 것이다 . 로키의 아내 시긴은 남편 곁에 앉아 그 독물이 떨어질 때마다 접시로 받았다 . 그러나 그녀가 가득 찬 접시를 비우려고 가고 있는 동안에도 독액이 떨어져 내렸기 때문에 로키는 두려운 나머지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
로키가 발두르를 죽게 한 죄로 사슬에 묶여 있는 사이에 드디어 신들과 거인들과의 마지막 싸움의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 그것은 예부터 ‘라그나로크 ( 신들의 황혼 ) ’라고 불린 신들과 그들의 세계가 멸망하는 운명의 날이었다 .
처음 핌불베트르가 왔다 . 이 겨울은 3 년 내내 세상을 암흑으로 몰아넣었다 . 이런 가운데 커다란 늑대가 태양과 달을 삼키고 , 대지도 산도 무너져 내려 모든 거인이나 마물이 신들과 인간의 세계로 쳐들어와 이 세상은 불에 휩싸일 것이라는 것이다 . 모든 것을 다 아는 오딘은 이 예언도 잘 알고 있었다 . 이 아름다운 세계도 결코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 발두르의 죽음이 이미 그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 지상에서는 이미 아름다움도 깨끗함도 사라지고 있었다 . ‘청춘의 사과’를 가지고 있던 여신 이둔도 이그드라실 가지에서 거꾸로 떨어져 모습을 감추었다 . 폭력과 악이 난무했다 . 형제는 서로 다투고 ,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고 있었다 .
햇빛도 열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 지루하고 추운 겨울이 3 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 사방에서 살을 에는 찬바람이 불어왔고 폭설이 잔뜩 내려앉았다 . 태양도 달도 숨었고 , 별은 모습을 감추었다 . 대지도 산도 떨었고 , 나무들은 뿌리째 뽑혔으며 모든 사슬이 튕겨나갔다 .
이렇게 되자 로키와 펜리르 늑대가 뛰어나왔다 . 미드가르드의 뱀도 바다 밑에서 용트림을 했다 . 그러자 바닷물이 요동치며 육지로 밀어닥쳤다 . 개울은 둑을 뚫고 넘쳤고 , 호수는 서로 부딪쳤으며 , 물은 골짜기를 메우고 산들을 뒤덮었다 . 이런 홍수 속에서 물 밑으로부터 나글파르의 배도 떠올랐다 . 그것은 죽은 자의 손톱으로 만들어진 마물의 배로서 , 키를 잡고 있는 것은 프림이라는 거인이었다 .
펜리르 늑대는 아래턱은 땅에 닿고 위턱은 하늘에 닿을 만큼 입을 벌 리고 , 그 눈과 콧구멍에서 불을 뿜으면서 아스가르드로 달려왔다 . 미드가 르드의 뱀도 천지가 캄캄해질 정도로 독기를 자욱이 뿜으면서 달려왔다 .
그때 하늘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가 싶더니 불의 나라 무스펠헤임의 거인들이 쳐들어왔다 . 사방으로 불길을 흩뜨리면서 그 선두에 수르트가 서 있었다 . 그의 거대한 불칼은 태양보다도 밝게 빛났다 . 그가 아스가르드로 건너가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면 다리는 순식간에 타올라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 아스가르드 곁에 펼쳐지는 위그리드 들판에는 이미 로키가 지옥의 인간들을 모조리 거느리고서 오고 있었다 . 서리의 거인과 산의 거인도 쳐들어왔다 .
무지개다리를 지키는 헤임달은 이미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 걀라르호른의 뿔피리를 힘껏 불었다 . 신들은 뛰어 일어나 급히 회의를 열었으며 , 오딘은 이미르의 샘으로 내려가 현자의 조언을 구했다 . 천지를 꿰뚫는 이그드라실의 거목은 흔들렸고 , 천지간의 만물은 두려움에 떨었다 .
신들과 발할라에 살고 있는 모든 전사는 무기를 들고 위그리드 들판으로 향했다 . 선두에 선 것은 빛나는 황금갑옷을 입은 오딘이었다 . 그는 손에 궁니르의 창을 들고 펜리르 늑대를 향해 돌진했다 . 그와 더불어 달려가고 있는 것은 토르였다 . 그러나 그는 미드가르드의 뱀을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오딘을 도울 수가 없었다 . 프레이르는 수르트를 향해 덤벼들었으나 , 그 보검을 잃고 격전 끝에 쓰러졌다 .
티르는 지옥의 개 가름과 싸워 서로 찔러 죽였다 . 토르는 드디어 미드가르드의 뱀을 쓰러뜨렸으나 , 아홉 걸음을 물러선 채 쓰러지고 말았다 . 뱀이 토해낸 독기에 의식을 잃은 것이다 .
한편에서는 펜리르가 드디어 오딘을 삼켜버렸다 . 그러나 곧 비다르가 달려들어 늑대의 아래턱에 쇠구두를 신은 발을 걸치고 , 위턱을 잡아 입을 찢어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다 . 그 사이에 헤임달은 로키와 싸워 서로 나란히 죽어갔다 . 그때 수르트가 거대한 불칼을 던져 온 세계는 불바다가 되었고 , 이그드라실의 우주나무도 마침내 불길에 휩싸여 쓰러지고 , 대지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 이리하여 예부터의 예언대로 신들의 세계는 사라져 갔다 .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은 아니었다 . 침묵과 암흑 뒤에는 반드시 다시금 새로운 날이 오게 마련이다 .
바다 밑에서 새로운 육지가 푸릇푸릇 아름답게 떠올랐다 . 그 흙은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수확을 할 수 있었다 .
묵은 태양의 딸인 새로운 태양이 그 모친보다도 훨씬 아름답게 하늘에서 빛났다 . 이전의 악이나 죄는 모두 사라졌다 . 발두르는 다시금 소생하여 새로운 세계로 빛과 아름다움이 돌아왔다 .
불과 서너 명이었지만 , 비다르나 바리나 토르의 아들 마그니 등 살아남은 신도 있었다 . 그들은 전의 아스가르드 자리에 다시 집을 세웠다 . 그곳 풀밭에서는 그 옛날 신들이 소일하던 황금의 장기판도 발견되었다 . 그들은 그것을 보고 옛날의 오딘이나 토르의 일을 그리워했다 .
한편 , 수르트의 불이 마구 날뛰었을 때에도 리프와 리프트라시라는 두 인간이 숲속에 숨어 아침이슬로 목숨을 잇고 있었다 . 그리고 이 부부에게서 온 세계를 가득 채울 만큼 숱한 자손이 생겨났다고 전한다 .
드루이드란 지금의 북이탈리아 ․ 프랑스 ․ 벨기에 ․ 네덜란드 ․ 독일 ․ 스위스의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인 갈리아 ․ 브리타니아 ․ 게르마니아에 사는 고대의 켈트 족 사이에 신앙되고 있던 종교의 사제 또는 승려를 말한다 . 드루이드는 승려와 관리와 학자와 의사로서의 직능을 갖추고 있었다 . 그리고 이 드루이드와 켈트 민족 가운데의 사람들과의 관계는 인도의 브라만 , 페르시아의 마고이나 이집트의 승려에 대한 각각의 민족 사람들과의 관계와 매우 비슷하며 , 여러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
드루이드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신은 오직 한 사람뿐이라고 말하고 , 그 신을 베알이라고 불렀다 . 이는 ‘모든 것의 생명’ 또는 ‘모든 생물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 따라서 페니키아의 바알 신과 친근성을 지니고 있다 . 그리고 이 친근성을 더한층 뚜렷하게 하는 것은 , 드루이드들도 페니키아 사람들도 그들의 최고의 신을 태양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 그리고 불은 신의 상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
드루이드들은 그 숭배의 대상을 나타내는 우상은 하나도 쓰지 않았고 , 또한 절이나 그 밖의 건물 안에 모여 의식을 행하는 일도 없었다 . 다만 몇 개의 돌을 늘어놓아 땅 위에 지름 20 피트에서 30 피트 정도의 동그라미를 그린 것이 그들의 성지였다 . 오늘날 남아 있는 것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영국의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스톤헨지이다 . 이런 원형의 성지는 대개 강 근처라든가 , 숲이나 떡갈나무 그늘 같은 곳에 만들어졌다 . 그리고 원의 중심에는 돌을 얹어 만든 크롬레크 , 즉 제단이 있었다 .
드루이드는 또한 높은 곳에 제단을 만들어 언덕 꼭대기에 큰 돌을 놓거나 돌을 쌓아 무덤을 만들기도 했다 . 이런 것을 카룬이라고 하며 , 이는 상징으로서 태양 밑에서 신을 숭배할 때에 사용되었다 . 드루이드들도 신에게 제물을 바친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것이 바쳐졌는지는 뚜렷하지 않다 . 게다가 그들의 예배에 관한 제의의 형식에 대해서도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것이다 .
드루이드들은 해마다 두 가지 축제를 관장했다 . 하나는 5 월 초에 행해지는 발타너 , 즉 ‘신의 불’이라는 축제이다 . 이 축제 때에는 산꼭대기에 큰불을 피우고 태양을 축복했다 . 이렇듯 사람들은 음산한 겨울이 가고 , 다시 찾아오는 태양의 은총을 환영한 것이다 . 그들의 또 하나의 큰 축제는 서우인 , 즉 ‘평화의 불’이라는 것으로서 10 월 1 일에 열렸다 .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에도 스코틀랜드의 고원지방에 그 풍속이 남아 있다 .
이 날 드루이드들은 그 지방의 가장 중심지에 모여 엄숙한 회의를 열고 그들의 사법적인 직무를 수행했다 . 이런 재판에는 약간의 미신적인 관습도 영향을 미쳤다 .
이러한 두 가지 축제 외에 드루이드들은 보름달을 축하하는 습관이 있었다 . 그리고 특히 초승달이 뜬 후 여섯 번째 날을 축하했다 . 이때가 되면 그들은 자기들이 아끼는 떡갈나무의 나뭇가지를 찾았다 .
드루이드들은 종교의 지도자인 동시에 도덕의 지도자이기도 했고 , 또한 과학자이기도 하고 시대나 민족에 대한 연구가이기도 했다 . 그들이 문자를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여러 가지로 논의되어 왔으나 ,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맞는 것 같다 .
이 드루이드 제도는 로마 군이 카이사르의 지휘하에 침입해 왔을 당시가 전성기였다 . 따라서 드루이드에 대하여 이런 세계의 정복자들은 최대의 적으로서 용서 없이 맹위를 떨쳤다 . 그 때문에 드루이드들은 본토의 모든 곳에서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려 마침내 앵글시나 아이오나 섬으로 물러났다 . 그리고 이곳에서 잠시 난을 피했다 .
이리하여 드루이드들은 아이오나 섬과 그 주변 섬들 그리고 본토 등에서 세력을 지니고 있었거니와 , 이윽고 하이랜드의 전도자 성 콜럼바의 도래에 따라 마침내 그 신앙도 쇠퇴하고 말았다 . 그리고 이 콜럼바에 의하여 그 지방의 주민들은 비로소 그리스도 교를 믿게 되었다 .
아이오나는 영국의 여러 섬 가운데에서도 가장 작은 섬의 하나이다 . 그 근처의 섬도 바위투성이의 황량한 바닷가요 , 위험한 바다에 둘러싸여 내부에는 아무런 자원이 없는데도 , 이 아이오나는 역사상 불멸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 그것은 북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가 이교의 검은 구름에 덮였을 때조차 이 섬만이 문명과 종교의 중심지로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
아이오나 또는 이코르므키르라고 불리는 이 섬은 멀 섬 끝에 있으며 , 멀 섬에서 폭이 반 마일인 해협으로 가로막히고 , 본토인 스코틀랜드에서는 약 36 마일쯤 떨어져 있다 .
콜럼바는 아일랜드 태생으로 그곳 왕후와는 같은 혈육이었다 . 아일랜드는 그 당시 이미 복음의 빛의 나라로 되어 있었으나 , 스코틀랜드의 서부나 북부는 아직 이교의 암운 속에 갇혀 있었다 . 콜럼바는 열두 명의 사도를 데리고 기원전 563 년에 아이오나 섬에 상륙했다 . 나뭇가지를 얽어 짐승 가죽을 붙인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 것이다 . 그런데 이미 이 섬을 차지하고 있던 드루이드들은 콜럼바가 이곳에 정착하는 것을 방해하려고 근처에 사는 야만족들을 반항케 하여 콜럼바를 괴롭혔다 . 그리고 콜럼바는 인내와 열의로 온갖 저항을 견뎌냈으며 , 국왕에게서 이 섬을 선물로 받자 이곳에 수도원을 세워 그 원장이 되었다 .
콜럼바는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 스코틀랜드의 고원 사람들과 섬 일대에 성경을 전했다 . 이 콜럼바에게 부여된 존경의 지위는 고작 장로에 불과했고 , 또한 수도사에 불과했지만 , 모든 교구의 사람들이 그와 그 제자를 따랐을 정도였다 .
그 중에서도 픽트족의 왕은 콜럼바의 예지나 그 덕에 깊이 감사하여 매우 존경했다 . 그 때문에 근처의 족장이나 왕후들도 콜럼바에게 조언을 구하여 서로의 분쟁을 해결하게 되었다 . 콜럼바가 아이오나 섬에 상륙했을 때 열두 명의 사도가 따라왔는데 , 그는 그들을 하나의 종교적 단체로 조직하여 그 지도자가 되었다 . 이 사도들의 단체는 필요에 따라 때로는 다른 사람들도 참가한 까닭에 처음부터 ‘ 12 ’라는 수는 언제나 유지되었다 . 그들의 건물은 수도원이라고 불렀고 , 그들 위에 서는 사람을 원장이라고 불렀지만 , 그 제도는 후세의 수도원의 제도와 공통되는 점은 전혀 없었다 . 그 규율에 따르는 사람들은 카르디라는 명칭으로 불리었는데 , 이는 ‘신의 숭배자들’이라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말로 짐작된다 . 그들은 신앙심이 매우 두터웠는데 , 그것은 복음을 설파하는 젊은이들을 교육한다는 공통의 사업 속에서 서로 돕고 , 동시에 모두가 함께 예배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의 마음에 신앙의 열정을 계속 지니자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이런 점이나 또한 그 밖의 점에서 볼 때 카르디들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기정 규율을 범한 것이다 . 따라서 그들은 사교도로 간주되었다 . 가톨릭 세력이 늘어남에 따라 카르디들의 세력은 쇠약해졌다 . 그리고 13 세기에는 마침내 카르디들의 수도원은 활동을 금지당하고 그들은 해산되었다 .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개인 활동을 계속하여 로마 교회의 침략에 힘껏 저항했다 . 그러는 동안 이윽고 종교개혁의 빛이 온 세계에 비치기 시작했다 .
아이오나 섬은 서해에서 고립되어 있어 흔히 노르웨이나 덴마크의 해적들에게 습격을 받았다 . 이웃 바다는 침략당하고 , 섬은 몇 번이나 약탈당했으며 , 선량한 섬사람들은 수없이 죽어갔다 . 이런 불운한 환경 탓으로 이 섬은 차츰 쇠퇴해 갔으며 , 이윽고 스코틀랜드 전역의 카르디들이 멸망함에 따라 그 쇠퇴의 속도가 더한층 빨라졌다 .
그리고 로마 가톨릭교가 지배하게 되어 섬은 여자수도원의 땅이 되었고 , 오늘날에도 그 자취가 남아 있는 것이다 . 종교개혁 때 여자수도사들은 이 땅에 머물러 공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 그 수도원은 파괴되었다 .
아이오나 섬은 오늘날에도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 이곳에는 숱한 교회와 무덤의 유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 그 중에서도 이름난 것은 대성당과 여자수도원의 예배당이다 . 이런 그리스도 교회의 유물 외에 더 오래된 , 그리고 그리스도 교의 숭배나 신앙과는 다른 형태의 것이 이 섬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유적도 있다 . 그것은 원형의 돌무덤으로서 ,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이런 것은 드루이드들의 것이었으리라 추측된다 .